뜀뛰는 개구리 - 마크 트웨인 유머 단편선
마크 트웨인 지음, 김소연 옮김 / 예문 / 2005년 10월
평점 :
품절


마크 트웨인의 자서전을 읽은 것이 반 년 전이던가. 그런데 이웃님께서(지금은 어디로 가셨나. 투덜투덜) 이 우스운 작자를 언급하시기에, 또 다른 텍스트는 없을까, 교보문고를 뒤졌더니 『뜀뛰는 개구리』라는 제목을 가진 책이 발견된다. 오호, 딱 걸렸다. 1865년에 뉴욕의 일간지에 발표된 이 산문은 미국 구비문학의 구라빨의 정수를 보여준다. (마크 트웨인을 근엄한 미국의 국민 작가로 인식시켜준 대한민국의 문학교육이여 반성하라!) 1895년에 썼다는 <이야기를 전하는 기술>은 미국식 유머 분석서로 최상의 텍스트다. 2009년 선물로, 그 꼭지 속에 있는 이야기 하나를 타이핑해보겠다.(평소 안 하는 짓이다.)

전쟁 중에 다리에 관통상을 입은 병사가 황급히 곁을 지나가던 다른 병사를 붙잡고, 이러저러한 피해를 입었으니 후방으로 데려가 달라고 애원했습니다. 이 소리를 들은 마음 너그러운 전쟁용사는 불행한 처지에 놓인 부상병을 어깨에 짊어지고 후방을 향해 계속 나아갔습니다. 총탄과 포탄이 사방에서 날아다니는 상황에서, 그만 포탄 한 개가 부상병의 머리를 날려버렸습니다. 그러나 그를 지고 가던 병사는 이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죠. 얼마 가지 않아 웬 장교가 그를 보고는 반색을 하면서 물었습니다.
“자네 도대체 그 시체를 짊어지고 어딜 가는 거지?”
“후방으로 갑니다. 이 친구가 다리를 잃었습니다.”
“다리를 잃었다는 게 사실인가? 다리가 아니라 머리통이겠지. 이 얼간아.”
놀란 장교가 되물었습니다.
그 소리에 병사는 지고 있던 짐을 내려 놓고 너무나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우두커니 서서 시체를 내려다보았습니다. 한참 만에 그가 입을 열었습니다.
“그렇습니다. 말씀하신 대로입니다.” 그러더니 또 한참 있다가 이렇게 덧붙였습니다. “하지만 이 친구는 제게 잃어버린 것은 분명 자기 다리라고 했습니다!!!”

아무리 기분이 꿀꿀하고 더럽다고 해도 이런 대목에서는 웃어줘야 매너일 거 같다. 웃기는 이야기는 늙지도 않는다. 100년도 더 된 이야기가 사람을 웃기고 있다. 슬픈 이야기도 마찬가지다. 인간의 희노애락애오욕이 늙지 않는다는 증거다. 씹을수록 맛이 나는 오욕칠정의 츄잉껌이여. 비극과 희극의 물적 토대가 여기에 있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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