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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틀러 1 - 의지 1889~1936 ㅣ 문제적 인간 5
이언 커쇼 지음, 이희재 옮김 / 교양인 / 2010년 1월
평점 :
왠만하면 책의 시리즈가 아무리 많아도 완결판까지 다 읽고 후기를 쓰는 편이다. 하지만 이건 좀 아니잖아(...)
일단 독일에 대해서 쥐뿔도 몰라서 주석까지 들춰가며 꼼꼼히 읽으려 노력했다. 이 책에서는 히틀러 이야기와 같이 프로이센의 프리드리히 대제와 1차 세계대전, 심지어 바그너 등등 예술에 대한 이야기, 더불어 볼셰비즘 이야기까지 뭉뚱그려서 이야기하기 때문이다. 덕분에 책을 거의 다 읽고나니 주석란에 손자국까지 선명하게 찍혔다. 그 뿐인가. 두께가 예전에 읽었던 율리시스만하다. 덕분에 걸어가면서 이 책을 읽기도 힘들었고(하지만 결국 난 산책하면서 읽었다;;) 더군다나 사람들의 빤히 보는 시선도 무지하게 부담스러웠다. 양장으로 나온 건 좋지만 좀 나눠서 출판해달라고 버럭.
아무튼 어언 반 달동안 나와 함께 있던 책이었다. 도서관에서 빌린 책인데. 덕분에 연체료는 잔뜩 나오게 생겼지만, 아깝진 않다. 그만큼 자세히 읽을 만한 가치가 있던 책이기 때문이다. 시험때문에 맘이 급해지지만 않았더라면 한 달 정도 여유를 두고 느긋하게 읽었을지도 모른다. 1권은 일단 히틀러의 전성시대 이야기. 이름없는 병사에서 총리에 오르기까지의 과정이 매우 스펙타클하다. 아무리 풀빵을 팔며 다니는 가난한 '사람'이라도 누구나 서민을 이해해주는 능력있는 정치인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을 잘 드러내준다. (이 정도면 누구를 말하는지 잘 아실듯?) 히틀러의 매력과 연설가로서의 타고난 기질도 설명하지만, 이 글을 쓴 저자는 그가 매우 시대를 잘 타고난 인물임을 여러 번 강조한다. 그와 부하들의 터무니없는 막무가내에 사람들이 힘없이 넘어갔다는 사실이 그저 신기할 뿐이다. 역시 사람은 돈과 식량이 떨어지면 눈이 뒤집히나보다. 어느 정도의 피와 어느 정도의 운을 등에 뒤집어쓰고 열심히 파닥거리며 정상에 오른 히틀러. 다음엔 그의 추락을 볼 차례다.
사진부터가 범상치 않다. 무심코 그의 눈을 들여다보다가 순간 흠칫했다. 사진만으로 위험한 느낌을 줄 수 있는 사람이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