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밤, 이리저리 TV 채널을 돌리다 KBS 프리미어란 문구에 이 영화 <하와이, 오슬로>를 보게 되었다. 6편의 미개봉작을 TV와 극장(단성사)에서 동시에 상영하는 일종의 작은 영화제. 신선한 기획이라고 생각만 했지, 정작 보고 싶었던 <신부와 편견>도 <머시니스트>도 놓쳐버렸다. 마지막 상영작인 <하와이, 오슬로>를 보게 되어 다행.

 

노르웨이 영화를 언제 본 적이 있었던가. (오슬로라니, 어째 박노자 교수만 생각난다. -_-;)

 

영화는 교통사고 장면에서 시작한다. 파란 셔츠를 입고 거리를 달리고 달리던 남자가 구급차에 치이고,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모여들어 피범벅이 된 사내가 죽는 모습을 지켜본다. 시간은 하루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이들이 어떻게 그 자리에 모이게 되었는지를 하나하나 보여준다.

 

가끔 예지몽을 꾸는 비다는 레온이 구급차에 치이는 장면을 꿈에서 보고, 어떻게든 사고를 막아보려 한다. 레온을 찾아 하루종일 거리를 누비면서 여러 사람과 만나고 그들에게 뭔가를 이야기한다.

 

정신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레온은 당황하면 무작정 달리는 버릇이 있다. 레온의 25번째 생일, 어릴 적 결혼을 약속했던 오사가 찾아오기로 한 날이다. 오사가 오지 않을까 불안하고 정작 오사를 만나면 당황할까 또 불안하다.

 

무장강도죄로 교도소에 갇혀 있던 레온의 형 트리그베는 그간의 착실한 수감 생활로 동생의 생일에 외출 허가를 받는다. 그러나 트리그베의 목적은 탈출. 그는 하와이를 꿈꾼다. 동생과 와이키키 해변에서 편히 살고 싶다. 

 

프로데와 밀라는 비고가 운전하는 구급차 안에서 첫 아이를 낳았다. 기쁨도 잠시, 아이가 희귀병에 걸려 사나흘 밖에 살 수 없다는 진단을 받는다. 유일한 방법은 미국의 개인 병원에서 수술을 받는 것. 어마어마한 수술 비용을 마련할 수 없어 애태우고 분노하는 프로데 앞에 뜻밖의 사건이 기다리고 있다.

 

거리를 방황하는 형제 미켈과 마그네. 창가에 기대어 있던 아버지가 그들에게 손을 흔들어주다가 현기증이 나서 떨어져 죽었다. 그들은 자책하고, 반항한다. 그들 앞에 나타난 신문 배달 소녀 티나는 천사 같다.

 

자살을 기도했다가 비고에 의해 구조된 보비, 레온을 만나기 위해 오슬로로 찾아온 오사 등 모든 인물들이 각기 만나고 이런 저런 관계를 맺고 헤어진다.

 

영화는 그 모든 과정을 섬세하게 보여준다. 여러 개의 이야기가 동시 다발로 진행되지만 산만하지 않고, 어느 누구도 소홀히 다루어지지 않는다는 느낌이다. 이렇다 할 사건 없이 사람들간의 관계 만으로 영화가 진행이 되는데도 딱히 지루하지 않다. 광고, 뮤직비디오로 명성을 떨쳤다는 에리크 포페 감독의 연출력은 믿을 만해 보인다.

 

트리그베는 하와이를 꿈꾸지만 레온은 오사가 기다리고 있는 까페 하와이에만 가고 싶다. <하와이, 오슬로>라는 제목은 트리그베가 그리는 미지의 하와이가 아니라, 사람들이 살고 있는 오슬로라는 도시, 그 안에 자리잡고 있는 현실의 공간에서 따 온 것이다. 행복은 손을 뻗치면, 혹은 몇 걸음 걸으면 닿을 수 있는 바로 그 곳에 있다. 이 영화는 오슬로 3부작의 두 번째 작품이라고 한다. 언제 다른 작품들을 감상할 기회가 있을는지 모르겠다.  

 

기억해? 나 없는 넌 별 없는 하늘이고, 왕국 없는 공주이고, 줄 없는 기타라고 했지. 그건 거짓말이었어. 너 없는 내가 그래.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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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인 2005-05-10 14: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야말로 관계의 영화로군요. 보고 싶네요. 왜 난 이런 소식을 몰랐을까요. 아깝당.

