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아 낮은산 어린이 3
고정욱 지음, 최호철 그림 / 낮은산 / 200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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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진정한 평등인가?


오늘의 책: 괜찮아
작가: 고정욱 지음
펴낸곳: 낮은산( 2002년)
참여한 어린이: 김정태, 김진욱, 김하영, 남경민,
일자:2005년 12월 24일










<줄거리>
동구는 다리를 쓸 수 없는 소아마비이고, 영석이는 할머니랑 둘이 사는 아이다. 집도 비탈길을 한참을 올라가야 하는 산동네에서 살고 있다.


걷지 못하는 동구를 엄마는 매일 업으로 오신다. 그러나 어느날 아무리 기다려도 동구의 엄마는 오시지 않는다. 그런데 모두들 돌아간 학교에서 외롭게 엄마를 기다리는 동구 앞에 영석이가 나타난다. 자기 등에 업히라고 말하는 영석이의 등에 동구는 업힌다.


그냥 걸어도 헐떡거릴 수밖에 없는 고갯길을 두 아이는 오른다. 영석이는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동구를 끝까지 데려간다. 이발소를 지나고 제재소를 지나는 오르막과 내리막이 번갈아 이어지는 가파른 길에서 "괜찮아?"라고 묻는 동구의 말에 "괜찮아"를 연발하는 영석이.


별이 총총하게 뜬 시간 가파른 언덕에 올라 잠시 쉬면서 동구는 영석에게 묻는다.
"넌 같은 반도 아닌데 왜 날 여기까지 힘들게 업고 왔니?"
"너 혼자 학교에 남아 있었잖아. 쓸쓸하게......쓸쓸한 건......나쁜 거야"
영석이는 부모도 없이 할머니와 외롭게 살고 있다는 자신의 사연을 동구에게 이야기하고, 동구는 영석이의 눈에 맺히는 눈물을 바라본다.


<책 속으로>


『괜찮아』라는 책의 내용이 괜찮았니? 그래, 난 너희들이 이 책을 싫어하면 어떨까 생각했는데 모두들 괜찮았다니 다행이다. 그래 하영이는 어떤 점이 괜찮았니? 그래 그림이 멋있었다고. 그래, 이 책의 그림은 선생님의 마음에도 쏙 들었단다.


이 동화의 배경은 1970년대 신촌의 산동네란다. 이 동화 속의 삽화를 최호철 선생님이 그리셨다는데 선생님도 이 그림이 정말 맘에 든단다. 꼭 아름다운 꽃과 나무를 그려야 그림이 멋진 것은 아니란다. 이렇게 우리가 사는 지저분한 동네를 그리더라도 충분히 멋진 그림을 그릴 수 있는 거야. 물론 가난하고 지저분한 동네를 싫어하는 마음으로 바라보았다면 이렇게 아름다운 그림을 그릴 수 없었겠지. 그 그림을 그린 최호철 선생님은 그 지저분한 산동네를 분명히 사랑하는 마음으로 그렸을 것이 분명하지 않니. 생각해보렴 너희들도 싫어하는 친구들을 그리라고 하면 심술궂은 표정의 친구를 그리지 않겠니. 그러나 좋아하는 친구라면 될 수 있는 한 잘 그리려고 노력하겠지. 이렇게 좋은 그림은 내가 그리는 대상을 좋은 마음으로 바라볼 때 가능한 거란다.


어쨌든 선생님도 고등학교 때 신촌 근처에 친구의 집이 있어서 자주 그곳에 갔었지. 구불구불한 산동네 골목을 오르다보면 이마에 송글송글 땀이 맺히기도 했었단다. 그런데 이 동화 속에서 소아마비인 동구를 업고 비탈길을 오르는 초등학생인 영석이는 오죽이나 힘들었겠니.


동구는 그런 생각을 했을 거야. 나를 업고 비탈길을 올라가는 영석이는 얼마나 힘들까. 그런 생각을 하면 친구에게 문득 미안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겠니? 그래서 동구는 영석이에게 이렇게 묻지. "괜찮아?"


여기서 '괜찮아' 의 의미는 무엇이겠니? 그래, 정태가 지금 말했듯이 "영석아 나를 업고 가기 힘들지 않니" 라고 묻는 거겠지. 거기에 대한 영석이의 대답도 똑같이 '괜찮아'였지. 그 뜻은 ", 나는 별로 힘들지 않아."라는 뜻일 거야.


잘 생각해보자. 아무리 영석이가 힘이 세다고 할지라도 동구를 업고 산비탈을 올라가려면 얼마나 힘이 들겠니. 그러나 영석이는 동구에게 힘들지 않다고 말하고 있잖아. 왜 영석이는 동구에게 "나 사실 정말 힘들어." 이렇게 솔직하게 이야기하지 않고 "괜찮아"라고 거짓말을 하는 것일까? 거짓말을 하는 것은 분명 나쁜 일인데 왜 거짓말을 하는 거지?


정태: 영석이가 하는 거짓말은 나쁜 거짓말이 아니라 좋은 거짓말이예요.
선생님: 좋은 거짓말? 아니, 세상에 좋은 거짓말이 있고 나쁜 거짓말이 있니?
정태: 좋은 마음으로 하는 거짓말은 나쁜 게 아니잖아요.


사실 생각해보니 그렇구나. 예를 들어 엄마가 길거리에서 아는 아줌마 한 분을 만났다고 생각해보자. 그런데 그 아줌마가 유모차에 아이를 태우고 있는데 엄마가 그 아이를 보고 "어머나 아이가 참 귀엽네요."라고 말씀하셨는데, 너희들이 보기에 아이가 정말로 예쁜 것과 거리가 멀게 생겼다면 너희들은 "엄마 이 이아기 뭐가 예뻐요. 눈도 삐뚤고, 코도 뭉툭하고, 머리는 수박만한데 엄마는 이 아이가 이쁘다고 생각해요?" 그런 식으로 솔직하게 말하겠니?


일동: 아뇨.


그렇다면 왜 너희들은 엄마가 아이에 대해서 그 아줌마에게 솔직하게 이야기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니?


진욱: 그렇게 말하면 아줌마가 기분 나쁘잖아요.


그래. 자신이 생각하고 있는 것을 그대로 말한다고 해서 항상 좋은 게 아니란다. 때로는 자신의 마음을 감출 줄도 알아야 하는 거야. 너희들이 몸이 아플 때, 엄마는 한숨도 못 주무실 때가 있잖아. 그럴 때 너희들이 "엄마 괜찮아?"라고 여쭤보면 엄마는 어떻게 대답하시니?


일동: '괜찮아'라고 대답해요.


그래. 엄마는 "괜찮아"라고 대답하지, "엄마 사실 너 땜에 잠 못 자서 아주 피곤하단다." 라고 솔직하게 대답하지 않는단다. 그 이유는 뭘까.


경민: 우리들이 걱정할까봐 그래요.


경민이 말대로 엄마는 너희들이 엄마를 걱정해주기보다는 너희들이 빨리 낫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거짓말을 하는 거란다. 바로 이렇게 남을 생각하는 마음에서 나오는 거짓말이 정태가 말한 '좋은 거짓말'이겠지. 그러나 남을 해치기 위해서 하는 거짓말, 남을 속여서 자기만 이익을 보기 위해서 하는 거짓말은 절대로 해서는 안 되는 '나쁜 거짓말'이라는 거 너희들도 잘 알 거야.


그러나 좋은 거짓말에는 어떤 게 있을까. 대답을 못하는 걸 보니 어려운 질문이었니. 잘 생각해보렴 너희들이 읽는 판타지 동화도 실제로 있었던 사실이 아니라 작가의 상상력으로 구며낸 이야기니까 어떤 점에서는 거짓이라고 말할 수 있단다. 조금 어려운 말로는 '허구(虛構)'라고 부르지. 영어로는 '픽션(Fiction)'이라고 부른단다. 우리말로는 '꾸며진 이야기'라는 뜻이지. 픽션(Fiction) 즉, 작가들이 만들어내는 허구는 진짜 있었던 이야기는 아니지만 우리들에게 많은 것을 준단다. 그럼 문학적인 허구가 우리들에게 무엇을 주는지 각자 한 번 생각해서 이야기해보렴.


진욱: 재미를 주어요.
하영: 배울 점을 주어요.


그래. 꾸며진 이야기, 즉 허구는 우리들에게 재미와 함께 배울 점을 주기도 한단다. 재미도 느끼면서 무언가를 배울 수 있으니 소설이나 동화는 우리에게 큰 도움이 되지. 한 편의 동화를 읽었다고 했을 때 그 동화가 우리에게 주는 깨달음을 무어라고 부르지?


정태: 교훈이요.


그래. 교훈이라고 한단다. 책 중에는 재미를 위주로 씌어진 책이 있는가 하면 교훈을 위주로 씌어진 책도 있단다. 그러나 그 두 가지가 잘 섞여 있는 책들도 있지. 가령 너희들이 잘 알고 있는 <이솝우화>는 우리에게 재미도 주면서 동시에 교훈도 준단다. 너희들은 재미가 좋니, 아니면 교훈이 좋니?


일동: 재미요.


맞다. 너희들 말대로 교훈은 따분해. 이래라 저래라 간섭하는 것 같아서 교훈은 귀찮기도 하지. 선생님도 재미있는 선생이 좋지, 착하게 살아라, 거짓말하지 말아라, 잔소리만 늘어놓는다면 너희들도 짜증이 많이 나지 않겠니. 음식물을 예를 들어 볼까. 너희들은 맛있는 음식이 좋니? 몸에 좋은 음식이 좋니?


일동: 맛있는 음식이요.


너희들이 그렇다는데 할 수 없지만 엄마들은 몸에 좋은 시금치도 먹고, 가지나물도 먹으라고 하실 거야. 그러나 너희들은 먹기 싫을 때가 많잖아. 그럴 때 영양가도 많고 맛도 좋은 것을 먹으라고 한다면 얼마나 좋겠니? 좋은 약은 입에 쓰다는 말이 있지만 좋은 약이면서 먹기에도 좋은 게 낫지 않겠니? 그런 약을 당의정(唐衣錠)이라고 한단다. 속은 쓴 약이지만 먹기 좋게 겉은 달콤한 사탕으로 코팅을 한 약을 당의정이라고 한단다. 여기서 '당의(唐衣)' '설탕옷'을의미한단다. 문학도 당의정에 비유할 수 있다면 속에 든 쓴 것을 교훈에 비유할 수 있고, 겉의 달콤한 부분은 재미에 비유할 수 있단다. 너희들이 오늘 읽은 『괜찮아』에도 달콤한 부분과 쓴 부분이 있단다. 즉 재미와 교훈이 같이 있다는 말이지.


