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꿈 하나 맡아 드립니다 독깨비 (책콩 어린이) 11
고마쓰바라 히로코 지음, 김지연 옮김, 기타미 요코 그림 / 책과콩나무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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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용 동화책으로 만들어졌다기엔 좀 연령이 높아야 될 것 같다. 글씨도 크고 책도 얇아서 금방 읽을 수 있지만, 색채가 들어가있지 않은 동화책이다. 삽화도 드문드문 나올 뿐더러 흑백으로 나온다-_-;;; 표지에 속았다고 해야할까... 책은 역시 한 번 쯤은 들춰봐야 한다고 생각했던 순간이었다. 뭐 공짜로 받은 책이라서 투덜거리기엔 왠지 사치스럽지만. 어린 아이들이 읽기엔 잔 문장들이 너무 많고, 운율도 없고(물론 번역에 의해 달라졌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자), 상상력이 너무 많이 필요하다. 물론 은행놀이를 하기 전에 이런 책을 (간결하게 줄여서) 읽어주고 아이들이 모르는 내용을 물어볼 때 자세히 설명해 주는 방법을 취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지겠지만. 쩝. 결국 나도 아동학과 다니다보니 사고방식이 교과연구로 기울어지는군. 결국 초등학생이나 어른을 위한 동화책이라고 해야 더 맞는 표현일 것 같다는 소리다.

 일단 은행을 볼 때마다 속는 느낌이 드는 건 비단 한국만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힘들게 고생해서 일한 돈을 조금이라도 더 불리려고 꼬박꼬박 저장해두지만, 현재는 전체적으로 저이자의 시대이다. 은행이 파산할 위기에 처할 때 사람들이 구름같이 몰려드는 장면을 우리는 어렵지 않게 상상할 수 있다. 이 모든 장면들을 '꿈은행'은 매우 재미있게 묘사한다. 일단 은행장은 사람이 아니라 중국에서도 나오는 상상의 동물 맥이다. 이 은행에서 다루는 건 돈이 아니라 꿈이다. 좋은 꿈과 나쁜 꿈을 구분해서 좋은 꿈은 이자를 불려서 키우고 나쁜 꿈은 맥의 식량이 된다고 한다. 은행의 공익성을 표현해도 모자랄 판에 굳이 은행의 이익을 표현할 필요가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지만, 아무튼 동화작가의 의도대로 내용은 안정적이다. 그 은행에서 벌어지는 재미있는 사건들의 내용이 흥미롭게 펼쳐져있다. 

 스스로 말하기에도 참으로 거만하고 형식적이기 이를데 없는 생각이지만, 이 책을 읽고서 본인은 프로이트를 떠올렸다. 현실에서는 가질 수 없는 것들을 꿈꾸는 사람들, 그리고 그 꿈을 좀 더 아름답게 꾸며서 사람들이 만족하도록 만드는 맥아저씨. 결국 현실은 차갑고, 냉정하며, 이룰 수 있는 것과 이룰 수 없는 것을 분명하게 구분한다. 그러나 꿈은 좀 더 자비롭다. 물론 여기에서는 과거 자신의 실수를 어떻게든 만회하려는 보상심리도 포함되어 있다. 결국 이런 은행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하는 것도 꿈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소설을 쓰고, 자신만의 판타지 세계를 만들고, 우리는 인터넷 속에서 게임 속에서 만화 속에서 처박혀 살아가겠지... 물론 좋은 점도 있다. 만약 꿈이 없었더라면 우리는 이런 좋은 동화책을 읽으면서 꿈 구슬이 얼마나 예쁠지, 소녀의 꿈 속에 나오는 강아지가 얼마나 귀여울지 전혀 상상할 수 없었을 테니 말이다. 어쩌면 삽화가 적은 이유도 사람들에게 마음껏 장면을 상상하게 하려는 의도일지도 모른다. 어쨌던 간에 본인은 이 책을 읽고서 실로 오랜만에, 좋은 꿈을 꾸며 푹 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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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olf's To The Lighthouse : A Reader's Guide (Paperback)
Janet Winston / Continuum Intl Pub Group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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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학에서 이 책에 대한 강의를 듣기 때문에 솔번역판 ’등대로’를 읽은 후 원서로 다시 읽어보았다. ..... 더럽게 길다. 끝으로 갈수록 점점 문장이 짧아지기는 하지만, 한 문장당 평균 네다섯줄이 들어가다니. 운율에 맞게 문법구조를 살짝 무너뜨린 것도 있고, 등장인물의 생각과 행동이 한 문장 속에서 동시에 겹쳐서 나오기도 한다. 가끔은 한 문장 안에 두세인물의 생각이 들어가 있기도 하고. 아무튼 해석하려 하지는 않고, 문장을 그저 소리내서 읽었다. 언제나 영어책을 읽을 땐 소리내서 읽는데, 이 소설책에선 특히 효과가 있었던 것 같다. 영어단어를 이해하긴 어려웠지만, 등장인물의 상황과 기분을 속속들이 알려주는 힘이 있었다. 어떤 데에선 s소리가 많이 난다던가 어떤 데에서는 k소리가 많이 난다거나. 아무튼 그 몽롱한 느낌은 설명하기 힘들다. 이해하기 힘든 프랑스어와 정치 용어들을 남발하는 제임스 조이스의 소설도 어려웠지만, 버지니아 울프의 소설은 문장 속에 들어가 있는 인생의 의미(...)를 깨달아야 해서 어려웠다. 김정 교수님이 아니었더라면 벌써 첫번째 장 The Window도 못 읽고 때려쳤을 듯한 책이다. 우리나라에서 이상이 쪽박찼던 걸 생각하면, 천재도 역사를 잘 타고나야 한다는 말을 실감하게 된다. 옥스포드 대학에 틀어박혀서 이해할 수도 없는 책들을 해독하길 좋아하는 영국인 인문계의 특성이 아니었더라면, 버지니아 울프가 그렇게 인기를 끌 수 있었을까? 아무튼 다음부턴 ’한국 번역판으로’ 버지니아 울프의 다른 책들을 읽을 예정이다.
