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의 북쪽 문학과지성 시인선 236
박용하 지음 / 문학과지성사 / 199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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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서평을 쓰기 전 시인을 자세히 알기 위해서 이 시집을 펼쳤다.
 사실, 시집은 잘 안 보는 편이다. 
 어렸을 때는 시에 나오는 여러가지 영상들을 상상해가면서 읽느라고 다른 어떤 책들보다도 천천히 읽었던 것 같은데.
 지금은 오히려 하루도 아닌 반나절만에 술술 읽혀지는 그 간편함에 스스로가 질려버렸다.
 (개인적으로 이상의 시 같은 걸 제일 싫어하는 편이다. 해석도 아닌 해독해야 할 것 같은 그 불편감.)
 반면에 이 시인의 시는 '자연스러웠다'. 인생에 대한 일기처럼 느껴졌달까.
 자주 나오는 코드를 집는다면 바다, 나뭇잎, 그리고 도로이다.
 방황을 많이 한 시인처럼 느껴진 것은 왜일까, 도처에서 희망보다는 쓸쓸함과 자기비난과 조소가 묻어났다.
 물론 본인은 어두운 글을 좋아하기 때문에 글에 파묻혀 읽을 수 있었지만.
 '20세기의 북쪽'이라는 시를 읽으면 알 수 있듯이, 이 시인은 띄어쓰기도 아까웠던지 산문시 형식으로 똘똘 뭉친 시를 썼다.
 심지어 글씨크기도 아까웠던지 군데군데 깨알같은 시들이 보인다.
 짐이 너무 많아서 닫혀지지 않는 가방을 있는 힘껏 꾹꾹 눌러담은 느낌이랄까.
 무슨 할 이야기가 그렇게 많았을까. 무슨 슬픔과 분노가 차곡차곡 쌓였을까.
 감수성을 느끼기 보다는 한 인간의 성정을 낱낱이 파악하는 느낌으로 시를 읽었다.
 욕이 나오는 시에서는 같이 소리내어 욕해보기도 했다.
 (나도 종교인이고 애완동물을 사랑하는 사람이지만 종교노예와 브리짓뜨 바르도같은 미친 X는 질색이다. ㅋ)
 시인이 본인과 같은 속초 출신이라는 사실이 반가웠다. 그래서였을까, 시에서 바다냄새가 나는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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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공포 문학 단편선 2 - 두 번째 방문 밀리언셀러 클럽 - 한국편 10
이종호 외 8인 지음 / 황금가지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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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엔 소설들 전체에서 딱히 기막힌 반전은 없었다.
 나름 반전이 나온다고 쓴 것 같은 '벽'도 '모텔탈출기' 같은 상큼한 느낌은 없었다.
 어쩌면 장애우을 다룬 소설이라서 신경이 날카로워졌던지도 모르겠다.
 (몸도 제대로 움직일 수 없는 사람 가지고 장난치지 말란 말야-_-)
 피와 살이 튀기는 칙칙한 분위기도 왠지 흐릿해진 기분이었다.
 말 그대로 사람들의 환상을 다룬 이야기.
 전반적인 분위기는 '드림머신'이라는 소설이 쥐고 있었다고 본인은 생각한다.
 분명히 벅스바니도 기억나고 그 갈색괴물 생김새도 기억나는데 이름이 생각 안 난다. 나이트메어던가?
 '벽 곰팡이'라는 소설과 '벽'이라는 소설은, 언뜻 제목만 봤을 때는 내용이 겹친 것 같은 느낌을 주나 전혀 그렇지 않다.
 본인은 이 책을 읽기 이전에 '워킹푸어'라는 책을 읽어버려서, 교포의 이야기가 몸서리쳐질 만큼 실감나는 스토리로 다가왔다.
 아무래도 너무 실감이 나는 게 저자가 직접 겪은 이야기같기도 하고...
 아무튼 피와 살이 튀기는 영화를 보며 태연히 감자칩 씹는 본인도 천장에서 떨어지는 곰팡이이갸기에서 잠시 입맛이 떨어지는 경험을 했더랜다.
 무튼 첫 번째 책에서 그랬던 것처럼 이 책도 무려 하루만에 다 읽어버렸다.
 한국공포문학단편선 시리즈는 역시 몰입력이 상당히 뛰어난 소설들만 모여있는 게 아닌가, 생각해본다.
