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수원을 점령하라 사계절 중학년문고 4
황선미 지음, 김환영 그림 / 사계절 / 200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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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수원을 점령하라>>를 모두들 재미있게 읽었다니 선생님도 기분이 좋은 걸! 조금 긴 이야기라서 지루하지 않을까 했더니 재미있게 읽었다니 다행이구나.

이 작품의 무대는 신도시라는 곳이지. 논과 밭이나 과수원 같은 곳에 아파트와 같은 건물을 지어 도시를 만들 때, 이런 도시를 신도시라고 한단다. 분당이나 일산과 같은 곳이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신도시란다. 선생님이 중학교때는 압구정동이라는 곳이 <손바닥 배밭>이란 곳이었단다. 선생님이 중학교 3학년때 옆자리에 앉았던 이풍연이라는 친구가 있었는데, 그 친구네 집이 바로 손바닥 배밭이어서 그곳에 놀러가서 배도 먹고, 배밭 근처에 있는 한강에서 수영도 했던 기억이 있단다. 그때 그 친구네 배밭에서 뱀도 많이 보았고, 독사에게 물려죽은 두꺼비도 보았단다. 그 과수원의 원두막에서 낮잠을 잘 때는 매미 소리에 귀가 따가와서 시끄러워서 잠을 못 잘 정도였단다.


배는 가을철 과일이라서 여름에는 아직 배의 맛이 들지 않지만, 아직 덜 익은 배가 바람에라도 떨어지면 그것을 주워서 맛있게 먹었단다. 설익은 배로 배를 채우고 친구랑 원두막에서 낮잠도 자고, 장기도 두고, 그것도 심심하면 한강에 나가 물장구도 치면서 즐겁게 여름방학을 보냈단다. 그래서 여름이 지나면 온몸이 햇볕에 그을려 개학때 친구들에게 놀리도 당했단다.


아빠가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다닐 때는 학원에 다니는 아이들이 없었단다. 또 그 당시에는 컴퓨터나 인터넷도 없었고, 게임기도 없었단다. TV VTR도 귀했기 때문에 시간이 나면 집바깥에 나가 구슬치기, 팽이치기, 다방구, 술래잡기, 비석차기 같은 놀이를 하면서 놀았단다. 너희들이 인터넷으로 게임을 하면 손가락과 머리만을 쓰지만 선생님의 어린시절에 친구들과 놀 때는 달리고, 구르고, 공중으로 솟고, 기고, 온몸을 다 사용해서 놀았단다. 그 친구네 손바닥 배밭에서도 그렇게 놀았단다.배나무에 매달리기도 하고, 매미를 잡으로 뛰어다니기도 하고, 한강에서 물장구도 치기도 하면서 하루종일 놀다보면 저녁에는 지쳐서 누가 업어가더라도 모를 정도로 드르렁드르렁 코를 골면서 잤고, 아침에는 해가 중천에 떴을 때 일어나 오늘은 무슨 장난을 하면서 놀까를 궁리했단다.선생님이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다닐때 솔직히 말해서 공부한 기억이 없었던 것 같다. 노는 게 일이었거든.


그렇게 재밌게 놀던 압구정동이라는 곳이 지금은 어떻게 변했는지 아니? 하영이는 이모가 그 동네 사니깐 잘 알겠구나. 

인터넷으로 압구정동을 한 번 찾아볼까. 옳지. 바로 이것이 압구정동 사진이란다. 왼쪽 옆으로 보이는 한강다리가 보이지? 바로 그것이 제3한강교란다. 선생님이 초등학교 3학년 때 다리가 완공되었단다. 그래서 3학년 이전에 압구정동에 가려면 지금의 한남동이라는 곳에서 뗏목을 타고 압구정동에 가야했지. 한남동에서 압구정동 쪽을 보면 온통 초록색이었단다. 배나무 잎사귀 때문이지. 그런데 지금은 어떤지 아니? 지금 압구정동은 온통 아파트 천지란다. 배나무, 매미, 독사와 두꺼비도 사라지고, 지금은 빽빽이 건물들만 들어차 있단다. 조그마한 공간도 남겨두지 않고 건물들이 빼곡하게 들어차 있단다. 선생님은 그곳을 지날 때, 가끔씩 이풍연이라는 친구는 지금 어디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단다.


