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컴 투 동막골

비장하려고 애쓰는 결말만 빼면 그럭저럭 괜찮은 드라마. 하긴, 결말에 대해서도 한 친구는 배달의 기수스럽다며 웃은 반면 다른 친구는 안 그럼 어떻게 끝을 맺냐, 그 정도면 훌륭하다는 반응. 별 세개 반이라는 내 평가에는 둘 다 반대. 너무 짜다나 어쨌다나.

앞부분은 확실히 장진 냄새가 많이 난다. 장진이 시나리오 작업에 참가한걸 감안한대도 그렇다. 박광현 감독이 장진 밑에서 연출부로 있었나.  

뱀이 나와, 뱀이. 여가 뱀바우자나. 내가 좀 빨라. 등등의 강혜정의 대사를 흉내내어 동생 부부에게 들려줬더니 둘다 좋아라 한다. 친구는, 역시 강원도 사람이라 거의 흡사하게 들린다고 웃는다. 그치만 울 동네는 그쪽이 아니라고! 사투리도 틀리고!

 



Knockin on heaven`s door

천국에서는 모두가 바다 얘기를 한다고, 죽기 전에 바다를 보러 떠나는 두 남자의 로드무비. 뇌종양과 골수암으로 죽음을 앞둔 청년들의 비극적 상황에서도 영화는 시종일관 유머와 경쾌함을 잃지 않는다. 어처구니없을 정도로 어리버리한 갱과 경찰 사이에서 위태위태하게 바다를 향해 나아가는 이 남자들을 따라가면, 저런 바다와 만나게 된다.

천국에는 주제가 하나야. 바다지. 바다에 노을이 질 때 불덩어리가 바다로 녹아드는 모습은 정말 장관이지. 유일하게 남아있는 빛은 촛불같은 마음속의 불빛이야.

 



Fantastic 4

마블 코믹스를 원작으로 한 액션 영화. 말 안되는 이러저러한 상황이야 그렇다 치고, 서른은 넘어 보이는 남자들 사이에 갓 스무살의 제시카 알바를 홍일점으로 넣은 건 역시 눈요기 때문이겠지. 몸에 붙는 유니폼으로도 모자라 친절하게 속옷만 입은 모습까지 보여주니, 제시카 알바의 멋진 몸매를 감상하기에 무리가 없다. 상대적으로 남자 배우들은 볼게 없군. 역시나 마지막에는 2탄을 위해 한자락 깔아두고. 그렇지 뭐. <박수칠 때 떠나라>를 볼 걸 그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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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피드림~ 2005-08-22 14: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knockin' on heaven's door 보고 싶어요. ^^

urblue 2005-08-22 16: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디오나 DVD로 빌려 보실 수 있을거에요. 아님 어둠의 경로를 이용하시거나..ㅎㅎ
볼만 합니다.

날개 2005-08-22 16: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판타스틱4는 영 아니었던가 보군요....ㅡ.ㅡ;; 제시카 알바 나온데서 볼려고 했는데..

urblue 2005-08-22 17: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날개님, 영 아니었던 건 아니구요, 캐릭터가 좀 약하고 문제 해결하는 것도 좀 시시합니다. 그래도 졸리진 않았어요. 이럼 영 아니란 얘긴가? ^^;;
제시카 알바는 신 시티에서 훨씬 더 예쁩니다. 여기선 그저 인형 같다고나 할까.
 


시사회 보다.
김수로와 성지루의 오버, 감우성의 눈물나는 변신.
고마해라.
집에서 책이나 볼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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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져 2005-06-02 23: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리 알았으니 왠지 고맙수 ^^

sudan 2005-06-02 23: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렇게 말 안해도, 안 봤을텐데. 어쩐지 감독이 불쌍해요. -_-

날개 2005-06-02 23: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윽~

urblue 2005-06-03 0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래저래 4시간여를 투자한 제가 더 불쌍해요. -_-

클리오 2005-06-03 0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렇게 단호하게 이야기해주셔서 덕분에... ㅋㅋ

히피드림~ 2005-06-03 04: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우성이 나오길래 볼만한가 했더니... ...

urblue 2005-06-03 09: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우성은, 알포인트에서 아주 좋은 연기를 선보였다고 하던데 (전 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지만) 어쩌자고 저런 영화를 선택했는지 모르겠어요. 연기 변신도 봐 가면서 해야지... 빠마 머리에 삔 꽂는다고 다 재복이가 되는 것도 아닌데 말이에요.
 

