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자유의 길
로드 브라운 그림, 줄리어스 레스터 글, 김중철 옮김 / 낮은산 / 2005년 4월
평점 :
<마다가스카>의 줄거리
사자 알렉스는 뉴욕 센트럴파크 동물원 최고의 인기 스타다. 타고난 품종은 정글의 왕이지만 사실 알렉스는 동물원 인기 스타인 자신을 자랑스러워하고 정글 구경은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다. 알렉스의 친구들인 얼룩말 마티와 기린 멜먼, 하마 글로리아도 온실 속 화초처럼 동물원의 안락한 생활이 익숙하기만 하다.
그러던 어느 날, 호기심 많은 마티가 그들의 고향 남극으로 탈출기회만을 노리는 정체불명 펭귄 특공대의 꾐에 빠져 야생에 대한 꿈을 안고 외출을 시도한다. 알렉스와 친구들은 사라진 마티를 찾기 위해 동물원 밖으로 나가게 되고, 사람들에게 발견된 동물 4인방은 갑갑한 동물원 탈출을 모의했다는 오해를 받은 채 아프리카로 향하는 배에 오르게 된다.
이 동물 4인방이 포획된 배를 남극을 향한 배로 잘못 착각한 펭귄 특공대는 재빠르게 선박을 빼앗아 항로를 바꾸는 사이, 4인방이 갇혀 있던 상자가 바다로 떨어지면서 알렉스와 친구들은 미지의 정글 마다가스카에 표류하게 된다.
지금까지유욕의 동물원에서 안락한 삶을 살아온 이들이 과연 거친 야생의 정글 마다가스카에서 살아갈 수 있을 것인가? 아니면 다시 센트럴파크의 동물원으로 돌아갈 것인가.
<자유의 길>의 줄거리
파란 바다를 항해하는 커다란 배. 바다엔 흑인들의 시체가 떠다닌다. 병든 사람과 죽은 사람은 헌신짝처럼 바다에 내던져진다. 흑인들은 차곡차곡 곡식자루처럼 쌓여있고, 발은 쇠사슬로 묶여 있다. 사람을 실은 배라기보다는 물건을 보관한 창고처럼 보인다.
노예로 팔려간 흑인들은 자유를 얻기 위해 도망친다. 그러다 잡혀온 노예는 모두가 보는 앞에서 피투성이가 될 때까지 채찍으로 맞고, 더러는 주인에 의해 살해된다. 흑인들은 "하느님은 왜 우리를 구하시지 않나?"고 절규한다. 그래도 노예를 물건으로 취급하던 대다수의 사람들 속에서도 소수의 의인들은 흑인들에게 자유를 주기 위해 노력한다.
<영화와 책 속으로>
모두들 <마다가스카>라는 애니매이션은 재미있게 보았는데 『자유의 길』은 그다지 재미가 없었다니 만화보다는 책이 인기가 없다는 것이 실감되는구나. 사실 선생님이 초등학교 다닐 때도 지금처럼 책보다는 TV 만화인 황금박쥐, 요괴인간, 마린보이 같은 만화영화가 아이들에게 ‘인기짱’이었단다. 그런 만화영화를 하는 시간에는 동네가 텅텅 빌 정도였으니까 말이야. 지금이나 예전이나 책은 따분한데 만화는 재밌다는 것이 어린이들의 공통된 생각 같구나. 사실을 말하자면 너희들이 보았던 할리우드 애니매이션 <마다가스카>가 아주 재미있었단다. 만화영화를 보고자란 너희들의 아빠들께서도 <마다가스카>를 아마도 재미있게 생각하실 거야.
너희들이 영화에서 보았듯이 <마다가스카>의 배경은 뉴욕의 동물원이다. 그곳에서는 사람들이 동물들을 먹여주고 재워주고 보살펴주지. 동물원은 어떤 점에서는 동물들의 낙원이라고 할 수 있지. 그곳에서는 먹을 것도 걱정 안 해도 되고, 잠잘 곳도 걱정 없지. 더구나 맹수들에게도 잡혀 먹힐 염려가 없으니 그야말로 안전지대 아니겠니. 그러나 야생에 사는 동물들을 한 번 상상해보렴. 야생에서 육식동물들은 먹이감을 구하러 사냥도 나가야 하고, 초식동물들은 특정한 나뭇잎과 열매를 찾아다녀야 하고 이만저만 피곤한 게 아닐 거야. 게다가 힘이 약한 동물들은 힘센 동물들에게 잡아먹힐지도 모르니 늘 경계를 해야 할 거야. 그러니 얼마나 스트레스가 쌓이겠니. 너희들 같으면 안전한 동물원을 택하겠니, 위험한 야생을 택하겠니?
