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여름을 기억해 줘 우리학교 소설 읽는 시간
이인휘 지음 / 우리학교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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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만남은 기척도 없이 우연히 찾아옵니다. 오래전의 약속처럼 찾아온 만남은 기이한 인연 같기도 합니다. 그런 만남은 아주 특별하지만 반가운 소식을 물고 오는 까치의 지저귐처럼 좋은 일만 생기진 않습니다. 날카롭게 신경을 곤두세우는 쇠 긁는 소리처럼 불길한 기운을 몰고도 옵니다.



 


 

청기마을은 태양광과 관련된 시설을 설치하기 위해 마을 주변의 산을 밀어야 할 위기에 처한다.


그러나 산이 서울에서 온 사람의 소유지라서 쉽게 제지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주민들은 반대하지만, 사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들이 받게 될 보상금의 인상을 노리고 있다. 여기서 님비 현상의 복잡성이 잘 드러난다고 할까. 단순히 자연을 보호하기 위해 반대하는 사람은 몇 되지 않아 인상깊었다. 그 곳에서 사는 정서도 자연을 걱정하는 주민 중 한 명이었다. 한 편 그가 사는 집 뒤쪽에 있는 폐가에는 벽에 그림이 그려져 있었는데, 가족이 살해당했다고 소문난 집이라 소수의 언론들이 관심을 가지게 된다. 한부모가정에서 자라나 세상 풍파 다 거쳤지만, 다큐 영상에 관심이 많고 열정적인 성격을 지닌 산하도 흥미를 느끼게 되었다. 그녀는 내심 아버지를 그리워했는데, 어느날 꿈에 아버지가 나와 폐가가 있는 곳에 가보라 한다. 그녀는 폐가에 갔다가 정서와 친해지면서 점점 아버지에 대한 회상이 뚜렷해진다. 과연 산하의 꿈에 나온 아버지는 어떻게 돌아가셨으며 어떤 삶을 살아왔을까. 한편 산하는 그림보다는 숨겨진 능력이 많은 정서에 더 흥미를 지니게 되어 그를 데리고 서울로 올라간다. 그러나 정서에게는 숨겨진 게 더 있었으니, 바로 트라우마였는데... 그는 과연 서울여행을 무사히 마칠 수 있을까. 그리고 청기마을과 산은 어떻게 될까.

 

이인휘 씨의 소설 중 상대적으로 가장 가볍게 볼 수 있다. 그러나 만만치 않은 소설인 건 사실이다. 또한 뒤표지에 반전이 너무 많이 적혀 있으니 보지 않는 걸 추천한다; 반전이 전부인 소설은 아니다. 나레이션과 대사 자체에 무게가 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스포일러가 많은 후기는 좋은 추천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페이지가 쉽게 술술 넘어가며 몰입할 수 있는 이런 소설일 경우엔 더욱 그렇다.

 

"나무만 잘 보살펴도 물은 마르지 않아요. 가뭄이 들어도 나무가 울창한 깊은 산 계곡에는 물이 흐르잖아요."

설악산이나 금강산처럼 큰 산의 계곡에 흐르는 물은 10년 전, 또는 100년 전에 내린 빗물이 흘러나온 것일 수 있다고 했습니다. 숲이 깊으면 대지와 나무들은 빗물을 품고 있다가 가뭄에도 물을 내보낸다고 했습니다.



 


다 아는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정서의 차분한 설명이 마음에 와닿는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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