그럼, 이 이야기가 말하고 있는 교훈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각자의 견해를 한 문장으로 말해볼 수 있겠니?


정태: 친구를 생각하자.
경민: 장애인을 사랑하자.
하영: 서로 사랑하자.


너희들이 이 책을 읽고 그런 것들을 느꼈다면 바로 그것이 이 책의 주제일 수가 있단다. 그러나 이 책을 읽고 주제를 '동물을 사랑하자'라고 한다면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겠지. 주제는 자기가 느낀 점을 바탕으로 하지만 그것이 남들에게도 그럴 듯하게 들려야지 얼토당토 하지 않은 말이어서는 곤란하단다. 가령 춘향전을 읽고 그 주제를 '미모를 가꾸자'라고 한다면 웃음거리가 되겠지만 '춘향이처럼 남자를 쉽게 바꾸지 말자."라고 한다면 조금 우습긴 해도 충분히 <내가 생각하는 내 나름대로의 주제>일 수 있단다. 우리의 책읽기에서는 남들이 생각하는 주제보다는 <내가 생각하는 내 나름대로의 주제>를 중요하게 생각하기로 하자. 『괜찮아』의 주제가 <좋은 거짓말을 하자>라고 한다 해도 괜찮다는 이야기란다. 누가 뭐라고 해도 우리가 생각하는 우리 나름대로의 주제를 찾으려고 노력해보자.


선생님이 오늘 이 이야기 속에서 찾은 나름대로의 주제는 이런 거란다. <공평하고 정의로운 게임은 무엇인가?> 긴장하지 말고 내 이야기를 찬찬히 들어보렴. 먼저 내가 하나의 문제를 줄 테니 정답을 생각해보렴.


문제: 어떤 게임이 공평하고 정의로운 게임이겠는가?
① 아빠와 똑같은 라인에서 출발하는 달리기 시합
② 고등학교 다니는 형과 초등학생인 내가 벌이는 팔씨름
③ 아빠 혼자 하고 나와 동생이 두 팔을 사용해서 하는 팔씨름
④ 유치원 다니는 동생과 중학교 다닌 형이 벌이는 역기 들기 시합
⑤ 바둑 1급인 아빠와 18급인 내가 맞두는 바둑


정태는 아빠가 바둑을 잘 두시니까 ⑤번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니?


정태: 불공평해요.아바랑 똑같이 바둑을 두면 제가 저요.


그래. 항상 정태가 지니까 불공평한 게임이라고 할 수 있겠구나. ①번에서도 항상 아빠가 이기고 항상 내가 진다면 그것도 불공평한 게임이라고 할 수 있겠지. 그럼 정답이 몇 번 같니? 경민이가 말해보렴.


경민: 제 생각에는 ③번 같아요.
진욱,하영,정태:저희도 ③번 같아요.
선생님: 그 이유는?
경민: 다른 것은 어느 한쪽이 항상 이기지만 ③번은 누가 이길지 모르잖아요.


그래, ③번만 결과가 불확정하다고 할 수 있구나. 나머지는 결과가 확정적이지. 즉 뻔하다는 이야기지. 이렇게 누가 이길지 그 결과가 불확정한 게임이 공평한 게임이란다. 바둑에서도 못 두는 사람과 잘 두는 사람이 맞두게 되면 잘 두는 사람이 항상 이기게 되지. 그런데 바둑에서 어느 한쪽이 항상 계속 이기게 되면 바둑이 재미가 없어진단다. 그래서 몇 점을 깔고 두는 게임의 방법이 생겨난 거란다. 잘 두는 사람에게 못 두는 사람이 미리 두 점을 깔고 두게 되면 못 두는 사람이 이길 수도 있고 잘 두는 사람이 이길 수도 있겠지. 이렇게 누가 이길지 모르는 그 결과가 확정되지 않은 게임, 바로 이런 게임이 정의롭고 공평한 게임이란다.


그런데 신체가 부자유스런 장애인과 정상적인 사람이 게임을 한다면 누가 이기겠니? 항상 정상인이 이기지 않겠니? 그렇다면 이 게임을 즐거운 게임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겠니? 바둑에서 못 두는 사람이 몇 점을 깔고 두듯이 장애인들에게도 혜택을 주면 조금이라도 공평해지지 않겠니? 학교에서도 눈이 나쁜 학생들에게는 앞자리를 주는 것은 불공평한 것이지만 선생님이 왜 그 학생들에게 앞자리를 주는지를 생각해보렴. 조건이 나쁜 학생들에게는 조금더 많은 혜택을 주어야만 서로가 평등해질 수 있기 때문이란다.


너희들 중에 『말아톤』이라는 영화 보았니? 저런 진욱이 빼고는 모두 보았구나. 그 영화에서 장애인형과 정상적인 동생 중에서 엄마는 누구를 더 사랑하니?


하영: 형이요.


사실 엄마는 행과 동생을 모두 사랑하지만 형은 장애인이기 때문에 사랑이라는 혜택을 더 주는 것뿐이란다. 건강한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이 있을 때, 건강하지 못한 사람에게 혜택을 더 주는 것이 공평하기 때문이란다. 너희들이 지하철의 전동차를 타면 <노약자 보호석>이라는 것을 볼 수 있지. 노인과 약한 사람을 보호하자는 뜻에서 만들어진 것이 노약자 보호석이란다. 이때 건강한 사람들이 왜 우리들은 보호해주지 않느냐고 불평을 하면 되겠니?

'퍼스트 레이디(First Lady)'라는 말을 들어 보았니? 이 말은 '여자가 먼저'라는 뜻이란다. 영화 『타이타닉』을 보면 배가 난파되었을 때 구명보트에 여자를 먼저 태우는 장면이 나오는데 바로 그것이 '퍼스트 레이디'란다. 힘이 약한 여자에게 힘이 강한 남자들이 양보를 하는 거지. 노약자 보호석도 마찬가지 이치란다. 건강한 사람이 약한 사람에게 자신의 권리를 양보하는 것이지. 그래야만 약자와 강자가 서로 평등하게 어울려 살 수 있단다. 강한 사람이 약한 사람에게 자신의 권리를 하나도 포기하지 않고 살겠다는 것은 불공평한 세상에 살겠다는 것과 마찬가지란다.


정태: 그런데 여자가 더 잘하는 것도 많잖아요?


적당히 끝내려다가 큰일나겠구나.맞다. 힘을 써야 하는 역기 들기, 달리기 같은 것에서는 여자가 불리하지만 머리를 쓰는 분야에서는 평등하기 때문에, 남자 여자 모두 똑같은 조건에서 게임을 하는 것이 좋겠구나. 그러나 조선시대에는 여자들은 글도 가르치지도 않았으니 여자의 조건은 더 불리해질 수밖에 없지 않았겠니. 여자들에게 글을 가르치지 않는다면 가뜩이나 육체적인 힘도 약한데 지식의 힘마저 약해질 수밖에 없으니 이것이야말로 불공평한 게임이 아니겠니?그런 상황에서는 여자가 항상 질 수밖에 없으니까 말이다.


『괜찮아』에서 영석이가 동구를 돕는 것은 장애인에게 혜택을 주는 것이고, 바로 그런 영석이의 행위가 이 사회를 더 공평하게 만드는 것이란다. 그러니까 우리가 고아원이나 양로원에 돔이나 물건을 기부하는 것은 그저 좋은 일을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이 사회를 더욱 공평하고 정의롭게 만들기 위해서란다.


『괜찮아』에서 동구는 육체적으로 약한 사람이고, 영석이는 할머니와 단 둘이서 사니 경제적으로 약한 사람이라고 할 수 있지. 이 이야기가 감동적인 이유는 약한 사람이 약한 사람을 돕기 때문이란다. 너희들도 친구가 자기 몸이 아프면서 너희들을 도와주면 그 친구에게 더욱 고맙게 느껴지겠지. 어려운 입장에 있는 사람이 자신보다 더 어려운 입장에 있는 사람을 도와주는 것, 바로 그것이 진정한 우정이 아니겠니.


<공부해보자>
1.당의정(唐衣錠)은 무엇을 말하는가?
2.<퍼스트 레이디>란 무슨 뜻인가


<생각해보자>
1.당의정에서 단 부분과 쓴 부분은 무엇을 비유하는가?
2.바둑을 할 때 못 두는 사람이 몇 점을 깔고 두는 이유는 무엇일까?
3. 장애인에게 정상인보다 더 많은 혜택을 주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4. 내 주위에서 내가 혜택을 주어야 할 친구는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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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런 2009-05-26 1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글, 정말 좋네요. 가슴에 담아둡니다. 다 컸는데도 애들만큼도 생각하지 못할때가 많은것같아요.
 
자유의 길
로드 브라운 그림, 줄리어스 레스터 글, 김중철 옮김 / 낮은산 / 200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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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다가스카>의 줄거리


사자 알렉스는 뉴욕 센트럴파크 동물원 최고의 인기 스타다. 타고난 품종은 정글의 왕이지만 사실 알렉스는 동물원 인기 스타인 자신을 자랑스러워하고 정글 구경은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다. 알렉스의 친구들인 얼룩말 마티와 기린 멜먼, 하마 글로리아도 온실 속 화초처럼 동물원의 안락한 생활이 익숙하기만 하다.


그러던 어느 날, 호기심 많은 마티가 그들의 고향 남극으로 탈출기회만을 노리는 정체불명 펭귄 특공대의 꾐에 빠져 야생에 대한 꿈을 안고 외출을 시도한다. 알렉스와 친구들은 사라진 마티를 찾기 위해 동물원 밖으로 나가게 되고, 사람들에게 발견된 동물 4인방은 갑갑한 동물원 탈출을 모의했다는 오해를 받은 채 아프리카로 향하는 배에 오르게 된다.


