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라켈수스의 딸 2 - AK Novel
고다이 유우 지음, 한신남 옮김, 키시다 메루 그림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12년 5월
평점 :
품절


"하지만 너는 여자니까 위험한 일에 끼어들지 않는 게 좋지 않을까 해서."

"그런 말이 제일 짜증난다."

더는 못 참겠다는 듯이 진저가 내뱉었다.

"너희 남자란 것들은 나란히 얼빠진 주제에 그걸 들키고 싶지 않아서, 위험하니까 가까이 오지 마 위험하니까 앞으로 나서지 않는 게 좋아 같은 소리를 하고선 결국에는 이쪽에 폐를 끼치지. 남자의 고집이네 체면이네, 그런 같잖은 것 때문에. 나는 그딴 거에 이용당하는 건 사절이야. 알겠어?

나는 약혼자를 지키네 어쩌네 하는 고집과 체면에 얽매여서 결국 나한테 폐를 끼쳤잖아. 그 정도는 알고 있겠지?"


내가 한국 남자들이 어떤 고생을 했는지, 그에 대해서 하등 전혀 알고 싶지 않은 이유. 사람에게는 각자 저마다의 고통이 있다. 그걸 같이 껴안고 가려는 게 여성들인데, 그동안 남자들은 그걸 혼자 이겨낸답시고 나가서 술 마시고 담배피고 하면서 여성들에게 그들이 집에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더한 고통을 주지 않았는가. 그렇지만 그것은 상대방에 대한 무시이다. 가정일 또한 일이고,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도 깨달음이 있다. 어쩌면 그 깨달음은 밖에서의 깨달음과 같은 것일지도 모른다. 맛있는 국밥집 두 곳을 가보면 비결과 맛이 대부분 비슷한 것처럼. 그러나 남성들은 여성들이 집에만 있다며 바깥의 일을 모른다고 무시해왔다. 그리고 남성은 늙어서 남성들의 얼굴을 제대로 대면하지 못한 채 성장한 자녀들에게 부양받으려 한다. 그런 시대 속에서도 아내와 자식에게 차곡차곡 신뢰도를 쌓아온 남성도 있다. 징징거려도 안 먹힌단 소리다.

돈으로 때운다면 뭐 그것도 일리는 있는데, 내가 자식 같으면 정서적으로 아버지에게 버림받았다는 생각은 들 것 같음.


.....그래.

저 사람에게 힘이 없다면, 힘이 생기도록 단련하면 된다.

나와 결혼할 사람이잖아. 그 정도의 힘이 없을 리가 없어.

나와 결혼할 거니까, 내가 열심히 하라고 말해줘야지. 모두가 인정할 정도가 되면, 아버님도 어머님도 쇼노 가문의 숙부 숙모도 뭐라 못 하실 거야.

단련시켜줘야지. 내 남편이 될 사람이잖아.

아무도 저 사람을 놀리지 못하게 하겠어.

저 사람을 상처 입혀도 되는 건 나뿐.

ㅡ왜냐면 나는 료타로 씨와 결혼할 거니까.

반면 여자들은 남자에게 꿈과 희망을 품으면 안 됨. 남자가 빵 사줬다고 여자에게 꿈과 희망을 품는 것과 놀랍게도 같은 부류. 너는 키울 아이를 찾는 게 아니라 인생 전체를 통틀어 같이 지낼 반려자를 찾는 거라고. 죽어서까지 고칠 수 없어도 상관없다고 생각하면 그건 그것대로 오케이인데, 같이 산책도 할 수 없어 혼자 평생 산책해야 하는 인생은 좀 끔찍하지 않을까요..

게다가 여자가 착해도 성격이 급하면 폭력으로 이어질 수도 있는 최악의 케이스. 본능적으로 료타로에서 떨어져 다른 사람을 찾는 듯하던데, 성공하길 바란다.

여기서 끊고 리뷰 한 번 써야겠네. 말이 길어졌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신세기GPX 사이버 포뮬러 SAGA 박스세트 - 보급판, 4월 노바/DVD애니 할인전
후쿠다 미츠오 감독 / DVD 애니 (DVD Ani) / 2007년 4월
평점 :
품절



졸지에 인물들이 모두 패션고자가 되는 참사가 일어나지만 레이싱 묘사만큼은 기가 막히게 훌륭했다.

