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작가님의 노벨 문학상 수상을 축하드립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요즘 범람하는 신변잡기적 에세이 풍의 표지와 제목의 분위기에서, 가끔 저녁 준비나 좀 하는 이야기에, 자주 하는 요리 레시피 몇 개 나오겠거니 하고 큰 기대 없이 들춰봤다가 큰 호통 들었다.













날달걀간장밥 정도가 직접 만들 수 있는 요리의 최대치였던 남편은 아내의 부상을 계기로 집안 식구들의 모든 식사를 죄다 도맡아 하기 시작한다. 그것도 한달에 한 권 가량의 책을 번역해내는 중노동을 하는 와중에. 요리를 비롯한 집안일과 업무를 병행하는, 거의 수도승에 가까운 고행을 이십여 년 동안 꾸준히 해왔다는 것에 저절로 경건한 자세로 각 잡고 읽어나가게 됨.


그러더니 언젠가부터는 자그마한 텃밭 스무 평을 빌려서 채소를 기르더니 드디어는 (그간의 노고를 가상히 여긴 아내분께서 통크게 사주신- 이거 중요! 밑줄 쫘악!) 꽤 큰 텃밭에서 어지간한 채소류는 직접 길러 자급하는 체계를 갖추기도 했다. 그뿐인가, 직접 키운 배추로 김장도 하고 장도 담그고 ... 대체 이 분은 그 무슨 수퍼맨인가 위버멘쉬인가 ...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상남자(상 차리는 남자)'의 자세, 요리로 정을 나누는 '식구食口'의 모습, 텃밭 농사가 가지는 생태적 의미 등등 꽤나 많은 것을 곱씹어보고 성찰하게 되는 책.


P.S. 어쩔 수 없이 두어 해 전에 반짝 회자되었던 [숲속의 자본주의자]와 비교를 하게 된다. 명문대 출신 부부가 미국 어느 숲속에 들어가 월든 같은 삶을 꾸리는 투쟁기를 기대하고 펴들었다가 어 이게 아닌데 싶어 살짝 실망했었다면, "자본주의에 반대하거나 귀농을 꿈꾸는 사람을 위한 책이 아니다"라고 분명히 선언하는 그 책 대신 이 책을 집어들면 되겠다.


제목에서 느껴지는 말랑말랑하고 낭만적인 분위기와는 다르게 이 책이 함의하는 메시지는 꽤나 과격하고 근원적이니까 ... [펜 대신 팬을 들다] 같은 아재 냄새 물씬 풍기는 말장난 대신 부제를 [숲속의 반자본주의자] 정도로 한다거나 ... 으응? 물론 농담이고 ... 이 책 펴낸 출판사는 [아내를 위한 레시피]라는 제목과 흔한 에세이 풍 표지로 봐서는 아마도 남성 독자층은 포기한 것으로 짐작되는데, 요리가 아니라 귀농이나 전원 생활 등의 키워드로 홍보 돌리면 독자층의 외연을 넓힐 수 있지 않을까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본서는 간지 및 오행의 기원을 관자 회남자 여씨춘추 춘추번로 논형 황제내경 등의 춘추전국 및 전한대 문헌에서부터 탐구하고, 당송대에서 현대에 이르기까지 사주명리 이론의 발달 과정을 되짚으면서 그 허구성을 분석하여 사주명리에 아무런 이론적 근거가 없음을 밝히고 있다. 예전에 나온 홍성국 선생의 저서와 비슷한 논리 전개를 펼치면서도 좀더 세밀하게 논박하는 부분들이 많았다. 국내에 소개된 자료들만을 기반으로 했다는 아쉬움이 그닥 느껴지지 않게, 상당히 많은 자료를 탐구한 결과물임.













심심풀이로 한두 번 사주 보러 가는 보통 사람(?)보다는 왕초보 어쩌고 같은 책 몇 권 보고 유투브 강의 좀 듣고 대운이 어떻고 편재가 어떻고 읊어대며 건방 떠는 부류들이 봐야 될 책.  


