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출판계에서 애정하는 그노무 '하버드' 타이틀 달고 나온 책이 또 한 권 나왔길래 이건 또 뭔가 싶어서 보니 저자가 윌리엄 제임스 ... 으음? 이름이 똑같네? 설마 같은 이름을 가진 교수가 하버드에서 지금 강의를 하고 있단 말이야? 라고 생각하면서 저자 약력을 보니 우리가 익히 아는 바로 그 윌리엄 제임스다 ...
야 이놈들아 ... 19세기 철학자가 쓴 책에다가 [하버드 철학수업]이라고 제목 붙여서 내놓으면 돼 안돼? 그럼 롤스의 A Theory of Justice 도 [하버드 윤리학 수업], 뉴턴의 Principia Mathematica 는 [캠브리지 물리학 수업] 뭐 이렇게 해서 내놓을거냐?
(하버드 이름 딴 철학 책들이 참 많긴 하구나)
거기다가 '하버드에서 펼쳐지는 철학 명강의를 생생하게 그리고 있는 책이다'라고 해서 마치 엊그제 나온 따끈따끈한 강의 실황중계라도 되는 양 묘사했는데, 윌리엄 제임스 백년도 더 전에 죽었다고요.
뭔가 상당히 고의적인 냄새가 나는 것이 ... 책 날개에 윌리엄 제임스 저자 소개를 하면서 생몰연도는 절대 안 밝힘. 소개만 읽으면 아직 살아있는 원로 교수라도 되는 줄?
미국 국립과학아카데미가 최고의 철학서로 뽑았다고 하는데 원서명도 안 나와서 (물론 원서명이 Harvard Lecture on Philosophy 는 아니었겠지) 뭘 가지고 번역했는지도 알 수 없고 ... Some Problems of Philosophy 인가 해서 뒤져보니 이건 또 다른 책이고 ...
암튼 요 맹랑한 출판사, 기억해두겠다. 2월 중순에 출간된 책인데 벌써 리뷰는 20건이나 올라있네? 참 가지가지한다 ...
라고 쓰고서, 이 글에다가 책 표지 태그 걸려고 검색하는데 무려 콰인의 Elementary Logic 이 무려 [하버드 논리학 수업]이라는 제목으로 역시 올해 초에 나온 사실을 막 알게 되었다 ... 그래, 니들이 이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