이 동물 4인방이 포획된 배를 남극을 향한 배로 잘못 착각한 펭귄 특공대는 재빠르게 선박을 빼앗아 항로를 바꾸는 사이, 4인방이 갇혀 있던 상자가 바다로 떨어지면서 알렉스와 친구들은 미지의 정글 마다가스카에 표류하게 된다.


지금까지유욕의 동물원에서 안락한 삶을 살아온 이들이 과연 거친 야생의 정글 마다가스카에서 살아갈 수 있을 것인가? 아니면 다시 센트럴파크의 동물원으로 돌아갈 것인가.


<자유의 길>의 줄거리


파란 바다를 항해하는 커다란 배. 바다엔 흑인들의 시체가 떠다닌다. 병든 사람과 죽은 사람은 헌신짝처럼 바다에 내던져진다. 흑인들은 차곡차곡 곡식자루처럼 쌓여있고, 발은 쇠사슬로 묶여 있다. 사람을 실은 배라기보다는 물건을 보관한 창고처럼 보인다.


노예로 팔려간 흑인들은 자유를 얻기 위해 도망친다. 그러다 잡혀온 노예는 모두가 보는 앞에서 피투성이가 될 때까지 채찍으로 맞고, 더러는 주인에 의해 살해된다. 흑인들은 "하느님은 왜 우리를 구하시지 않나?"고 절규한다. 그래도 노예를 물건으로 취급하던 대다수의 사람들 속에서도 소수의 의인들은 흑인들에게 자유를 주기 위해 노력한다.




<영화와 책 속으로>


모두들 <마다가스카>라는 애니매이션은 재미있게 보았는데 『자유의 길』은 그다지 재미가 없었다니 만화보다는 책이 인기가 없다는 것이 실감되는구나. 사실 선생님이 초등학교 다닐 때도 지금처럼 책보다는 TV 만화인 황금박쥐, 요괴인간, 마린보이 같은 만화영화가 아이들에게 ‘인기짱’이었단다. 그런 만화영화를 하는 시간에는 동네가 텅텅 빌 정도였으니까 말이야. 지금이나 예전이나 책은 따분한데 만화는 재밌다는 것이 어린이들의 공통된 생각 같구나. 사실을 말하자면 너희들이 보았던 할리우드 애니매이션 <마다가스카>가 아주 재미있었단다. 만화영화를 보고자란 너희들의 아빠들께서도 <마다가스카>를 아마도 재미있게 생각하실 거야.


너희들이 영화에서 보았듯이 <마다가스카>의 배경은 뉴욕의 동물원이다. 그곳에서는 사람들이 동물들을 먹여주고 재워주고 보살펴주지. 동물원은 어떤 점에서는 동물들의 낙원이라고 할 수 있지. 그곳에서는 먹을 것도 걱정 안 해도 되고, 잠잘 곳도 걱정 없지. 더구나 맹수들에게도 잡혀 먹힐 염려가 없으니 그야말로 안전지대 아니겠니. 그러나 야생에 사는 동물들을 한 번 상상해보렴. 야생에서 육식동물들은 먹이감을 구하러 사냥도 나가야 하고, 초식동물들은 특정한 나뭇잎과 열매를 찾아다녀야 하고 이만저만 피곤한 게 아닐 거야. 게다가 힘이 약한 동물들은 힘센 동물들에게 잡아먹힐지도 모르니 늘 경계를 해야 할 거야. 그러니 얼마나 스트레스가 쌓이겠니. 너희들 같으면 안전한 동물원을 택하겠니, 위험한 야생을 택하겠니?


경민: 동물원이요. 야생은 위험하니까요.
하영: 저는 야생이요. 동물원은 답답하잖아요.


그래. 동물원은 답답하지만 안전한 곳이고, 야생은 위험하지만 자유가 있는 곳이지. 지금 남자인 경민이는 안전한 곳을 택한 셈이고, 여자인 하영이는 자유로운 곳을 택한 셈이로구나. <마다가스카>에서도 사자인 알렉스는 경민이처럼 동물원이 더 좋다고 생각하고, 얼룩말인 마티는 하영이처럼 야생이 더 좋다고 생각하지. 정태야, 얼룩말인 마티는 사자인 알렉스와 하마인 글로리아와 기린인 맬먼에게 어떤 제안을 하지?


정태: 야생으로 가자는 제안이요.


그래. 이 영화 속에서 얼룩말 마티는 런닝머신에서 운동을 하지. 그러나 야생에서의 얼룩말은 매일 푸른 초원을 힘차게 달리니 따로 운동을 할 필요가 없어. 런닝머신에서 달리기를 한다는 것은 평소에 운동을 안 한다는 증거지. 영화 속의 마티의 몸을 생각해봐. 다리가 삐쩍 마르지 않았니. 운동부족 때문이지. 매일 스테이크와 같이 기름진 음식을 먹고 운동을 하지 않으니 몸이 그렇게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겠지.


이 영화에서 얼룩말인 마티가 야생으로 가자고 했을 때 사자인 알렉스는 반대를 하면서 이런 말을 하지. “야생에서는 정제된 음식을 먹을 수 없어.” 여기서 정제된 음식이란 열매나 채소와 같이 자연 그대로의 음식이 아니라 인간에 의해 가공된 음식을 말한단다. 그러니까 알렉스의 말을 바꾸어 보면 이런 말이 되는 거란다. “야생에서는 초콜릿, 피자, 감자칩, 아이스크림, 햄버거를 먹을 수 없잖아? 그러니 나는 동물원에 있을 거야.” 따지고 보면 너희들도 일상생활 중에 정제되지 않은 음식을 많이 먹는단다. 어떤 음식이 정제되지 않은 음식일까?


하영: 고구마요.
경민: 야채요.
정태: 생선회요.


그래. 바로 그런 것들이 정제되지 않은 음식이란다. 사람이 기르지 않고 자연 상태에서 자라난 야채나 고기나 나물 같은 음식들이 바로 정제되지 않은 야생의 음식이란다. 그런데 고구마도 인간이 재배한 고구마가 있는가 하면 자연 상태에서 사람의 손길을 받지 않고 자란 고구마가 있단다. 야채나 생선회도 마찬가지란다. 시장에 가서 생선회를 보면 양식장에서 키워낸 생선이 있는가 하면 푸른 바다에서 마음대로 자란 자연산 생선도 있단다. 돼지도 인간이 키운 돼지가 있는가 하면 야생에서 자란 멧돼지도 있단다. <마다가스카>에 나오는 동물들은 사람이 주는 밥을 먹으면서 자랐기 때문에 우리 안에서 사람이 키운 동물이나 다름이 없단다.


우리 속에서 자라는 돼지는 아무런 걱정이 없겠지. 돼지는 배만 부르면 최고니까. 그런데 수많은 돼지 중에 이상한 돼지가 있다고 한 번 생각해보자. 그 돼지가 이런 생각을 한다고 생각해보렴. “나는 밥만 먹고 못 살아. 배가 부른 게 최고라지만 나는 배부른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고 생각해. 나는 이 우리 안의 생활이 지긋지긋해. 우리를 빠져나가고 싶어.” 바로 이 돼지처럼 얼룩말인 마티도 배부른 생활에 싫증을 느끼고 야생으로 돌아가기를 결심하지.


야생은 곧 ‘자연’을 의미한단다. 자연은 인간의 손길이 닿지 않게 ‘그냥 놓아둔 상태’란다. 아프리카 밀림은 사람이 접근하기 힘든 곳이니까 바로 그곳이 인간의 손길이 닿지 않는 자연이라고 할 수 있지. 그러나 ‘자연농원’은 이름에는 '자연‘이란 말이 들어가지만 결국 그곳은 인간이 만든 곳이니까 ‘인공농원’이라고 불러야 옳단다. 폭포도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자연폭포가 있는가 하면 인간의 힘으로 물을 끌어올려서 떨어지게 하는 인공폭포도 있지. 이 영화를 보면 초원과 풀밭이 그려진 벽화가 나오는데 그것이 바로 ‘인공자연’이란다. 그것은 자연처럼 보이게 하려고 꾸며진 일종의 ‘가짜 자연’이란다. 너희들이 아는 ‘가짜 자연 ’에는 어떤 것들이 있니?


선재: 식물원이요.
진욱: 에버랜드요.


그래 그런 곳들이 바로 인공자연, 즉 가짜 자연이란다. 사자들을 풀어놓은 ‘사파리’라는 곳도 사실은 야생처럼 위험한 곳이 아니라 안전한 곳이란다. 관람객들의 안전을 위해서 미리 사람들이 여러 가지 장치를 해놓았으니 ‘인공자연’이라고 할 수 있단다. 얼룩말 마티는 가짜 자연이 아니라 진짜 자연으로 돌아가기를 희망하고 있지. 마티는, 비록 좋은 음식, 정제된 음식을 수 없더라도 자유로운 곳으로 돌아가고 싶은 것이란다. “배부른 것을 선택할래, 자유를 선택할래”라고 마티에게 묻는 질문에 마티는 당당하게 “자유를 선택할래”라고 대답한 셈이란다. 자, 자유를 선택한 마티와 마티를 따라간 친구들에게는 어떤 일이 있었는지 비디오를 보면서 생각해보자.


배가 표류되어 도착한 곳은 자연 그대로의 땅이란다. 진짜 자연이지. 그러나 이 마티와 그 친구들은 그것을 가짜라고 생각한단다. 왜냐면 진짜 자연을 한번도 본 적이 없기 때문이란다. 하늘에 떠있는 별들을 헬리콥터로 아는 마티 일행은 마다가스카를 샌디에고 동물원이라고 착각한 나머지 바위도 가짜고 나무도 가짜라고 생각하지. 그러나 그것은 진짜였지. 가짜 자연이 아니라 진짜 자연이었던 거야.


만약 너희들도 마티 일행처럼 진짜 자연에서 자짜 자유가 아닌 진짜자유가 주어진다면 어떻겠니?


경민: 공부 안 해도 돼요.
진욱: 학원에 안 가도 돼요.
하영: 아침에 일찍 일어나지 않아도 돼요.
정태: 마음껏 놀 수 있어요.
선재: 일하지 않아도 돼요.