과수원을 점령하라에 나오는 과수원은 이풍연네 배밭처럼 서울에서는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곳이지만 서울의 태능이라는 곳에 가면 아직도 배밭이 남아있단다. 어쨌든 지금 그런 과수원을 보기 힘든 이유가 무엇일까.


선재: 과수원이나 논밭을 사람들이 사는 곳으로 바꾸었기 때문이죠.


그래. 식물들이나 동물들이 사는 곳을 사람들이 사는 곳으로 바꾸었기 때문이지. 이렇게 자연을 사람들이 사는 땅으로 바꾸는 작업을 개발이라고 한단다. 그러니까 개발을하면 사람들은 살기 편하게 되겠지만 반대로 동물들은 살기가 힘들어지는 거란다. 잘 생각해보렴. 압구정동 손바닥 배밭에 있었던 매미, 뱀, 두꺼비, 곤충들은 다 어디로 갔겠니? 답을 가슴 속으로 한 번 곰곰이 생각해보렴.


얼마 전 신문을 보니까 지구상에서 하루 평균 130여종의 생물이 사라지고 있다고 하더구나. 하루에 130여종이 사라진다면 일 년이면 얼마나 많은 생물들이 사라지는지 한번 계산해보렴.이런 추세로 계속 생물들이 사라진다면 수년 안에 31500종의 동?식물이 멸종한다고 한단다.


선생님이 인터넷을 통해 검색해본 신문 기사를 한 번 보자꾸나.


유엔환경계획(UNEP)에 따르면 지구상에는 약 170만종의 생물종이 존재하며, 조사되지 않은 생물종을 감안할 경우 약 1250만종이 살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해마다 250005만여 종의 생물이 사라지고 있으며 20~30년 내에 지구 전체 생물종의 25% 가 멸종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렇게 멸종 생물이 급증하는 가장 큰 원인은 지구상 수많은 생물 중 1개 종에 불과한 인간의 욕심과 잔인함 때문이라고 UNEP는 분석했다. 인간은 지난 150년간 전 세계 땅의 절반 가량인 47%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고 변형시켰으 며, 오는 2032년까지 육지의 72%에서 생물다양성이 위협받을 것으로 전망했다.[문화일보 20031229일]


유엔환경계획이 발표한 자료를 보면 일 년 동안 15천 ~ 5만여 종의 동식물이 멸종하고 있단다. 하루 평균 136종의 생물이 사라지고 있다는 거야. 이렇게 동식물들이 멸종하게 되는 가장 이유는 바로 인간의 개발로 인한 동물들의 보금자리의 파괴란다. 결국 동실물들이 사라지게 되는 것이 모두 인간 탓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란다.

동물들이 멸종되지 않으려면 먹이를 얻고 잠자리를 얻을 수 있는 삶의 터전이 필요하겠지. 과수원을 점령하라에서는 바로 배꽃마을의 송신탑 주변의 과수원이 동물들의 삶의 터전이지. 이 책에서 과수원은 언뜻 보면 참으로 평화스러운 것 같지만 잘 보면 반드시 평화스럽다고만은 할 수 없단다. 그 이유가 뭔지 책을 통해서 이야기해줄 수 있겠니?


하영: 오리가 벌레를 잡아먹고, 까치가 찌르레기랑 싸우니까 그렇겠죠.


그렇지. 사시사철 네 계절 동안 우리나라에 사는 텃세인 까치가 여름이면 과수원으로 날아오는 찌르레기를 못 살게 굴지. 이렇게 다른 동네에서 온 친구를 우리 동네친구들이 힘을 합쳐서 구박을 하는 것을 뭐라고 하는지 아니? 바로 텃세부리다라고 한단다. 네 계절 동안 한 곳에 붙박여 사는 새를 텃새라고 하니깐 까치가 찌르레기를 못 살게 하는 것을 텃새가 텃세 부린다라고 할 수 있단다. 텃새가 텃세 부리는 상황이 어떤 상황인지 돌아가면서 예를 들어 이야기해줄 수 있겠니?