사실 사이버 포뮬러 작품 전부를 보겠다고 하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지나가야 할 코스이긴 하다. 이제나 저제나 하고 기다렸던 아오이 쿄코의 결혼 이야기가 등장하기 때문이다. 사실 카자미 하야토와 스고 아스카야 언제나 갈등을 일으켜왔으니(...) 이젠 만나던 헤어지던 개의치 않지만.. 아오이의 사장이자 양쪽에 카가 및 신죠를 휘황하게 둘러싸고 있던 그녀의 앞날에 관련된 이야기가 장황하게 펼쳐지기 때문에 되려 그녀가 주인공처럼 느껴지는 작품이었다. 당연히 하는 짓은 개판이면서 대쉬만 하는 나구모 쿄시로같은 인간은 뻥 차버려야 하겠지만, 남의 일이 아니었다고 해야 할까 ㅡㅡ

여러모로 건담이 생각나는 작품이었다. 평범한 성적을 냈다던 필 프리츠가 약빨로 달리질 않나(강화인간? 아니 그보다 스포츠에서 약물을 썼으면 도핑인데 주최측이라거나 그걸 아무도 신경쓰는 사람이 없었단 말인가?), 나구모 쿄시로가 듀랜달(정확히는 샤아 아즈나블)같은 말투로 이야기하질 않나, 시드 감독 특유의 캐릭터를 비꼬는 듯한 행동을 캐릭터가 스스로 취하는 장면, 자주 등장하는 샤워씬까지. 건담 시드에서 꼭 해보고 싶었는지 4화에서는 아스카의 젖꼭지까지 다 드러내버린다. 관람시 후방주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花音 2015年 01月號 [雜誌] (月刊, 雜誌)
芳文社 / 2014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그동안 망명북한펜센터는 정기 문학지를 발행하고 한국어와 영어로 출판해 전 세계 회원국에 베포했다. 그 외에 국제사회를 대상으로 북한에서 자행되는 종교 탄압, 인권 탄압, 핵무기 개발 피폭 사례, 수감 시설의 열악한 실태를 고발하는 증언 문학 작품집을 펴내고, 북한인권공모전과 북한인권 사진전을 개최했다.



보통 이런 주제가 알려지려면 남한 뿐만 아니라 외국에서도 출간이 되어야 하고, 그러려면 그들의 입맛에 맞게 문장들을 맞추어야 한다. 한강의 소설은 그 좋은 예가 된다. 계속 쓰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 한강은 5.18과 4.3 등 한국의 어려운 시절을 소재로 삼았다. 그런 걸 볼 때 고난의 행군은 사실 너무나 좋은 소재이다. 작가의 필체에 따라서 좋은 글로 완성되느냐가 갈릴 뿐.

낯선 책에서 환단고기 신도들의 냄새가 나는데. 사람들은 대체 지금 대한민국의 뭐가 아까워서 그리 잃어버린 과거를 확대하고 호도하고 싶어 절절매는지 모르겠다. 개인적으로는 냉수 마시고 정신 좀 차리라 하고 싶을 정도. 국어가 뭔 대수야 님과 님 가족들이 그보다 더 대단해요. 나는 당장의 어두운 이 시대를 타개하는 게 더 중요하다. 국뽕 정신에 뒤덮여계시니 이 책에서 하는 모든 소리가 다 헛소리같은 효과가 나더라.

북한의 해커 이야기는 흥미진진했다. 최근 뉴스를 보지 못한데다가 쓸데없는 기사들이 너무 많아서 정작 이런 중요한 이야기들은 묻힌 것 같다. 적당히 정치적인 귀중한 코너라고 생각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씨네21 No.1479 : 2024.11.05 - (앞표지 : <더 킬러스> 심은경, 뒤표지 : <공작새> 변성빈, 해준)
씨네21 편집부 지음 / 씨네21 / 2024년 10월
평점 :
품절



1. 받은 굿즈는 피규어 보관하는 곳에다 잘 두었다.

2. 퀴어물인 줄 모르고 아버지랑 같이 보았다 ㅋㅋ 아버지하고도 이야기했지만 높으신 분들이 지금 동성애를 혐오하고 국민들에게도 이를 부추긴 탓이라 본다. 사람들이 영화 내용이 뭔지도 모르고 준비하지도 못한 채 맞닥뜨린 현실; 아버지는 구역질을 느꼈다고 한다. 퀴어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당연한 현상이 아닌가? 덕분에 아버지와 서로 이야기는 했지만 내가 20대 때였다면 내가 먼저 발끈하고 서로 싸웠을 것이다. 다른 사람들에게 이런 불상사가 생기지 말라고 미리 써둔다. 그래도 이 정도면 스포일러는 아니니까.