그래. 마다가스카에 도착하면 너희들도 그렇게 자유롭게 생활할 수 있으니 얼마나 좋겠니? 학원에 안 가도 되고, 마음껏 놀 수 있고, 늦게까지 잘 수 있으니 좋겠지. 매일 방학이나 다름없는 거겠지. 두 달만 방학해도 기분이 좋은데 방학이 계속되니 정말로 신나지 않겠니.?


그런데 영화 속에서 기린 맬먼은 얼룩말 마티에게 걱정스런 말투로 “우리에게 불운이 닥칠 거야.”라고 말하지. 그러나 마티는 “주위를 둘러봐. 담장도 없어. 스케쥴도 없어. 아름다운 경치뿐이야.”라고 말하면서 마다가스카에서 자유롭게 지내자고 말하지. 그러자 마티의 이런 말을 들은 다른 친구들이 “아니야. 이런 환경은 견딜 수가 없어.”라고 마티에게 불만을 표시하지. 그러자 마티는 “그래, 난 재미있는 이 땅에서 놀 거야. 너희들은 너희 땅에서 놀아.”라고 말하고 신나게 초원을 달리지. 그러나 마티의 친구들 말처럼 마다가스카는 즐거운 곳만은 아니란다. 마다가스카 그곳은 악어가 예쁜 병아리를 잡아먹는 곳이고. 무시무시한 독을 가진 벌레들이 우글거리는 곳이란다. 더구나 그곳에서는 자기가 먹을 것을 스스로 마련해야 한단다. 너희들도 먹는 것 잠자는 것을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면 어떻겠니?


하영:굶어 죽을 수도 있어요,
진욱:공부도 못해요.
정태:너무 위험해요.


정태 말처럼 영화 속의 마티 일행도 마다가스카를 위험한 곳으로 생각하고 여기에 계속 있다가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도와주세요 HELP‘라는 구조 표시를 만들지. 사람들이 구해주기를 바라는 거야. 사람들을 피해서 달아났으면서도 다시 사람들이 구해주기를 바라는 거야. 우습지 않니?


너희들도 부모님이 일체 간섭을 하지 않는다고 상상해보렴. 공부해라, 학원 가라, 일찍 일어나라, 편식하지 마라. . . . 이런 잔소리가 없다면 얼마나 행복하겠니. 그러나 그것도 하루 이틀이지. 부모님이 계속 나에게 잔소리하지 않고, 명령도 하지 않고, 네가 스스로 알아서 해라, 라고 한다면 너희들도 조금 불안해지지 않겠니.


진욱: 저는 안 불안해요.


진욱이는 용감하구나. 그러나 모든 문제를 네가 해결해야 한다면 하루하루 살아가기가 힘들지 않겠니. 돈도 벌어야 하고, 집도 마련해야 하고, 여러 가지로 힘들겠지. 더구나 너희들은 아직 미성년이란다. 아직은 부모님의 간섭을 받아야 할 나이라는 거야. 간섭을 받는다는 것은 자유를 제한 받는 거란다. 너희들이 학교에 가는 것도 어떤 점에서는 자유를 제한 받는 것이란다. 자유는 내 스스로 결정하는 건데, 너희들이 초등학교 입학을 너희들이 결정한 거니, 학원에 가는 것을 너희들이 결정한 거니? 모두 부모님이 결정해놓고서 너희들에게 따르라고 하는 강요하는 것은 문제가 아니겠니?


진욱, 경민: 맞아요.


그래. 어른들이 결정한 것을 너희들이 따라야 한다면 그것은 너희들이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이란다. 그러나 너희들에게 완전한 자유를 준다면 모든 것을 너희 스스로 ‘판단’하고 ‘선택’해야 한단다. 어떤 책을 읽을까, 어떤 것을 먹을까, 어떤 학원에 갈까… 아마도 너희들은 매우 혼란스럽고 불안할 거야. 자유는 편하고 좋은 것이라고 생각했겠지만 이렇게 자유라는 것은 혼란스럽고 불안한 것이란다. 그렇다면 자유를 포기해야만 할까.


정태, 하영: 아니요.


자유를 포기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겠니. 자유를 선택하면 스스로 선택하고 판단해야 하고, 자유를 선택하면 혼란스럽고 위험한 상황이 닥치는데 어떻게 해햐 이 상황을 극복할 수 있겠니? 책 『자유의 길』에서도 이렇게 써있지 않니? 그곳을 한번 선재가 읽어보렴.


주인이 북부군과 함께 밭에 와서는 이렇게 말하는 거야.
“너희들은 자유다. 더 이상 나는 너희들의 주인이 아니야. 하고 싶은 대로 해도 좋다. 백인처럼.”
느닷없이 이런 말을 듣게 되면 어떤 느낌이 들까.
노예 얼굴을 봐, 너는 그 얼굴에서 무엇을 보니?
그들이 행복할 거라고 생각하지. 그런데 왜 그들은 겁을 먹은 듯이 보일까?
자유롭게 된다는 게 무엇이든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다는 건 아니었어.
자유로운 몸이 되었다지만 그들이 어디로 갈 수 있었겠니?
땅도 없고, 집도 없었어.
돈도 없고 살 곳도 없는데, 자유로이 되었다고 당장 무엇을 할 수 있었겠니?


자, 노예가 자유를 얻었다고 해도 땅도 없고, 집도 없고, 배운 것도 없는데 무슨 일을 할 수 있겠니? 만약에 너희들이 자유를 찾은 노예라고 생각해보렴. 너희들은 자유가 고맙겠니. 아니면 자유 때문에 불안하겠니? 우물쭈물 하는 것을 보니 뭐가 뭔지 모르겠는가 보구나. 그래, 바로 그것이 너희들의 솔직한 대답이란다.


선생님에게도 완전한 자유가 주어진다면 그래서 모든 것을 스스로 선택하고 판단해야 한다면 무척이나 혼란스러울 거다. 스스로 법을 만들어야 하고, 스스로 규칙도 만들어야 하니 얼마나 피곤하겠니. 우리가 사는 사회의 법을 지킨다는 것은 어떤 점에서는 자기 자신을 부자유스럽게 하는 것이란다. 자동차를 타고 마음대로 마음 내키는 대로 가지 않고 교통법규를 지키며 운전을 하는 것은 스스로 자유를 구속하는 것이란다. 만약에 내 뜻대로, 내 마음대로 차를 운전하겠다고 한다면 병원에는 교통사고 환자들이 바글바글할 거야. 세상 사람들이 내 뜻대로 자유롭게 살고 싶다면 세상은 아마 너무 위험한 세계가 될 거야. 그런 세계는 법이 없는 밀림의 세계나 다름이 없겠지. 바로 마다가스카가 그런 곳이란다. 겉으로는 아름다운 것 같지만 독이 있는 벌레가 우글거리고, 강한 동물이 약한 동물을 잡아먹는 곳이 바로 마다가스카란다. 그곳에는 자유가 있는 대신 법도 없고, 규칙도 없단다. 아주 위험한 곳이지. 너희들이 알고 있는 자연은 겉으로는 아름다운 곳으로 보일지 몰라도, 실제는 삵쾡이가 다람쥐를 잔인하게 잡아먹는 세계란다. 그리고 너희들이 숨쉬고 살아있는 세계는 비록 부자유스런 곳이지만 법이 있고, 규칙이 있고, 지켜야할 도덕이 있는 곳이란다.


진욱: 그래도 지켜야 할 것이 너무 많으면 힘들어요.
경민: 너무 공부만 하는 것도 좋지 않아요.


그건 옳은 말이다. 선생님도 일이 많으면 짜증이 나고, 늦잠을 잘 수 있는 일요일은 너무 좋단다. 선생님이 대학 졸업 후에 회사에 다녔거든. 그런데 회사를 그만 두고 학교에 온 것도 사실은 방학이 있어서란다. 방학에는 놀 수도 있고, 책도 마음대로 볼 수 있으니까 얼마나 좋니? 어쨌든 세상에 규칙이 많으면 피곤하겠지. 가령 조선시대에는 ‘남녀칠세부동석(男女七世不同席)’이라는 말이 있었고 이 말이 지시하는 사항을 지켜야 했단다. 이 말의 뜻은 ‘남자와 여자는 일곱 살이 되면 같은 자리에 함께 앉으면 안 된다.‘라는 것이야. 어때, 너희들은 이런 사항을 지키고 싶겠니. 모두들 웃는 것을 보니 지키기 싫은 모양이구나. 이런 규칙은 정말 사람을 피곤하게 만드는 규칙이지. 어떤 규칙들이 사람을 피곤하게 하는가를 잘 생각해서 사람을 피곤하게 만드는 규칙을 없애는 거나 개선하는 것이 바로 너희들이 스스로 자유롭게 되는 길이란다. 그렇다면 자유를 위해 필요한 능력이 무엇일까 생각해볼까.


방금 내가 말했지. 사람을 피곤하게 만드는 규칙을 없애거나 개선하는 것이 자기 스스로를 자유롭게 하는 길이라고. 그렇다면 ‘자유의 길’에는 어떤 것들이 필요하겠니? 너무 어려운 질문일까. 그러면 하나의 힌트를 줄게. 자유를 주면 자기 스스로 선택하고 판단해야 한다고 아까 선생님이 말했잖아.


하영: 판단력이요.


그래. 자유를 위해서는 판단력이 필요하단다. 판단력이 없는 사람에게 자유를 주면 오히려 자신에게 위험한 것을 선택할 수도 있지 않겠니. 그럼 판단력을 길러주는 것은 무엇일까?


선재: 공부요.
정태: 책을 읽는 거요.


그래 공부와 책읽기는 판단력을 길러주니까 ‘자유의 길’에는 꼭 필요한 거겠지. 또 무엇이 필요할까.


진욱:힘이요.
선생님: 힘? 그 이유는?
진욱:힘이 없으면 위험한 상태에서 잡혀 먹히잖아요.


그래 진욱이가 중요한 것을 지적했구나. 너희들이 읽은 책 <자유의 길>에서도 흑인들이 힘이 없으니까 자유가 주어져도 갈 데가 없지. 그래 힘이 있어야겠지. 힘에는 여러 가지 힘이 있단다. 힘을 한문으로 ‘力’이라고 쓰고 ‘력’이라고 읽는단다. 공부를 잘하면 실력이 있는 것이고, 돈이 많으면 금력이 있는 것이고, 권세가 많으면 권력이 있는 것이고, 힘이 세면 체력이 있는 것이지. 사람에게는 어느 정도 이런 힘들이 필요하단다. 이런 힘들이 있어야 자유가 주어져도 불안하지 않단다.