 다음엔 똑같이 옥스포드 버전으로 제임스 조이스의 'Dubliners'를 구입해서 읽을 예정이다. 펭귄시리즈도 좋긴 좋은데 영어원서는 정통성으로 보나 인트로로 보나 그래도 옥스포드가 낫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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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별 이야기 - 육군 중위의 군대일기
문상철 지음 / 푸른향기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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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랜만에 일기를 읽어본다. 어머니는 어렸을 때 백과사전시리즈에 이어 많은 책들을 사주셨지만, 난 그 중에서도 일기식의 글들을 많이 읽었던 것 같다. 매일마다 일기를 쓰고 있는 저자(?)로서 다른 사람들은 일기를 어떤 식으로 쓰는지 궁금해하기도 했었고, 단순히 다른 사람들의 생활이 어떨지 궁금해서 들춰보기도 했다. 그 이후로 오랜만에 일기형식의 글을 읽은 것 같다. 글쓴이가 꽤 감수성이 있으신 분이신지, 찍은 사진들 하나하나에 감정들이 그대로 드러나서 가볍게 읽어나갔다. 군대에서 쓰는 언어들 중 몇몇은 이해할 수 없었지만 그럭저럭 읽는 데 어려움은 없었다. 초중학생들도 읽기에 어려움이 없을 듯하다. 

 꽤나 신앙심이 깊으신 분인지 글 구석구석에 하느님이 등장한다. 그리고 본인같이 사상이 비뚤어진 사람이 읽기 민망하게도, 정의에 대한 믿음이 군데군데 묻어나 있었다. 어느 예비군 선배의 말에 의하면 정의와 신념이 가장 무너지기 쉬운 곳이 군대라고 하던데. 현명하게도 과거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는 편이셨는데, 그다지 순탄해보이는 인물은 아니었다. 곳곳에서 그의 마음 속 상처가 묻어났지만, 유독 자신의 신체적 부담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는 편이었다. 설마 부끄러워하셨던 걸까? 아무튼 개인적인 인물에 대한 해석은 이 쯤 해두겠다. 하지만 왠지 책으로 나온 일기를 다시 보신다면 얼마나 낯뜨거우면서도 뿌듯할까 하는 생각을 좀 해봤다 ㅋ 

 솔직히 말하자면, 순전히 일기글이라는 점 하나 때문에 이 책을 들춰봤다. 그리고 남자친구가 지금 군대에 있지 않았더라면, 그리고 이 책을 추천해주지 않았더라면 이 글은 아마 안 봤을 듯. 개인적으로 군대의 시스템 자체를 싫어할 뿐더러, ’군바리’캐릭터가 얼굴에 찍힌 채 사회에 복귀하는 남자들을 비웃으면서도 은근히 불쌍하게 생각하는 관점이 있기 때문이었다. 뭐 지금도 그 생각엔 변함이 없지만, 나 자신 심지어는 군대 프로그램마저 정의에 맞게 변화시키려 노력하는 중위의 모습이 감격스러웠다. 군대의 시스템 하나를 변화시키기 얼마나 힘든지는 어렴풋이 알고 있기 때문이다. 자세히 언급이 되어있지 않지만 그가 이끈 조직이 좋은 성적을 거두었다는 매우 짤막한 글을 보건대 아마도 그의 노력은 결실을 맺지 않았을까 싶다. 스스로 개발해냈다는 리더십 7계명도 매우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어서 몇몇 구절들은 매우 선명하게 기억할 수 있었다. 2년간 이런 결과를 이루어냈다면 군 생활도 그렇게 나쁘진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네이버책 코너에 가보면 일기 안에 등장한 2소대장이 직접 적은 후기를 볼 수 있다. 감수성이 있는 사람과 그 감수성을 잊지 않는 사람의 만남. 소중한 인연이란 무엇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해본다. 인간이 사는 곳 어디에서나 사랑은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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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틀러 1 - 의지 1889~1936 문제적 인간 5
이언 커쇼 지음, 이희재 옮김 / 교양인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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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왠만하면 책의 시리즈가 아무리 많아도 완결판까지 다 읽고 후기를 쓰는 편이다. 하지만 이건 좀 아니잖아(...)