이런 부류가 요새 부쩍 늘어난 것이 '개노답 삼남매'의 등장 이후로 보이는데 ... 인문학적 느낌적 느낌이 들게 하는 번드르한 구라와 사기로 대중을 현혹해온 고미숙과 강헌, 전혀 의학적이지도 심리학적이지도 않은 명리심리학이니 뭐니를 들고 나와 의사의 가치를 그야말로 무당 수준으로 떨어트린 양창순(大한의사협회는 품위 유지 위반 회원 징계 이런 거 안 하나? 어디처럼 협회 신문 구독 정지 뭐 이런 거라도 좀 해라) 따위 얼치기 사주 장사꾼들이 끼치는 해악이 참으로 크다!    

고미숙은 자신의 저서 《나의 운명 사용설명서》에서 "사주명리학을 믿든 안 믿든 그건 자유다 (중략) 하지만 사주명리학의 토대가 되는, 우리가 살아가는 우주를 움직이는 힘들의 원리가 있고 그것이 곧 각 개체들의 운명에 깊은 영향을 미친다는 이 ‘앎의 법칙‘에는 이론의 여지가 있을 수 없다"라고 주장한다.
고미숙의 주장을 믿든 안 믿든 그건 자유다. 그러나 고미숙의 주장에는 이론의 여지가 많다. ‘우주를 움직이는 힘들의 원리‘가 음양오행을 가리키는 것이라면, 음양오행이 우주를 움직이는 힘들의 원리라고 말할 만한 근거가 아무것도 없고, 또 그것이 각 개체의 운명에 깊은 영향을 미친다는 주장에도 아무런 근거가 없다는 사실을, 사주명리학을 맑은 정신으로 공부하면 누구나 알 수 있기 때문이다. - P68

《명리, 운명을 읽다》와 《명리, 운명을 조율하다》의 저자 강헌은 "명리학이야말로 그 어떤 서양의 학문 체계보다도 인간과 우주의 관계, 인간 그 자체의 본질에 접근하는 데 있어서 많은 혜안을 던져주는 합리적인 학문"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주장에 대한 합리적 근거를 아무것도 제시하지 않는다. - P69

정신과 전문의 양창순은 《명리심리학》에서 사주명리학이 "동양의 성격학"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양창순이 교신 저자가 되어 조선대학교 상담심리학과 교수 정승아와 공동으로 《Yonsei Medical Journal》에 발표한 영어 논문에서는 개념의 모호성 등 여러 가지 한계를 인정하고 "it was difficult to establish objective and valid study criteria."라면서 객관적으로 타당한 기준 설정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difficult‘ 라는 단어를 사용했지만 ‘impossible‘하다는 사실을 학자로서의 양창순은 알 것이다. 객관적으로 타당성이 검증된 사주 이론은 아무것도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명리심리학》은 학자가 아닌 작가 양창순의 ‘작품‘인 셈이다. - P69

모두 현란한 언어의 향연일 뿐이다. 인문학적 지식과 상상을 뒤섞어 현학적인 말과 글을 아무리 그럴싸하게 지어내도 사주 여덟 글자가 우주의 기운을 나타낸다는 것을 증명하지 못하고, 사주 여덟 글자와 실제 삶의 인과적 연관성을 증명하지 못하면, 그것은 공중에 떠 있는 누각에서 벌어지는 말잔치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신기루에 현혹되어 남의 정신세계를 추앙하는 이들이 있고, 그 아류로 의심되는 이들도 있다. 사주로 ‘나‘를 알 수 있다는 말을 믿고 자신을 사주 여덟 글자에 꿰맞추는 이들도 있다. 또 망상에 사로잡혀 깨달음 운운하거나 입산 수도를 권하는 이들도 있다. 사주명리에 대한 대중의 환상이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다. - P71

사주명리학 비판자인 한의사 홍성국의 표현을 빌리면 "육십갑자 바이러스에 감염된 한국인" 비율이 점점 더 높아지고 있다. 일부 인사들이 그것을 부추기고 있다. 감염되어 정신이 혼미한 환자를 치료해야 할 정신과 의사까지 나서서 바이러스를 퍼뜨리고 있는 실정이다. 진짜 이유가 무엇인지 모르겠지만 양심을 속이고 자신의 어떤 이익을 위해 그러는 것이 아니라면, 그들 역시 육십갑자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이 틀림없다. - P72