너희들은 노예가 아니란다. 아직 미성년자들이니까 부모님의 도움을 받고 있지만 언젠가는 너희들 스스로 선택하고 판단해야 하는 성인이 된단다. 지금 너희들이 실력을 키우기 위해 공부를 하는 것도 다 자유를 위한 것이라고 생각하면 안 되겠니?


진욱: 우와, 결국 또 공부 이야기야. 우와 싫다.


선생님: 하하하, 진욱이 말이 맞구나. 결국 공부하라는 이야기니 선생님도 문제다. 아무튼 어른들은 잔소리꾼이구나. 너희들을 귀찮게 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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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수원을 점령하라 사계절 중학년문고 4
황선미 지음, 김환영 그림 / 사계절 / 200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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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수원을 점령하라>>를 모두들 재미있게 읽었다니 선생님도 기분이 좋은 걸! 조금 긴 이야기라서 지루하지 않을까 했더니 재미있게 읽었다니 다행이구나.

이 작품의 무대는 신도시라는 곳이지. 논과 밭이나 과수원 같은 곳에 아파트와 같은 건물을 지어 도시를 만들 때, 이런 도시를 신도시라고 한단다. 분당이나 일산과 같은 곳이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신도시란다. 선생님이 중학교때는 압구정동이라는 곳이 <손바닥 배밭>이란 곳이었단다. 선생님이 중학교 3학년때 옆자리에 앉았던 이풍연이라는 친구가 있었는데, 그 친구네 집이 바로 손바닥 배밭이어서 그곳에 놀러가서 배도 먹고, 배밭 근처에 있는 한강에서 수영도 했던 기억이 있단다. 그때 그 친구네 배밭에서 뱀도 많이 보았고, 독사에게 물려죽은 두꺼비도 보았단다. 그 과수원의 원두막에서 낮잠을 잘 때는 매미 소리에 귀가 따가와서 시끄러워서 잠을 못 잘 정도였단다.


배는 가을철 과일이라서 여름에는 아직 배의 맛이 들지 않지만, 아직 덜 익은 배가 바람에라도 떨어지면 그것을 주워서 맛있게 먹었단다. 설익은 배로 배를 채우고 친구랑 원두막에서 낮잠도 자고, 장기도 두고, 그것도 심심하면 한강에 나가 물장구도 치면서 즐겁게 여름방학을 보냈단다. 그래서 여름이 지나면 온몸이 햇볕에 그을려 개학때 친구들에게 놀리도 당했단다.


아빠가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다닐 때는 학원에 다니는 아이들이 없었단다. 또 그 당시에는 컴퓨터나 인터넷도 없었고, 게임기도 없었단다. TV VTR도 귀했기 때문에 시간이 나면 집바깥에 나가 구슬치기, 팽이치기, 다방구, 술래잡기, 비석차기 같은 놀이를 하면서 놀았단다. 너희들이 인터넷으로 게임을 하면 손가락과 머리만을 쓰지만 선생님의 어린시절에 친구들과 놀 때는 달리고, 구르고, 공중으로 솟고, 기고, 온몸을 다 사용해서 놀았단다. 그 친구네 손바닥 배밭에서도 그렇게 놀았단다.배나무에 매달리기도 하고, 매미를 잡으로 뛰어다니기도 하고, 한강에서 물장구도 치기도 하면서 하루종일 놀다보면 저녁에는 지쳐서 누가 업어가더라도 모를 정도로 드르렁드르렁 코를 골면서 잤고, 아침에는 해가 중천에 떴을 때 일어나 오늘은 무슨 장난을 하면서 놀까를 궁리했단다.선생님이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다닐때 솔직히 말해서 공부한 기억이 없었던 것 같다. 노는 게 일이었거든.


그렇게 재밌게 놀던 압구정동이라는 곳이 지금은 어떻게 변했는지 아니? 하영이는 이모가 그 동네 사니깐 잘 알겠구나. 

인터넷으로 압구정동을 한 번 찾아볼까. 옳지. 바로 이것이 압구정동 사진이란다. 왼쪽 옆으로 보이는 한강다리가 보이지? 바로 그것이 제3한강교란다. 선생님이 초등학교 3학년 때 다리가 완공되었단다. 그래서 3학년 이전에 압구정동에 가려면 지금의 한남동이라는 곳에서 뗏목을 타고 압구정동에 가야했지. 한남동에서 압구정동 쪽을 보면 온통 초록색이었단다. 배나무 잎사귀 때문이지. 그런데 지금은 어떤지 아니? 지금 압구정동은 온통 아파트 천지란다. 배나무, 매미, 독사와 두꺼비도 사라지고, 지금은 빽빽이 건물들만 들어차 있단다. 조그마한 공간도 남겨두지 않고 건물들이 빼곡하게 들어차 있단다. 선생님은 그곳을 지날 때, 가끔씩 이풍연이라는 친구는 지금 어디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단다.


과수원을 점령하라에 나오는 과수원은 이풍연네 배밭처럼 서울에서는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곳이지만 서울의 태능이라는 곳에 가면 아직도 배밭이 남아있단다. 어쨌든 지금 그런 과수원을 보기 힘든 이유가 무엇일까.


선재: 과수원이나 논밭을 사람들이 사는 곳으로 바꾸었기 때문이죠.


그래. 식물들이나 동물들이 사는 곳을 사람들이 사는 곳으로 바꾸었기 때문이지. 이렇게 자연을 사람들이 사는 땅으로 바꾸는 작업을 개발이라고 한단다. 그러니까 개발을하면 사람들은 살기 편하게 되겠지만 반대로 동물들은 살기가 힘들어지는 거란다. 잘 생각해보렴. 압구정동 손바닥 배밭에 있었던 매미, 뱀, 두꺼비, 곤충들은 다 어디로 갔겠니? 답을 가슴 속으로 한 번 곰곰이 생각해보렴.


얼마 전 신문을 보니까 지구상에서 하루 평균 130여종의 생물이 사라지고 있다고 하더구나. 하루에 130여종이 사라진다면 일 년이면 얼마나 많은 생물들이 사라지는지 한번 계산해보렴.이런 추세로 계속 생물들이 사라진다면 수년 안에 31500종의 동?식물이 멸종한다고 한단다.


선생님이 인터넷을 통해 검색해본 신문 기사를 한 번 보자꾸나.


유엔환경계획(UNEP)에 따르면 지구상에는 약 170만종의 생물종이 존재하며, 조사되지 않은 생물종을 감안할 경우 약 1250만종이 살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해마다 250005만여 종의 생물이 사라지고 있으며 20~30년 내에 지구 전체 생물종의 25% 가 멸종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렇게 멸종 생물이 급증하는 가장 큰 원인은 지구상 수많은 생물 중 1개 종에 불과한 인간의 욕심과 잔인함 때문이라고 UNEP는 분석했다. 인간은 지난 150년간 전 세계 땅의 절반 가량인 47%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고 변형시켰으 며, 오는 2032년까지 육지의 72%에서 생물다양성이 위협받을 것으로 전망했다.[문화일보 20031229일]


유엔환경계획이 발표한 자료를 보면 일 년 동안 15천 ~ 5만여 종의 동식물이 멸종하고 있단다. 하루 평균 136종의 생물이 사라지고 있다는 거야. 이렇게 동식물들이 멸종하게 되는 가장 이유는 바로 인간의 개발로 인한 동물들의 보금자리의 파괴란다. 결국 동실물들이 사라지게 되는 것이 모두 인간 탓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란다.

동물들이 멸종되지 않으려면 먹이를 얻고 잠자리를 얻을 수 있는 삶의 터전이 필요하겠지. 과수원을 점령하라에서는 바로 배꽃마을의 송신탑 주변의 과수원이 동물들의 삶의 터전이지. 이 책에서 과수원은 언뜻 보면 참으로 평화스러운 것 같지만 잘 보면 반드시 평화스럽다고만은 할 수 없단다. 그 이유가 뭔지 책을 통해서 이야기해줄 수 있겠니?


하영: 오리가 벌레를 잡아먹고, 까치가 찌르레기랑 싸우니까 그렇겠죠.


그렇지. 사시사철 네 계절 동안 우리나라에 사는 텃세인 까치가 여름이면 과수원으로 날아오는 찌르레기를 못 살게 굴지. 이렇게 다른 동네에서 온 친구를 우리 동네친구들이 힘을 합쳐서 구박을 하는 것을 뭐라고 하는지 아니? 바로 텃세부리다라고 한단다. 네 계절 동안 한 곳에 붙박여 사는 새를 텃새라고 하니깐 까치가 찌르레기를 못 살게 하는 것을 텃새가 텃세 부린다라고 할 수 있단다. 텃새가 텃세 부리는 상황이 어떤 상황인지 돌아가면서 예를 들어 이야기해줄 수 있겠니?


경민: 전학 온 친구를 못 살게 구는경우요.
선재: 다른 나라에서 온 일꾼들을 못 살게 군다는 내용이 TV에 나온 적이있는데, 그런 상황 말인가요?


그래. 선재 말대로 필리핀에서 일을 하기 위해 한국에 온 필리핀 노동자들을 한국 사람들이 못 살게 군다면 그런 상황을 텃새가 텃세 부린다라고 할 수 있겠지. 피부색이 같지 않다는 이유로 백인들이 흑인들을 차별한다든가, 우리민족과 생김새가 다르다고 해서 외국의 노동자들을 차별하는 것도 텃새가 텃세 부린다라고 할 수 있겠구나.


자연계에는 이렇게 서로 경쟁하고 갈등하는 경우도 있지만 서로 돕고 사는 경우가 더 흔하단다. 그런 경우를 무어라 부르는지 학교에서 배운 적이 있니?


하영: 공생이라고 하던데요.
선생님: 그래, 공생이라고 한단다. 共(공) 같이, 더불어라는 뜻이고 生(생) 산다라는 뜻이니까 共生(공생) 같이 산다, 더불어 산다라는 뜻이란다. 혹시 기생(寄生)이란 말은 무슨 뜻인지 아니?
정태:공생은 함께 사는 것을 말하고, 기생(寄生)은 한쪽만 도움을 받고, 한쪽은 피해를 보는 경우를 말해요.
선생님: 아니, 그렇게 어려운 것을 어떻게 아니?
하영:5학년 과학책에 나와요. 악어와 악어새가 공생관계라는 설명도 있어요.


