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역이라는 서물이 워낙 동양 지혜의 정수 쯤으로 자리매김하다 보니,

고래로 유가, 도가, 심지어 불가에서까지 한다 하는 천재들은 한 번쯤 건드려 봤던 것이 주역의 해석사가 되겠다. 

이런 전통은 요즘에도 이어져서 소위 재야의 동양학자, 점술가 등등까지 달라붙어서, 이름이 조금 알려졌다 싶으면 관련서를 한 권씩 내다 보니

가짓수는 번잡하게 많되 정작 독자들이 읽을만한,

꼭 읽어야 할 서적들이 파묻히는 경향이 있다.

 

그야말로 나쁜 책이 좋은 책을 쫓아내는 격.

 

여기 알라딘에도 보니 추천서랍시고 제일 위에 올려놓은 책들 꼬락서니가 ...

 

 

 

자, 이번에는 주역 필독서 한 번 챙겨보자.

 

  

 

먼저 ... 개론서라고나 할까? 두어 권 훑어주는 것도 좋겠다.

 

주역에 나오는 익숙치 않은 개념들을 잡는데 약간의 도움을 줄 것이다.

 

 

 

 

 

 

 

 

 

 

 

 

 

 

 

 

[역학원리강화]는 1950년대에 나왔으니, 거의 '고전'의 반열에 드는 책으로, 주역의 기초, 하도낙서의 원리 등에 대해 문답식으로 재미있게 풀이하였다.

[우주변화의 원리]를 위한 서론 격이라고 할까 ...

 

이에 비해 [역의 원리]는 요즘 시각으로 잘 풀이한 개론서.

 

이런 개론서 류에서 잘못 빠지면 하도 낙서, 선천 후천, 음양오행, 사주명리, 정역 등등으로 나가게 되니 ... 주의(?)를 요망한다. ^^

 

 

주백곤이나 남회근 선생의 저작들 같은 좀더 학술적인 주역 사상 입문서로 중심을 잡아주도록 하자.

 

 

 

 

 

 

 

 

 

 

 

 

 

 

 

 

 

 

 

개론서를 맛보았으면, 본격적인 탐구로 들어가자.

 

주역에 있어서, 교과서와도 같은 책이 두 권 있다. 표준이지.

 

먼저, [주역왕한주(周易王韓注)].

 

 

 

 

 

 

 

 

 

 

 

 

 

 

 

 

위나라 때의 요절한 천재소년 왕필(王弼)의 작품이다.

천재다운 시건방짐으로 ... 주역의 역경 부분에 대한 해설이라 볼 수 있는 역전에는 따로 주석을 달지 않으셨다. 역전 지은 놈들이랑은 같은 급이라, 이거지.

해서, 역전 부분에는 한강백(韓康伯)이라는 분께서 주석을 달아서,

합하여 이름하니 [주역왕한주].

 

이 판본은 당나라 때 [십삼경주소(十三經注疏)]라는 유교경전 정리작업에

공영달 아저씨의 주소가 덧붙여져서 [주역정의(周易正義)]라는 이름으로 들어가서

탄탄대로를 걷게 된다.

 

요즘은 다행히도 전문 연구가에 의한 번역본이 있다.

 

1998년도에 처음 나왔는데, 두 번인가의 개정을 거쳤다.

번역본은 보지 않아서 번역에 대한 왈가왈부는 생략.

 

 

천 년 가까이 표준적인 판본으로 자리매김한 [주역왕한주]의 아성에 도전한 책이

바로 주자의 [주역본의]. 번역자는 [주자어류] 등에 나온 관련 내용까지 꼼꼼히 훑어서 실어주었다. 참고로, 주자의 주역 입문서인 [역학계몽]도 두 종이 번역되어 있다.

 

 

 

 

 

 

 

 

 

이 책 역시, 정이천의 [역전], 흔히 [이천역전(伊川易傳)]과 함께 편집되어 [주역전의대전(周易傳義大全)]이라는 이름으로 역시나 조선시대에 들어와 권위 있는 교과서 역할을 도맡은 [사서오경대전(四書五經大全)]에 포함되었던 판본. 따라서 조선시대의 선비들이 가장 많이 본 판본이 되겠다.

 

 

 

 

 

 

 

 

가장 먼저 추억의 퍼런 표지로 나왔던 현토완역 주역전의는 좀더 산뜻하고 진중한 옷을 입고 나왔고, 가장 최근에 나온 경학연구원판까지 해서 삼파전이 형성되고 있다.

 

조선 경학사의 최고봉, 다산 선생의 [주역사전]도 번역되어 나왔다.

 

 

 

 

 

 

 

 

 

 

 

 

 

 

 

 

19세기의 갑골문, 20세기의 마왕퇴한묘백서, 곽점초간 등의 고고학적 성과로, 경학에 있어서도 혁명적인 변화가 일어나게 된다. 이런 최근의 연구성과들은 기존 통행본들의 애매모호한 부분들을 전혀 다른 새로운 시각에서 밝혀주고 있다. 오해에 오해를 거듭하며 구구절절, 중언부언했던 것이 역학사의 한 단면일진데, 잡설을 쏙 빼고 담백하게 읽어보자. [고형의 주역] 및 그 한국어판 번역자인 김상섭 선생의 저서들이 대표적이다.   

 

 

 

 

 

 

 

 

 

 

 

 

 

 

 

 

 

그 외 개성적인 시각으로 주역을 풀이한 책들.