고미숙이 말하는 ‘자신의 존재를 우주적 인과 속에서 보는 삶의 기술"은 인문학 과잉이 빚어낸 공허한 수사에 불과하다. 일간은 "존재의 축"이고 용신은 "운명의 우주적 거래"라고 고미숙은 말한다. 그러면서 흥에 겨운 듯 많은 이야기를 하지만 정작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우주적 근거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 P74

양창순은 한술 더 떠서 사주명리학이 "우주에 가득 찬 기로 내 출생의 비밀을 밝히는 학문"이라면서 "눈에 보이지 않는 우주의 기로 나를 아는 것"이라고 소설이나 드라마 대사 같은 주장을 한다.
동네북이 되어 버린 우주는 일단 차치하고, 사주가 "나를 아는 것"이라는 주장은 너무나 터무니없다. 세계 곳곳에 같은 사주를 가진 사람들이 과거에 숱하게 존재했었고, 현재에도 수없이 존재하고 있고, 미래에도 계속 태어날 것이므로 사주는 "내 출생의 비밀" 또는 "나를 아는 것"과 전혀 관련될 수 없다는 사실을, 양창순은 정말 모르는 것일까? - P7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대만의 대북, 조선의 경성, 만주의 대련 신경 등지에 세워진 일본 제국 시기의 건축물과 건축가 집단, 당시의 건축 자재 생산 및 수송 등에 이르는 제반 사항들을 심도 깊게 연구 고찰한 책으로, 저자의 2008년작인 日本植民地建築論에 바탕을 두고 있다고. 일제 시기 건축을 다룬 국내 저작에서는 잘 나오지 않는 대만과 만주의 건축까지 섭렵할 뿐만 아니라, 건축가들의 학맥 인맥 관계 등등 '내부의 사정'을 알 수 있다.
읽다 보니 만주국에서 조선은행이 은행권도 발권하면서 꽤나 세력을 키웠던 것으로 나오고, 당연히 대련, 봉천, 장춘 등지에 지점도 세우고 했던데, 당시의 지점들은 한국은행이 중국 정부로부터 돌려받을 수 없나?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국민학생 때 서점에서 우연히 발견했던 강렬한 제목의 책, [사랑과 비즈니스에는 국경이 없더라]를 볼 때의 감동을 다시 느낄 수 있었다. 저자의 말대로 '차를 만들며 거의 동시에 공장을 세웠다는 것도, 또 자동차를 만들어 본 경험이 전혀 없는 사람들을 뽑아 훈련과 작업을 동시에 진행하며 임무를 완수했다는 것도' 그야말로 놀라울 수 밖에 없는, 될 때까지 무조건 해보던 시절의 이야기. 


   

   





이런 현대자동차의 모습에, 아라이 소장과 수행원들 사이에는 부정적인 공감대가 굳어졌고, 숙소로 돌아온 아라이 소장은 평소의 그답지 않게 무척이나 고민하는 모습이었다고 이노우에 주임이 전했다. 그날 저녁 대단한 주당인 이노우에 주임과 아라이 소장은 새벽까지 둘이서 술잔을 권커니 잣거니 하였는데, 당시 그들의 대화 내용은 대략 다음과 같았다고 한다.
"어이, 이노우에, 이놈의 회사에서 과연 엔진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자네 생각은 어떠한가?"
"글쎄요, 제대로 된 기계 가공을 해본 사람들 같아 보이지도 않고, 엔진 공장을 짓겠다는 장소는 갯벌인데 그 위에 과연 기계를 설치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설령 겨우 설치했다 한들, 지반이 흘러내릴 텐데 제대로 가공이나 할 수 있을까요?"
"허허, 참, 그러게 말이야 … 사장이 나더러 결정하라고 하니 이거 참 어쩌면 좋지?"
아라이 소장은 이미 대다수의 일행 사이에 굳어진 부정적인 시각에 수긍하면서도, 무슨 영문인지 이번엔 그답지 않게 주저하는 모습을 보이며 못내 아쉬워하더라는 것이었다. 이렇게 고민하던 다음 날, 경주를 관광하게 되었는데 이노우에는 이때 아라이 소장이 경주의 유적에서 매우 깊은 인상을 받은 것 같았다고 했다. 특히 에밀레종 앞에서 깊은 생각에 잠긴 듯, 한참을 서성거렸는데 그때 그의 얼굴은 무엇인가 결심한 듯 보였다고 했다.
그다음 날, 아라이 소장은 동행했던 모두의 앞에서 그동안 암묵적으로 동의했던 의견을 뒤엎고, 자신은 이제 현대자동차와의 기술제휴를 결심했다며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고 한다. 그의 입을 바라보고 서 있던 수행 기사들 앞에서, 그는 한국 조상들이 자기네 조상들보다 우수했으므로, 그 후손들인 한국 사람들도 잘만 가르쳐 주면, 엔진쯤은 반드시 잘 만들 수 있으리라 판단했다고 선언하더라는 것이다. 다들 눈이 휘둥그레졌지만, 그의 권위에 감히 도전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는 것이다. - P45

