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상파울루 발 외신은 브라질 리우 데 자네이루의 빈민가에서 활동하는 마약 밀매 조직이 어린이 여단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고 전했다. 50여명의 어린이들로 구성된 이 어린이 여단은 경찰의 출동을 감시하거나 경찰과의 충돌이 일어날 경우 최일선에서 경찰 진압을 방해하는 역할을 한다고 한다. 또한 사격 훈련도 받는다.

 

<시티 오브 갓>은 바로 여기, 리우 데 자네이루의 빈민가를 배경으로 한 영화다. 60~70년대, 막 형성되기 시작한 빈민가와 더불어 마약을 판매하는 갱단이 조직되던 시기. 갱단의 중심은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의 청소년들. 조직 간의 전쟁이 벌어지면서 총을 잡는 연령은 점점 낮아진다. 고작 10살이나 먹었을까 싶은 아이들이 장난감 가지고 놀 듯 총을 휘두르는 곳. 가만히 있다가도 죽고, 총질하다가도 죽는, 신이 버린 도시.

 

영화를 보고 나와서, 10살 전후의 아이들이 총으로 죽고 죽이는 일은 최소한 지금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시티 오브 갓>의 탄생비화를 읽으면서, 주말의 뉴스를 보면서 시티 오브 갓의 상황은 예나 지금이나 달라지지 않았음을 알게 된다.

 

<시티 오브 갓>은 동명의 소설을 바탕으로 2002년에 제작된 영화다. 감독은 이 영화를 찍기 위해 실제 빈민가 마약 조직의 허가를 구했으며, 빈민가 안에 연기 학교를 만들었다. 그곳에서 모여든 아이들에게는 대본도 필요 없었다고 한다. 상황 설명을 해 주면 그걸로 끝. 아이들이 태어나면서부터 늘상 겪어온 일이기에 자연스러운 몸짓과 대사가 나왔다고 하니, 놀랄 일이다. 그 아이들이 영화에 열심히 매달린 건 오로지 빈민가를 탈출하기 위해서 였다는 사실도 가슴을 시리게 한다.

 

브라질에서 이 영화를, 단지 영화로만 볼 수 있는 날이, 올까.

 

시티 오브 갓 탄생비화   http://www.cine21.com/Magazine/mag_pub_view.php?mm=005001001&mag_id=346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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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무비 2005-11-16 17: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꼭 극장에서 보고 싶었는데 놓쳤으니 비디오로 볼지는 모르겠습니다.
탄생비화 읽고 마음이 동했던 것이어요.^^

urblue 2005-11-16 17: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 벌써 내려갔나...
하긴, 영화 볼 때도 씨네큐브 2관에서, 겨우 열 명 정도였어요.
그 앞 팀에는 50대 후반 정도로 보이는 아주머니 서너분이 나오면서, 영화 좋다~, 이러길래 의외라고 생각하기도 했지요. ㅎㅎ

sudan 2005-11-17 09: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운받아서 컴으로 본 영화에요. 아주 재미있게 봤었는데, 이런 탄생 비화가 있었다니!

urblue 2005-11-17 1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끔찍한 내용인데도 CF나 뮤직비디오 같은 촬영 때문인지 꽤 경쾌하게 느껴지잖아요? 다큐멘터리처럼 무겁게 찍었더라면 지루했을지도 모르죠.
 



 <반딧불의 묘>

 남들은 이 작품을 보면서 눈물이 앞을 가려 제대로 볼 수가 없었다고 하더구만, 눈물 한 방울 비어져 나오지 않은 난 메마른 인간인건가.

 전쟁통에 굶어 죽은 아이들, 물론 안타깝고 슬프다. 역시 전쟁은 있어서는 안된다. 하지만 말이다, 이 영화는 몹시 불편하다. 전쟁은 나쁘다, 라는 주제 속에 담긴 건 그 전쟁으로 인해 고통받는 사람들의 모습 뿐, 일본도 피해자라고 주장하고 있을 뿐, 전쟁을 일으킨 일본의 사죄와 반성의 목소리는 전혀 담겨 있지 않다. 실컷 울고 끝내자는건지.

 

 

 <마녀 배달부 키키>

 영화를 제때 봐 줘야 하는 이유.