 

 

 

 

 

 

 

 

독특한 시각을 보여주는 책 한 권.

 

 

 

 

 

 

 

 

 

참고로, [최고의 고전 번역] 주역 부분 비평자 곽신환 교수의 코멘트 :

 

시중에서 구할 수 있는 주역 번역서는 적지 않다. 1990년대 이후 출간된 것만 대충 추려봐도 서정기 역, 김석진 역, 박병대 역, 김상섭 역, 양학형 역, 김인환 역, 임채우 역, 이기동 역, 백은기 역, 서대원 역, 성백효 역, 김흥호 역 등이 있다. 이들은 주역을 번역했지만 제목이 반드시 ‘주역’이라 돼있진 않다. 관심을 끌려고 부제가 주제를 덮어버린 경우도 있다.


그런데 이들 번역서 중엔 번역서라 보기 어려운 것들도 있다. 주역이라는 경전이 갖는 특징때문이다. 우선 판본의 문제가 있고, 해석의 갈래 문제가 있다. 현재 통용되는 주역은 經 부분과 이른바 10翼이라 불리는 傳 부분이 붙어있다. 경 부분은 64개의 괘와 이 괘에 붙어있는 판단의 말로 구성돼있다. 10익은 그동안 공자의 저작, 또는 적어도 공자 문하생들이 스승의 철학을 바탕으로 저작한 것을 통설로 여긴다. 翼, 곧 날개라는 이름이 상징하듯 주역은 이 열개의 날개를 얻음으로 인해 그 공간적 확대와 시간의 시련을 견디어내는 보편성과 탄력성을 획득한 것도 사실이다. 한대 이래로 10익으로 經을 해석하는 것과 10익을 나눠 해당 경문아래 붙여둬 이 부분에 대한 해석의 표준으로 삼아온 전통이 있다. 그러나 이런 흐름에 대한 반발도 결코 약하지 않다. 우선 ‘周易本義’라는 저술을 통해 기존의 주역 이해에 강력하게 도전한 주희도 경과 전을 분리해 주역 해석에 傳에 의한 선입견을 배제하려했다. 조선조 유학자들의 주역 이해에는 주희의 관점이 상당히 반영돼있다.


위의 번역들은 경만을 번역한 것, 경과 전 모두 번역한 것, 그리고 특정인의 주석을 번역한 것으로 나눌 수 있다. 또 ‘주역전의대전’처럼 주석을 합쳐 놓은 것에 대한 번역도 있다. 그런데 경 또는 경과 전을 함께 번역한 경우엔 대부분 역자의 해석이 장황하게 붙어있다. 특정 역학자의 주석을 곁들여 번역한 경우는 번역 자체에만 충실하려 했다.  


또 번역자들과 관련된 문제가 있다. 주역 번역은 대학전공자보다는 江湖에 숨은 고수가 이름을 드러낸 경우가 많다. 長短이 있을 수 있지만, 분명한 건 강호의 제현들에게서 발견되는 문제는 공자가 말한 ‘생각하되 배우지 않으면 위태롭다(思而不學則殆)’는 폐단, 즉 주관적 사유와 개인적 체험에 지나치게 의존함으로써 결과적으로 객관성의 결여나 비뚤어진 통찰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주역번역엔 여러 고전연구가들과 한학자들도 상당수 합류하고 있다. 여기에다 역술가들까지 합치면 어지러울 정도다. 이율곡은 “무릇 역은 만사의 근본으로 善惡과 邪正이 모두 여기에서 나온다. 그러므로 역을 배우다가 잘못돼 그 큰 뜻을 잃고 사특한 이론에로 들어간 경우도 있다”라고 해 주역 공부의 위험성을 경고한 바 있다.


따라서 주역번역에 있어서 얼마나 원전에 충실하며 쉽게 읽히느냐의 문제만을 다루긴 어렵다. 전혀 방향이 다른 주해서가 많다는 것과 해석의 갈래가 심하다는 것, 여전히 의미가 모호한 글자와 구절들이 많다는 것 등이 그 이유다. 예컨대 건괘의 괘사이며 주역에서 처음으로 등장하는 구절인 元·亨·利·貞을 원, 형, 이, 정으로 할 것이냐 아니면 원형, 이정으로 할 것이냐에 대해서도 권위적인 학자들이 여전히 대립하고 있는데 어느 하나만 고집하긴 어려운 현실이다. 왜냐하면 양갈래 길이 너무나 길고 찬란하게 전개되고 있기에 한쪽만 취하고 나머지를 버리는 것이 모험에 가까우며, 또 이후 이뤄진 길이 아깝기 때문이다. 역자들 대부분이 여기서 애매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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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대생 2015-05-13 12: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주역을 공부하고자 하는 학생으로서 어떻게 입문을 해야할지 헤매다가 이 글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많은 도움 받고 갑니다. 좋은 하루 되십시오!

비로자나 2015-05-13 13:12   좋아요 1 | URL
음 ... 다시 읽어보니 너무 이런저런 책이 많이 나열되어 있군요.
개인적으로는 김상섭 선생의 번역본을 선호하는 편입니다. ^^

표맥(漂麥) 2016-03-15 08: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정말 괜찮은, 개념있는 정보글이군요...감탄^^

에륙 2024-09-14 11: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선생님의 글에서 내공이 느껴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