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 생태 2011.6
자연과생태 편집부 엮음 / 자연과생태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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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갈색마을에서는 돈이 없으면 살아갈 수가 없었습니다. 나도 장사꾼처럼 갈색이 되었습니다. - p. 92  
   

 어쩐지 분량이 줄어든 느낌? 딱히 특집편도 없고 여유롭게 나가는 분위기 때문에 재미있게 볼 수 있었던 점은 좋았지만, 좀 더 다양한 소재를 구해주신다면 좋았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무덤의 식물을 찍는 코너에서 사진을 깔끔하게 정리해 놓은게 돋보였다. 온통 잡풀들과 꽃들의 잔치가 되었던 모양인지, 사진이 폴라로이드 크기로 덕지덕지 붙여져 있었다. 사진 밑에 깨알같이 붙어있는 세세한 설명 하나하나까지 알차게 다 읽느라 페이지를 도저히 넘길 수 없을 정도였다. 새만금에 대한 뉴스도 반가웠다. 인간과 자연을 연관시켜 설명해주는 텍스트가 너무나 감동적이었다. 이런 잡지가 원래 사진을 중요시한다는 사실은 알지만, 원래부터 사진만 큼지막하게 붙어있는 기사들을 나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사진하고 텍스트가 있으면 사진을 대충 훑은 다음, 텍스트를 정성들여 읽는 편이다.  뭐 자연과 생태는 그래도 여태까지 읽은 몇 안되는 잡지 중에서 사진과 잡지 전부 합격점에 속한다고 할까. 동생이 속해 있는 강원대 산림관련학과가 실려있어서 반가웠다. '그래도 생물학계에서는 꽤 이름난 데구나' 생각하니 어느정도 안심이 되었달까. 위에 있는 글은 부산 보수동 헌책마을 담벼락에 쓰여져 있는 동화의 일부라고 한다. 부산은 한 번도 가 본 적이 없지만, 헌책방 천지라고 하니 한 번 가보고 싶다... 돈은 없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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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르치팔 한길사 한국연구재단 학술명저번역총서 서양편 26
볼프람 폰 에셴바흐 지음, 허창운 옮김 / 한길사 / 200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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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순간 일대 혼란이 벌어졌다. 사람들은 높은 두렁을 두들겨서 타작마당처럼 평평하게 만들었고, 칼을 휘둘러 열심히 고르게 빗질했다. 그래서 숲의 나무는 깡그리 다 베어졌고 수많은 기사들도 말에서 떨어지게 되었다. - p. 76  
   

 보통 파르치팔이라고 하면 잘 모르는 사람들이 많은데, 퍼시발이라고 그러면 어디서 많이 본 이름이라고 인정한다. 원탁의 기사에서 어부왕을 고쳐주고 성석 혹은 성배를 차지하는 파르치팔의 이야기는 꽤 많은 독자들의 관심을 끈다. 아서왕 이야기에서도 단연 독자적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본인이 매우 숭배하는(?)가반 혹은 가웨인마저도 파르치팔과 비교당하는 신세를 면치 못한다. 파르치팔의 특수한 환경에서 드러난 순수함은 따라하려고 해도 따라할 수 없는 경지에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재미있는 건 마치 우리나라의 판소리 못지 않은 볼프람의 걸쭉한 풍자 때문이다. 익살스러운 기사들의 이름 열거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묘사가 매우 뛰어나기 때문이다. 다소 딱딱한 아서왕 이야기에서는 보지 못했던 민속적인 재미를 체험할 수 있달까. 게다가 처음에 파르치팔의 아버지에 대한 묘사가 꽤 많은 페이지를 차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볼프람은 은근슬쩍 그를 비꼬아서 표현하기도 한다. (이후에 나오는 등장인물들도 그 묘한 비난을 ) 이야기를 하다가도 잠시 쉬면서 볼프람 본인의 생활에 대한 푸념을 늘어놓기도 한다. 기사도를 좋아하는 독자분이라면 색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을 테고, 돈키호테의 다소 지나친 풍자에 지친 독자분이라면 이 소설의 은근한 풍자에 재미를 느낄지도 모르겠다. 위의 대사는 파르치팔의 아버지 가흐무렛 진영과 가스코네 진영의 치열한 싸움을 비유적으로 요약한 장면이라 한다. 말이 달리는 장면, 칼을 휘두르는 장면, 숲처럼 많은 창들이 부딪쳤다가 베어지는 장면, 기사들이 쓰러지는 장면이 상상되지 않는가! 700페이지의 두께가 만만치 않긴 한데, 묘사가 하도 재밌고 생생하다보니 종이가 술술 넘어가더라. '파르치팔' 책을 비판하는 비평가들이 너무 많아서 조금 걱정이었는데, 예상외로 재미있었다. 아서왕이라던가 성배에 대한 글을 읽으시는 중이라면 머리 식힐 겸 이 책도 읽어보시라. 특별히 별 다섯개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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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다르게 생각한다 - 다른 생각, 그러나 다투어야 할 생각
이일훈 지음 / 사문난적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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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저기 들어서는 우리의 신도시들은 어떠할까 깊이 살필 일이다. 그런데 아직도 두바이를 벤처마킹한다고 한다. 정신을 놓은 게 분명하다. 지구의 온도를 낮추는 데 공헌하는 신도시가 제발 대한민국에서 만들어지기를 기대한다.- p. 110  
   