그렇구나. 공생(共生)은 어울려 함께 도움을 주고받으며 사는 관계를 말하지. 악어새는 악어의 이빨로부터 먹이를 얻어서 좋고, 악어는 악어새에게 자신의 이빨을 청소시켜서 좋으니 이런 경우를 일러 누이 좋고 매부 좋다라는 우리 속담도 있단다. 선생님이 너희들을 가르치면 너희들도 도움이 되지만 선생님도 가르치면서 공부가 되니까, 우리들의 관계도 어찌 보면 공생의 관계라고 할 수 있단다. 가르치는 사람과 배우는 사람의 관계를 보면 한쪽은 이익을 주고 한쪽은 도움을 받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두 쪽 다 도움을 주고받는단다. 이를 일러 교학상장(敎學相長)이라고 한단다.
선생님 책꽂이에서 누가 지금 기생충제국이라는 책을 찾아보지 않을래. 역시 하영이가 매일 아빠의 책꽂이를 보니까 제일 먼저 찾았구나. 이 책을 읽어보니 너희들이 흔히 나쁜 동물이라고 알고 있는 기생충이 실제로는 인간에게 도움을 주는 동물이라는 것을 선생님은 이 책을 통해 알았단다. 기생충은 인간의 몸으로부터 영양분을 빼앗아가지만 한편으로 기생충들은 인간에게 면역력을 증진시켜주기도 한다는 거야.


진욱: 그럼 기생충이 아니라 공생충이라고 불러야 하겠네요? 

진욱이의 말이 일리가 있는 것 같구나. 이렇게 자연 속의 동물들은 서로 도움을 주고 받는 공생의 관계로 얽혀있다고 할 수 있단다. 이 이야기 속의 과수원은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 공생의 장소라고 보아야겠지. 그렇다면 우리가 사는 도시는 과수원처럼 공생의 장소라고 할 수 있을까?


진욱: 아니요. 도시에서는 인간만이 잘 사니까 도시를 공생의 장소라고 하기는 힘들어요.


그래. 도시에서는 도로에는 빗물이 스며들지 않도록 아스팔트를 까는데 땅으로 빗물이 스며들지 않으면 땅 속에 지렁이들이 살기 힘들게 될 것이고,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스는 샴푸나 린스와 같은 세제들이 강물로 흘러들면 물고기들이 살기 힘들게 되겠지. 개발이란 어떤 점에서는 인간이 살기 편리한 땅을 만들기 위해 동물들의 삶을 힘들게 하는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단다. 가급적이면 동물들의 삶을 어렵게 하지 않으면서 인간의 삶도 편리해지는 그런 개발을 친환경개발이라고 한단다. 너희들도 동네에시냇물이 있어서 거기에서 물고기와 가재도 잡을 수 있고, 공원에서 새와 개구리 울음소리도 들을 수 있다면 좋지 않겠니. 그러나 우리가 사는 곳을 보면 아파트가 늘어나고, 도로가 확장되면서 자연이 점점 파괴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지. 사람이 살기 위해 어쩔 수 없다지만 동물들과의 공생을 생각한다면 좀 쓸쓸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너희들은 혹시 인간들이 인간들만의 즐거움을 위해서 자연계의 생물들을 학대하는 경우를 보지 않았니?


정태: 강아지가 물지 못하도록 강아지에게 마스크를 씌우기도 하고, 어떤 친구들은 강아지가 짖지 못하도록 목을 수술하는 경우도 있어요.
선재:농장에서 가축을 기르는 것도 어떤 점에서는 좋지 않아요.


그래. 인간은 동물들의 행복은 생각하지 않고 인간의 행복만을 생각한다는 점에서 이기적인 존재라고 할 수 있단다. 개발이란 것도 인간만의 행복을 위한 쪽으로 나가야 할 것이 아니라 생태계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체의 삶을 생각하는 쪽으로 나가야겠지.


이 이야기 속에서 과수원 주인 할머니는 여름을 나러 온 찌르레기를 정답게 대해주고, 며느리가 아이를 가졌다고 나무귀신과 동물들에게 떡을 나눠 주기도 하지. 게다가 할머니의 아들인 과수원 아저씨도 나무와 동물들과 대화를 나눌 줄 아는 사람으로 나오지 않니. 그들은 자연을 함부로 대하지 않고 자연과 함께 지낼 수 있는 사람들이란다. 이 이야기 속에서 과수원에 사는 할머니와 아저씨와 아줌마는 자연과 공생하는 사람들이라면, 도시에서 자연의 고마움을 모르고 사는 사람들은 기생의 사람이라고 할 수 있지 않겠니. 너희들은 어떤 사람인지 마음 속으로 한 번 생각해보렴.


이 이야기의 뒷부분에서 할머니는 병에 찌르레기의 깃털을 넣어 매화나무 그루터기 옆에 묻어두는 장면이 나오지 않니? 왜 할머니는 병 속에 찌르레기 깃털을 넣어서 땅 속에 묻은 걸까. 그 할머니의 행동이 상징하는 것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니?


하영: 아저씨와 아줌마가 아기를 못 낳기 때문에 착한 아기를 낳으라는 뜻이에요.


할머니가 깃털을 병 속에 넣어 땅에 묻는다고 해서 아줌마 아저씨에게 아기가 생기는 것은 아니란다. 마찬가지로 너희들을 잘 되게 해달라고 교회당에 가서 기도한다거나, 절에 가서 불공을 드린다고 해서 너희들이 반드시 잘 되는 것은 아니지. 그렇다고 해서 부모님의 행동이 잘못되었다고는 할 수 없겠지. 부모님의 행동에는 너희들을 사랑하는 마음이 깃들어 있기 때문이란다. 그 할머니의 행동에도 아기를 사랑하는 마음, 생명을 사랑하는 마음이 깃들어 있다고 할 수 있지. 과수원을 점령하라에서 우리가 배워야 할 것도 바로 그 할머니의 마음이 아니겠니? 인간과 함께 자연에 존재하는 생명체들을 모두 사랑할 수 있는 그런 커다란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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샬롯의 거미줄 (양장본)
엘윈 브룩스 화이트 지음, 가스 윌리엄즈 그림, 김화곤 옮김 / 시공사 / 2006년 3월
평점 :
품절


우정과 사랑, 그것들은 대체 어디에서 생겨난 거지?




오늘의 작품: 샬롯의 거미줄 (E.B. 화이트 지음, 창작과비평사)
참석한 어린이-강선재, 김정태, 김진욱, 김하영, 남경민
2005년 1월 21일


<책의 줄거리>




여러 동물들이 등장하는 농장이 배경인 작품으로 주인공은 꼬마 돼지 윌버와 지혜로운 거미 샬롯이다. 샬롯이 정성껏 거미줄을 짜서 윌버의 목숨을 구한다는 것이 이야기의 줄거리다. 농장주인 애러블은 돼지 윌버가 무녀리(한배 새끼 가운데서 맨 먼저 태어난 새끼)로 태어났기 때문에 몸이 약해서 살기 힘들다고 판단하여 새끼 돼지를 죽이려 한다. 그러나 농장 주인의 딸 펀이 돌보기로 해 돼지 윌버의 목숨는 살아난다. 펀이 정성껏 돌본 덕에 건강해진 윌버는 더 이상 펀과 살 수 없게 된다. 이제 헛간에서 자라야 할 때가 왔기 때문이다.


펀의 아저씨 농장에 팔려간 윌버는 아직 아기인데다 외톨이다. 그 때 샬롯이란 거미와 친구가 된다. 샬롯은 다리가 8개 달린 거미로 헛간 천장에 산다. 윌버의 잠자리 바로 위다. 처음에 윌버는 샬롯이 동물의 육즙을 빨아 먹는 다는 말에 실망하지만 곧 그를 이해하게 된다.윌버는 무럭무럭 자라고 농장주인은 흡족해 한다. 다가오는 크리스마스에 훌륭한 만찬 요리가 되어 줄 것이기 때문이다. 오래산 양 할머니는 그 사실을 일러준다. 샬롯은 윌버를 구하기로 마음먹고 묘안을 생각해낸다. 다음 날 아침 놀랍게도 거미줄에 '대단한 돼지'라고 글씨를 쓴 것이다. 이를 기적이라 여긴 사람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하며 여기저기서 구경을 온다. 윌버는 신의 기적이 되어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진다. 뒤이어 '훌륭한 돼지' 마지막으로 품평회에 가서는 '겸손한 돼지'라는 거미줄을 쳤다. 샬롯은 윌버를 지키기 위해 알을 낳기 위해 쇠약해진 몸을 이끌고 간 것이었다. '겸손한 돼지'를 쓴 날 밤에 샬롯은 수많은 알을 낳는다. 그 덕분에 특별상을 수상한 윌버는 목숨을 구하게 된 것이다. 지혜롭고 의리 있는 샬롯은 자신의 약속을 지킨 것이다. 그러고 나서 샬롯은 죽는다. 윌버는 알주머니를 떼어가 조심스럽게 지키고 그 안에서 훗날 샬롯의 자손들이 태어난다. 윌버는 샬롯을 항상 생각하며 농장에서 평화롭게 늙어간다


<책 속으로>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돼지 윌버와 거미 샬롯, 그리고 펀이라는 소녀라고 할 수 있다. 선생님이 많은 책을 읽었다 할지라도 이 책처럼 돼지와 거미와 사람이 함께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이야기는 없었던 것 같구나. 어쨌든 이 이야기도 우리가 읽었던 『과수원을 점령하라』에 나오는 동물들처럼 애러블의 농장에서 평화롭게 살아가고 있지. 서로 다른 생물들이 한 울타리에서 정답게 살아간다는 것은 좋은 일이 아니겠니? 그러나 돼지 윌버와 거미 샬롯이 처음부터 상리좋게 지낸 것은 아니란다. 처음에 돼지 윌버는 거미 살롯을 어떻게 생각했는지 기억 나니?