로드무비 2005-05-10 19: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걸 텔레비전에서 했다고요?
너무 좋았겠는데...아까워라.;;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좋아하는 배우 에드워드 노튼과 제레미 아이언스, 리암 니슨이라는 썩 훌륭한 배우들이 출연하고, 리들리 스콧이라면 일정 정도의 비주얼과 재미를 보장할 텐데도, 역시 올랜도 블룸이 영 미덥지 않은 것이었다.

 

<반지의 제왕> 시리즈 세 편과 <캐리비안의 해적>, <트로이>까지 올랜도 블룸이 출연한 영화를 다섯 편 보았지만, 그의 이미지는 항상 똑같았다. 멋진 척 폼 잡는 잘생긴 귀족 도련님. 그런 그가 십자군 전쟁의 한복판에서 왕과 백성을 위해 싸우는 영웅을 어떻게 소화해낼 것인지 의문이었다.

 

일단 올랜도 블룸은 변신을 위한 노력을 하긴 했나 보다. 그간 운동을 좀 했는지 벗은 몸이 전보다는 근육질이다. 허여멀건한 얼굴을 조금 태웠으며 머리카락은 짙게 물들였다. 그러고도 모자랐다고 생각했나, 묵직한 인상을 주기 위해, 대사를 아낀다. 상대방이 뭐라뭐라 대사를 치면, 그는 그윽함을 흉내낸 눈길로 바라보기만 한다.

 

그래봤자, 라는 게 문제다. 전체적인 선이 여전히 가늘고 곱상하기만 한데다가, 입을 열면 목소리에 깊이가 없다. 전혀 포스가 느껴지지 않는다. 친구는 그가 패션 모델 같다고 했는데, 딱 그렇다. <글래디에이터>의 러셀 크로는 언감생심이고, 심지어 브래드 피트가 <트로이>에서 보여줬던 전사의 이미지조차 쫓아가지 못한다.

 

리암 니슨도, 제레미 아이언스도, 에드워드 노튼도 잠깐 밖에 등장하지 않는다. 그들이 머물렀다 떠난 빈 자리를 오로지 올랜도 블룸 혼자의 힘으로 채워야 하는데, 정말이지 벅차 보인다. 좀 더 말랑한 영화라면 나름 섬세하고 괜찮은 연기를 보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만, 이건 아니다.

 

영화를 보자면, 리들리 스콧의 전쟁씬은 여전하다, 라기보다는 이제는 그 정도도 보여주지 못하면 영화가 되질 않는다. 실감나긴 한다만 반지의 제왕이나 트로이 등과 비교해 큰 차별점을 느끼지는 못하겠다. 게다가 스토리는 확실히 엉성하다. 시골 마을의 대장장이였던 베일리언(올랜도 블룸)이 칼 몇 번 휘둘러 보았다고 뛰어난 기사가 되는 건, 그가 원래 운동 신경이 좋아서 그런 거라고 이해해주자. 별 개연성도 없이 잘생겼으니까 가장 아름다운 여자(심지어 유부녀라도!)의 사랑을 받는 것도 당연하지. 그렇지만 전투 경험 한 번 없이 수천의 병사를 질서정연하게 지휘하는 게 원래 그렇게 쉬운 거였나. 역시 잘생기고 핏줄 좋은 것들은 뭘 해도 잘 하는 건가. 흥이다.

 

그나마 진보라면, 영화가 아랍인들이나 살라딘을 야만인 혹은 적으로 그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십자군 내에서 전쟁을 도발하는 주전론자들이 오히려 상당히 야만스럽고 어리석게 보이고, 십자군 전쟁이 재물과 영토를 노린 침략의 전쟁임을 인정한다. 그만큼의 인식의 변화는 있는 모양이다.

 

에드워드 노튼의 얼굴을 볼 수 없다는 게 가장 아쉬운 점. 노튼의 새 영화는 언제 나오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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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굼 2005-05-06 13: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노튼의 새 영화는 언제 나오려나.