 마녀가 하는 일이 배달이라니, 무슨 퀵서비스도 아니고. 처음 나왔을 때야 아이디어가 괜찮았는지 모르겠다만, 자꾸 오토바이 아저씨들이 생각나서 좀 웃겼다. -_-

 

 

 

 

 

 <추억은 방울방울>

 저 파란 줄무늬 셔츠가 하도 익숙해서, 틀림없이 봤다고 생각했다.

 내겐 추억이라고 할 만한 것이 없다. 물론 지나간 시절, 어릴 적의 기억들은 남아 있다. 그러나 추억이 단순한 기억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닐터이다. 그 기억을 둘러싼 아련한 분위기라고 해야할까, 그리움이라고 해야할까, 그런 것들이 없다는 말이다. 오래된 친구들이 가끔 옛날 이야기를 하며 좋아할 때가 있다. 그때 이랬잖아, 맞아, 하면서. 그럴 때 난 주로 가만히 있는다. 그 상황이 기억나지 않는 경우도 많고, 기억난다 하더라도 굳이 맞장구치며 이야기하고 싶은 기분이 영 나지 않아서다.

타에코, 조금 부럽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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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 2005-10-09 2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재미없던가요?

urblue 2005-10-09 21: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 세 편 다 재미있기는 했습니다. ^^;

sudan 2005-10-09 22: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반딧불의묘는 그다지 슬픈 줄 몰랐어요. 정치적으로는 물론 비난받아 마땅하지만, 그런 의미로 슬프지 않았다는 건 아니에요. 어디서 울어야하는지는 알겠는데, 그 감정을 억지로 따라가기 힘들었다고나 할까. 다만, '소화28년, 나는 죽었다.'라는 첫 대사(제 기억이 맞다면)는 굉장히 인상적이었어요. 그리고, 죽은 동생을 묻는 장면은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아무도 모른다]와 비교하게 되던데, 전 히로카즈 감독의 짐짓 무심한듯한 시선이 더 마음에 들었구요. 나머지 두 편은 애니를 만화책으로 편집한 것으로 보긴 봤는데, 영 기억이 가물가물. 재미없었었나?

로드무비 2005-10-10 0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억은 방울방울 보고 싶어요.
그런데 어떻게 보셨나? 방법 좀!^^

urblue 2005-10-10 09: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단님, <아무도 모른다>와 비교할 생각은 못 했습니다. 반딧불의 묘와 추억은 방울방울이 같은 감독이잖아요. 좀 감정적이라는 느낌이긴해요. 화면을 구성하는 방식이나 그걸로 감정을 끌어가는 방식이나 나쁘지 않은데, 저 역시 제대로 쫓아가지는 못하겠더군요.

로드무비님, 원하시면 CD 보내드릴 수 있는데, 자막이랑 화면이랑 좀 이상해서 말이죠. 그래도 괜찮으시다면.

chika 2005-10-10 1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반딧불의 묘,에 대한 평가는 대부분 그렇게 나뉘는거 같더군요. 전 잘 기억이 안나서 모르겠지만 아이들의 시선에서 '전쟁'이라는 것은 세상에서 없어져야 하는 인간의 행위이다, 라는 것이 주제가 아니었나 싶어요. 그 속에는 전쟁을 일으킨 주범인 일본놈들이 당연히 나쁜놈들이 된다는 뜻이 담겨있다고 확장하는건 저 혼자의 생각이겠지요? ;;;

2005-10-10 10: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urblue 2005-10-10 15: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쟁이 없어져야 한다고 말하는 건 알겠는데, 말씀하신 것처럼 의미를 확장하기엔 무리가 좀 있지 싶어요. 어쨌거나 전쟁은 반대!

瑚璉 2005-10-10 15: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녀의 택급편은 제가 처음 본 지브리 만화여서 아주 인상이 깊게 남아있어요. 글쎄 90년대 초에 저 만화영화를 보고난 후 갑자기 온갖 연줄을 동원해서 물건너 나라에다가 OST를 주문했다지요(-.-;).

urblue 2005-10-10 15: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처음 본 건 토토로였는지 붉은 돼지였는지...음...암튼 열광하긴 했습니다만, 물건너 OST 주문하는 열성까지는...대단하십니다.

