드디어 비극 제 1부밖에 보지 못했던 파우스트를 완독! 이렇게 후기까지 남기는 데 성공했다. 삽화가 있으면서도 비교적 얇은 책의 두께때문에 완역인지 아닌지 반신반의했지만 역시 가로가 더 길다란 구조는 무시하지 못하는 것일까. 그 장대한 내용이 들어가기에 충분했고, 게다가 언뜻 보면 강의라고 느껴질 만큼 쓸데없이 장황한 주석덕분에 내용을 거의 완전히 이해할 수 있었다. 주석과 내용을 번갈아서 보는 데 흐름이 끊겨서 귀찮았지만, 아무렴 이야기가 흘러가는 내용을 몰라서 깜깜한 것보다는 나을 것이 아닌가. 게다가 스토리도 내가 소망했던 대로라서 다행이었다. 비극 1부에서의 사랑이 완결되는 순간이랄까. 파우스트와 그레첸의 사랑이야기 빼고는 사실 전부가 블랙코미디였다. 비극이라기보다는 풍자라고 해야 더 좋은 것일까. 자신이 살았던 시대상을 묵묵히 바라보고 있는 괴테의 시선이 느껴지는 것 같아 상당히 재미있기도 했다. 몇십년을 거쳐 쓰여진 명작이라기보다는 차라리 괴테의 인생관과 철학관을 담고 있는 희극이라고 할 수 있을까. 바이런을 위 해 쓰여진 시에서는 개인적인 정감이 느껴졌고, 마리아의 대사인 두 소절에서는 형언할 수 없는 감동과 자비로움이 느껴졌다. 예수그리스도가 아닌 마리아의 등장이 뜻밖이었다. 마리아 숭배사상과 어느 정도 관련이 있었던 것일까? 베크만의 익살스런 펜그림이 아주 인상적이었다. 마지막에 그려졌던 그림은 아담과 이브를 의미하는 것이었을까? 파우스트의 혼을 껴안고 있는 마리아의 그림보다 더 상징적으로 보였는데 말이다. 아무튼 처음부터 끝까지 몇번을 읽어도 감동적인 연극? 시? 소설?이라고 생각한다. 아무리 3D 텔레비전이 나오는 세상이라지만 저런 걸 진짜 연극으로 공연할 수 있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