샬롯의 거미줄 (양장본)
엘윈 브룩스 화이트 지음, 가스 윌리엄즈 그림, 김화곤 옮김 / 시공사 / 2006년 3월
평점 :
품절


우정과 사랑, 그것들은 대체 어디에서 생겨난 거지?




오늘의 작품: 샬롯의 거미줄 (E.B. 화이트 지음, 창작과비평사)
참석한 어린이-강선재, 김정태, 김진욱, 김하영, 남경민
2005년 1월 21일


<책의 줄거리>




여러 동물들이 등장하는 농장이 배경인 작품으로 주인공은 꼬마 돼지 윌버와 지혜로운 거미 샬롯이다. 샬롯이 정성껏 거미줄을 짜서 윌버의 목숨을 구한다는 것이 이야기의 줄거리다. 농장주인 애러블은 돼지 윌버가 무녀리(한배 새끼 가운데서 맨 먼저 태어난 새끼)로 태어났기 때문에 몸이 약해서 살기 힘들다고 판단하여 새끼 돼지를 죽이려 한다. 그러나 농장 주인의 딸 펀이 돌보기로 해 돼지 윌버의 목숨는 살아난다. 펀이 정성껏 돌본 덕에 건강해진 윌버는 더 이상 펀과 살 수 없게 된다. 이제 헛간에서 자라야 할 때가 왔기 때문이다.


펀의 아저씨 농장에 팔려간 윌버는 아직 아기인데다 외톨이다. 그 때 샬롯이란 거미와 친구가 된다. 샬롯은 다리가 8개 달린 거미로 헛간 천장에 산다. 윌버의 잠자리 바로 위다. 처음에 윌버는 샬롯이 동물의 육즙을 빨아 먹는 다는 말에 실망하지만 곧 그를 이해하게 된다.윌버는 무럭무럭 자라고 농장주인은 흡족해 한다. 다가오는 크리스마스에 훌륭한 만찬 요리가 되어 줄 것이기 때문이다. 오래산 양 할머니는 그 사실을 일러준다. 샬롯은 윌버를 구하기로 마음먹고 묘안을 생각해낸다. 다음 날 아침 놀랍게도 거미줄에 '대단한 돼지'라고 글씨를 쓴 것이다. 이를 기적이라 여긴 사람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하며 여기저기서 구경을 온다. 윌버는 신의 기적이 되어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진다. 뒤이어 '훌륭한 돼지' 마지막으로 품평회에 가서는 '겸손한 돼지'라는 거미줄을 쳤다. 샬롯은 윌버를 지키기 위해 알을 낳기 위해 쇠약해진 몸을 이끌고 간 것이었다. '겸손한 돼지'를 쓴 날 밤에 샬롯은 수많은 알을 낳는다. 그 덕분에 특별상을 수상한 윌버는 목숨을 구하게 된 것이다. 지혜롭고 의리 있는 샬롯은 자신의 약속을 지킨 것이다. 그러고 나서 샬롯은 죽는다. 윌버는 알주머니를 떼어가 조심스럽게 지키고 그 안에서 훗날 샬롯의 자손들이 태어난다. 윌버는 샬롯을 항상 생각하며 농장에서 평화롭게 늙어간다


<책 속으로>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돼지 윌버와 거미 샬롯, 그리고 펀이라는 소녀라고 할 수 있다. 선생님이 많은 책을 읽었다 할지라도 이 책처럼 돼지와 거미와 사람이 함께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이야기는 없었던 것 같구나. 어쨌든 이 이야기도 우리가 읽었던 『과수원을 점령하라』에 나오는 동물들처럼 애러블의 농장에서 평화롭게 살아가고 있지. 서로 다른 생물들이 한 울타리에서 정답게 살아간다는 것은 좋은 일이 아니겠니? 그러나 돼지 윌버와 거미 샬롯이 처음부터 상리좋게 지낸 것은 아니란다. 처음에 돼지 윌버는 거미 살롯을 어떻게 생각했는지 기억 나니?


하영: 윌버는 거미 샬롯이 잔인하다고 생각했어요. 거미 샬롯이 파리나 모기 같은 징그러운 곤충들을 잡아먹기 때문이에요.
선생님: 그럼 샬롯이 곤충들을 잡아먹는 것은 옳은 일이라고 생각하니?
선재: 거미도 어떻게든 살아가야 하기 때문에 잔인한 일이라고 할 수는 없어요.
정태: 샬롯도 먹고 살아야 하잖아요.
경민: 곤충들에게는 좋지 않은 일지만 샬롯으로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죠.