 일단 독일에 대해서 쥐뿔도 몰라서 주석까지 들춰가며 꼼꼼히 읽으려 노력했다. 이 책에서는 히틀러 이야기와 같이 프로이센의 프리드리히 대제와 1차 세계대전, 심지어 바그너 등등 예술에 대한 이야기, 더불어 볼셰비즘 이야기까지 뭉뚱그려서 이야기하기 때문이다. 덕분에 책을 거의 다 읽고나니 주석란에 손자국까지 선명하게 찍혔다. 그 뿐인가. 두께가 예전에 읽었던 율리시스만하다. 덕분에 걸어가면서 이 책을 읽기도 힘들었고(하지만 결국 난 산책하면서 읽었다;;) 더군다나 사람들의 빤히 보는 시선도 무지하게 부담스러웠다. 양장으로 나온 건 좋지만 좀 나눠서 출판해달라고 버럭.
 아무튼 어언 반 달동안 나와 함께 있던 책이었다. 도서관에서 빌린 책인데. 덕분에 연체료는 잔뜩 나오게 생겼지만, 아깝진 않다. 그만큼 자세히 읽을 만한 가치가 있던 책이기 때문이다. 시험때문에 맘이 급해지지만 않았더라면 한 달 정도 여유를 두고 느긋하게 읽었을지도 모른다. 1권은 일단 히틀러의 전성시대 이야기. 이름없는 병사에서 총리에 오르기까지의 과정이 매우 스펙타클하다. 아무리 풀빵을 팔며 다니는 가난한 '사람'이라도 누구나 서민을 이해해주는 능력있는 정치인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을 잘 드러내준다. (이 정도면 누구를 말하는지 잘 아실듯?) 히틀러의 매력과 연설가로서의 타고난 기질도 설명하지만, 이 글을 쓴 저자는 그가 매우 시대를 잘 타고난 인물임을 여러 번 강조한다. 그와 부하들의 터무니없는 막무가내에 사람들이 힘없이 넘어갔다는 사실이 그저 신기할 뿐이다. 역시 사람은 돈과 식량이 떨어지면 눈이 뒤집히나보다. 어느 정도의 피와 어느 정도의 운을 등에 뒤집어쓰고 열심히 파닥거리며 정상에 오른 히틀러. 다음엔 그의 추락을 볼 차례다.
 사진부터가 범상치 않다. 무심코 그의 눈을 들여다보다가 순간 흠칫했다. 사진만으로 위험한 느낌을 줄 수 있는 사람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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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을 위한 한국문화읽기
김해옥 지음 / 한국방송통신대학교출판부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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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점수를 좀 많이 깎을 수밖에 없었다. 서평을 쓰려고 동네방네 돌아다녀도 이 책을 찾을 수 없었달까. 네이버 책 사이트의 잘못인지 아니면 교육서적이라 출판사에서 강의 이름을 그대로 썼는지 모르지만. 아무튼, ’한국의 가치문화’라는 상당히 애매한 이름이 제목란에 떡하니 올라와 있어서 본인은 경악했다. 외국인이 읽을 책인데 최소한 이름은 제대로 통일해서 써야 하는 게 정석 아닌가?
 내용은 그럭저럭 괜찮았다. 통계표라던가 각종 자료들이 깔끔하게 배치되었다. 그러나 역시 교과서라서 그런지 내용이 다소 딱딱했다. 무엇보다도 사진이 너무 부족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딱히 꼬집어서 말할 수는 없지만 무언가 예제와 안 맞는 사진들도 다소 있었다. 시험기간이라 너무 정신이 없어서 후기를 짤막하게 쓰는 점도 있으나, 기대치와는 달라서 책에 대해서 다소 실망스러운 점들이 자꾸 눈에 들어오니 무엇을 더 써야 할지... 그래도 한영번역만큼은 어느 정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영어 문장들을 좀 더 쉽게 다듬었더라면 만점이었겠지만. ㅎㅎ 어느 시골 호텔에 묵다가 나왔을 때, 안내서를 훑어보다 ’손님 여러분’ 이라는 단어를 ’valuable guests’라는 말로 번역했길래 친구랑 한바탕 웃어제낀 일이 떠올랐다. 물론 호텔에서는 나름대로 ’소중한’이라는 일차적 의미를 사용했겠지만, 2차적 의미로는 ’값비싼’ 이라지 아마? 어쩌면 ’가치문화’라는 단어가 우리나라의 ’자본주의’ 문화를 잘 반영했다는 생각도 들지만... Ladies and gentlemen으로 해결될 단어를 가지고 너무 심각하게 고민한다니까, 우리나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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