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에서 이 책에 대한 강의를 듣기 때문에 솔번역판 ’등대로’를 읽은 후 원서로 다시 읽어보았다. ..... 더럽게 길다. 끝으로 갈수록 점점 문장이 짧아지기는 하지만, 한 문장당 평균 네다섯줄이 들어가다니. 운율에 맞게 문법구조를 살짝 무너뜨린 것도 있고, 등장인물의 생각과 행동이 한 문장 속에서 동시에 겹쳐서 나오기도 한다. 가끔은 한 문장 안에 두세인물의 생각이 들어가 있기도 하고. 아무튼 해석하려 하지는 않고, 문장을 그저 소리내서 읽었다. 언제나 영어책을 읽을 땐 소리내서 읽는데, 이 소설책에선 특히 효과가 있었던 것 같다. 영어단어를 이해하긴 어려웠지만, 등장인물의 상황과 기분을 속속들이 알려주는 힘이 있었다. 어떤 데에선 s소리가 많이 난다던가 어떤 데에서는 k소리가 많이 난다거나. 아무튼 그 몽롱한 느낌은 설명하기 힘들다. 이해하기 힘든 프랑스어와 정치 용어들을 남발하는 제임스 조이스의 소설도 어려웠지만, 버지니아 울프의 소설은 문장 속에 들어가 있는 인생의 의미(...)를 깨달아야 해서 어려웠다. 김정 교수님이 아니었더라면 벌써 첫번째 장 The Window도 못 읽고 때려쳤을 듯한 책이다. 우리나라에서 이상이 쪽박찼던 걸 생각하면, 천재도 역사를 잘 타고나야 한다는 말을 실감하게 된다. 옥스포드 대학에 틀어박혀서 이해할 수도 없는 책들을 해독하길 좋아하는 영국인 인문계의 특성이 아니었더라면, 버지니아 울프가 그렇게 인기를 끌 수 있었을까? 아무튼 다음부턴 ’한국 번역판으로’ 버지니아 울프의 다른 책들을 읽을 예정이다. 다음엔 똑같이 옥스포드 버전으로 제임스 조이스의 'Dubliners'를 구입해서 읽을 예정이다. 펭귄시리즈도 좋긴 좋은데 영어원서는 정통성으로 보나 인트로로 보나 그래도 옥스포드가 낫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