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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별 이야기 - 육군 중위의 군대일기
문상철 지음 / 푸른향기 / 2010년 10월
평점 :
절판
오랜만에 일기를 읽어본다. 어머니는 어렸을 때 백과사전시리즈에 이어 많은 책들을 사주셨지만, 난 그 중에서도 일기식의 글들을 많이 읽었던 것 같다. 매일마다 일기를 쓰고 있는 저자(?)로서 다른 사람들은 일기를 어떤 식으로 쓰는지 궁금해하기도 했었고, 단순히 다른 사람들의 생활이 어떨지 궁금해서 들춰보기도 했다. 그 이후로 오랜만에 일기형식의 글을 읽은 것 같다. 글쓴이가 꽤 감수성이 있으신 분이신지, 찍은 사진들 하나하나에 감정들이 그대로 드러나서 가볍게 읽어나갔다. 군대에서 쓰는 언어들 중 몇몇은 이해할 수 없었지만 그럭저럭 읽는 데 어려움은 없었다. 초중학생들도 읽기에 어려움이 없을 듯하다.
꽤나 신앙심이 깊으신 분인지 글 구석구석에 하느님이 등장한다. 그리고 본인같이 사상이 비뚤어진 사람이 읽기 민망하게도, 정의에 대한 믿음이 군데군데 묻어나 있었다. 어느 예비군 선배의 말에 의하면 정의와 신념이 가장 무너지기 쉬운 곳이 군대라고 하던데. 현명하게도 과거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는 편이셨는데, 그다지 순탄해보이는 인물은 아니었다. 곳곳에서 그의 마음 속 상처가 묻어났지만, 유독 자신의 신체적 부담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는 편이었다. 설마 부끄러워하셨던 걸까? 아무튼 개인적인 인물에 대한 해석은 이 쯤 해두겠다. 하지만 왠지 책으로 나온 일기를 다시 보신다면 얼마나 낯뜨거우면서도 뿌듯할까 하는 생각을 좀 해봤다 ㅋ
솔직히 말하자면, 순전히 일기글이라는 점 하나 때문에 이 책을 들춰봤다. 그리고 남자친구가 지금 군대에 있지 않았더라면, 그리고 이 책을 추천해주지 않았더라면 이 글은 아마 안 봤을 듯. 개인적으로 군대의 시스템 자체를 싫어할 뿐더러, ’군바리’캐릭터가 얼굴에 찍힌 채 사회에 복귀하는 남자들을 비웃으면서도 은근히 불쌍하게 생각하는 관점이 있기 때문이었다. 뭐 지금도 그 생각엔 변함이 없지만, 나 자신 심지어는 군대 프로그램마저 정의에 맞게 변화시키려 노력하는 중위의 모습이 감격스러웠다. 군대의 시스템 하나를 변화시키기 얼마나 힘든지는 어렴풋이 알고 있기 때문이다. 자세히 언급이 되어있지 않지만 그가 이끈 조직이 좋은 성적을 거두었다는 매우 짤막한 글을 보건대 아마도 그의 노력은 결실을 맺지 않았을까 싶다. 스스로 개발해냈다는 리더십 7계명도 매우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어서 몇몇 구절들은 매우 선명하게 기억할 수 있었다. 2년간 이런 결과를 이루어냈다면 군 생활도 그렇게 나쁘진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네이버책 코너에 가보면 일기 안에 등장한 2소대장이 직접 적은 후기를 볼 수 있다. 감수성이 있는 사람과 그 감수성을 잊지 않는 사람의 만남. 소중한 인연이란 무엇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해본다. 인간이 사는 곳 어디에서나 사랑은 존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