마냐 2005-05-06 15: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글게 말임다. 노튼의 새 영화.....................
그러나, 전 올랜드 볼룸의 꽃미남성도 좋아함다. ^^; 귀엽잖아요. (아무나 바지만 입으면 다 귀엽다는 수준일까?-,.-) 심지어 조니 뎁의 카리스마에 뻑가면서도, 올랜도의 뽀송뽀송함에 므흣했던 영화 카리비안 어쩌구도 있었죠. 하지만, 트로이도 안 땡겼는데...그보다 못하다는 평이 이어지는 킹덤오브헤븐은...과연 보게될 것인가. 오늘 블루님은 그 가능성을 또한 대폭 낮추셨슴다. 꾸벅.

2005-05-06 16: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urblue 2005-05-06 17: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피라님, 님도 노튼의 팬? ^^

마냐님, 꽃미남이 좋기는 한데 영화랑 별로 안 어울려요. 저리 가늘어서야 원, 차라리 보호 본능을 불러 일으킨다니까요. -_-

숨은님, ㅎㅎ 그건 미처 알아채지 못했군요. 프랑스를 싫어하는 건가..음..

비연 2005-05-07 00: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그렇다면 에드워드 노튼이 분한 역은? ^^;; 그랬군요...
저도 이거 보고 리뷰 올렸는데..정말 별로였지요? 올랜도 블룸은 약해요, 약해..=.=;
그나저나 저도 에드워드 노튼의 영화가 보고 싶어지네요. 나, 노튼의 팬이죠!^^

2005-05-07 08: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영화가 끝나고 나서 맥이 풀려 늘어져 있는 나를, 친구가 손을 잡아 일으켜 세웠다. 집에 가야지, 거기서 주저 앉아 있을 수는 없는 노릇.

 

아버지가 모두 다른 명의 아이와 아직은 젊은 엄마가 세상을 살아내기란 일본에서도 한국에서도, 아니 전세계 어디서도 결코 만만한 일이 아닐 것이다. 싱글맘은 이웃으로부터 손가락질 받고, 아이들 때문에 구하기도 쉽지 않고, 아이들은 또래들에게 왕따당하기도 한다. 게다가 먹고 사는 것도 문제다.

 

엄마는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다고 말한다. “나도 행복하고 싶다 한다. 행복해야지, 행복하게 살아야지. 그런데 그런 엄마에게 ?”라고 반응하는 아이. 아이에게 엄마의 사랑은, 어쩌면 하나 문젯거리의 등장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가슴이 싸하다. 아이는 행복을 무엇이라고 생각할까. 가족이 헤어지지 않고 사는 것 정도?

 

아무리 일찍 철이 났다고 해도, 엄마없이 동생들을 데리고 살아갈 있다고 해도, 아이는 아이다. 엄마없는 집에서 아키라와 동생들은 살아간다기보다 그저 하루하루 버텨내고 있을 뿐이다. 수도와 전기가 끊기면서 집안은 엉망으로 변하고, 엄마가 짧게 잘라주었던 사내 아이들의 머리는 지저분하게 자라난다. 세탁기를 돌리던 착한 교코는 점점 무기력해지고, 아키라가 입은 셔츠는 닳고 닳아 구멍이 늘어난다.

 

그런데도, 아니 어쩌면 그래서, 아이들은 눈물 방울 보이지 않는다. 건조한 눈동자로 세상을 보고, 엄마의 부재를 얘기하면서 실실 웃고, 수화기 너머로 다른 () 말하는 엄마의 목소리에 허탈한 표정으로 돌아선다.

 

영화는 선악을 말하지 않는다. 엄마를 마냥 욕하지도 않고 주위 어른들에게 책임을 묻지도 않는다. 다만 아이들이 와중에도 자라나는 모습을 보여주기만 한다. 그렇지만 나는 성장이라고 말하지는 못하겠다. 셔츠의 구멍이 커질수록, 그것이 아이들의 가슴에 생긴 구멍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바래고 해진 셔츠처럼 그들의 피가 탈색되어 희미해진 것은 아닐까, 심장이 너덜너덜해진 것은 아닐까 걱정스러웠다.

 

그런데, 엄마는 행복할까. 이건 낳았으니까 책임져야 한다 라든가 엄마가 자신의 삶을 희생해야 한다는 문제가 아니다. <아무도 모른다> 주위 어른들이 아이들의 존재를 아무도 몰랐다는 의미라고 했나. 출생신고도 하지 않고 집안에 꼭꼭 숨겨둔 아이들이 발견되지 않은 이곳이 일본이라서? ‘살아갈능력이 되지 않는 상황에서 부모로부터, 사회로부터 버림받은 아이들, 심지어 나는 살인이나 타살같은 단어를 떠올린다.