 P.S 도서관에 발도장 찍으며 막 책을 대출하려던 찰나, 사서가 물어봤다. 
 "자주 오시는 것 같은데, 일주일에 책 몇 권 보세요?" 
 난 중얼거리듯, 
 "글쎄요, 한 두세권?" 
 이란 말을 엄청 어물거리며 내뱉은 다음, 엄청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나와버렸다. 
 문득 가족들과 맥주한잔 걸친 날, 삼촌이 사촌에게 날 가리키며 이렇게 말한 게 생각난다. 
 "얜, 어렸을 때부터 책에 미쳐있었어."  
 변변치 않은 소설책을 빌리며 그런 말들을 듣는 것, 기분도 좋지만 부끄러운 일이다.
 이런 글을 다른 사람에게 공개하듯이 쓰는 것도 부끄러운 일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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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킹 푸어, 빈곤의 경계에서 말하다
데이비드 K. 쉬플러 지음, 나일등 옮김 / 후마니타스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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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하시는 곳 실장님이 이 책을 보시고 빌려주실 수 있냐고 물어보셨다. 그러나 본인은 도서관에서 빌린 책이라 말하고 거절했다.
 게다가 원래 다른 사람에게 책 빌려주는 일을 잘 안하기도 하고. 게다가 이 책은 그 분이 생각했던 대로경영서적이라고 말할 수 없다.
 일단 공식 내용물은 미국 저소득층 사람들을 취재한 르포형식이기 때문에.
 사실 많은 분들이 말씀은 안하셔도 이 책을 경영서적이라고 지레 짐작하신 것 같았다. 글쎄.......
 '워킹푸어'라는 제목의 책이 요즘 많이 팔리고 있다.
 일본에서 이 단어가 유행하기 시작했다는데, 일할 수록 빈곤해지는 사람들을 이르는 단어라 한다.
그렇다. 비정규직이라는 단어가 요즘 점점 익숙해지고 있는 시대. '워킹푸어'라는 역설적인 단어가 생겨나도 이상하지 않게 느껴지는 시대다.
 미국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 특히 멕시코 태생이나 히스패닉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기가 찼다.
 이기적일지는 몰라도 본인은 역시 자기 조국에서 사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
 심각하다는 소리를 듣긴 했지만 그렇게나 심한 줄은 몰랐다. 그리고 그렇게 많은 줄은 몰랐다.
 역시 돈을 들고가는 여행과 돈을 벌어야 하는 이주란 격차가 엄청나게 큰 것인지도?
 마지막에서 저자가 말하는 대로, 저 사람들이 모두 엘 고어에게 투표를 했다면 미국의 보수당들이 짠 플랜대로 나아가지 못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랬다면 세상은 또 얼마큼이나 달라졌을까.
 그리고 역설적으로, 이 사람들의 삶을 보면서 리더가 얼마나 힘든 지위인지 다시 한번 실감했다.
 우리나라의 말대로라면 소위 '개념'을 배우지 못하고 자란 직원들을 자기 친자식처럼 돌보고, 가르쳐야 한다. 자아형성까지 책임져야 한다.
 복지가 뒷걸음치면 뒷걸음칠수록, 점점 그런 형식은 일상이 되리라.
 '일하고 싶어하는 사람은 넘치는데, 일할 자격이 없는 사람들도 넘친다' 최저시급 올라간지 언젠데 바꿀 생각은 않는 점장님의 이런 투정 아닌 투정을 잠자코 듣다가, 오늘 사표쓰고 나오면서 이렇게 질문하고 싶었다.
 "확실히 뭔가가 바뀌어야 하겠죠, 점장님?"
 P.S 우리나라에선 다시 재출판되야 할 것 같다. 딱히 심각한 오타는 발견되지 않았지만, 중간에 내용이 짤렸다.()
다른 내용이 연속으로 짤리는 것을 면하기 위해 내용을 되풀이하며 몇 장씩 끼워넣기 한 것 같은데, 그래도 짤린 내용이 궁금하다.
 호기심이 유달리 많은 나는 한동안 잠도 못잘 지경이었다. 가급적 원문을 구해 읽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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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공포 문학 단편선 밀리언셀러 클럽 - 한국편 8
이종호 외 9인 지음 / 황금가지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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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뜻 우리나라에서는 이 소설이 19금이라는 게 수긍이 가는 단편들이 몇 개 있기는 했다.