경민: 동물원이요. 야생은 위험하니까요.
하영: 저는 야생이요. 동물원은 답답하잖아요.
그래. 동물원은 답답하지만 안전한 곳이고, 야생은 위험하지만 자유가 있는 곳이지. 지금 남자인 경민이는 안전한 곳을 택한 셈이고, 여자인 하영이는 자유로운 곳을 택한 셈이로구나. <마다가스카>에서도 사자인 알렉스는 경민이처럼 동물원이 더 좋다고 생각하고, 얼룩말인 마티는 하영이처럼 야생이 더 좋다고 생각하지. 정태야, 얼룩말인 마티는 사자인 알렉스와 하마인 글로리아와 기린인 맬먼에게 어떤 제안을 하지?
정태: 야생으로 가자는 제안이요.
그래. 이 영화 속에서 얼룩말 마티는 런닝머신에서 운동을 하지. 그러나 야생에서의 얼룩말은 매일 푸른 초원을 힘차게 달리니 따로 운동을 할 필요가 없어. 런닝머신에서 달리기를 한다는 것은 평소에 운동을 안 한다는 증거지. 영화 속의 마티의 몸을 생각해봐. 다리가 삐쩍 마르지 않았니. 운동부족 때문이지. 매일 스테이크와 같이 기름진 음식을 먹고 운동을 하지 않으니 몸이 그렇게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겠지.
이 영화에서 얼룩말인 마티가 야생으로 가자고 했을 때 사자인 알렉스는 반대를 하면서 이런 말을 하지. “야생에서는 정제된 음식을 먹을 수 없어.” 여기서 정제된 음식이란 열매나 채소와 같이 자연 그대로의 음식이 아니라 인간에 의해 가공된 음식을 말한단다. 그러니까 알렉스의 말을 바꾸어 보면 이런 말이 되는 거란다. “야생에서는 초콜릿, 피자, 감자칩, 아이스크림, 햄버거를 먹을 수 없잖아? 그러니 나는 동물원에 있을 거야.” 따지고 보면 너희들도 일상생활 중에 정제되지 않은 음식을 많이 먹는단다. 어떤 음식이 정제되지 않은 음식일까?
하영: 고구마요.
경민: 야채요.
정태: 생선회요.
그래. 바로 그런 것들이 정제되지 않은 음식이란다. 사람이 기르지 않고 자연 상태에서 자라난 야채나 고기나 나물 같은 음식들이 바로 정제되지 않은 야생의 음식이란다. 그런데 고구마도 인간이 재배한 고구마가 있는가 하면 자연 상태에서 사람의 손길을 받지 않고 자란 고구마가 있단다. 야채나 생선회도 마찬가지란다. 시장에 가서 생선회를 보면 양식장에서 키워낸 생선이 있는가 하면 푸른 바다에서 마음대로 자란 자연산 생선도 있단다. 돼지도 인간이 키운 돼지가 있는가 하면 야생에서 자란 멧돼지도 있단다. <마다가스카>에 나오는 동물들은 사람이 주는 밥을 먹으면서 자랐기 때문에 우리 안에서 사람이 키운 동물이나 다름이 없단다.
우리 속에서 자라는 돼지는 아무런 걱정이 없겠지. 돼지는 배만 부르면 최고니까. 그런데 수많은 돼지 중에 이상한 돼지가 있다고 한 번 생각해보자. 그 돼지가 이런 생각을 한다고 생각해보렴. “나는 밥만 먹고 못 살아. 배가 부른 게 최고라지만 나는 배부른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고 생각해. 나는 이 우리 안의 생활이 지긋지긋해. 우리를 빠져나가고 싶어.” 바로 이 돼지처럼 얼룩말인 마티도 배부른 생활에 싫증을 느끼고 야생으로 돌아가기를 결심하지.
야생은 곧 ‘자연’을 의미한단다. 자연은 인간의 손길이 닿지 않게 ‘그냥 놓아둔 상태’란다. 아프리카 밀림은 사람이 접근하기 힘든 곳이니까 바로 그곳이 인간의 손길이 닿지 않는 자연이라고 할 수 있지. 그러나 ‘자연농원’은 이름에는 '자연‘이란 말이 들어가지만 결국 그곳은 인간이 만든 곳이니까 ‘인공농원’이라고 불러야 옳단다. 폭포도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자연폭포가 있는가 하면 인간의 힘으로 물을 끌어올려서 떨어지게 하는 인공폭포도 있지. 이 영화를 보면 초원과 풀밭이 그려진 벽화가 나오는데 그것이 바로 ‘인공자연’이란다. 그것은 자연처럼 보이게 하려고 꾸며진 일종의 ‘가짜 자연’이란다. 너희들이 아는 ‘가짜 자연 ’에는 어떤 것들이 있니?