너희들은 모두 곤충을 먹는 샬롯에 대해서 나쁘게 말하지 않는구나. 선생님의 생각도 마찬가지야. 샬롯이 곤충들을 잡아먹는 것은 생존을 위해 어절 수 없는 것이니 그것을 나쁘다고 할 수는 없지. 만약 샬롯이 장난으로 곤충들을 죽인다면 문제는 달라지겠지. 장난으로 곤충을 죽이는 것은 분명 옳지 못한 일이니까. 너희들도 인간이 생존을 위해서 소를 잡고 돼지를 잡는 것을 나쁘다고 할 수는 없다고 생각할 거야. 그러나 잘 생각해보면 인간이 생존을 위해 살아 있는 동물을 잡는다고 할 수만은 없단다. 어떤 사람들은 재미 삼아 동물을 사냥하기도 하잖아. 물론 옛날 사람들은 먹고살기 위해 사냥을 했기 때문에 그들의 사냥이 잘못되었다고는 할 수 없지만 이미 먹고살기에 충분한 요즘 사람들이 사냥을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할 수 있단다. 재미로 생명을 죽인다는 것은 윤리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생각되거든.


어쨌든 이 이야기에서 돼지 윌버는 거미 샬롯이 생존을 위해 곤충들을 먹어야 한다는 사실을 이해하게 되지. 이렇게 친구가 된다는 것은 서로를 이해하는 일이란다. 너희들에게 친구가 된다는 것은 어떤 것을 의미하는지 이야기해줄 수 있겠니?


하영: 친구가 되면 더 가까이 지내게 되고, 어려울 때는 도와주게 되요.
정태: 친구가 된다는 것은 서로 이해해주는 것을 말해요.
선재: 친구가 된다는 것은 서로 비밀을 지켜준다는 것을 말해요. 그리고 서로 칭찬해준다는 것도 의미해요.
경민: 친구는 같이 놀 수 있어야 된다고 생각해요. 힘들 땐 서로 위로도 해주어야 해요.


그래. <어려울 때 돕는 친구가 진정한 친구다>라는 속담도 있는데, 너희들은 모두 진정한 친구가 될 자격이 있는 것 같구나. 옛말에 '백아절현(伯牙絶絃)'이란 말이 있단다. <'백아'라는 사람이 줄을 끊었다.>라는 뜻이지. '절(絶)'은 '절단'의 의미 즉 끊는다는 의미이고 '현(鉉)'은 '현악기' 할 때의 '현(鉉)'으로서 '줄'이라는 의미란다. 이 말은 '백아(伯牙)가 거문고 줄을 끊었다는 뜻으로, 자기를 알아주는 절친한 벗의 죽음을 슬퍼한다는 말'이란다. 이 이야기에는 이런 사여이 담겨 있단다.


춘추전국시대 원래 초(楚)나라 사람이지만 진(晉)나라에서 관리를 지낸 백아가 있었단다. 그는 거문고의 명수였지. 거문고 타는 솜씨가 보통이 아니었던 모양이야. 그런데 백아가 생각하기엔 자신의 솜시를 세상사람들이 제대로 알고 있지 못하다고 생각했던 모양이야. 그러나 배가의 친구 종자기(種子期)만은 백아가 거문고 타는 솜씨를 제대로 알았던 모양이야. 백아가 거문고로 높은 산들을 표현하면 종자기는 “하늘 높이 우뚝 솟는 느낌은 마치 태산처럼 웅장하구나”라고 말했고, 큰 강을 나타내면 “도도하게 흐르는 강물의 흐름이 마치 황허강 같구나”라고 맞장구를 쳐주기도 했단다. 백아가 자신의 마음을 말로 하지 않고 음악을 연주했는데도 이를 종자기가 척척 알아 맞추었으니 이 두 사람은 마음이 척척 맞는 친구라고 할 수 있지 않겠니.


그런데 종자기가 병으로 갑자기 세상을 떠나게 되었단다. 이제 백아는 자신의 음악을 알아 줄 친구를 잃게 된 거야. 그 슬픔이 얼마나 컸던지 백아는 자신이 아끼던 거문고 줄을 스스로 끊어 버리고, 죽을 때까지 다시는 거문고를 켜지 않았다고 한단다. 자신의 음악을 알아 주는 사람이 이 세상에는 더 이상 없다고 생각하였기 때문이겠지.