 (본인의 삐딱한 생각으로는 독재자가 등장하는 '하등인간'이 큰 몫을 했다고 생각했다만.
 뭐 실질적으로는 18금 19금에 달려드는 독자들의 눈을 번쩍 뜨이게 했으므로 좋은 게 좋은 건가.)
 한 가지 알려드릴 게 있다면, 귀신이 나오는 소설보다는 철저히 집요하리만큼 인간만 등장하는 소설들이라는 것이다.
 피와 살이 튀기는 장면이 여럿 나오므로 비위 안 좋으신 분들은 시간과 장소를 가려 조심히 읽어야 한다.
 뭐, 낮짝 두꺼운 본인이야 출근하는 버스 안에서 베이글을 씹어가며 읽었다지만.
 전에 읽었던 '히토고토' 생각이 자꾸 났지만, 그래도 일본공포소설보다는 한국에서 통하는 이야기가 많았다. '일방통행'이라거나.
 '팔란티어' 소설을 쓴 사람의 단편 등, 인터넷에서 쓴 글을 추출했음에도 불구하고 제법 짱짱한 배후가 많았다.
 개인적으로는 너무 못 써서 시선을 끄는 '감옥'과 어딘가 슬픈 느낌을 주는 '하등인간',
 읽은 후 반전때문에 내내 본인을 피식피식 웃게 해 정신이상자처럼 보이게 만들었던 '모텔탈출기'가 가장 마음에 든다.
 반면 이종호씨의 '아내의 남자'는 반전이 너무 뻔해서 약간 실망. 기대치가 너무 컸나?
 현재 4편까지 나왔다는데, 다른 책 읽기도 바쁘지만 가급적 연속으로 정독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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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어나라! 인권 OTL - 대한민국의 인권을 보는 여섯 개의 시선
한겨레21 편집부 엮음 / 한겨레출판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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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은 한나X당 위원님들이 신경 쓸 날도 지났다고 생각되고, 빨갱이 취급할 때도 지났다. 게다가 광범위하다 못해 무식한 체포사건으로 인해 오히려 신문과 방송에 널리 알려져 사람들의 오해마저 풀렸으니 당당히 말할 수 있겠다. 촛불집회에 참여한 적이 있었다. 홍대클럽과 술로 밤을 지새우는, 혹은 과제와 레포트 ‘짜집기‘하러 인터넷을 정처 없이 떠돌아다니며 밤을 지새울 무렵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무슨 깡으로 간 것인지 모르겠지만 본인은 그 사실에 대해서도 결코 후회하지 않았고, 지금도 후회하지 않는다. 한X라당 위원님들은 학생들의 성적이 떨어지지 않을까하는 개인적인 생각을 청문회에서까지 거론하면서 진지하게 걱정하시던데, 죄송하게도 난 집회에 참가한 이후 대학에서 장학금을 연속 두 번 타갔다. 게다가 시세에 대해서 꽤나 냉철한 판단을 자랑하는 남자친구까지 잡았다. 남자친구는 이명박 대통령 씨가 아니었으면 우리는 만나지 못했을 것이니 감사하라고 하더라. 감사까지는 싫지만 4대강 파헤치느라 고생이 많다고 말해주고 싶다.

 각설하고, 촛불시위를 할 때 정말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그러나 내가 가장 분노했던 건 라면과 도시락으로 빈속을 채우며 하루 종일 멀거니 우리들을 바라보던 전경들도 아닌, 내 주위에 있는 무신경한 인간들이었다. 사람들이 나름대로 열심히 만든 홍보물을 가득 지고 한 장씩 건넬 때 버리거나 한 술 더 떠 ‘이런 걸 왜 내 앞에 들이미느냐, 같이 잡혀가라고 시위하는 거냐’ 라고 말하며 눈앞에서 힐로 짓밟고 지나가는 아줌마들. 대통령이 다 알아서 할 테니 쓸데없는 모임에 나가지 말고 공부해서 학점이나 열심히 따라고 말하는 교수님들. 교통에 피해가 되지 않느냐며 ‘최소한 다른 사람에게 피해는 끼치지 말아야지, 저게 무슨 짓이람’ 이라고 말하며 쇼핑 나가는 친구들.