3. 음악과 춤은 좋았다. 음악은 지금 OST로 다시 듣는 중이다. 춤은 내가 못 추는 분야라 어릴 때부터 동경했는데, 과연 배우는 그를 훌륭하게 소화해냈다. 그러나 문제는 전개였다. 가부장제의 맥없는 쓰러짐은 나와 아버지 모두를 분노시켰다. 나는 세상이 저렇게 호락호락할 리가 없다, 아버지는 집안의 가장이 저렇게 맥없이 꺾이면 안 된다는 이유였다. 어떻게든 해피엔딩으로 가려는 요즘 작품의 말로인가. 엔딩에서는 잘 이어지나, 작품에선 서로 얽힐 듯 말 듯 삐걱거리는 음이 들렸던 음악과 같았다. 요즘 치열한 설정은 레즈물에서만 남았다더니..

4. 집안 씨 다 말라버리는 막장물(...)이라고 봐도 좋을 듯하다. 처음부터 끝날 때까지 잠이 오지는 않는다 절대로 ㅋㅋㅋ 아버지도 시종일관 뒤집어지면서 봤으니까. 요즘 영화가 볼 게 없는 시대인데 부담없으시다면 한 번쯤 교육시키려 하는 내용을 참아가며 관람하길 추천한다. 나는 고향 사람들이 조금이라도 자신과 다르면 무슨 험악한 시선으로 대상자를 보는지 잘 알기 때문에 신명에게 공감하면서 봤다. 친한 사람에게는 욕설 쓰면서 이야기하기도 하고, 차별하는 사람에게는 고함 한 번 안 지르고 말도 간결하게 하는 그'녀'가 진정 쿨걸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소년이 온다 -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한강 지음 / 창비 / 2014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눈 코 입이 조금씩 튀어나온 게 밉지 않고 귀엽구나, 머리는 꼭 흑인 댄서 같구나, 미용실에서 파마 안 해도 되겠다야. 그러나 열아홉살의 여름이 지나자 누구도 그녀에게 그런 말을 하지 않았다. 이제 그녀는 스물네살이고 사람들은 그녀가 사랑스럽기를 기대했다. 사과처럼 볼이 붉기를, 반짝이는 삶의 기쁨이 예쁘장한 볼우물에 고이기를 기대했다. 그러나 그녀 자신은 빨리 늙기를 원했다.



동호라는 소년은 자신의 집에서 세들어 살고있던 친구가 무자비한 폭력에 의해 죽어가는 것을 본 것 같으나 확실하지 않다. 처음엔 광주 시민들에게 시신을 찾아주는 역할을 했던 그는, 청년들이 총으로 무장하기 시작하자 자신도 그 무리에 남았다. 결국 그는 죽고, 그 속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은 트라우마에 시달리며 하루하루를 보낸다. 죽은 사람들은 원혼이 되어 자신의 시신이 다른 시신들과 뒤엉킨 채 썩어가는 것을 지켜본다. 인간의 존엄이란 무엇인가? 고름과 각종 체액으로 뒤섞인 저것이 인간이란 말인가?

마지막에 살아남은 동호 어머니는 동호에게 따뜻하고 꽃이 있는 곳으로 나아가라 한다. 이에 대한 해석이 분분한데, 동호와 몇 마디 말도 나누었던 선주라는 캐릭터는 이런 말을 했다. 자신은 수치스런 일을 겪고 나서, 살아남기 위해 추운 곳으로 가야 했다고. 반대로 해석하자면, 따뜻하고 꽃이 핀 곳은 광주 사람들이 죽음을 무릅쓰고 정의라던가 의리를 지키는 그런 행위를 해야 하는 장소라고 본다. 동호 어머니는 안중근을 격려하는 어머니처럼 그의 영혼을 칭찬하고 보다듬은 것이다.

5.18 항쟁과 4.3 사건에 대한 이야기를 이로서 다 읽은 셈이다. 다음엔 세월호나 이태원 사고 등에 대해 집중해서 읽을 생각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