2005-10-12 09: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5-10-12 10: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별별 이야기>,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제작한 옴니버스 애니메이션. 전에 <십시일반> 보고서도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이런 것도 하는구나 싶었는데, 이제 영상물까지. 흠. 반갑긴 하다. 여섯 편의 애니메이션은 각각 장애인, 인종, 여성, 외모 지상주의, 외국인 노동자, 학교 교육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작품은 육다골대녀(肉多骨大女). 처음엔 그림이 이상하다 싶었지만 곧 감독의 유머 감각에 박수를 보내고 싶어졌다. 고조 할아버지까지 거슬러 올라가 큰 머리와 통뼈와 짧은 다리와 두툼한 살과 뻗친 곱슬머리와 화병에 잘 걸리는 성질을 갖게 된 집안 내력을 보여주는 장면들을 보면 웃지 않을 수가 없다. 이애림 감독 본인의 얘기인가 살짝 의심했는데, 인터뷰에서 본인이 모델은 아니라고 한다. 아버지가 머리가 크시고 본인도 뼈가 크다는 사실은 인정. 육다골대녀는 직장 구하기도, 남자 구하기도 어려운 외모를 가지고 어떻게 살았을까? 뭐 해피 엔딩이지. 그러나 식상하다는 느낌은 주지 않는다. 전주영화제에서 열광적인 반응을 얻었다는 말이 과장은 아닌 듯.

 

그에 비하면 동물 농장은 상당히 빤하다. 일단 동물을 이런 비유에 끌어들이는 것 자체가 못마땅한데다 그 방식도 그렇다. 양이 보기에 염소나 소나 돼지는 당연히 다른 종이다. 사람들의 인종이나 민족과는 다르지 않나. 민족이나 피부색이 다르다고 배척하지 말자는 메시지를 주고 싶으면 차라리 코카스패니얼 사이에 낀 시추라든가, 뭐 그런 식의 비유를 들란 말이다. 흥.

 

그 여자네 집은 아마 많은 여자들의 공감을 얻을 듯. 결혼도 하지 않은 내가 이런 말 하기는 그렇다만, 직장 다니면서 갓난애 키우고 남편 밥 해먹이고 집안 일 하다 보면, 애니메이션에서 표현한 대로 청소기로 싹 쓸어버리고 싶은 마음이 생길 것 같다. 이 작품은 내용 말고도 표현하는 방법이 좋다. 단순한 선이 이리 저리 옮겨가며 모양을 갖추고 색을 바꾸는 게 재미있다.

 

토요일 오후, 씨네큐브 2관에서, 한 스무 명 남짓 앉아 영화를 봤다. 좀 더 많은 사람들이 보면 좋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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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무비 2005-09-26 13: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애림 씨 인터뷰도 재미나던데 퍼와야겠다.
블루님을 위해서...ㅎㅎㅎ

urblue 2005-09-26 13: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인터뷰 읽었습니다. 퍼올까 하다가 귀찮아서 포기... ㅎㅎㅎ

로드무비 2005-09-26 13: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애림 씨 다음 작품 제목 <을씨년>.
내가 그 단어를 을매나 좋아하는데...^^

sudan 2005-09-26 13: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뭐 그런 식의 비유를 들란 말이다. 흥. → '흥'의 어감은 상당히 쌜쭉한 또는 뾰루퉁한 느낌이죠. 어울린다고 생각하시나요?
(아시겠지만, 심심해서에요. -_-)

sudan 2005-09-26 13: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추천했습니다!

urblue 2005-09-26 13: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따우님, 씨네큐브랑 상암 CGV랑, 몇 군데서 하던데요.

로드무비님, 로드무비스러운 단어를 좋아하시는군요. 을씨년이라..ㅎㅎ

수단님, 안 어울려요? 흥.
 



조니 뎁, 제일 좋아하는 배우 중 한 명이다.

팀 버튼, 그의 영화들을 꽤 좋아라 한다. 개봉하면 일단 본다.

로알드 달, <맛>에 반했다. 다른 작품들은 아직이지만.

 

영화가 시작되고 한 동안은 꽤 재미있게 지켜보고 있었다. 보통 공장과는 사뭇 다른 자동화 기계들이 초콜릿을 만드는 장면이나 회색 빛 을씨년스러운 동네 한 귀퉁이에 자리잡은 기울어진 찰리네 집은 유머러스하고, 역시 팀 버튼 표임을 알게 한다. 황금 티켓의 주인공들이 한명 한명 밝혀질 때마다 어쩜 저리 희한한 애들일까 웃고, 윌리 웡카의 등장을 알리는 인형쇼에 자지러진다.