 집회에 나가는 다른 사람들이 충고하더라. 그들도 서로 다른 의견을 가지고 있으니 뭐라고 하지 말자고. 그냥 “우리끼리 우리의 의사를 전하면” 된다고. 우리끼리 있는데 텔레파시를 보내자는 것도 아니고 어떻게 다른 사람에게 의사를 전할 수 있느냐, 라는 질문은 차마 던질 수 없었다. 사실 그로 인해 내 인간관계도 많이 바뀌었다. 집회에 나가지 않은 후부터 친구들과 다시금 어울리기 시작했지만, 끝내 관계가 끝나버린 친구들도 생긴 것이다.‘나만 아니면 돼’라는 더할 나위 없이 솔직한 의견은 나에게 공포로 느껴졌다.

 각설하고, 이 책은 최근에 인권을 주장하기 시작한 촛불집회 시위를 포함해 장애인 인권과 말기 암 환자의 인권 등 인권에 대한 많은 이야기들이 짜깁기 되었다. 심지어 지금까지 살면서 느끼지 못했던 내 무심함도 낱낱이 드러나는 이야기들이 나와서 살짝 찔렸다. 경비아저씨에게 택배 좀 맡겨달라고 칭얼거리던 자취 초기 시절이 떠올랐던 것이다. 확실히 그들이 내내 다리 펼 데도 없는 조그마한 아파트 안 경비실에 종일 박혀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으나, 주민들이 분리수거하지 않고 내팽개친 쓰레기들을 정리해야 하는, 주민들의 택배를 맡아 놓고 이제나 저제나 찾으러 오기를 기다리는 임무 외의 고통을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봐도,‘진상’고객들과 인권을 억압하는 사회적 분위기에 의해 고통 받는 서비스업 종사자들이 얼마나 좋은 서비스를 베풀 수 있을지가 의문이다. 최근 인권이라는 주제에 빠져 관련 책을 열심히 읽기 시작한 이유도 나름 서빙업에 종사하면서 종사자들의 불편을 이해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역지사지라고 해야 할까. 내 주위에 있는 사람들을 이해하는데 예절 교육 외에 이만한 교육이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심지어 교통 혼잡과 러시아워도 인권침해의 소지가 있다고 하니, 인권이란 참으로 무궁무진한 세계이다.

 내용은 책을 직접 봐야 알 수 있고 내가 일일이 그 내용을 거론할 수도 없는 노릇이니 이쯤에서 생략하려 한다. 책 뒤편에 쓰여진 평론 글 중에서 ‘이권과 인권의 경계조절’에 대한 구절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종종 어른들은 돈으로 사람의 모든 가치가 평가되는 세상에 살면서 '이런 게 사회다’라고 말하곤 한다. 나도 이미 어른이지만, 그 말은 결코 쓰지 않는 어른으로 성장하고 살아가려 한다. 자신의 이권 때문에 남의 인권이 무너진다는 사실은 모르는가? 나의 무지와 행동으로 나가지 못하는 망설임이 다른 사람에게 민폐라는 사실을 정녕 모른단 말인가? 80년대만 해도 의자에 앉아서 계산하는 마트 계산원을 상상할 수 있었겠는가? 산업화 시대에 일하지 않고 학교에 다니는 6~8세 중산층 혹은 저소득층 아동을 상상할 수 있었겠는가? 그 사람들은 가만히 있다가 그런 '혜택'을 받았다고 주장할 참인가? 노력하고 또 노력해서 얻어야 한다는 사실을 모르는 그들이 오히려 사회를 모르고 있는 건 아닌가? 결국 우리가 살고 있는 건 우리의 시대일 뿐이다. 다음 세대는 좀 더 나은 세상에서 살아야하며, 그래야 우리가 일생을 사람답게 살고, 인간 고유의 삶의 가치를 지닌 채 포유류의 삶을 벗어날 수 있다.
 심지어 내 후손따위 낳지 않더라도 그렇게 해야 한다! 

 (사람인 이명박 대통령 씨가 쥐박이라고 불렸던 그 치욕과 불명예를 한X라당은 기억하는가? 잃어버린 10년 타령은 집어치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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