하영: 윌버는 거미 샬롯이 잔인하다고 생각했어요. 거미 샬롯이 파리나 모기 같은 징그러운 곤충들을 잡아먹기 때문이에요.
선생님: 그럼 샬롯이 곤충들을 잡아먹는 것은 옳은 일이라고 생각하니?
선재: 거미도 어떻게든 살아가야 하기 때문에 잔인한 일이라고 할 수는 없어요.
정태: 샬롯도 먹고 살아야 하잖아요.
경민: 곤충들에게는 좋지 않은 일지만 샬롯으로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죠.


너희들은 모두 곤충을 먹는 샬롯에 대해서 나쁘게 말하지 않는구나. 선생님의 생각도 마찬가지야. 샬롯이 곤충들을 잡아먹는 것은 생존을 위해 어절 수 없는 것이니 그것을 나쁘다고 할 수는 없지. 만약 샬롯이 장난으로 곤충들을 죽인다면 문제는 달라지겠지. 장난으로 곤충을 죽이는 것은 분명 옳지 못한 일이니까. 너희들도 인간이 생존을 위해서 소를 잡고 돼지를 잡는 것을 나쁘다고 할 수는 없다고 생각할 거야. 그러나 잘 생각해보면 인간이 생존을 위해 살아 있는 동물을 잡는다고 할 수만은 없단다. 어떤 사람들은 재미 삼아 동물을 사냥하기도 하잖아. 물론 옛날 사람들은 먹고살기 위해 사냥을 했기 때문에 그들의 사냥이 잘못되었다고는 할 수 없지만 이미 먹고살기에 충분한 요즘 사람들이 사냥을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할 수 있단다. 재미로 생명을 죽인다는 것은 윤리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생각되거든.


어쨌든 이 이야기에서 돼지 윌버는 거미 샬롯이 생존을 위해 곤충들을 먹어야 한다는 사실을 이해하게 되지. 이렇게 친구가 된다는 것은 서로를 이해하는 일이란다. 너희들에게 친구가 된다는 것은 어떤 것을 의미하는지 이야기해줄 수 있겠니?


하영: 친구가 되면 더 가까이 지내게 되고, 어려울 때는 도와주게 되요.
정태: 친구가 된다는 것은 서로 이해해주는 것을 말해요.
선재: 친구가 된다는 것은 서로 비밀을 지켜준다는 것을 말해요. 그리고 서로 칭찬해준다는 것도 의미해요.
경민: 친구는 같이 놀 수 있어야 된다고 생각해요. 힘들 땐 서로 위로도 해주어야 해요.


그래. <어려울 때 돕는 친구가 진정한 친구다>라는 속담도 있는데, 너희들은 모두 진정한 친구가 될 자격이 있는 것 같구나. 옛말에 '백아절현(伯牙絶絃)'이란 말이 있단다. <'백아'라는 사람이 줄을 끊었다.>라는 뜻이지. '절(絶)'은 '절단'의 의미 즉 끊는다는 의미이고 '현(鉉)'은 '현악기' 할 때의 '현(鉉)'으로서 '줄'이라는 의미란다. 이 말은 '백아(伯牙)가 거문고 줄을 끊었다는 뜻으로, 자기를 알아주는 절친한 벗의 죽음을 슬퍼한다는 말'이란다. 이 이야기에는 이런 사여이 담겨 있단다.


춘추전국시대 원래 초(楚)나라 사람이지만 진(晉)나라에서 관리를 지낸 백아가 있었단다. 그는 거문고의 명수였지. 거문고 타는 솜씨가 보통이 아니었던 모양이야. 그런데 백아가 생각하기엔 자신의 솜시를 세상사람들이 제대로 알고 있지 못하다고 생각했던 모양이야. 그러나 배가의 친구 종자기(種子期)만은 백아가 거문고 타는 솜씨를 제대로 알았던 모양이야. 백아가 거문고로 높은 산들을 표현하면 종자기는 “하늘 높이 우뚝 솟는 느낌은 마치 태산처럼 웅장하구나”라고 말했고, 큰 강을 나타내면 “도도하게 흐르는 강물의 흐름이 마치 황허강 같구나”라고 맞장구를 쳐주기도 했단다. 백아가 자신의 마음을 말로 하지 않고 음악을 연주했는데도 이를 종자기가 척척 알아 맞추었으니 이 두 사람은 마음이 척척 맞는 친구라고 할 수 있지 않겠니.


그런데 종자기가 병으로 갑자기 세상을 떠나게 되었단다. 이제 백아는 자신의 음악을 알아 줄 친구를 잃게 된 거야. 그 슬픔이 얼마나 컸던지 백아는 자신이 아끼던 거문고 줄을 스스로 끊어 버리고, 죽을 때까지 다시는 거문고를 켜지 않았다고 한단다. 자신의 음악을 알아 주는 사람이 이 세상에는 더 이상 없다고 생각하였기 때문이겠지.


백아와 종자기의 관계에서처럼 친구가 된다는 것은 서로를 이해한다는 것을 의미한단다. 『샬롯의 거미줄』이란 작품에서 돼지 윌버는 거미 샬롯의 어떤 점을 이해해주었지?


하영: 살기 위해서는 잔인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이해하게 되었어요.


그래. 이해를 하게 되면 그 친구가 더 이상 밉지 않게 된단다. 너희들이 만약 친구랑 아홉시에 만나기로 했는데 친구가 제 시간에 나타나지 않으면 화가 나겠지만 그 친구에게 무슨 시상치 않은 일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그 친구를 더 이상 미워할 수 없지 않겠니. 친구가 된다는 것은 친구에 대한 이해를 의미한단다. 친구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하겠니?


선재: 서로 대화하는 것이 필요해요.
정태: 같이 노는 것도 필요해요.


그래. 이해하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을 같이 하면서 놀기도 하고 대화도 나누어 봐야겠지. 그렇게 친구와 오랜 시간을 나누게 되다보면 서로를 더 많이 이해할 수 있지 않겠니. 그래서 남들은 어떤 친구를 비난할 때도 너희들은 그 친구를 끝까지 감싸줄 수 있지 않겠니. 우정이란 이렇게 서로를 감싸줄 수 있는 마음인 거 같구나. 그런에 이 이야기에서 거미 샬롯은 돼지 윌버를 왜 도와주려고 하지.


선재: 책에 써 있는 대로라면 친구를 도와주면 자신도 기쁨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에요.
하영: 기쁨이 없더라도 친구니까 도와주어야 하는 거 아닌가요?


그래. 내가 좋아하는 누군가를 도와준다는 것은 기쁜 일이란다. 그러나 누군가를 도와준다고 해서 반드시 기쁨이 생기는 것은 아니지 않겠니? 오히려 짜증만 나고 신경질이 날 수도 있지 않겠니? 이럴 때 누군가가 상으로 큰돈을 준다면 우리는 하기 힘든 일이라도 기쁜 마음으로 열시히 하면서 친구를 도와줄 수 있겠지. 그러나 친구를 돕는다고 할지라도 아무런 상도 받지 못한다면 너희들은 어떻겠니? 도움을 줄 때 과연 너희들은 아무런 대가를 바라지 않겠니?


경민: 상황에 따라 다르죠.
선생님:상황에 따라 다르다니?
경민: 길을 가다가 누군가 넘어졌을 때는 대가를 바라지 않고 도와주어야 하지만 누군가에게 일을 해주었을 때는 대가를 바라야 하는 것 아닌가요?


경민이의 생각이 섬세하구나. 그래. 우리는 남들이 어려운 처지에 있을 때는 대가를 바라지 않고 그들을 도와야 하지만, 그들이 어려운 처지가 아니라면 그들에게 우리가 한 일만큼의 대가를 정당하게 요구해야 한단다. 내가 한 일만큼의 대가를 바라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니라 정정당당한 일이란다. 그리고 남들이 나를 위해서 어떤 일을 해주었다면 나도 그들에게 정당한 대가를 주어야 한단다. 그러나 남들이 어려운 처지나 위급한 상황에 놓여 있다면 우리는 대가를 바라지 않고 그들을 도와주어야겠지. 이 작품에서는 대가를 바라고 누군가를 돕는 존재가 등장하지? 바로 '템플턴'이라는 쥐가 그런 존재지.


너희들이 아버지의 구두를 닦아놓고 아버지에게 일천 원을 달라고 하면 아버지께서는 웃으시면서 일천 원을 주시겠지. 그러나 그것도 한두 번이지 구두를 닦아놓을 때마다 일천 원을 달라고 하는 것은 그다지 옳은 일은 아니라는 생각이 드는구나. 우리가 말하는 '선행(善行)' 즉 착한 일은 대가를 바라지 않는 데서 비롯되는 거란다. 예수는 "왼손이 하는 일을 오른손이 모르게 하라"고 하셨단다. 이 말이 의미하는 바가 무었이겠니. 남이 어려운 지경에 놓여 잇을 때 돕는 것을 무슨 자랑거리라도 된 양 떠버리지 말라는 뜻이란다. 도우려면 남 몰래 도우라는 거지. 다음 이야기를 한 번 읽어보지 않을래.




1998년 5월 멕시코시티 프로 레슬링 경기장을 가득 메운 관중은 한 늙은 레슬러의 은퇴식을 지켜보면서 깊은 감동과 사랑을 느꼈습니다.


1975년 프로 레슬링에 입문해 항상 황금색 가면을 쓰고 경기해 온 그는 ‘마법사의 폭풍’으로 불렸습니다. 화려한 분장뿐 아니라 그의 현란한 개인기는 관중을 열광시켰으며, ‘마법사의 폭풍’은 위기의 순간마다 꺾이지 않고 다시 일어나 상대 선수를 제압하는 신비한 힘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23년 동안 팬들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 준 ‘마법사의 폭풍’은 어느새 53세의 중년이 되어 끝까지 자신을 아껴 준 팬들을 위해 마지막 선물을 준비했습니다.


‘마법사의 폭풍’이 링 위에 오르자 관중은 모두 일어서서 박수로 그에 대한 사랑과 존경을 표했습니다. 그는 관중의 갈채를 한 몸에 받으며 링 중앙에 섰습니다. 관중의 박수가 잦아들 즈음, ‘마법사의 폭풍’은 황금가면을 천천히 벗기 시작했습니다. 그것은 지금까지 없었던 일이었습니다. 관중들은 그가 준비한 선물에 놀라 모두 숨을 죽였습니다. 마침내 황금가면을 벗은 그 또한 감격스러워하며 입을 열었습니다.