선재: 식물원이요.
진욱: 에버랜드요.
그래 그런 곳들이 바로 인공자연, 즉 가짜 자연이란다. 사자들을 풀어놓은 ‘사파리’라는 곳도 사실은 야생처럼 위험한 곳이 아니라 안전한 곳이란다. 관람객들의 안전을 위해서 미리 사람들이 여러 가지 장치를 해놓았으니 ‘인공자연’이라고 할 수 있단다. 얼룩말 마티는 가짜 자연이 아니라 진짜 자연으로 돌아가기를 희망하고 있지. 마티는, 비록 좋은 음식, 정제된 음식을 수 없더라도 자유로운 곳으로 돌아가고 싶은 것이란다. “배부른 것을 선택할래, 자유를 선택할래”라고 마티에게 묻는 질문에 마티는 당당하게 “자유를 선택할래”라고 대답한 셈이란다. 자, 자유를 선택한 마티와 마티를 따라간 친구들에게는 어떤 일이 있었는지 비디오를 보면서 생각해보자.
배가 표류되어 도착한 곳은 자연 그대로의 땅이란다. 진짜 자연이지. 그러나 이 마티와 그 친구들은 그것을 가짜라고 생각한단다. 왜냐면 진짜 자연을 한번도 본 적이 없기 때문이란다. 하늘에 떠있는 별들을 헬리콥터로 아는 마티 일행은 마다가스카를 샌디에고 동물원이라고 착각한 나머지 바위도 가짜고 나무도 가짜라고 생각하지. 그러나 그것은 진짜였지. 가짜 자연이 아니라 진짜 자연이었던 거야.
만약 너희들도 마티 일행처럼 진짜 자연에서 자짜 자유가 아닌 진짜자유가 주어진다면 어떻겠니?
경민: 공부 안 해도 돼요.
진욱: 학원에 안 가도 돼요.
하영: 아침에 일찍 일어나지 않아도 돼요.
정태: 마음껏 놀 수 있어요.
선재: 일하지 않아도 돼요.
그래. 마다가스카에 도착하면 너희들도 그렇게 자유롭게 생활할 수 있으니 얼마나 좋겠니? 학원에 안 가도 되고, 마음껏 놀 수 있고, 늦게까지 잘 수 있으니 좋겠지. 매일 방학이나 다름없는 거겠지. 두 달만 방학해도 기분이 좋은데 방학이 계속되니 정말로 신나지 않겠니.?
그런데 영화 속에서 기린 맬먼은 얼룩말 마티에게 걱정스런 말투로 “우리에게 불운이 닥칠 거야.”라고 말하지. 그러나 마티는 “주위를 둘러봐. 담장도 없어. 스케쥴도 없어. 아름다운 경치뿐이야.”라고 말하면서 마다가스카에서 자유롭게 지내자고 말하지. 그러자 마티의 이런 말을 들은 다른 친구들이 “아니야. 이런 환경은 견딜 수가 없어.”라고 마티에게 불만을 표시하지. 그러자 마티는 “그래, 난 재미있는 이 땅에서 놀 거야. 너희들은 너희 땅에서 놀아.”라고 말하고 신나게 초원을 달리지. 그러나 마티의 친구들 말처럼 마다가스카는 즐거운 곳만은 아니란다. 마다가스카 그곳은 악어가 예쁜 병아리를 잡아먹는 곳이고. 무시무시한 독을 가진 벌레들이 우글거리는 곳이란다. 더구나 그곳에서는 자기가 먹을 것을 스스로 마련해야 한단다. 너희들도 먹는 것 잠자는 것을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면 어떻겠니?
하영:굶어 죽을 수도 있어요,
진욱:공부도 못해요.
정태:너무 위험해요.
정태 말처럼 영화 속의 마티 일행도 마다가스카를 위험한 곳으로 생각하고 여기에 계속 있다가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도와주세요 HELP‘라는 구조 표시를 만들지. 사람들이 구해주기를 바라는 거야. 사람들을 피해서 달아났으면서도 다시 사람들이 구해주기를 바라는 거야. 우습지 않니?