백아와 종자기의 관계에서처럼 친구가 된다는 것은 서로를 이해한다는 것을 의미한단다. 『샬롯의 거미줄』이란 작품에서 돼지 윌버는 거미 샬롯의 어떤 점을 이해해주었지?


하영: 살기 위해서는 잔인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이해하게 되었어요.


그래. 이해를 하게 되면 그 친구가 더 이상 밉지 않게 된단다. 너희들이 만약 친구랑 아홉시에 만나기로 했는데 친구가 제 시간에 나타나지 않으면 화가 나겠지만 그 친구에게 무슨 시상치 않은 일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그 친구를 더 이상 미워할 수 없지 않겠니. 친구가 된다는 것은 친구에 대한 이해를 의미한단다. 친구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하겠니?


선재: 서로 대화하는 것이 필요해요.
정태: 같이 노는 것도 필요해요.


그래. 이해하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을 같이 하면서 놀기도 하고 대화도 나누어 봐야겠지. 그렇게 친구와 오랜 시간을 나누게 되다보면 서로를 더 많이 이해할 수 있지 않겠니. 그래서 남들은 어떤 친구를 비난할 때도 너희들은 그 친구를 끝까지 감싸줄 수 있지 않겠니. 우정이란 이렇게 서로를 감싸줄 수 있는 마음인 거 같구나. 그런에 이 이야기에서 거미 샬롯은 돼지 윌버를 왜 도와주려고 하지.


선재: 책에 써 있는 대로라면 친구를 도와주면 자신도 기쁨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에요.
하영: 기쁨이 없더라도 친구니까 도와주어야 하는 거 아닌가요?


그래. 내가 좋아하는 누군가를 도와준다는 것은 기쁜 일이란다. 그러나 누군가를 도와준다고 해서 반드시 기쁨이 생기는 것은 아니지 않겠니? 오히려 짜증만 나고 신경질이 날 수도 있지 않겠니? 이럴 때 누군가가 상으로 큰돈을 준다면 우리는 하기 힘든 일이라도 기쁜 마음으로 열시히 하면서 친구를 도와줄 수 있겠지. 그러나 친구를 돕는다고 할지라도 아무런 상도 받지 못한다면 너희들은 어떻겠니? 도움을 줄 때 과연 너희들은 아무런 대가를 바라지 않겠니?


경민: 상황에 따라 다르죠.
선생님:상황에 따라 다르다니?
경민: 길을 가다가 누군가 넘어졌을 때는 대가를 바라지 않고 도와주어야 하지만 누군가에게 일을 해주었을 때는 대가를 바라야 하는 것 아닌가요?


경민이의 생각이 섬세하구나. 그래. 우리는 남들이 어려운 처지에 있을 때는 대가를 바라지 않고 그들을 도와야 하지만, 그들이 어려운 처지가 아니라면 그들에게 우리가 한 일만큼의 대가를 정당하게 요구해야 한단다. 내가 한 일만큼의 대가를 바라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니라 정정당당한 일이란다. 그리고 남들이 나를 위해서 어떤 일을 해주었다면 나도 그들에게 정당한 대가를 주어야 한단다. 그러나 남들이 어려운 처지나 위급한 상황에 놓여 있다면 우리는 대가를 바라지 않고 그들을 도와주어야겠지. 이 작품에서는 대가를 바라고 누군가를 돕는 존재가 등장하지? 바로 '템플턴'이라는 쥐가 그런 존재지.


너희들이 아버지의 구두를 닦아놓고 아버지에게 일천 원을 달라고 하면 아버지께서는 웃으시면서 일천 원을 주시겠지. 그러나 그것도 한두 번이지 구두를 닦아놓을 때마다 일천 원을 달라고 하는 것은 그다지 옳은 일은 아니라는 생각이 드는구나. 우리가 말하는 '선행(善行)' 즉 착한 일은 대가를 바라지 않는 데서 비롯되는 거란다. 예수는 "왼손이 하는 일을 오른손이 모르게 하라"고 하셨단다. 이 말이 의미하는 바가 무었이겠니. 남이 어려운 지경에 놓여 잇을 때 돕는 것을 무슨 자랑거리라도 된 양 떠버리지 말라는 뜻이란다. 도우려면 남 몰래 도우라는 거지. 다음 이야기를 한 번 읽어보지 않을래.




