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의 존재
이석원 지음 / 달 / 2009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언니네이발관의 이석원의 산문집 『보통의 존재』는 상처의 기록, 트라우마 그 자체다.


이석원은 어렸을 때부터 억척스런 엄마 때문에 많이 시달렸던 듯하다. 어린아이를 학원을 일곱 개씩이나 보내고, 아이들의 행동 하나하나를 자신의 통제 아래 두려했던 파시스트 엄마! 끔찍하다. 엄마가 아니라 트라우마의 인큐베이터다.


책 속에서 이석원은 엄마와 화해하고 싶어하는 제스쳐를 보인다. 그러나 섣부른 화해는 금물이다. 그러나 산문집이란 장르에서 깊은 화해를 기대하긴 어렵다. 이건 대중적 산문집이다. 어떻든 그의 화해는 깊지 않다. 오히려 그의 화해의 이면에는 엄마에게 복수하고 싶어하는 의지가 읽힌다. 그 단적인 징표가 책의 표지다. 책의 표지는 샛노랗다. 더구나 책의 표지는 옷을 만드는 섬유재질이다. 책이 노란 옷을 입은 격이다. 왜 이석원은 책에 노랑 옷을 입혔을까?


단서는 책의 내용 안에 있다.


미신을 신봉하던 엄마는 칠선녀가 말하더라면서 아들에게 멸망의 색깔인 노란색 옷을 입히지 말라고 했던 모양이다. 그런데 부적도 칠선녀의 충고도 모두 쓸모없이 집안은 한마디로 ‘개꼴’이 된 모양이다. 네 명의 자식들 중 세 명이 이혼하고, 부모님 사업은 실패하고, 이석원은 몹쓸병에 걸리고.......


하여 엄마는 부적과 점이 다 쓸모없었다며 성당에라도 다녀야겠다고 푸념을 했던 모양인데... 이 대목에서 이석원은 다시 엄마를 심리적으로 응원한다. 왜일까?


적이 쓰러지면 내 적개심은 갈 곳이 없기 때문이다. 영화 <똥파리>에서의 주인공이 죽어가는 아버지를 들쳐업고 울부짖을 때의 심리와 별반 다를 게 없다. 복수를 위해 살았는데 적이 쓰러지면 그처럼 허망한 일이 또 어디 있으랴.


이석원은 나는 앞으로 다시는 노란옷을 입지 않기로 했다. 그 외에도 엄마가 지키라는 것은 뭐든 토달지 않고 따르기로 했다.“라고 고백하고 있다.


그러나 이건 이석원의 트릭이다. 그는 책의 표지에 노란옷을 입혀놓고 있다. 책 표지는 이렇게 말하고 있는 듯하다.


엄마 나보고 노란 옷 입지 말라고, 그건 엄마의 착각이었고, 칠선녀의 착각이었다고. 나는 금기에 도전할 만큼 이렇게 성장했다고, 더 이상 엄마 말에 고분고분하는 마마보이가 아니라고.


노란색 표지는 이석원이 엄마를 벗어났다는 증거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엄마에게 집착하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세월에 그의 상처가 아물게 하는 힘이 있다면 그는 더 이상 엄마를 언급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그럴 날이 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아무리 세월이 흘러도 엄마를 벗어나는 일이란 쉬운 일이 아니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마냐 2010-01-11 00: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설이 따로 없는 스토리인데요.

hat in the cat 2021-01-12 09: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