너희들도 부모님이 일체 간섭을 하지 않는다고 상상해보렴. 공부해라, 학원 가라, 일찍 일어나라, 편식하지 마라. . . . 이런 잔소리가 없다면 얼마나 행복하겠니. 그러나 그것도 하루 이틀이지. 부모님이 계속 나에게 잔소리하지 않고, 명령도 하지 않고, 네가 스스로 알아서 해라, 라고 한다면 너희들도 조금 불안해지지 않겠니.
진욱: 저는 안 불안해요.
진욱이는 용감하구나. 그러나 모든 문제를 네가 해결해야 한다면 하루하루 살아가기가 힘들지 않겠니. 돈도 벌어야 하고, 집도 마련해야 하고, 여러 가지로 힘들겠지. 더구나 너희들은 아직 미성년이란다. 아직은 부모님의 간섭을 받아야 할 나이라는 거야. 간섭을 받는다는 것은 자유를 제한 받는 거란다. 너희들이 학교에 가는 것도 어떤 점에서는 자유를 제한 받는 것이란다. 자유는 내 스스로 결정하는 건데, 너희들이 초등학교 입학을 너희들이 결정한 거니, 학원에 가는 것을 너희들이 결정한 거니? 모두 부모님이 결정해놓고서 너희들에게 따르라고 하는 강요하는 것은 문제가 아니겠니?
진욱, 경민: 맞아요.
그래. 어른들이 결정한 것을 너희들이 따라야 한다면 그것은 너희들이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이란다. 그러나 너희들에게 완전한 자유를 준다면 모든 것을 너희 스스로 ‘판단’하고 ‘선택’해야 한단다. 어떤 책을 읽을까, 어떤 것을 먹을까, 어떤 학원에 갈까… 아마도 너희들은 매우 혼란스럽고 불안할 거야. 자유는 편하고 좋은 것이라고 생각했겠지만 이렇게 자유라는 것은 혼란스럽고 불안한 것이란다. 그렇다면 자유를 포기해야만 할까.
정태, 하영: 아니요.
자유를 포기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겠니. 자유를 선택하면 스스로 선택하고 판단해야 하고, 자유를 선택하면 혼란스럽고 위험한 상황이 닥치는데 어떻게 해햐 이 상황을 극복할 수 있겠니? 책 『자유의 길』에서도 이렇게 써있지 않니? 그곳을 한번 선재가 읽어보렴.
주인이 북부군과 함께 밭에 와서는 이렇게 말하는 거야.
“너희들은 자유다. 더 이상 나는 너희들의 주인이 아니야. 하고 싶은 대로 해도 좋다. 백인처럼.”
느닷없이 이런 말을 듣게 되면 어떤 느낌이 들까.
노예 얼굴을 봐, 너는 그 얼굴에서 무엇을 보니?
그들이 행복할 거라고 생각하지. 그런데 왜 그들은 겁을 먹은 듯이 보일까?
자유롭게 된다는 게 무엇이든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다는 건 아니었어.
자유로운 몸이 되었다지만 그들이 어디로 갈 수 있었겠니?
땅도 없고, 집도 없었어.
돈도 없고 살 곳도 없는데, 자유로이 되었다고 당장 무엇을 할 수 있었겠니?
자, 노예가 자유를 얻었다고 해도 땅도 없고, 집도 없고, 배운 것도 없는데 무슨 일을 할 수 있겠니? 만약에 너희들이 자유를 찾은 노예라고 생각해보렴. 너희들은 자유가 고맙겠니. 아니면 자유 때문에 불안하겠니? 우물쭈물 하는 것을 보니 뭐가 뭔지 모르겠는가 보구나. 그래, 바로 그것이 너희들의 솔직한 대답이란다.
선생님에게도 완전한 자유가 주어진다면 그래서 모든 것을 스스로 선택하고 판단해야 한다면 무척이나 혼란스러울 거다. 스스로 법을 만들어야 하고, 스스로 규칙도 만들어야 하니 얼마나 피곤하겠니. 우리가 사는 사회의 법을 지킨다는 것은 어떤 점에서는 자기 자신을 부자유스럽게 하는 것이란다. 자동차를 타고 마음대로 마음 내키는 대로 가지 않고 교통법규를 지키며 운전을 하는 것은 스스로 자유를 구속하는 것이란다. 만약에 내 뜻대로, 내 마음대로 차를 운전하겠다고 한다면 병원에는 교통사고 환자들이 바글바글할 거야. 세상 사람들이 내 뜻대로 자유롭게 살고 싶다면 세상은 아마 너무 위험한 세계가 될 거야. 그런 세계는 법이 없는 밀림의 세계나 다름이 없겠지. 바로 마다가스카가 그런 곳이란다. 겉으로는 아름다운 것 같지만 독이 있는 벌레가 우글거리고, 강한 동물이 약한 동물을 잡아먹는 곳이 바로 마다가스카란다. 그곳에는 자유가 있는 대신 법도 없고, 규칙도 없단다. 아주 위험한 곳이지. 너희들이 알고 있는 자연은 겉으로는 아름다운 곳으로 보일지 몰라도, 실제는 삵쾡이가 다람쥐를 잔인하게 잡아먹는 세계란다. 그리고 너희들이 숨쉬고 살아있는 세계는 비록 부자유스런 곳이지만 법이 있고, 규칙이 있고, 지켜야할 도덕이 있는 곳이란다.
