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서는 간지 및 오행의 기원을 관자 회남자 여씨춘추 춘추번로 논형 황제내경 등의 춘추전국 및 전한대 문헌에서부터 탐구하고, 당송대에서 현대에 이르기까지 사주명리 이론의 발달 과정을 되짚으면서 그 허구성을 분석하여 사주명리에 아무런 이론적 근거가 없음을 밝히고 있다. 예전에 나온 홍성국 선생의 저서와 비슷한 논리 전개를 펼치면서도 좀더 세밀하게 논박하는 부분들이 많았다. 국내에 소개된 자료들만을 기반으로 했다는 아쉬움이 그닥 느껴지지 않게, 상당히 많은 자료를 탐구한 결과물임.













심심풀이로 한두 번 사주 보러 가는 보통 사람(?)보다는 왕초보 어쩌고 같은 책 몇 권 보고 유투브 강의 좀 듣고 대운이 어떻고 편재가 어떻고 읊어대며 건방 떠는 부류들이 봐야 될 책.  


이런 부류가 요새 부쩍 늘어난 것이 '개노답 삼남매'의 등장 이후로 보이는데 ... 인문학적 느낌적 느낌이 들게 하는 번드르한 구라와 사기로 대중을 현혹해온 고미숙과 강헌, 전혀 의학적이지도 심리학적이지도 않은 명리심리학이니 뭐니를 들고 나와 의사의 가치를 그야말로 무당 수준으로 떨어트린 양창순(大한의사협회는 품위 유지 위반 회원 징계 이런 거 안 하나? 어디처럼 협회 신문 구독 정지 뭐 이런 거라도 좀 해라) 따위 얼치기 사주 장사꾼들이 끼치는 해악이 참으로 크다!    

고미숙은 자신의 저서 《나의 운명 사용설명서》에서 "사주명리학을 믿든 안 믿든 그건 자유다 (중략) 하지만 사주명리학의 토대가 되는, 우리가 살아가는 우주를 움직이는 힘들의 원리가 있고 그것이 곧 각 개체들의 운명에 깊은 영향을 미친다는 이 ‘앎의 법칙‘에는 이론의 여지가 있을 수 없다"라고 주장한다.
고미숙의 주장을 믿든 안 믿든 그건 자유다. 그러나 고미숙의 주장에는 이론의 여지가 많다. ‘우주를 움직이는 힘들의 원리‘가 음양오행을 가리키는 것이라면, 음양오행이 우주를 움직이는 힘들의 원리라고 말할 만한 근거가 아무것도 없고, 또 그것이 각 개체의 운명에 깊은 영향을 미친다는 주장에도 아무런 근거가 없다는 사실을, 사주명리학을 맑은 정신으로 공부하면 누구나 알 수 있기 때문이다. - P68

《명리, 운명을 읽다》와 《명리, 운명을 조율하다》의 저자 강헌은 "명리학이야말로 그 어떤 서양의 학문 체계보다도 인간과 우주의 관계, 인간 그 자체의 본질에 접근하는 데 있어서 많은 혜안을 던져주는 합리적인 학문"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주장에 대한 합리적 근거를 아무것도 제시하지 않는다. - P69

정신과 전문의 양창순은 《명리심리학》에서 사주명리학이 "동양의 성격학"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양창순이 교신 저자가 되어 조선대학교 상담심리학과 교수 정승아와 공동으로 《Yonsei Medical Journal》에 발표한 영어 논문에서는 개념의 모호성 등 여러 가지 한계를 인정하고 "it was difficult to establish objective and valid study criteria."라면서 객관적으로 타당한 기준 설정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difficult‘ 라는 단어를 사용했지만 ‘impossible‘하다는 사실을 학자로서의 양창순은 알 것이다. 객관적으로 타당성이 검증된 사주 이론은 아무것도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명리심리학》은 학자가 아닌 작가 양창순의 ‘작품‘인 셈이다. - P69

모두 현란한 언어의 향연일 뿐이다. 인문학적 지식과 상상을 뒤섞어 현학적인 말과 글을 아무리 그럴싸하게 지어내도 사주 여덟 글자가 우주의 기운을 나타낸다는 것을 증명하지 못하고, 사주 여덟 글자와 실제 삶의 인과적 연관성을 증명하지 못하면, 그것은 공중에 떠 있는 누각에서 벌어지는 말잔치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신기루에 현혹되어 남의 정신세계를 추앙하는 이들이 있고, 그 아류로 의심되는 이들도 있다. 사주로 ‘나‘를 알 수 있다는 말을 믿고 자신을 사주 여덟 글자에 꿰맞추는 이들도 있다. 또 망상에 사로잡혀 깨달음 운운하거나 입산 수도를 권하는 이들도 있다. 사주명리에 대한 대중의 환상이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다. - P71

사주명리학 비판자인 한의사 홍성국의 표현을 빌리면 "육십갑자 바이러스에 감염된 한국인" 비율이 점점 더 높아지고 있다. 일부 인사들이 그것을 부추기고 있다. 감염되어 정신이 혼미한 환자를 치료해야 할 정신과 의사까지 나서서 바이러스를 퍼뜨리고 있는 실정이다. 진짜 이유가 무엇인지 모르겠지만 양심을 속이고 자신의 어떤 이익을 위해 그러는 것이 아니라면, 그들 역시 육십갑자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이 틀림없다. - P72

고미숙이 말하는 ‘자신의 존재를 우주적 인과 속에서 보는 삶의 기술"은 인문학 과잉이 빚어낸 공허한 수사에 불과하다. 일간은 "존재의 축"이고 용신은 "운명의 우주적 거래"라고 고미숙은 말한다. 그러면서 흥에 겨운 듯 많은 이야기를 하지만 정작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우주적 근거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 P74

양창순은 한술 더 떠서 사주명리학이 "우주에 가득 찬 기로 내 출생의 비밀을 밝히는 학문"이라면서 "눈에 보이지 않는 우주의 기로 나를 아는 것"이라고 소설이나 드라마 대사 같은 주장을 한다.
동네북이 되어 버린 우주는 일단 차치하고, 사주가 "나를 아는 것"이라는 주장은 너무나 터무니없다. 세계 곳곳에 같은 사주를 가진 사람들이 과거에 숱하게 존재했었고, 현재에도 수없이 존재하고 있고, 미래에도 계속 태어날 것이므로 사주는 "내 출생의 비밀" 또는 "나를 아는 것"과 전혀 관련될 수 없다는 사실을, 양창순은 정말 모르는 것일까? - P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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