홍상수의 영화를 불편해하는 , 영화에 등장하는 인물들에게서 모습을 보기 때문이다. 홍상수의 페르소나라 만한 위선적인 지식인상 같은 말하는 아니다. 홍상수 영화 속의 인물들은 지극히 평범한 일상어를 구사하고, 가운데 상당부분은 내가 비슷한 상황에서 혹은 번씩 읊었을 만한 대사들이다. 물론 약간은 과장되어 있긴 하지만 그런 대사를 내뱉는 인물들이 어찌나 속물스러워 보이는지, 남들도 내게서 저런 모습을 보는 아닐까 싶어져서 혼자 얼굴을 붉히곤 한다.

 

영화 영화인 <극장전(劇場傳)>( 영화의 제목은 극장전(劇場前)이다.)에서 영실(엄지원) 상원(이기우) 만나던 장면을 보자. 1년인가 2년만의 해후. 영실은 손을 모아 입을 가리고 어머하면서 반갑게, 약간은 부끄러운 척하며, 다시 만날 전혀 상상도 못했다는 듯이 웃는다. 모습이 내게는 그야말로 으로 보인다. 그런 장면들이 곳곳에 있다. <생활의 발견>에서 선영(추상미) 앞에서 경수(김상경) 대하던 선영의 태도도 그랬다. 저리 낯간지러운 짓을 잘도 하고 있구나라고, 영화 인물이 아닌 내게 말하게 된다.

 

 



영화는 여러모로 <생활의 발견> 연상케 한다. 무엇보다 동수(김상경) 캐릭터가, 같은 배우라는 이유도 있지만, <생활의 발견> 경수와 여러 지점에서 맞닿아 있다. 유행가 가사에 등장하는 밥달라 사랑달라 조르는철없는 남자다.

 

반면 영실은 진일보한 것처럼 보인다. 남자에게 사랑한다 매달리는 명숙(예지원)이나 그저 바람을 피우면서 뭔가 있는 하는 선영에 비해 영실은 보다 현실적인 인물이다. ‘당신이 사랑하긴 사랑합니까!’, ‘자긴 이제 재미봤으니까 됐죠? 이제 그만! !’ 이라고 호통치는 모습이 경쾌하다.

 

영화는 전체적으로 발랄하다. 한참을 킥킥거리게 만든다. 그런데 그게, 전작들에서처럼 불편하다기보다 가벼운 웃음을 선사한다. 동수가 영화를 보고 나와 일상에서 잠깐 발을 떼고 이리저리 흔들리는 것처럼 이건 영화니까 그냥 즐기라고 말하는 하다.

 

 



확실히 홍상수는 배우에게서 다른 면모를 이끌어내는 능력이 있는 모양이다. <생활의 발견>에서의 김상경은 이전의 샤프하고 도시적인 이미지를 모두 버렸었다.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에서 유지태와 김태우도 그랬다. 이번엔 엄지원이다. 전에 무슨 드라마를 보면서 전혀 매력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다르다. 연약하지만 내면에 숨기고있다는 식의 드라마의 이미지말고 이렇게 발랄한 역이 어울린다.

 

전반부 <극장전>에서의 엄지원을 보면서는 어느 순간 <! 수정> 이은주가 떠올랐다. 괜찮은 배우라고 생각했었는데, 이렇게 갑자기 떠오르니 안타깝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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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dan 2005-05-30 23: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맞다.
전 홍상수감독 영화가 처음부터 싫었어요.
극장전 재미있다는 소리를 하도 들어서 깜박 잊고 있었군요.
홍상수감독 영화 불편해요 정말.
그나저나, '겨우' 2,800원짜리 할인쿠폰으로 좀 거하게 주문하신 거 같던데? ^^;

로드무비 2005-05-30 23: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블루님이 보셨다니 왜 제 속이 다 후련한지......
수단님, 이영화는 꽤 재밌어요.^^

urblue 2005-05-31 00: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 속까지 후련하시다니...ㅎㅎ 홍상수 영화 보면서 이렇게 웃기도 처음인 것 같아요.

수단님, 많이 불편하지 않아요. 전보다는 가벼워졌달까. 볼만할텐데? ^^
그러니까요, 겨우 2,800원짜리 할인 쿠폰을 써야하나 말아야하나 고민하다 그렇게 질러버리다니...뭐, 그런거지, 라고 생각하고는 있지만. ^^;;

마냐 2005-05-31 1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머. 제가 하고픈 얘길 다 해놓으셨군여. ^^

로드무비 2005-05-31 11: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라딘 co.kr 뒤에 roadmovie만 넣으면 된다오.^^
 

01

토요일에 인권영화제를 보러 갔다. 5 상영작은 <이반검열> <사레가마 (Sa Re Ga Ma Song)> 4 반쯤 영화관에 도착했는데 한산해보였다. 역시, 요즘 누가 이런데 관심을 가질까 싶었다. 커피를 마시며 노닥거리고 있으니 사람들이 줄을 서기 시작한다. 요즘은 서서 기다리는데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들어갈 때까지 그냥 기다리기로 한다. 그런데 웬걸, 줄이 엄청 길다. 상영관이 아주 좁지도 않은데 거의 찼다.