진욱: 그래도 지켜야 할 것이 너무 많으면 힘들어요.
경민: 너무 공부만 하는 것도 좋지 않아요.
그건 옳은 말이다. 선생님도 일이 많으면 짜증이 나고, 늦잠을 잘 수 있는 일요일은 너무 좋단다. 선생님이 대학 졸업 후에 회사에 다녔거든. 그런데 회사를 그만 두고 학교에 온 것도 사실은 방학이 있어서란다. 방학에는 놀 수도 있고, 책도 마음대로 볼 수 있으니까 얼마나 좋니? 어쨌든 세상에 규칙이 많으면 피곤하겠지. 가령 조선시대에는 ‘남녀칠세부동석(男女七世不同席)’이라는 말이 있었고 이 말이 지시하는 사항을 지켜야 했단다. 이 말의 뜻은 ‘남자와 여자는 일곱 살이 되면 같은 자리에 함께 앉으면 안 된다.‘라는 것이야. 어때, 너희들은 이런 사항을 지키고 싶겠니. 모두들 웃는 것을 보니 지키기 싫은 모양이구나. 이런 규칙은 정말 사람을 피곤하게 만드는 규칙이지. 어떤 규칙들이 사람을 피곤하게 하는가를 잘 생각해서 사람을 피곤하게 만드는 규칙을 없애는 거나 개선하는 것이 바로 너희들이 스스로 자유롭게 되는 길이란다. 그렇다면 자유를 위해 필요한 능력이 무엇일까 생각해볼까.
방금 내가 말했지. 사람을 피곤하게 만드는 규칙을 없애거나 개선하는 것이 자기 스스로를 자유롭게 하는 길이라고. 그렇다면 ‘자유의 길’에는 어떤 것들이 필요하겠니? 너무 어려운 질문일까. 그러면 하나의 힌트를 줄게. 자유를 주면 자기 스스로 선택하고 판단해야 한다고 아까 선생님이 말했잖아.
하영: 판단력이요.
그래. 자유를 위해서는 판단력이 필요하단다. 판단력이 없는 사람에게 자유를 주면 오히려 자신에게 위험한 것을 선택할 수도 있지 않겠니. 그럼 판단력을 길러주는 것은 무엇일까?
선재: 공부요.
정태: 책을 읽는 거요.
그래 공부와 책읽기는 판단력을 길러주니까 ‘자유의 길’에는 꼭 필요한 거겠지. 또 무엇이 필요할까.
진욱:힘이요.
선생님: 힘? 그 이유는?
진욱:힘이 없으면 위험한 상태에서 잡혀 먹히잖아요.
그래 진욱이가 중요한 것을 지적했구나. 너희들이 읽은 책 <자유의 길>에서도 흑인들이 힘이 없으니까 자유가 주어져도 갈 데가 없지. 그래 힘이 있어야겠지. 힘에는 여러 가지 힘이 있단다. 힘을 한문으로 ‘力’이라고 쓰고 ‘력’이라고 읽는단다. 공부를 잘하면 실력이 있는 것이고, 돈이 많으면 금력이 있는 것이고, 권세가 많으면 권력이 있는 것이고, 힘이 세면 체력이 있는 것이지. 사람에게는 어느 정도 이런 힘들이 필요하단다. 이런 힘들이 있어야 자유가 주어져도 불안하지 않단다.
너희들은 노예가 아니란다. 아직 미성년자들이니까 부모님의 도움을 받고 있지만 언젠가는 너희들 스스로 선택하고 판단해야 하는 성인이 된단다. 지금 너희들이 실력을 키우기 위해 공부를 하는 것도 다 자유를 위한 것이라고 생각하면 안 되겠니?
진욱: 우와, 결국 또 공부 이야기야. 우와 싫다.
선생님: 하하하, 진욱이 말이 맞구나. 결국 공부하라는 이야기니 선생님도 문제다. 아무튼 어른들은 잔소리꾼이구나. 너희들을 귀찮게 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