 

실화라는 소재를 바탕으로 감독이 말하고 싶었는지는 모르겠다. 그가 보여주는 방식은, 다만, 관객을 쉽게 빠져나가지 못하게 한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누구에게도 돌을 던질 없는 상황에서 옴짝달싹할 수가 없다. 어쩌면 일본 사회의 이런 단면을 지적하고 싶었던 것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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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무비 2005-04-16 09: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 정말 아이들 다 데리고 목욕탕 가서 때 벗기고 이발시키고
아래위로 옷 한벌씩 사입히고 식당 데려가 불고기 사주고 싶어
얼마나 혼났는지...영화 보면서 말이오.^^

2005-04-16 13: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우리나라 코미디 영화를 극장에서 본 게 언제였더라. 아니, 극장에서 본 적이 있기나 한가. 기억나지 않는걸 보면 아마 없지 싶다. 그런데 이 영화를 보러 간 건, 요즘 달리 끌리는 영화가 없다는 것과 외화들을 제치고 '박스 오피스 1위'를 2주째 고수하고 있다는 소식 때문이었다.

영화를 보고 나와서 친구에게 물었다. '그런데 이게 코미디 영화인가?' '판타지라고 할 수 있지.'라는 대답. 그렇다, 이 영화는 판타지다.

주먹을 쓸 땐 먹고 사는게 쉬웠다는, 이제는 개과천선한 전직 조폭 두목 신사장(오달수)은 매주 같은 번호로 로또를 한 장씩 산다. 그에게 주루루 딸린 식구들(만화방과 당구장과 다방 종업원들)과 잘 살아보기 위해. 비가 억수로 쏟아붓는 어느 여름 토요일 밤, TV 로또 추첨 방송에서 그들이 매주 적었던 그 번호들이 하나하나 나온다. 드디어 인생역전의 순간이 온 것이다. 그런데 복권을 사러 갔던 여종업원 장미(서영희)가 복권을 들고 사라진다. 신사장은 썩을대로 썩은 비리 형사 충수(이문식)에게 30억원을 약속하며 장미를 찾아달라 부탁하고, 신사장 수하의 재철(이정진)과 충수는 장미의 고향 마파도로 향한다. 일주일에 한번 배가 들어가는, 전 주민 5명의 무인도나 다름없는 섬. 이제부터 얘기는 섬에서 살아가는 다섯 명의 엽기 할머니들과 어리버리 두 남자의 좌충우돌 코미디로 이어진다. 

김수미, 김을동, 여운계 등 연기력으로는 이미 더 이상 말할 필요도 없는 노장 연기자들이 보여주는 할머니들의 모습은 확실히 재미있고 유머러스하다. 특히 눈에 잔뜩 힘을 주고 욕지거리를 뱉어내는 김수미 할머니와 젊은 남자들의 등장에 곱게(!) 화장하고 나타나 애교를 부리는 김형자 할머니를 보면 웃지 않을 수 없다. 가볍게 '오버'하는 이문식과 더운 여름에 가죽 재킷입고 무게잡는 이정진도 귀엽다. 신사장 역의 오달수도 눈에 띈다. 배우들에 관해서라면 별 다섯도 전혀 아깝지 않다.

문제는, 영화가 배우들의 힘만으로 진행되지는 않는다는데 있다. 연기못하는 배우도 짜증스럽지만, 전혀 새롭지 않은 에피소드와 설득력없는 이야기 역시 보는 사람을 맥빠지게 한다. 시골 마을에서 벌어질 수 있는 사건이란게 그렇게 빤한건가. 이문식과 이정진의 겪는 일들은 대개 어디서 한번쯤은 본 내용이다. 일단 배우들 때문에 웃긴 하지만 그 웃음이 오래 갈 리 없다. 게다가 영화가 결말을 향해 나아갈수록 점점 더 황당해진다. 코미디니까 해피엔딩이어야 한다는 공식을 충실히 따르려고 했다면 차라리 좀 더 뻔뻔하게 밀어붙이는 편이 나았을 것이다. 가족의 사랑에다, 갑자기 사람된 비리 형사와 조폭 두목이라니. 잠깐씩 웃다가 어설픈 '감동'의 시도에 어색하게 굳어진다. 그러니 '판타지'랄 수 밖에.

