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처방들을 설명하는 방제학 서적인데, 기초적인 생리 병리도 살짝 들어가 있고, 본초에 대한 설명도 살짝 들어가 있고, 생소하다 싶은 용어 설명까지 되어 있다. 전공자가 아니라도 이 책 한 권을 읽으면서 한의학의 기초적인 개념을 잡을 수 있게 하겠다는 설정은 역시나 전공 과정에서 따로 한의학을 배우지 않는 의사들이 한약을 커버하는 일본에서 나온 책 답다고나 할까. 예과생이 (생리 병리 본초가 곁들여진) 방제학의 '에센스'를 '한방'에 보고 싶을 때 읽으면 좋겠다 싶음.   


반면 일본 저자의 책임에도 화한의학 특유의 설명 방식이 덜 느껴지는 것은 저자가 중의학을 배운 영향인 듯. 읽으면서 뭔가 의종금감 산보명의방론을 현대식으로 새로 쓴다면 이런 스타일이지 않을까 싶은,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느낌적인 느낌이 들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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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자나 2025-10-11 17: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나왔던 [천진처방해설]이라는 책이 중국 방제학 서적을 일본에서 번역한 것을 중역하지 않았었나?
 

현대지성이라는 출판사가 있다. 이런저런 책들을 내지만, 대체로 클래식 총서로 많이 알려진 곳인데 ... 개인적으로는 특정 언어권 번역진이 너무 몰려 있다거나(저 많은 고전들을 한 사람이 죄다 번역하고 있다고?), 경력이 뭔가 뜬금없다거나, 택도 아닌 선전 문구를 내세운다거나(논어나 도덕경 같이 분량도 얼마 되지 않는 책을 굳이 '무삭제 완역본'이라는 걸 내세워야 하는가?),

아니 사실은 솔직히 말하면 표지의 저 초록이라기보다 칠판 색깔에 가까운 암록색이라 해야 하나 아무튼 저 바탕색과, 그 밑에 띠지도 아닌 것이 띠지 흉내 내는 것처럼 둘렀지만 너무 짜리몽당해서 미적으로 불쾌한 골짜기에 진입해버린 홍보 코너(?)가 개인적 취향과 사맛디 안하 잘 사보지는 않게 되는 출판사이다.

저렇게 책과 약간의 관련이 있는 고전 명화를 큼지막하게 넣는 고전 총서류로는 한길사의 그레이트북스 총서가 대표적이겠다. 이후 수많은 출판사들의 고전 총서 표지 디자인이 이런 식으로 흘러간 것까진 좋은데 ... 아오 저 칠판 색깔은 진짜 ... 바탕색이 흰색 계열이면 어떤 그림이 와도 크게 거슬리지가 않는데, 시각적으로 상당히 거슬리는 둔탁한 칠판 색깔이 깔리니까 좋은 그림들이 같이 거무튀튀하게 보이쟈네 ...

혹시라도 현대지성 클래식 총서의 바탕색이 그냥 흰색 계통이었다면 나도 짜리몽땅한 띠지 느낌의 요상한 밑부분은 어찌 눈을 질끈 감고, 좀더 많이 사봤을지도 모른다. 생각해 보니 저기서 나온 책은 안데르센 동화집, 딱 하나 가지고 있구나.
아무튼 질색팔색하는 형식의 표지 디자인 포맷을 그대로 따라한 (물론 다른 출판사의) 책 표지가 보여서 한 마디.











아, 제목은 또 랑시에르의 책 제목에서 따왔다. 출판사 책소개에도 언급함: "자크 랑시에르가, 19세기 노동자들의 말하기에 '사유의 지위'를 부여하는 시도로 <프롤레타리아의 밤>을 세상에 내보였다면, <프롤레타리아 여인의 밤>은 가진 것 1도 없는 무산자 여자의 말하기에 '사유의 지위'를 부여하는 시도라고 할 수 있겠다."

'1도 없는' 같은 표기를 출판사 책소개에서 보다니 ... 하아 ...

그래서 오늘의 레슨: 현대지성 클래식 표지 따라하기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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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국 교수님께서 대우고전총서로 [비극의 탄생]을 번역해서 냈을 때부터, 이 책 저 책 슬슬 하다가 언젠가는 [짜라투스트라]도 내시겠구나 하고 기다려온 세월이 거의 20년에 가까워지는지라, 일단 출간을 축하드린다. 대우고전총서로만 저렇게 주르륵 늘어놓을 수 있으니, 실제로 책장에 꽂아두면 보기도 좋다.









[짜라투스트라]의 초고에 해당하는 니체 전집 16권 [유고(1882년 7월-1883/84년 겨울)] 번역을 비롯, (하이데거의 [니체] 같은 주요 연구서를 비롯) 다수의 니체 저서 및 연구서를 번역/저술하신 박찬국 교수님 답게 너무나 자세한 해설과 주석이 본문과 거의 비슷한 분량으로 들어간 것으로 보여, [짜라투스트라]의 결정판이 나온 듯 하다. 