 

02-1

<이반검열> 학교 내의 이반(異般) 관한 다큐멘터리다. 천재라는 중학생이 스스로 카메라를 들고 자기의 이야기를 하고, 친구들과의 인터뷰를 담았다. 담배 친구 때문에 가방 검사를 당했고, 사랑한다는 내용의 편지가 발각되었는데, 학교에서는 아이들에게 제재를 가했단다. ‘ 이반이야? 걔랑 사귀어?’ 라며 교사가 아이들을 비웃고, 담배 피우거나 마신 아이들보다 훨씬 심한 처벌을 내리고, 부모를 불러 사실을 알리고,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하게 한단다. 다른 친구들에게 소문이 나서 따돌림이나 린치를 당하기도 한다. 결국 대부분의 아이들은 전학을 택한다. 천재의 팔에는 흉터가 가득하다. 속상하고 화날 때마다 자해를 것이다. 천재도, 인터뷰를 다른 아이들도, 레즈비언이 뭐가 나쁘냐고 묻는다.

 

02-2

영화를 보면서 처음 생각은 아이들이 과연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어느 정도 확신을 가지고 있는가 하는 의문이다. 내가 중고등학교를 다닐 때에도 여자 아이들끼리의 동성애적 우정은 존재했다. 6년을 여학교라는 닫힌 공간에서 지내면서, 간혹 남자 친구가 있는 애들도 있었지만 대개는 여자 친구들끼리 좋아했다. 잡거나 팔짱 끼는 예사고, 학교 내의 보이시한 아이들은 생긴 남자 못지않게 인기가 있었다. 경우에도 사랑한다는 고백을 여러 받았거니와 엉겁결에 뽀뽀를 당한 적도 있다. 그렇지만 여학교를 졸업하면서 이런 감정은 남자친구에게로 옮아갔다. 영화 속의 아이들도 이런 과정을 겪고 있는 아닐까.

 

02-3

내가 학교를 다닐 무렵에는 동성애에 관한 인식 자체가 없었다. 따라서 여자 친구들끼리의 동성애적 우정이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동성애에 대한 담론이 형성되기 시작한 이후로 이성 문제에 대해서는 관대해지는 반면 동성 간의 애정 문제에 대해서는 오히려 과도하게 반응하는 모양이다. 학교 내에서 교사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아이들을 아우팅시키고, 정체성에 혼란을 느끼는 아이들을 처벌하고 억압한다는 사실이 낯설고 놀랍다. 그야말로 인권의 문제다.

 

02-4

대학을 다닐 학교에 동성애자 모임이 생겼다. 모임에서는 자신들의 입장을 대자보로 붙이곤 했다. 상당한 이슈였으므로, 주의깊게 까지는 아니지만, 대자보는 거의 읽었고 주변의 사람들과 이런저런 얘기도 하곤 했다. 당시의 결론은 개인의 선택 혹은 어쩔 없는 상황이므로 다른 사람들이 이러쿵저러쿵 떠들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었고 지금까지도 마찬가지 입장이다. 일반적인 사람들과 다르다는 이유로 손가락질 당하거나 차별받아서는 안된다는 원론적인 생각이다.

 

02-5

영화를 보다 보니 동성애를 바라보는 시각이 이미 자신이 동성애자임을 알고 있는 성인에 국한되어 있음을 깨닫게 되었다. 정체성에 관한 고민이 언제 어떻게 시작되는지, 어떤 과정을 거쳐 자신의 정체성을 찾게 되는지에 대해서는 전혀 생각이 없었다는 . 영화가 끝난 연단에 올라온 레즈비언 상담소의 직원은 정보가 중요하다는 말을 했다. 이성이 아닌 동성을 사랑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아이들이 알게 되면 정체성의 고민에 대한 해답을 찾는 것이 훨씬 쉬워진다는 것이다. 내가 중고등학교를 다닐 여자 친구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했던 많은 아이들 중에 실제로 이반도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을 이제서야 한다. 영화 아이들이 여자를 좋아한다고 말했을 애들이 알고 저러는 걸까.’라고 생각했던 반성한다. 그런 감정은 누구나 겪는 한때의 감정이라고 말하는 것조차 일종의 폭력이 있을거다.