 요새 건축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거론되고 있다. 강남아파트 값이 쑥쑥 내려가고 있는 충격적인 소식과 함께 환경이 이슈화되면서 좋은 '집'의 개념이 뿌리째 흔들리고 있는 탓일 것이라 짐작된다. 이 책 또한 건축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하지만 다른 책들처럼 건축 기술이나 아이템, 디자인을 다루기보다는 환경을 많이 다루고 있다. 뭐 에세이이니 무엇에 대해 쓰는지는 저자 마음일 테지만, 난 그 '채나눔'에 대한 좀 더 자세한 설명을 듣고 싶었달까... 비록 재미있는 그림을 실어가면서 쉽게 설명해주긴 했지만, '채나눔'이 도대체 뭔지 철학으로는 백만번 들어도 이해가 안 간다고! 결국 '채나눔'에 대해 직접 찾아보는 건 독자의 몫으로 남겨둔 것 같다. 이 분은 건축의 철학과 목적에 대해 양념식으로 조금 다루고 있을 뿐이다. 아울러 현대의 사람들이 지켜야 할 기본적 윤리에 대해서도 쓰고 있다. 위에 적힌 좋은 말씀도 그렇고, 명박씨가 세운 컨테이너에 대한 언급도 그렇고, 화끈하고 시원스러운 문장이라서 마음에 든다. 이 분의 강연은 매우 재미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촛불집회에 참여하신 듯한데, 반값등록금 집회가 벌어지고 있는 지금은 또 어떻게 지내시고 계신지? 학생들의 등록금을 쥐어짜내서 만든 대학건물의 허황된 모습을 풍자하는 글도 쓰셨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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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것이 아름답다 2011.5
녹색연합 편집부 엮음 / 녹색연합(잡지)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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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무나 놀라워요. 한 번씩 수증기를 빼고 청소를 한대요. 지금까지 한 번도 고지 안 해요. (...) 후쿠시마보니까 회색연기 올라오잖아요. - 특집 그날 이후 핵발전소 담장 아래 사람들(고리), p. 57  
   

  

학생이 그린 <작은 것이 아름답다> 5월호 디자인. 

작은것이 아름답다 5월호에 올린 <월마트 이펙트> 감상문 인증샷.
 

일단 이 책을 소개하기 전에 이야기할 것이 있다.

이름을 밝힐 수 없지만 4월달에 <작은 것이 아름답다> 기자분이 일을 그만두셨다 한다. 뭐 본인은 그러려니 하고 있었는데... 그래도 매우 착실해 보이는 분이셨는데 무슨 일이 있었을까 고개를 갸우뚱하고 있었다. 그런데... 문제는 이 5월호가 배달되어 우리 집에 도착할 때였다. 훌륭한 표지와 핵시설에 대한 알찬 정보, 그리고 원자력발전소 세계지도와 방사능 비상상황 행동지침! 본인의 마음에 쏙 드는 내용이었다. (특히 후자쪽이. 비상상황이 생길 때 유용하게 쓸 수 있을 테니깐.) 그 때는 그래도 단순히 '국가에서 이 지침을 좀 더 널리 알려주면 좋겠는데'하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잡지를 다 읽고 후기를 쓰려고 인터파크에 접속해보니... 5월호가 뜨지 않았다. 이미 날짜는 5월 31일이고, 이제 2시간만 지나면 6월 1일이 되는 이 시점에서, 잡지칸을 내주지 않았다..? 놀라워서 네이버책에 다시 '작은 것이 아름답다'를 검색해보았다. 뜨긴 뜬다. 근데 이 표지랑 다른 표지가 뜬다.