1998년 5월 멕시코시티 프로 레슬링 경기장을 가득 메운 관중은 한 늙은 레슬러의 은퇴식을 지켜보면서 깊은 감동과 사랑을 느꼈습니다.


1975년 프로 레슬링에 입문해 항상 황금색 가면을 쓰고 경기해 온 그는 ‘마법사의 폭풍’으로 불렸습니다. 화려한 분장뿐 아니라 그의 현란한 개인기는 관중을 열광시켰으며, ‘마법사의 폭풍’은 위기의 순간마다 꺾이지 않고 다시 일어나 상대 선수를 제압하는 신비한 힘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23년 동안 팬들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 준 ‘마법사의 폭풍’은 어느새 53세의 중년이 되어 끝까지 자신을 아껴 준 팬들을 위해 마지막 선물을 준비했습니다.


‘마법사의 폭풍’이 링 위에 오르자 관중은 모두 일어서서 박수로 그에 대한 사랑과 존경을 표했습니다. 그는 관중의 갈채를 한 몸에 받으며 링 중앙에 섰습니다. 관중의 박수가 잦아들 즈음, ‘마법사의 폭풍’은 황금가면을 천천히 벗기 시작했습니다. 그것은 지금까지 없었던 일이었습니다. 관중들은 그가 준비한 선물에 놀라 모두 숨을 죽였습니다. 마침내 황금가면을 벗은 그 또한 감격스러워하며 입을 열었습니다.


“여러분, 감사합니다. 저는 작은 가톨릭 교회의 신부인 세르지오 구티에레스입니다. 프로 레슬링을 하는 동안 저는 고아원 아이들을 경제적으로 도울 수 있었고, 그들에게 꿈과 희망을 줄 수 있어서 행복했습니다.”


그의 말이 끝나자, 한동안 관중의 정적이 이어지더니 더욱더 뜨거운 기립박수가 쏟아졌습니다. 세르지오 신부는 23년 동안 ‘신부’라는 신분을 감춘 채 얻은 수익금으로 3천여 명의 고아들을 돌봐 온 것입니다


23년 동안 자신의 선행을 숨긴 이 프로레슬러의 이야기가 바로 '왼손이 하는 일을 오른손이 모르게 한 사람'의 이야기가 아니겠니? 이 이야기 속의 신부님뿐만 아니라 자신의 선행을 숨기는 사람은 의외로 많단다. 자신의 이름을 밝히지 않으면서 어려운 사람에게 돈을 써달라고 신문사에 성금을 맡기는 사람들의 이야기도 가끔씩 신문에서 읽을 수 있고, 연말에 불우한 사람을 돕기 위한 구세군 냄비에 수천만 원을 몰래 넣고 가는 사람들도 있단다.


그런데 이 이야기 속에서 템플턴은 어려운 처지에 있는 윌버를 도울 때도 어떤 대가를 바라지 않니. 분명 그것은 옳지 않은 일이란다. <어려울 때 돕는 친구가 진정한 친구다>라는 속담대로 아무런 대가를 바라지 않고 곤궁에 처한 친구를 도와줄 수 있을 때 진정한 친구가 될 수 있는 거란다. 그리고 누군가를 진정으로 사랑한다면 그 사람에게 아무런 대가를 바라서는 안 된단다. 그 사람을 사랑해서 돈이 생기고, 그 사람을 사랑해서 명예가 생기고, 그 사람을 사랑해서 인기가 생긴다고 해서 그 사람을 사랑한다면 그것은 진정한 사랑이 아니란다. 아무런 이유 없이 그냥 그 사람이 좋다면 바로 그것이 진정한 사랑이란다. 너희 엄마는 너희들이 말을 잘 듣는다는 이유로 너희들을 사랑을 하고, 공부를 잘 한다고 해서 너희들을 사랑을 할까. 그렇지 않겠지. 부모님께서 너희들을 사랑하는 데는 아무런 이유도 없고, 아무런 목적도 없단다. 부모님들께서는 너희들을 사랑함으로써 어떤 대가를 바라지 않는단다. 그저 너희들이 사랑스럽기 때문에 사랑하는 것이란다. 사랑이란 그냥, 아무런 목적 없이 하는 것이지, 어떤 목적이나 대가를 바라고 하는 것은 아니란다.