 

02-6

내게 커밍아웃을 사람이 있다. 며칠 동안 같은 (더블 침대)에서 생활했는데, 마지막 그녀는 자신이 레즈비언이라고 말했다. 그때 놀라우리 만치 담담했다. 그녀가 망설이면서 말이 있다고 했을 , 어쩐지 그럴 같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어째서 그런 짐작을 했는지 전혀 이유를 없다. 얘기를 듣고도 침대에서 자는 어색해하지도 않았다. 지금 생각해보니 그때의 심정적으로는 그녀가 레즈비언이라는 인정하지 못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02-7

25분짜리 짧은 영화를 보고 이런 저런 생각이 너무 많이 들어서, 사실 전혀 정리가 된다. 일단은 떠오르는 대로 거칠게나마 둔다.

 

03-1

<Sa Re Ga Ma Song> <사운드 오브 뮤직> 도레미송을 네팔식으로 바꾼 것이다. 네팔의 초등학교 아이들이 가사를 쓰고, <사운드 오브 뮤직> 흉내내어 일종의 뮤직 비디오를 만들었다. 영화를 보면서 이해를 못했다. 어색해하는 아이들의 표정과 몸짓이 보기에 불편했다. 저런 식으로 외국 영화를 흉내내는 영화를 제작해서 어쩌자는 건가 싶었다. 제작 과정을 보여주는 후반에 네팔의 노래를 부르면서 훨씬 즐거워하는 아이들이 나온다. 차라리 저런 모습을 영화로 만들지 하는 생각을 했다.

 

03-2

영화가 끝나고 영화의 제작 이유를 설명한다. 네팔에서는 초등학교가 의무 교육이지만 실제 취학 아동은 전체 아동의 50% 수준이라고 한다. 그런데다 사립학교와 공립학교의 엄청난 차이가 존재한다. 공립학교 교사의 월급이 우리나라 돈으로 4만원 정도인데 사립학교의 학기 등록금이 600만원이란다. 공립학교는 예산 부족으로 예체능 교육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그래서 짧은 영화는 초등학교 음악 교육용으로 쓰일 거라고 한다. 말을 듣고서야 그렇다면, 이라고 이해했다. 빈부 격차는 전세계를 막론하고 점점 커지는 모양이다. 답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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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무비 2005-05-23 09: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홍대에서 열린 인권영화제를 보러갔다가 거기서 남동생(퇴근후 보러 온)을
우연히 만났던 날이 기억나네요.
아, 그때가 참 좋았는데......
저도 그때 혼자 보러 갔거든요.

로드무비 2005-05-23 1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데 블루님이 보이시한 스타일?
어쩐지 그럴 것 같더라.ㅎㅎ
그건 그렇고 선물 안 골라요?
서재 지붕에 대한 답례......
모른척하면 그냥 지나갑니다?^^

urblue 2005-05-23 1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저는 친구랑 같이 갔는데요. -_-;
중고등학교때는 보이시였죠. 지금은 아니구요.
요즘은 머리를 길러서 핀을 꽂거나 묶고 다니는데, 친구들이 어색하다고 합니다.
항상 숏커트였거든요. ^^

로드무비 2005-05-23 1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니깐두루.
저번 사진 보고 너무 세련된 미인형(과연?)이어서 놀랐다니깐요.흥=3

urblue 2005-05-23 1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과연? ㅎㅎ

숨은아이 2005-05-23 1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게을러서 갈 생각도 않고 있었는데, 담담히 스케치하신 글이 참 좋습니다.

urblue 2005-05-23 17: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운빈현님, 음..아마 주변에 동성애자가 있더라도 아시기 어렵지 않을까요, 본인이 커밍아웃을 하지 않는 이상. 지금 같은 상황에서 커밍아웃이 쉽지도 않은 노릇이구요.
 



대니 보일 하면 떠오르는 건 무조건 <쉘로우 그레이브>와 <트레인 스포팅>이다. 두 영화에서 보여준 재기 발랄함과 시니컬한 유머가 그를 대표하는 것처럼 생각된다. 그래서인지 <인질>, <비치> 등의 후속작들은 생뚱맞다는, 그와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느낌을 준다. (사실 <인질> 이후의 작품들은 보지 않았으므로 느낌 이외의 것은 말할 수 없다.) 어쨌거나 처음 두 편의 인상이 워낙 강렬하다는 말이다.

 

한달 전쯤 극장에서 <밀리언즈 Millions>의 예고편을 보았다. 푸르디 푸른 하늘과 귀여운 두 꼬마가 인상적이었는데, 게다가 이것이 저 대니 보일의 신작이라고 했다. 그때부터 개봉하면 무조건 볼 영화 1순위로 꼽아두었다.

