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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와 빈곤 - 땅은 누구의 것인 ㅣ e시대의 절대사상 24
헨리 조지 지음, 김윤상 외 옮김 / 살림 / 2007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토지사유제의 문제점을 평생 동안 고민했던 헨리조지의 토지
지난 반세기 동안 서울의 땅값은 무려 4만 배나 폭등했다고 한다. 또 대한민국의 토지가격의 총액은 프랑스를 여덟 번 사고도 남는다고 한다. 게다가 대한민국 땅부자 상위 1%가 전체 개인 소유 토지의 57%를 갖고 있다고 한다. 토지소유 편중 현상이 갈수록 심해지고, 부동산 투기로 집값의 상승이 큰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요즘 주목해야 할 학자가 있다. 『진보와 빈곤』(Progress and Poverty의 저자, 헨리 조지(Henry George, 1839~1897)가 바로 그다.
그는 미국의 필라델피아에서 영세한 인쇄업자의 아들로 태어났다. 그는 정규교육을 거의 못 받은 채 14세에 선원생활을 시작하여 인쇄공, 광부, 관청직원, 기자 등 다양한 일자리를 전전하였지만 열렬한 독서가로 수많은 저서를 저술했다. 그의 저서 가운데 기념비적인 저작물이 바로 1879년에 펴낸 『진보와 빈곤』이다. 당시 성경을 제외하고는 논픽션 중 가장 많이 보급된 책이었고, 그의 장례식에는 10만이 넘는 인파가 조문을 했다니 당시의 그의 명성을 가히 짐작할 만하다.
이익 앞에서는 귀족과 천민이 따로 없었다. 미국의 국부(國父)로 추앙받는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은 미시시피 회사를 설립해 서부 지역의 땅을 사들였고, 벤저민 프랭클린은 일리노이주 수백만 평의 땅에 투기를 벌였다. 3대 미국 대통령을 지냈으며 미국 독립선언서의 기초자인 토머스 제퍼슨까지 땅장사를 했다. 땅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였다. 부자 부모를 만나 좋은 땅을 가졌다는 이유로 엄청난 부자가 되는 현실에 대한 분노가 헨리 조지가 『진보와 빈곤』을 쓰게 된 직접적 이유였다.
이 책이 집필이 시작된 1877년의 미국은 불황의 시기였다. 동부에서는 대규모의 파업이 일어났다. 6개주에서는 무장한 군대가 경계태세를 갖추었고, 볼티모어와 시카고에서는 폭동이 일어났고, 캘리포니아에서는 200명 이상의 사상까지 발생했다. 캘리포니아의 가뭄은 불황을 더욱 악화시켰다. 그는 당시 번영하는 뉴욕에서 극도의 사치와 빈곤이 공존하는 것에 충격을 느꼈다. 왜 사회는 진보함에도 불구하고 빈곤이 사라지지 않는지, 그 문제의 원인을 밝히고 해결하는 일을 일생의 과업으로 삼은 이가 바로 조지 헨리다.
그는 경제 불황이 닥치는 이유는 토지사유제로 인해 지대가 지주에게 불로소득으로 귀속되는 토지소유제도에 있다고 보았다. 노동을 통해서 창출된 가치가 아니라 사회에 의해 창출된 가치가 토지소유자에게 독점되는 문제를 해결하려면 “기존의 세제를 모두 없애고 토지사용의 대가인 지대를 모두 세금으로 징수하는 토지단일세(land only tax)를 도입할 것”을 그는 제안했다. 다시 말해 토지에서 발생하는 지주들의 불로소득을 몽땅 세금으로 환수하자는 것이었다. 대신 그는 농부가 황무지를 옥토로 개간하는 것이 무슨 잘못이냐고 반문하며, 노동에 의해 생산된 가치에 세금을 부과하는 기존의 조세체제에 문제를 제기한다. 그는 이러한 토지 단일세에 의해 토지의 투기가 사라지면 지대가 하락하고, 그 하락분만큼 임금이 상승하고, 나아가 환수된 지대가 사회전반에 재분배되면 그만큼 빈곤도 축소된다고 보았다. 또한 사회가 발전함에 다라 지대수입이 증가하므로 국가의 재정이 호전되고, 생산활동에 부과되던 다른 조세가 감면되므로 경제적 효율성이 획기적으로 증대된다고 보았다.
조지 헨리의 토지이론은 많은 사람들의 비판을 받기도 했지만 영국과 아일랜드의 토지개혁운동에 영향을 끼쳤고, 중국의 쑨원(孫文)에게도 영향을 끼쳐, 쑨원은 헨리 조지의 토지사상을 삼민주의의 하나인 민생주의의 중요 내용으로 삼았다. 러시아의 톨스토이도 그의 토지사상을 세상 사람들이 알게 된다면 동의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우리나라에서 1990년대 초에 등장한 토지공개념, 즉 세제 강화를 통한 투기 이익의 국민 공유를 주장하는 참여정부의 부동산 정책방향도 크게 보면 헨리 조지의 사상과 맥을 같이 한다고 볼 수 있다. 물론 헨리 조지가 주장하는 내용이 대한민국의 현실에 그대로 적용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학계와 경제 전문가들의 의견교환이 더 필요하다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