정부에서 잡지책 디자인의 자유를 가로막고 있는 건가? 그럼 저번달에 그만둔 기자는...? 지금 나도 내 추측이 나만의 망상으로 끝났으면 좋겠다. 

내용은 너무나 좋았다. 원자력시설 근처에서 살고 있는 시민들과의 인터뷰는 그들이 쓰는 사투리때문에 정겨우면서도... 섬뜩했다. 가뜩이나 지방사람들이라고 차별받는데 생존과 연관되어 위협까지 받고 있다면 그 분들은 얼마나... 두렵고 무섭겠는가.(강남에 원자력시설을 세운다고 하면 로비라도 일어날 기세일텐데 말이다.) 황대권과 마사키 다카시의 인터뷰도 내용은 짧았으나 매우 감명적이었다. 특히 사람들이 국경을 없애고 지구시민이 되어야 한다는 파격적인 주장이 인상적이었다. 일본인들의 정치에 대한 인식이 이제서야 서서히 깨어나는 것 같아 반가웠다고나 할까. 그나저나 진짜 이게 80년대 금서시대도 아니고 뭐야! 소름끼쳐! 
 

  

 

 정기훈 고라니이야기 디지털프린트 70*80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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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와 아이 사이 우리들사이 시리즈 1
하임 기너트 외 지음, 신홍민 옮김 / 양철북 / 200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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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잘못을 탓하기보다는 앞으로 고쳐야 할 점에 대해서 초점을 맞출 수 있게 해주었다. 비난 대신,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과 희망을 주었다.- p. 173  
   

  매우 얇지만 보물같은 책이다. 부모가 아이에게 해 줄 수 있는 최상의 말을 가득히 써놓은 책이다. 그리고 아이들에 대한 사랑과 존중이 듬뿍 들어간 책이었다. 우리는 부모에게 심한 야단을 맞을 때, 혹은 부모로 인해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었을 때, 한 번 쯤 ’나는 내 아이에게 이렇게 대하지 않을 거야.’라고 결심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종종 사람들은 문득 자신이 자신의 부모와 똑같은 행위와 말투를 자신의 아이에게 퍼붓고 있음을 깨닫고 멈칫거리곤 한다. 현재 많은 부모교육에 의해 부모역할이 중요함을 깨닫고 열린 시각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즘 아이들은 옛날 때보다 훨씬 더 버릇이 나빠졌다는 소리를 들으며 살아간다. 잘못된 교육을 받았을 수도 있다. 혹은 이 책의 마지막 부분, 자신들의 가정에 대한 심리 치료사들의 솔직담백한 인터뷰에서 나온 말처럼 자기 자식에게는 쉽게 적용되지 못할 수도 있다. 이 책은 기술적으로 아이를 다루는 방법에 대해서 다루고 있다. 윗부분에선 사랑이 듬뿍 들어간 말을 써놓았다고 해놓고서, 아랫부분에서는 ’기술’로 아이를 다룬다니. ’기술’이라는 단어가 좀 차갑게 들렸을 수도 있고, 이상하게 들렸을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의 어렸을 적을 떠올려보라. 실수를 했는데도 욕도 안 듣고, 무시받지도 않고, 조롱받지도 않고, 상처받지도 않은 채 오히려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해결책을 듣는다면 얼마나 기쁘겠는가! 이 책은 공감과 이해의 기술을 주로 취급하지만, 성에 대한 고민이라거나 다른 특별한 문제가 있는 아동들을 다루는 법에 대해서도 간단히 기술하고 있다. 아주 어린 아이를 둔 부모에서부터 청소년 자녀를 둔 부모까지 광범위하게 읽고 활용할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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