 

주인공은 엄청 귀엽게 생긴 7살 꼬마 데미안(알렉스 에텔). 사실 이 녀석, 정상이라고 보기 어렵다. 또래의 아이들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선수들을 존경한다고 말하고 공놀이에 열중할 때, 성인(聖人)들을 줄줄이 읊어대거나 그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으니 말이다. 어느 날, 데미안의 아지트를 부수며 커다란 돈가방이 날아들고, 데미안은 이것이 하나님의 선물이라고 믿는다. 보는 사람마다 진지한 표정으로 Are you poor?라고 물으며 도와 줄 가난한 사람을 찾는다. 동네의 몰몬 교도 집에 가방 가득 돈을 넣어주고, 노숙자들을 피자 가게로 몰고 가 배불리 먹여주고, 잔돈을 요구하는 커다란 자선 쓰레기통에 뭉칫돈을 집어 넣는다. 그렇지만 단순히 마음 착한 꼬마라고 보기엔 영 이상하다.

 

데미안의 형 안소니(루이스 맥거본)도 데미안과 막상막하의 엉뚱한 정신 세계를 가지고 있다. 슬픈 표정으로 엄마가 돌아가셨어요.라고 말하는 것이, 먹을 걸 공짜로 얻거나 잘못을 덮을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걸 경험으로 알고 있으며 실제로 쉽게 써 먹는다. 거짓말은 아니잖아. 그렇지, 거짓말은 아니지. 그런데 다른 애들도 그러냐? 게다가 이재(理財)에 엄청나게 밝다. 하늘에서 떨어진 돈으로 친구들을 보디가드로 고용하고, 부동산에 투자할 계획을 세우고(그가 9살이라 걸 감안하면 부동산 투자 계획이 성공할 리 없다.), 파운드를 유로가 아닌 달러로 환전하는 기막힌 감각을 선보인다. 

 

하늘에서 떨어진 돈은 강도들이 현금 수송 열차에서 탈취한 것으로 밝혀진다. 험상궂게 생긴 남자가 돈을 찾기 위해 이들 앞에 나타나고, 한술 더 떠서 파운드화는 며칠 뒤면 휴지 조각으로 변한다. 경찰은 거액을 환전하는 사람들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사건은 점점 버라이어티 해지지만 꼬마들이 주인공임을 생각한다면, 험악하게 생긴 열차 강도조차 별 짓을 못할 거라고 짐작할 수 있다. 해봐야 <나 홀로 집에> 수준 아니겠어. 그런데, 이 영화, 방향을 엉뚱하게 잡는다. 어차피 초반에도 현실감 없기는 마찬가지였지만 후반으로 갈수록 그 정도가 아니라 차라리 판타지가 되어 버린다. 하긴 뭐 그렇게가 아니라면 해결이 안 될 것도 같다. 용두사미라고 해야 하나. (그래도 킹덤 오브 헤븐 보다 재밌다.)

 

내내 이게 대니 보일의 영화가 맞나 생각했다. 어린 아이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것도, 유쾌한 판타지인 것도 그와는 어울리지 않아 보인다. 다만 요소요소에 박혀 있는 재치와 발랄한 상상력은 여전하다. 어쩌면 누구처럼, 가볍고 명랑 쾌활한 가족 영화를 하나쯤 만들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헐리우드 식의 따뜻한 가족 영화는 안 나오지만 말이다.

 

팁 하나. 맑고 깨끗하고 파아란 영국의 하늘이 나온다. 영국은 늘 흐리고 우중충하다는 인상이 확 바뀐다.

팁 둘. 700대 1의 경쟁을 뚫고 오디션에서 발탁되었다는 데미안 역의 알렉스 에텔은 실제로는 11살이다. 그런데 너무 앙증맞다. 얼굴 가득한 주근깨와 영국식 발음마저도 귀여워 죽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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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져 2005-05-12 15: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그러고 보니 쉘로우 그레이브를 잊고 있었네...
칼에 찔리고도 웃을 수 있었던 그 남자의 미소...ㅎㅎ
대니 보일이 트레인 스포팅에서 너무 뛰어다녔나봐요. 그 이후에 영화는 쫌...

urblue 2005-05-12 15: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운빈현님, 영화든 소설이든 한 가지를 먼저 보면 다른 건 안 보게 되더라구요. ^^;

플레져님, 쉘로우 그레이브 처음 보고서 엄청 좋아했더랬어요. 트레인 스포팅보다 쉘로우 그레이브를 더 좋아하죠. ^^ 대니 보일은 딱 거기까지였는지...좀 아깝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