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나 했더니 역시나 였다고 할까. 헌책 애호가의 헌책 상찬기를 읽어나가면서 연배로 봐서 이분도 혹시, 싶었는데 중간에 숨책 이야기 나와서 반가웠고, 그럭저럭 잘 살고 있고, 아직도 가끔 알라딘 중고서점에 밀려 구석탱이로 숨어버린 헌책방을 찾고, 숨어있는 헌책을 읽고 있습니다. 


숨책이 그래도 어느 정도 활발하던 무렵에 [전작주의자의 꿈]이 나왔을 때는 다들 모여서 잔치도 하고 했는데, 그게 벌써 20여 년 전인가 ...   

헌책이라는 사물과 헌책방이라는 공간을 애호하는 사람들이 모여 조곤조곤 소통하는 그 온라인 공간이 나는 정말 좋았다. 항상 가장 흥미진진한 것은 ‘헌책방 방문기‘였다. 그 글들을 읽고서 혼자 서울 시내 헌책방을 어지간히도 찾아다녔다. 커뮤니티에는 헌책에 관한 한 둘째가라면 서러울 마니아들이 적지 않았다. 그들은 절판된 책들의 서지(書誌)는 물론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그 가치가 높은 책들을 줄줄이 꿰고 있었다. 몇몇은 서평집, 산문집 등 저서를 가진 저자이기도 했다. 헌책도 역시 책이기에 헌책 애호에 앞서는 것은 역시 독서였던바 그들 또한 대부분은 열성적이고 지독한 독서광들이었다. - P41

미리 방문하기로 정한 헌책방 한두 군데에 들렀다가 근방의 적당한 식당에 들어가 술을 나눠 마시며 두런두런 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만나서 하는 일의 전부였다. 각자 그날 건진 책들에 대한 자랑도 빠질 수 없었다. 그렇게 놀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몰랐다. 나는 그들과 가까워졌고 그들을 좋아하게 되었으며 그중 몇몇과는 서로 친구라 불러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사이가 되었다. 친구들은 대부분 사회생활을 하고 있었다. 돌아보건대 그들에게 헌책방 동호회는 직장 생활 스트레스 해소의 한 방편이기도 했을 것이다. 친구란 워낙 그런 사이이듯 우리는 굳이 헌책방에 가지 않더라도, 그러니까 별 까닭 없이도 같이 밥을 먹거나 술을 마시려 만나고는 했다. 때로는 놀다가 막차마저 보내버렸다. 누군가의 집이나 방은 그날 밤의 아지트가 되었다. 어떤 아지트든 그곳에는 책이 가득했다. 수많은 책들에 둘러싸여 우리는 옹기종기 둘러앉아 술잔을 기울여가며 시와 소설과 문학과 사랑과 인생과 미래에 대해 되는대로 떠들어댔다. 그러니까 그것은 꿈, 꿈같은 시간들이었다. - P43

우리가 자주 찾았던 헌책방은 낙성대의 흙서점, 홍제의 대양서점-이곳은 아버지와 아들이 한 동네에서 각각 점포를 운영했다-, 용산의 뿌리서점, 서울대 근처의 책상은책상이다, 한성대 부근의 삼선서림, 외대 앞의 신고서점, 서대문의 어제의책 등이었다. 드물게는 아벨서점이 있는 인천의 배다리 헌책방 골목으로 순례를 떠나기도 했던 것 같다. 홍대 앞의 온고당과 신촌의 공씨책방은 문턱이 닳도록 드나들었을 것이다. 아마도 짐작하는 독자가 있겠지만 역시 우리의 본거지는 헌책방 숨어있는책이었다. 온라인에서는 프리챌 커뮤니티 숨어있는책이었고. 우리는 두 곳 모두 사랑해마지않았다. - P44


댓글(1)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박균호 2024-06-19 14: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작주의자의 꿈 ..제가 참 아끼고 좋아하는 책이에요. 저 책을 바이블 삼아 헌책 수집한 기억이 생생하네요. 지금은 강원도 어디 우체국에서 일하신다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