 

드디어 등장한 윌리 웡카, 조니 뎁은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광대뼈가 드러난 비쩍 마른 얼굴이 천진난만한 듯 짓궂은 미소를 보이거나 작은 경련을 일으키거나 멍하니 과거에 빠져 있거나 혹은 건조한 소리를 내며 웃을 때면 그는 조니 뎁이 아니라 틀림없는 윌리 웡카다.

 

공장의 내부는 또 어찌나 예쁜지. 초콜릿 폭포와 강이 흐르고, 과자와 머시멜로와 사탕으로 이루어진 나무들이 자라는 초원이 있다면 나도 가보고 싶을 정도다. 1인 165역이라던가, 딥 로이의 움파룸파족 연기도 뭐 나름 귀엽다.

 

그런데, 점점 눈살이 찌푸려진다. 먹보 아우구스투스가 초콜릿 강에 빠져 흡입기로 빨아올려지는 건 그렇다 치자. 바이올렛이 블루베리가 된 장면은 끔찍하다. 퉁퉁 불어난 아이를 굴려서 밖으로 데려가고, 아이는 죽어라 비명을 질러댄다. 이 정도면 아동 학대 아니야?

 

아우구스투스는 먹을 것만 밝힌다. 바이올렛은 승부욕이 강하다. 버루카는 원하는 건 뭐든 손에 넣어야 한다. 마이크는 똑똑한데다 그걸 과시하고 싶어한다. 이건 보통 아이들이 조금씩은 가지고 있는 성질들이다. 물론 버루카 같은 아이가 옆에 있다면 한대 때려주고 싶긴 하겠지만, 그렇다고 아이들의 이런 성격들을 모조리 없애버린다는 건 말이 안 된다. 아이들보다는 아이들을 그렇게 키운 부모들을 탓하고 싶은 모양인데, 마음에 안 들긴 마찬가지다. 찰리는 부모가 잘 키워서 가족을 사랑하고 말 잘 듣는 얌전한 아이가 된 건가. 가난해도 가족끼리 사랑하고 꿈과 희망을 버리지 말라고? 아아아 (지겨워.)

 

로알드 달의 원작을 보지 않았으니 영화가 원작에 얼마나 충실한지 알 수 없다. 어릴 적에 TV에서 영화를 본 적이 있지만 자세한 내용은 기억이 나질 않는다. 어쨌거나 팀 버튼은 이 소설을 재미있게 읽어서 영화화할 생각을 했다고 한다. 그렇지만 팀 버튼의 재기발랄함이 드러나는 건 세트 뿐이다. 엉뚱한 악동 팀 버튼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만족스럽지 못한 작품이다. 차라리 곧 개봉할 <유령신부>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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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무비 2005-09-21 16: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도 보고 싶네요.
유령신부, 헬레나 본헴 카터라면 '전망 좋은 방'의 그 여배우죠?
재밌겠다!^^

비로그인 2005-09-21 16: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고편 보고 저는 별로 재미없겠군 했는데...
저는 팀 버튼 영화 중 [가위손]과 [에드 우드]가 제일 좋았어요.
요즘 나오는 건 좀 별로던데, [유령신부]는 어떨지...
포스터만 보면, [크리스마스의 악몽]이 떠오르긴 하네요.

urblue 2005-09-21 17: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kernel님, 전 에드우드랑 크리스마스의 악몽이 제일 좋았습니다. 생각해보면 팀 버튼의 영화들이 딱히 좋은 건 아니에요. 그런데도 영화가 나오면 거의 보긴 한단 말이죠. 왜일까. 유령신부도 보러 갈 거에요.

