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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속 5센티미터(2disc) - 디지팩
신카이 마코토 감독 / 아인스엠앤엠(구 태원) / 2007년 8월
평점 :
품절
어느 정도의 속도로 살아야
너를 만날 수 있을까.
우리 앞에는
너무나 거대한 인생이 아득한 시간이
감당할 수 없게 가로놓여 있었다.
단 1분이 엄청나게 길게 느껴졌고,
시간은 분명히 악의를 품고
내 위를 천천히 흘러가고 있었다.- <벚꽃초>
상상을 초월하는 고독한 여행이 될 것이다.
진정한 어둠 속을 한결같이 한 개의 수소원자조차 만나는 일 없이
단지 심연에 있을 것이라고 믿는
세계의 비밀에 가까이 하고 싶다는 신념.
우리는 그렇게 어디까지 가는 것일까?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 <우주비행사>
영화 애니 소설 만화 그 모든 작품을 통틀어 이런 점수를 준 건 사토 유야의 소설 이후로 오랜만인 듯하다. (플리커 스타일이라는 책이
있다.)
점수를 안 주기도
뭐한데 그렇다고 점수를 줄 수는 없으니 '최악의
점수'를 줄
수밖에 없었다.
이래뵈도 나름 이틀동안 쓴
긴 글이다. 봐주시길 바란다.
1. 부왁. 역시 나랑 엄청나게 안 맞는 작품임에는 틀림이 없다. 하지만 좀 더 자극적이 되기를 바라고 추구하는 작품들의 향연이 되고 있는 지금
이 시대를 볼 때 상당히 퇴화된 작품이라서 특이하다고 생각한다. 울음이 나오는 슬픈 줄거리도 아니고. 그냥 솔로가 술 한병 앞에 놓고 나와
마주보면서 담담하게 자신의 짝사랑 시절을 이야기하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했는진 모르겠는데 난 언어의 정원 때라면
모를까 전혀 이 스토리에선 눈물이 나오질 않았다. 딱 거기까지였다. 이건 공감이 갈 수 있어야 즐길 수 있는 작품같다. 특히 벚꽃 이야기와 초속
5센티미터 이야기는 최소한 20대가 되어, 연애는 해본 후에 봐야 할 작품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유는 나중에 공개하기로 하겠다. 뭐 토오노
타카키가 채인 건 안된 일이라 생각하지만 결말이 깔끔해서 작품은 나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이 영화를 까는 이유는 '다루기 힘든
주제'를 그것도 너무 생략해서 다룬 탓에 이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심각한 착각을 하기 때문이다. 일단 이 영화의 주요 주제는 사랑이
아니다.
2. 이 글을 읽고 있는 분들은 혹시 아실지
모르겠는데 현재 대한민국 20~30대들을 언론에서는 삼포세대라 부른다. 일본에서 비슷한 단어로 사토리 세대가 있다. 일단 아카리와 타카키는
도쿄의 학교로 전학을 왔다가, 서로 다른 곳으로 뿔뿔이 흩어진다. 이전에 SNS에서 이야기한 적이 있는데, 아무리 서로를 진지하게 생각한다고
해도, 아무리 사회가 진보해도, 왠지 미성년자를 어른의 보호 하에 두어야 한다는 사회의 꼰대 의식은 바뀌지 않은 상태이다. 게다가 도시에선 마치
유목민처럼 살아야 하는 경우가 많아서, 부모님이 다른 지방으로 전근을 가게 되면 소년소녀들은 군말없이 학교의 좋아하는 친구들과 쿨하게 헤어져야
하는 입장이다.
타카키는 처음엔 그 상황을 나름대로 즐기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편지를 주고받는 행위조차 정겹게 느끼는 듯하다. 하지만 그녀가 있는 곳으로 전철을 타고 갈 때의 상황은 처참했다.