역시 요즘 볼 만한 영화가 없던 거였어, 라는 결론이다.

 

* 어떤 영화 프로그램에서 <발레교습소> 등의 영화들이 무거운 주제 의식 때문에 관객으로부터 호응을 얻지 못한다는 내용의 보도를 본 적이 있다. 다만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은 입소문을 타고 꾸준히 관객이 들고 있다나 어쨌다나. 심하게 말하자면 <발레교습소> 같은 영화 만들고 관객이 들기를 바라는게 말도 안되는 욕심이다. 영화 만드는 사람들이고 홍보하는 사람들이고, 기본적으로 영화가 좋아야 흥행이 된다는 사실을 알아야지. 만일 이 영화가 완전히 실패했다면, 역시 스타가 나오지 않는 영화는 안된다니까, 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분명히 있었을 것이다. 이 영화가 이 정도까지 선전하고 있는 건 모조리 배우들 덕이라는걸, 제발 좀 알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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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무비 2005-03-25 08: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할머니들 연기 보고싶어 비디오로 빌려볼 생각을 하고 있음.
우리나라 영화 발전을 위해 극장 가서 본 것 잘하셨소.^^
(그런데 요즘 그렇게 볼 영화가 없나? '몽상가들'도 괜찮을 것 같던데...)

딸기 2005-03-25 09: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읽었습니다. 적극(?) 추천합니다.

urblue 2005-03-25 09: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 몽상가들 아직 개봉 안 했어요. 이번주랍니다. 뭐 비디오로는 볼만해요.

딸기님, 고맙습니다. ^^

chika 2005-03-26 12: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전 이들틈에서 더욱더 돋보일(?) 이정진의 연기가 궁금해지더라구요~ ^^;

2005-03-26 12: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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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니 뎁의 팬이라면 다 알고 있는 정보이겠지만 그는 애초에 배우가 될 생각이 없었다. 수준급의 연주 실력을 가지고 있던 그는 자신을 록 기타리스트라고 생각하고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연주를 했다. 그러던 터에 니콜라스 케이지가 배우로서 재능이 있어 보인다며 자신의 대행사를 연결해주었고 마침내 웨스 크레이븐의 공포영화(<나이트메어>)에 작은 역을 맡게 되었다. 당시 젊은 청춘스타들이 B급 공포영화의 단역으로 데뷔하던 전통에서 조니 뎁도 예외는 아니었다.

할리우드에서 잘 나가는 배우로 기억되기 보다는 연기로 기억되고 싶은 배우 조니 뎁은 인기만 생각한다면 누구도 쉽게 할 수 없는 역할들을 도맡아 하며 그 세계의 지배자가 되었다. 마치 어른이 되기를 거부하는 네버랜드 속의 아이들처럼, 그의 연기철학은 때 묻지 않은 순수함으로 가득했다.

그런 조니 뎁이 할리우드 뭇 여성들의 가슴을 애태우며 스타로 부각된 작품은 팀 버튼의 <가위손>, 창백한 화장과 삐죽삐죽한 머리, 흉한 가위를 손에 달았지만 눈빛에서는 한없는 선함을 보여주었던 <가위손>은 조니 뎁에게는 행운과도 같은 작품이다. 골든 글로브 남우주연상에 노미네이트되면서 인정을 받았을 뿐 아니라 할리우드의 이단아 팀 버튼과 끈끈한 인연을 쌓아가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후, <슬리피 할로우>,<에드우드>을 비롯한 팀버튼의 대부분의 작품에서 조니 뎁을 볼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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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니 뎁은 할리우드 최고의 연기파 배우인 동시에 파악할 수 없는 존재이다. 그는 최고의 자리에 섰으면서도, 자신을 '스타'라 부르는 것을 거부하며 '영웅'으로 취급하는 모든 움직임을 거부한다. 여타 다른 배우라면 자신의 지명도를 높이기 위해 한 치의 주저함도 보이지 않고 출연에 응했을 영화들을 그는 단칼에 거절해왔다. <뱀파이어와의 인터뷰>, <스피드> 의 주연 제의를 거부하고 그가 택한 것은 팀 버튼(<가위손>)과 존 워터스(<사랑의 눈물>), 유럽에서 미국으로 건너온 라세 할스트룸(<길버트 그레이프>)과 에밀 쿠스투리차(<아리조나 드림>)의 영화였다.