그런데 뭔 아카넷 25주년 기념판이라고 표지 디자인을 새로 한 걸 보니 구매 의욕이 ... 국내 최고 어쩌구 하는 워크룸프레스 작품이라는데, 아휴 무슨 취지인지는 대강 알겠는데 ... 일단 내 취향은 아님. 제일 먼저 지만지 천줄읽기 시리즈 표지가 좀 생각나더라. (그리고 로마자를 저렇게 "FRIEDRICH"처럼 한 글자씩 세로쓰기 하는 것도 뭔가 거슬리더라? "EIN BUCH"처럼 이어지면 그건 또 괜찮음.) 


기념은 출판사 내부에서 조용히 하시고, 독자들은 그냥 예전 주황색 대우고전총서 디자인으로 모실 수 있었으면 싶다. 출판사 관계자 제위여, 이걸 보신다면(다 보고 있는 거 안다) 여태 대우고전총서를 사모은 기존 독자들도 좀 고려해 달라. 이 기념판이 호떡집에 불난 듯 팔려 2쇄를 찍게 되면 다시 원래(?) 표지로 돌아가려나 ... 그러러면 이 페이퍼는 안 올려야 되려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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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 재미나게 보던 『절차탁마 대기만성』의 한 부분이 성서 판본학이라 칠십인역 관련서가 나왔다기에 반가웠다. 책은 물론 현대 판본학의 입장에서 아래의 전설 따라 삼천리 같은 내용을 광정하고 있고, 충실하게 핵심적인 내용들을 짚어주고 있다. 찾아보니 예전에 성바오로에서 나온 책도 있네.













칠십인역을 번역한 책들도 참조할 것.














그리스어 오경이 나온 이유에 대한 가장 잘 알려진 설명은 『아리스테아스의 편지』라고 불리는 고대 문서에서 발견할 수 있다. BC 2세기 중반의 것으로 추정되는 이 문서는, 한 세기 앞서 프톨레마이오스 왕실에서 발생했다고 알려진 사건의 목격담으로 구성돼 있다.
『아리스테아스의 편지』에 따르면, 모세의 ‘신성한 율법‘(즉, 오경)은 프톨레마이오스 2세 필라델포스(Prolemy II Philadelphus, BC 285-246년 재위)의 요청으로 번역됐으며, 왕의 사서인 팔레룸의 데메트리우스(Demetrius of Phalerum)는 이를 알렉산드리아에 있는 왕의 유명한 소장품 목록에 넣고 싶어 했다. 아리스테아스 자신이 예루살렘의 대제사장을 설득해 유대 전쟁 포로를 석방하는 대가로 번역을 해달라고 주선했다. 72명의 번역가들은 예루살렘 성전에서 파견돼 프톨레마이오스의 궁궐에 도착했다. - P42

학자들은 이제 『아리스테아스의 편지』를 전부까지는 아니어도 대부 분 허구라고 여긴다. 그 신빙성에 대한 의심은 히에로니무스(Jerome)의 글을 연구할 때 나타났지만 17세기에 이르러 커졌고 역사적 오류와 현저히 낮은 개연성에 비추어 비로소 증폭되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팔레룸의 데메트리우스는 알렉산드리아의 사서가 아니었을 수 있다. 아리스테아스(프롤레마이오스 궁중의 비유대인)도 『아리스테아스의 편지』에 나열된 유대 관습이 익숙하지 않았을 것이다. - P43

이런 관용어 문구를 다른 언어로 번역할 때 그 의미는 보존되지 않는데, 의미에 문화가 녹아 있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이 그리스어 오경에도 영향을 미쳤다. 제사장 활동을 다룬 본문에서 흔한 히브리어 관용어 하나는 "손을 가득 채우다"로, 실질적으로 ‘안수하다‘라는 의미이다. 그러나 번역가들은 이 히브리어 관용구를 문자 그대로 그리스어로 바꿨고(예, 출 32:29; 레 8:33), 결국 우리에게 그렇듯, 고대 독자들에게도 이상하게 들릴 만한 "손을 가득 채우다"라는 구절을 만들어 냈다. - P69

예를 들어, ‘바다‘(‘얌‘[yam])를 가리키는 히브리어 단어는 이스라엘에서 지중해를 바라보는 방향인 ‘서쪽‘을 일컬을 수도 있다. 번역가들은 그들의 작업 중에 ‘얌‘[yam]을 볼 때마다 그 히브리어가 명백히 ‘서쪽‘을 가리키더라도(예, 창 12:8) 대개 이를 ‘바다‘(‘탈라사‘[thalassa])에 해당하는 그리스어 단어로 바꾸었다. - P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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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작가님의 노벨 문학상 수상을 축하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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