부모님이 왕복하는 데 기름값이 비싸다고 반대했는지 아니면 집에 자가용이 없었는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가 택한 교통수단은 집의 자가용이 아닌
전철이었다. 한밤중. 폭설 때문에 전철은 지연되고, 추워서 무언가 따뜻한 걸 먹고 싶지만 식사를 먹을 돈은 없고, 그녀의 편지마저 잃어버리면서
그는 점점 자신감을 잃어가고 지쳐간다. 그 모습이 담담히 지나가는 장면은 상당히 마음에 들었다.
글쎄. 2년 전 여름에 대전으로 갔을 때가
기억난다. 서울까지 버스를 탄 다음 대전까지 전철을 타고 누군가를 만나러 갔다. 무더운 여름이었고 시원한 것을 마시면서 갔고 전차는 약간
지연되긴 했지만 잘 갔다. 휴무를 어떻게든 4일로 잡아서 여유롭게 같이 지낼 수 있었다. 하지만 그 때 문득 그런 생각이 들긴 했었다. 내가
지금 사는 곳은 우리나라 남쪽 지방과는, 아니 어떤 지방이던 상관없이 꽤 멀어졌구나 하고. 무언가를 박탈당한 기분. 나만 정지되어 있지 않나
하는 초조감. 그리고 그것들이 절정으로 달할 때 오는 피로감. 아마 그것 때문에 타카키는 편지를 분실했는데도 아카리의 집주소를 물어보지 않은 채
그냥 헤어졌을 것이다. 아카리도 무슨 사정으로 기다리는 데 지쳐서 집주소가 편지에 적혀있었는데도 직접 가지 않은 거겠지.
3. 그런 타카키와 어찌보면 매우 상반된
입장에 있는 게 우주비행사에 나오는 카나에이다. 결말을 명확히 보여주진 않지만 난 이 우주비행사 스토리에 나오는 이 타카키와 카나에가 훗날에도
다시 만나서 커피 한 잔이라도 할 수 있을 것이라 본다. 여자아이는 꿈을 향해 한 발짝씩 움직이고 있지만 태생이 섬 출신의 우직한 여성이라서
설령 포기하는 모습을 보였더라도 남자 주인공을 기다릴 것 같기 때문이다. 이 카나에가 리뷰로 표현하기도 힘들 정도로 아름다운 캐릭터이기에 나는
이쪽에 2.5점의 점수를 주었다. 하지만 역시 이 남자애는 틀렸다고, 포기하라고 말해주고 싶었다. 그래서 1부와 3부에는 마이너스 점수를
주었다. 그렇다. -2점이다. 막말로 이 영화는 개허세라고 나는 생각한다.
4.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다.
초속 5센티미터 리뷰들에 대한
리뷰.
- 이 영화는 중요 주제가 사랑도 아니요 연애도
아니다. 깔끔한 이별과 추억에 대해서 말한 것이다. 여기엔 '옛날 애인들과 차 한잔 마시기도 겁나 힘들다 젠장' 같은 감독의 투정도 담겨있다.
난 이렇게 답하겠다. "감독님. 시인 류근씨처럼 사세요. 그거 어려운 거 아님."
- '첫사랑은 이루어지기 힘들다'는 말을 여기다가
대입하는 건 좀 그렇지 않나 싶다. 내가 첫사랑을 물고기 30마리가 헤엄치고 있는 어장관리인과 어마무시하게 해봐서 그런지(...생각해보면 내
주제에 그게 연애로 이어진 것만 해도 대단.) 몰라도 아무튼 내 생각은 그렇다. 첫 직장을 구하는데 직장에서 '우리는 경력자가 필요합니다'라고
말하면서 딱 짜르면 그건 그냥 그 직장이 선입견이 엄청 쎄거나 그냥 님이 맘에 안 들어서이다. 아무튼 내 감정 컨트롤이 힘들어서 그렇지 기술만
있으면 연애 쪽은 쉬우니 힘내라. 책을 많이 읽어라. 이론과 실전은 다르다지만 이론이 아예 없는 것보단 나을
것이다.