로드무비님, 보세요. ^^ 아이들이 많이 왔던데, 저라면 아이한테는 별로 보여주고 싶지 않아요. 주하한테는, 글쎄, 어떨까요.
헬레나 본햄 카터는 찰리의 엄마로도 나옵니다. 전망 좋은 방은 기억 안나고 혹성탈출만 생각나는군요. ㅎㅎ

따우님, 영화에서 웡카는 소리지르거나 야단치지는 않는데 애들 말을 무시합니다. -_-

sudan 2005-09-21 19: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엥? 헬레나 본헴 카터라면, 파이트 클럽의 그 퇴폐적인 말라 싱어로만 기억하고 있었는데, 엄마 역으로 나오나보군요. 어우. 말라 싱어같은 그런 엄마라면... -_-
그리고 난 저 영화 처음부터 재미없을 줄 알았어요. 애들 주루룩 나오는 영화는 일단 별로에요.

mira95 2005-09-21 19: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그래도 보고 싶어요.. <형사>도 보고 싶긴 한데, 워낙 평이 안좋아서요.. 이 영화라도 보려구요..

urblue 2005-09-21 20: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sudan님, 맞아요, 파이트 클럽의 말라 싱어. 그치만 설마 그런 엄마겠어요. 참. 얼마나 얌전하고 순박한 엄마인데. ㅎㅎ 역시 배우란.
음, 애들 주루룩 나오는 영화 별로란 건 거의 맞긴 한데, 재미없을 줄 알았다고 말씀하시니 재밌군요. ㅋㅋ

mira님, <형사>는 뭐, 강동원만 예쁘게 나온다는 얘기가...ㅎㅎ
저야 별로였지만 다른 분들은 재밌게 보셨다고들 하네요. ^^

urblue 2005-09-22 09: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극장에 애들이 많기는 하더라구요. 그 많은 애들이 별로 떠들지 않고 조용하게 영화를 보던데, 재미가 없어서 그런지 영화에 빠져서 그런지 알 수가 없어요. 뭐 하여간.
책은 읽지 않으셨나요? 어제 찾아보니 웡카의 아버지 얘기 빼고는 원작에 충실하다고 하더군요.

urblue 2005-09-26 09: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지요? 찰리도 아버지랑 화해하는 웡키씨도 전혀 마음에 들지 않아요!
 



우리나라에서 번역된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1권의 "안내서에 대한 안내"를 보면, 이 책의 종류가 얼마나 많은지를 알 수 있다. 라디오 방송용 대본, 책, 오디오 북, 시나리오, 다시 책 등을 낼 때마다 더글라스 애덤스는 기존의 이야기를 축약하거나 비틀거나 완전히 다시 쓰거나 하는 식으로 전혀 새로운 내용을 만들었다고 스스로 고백한다. 따라서 작가가 시나리오를 직접 쓴 영화가 기왕에 나와 있는 책과는 또 다른, 새로운 버전의 <안내서>가 되리라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니 소설을 읽은 사람이라도 소설과 비교하지 말고 영화를 영화로만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하다. 게다가 이건 '우주적 농담'이다. (말이 그렇지, 실제로는 어디 그런가. 그냥 하는 소리다. ㅎㅎ)

영화가 개봉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마빈의 생긴 모습이 무진장 마음에 들지 않았다. 온 우주를 다 이해하는 두뇌와 진짜 사람 성격(Genuine People Personalities)을 가졌지만 두뇌를 쓸 데도, 자신을 이해해주는 사람도 없는 시니컬하고 불쌍한 마빈이라고 하기엔 지나치게 뚱뚱한 것이다. 둥글둥글, 이건 뭐 귀여운 캐릭터 인형 같잖아. 그런데, 극장에서 마빈이 등장한 순간 모든 걸 용서할 수 있었다. 이유는 마빈의 목소리 때문. 러브 액츄얼리에서 바람피던 사장 아저씨, 해리 포터의 스네이프 교수 역을 맡았던 배우 앨런 릭먼의 목소리가 귀엽게 생긴 마빈의 캐릭터와 결합하니 한결 시니컬한 느낌을 준다. 와우, 멋져 마빈! 



이 아저씨 말고도 반가운 얼굴들을 또 볼 수 있다. '하얀 손수건'을 메시아로 섬기면서 절대 코를 풀지 않는 종교의 교주로 등장하는 존 말코비치와 행성 건축가 슬라티바트패스트 역의 빌 나이히. 존 말코비치는 짧은 등장 시간에도 불구하고 역시나(!) 강력한 카리스마를 선보이고, 빌 나이히는 러브 액츄얼리에서처럼 느물느물하지는 않으나 그냥 얼굴 보는 것만으로도 좋다.



