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을 잡아끄는 제목, 의사는 수술받지 않는다!
더구나 저자는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명문 의대 출신.
거기다가 아프리카에서 의료봉사를 하기도 하고,
아유르베다까지 배워왔다 하니
뭔가 열린 사고로 기성 의료계의 문제점을 신랄하게 비판할 것만 같다!
더구나 출판사에서 원고를 거절당한 끝에
본인이 직접 출판사를 차려서 책을 펴내었다 하니,
대체 얼마나 논쟁적이고 위험한 내용이길래 그럴까!
.... 라고들 예상하고 책을 집어들텐데,
돈만 된다면야 이런 류의 책 펴내줄 출판사는 천지에 널렸을 텐데
기어코 거절당한 것은 아마도 원고의 수준이 아직 책으로 펴내기엔 설익어서가 아니었을까.
서양 의학에 대한 비판, 아주 환영하는 분야인데다 내부자 고발에 해당하니 어지간하면 내가 이런 얘기 안하는데 ...
중구난방으로 몇몇 에피소드들을 끄적이다가, 딱히 공감되지 않는 결론인지 뭔지 모를 마무리를 대충 하고는 끝이다. 어디서부터 지적을 해야할지를 모를 정도로 어안이 벙벙하다.
출판사에서 내 원고를 거절하면 음모론을 제기하기 전에
기본적인 글쓰기 연습부터 하자고요 ... 응?
그래요, 압니다. 의대 교육이란 것이 글 잘쓰고 논리적으로 생각하고 하는 훈련과는 거리가 멀죠. 그저 전문적이고 협애한 지식만 암기하면 끝이죠.
괜찮아요. 이제부터 시작하시면 됩니다.
남들이 흔히 말하는 고전에서부터 소설, 뭐 이런 것도 좀 읽으시고
다른 글도 좀 써보고, 첨삭지도라도 좀 받고 하시고 나서 책을 좀 펴내주세요.
주변에 사람이 마땅찮으면 저라도 어떻게 해드릴테니. 연락하세요.
깊은 경험에서 우러나온 반성을 녹록치 않은 필력으로 서술하는 영미권 의사/작가들에 비하려니 너무 부끄럽고, 그나마 양방 의사들 중에는 글 좀 쓴다는 (그리하여 어느 소설가가 통째로 가져가다시피 표절해가서 꽤나 권위 있는 문학상까지 받을 정도였더랬지) 박경철 정도만 되어도 좋겠는데.
(그러고 보니 사실상 문학상까지 받으며 등단한 거나 진배없는 작가분께 "글 좀 쓴다는" 운운하며 ... 그분과 동급의 수준을 요구하는 건 무리인가도 싶다. 박경철 작가에게 사과드린다. 무례를 용서하시라. 2005년 동인문학상은 당신이 받은 거라고 생각한다.)
책은 일단 표지 전시용으로 딱 좋아서 잘 보이는 곳에 놔뒀지만 ...
무려 세 권이나 더 펴내셨 ...
주위에 진실한 조언을 해줄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니.
책도 좀 재미있게 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