- 그런
의미에서 난 그래... 첫째 영화는 그렇다치고 셋째 영화 완전 이해가 안 간달까 우습달까 좀 그렇다. 최소 자기 관리는 좀 하고서 기다리는 게
맞지 않나? 내 생각엔 이 감독이 무라카미 하루키같이 좀 잔인한 면이 있는 것 같긴 하다. ("너랑 몸이 또 섞이느니 차라리 죽겠어 ㅇㅇ"
루트를 택한 여주.) 그나마 무라카미 하루키는 작품성이라도 있었지... 캐릭터 가치관도 확고했고. 게다가 틀린 말 한 건 아니다. 반대로
생각해보면, 나하고 헤어지고 나서 상대방이 술 쳐마시면서 담배를 다시 폈다느니 하면서 처 꼬나물고 밤새 질질 짜고 있어봐라. 좋아하다가도 확
식지. 남주 솔직히 완전 별로인게, 아니 사랑 없는 연애까지 한데다 지가 안 차고 그걸 못 버틴 여자가 찼다고. (문자 어감이 그럼. 3년간
무슨 고생을 했을지 나님 짐작도 안가네.) 분명히 사과도 안 했을 거다 그 인간 으으... 그렇다고 다른 목표를 세운 것도 아니지, 첫사랑과의
추억이 있는 거리 얼쩡거리고 옛 여친이 일하고 있는 빌딩 얼쩡거리고. 찾아가지 말고 제발 좀 그런 거 일기에 쓰던가 속으로만 생각하라고. 아무튼
요즘 무서운 세상인데, 여자도 아니고 남자가 평상시 그랬다면 모를까 안하던 짓하고 있으면 누구든지 피하고 싶을거라 본다. 그저 슬쩍 마주쳤다고
모르나? 한 눈에 다 파악했겠지. 집주소 알고 있으면서도 여주가 안 찾아간 데서 이미 인연은 끝난거다. 제발 그런거 좀 떠안고 살지 마라.
영화에선 여주가 착하니까 그러고 끝났지 현실에선 정말 호구 취급받을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둘째 영화 우주여행사의 여주는 남주를 다시 만날 희망이 있다. 저런 흑역사가 없기 때문이다.
- 볼때마다 왠지 불편한 아기자기한 화면과 여성의 다리
부각. 아키라 같은 작품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이 작품에서도 그런 장면들이 참 그저 그랬다. 뭐랄까 멜로를 좋아하지 않는 건 아닌데, 연약함과
작은 거 정말 좋아하는데, 그게 마치 아름다움의 전부인 마냥 반복해서 보여주는 게 마음에 안 든다. 우주비행사가 특히 나에게 와닿는 이유이지.
역시 난 웅장하고 장엄하고 멋있는 게 좋다. 특히 남자들에게 당부한다. 멋있어져라.
P.S 교훈은 다시 얻었다. 근데 난 솔직히 이걸
보고서 아름다운 이별에 대한 교훈을 얻느니 차라리 클래식 영화를 보라고 말해주고 싶다. 이 쪽에 대한 주제라면 많이 배울 수 있다. 그나마 그
영화에 나오는 남주는 배려심이라도 있었지, 이 남주는 정말 남에 대한 배려가 없어도 너무 없다.
그대
보내고 멀리
가을새와
작별하듯
그대
떠나보내고
돌아와
술잔앞에 앉으면
눈물
나누나.
그대
보내고 아주
지는
별빛바라볼 때
눈에
흘러내리는
못다한
말들 그 아픈 사랑
지울수
있을까
어느하루
비라도 추억처럼
흩날리는
거리에서
쓸쓸한
사람되어 고개숙이면
그대목소리
너무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너무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어느
하루 바람이 젖은 어깨
스치고
지나가면
내
지친 시간들이 창에 어리면
그대
미워져
너무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너무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이제
우리 다시는 사랑으로
세상에
오지말기
그립던
말들도 묻어버리기
못다한
사랑
너무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