현대와 폭스바겐이 자본 제휴를 구체적으로 협의하기 시작한 것은 1978년 7월, 정세영 사장을 따라 본사의 기획실 간부와 내가 동행하여 볼프스부르크에 있는 폭스바겐의 본사에 찾아갔을 때였다. 현대는 당시 74년 형, 폭스바겐의 소형 전륜구동 차, 골프Golf가 맘에 들었다. 딱정벌레 모습으로 유명한 비틀Beetle의 후계 차량으로 나온 것이었다. 폭스바겐 측에선, 일본에 밀리지 않기 위해, 동양에서 일본과의 경쟁에 맞설 수 있는 가격대의 자동차를 만들 전진 기지가 필요했다. 이것이 바로 양사를 협의회장으로 이끈 동기였다.
폭스바겐엔 골프 외에도 파사드Passat와 아우디Audi라는 중형차가 있었는데, 포드에서 마크IV를 공급받지 못할 때, 후속 차로 걸맞은 모델들이었다.
또 골프보다 더 작은 차로 폴로 Polo, 더비Derby 등도 있었다. 6천 명의 인원과 2만여 평에 이르는 폭스바겐의 기술 센터를 방문해보니 여러 가지 최신형 모델의 자동차를 시험하고 있었는데, 당시 현대의 수준에서 볼 때 그들은 저 높이 까마득한 존재로서 언제 그들의 기술을 쫓아갈 수 있을는지 상상조차 힘든, 그야말로 산봉우리 같은 존재였다. 현대자동차는 폭스바겐이 가진 자동차 개발력의 뒷받침만 있다면, 일본과도 충분히 겨룰 수 있다고 생각했다. - P253

폭스바겐과 협의를 추진하던 중에도, 현대는 프랑스의 르노, 이탈리아의 란치아와의 협력 가능성에 대해 타진을 했다. 르노는 국영 회사였지만, 개인 회사인 푸조에 비하여 매우 경영이 잘되고 있었고, 전륜구동 차 개발에도 유럽에서 가장 앞선 회사였다. 그러나 기술 제공의 대가를 너무 많이 요구해, 홍정도 하지 못한 채 교섭은 결렬되었다. 란치아는 피아트의 자매 회사로 피아트의 고급 차종을 만들기도 하는, 기술 수준이 아주 높은 회사였다. 그러나 그들 회사가 당시 경영 위기에 처해 있었기 때문에 현대와 책임을 분담할 정도의 재정적인 투자를 하기는 힘들었고, 현대 또한 그들의 그런 조건은 수용키 힘들었다. 협상 시, 대부분 회사가 현대 측에 요구했던 공통점은 현대자동차의 경영 참여와 역할이었다. 그렇게 함으로써, 현대가 독자적으로 신기술 개발에 계속 투자하여 독립하게 되는 것을 억제하는 한 편, 오로지 값싸고 우수한 생산 인력을 이용하여 경쟁력 있는 차를 저렴하 게 생산함으로써, 당시 태양처럼 우뚝 솟아오르는 일본 차와 대결하게 하여 일본의 기세를 꺾어보자는 것이 그들의 주요 목적이었다. - P255


댓글(1)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비로자나 2023-04-08 14: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아하니 강명한 씨의 저작을 자식인 강태호 씨가 출판사 하나 차려서 다시 펴낸 것으로 보인다. 거창하게 말하자면 조상현창사업인 셈인데, 그러다보니 편집 등에서 뭔가 2프로 부족한 느낌. 이 정도면 펴내겠다는 출판사들 많았을텐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