“여러분, 감사합니다. 저는 작은 가톨릭 교회의 신부인 세르지오 구티에레스입니다. 프로 레슬링을 하는 동안 저는 고아원 아이들을 경제적으로 도울 수 있었고, 그들에게 꿈과 희망을 줄 수 있어서 행복했습니다.”


그의 말이 끝나자, 한동안 관중의 정적이 이어지더니 더욱더 뜨거운 기립박수가 쏟아졌습니다. 세르지오 신부는 23년 동안 ‘신부’라는 신분을 감춘 채 얻은 수익금으로 3천여 명의 고아들을 돌봐 온 것입니다


23년 동안 자신의 선행을 숨긴 이 프로레슬러의 이야기가 바로 '왼손이 하는 일을 오른손이 모르게 한 사람'의 이야기가 아니겠니? 이 이야기 속의 신부님뿐만 아니라 자신의 선행을 숨기는 사람은 의외로 많단다. 자신의 이름을 밝히지 않으면서 어려운 사람에게 돈을 써달라고 신문사에 성금을 맡기는 사람들의 이야기도 가끔씩 신문에서 읽을 수 있고, 연말에 불우한 사람을 돕기 위한 구세군 냄비에 수천만 원을 몰래 넣고 가는 사람들도 있단다.


그런데 이 이야기 속에서 템플턴은 어려운 처지에 있는 윌버를 도울 때도 어떤 대가를 바라지 않니. 분명 그것은 옳지 않은 일이란다. <어려울 때 돕는 친구가 진정한 친구다>라는 속담대로 아무런 대가를 바라지 않고 곤궁에 처한 친구를 도와줄 수 있을 때 진정한 친구가 될 수 있는 거란다. 그리고 누군가를 진정으로 사랑한다면 그 사람에게 아무런 대가를 바라서는 안 된단다. 그 사람을 사랑해서 돈이 생기고, 그 사람을 사랑해서 명예가 생기고, 그 사람을 사랑해서 인기가 생긴다고 해서 그 사람을 사랑한다면 그것은 진정한 사랑이 아니란다. 아무런 이유 없이 그냥 그 사람이 좋다면 바로 그것이 진정한 사랑이란다. 너희 엄마는 너희들이 말을 잘 듣는다는 이유로 너희들을 사랑을 하고, 공부를 잘 한다고 해서 너희들을 사랑을 할까. 그렇지 않겠지. 부모님께서 너희들을 사랑하는 데는 아무런 이유도 없고, 아무런 목적도 없단다. 부모님들께서는 너희들을 사랑함으로써 어떤 대가를 바라지 않는단다. 그저 너희들이 사랑스럽기 때문에 사랑하는 것이란다. 사랑이란 그냥, 아무런 목적 없이 하는 것이지, 어떤 목적이나 대가를 바라고 하는 것은 아니란다.


이 이야기에서 펀은 거미와 대화를 하지. 그런 펀을 부모님들은 미친 아이가 아닌가 의심을 하지 않니. 이렇게 펀처럼 거미나 돼지와 이야기할 수 있는 능력이 바로 상상력이란다. 조그만 아이들을 잘 살펴보렴. 그 아이들은 너희들보다 훨씬 더 상상력이 풍부해서 강아지나 꽃과도 말하는 것을 볼 수 있단다. 꽃이 봉오리를 닫고 있는 것을 보면서 아이들은 "꽃아, 너는 왜 입을 다물고 있어?"라고말하기도 하고, "엄마, 오늘은 하늘이 화가 났는지. 하늘에서 천둥 소리가 쾅쾅하고 들려."라고 말하기도 한단다. 바로 아이들을 그렇게 말하게 하는 것이 상상력이란다. 어른들이 되면서 그런 상상력을 자꾸 잃어가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구나. 너희들은 혹시 그러지 않니?


펀이 혹시 미친 것은 아니가 하는 생각에서 펀의 부모님들께서는 의사선생님을 모셔오지. 그런데 '도리언'이라는 의사선생님은 펀에게 아무 문제가 없다고 하시면서 이런 말씀을 하시지 않니. "거미줄에 글자가 나타났을 때 모두들 기적이라고 했어요. 하지만 아무도 거미줄 자체가 기적이라는 지적은 안 하더군요." 그러자 에러블 부인이 이렇게 대꾸하지. "거미줄이 뭐가 기적이라는 건가요? 저는 박사님이 왜 거미줄을 기적이라고 하시는지 모르겠군요. 그냥 거미줄뿐인데." 선생님은 이 대목이 매우 감동적으로 읽혔단다. 사람들은 흔히 아무것도 없는 손바닥에서 장미꽃을 생기게 한다거나 하얀 비둘기가 생기게 한다면 몹시 놀라면서 '마술 같은 일'이라거나 '기적 같은 일'이라고 하지만 정말 기적 같은 일은 이 세상에 어떻게 장미꽃과 비둘기가 존재하게 되었는지, 나는 그것이 더 기적 같다고 생각하거든.


선생님:너희들의 생각으로 대체기적은 무엇인 것 같니? 짧게 한 번 대답해보지 않을래.
정태:놀라운 일이요.
선재:신비스러운 일?
경민:사람의 힘으로 할 수 없는 일을 하는 거요.
하영:설명하기 힘든 일이 일어나는 거요.
선생님: 그렇다면 우리 삶에서 기적은 어떤 것인가?
경민:죽었다 살아나는 것이요.
정태:위험한 사고에서 살아나는거요.


너희들의 생각을 종합해보면 사람의 힘으로 할 수 없고, 설명할 수 없는일이 바로 기적이라고 할 수 있겠구나. 그럼 여름이 가고 가을이 오고, 가을이 오고 겨울이 오는 것도 사람의 힘으로 할 수 없다는 점에서는 기적이 아닐까.


선재: 그러나 태양과 지구의 위치가 달라지면서 계절의 변화가 생긴다고 설명할 수 있잖아요.


과학을 좋아하는 선재다운 말이구나. 그럼 지구는 태양의 지구를 왜 도는지, 봄이 되면 왜 싹이 트는지, 왜어떤 씨앗에서는 봉숭화가 피는데, 왜 어떤 씨앗은 거대한 나무로 자라나는지, 자연의 모든 현상을 설명할 수 있을까. 과학이 발달하면 그런 현상들의 이유를 보다 잘 설명할 수 있겠지만 과학의 힘으로 세상의 모든 일을 다 설명하기는 힘들단다. 과학자들은 왜 사람이 사랑을 하는지, 사람이 어떤 이유로 우울하게 되는지를 여러가지 방법을 동원하여 그 이유를 알아보려고 하지만 사람에게 일어나는 모든 일들, 자연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을 다 알 수는 없단다. 해가 뜨고 지는 일, 꽃이 피고 지는 일이 신비스러운 기적이라고 생각하는 마음, 사람들이 죽고 다시 아가들이 태어나는 일이 평범한 일이 아니라 신비스러운 기적이라고 생각하는 마음이 과학을 발전시키고 예술을 발전시킨단다. 이 세상의 기적은 바로 너희들이란다. 왜 엄마와 아빠 사이에 다른 누구도 아닌 바로 너희들이 생겨났겠니. 그리고 너희들을 사랑하는 그 마음은 대체 어디에서 생겨난 것이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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뜀뛰는 개구리 - 마크 트웨인 유머 단편선
마크 트웨인 지음, 김소연 옮김 / 예문 / 200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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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 트웨인의 자서전을 읽은 것이 반 년 전이던가. 그런데 이웃님께서(지금은 어디로 가셨나. 투덜투덜) 이 우스운 작자를 언급하시기에, 또 다른 텍스트는 없을까, 교보문고를 뒤졌더니 『뜀뛰는 개구리』라는 제목을 가진 책이 발견된다. 오호, 딱 걸렸다. 1865년에 뉴욕의 일간지에 발표된 이 산문은 미국 구비문학의 구라빨의 정수를 보여준다. (마크 트웨인을 근엄한 미국의 국민 작가로 인식시켜준 대한민국의 문학교육이여 반성하라!) 1895년에 썼다는 <이야기를 전하는 기술>은 미국식 유머 분석서로 최상의 텍스트다. 2009년 선물로, 그 꼭지 속에 있는 이야기 하나를 타이핑해보겠다.(평소 안 하는 짓이다.)

전쟁 중에 다리에 관통상을 입은 병사가 황급히 곁을 지나가던 다른 병사를 붙잡고, 이러저러한 피해를 입었으니 후방으로 데려가 달라고 애원했습니다. 이 소리를 들은 마음 너그러운 전쟁용사는 불행한 처지에 놓인 부상병을 어깨에 짊어지고 후방을 향해 계속 나아갔습니다. 총탄과 포탄이 사방에서 날아다니는 상황에서, 그만 포탄 한 개가 부상병의 머리를 날려버렸습니다. 그러나 그를 지고 가던 병사는 이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죠. 얼마 가지 않아 웬 장교가 그를 보고는 반색을 하면서 물었습니다.
“자네 도대체 그 시체를 짊어지고 어딜 가는 거지?”
“후방으로 갑니다. 이 친구가 다리를 잃었습니다.”
“다리를 잃었다는 게 사실인가? 다리가 아니라 머리통이겠지. 이 얼간아.”
놀란 장교가 되물었습니다.
그 소리에 병사는 지고 있던 짐을 내려 놓고 너무나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우두커니 서서 시체를 내려다보았습니다. 한참 만에 그가 입을 열었습니다.
“그렇습니다. 말씀하신 대로입니다.” 그러더니 또 한참 있다가 이렇게 덧붙였습니다. “하지만 이 친구는 제게 잃어버린 것은 분명 자기 다리라고 했습니다!!!”

아무리 기분이 꿀꿀하고 더럽다고 해도 이런 대목에서는 웃어줘야 매너일 거 같다. 웃기는 이야기는 늙지도 않는다. 100년도 더 된 이야기가 사람을 웃기고 있다. 슬픈 이야기도 마찬가지다. 인간의 희노애락애오욕이 늙지 않는다는 증거다. 씹을수록 맛이 나는 오욕칠정의 츄잉껌이여. 비극과 희극의 물적 토대가 여기에 있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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