스타이길 거부하고 스스로를 가다듬을 수 있는 진지함으로 자신의 작품에 신뢰감을 채워넣는 배우 조니 뎁은 지금까지 관객들을 실망시킨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영화마다 다른 '조니 뎁'이 되어 관객들과 악수를 청한 그는 살아있는 연기를 통해 스크린을 장악했다. 조니 뎁은 관객들을 웃길 때 확실히 웃겨주고 나중에는 눈물을 쏙 빼놓게 만든다. 조니 뎁의 연기는 그대로 신통한 주문이 되어 그가 원한 바대로 관객을 즐겁게도, 슬프게도 만든다. 이건 배우로서 대단한 재능이다.

주류 사회로의 편입을 거부하는 사람들을 그려내는데 탁월한 재주를 가진 조니 뎁의 몸짓에는 늘 겸손이 배어 있다. 그리고 그건 그의 연기 생활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그는 스타덤의 달콤함에 상처받지 않을 자기만의 것들을 소화해왔다. 조니 뎁은 스타덤을 자신의 두 발을 띄우려는 풍선이나 비행기에 비유한다. 그 와중에 자신이 굳건하게 두 발을 땅에 디딜 수 있어 왔음을 자랑스러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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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니 뎁은 작품을 고르는 안목에서 같은 동년배 배우들과 비교해 조금은 상이한 양상을 드러낸다. 그가 제일 꺼리는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치고 부수는 알맹이 없는 블록버스터. 감독의 색깔이 강해야 배우의 연기도 살아난다는 게 그의 영화지론이다. 출간된 지 백 년이 지난 오늘날까지 전 세계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주고 있는 <피터팬>의 작가 제임스 매튜 배리의 실화를 스크린에 옮긴 <네버랜드를 찾아서>에 출연한 것도 아마 그의 영화지론 때문이었을 터. 지금까지 그가 출연했던 작품들의 면면만 봐도 짐작할 수 있듯, 조니 뎁은 어른이 되길 원치 않았던 제임스 매튜 배리 역에 적임자였다.

조니 뎁은 이 역을 맡은 후 발성 코치의 도움을 받아 정통 스코틀랜드 사투리를 익혔으며, 그의 일대기를 다룬 책들을 너덜너덜해 질 정도로 읽었다. 그는 자신의 배역과 케이트 윈슬렛이 맡은 실비아 데이비스 부인 사이의 감춰진 사랑이 밑에 깔리면서 극의 흐름이 더 흥미진진해진다고 설명한다. "<네버랜드를 찾아서>는 관객의 예상대로 전개되지 않는다. 상투적이고 감상적인 러브스토리와는 다르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어떤 간절함으로 서로를 원하는 두 사람. 이 두 사람 사이에 감동적이고 복잡 미묘한 우정과 사랑이 안타깝게 그려지고 있다."

<몬스터볼>로 대중과 평단을 사로잡은 마크 포스터 감독이 전작에서 찾아볼 수 없었던 따뜻함을 가미해서 만든 영화 <네버랜드를 찾아서>는 삶에 짓눌린 모두에게 희망의 전도사가 되어 잃어버린 '동심'을 떠올리게 하는 영화다. 그러나 서서히 관객을 빠져들게 만드는 조니 뎁의 천진난만한 연기가 없었더라면, 이런 감독의 의도는 빛을 발하지 못했을 것이다. 이 시대의 배우 조니 뎁을 위해 만들어진, 그리고 그에게 바쳐진 영화 <네버랜드를 찾아서>는 어른이 된다는 의미를 차분히 설명하는 아름다운 성장영화다.

─ 맥스무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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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무비 2005-03-13 09: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니뎁 좋아요.^^

▶◀소굼 2005-03-13 11: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좋아요:)

마냐 2005-03-14 0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넘 좋아요.... ^^

로드무비 2005-03-22 09: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블루님아, 운빈현님 방과 마냐님 방에서 님 보고 반가워서 달려왔소.
잘 지냈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