경민: 전학 온 친구를 못 살게 구는경우요.
선재: 다른 나라에서 온 일꾼들을 못 살게 군다는 내용이 TV에 나온 적이있는데, 그런 상황 말인가요?


그래. 선재 말대로 필리핀에서 일을 하기 위해 한국에 온 필리핀 노동자들을 한국 사람들이 못 살게 군다면 그런 상황을 텃새가 텃세 부린다라고 할 수 있겠지. 피부색이 같지 않다는 이유로 백인들이 흑인들을 차별한다든가, 우리민족과 생김새가 다르다고 해서 외국의 노동자들을 차별하는 것도 텃새가 텃세 부린다라고 할 수 있겠구나.


자연계에는 이렇게 서로 경쟁하고 갈등하는 경우도 있지만 서로 돕고 사는 경우가 더 흔하단다. 그런 경우를 무어라 부르는지 학교에서 배운 적이 있니?


하영: 공생이라고 하던데요.
선생님: 그래, 공생이라고 한단다. 共(공) 같이, 더불어라는 뜻이고 生(생) 산다라는 뜻이니까 共生(공생) 같이 산다, 더불어 산다라는 뜻이란다. 혹시 기생(寄生)이란 말은 무슨 뜻인지 아니?
정태:공생은 함께 사는 것을 말하고, 기생(寄生)은 한쪽만 도움을 받고, 한쪽은 피해를 보는 경우를 말해요.
선생님: 아니, 그렇게 어려운 것을 어떻게 아니?
하영:5학년 과학책에 나와요. 악어와 악어새가 공생관계라는 설명도 있어요.


그렇구나. 공생(共生)은 어울려 함께 도움을 주고받으며 사는 관계를 말하지. 악어새는 악어의 이빨로부터 먹이를 얻어서 좋고, 악어는 악어새에게 자신의 이빨을 청소시켜서 좋으니 이런 경우를 일러 누이 좋고 매부 좋다라는 우리 속담도 있단다. 선생님이 너희들을 가르치면 너희들도 도움이 되지만 선생님도 가르치면서 공부가 되니까, 우리들의 관계도 어찌 보면 공생의 관계라고 할 수 있단다. 가르치는 사람과 배우는 사람의 관계를 보면 한쪽은 이익을 주고 한쪽은 도움을 받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두 쪽 다 도움을 주고받는단다. 이를 일러 교학상장(敎學相長)이라고 한단다.
선생님 책꽂이에서 누가 지금 기생충제국이라는 책을 찾아보지 않을래. 역시 하영이가 매일 아빠의 책꽂이를 보니까 제일 먼저 찾았구나. 이 책을 읽어보니 너희들이 흔히 나쁜 동물이라고 알고 있는 기생충이 실제로는 인간에게 도움을 주는 동물이라는 것을 선생님은 이 책을 통해 알았단다. 기생충은 인간의 몸으로부터 영양분을 빼앗아가지만 한편으로 기생충들은 인간에게 면역력을 증진시켜주기도 한다는 거야.


진욱: 그럼 기생충이 아니라 공생충이라고 불러야 하겠네요? 

진욱이의 말이 일리가 있는 것 같구나. 이렇게 자연 속의 동물들은 서로 도움을 주고 받는 공생의 관계로 얽혀있다고 할 수 있단다. 이 이야기 속의 과수원은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 공생의 장소라고 보아야겠지. 그렇다면 우리가 사는 도시는 과수원처럼 공생의 장소라고 할 수 있을까?


진욱: 아니요. 도시에서는 인간만이 잘 사니까 도시를 공생의 장소라고 하기는 힘들어요.