새로운 버전이라 할 만한 영화에서 내가 마음에 들지 않았던 건, '로맨스'다. 영화에서 남녀의 로맨스가 빠지면 안되는 걸까. 이런 황당하고 어이없는 SF에서조차! 이러고 나면 '이 영화는 농담이야' 라고 앞에서 했던 얘기의 힘이 스르르 빠져나가 버린다. 역시 생쥐들의 의견이 옳다. 삶과 우주의 궁극적 의미를 묻는 질문이 "그녀는 과연 내 짝일까 Is she the one?"라니. 웃기네! 

어쨌거나 이 영화가 다른 곳도 아닌 필름 포럼에서 단관 개봉한 건 말도 안되는 처사다. 요즘에 동막골과 박수 외에 별다른 영화도 없는데 개봉관을 전혀 못 잡다니! 이렇게 깜찍하고 귀여운 SF도 있다는 사실을 널리 알려야 한다.

끝내려고 보니 주인공들 얼굴이 없어서, 사진 하나 더. 우주에서 세 번째로 엉터리같은 문학을 자랑하는 보곤족의 캐릭터도 잘 살아 있다. 저 얼굴에도 표정이 드러난다는 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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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 2005-09-04 13: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 영화 넘 보고픈데......ㅠ.ㅠ

sudan 2005-09-04 13: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케. 이 영화 봅니다.

merced 2005-09-05 0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거봐여.영화보면 마빈 그런대로 어울린다 그랬잖아여. 그런데 그 목소리가 그 배우고 그 배우가 어디 나왔고 하는 건 어떻게 척 아는 걸까? 난 한번도 러브엑추얼리의 그 아저씨가 스네이프라는 걸 못 알아차렸고 (사진을 보고는 어머나, 그렇구나 하고 있음. 마빈 목소리가 너무 귀설지 않더라니. 스네이프였어!!!! 그나저나 스네이프 나쁜 넘, 생각할 수록 나쁜 넘. 이일을 어쩌지.) 빌 나이히는 생각도 안남.

urblue 2005-09-05 08: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merced, 이름 바꿨네. 러브 엑추얼리의 그 아저씨가 스네이프라는 거, 나도 몰랐다. ㅋㅋ 마빈 목소리 듣고 그 아저씨라는 건 금방 알았고, 찾아봤더니 스네이프라더군. 어째서 몰랐을까, 이상할 정도라구. 빌 나이히는 옷 벗고 노래부르던 할아버지잖아! 라디오 방송에서 얘들아 마약 사지 마라, 가수 되면 그냥 준다, 하던. ㅎㅎ

로드무비 2005-09-05 1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세 사나이 때문에라도 꼭 보고 싶군요.
그리고 전 마빈이 뚱뚱하고 눈이 저렇게 생긴 것이 마음에 드네요, 뭐.^^

숨은아이 2005-09-05 13: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빌 나이히라고 읽는군요. 저 할아버지는 정말 얼굴만 봐도 좋았어요. ^^

urblue 2005-09-05 13: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숨은아이님, 어디서는 '나이히', 또 어디서는 '나이'라고 읽더라구요. (Bill Nighy)
저 할아버지 저도 좋아합니다. ^^

로드무비님, 주인공들은 별로 눈에 안 들어오더라구요. 잘 모르는 사람들인 탓도 있고,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기도 하구요.
뚱뚱한 마빈이 마음에 드는 것은, 혹시 님과 비슷한 몸매여서? =3=3

merced 2005-09-05 16: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느끼한 아저씨였군여. 이 영화에선 참, 시작과 끝의 돌고래송이 좋았어여... 돌고래가 사라진 새로 만들어진 지구의 봉합 부분(에셔의 그림같은)이 가장 보고 싶었는데, 속편이 나올까? 돌고래들이 지구로 돌아온 끝장면으로 봐서는 속편 안 만들 것 같기도 하고.... 자포드의 머리도 좀 뜻밖이었어요... 그죠? 자포드의 머리 같은 건 아무래도 상관없었지만.

urblue 2005-09-05 17: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포드는, 아무래도 머리가 그냥 두개 달려 있으면 보는 사람들이 거북할까봐 신경쓴 거지 싶은데. 처음에 보고서, 어, 자포드가 멀쩡하네, 했다니까.
속편 만들기는 무리 아닐까. 미국에서도 흥행 실패한 거 같은데. 그래도 상관없다,는 제작자면 또 모르지만.

빅마마 2005-09-14 15: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덕분에 잘봤습니다 감사합니다^^

urblue 2005-09-14 15: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반갑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