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니 뎁, 제일 좋아하는 배우 중 한 명이다.
팀 버튼, 그의 영화들을 꽤 좋아라 한다. 개봉하면 일단 본다.
로알드 달, <맛>에 반했다. 다른 작품들은 아직이지만.
영화가 시작되고 한 동안은 꽤 재미있게 지켜보고 있었다. 보통 공장과는 사뭇 다른 자동화 기계들이 초콜릿을 만드는 장면이나 회색 빛 을씨년스러운 동네 한 귀퉁이에 자리잡은 기울어진 찰리네 집은 유머러스하고, 역시 팀 버튼 표임을 알게 한다. 황금 티켓의 주인공들이 한명 한명 밝혀질 때마다 어쩜 저리 희한한 애들일까 웃고, 윌리 웡카의 등장을 알리는 인형쇼에 자지러진다.
드디어 등장한 윌리 웡카, 조니 뎁은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광대뼈가 드러난 비쩍 마른 얼굴이 천진난만한 듯 짓궂은 미소를 보이거나 작은 경련을 일으키거나 멍하니 과거에 빠져 있거나 혹은 건조한 소리를 내며 웃을 때면 그는 조니 뎁이 아니라 틀림없는 윌리 웡카다.
공장의 내부는 또 어찌나 예쁜지. 초콜릿 폭포와 강이 흐르고, 과자와 머시멜로와 사탕으로 이루어진 나무들이 자라는 초원이 있다면 나도 가보고 싶을 정도다. 1인 165역이라던가, 딥 로이의 움파룸파족 연기도 뭐 나름 귀엽다.
그런데, 점점 눈살이 찌푸려진다. 먹보 아우구스투스가 초콜릿 강에 빠져 흡입기로 빨아올려지는 건 그렇다 치자. 바이올렛이 블루베리가 된 장면은 끔찍하다. 퉁퉁 불어난 아이를 굴려서 밖으로 데려가고, 아이는 죽어라 비명을 질러댄다. 이 정도면 아동 학대 아니야?
아우구스투스는 먹을 것만 밝힌다. 바이올렛은 승부욕이 강하다. 버루카는 원하는 건 뭐든 손에 넣어야 한다. 마이크는 똑똑한데다 그걸 과시하고 싶어한다. 이건 보통 아이들이 조금씩은 가지고 있는 성질들이다. 물론 버루카 같은 아이가 옆에 있다면 한대 때려주고 싶긴 하겠지만, 그렇다고 아이들의 이런 성격들을 모조리 없애버린다는 건 말이 안 된다. 아이들보다는 아이들을 그렇게 키운 부모들을 탓하고 싶은 모양인데, 마음에 안 들긴 마찬가지다. 찰리는 부모가 잘 키워서 가족을 사랑하고 말 잘 듣는 얌전한 아이가 된 건가. 가난해도 가족끼리 사랑하고 꿈과 희망을 버리지 말라고? 아아아… (지겨워.)
로알드 달의 원작을 보지 않았으니 영화가 원작에 얼마나 충실한지 알 수 없다. 어릴 적에 TV에서 영화를 본 적이 있지만 자세한 내용은 기억이 나질 않는다. 어쨌거나 팀 버튼은 이 소설을 재미있게 읽어서 영화화할 생각을 했다고 한다. 그렇지만 팀 버튼의 재기발랄함이 드러나는 건 세트 뿐이다. 엉뚱한 악동 팀 버튼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만족스럽지 못한 작품이다. 차라리 곧 개봉할 <유령신부>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