이 이야기에서 펀은 거미와 대화를 하지. 그런 펀을 부모님들은 미친 아이가 아닌가 의심을 하지 않니. 이렇게 펀처럼 거미나 돼지와 이야기할 수 있는 능력이 바로 상상력이란다. 조그만 아이들을 잘 살펴보렴. 그 아이들은 너희들보다 훨씬 더 상상력이 풍부해서 강아지나 꽃과도 말하는 것을 볼 수 있단다. 꽃이 봉오리를 닫고 있는 것을 보면서 아이들은 "꽃아, 너는 왜 입을 다물고 있어?"라고말하기도 하고, "엄마, 오늘은 하늘이 화가 났는지. 하늘에서 천둥 소리가 쾅쾅하고 들려."라고 말하기도 한단다. 바로 아이들을 그렇게 말하게 하는 것이 상상력이란다. 어른들이 되면서 그런 상상력을 자꾸 잃어가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구나. 너희들은 혹시 그러지 않니?


펀이 혹시 미친 것은 아니가 하는 생각에서 펀의 부모님들께서는 의사선생님을 모셔오지. 그런데 '도리언'이라는 의사선생님은 펀에게 아무 문제가 없다고 하시면서 이런 말씀을 하시지 않니. "거미줄에 글자가 나타났을 때 모두들 기적이라고 했어요. 하지만 아무도 거미줄 자체가 기적이라는 지적은 안 하더군요." 그러자 에러블 부인이 이렇게 대꾸하지. "거미줄이 뭐가 기적이라는 건가요? 저는 박사님이 왜 거미줄을 기적이라고 하시는지 모르겠군요. 그냥 거미줄뿐인데." 선생님은 이 대목이 매우 감동적으로 읽혔단다. 사람들은 흔히 아무것도 없는 손바닥에서 장미꽃을 생기게 한다거나 하얀 비둘기가 생기게 한다면 몹시 놀라면서 '마술 같은 일'이라거나 '기적 같은 일'이라고 하지만 정말 기적 같은 일은 이 세상에 어떻게 장미꽃과 비둘기가 존재하게 되었는지, 나는 그것이 더 기적 같다고 생각하거든.


선생님:너희들의 생각으로 대체기적은 무엇인 것 같니? 짧게 한 번 대답해보지 않을래.
정태:놀라운 일이요.
선재:신비스러운 일?
경민:사람의 힘으로 할 수 없는 일을 하는 거요.
하영:설명하기 힘든 일이 일어나는 거요.
선생님: 그렇다면 우리 삶에서 기적은 어떤 것인가?
경민:죽었다 살아나는 것이요.
정태:위험한 사고에서 살아나는거요.


너희들의 생각을 종합해보면 사람의 힘으로 할 수 없고, 설명할 수 없는일이 바로 기적이라고 할 수 있겠구나. 그럼 여름이 가고 가을이 오고, 가을이 오고 겨울이 오는 것도 사람의 힘으로 할 수 없다는 점에서는 기적이 아닐까.


선재: 그러나 태양과 지구의 위치가 달라지면서 계절의 변화가 생긴다고 설명할 수 있잖아요.


과학을 좋아하는 선재다운 말이구나. 그럼 지구는 태양의 지구를 왜 도는지, 봄이 되면 왜 싹이 트는지, 왜어떤 씨앗에서는 봉숭화가 피는데, 왜 어떤 씨앗은 거대한 나무로 자라나는지, 자연의 모든 현상을 설명할 수 있을까. 과학이 발달하면 그런 현상들의 이유를 보다 잘 설명할 수 있겠지만 과학의 힘으로 세상의 모든 일을 다 설명하기는 힘들단다. 과학자들은 왜 사람이 사랑을 하는지, 사람이 어떤 이유로 우울하게 되는지를 여러가지 방법을 동원하여 그 이유를 알아보려고 하지만 사람에게 일어나는 모든 일들, 자연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을 다 알 수는 없단다. 해가 뜨고 지는 일, 꽃이 피고 지는 일이 신비스러운 기적이라고 생각하는 마음, 사람들이 죽고 다시 아가들이 태어나는 일이 평범한 일이 아니라 신비스러운 기적이라고 생각하는 마음이 과학을 발전시키고 예술을 발전시킨단다. 이 세상의 기적은 바로 너희들이란다. 왜 엄마와 아빠 사이에 다른 누구도 아닌 바로 너희들이 생겨났겠니. 그리고 너희들을 사랑하는 그 마음은 대체 어디에서 생겨난 것이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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