그래. 도시에서는 도로에는 빗물이 스며들지 않도록 아스팔트를 까는데 땅으로 빗물이 스며들지 않으면 땅 속에 지렁이들이 살기 힘들게 될 것이고,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스는 샴푸나 린스와 같은 세제들이 강물로 흘러들면 물고기들이 살기 힘들게 되겠지. 개발이란 어떤 점에서는 인간이 살기 편리한 땅을 만들기 위해 동물들의 삶을 힘들게 하는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단다. 가급적이면 동물들의 삶을 어렵게 하지 않으면서 인간의 삶도 편리해지는 그런 개발을 친환경개발이라고 한단다. 너희들도 동네에시냇물이 있어서 거기에서 물고기와 가재도 잡을 수 있고, 공원에서 새와 개구리 울음소리도 들을 수 있다면 좋지 않겠니. 그러나 우리가 사는 곳을 보면 아파트가 늘어나고, 도로가 확장되면서 자연이 점점 파괴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지. 사람이 살기 위해 어쩔 수 없다지만 동물들과의 공생을 생각한다면 좀 쓸쓸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너희들은 혹시 인간들이 인간들만의 즐거움을 위해서 자연계의 생물들을 학대하는 경우를 보지 않았니?


정태: 강아지가 물지 못하도록 강아지에게 마스크를 씌우기도 하고, 어떤 친구들은 강아지가 짖지 못하도록 목을 수술하는 경우도 있어요.
선재:농장에서 가축을 기르는 것도 어떤 점에서는 좋지 않아요.


그래. 인간은 동물들의 행복은 생각하지 않고 인간의 행복만을 생각한다는 점에서 이기적인 존재라고 할 수 있단다. 개발이란 것도 인간만의 행복을 위한 쪽으로 나가야 할 것이 아니라 생태계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체의 삶을 생각하는 쪽으로 나가야겠지.


이 이야기 속에서 과수원 주인 할머니는 여름을 나러 온 찌르레기를 정답게 대해주고, 며느리가 아이를 가졌다고 나무귀신과 동물들에게 떡을 나눠 주기도 하지. 게다가 할머니의 아들인 과수원 아저씨도 나무와 동물들과 대화를 나눌 줄 아는 사람으로 나오지 않니. 그들은 자연을 함부로 대하지 않고 자연과 함께 지낼 수 있는 사람들이란다. 이 이야기 속에서 과수원에 사는 할머니와 아저씨와 아줌마는 자연과 공생하는 사람들이라면, 도시에서 자연의 고마움을 모르고 사는 사람들은 기생의 사람이라고 할 수 있지 않겠니. 너희들은 어떤 사람인지 마음 속으로 한 번 생각해보렴.


이 이야기의 뒷부분에서 할머니는 병에 찌르레기의 깃털을 넣어 매화나무 그루터기 옆에 묻어두는 장면이 나오지 않니? 왜 할머니는 병 속에 찌르레기 깃털을 넣어서 땅 속에 묻은 걸까. 그 할머니의 행동이 상징하는 것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니?


하영: 아저씨와 아줌마가 아기를 못 낳기 때문에 착한 아기를 낳으라는 뜻이에요.


할머니가 깃털을 병 속에 넣어 땅에 묻는다고 해서 아줌마 아저씨에게 아기가 생기는 것은 아니란다. 마찬가지로 너희들을 잘 되게 해달라고 교회당에 가서 기도한다거나, 절에 가서 불공을 드린다고 해서 너희들이 반드시 잘 되는 것은 아니지. 그렇다고 해서 부모님의 행동이 잘못되었다고는 할 수 없겠지. 부모님의 행동에는 너희들을 사랑하는 마음이 깃들어 있기 때문이란다. 그 할머니의 행동에도 아기를 사랑하는 마음, 생명을 사랑하는 마음이 깃들어 있다고 할 수 있지. 과수원을 점령하라에서 우리가 배워야 할 것도 바로 그 할머니의 마음이 아니겠니? 인간과 함께 자연에 존재하는 생명체들을 모두 사랑할 수 있는 그런 커다란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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