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나서 처음으로 '오페라'라는 걸 봤다.

간간이 뮤지컬은 보러 다녀도 오페라를 보고 싶다는 생각은 해 본 적이 없는데, 이번 '한러교류축제'의 공연작이 얼마 전 읽은 니콜라이 레스코프 원작의 <므첸스크의 레이디 맥베스>였기에 호기심이 발동했다고나 할까.

 

 

 

 

쇼스타코비치가 쓴 오페라로, 1934년 초연 이후 200회 이상 공연되는 대인기를 누렸다고 하는데, 1936년 이 작품을 본 스탈린이 중간에 자리를 떠 버리자 이후에 공연이 금지되었다고 한다.  



아무튼, 9월 23일 토요일 저녁, 공연장 성남아트센터로 향했다.

공연장 입구는 한산했다. 인기있는 뮤지컬의 경우 공연 시작 30분 전쯤이면 로비가 관객들로 꽉 차기 마련인데, 이쪽은 이거, 객석이 텅텅 비는 거 아니야, 싶을 정도였다. 입장해보니 다행히 그 정도는 아니었지만 여기저기 빈 좌석이 꽤 눈에 띄었다. 물론 좌석에 앉아 있는 사람들이 다 돈 내고 표를 끊었는지 몹시 의심스럽기도 했지만 말이다. (중간 휴식 시간 이후에 앞 자리가 텅 비어 버려 좀 놀랐다. 역시 돈 안 낸 사람들인게야.)

관람 총평을 말하자면, '기대 이상'이라고 해야겠다. 사실 이 공연이 아주 좋았는지는 잘 모르겠다. 다만, 오페라가 어느 정도는 지루할 것이라는 내 예상이 제법 빗나갔으므로 어쨌거나 '기대 이상'이 된다.

이 날 주인공 카테리나 역할을 맡은 카린 그리고리안은 이 오페라단의 대표 가수는 아니라고 한다. 22일과 24일에 공연한 스베틀라나 소즈다텔레바가 사실상의 주인공. 하지만 보지 않았으니 역시 비교 불가. 카린 그리고리안의 연기와 노래는 나름 훌륭했다. 자리가 좀 멀어 표정까지 자세히 볼 수 있었던 건 아니지만 지루한 일상에 몸부림치다 하인과 눈이 맞고, 그에게 집착하는 귀부인의 모습은 충분히 표현했다.

남자주인공 세르게이 역할의 가수는 누구인지 모르겠지만, 그다지 매력적이지는 않았다. 음색도 평범하고. 극 전개 상 윗옷을 자주 벗어던지고 맨살을 드러내는데 배가 좀 나왔단 말이지. 이런 바람둥이 역할이라면 좀 더 몸이 좋아야 하는 거 아닌가. ^^;

원작에선 비중이 작은 시아버지 보리스의 역할이 조금 더 커졌다. 기 보다 많이 바뀌었다. 젊었을 적 좀 놀았던 이 할아버지는 세르게이만 아니었으면 며느리의 방에 뛰어들었을, 늙은 난봉꾼에 가깝다.

농가가 배경이었던 원작에 비해 무대는 기계실 같이 꾸며져 있다. 이 배경이 처음부터 끝까지 한번도 바뀌지 않는데, 3막까지는 꽤 괜찮았지만 4막에서는 좀 바꿔주었으면 어떨까 싶다. 일꾼들은 검정색의 가죽 앞치마를 입고 등장하는데 훨씬 투박하고 거친 느낌을 준다. 그런 가운데 붉은 드레스를 입은 카테리나의 모습이 두드러진다.



사진에 보이는, 일꾼(죄수)들이 앉은 의자는 카테리나의 결혼식 장면에서는 흰색 비닐커버가 씌워진 채 만찬 장면을 표현한다. 커버를 벗겨내고 순식간에 감옥 장면을 만들어내는 아이디어가 꽤 괜찮다.

4막에서 등장하는 카테리나의 연적 소네트카는 카테리나가 1막에서 입었던 붉은 드레스를 입고 나온다. 물론 유형을 가는 사람들이 붉은 드레스나 웨딩 드레스를 입을 리 만무지만, 세르게이를 중심으로 예전 카테리나의 자리를 꿰 찬 소네트카를 대비하여 표현한 것은 인상적이다.

쇼스타코비치가 오페라를 만들때부터의 문제인지, 이번 공연의 각색 혹은 번역의 문제인지 알 수 없으나 내 보기에 꽤 중대한 오류는 아기에 관한 것이다. 카테리나는 세르게이의 아이를 갖는데, 극 중 전혀 언급이 없다가 갑자기 아기 인형을 치마 속에서 꺼내 분질러버리는 장면이 나왔다. 내용을 모르고 보는 관객이라면 어안이 벙벙할 듯. 하긴, 그 장면만의 문제는 아닌 것이, 원작의 내용을 알지 못하는 사람이라면 카테리나와 세르게이가 유형을 떠나는 것도, 카테리나가 연적 소네트카와 함께 강물 속으로 뛰어드는 것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을 성 싶다. 원래 노래 가사가 그런지 번역이 엉망인지 알 수 없으나 제대로 표현을 못 해 준데다가 번역의 화면이 무대랑 맞지 않는 경우도 가끔 있었으니. 이런 진행상의 실수는 없어야 하는 거 아닌지.

클래식 음악에 대해서는 거의 아는 바가 없지만, 쇼스타코비치의 음악은 의외로 흥겹기도 하고 재미있기도 하더라.

2시간이 넘는 공연이 지루한 줄을 몰랐다. 오히려 좀 더 가까이에서 배우들의 표정까지 볼 수 있었으면 훨씬 더 재미있었을 것 같았다. 다른 오페라를 또 보게 될 지(너무 비싸서 말이지!) 모르겠지만 오페라도 흥미롭게 볼 수 있다는 걸 알게 된 경험이긴 하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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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6-09-26 14: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나라사람들은 오페라간 발레건 너무 클래식한것만 좋아하는 경향이
있다고 하더라구요..^^

urblue 2006-09-26 14: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클래식한 게 자랑하기에 "뽀대"가 더 난다고 생각하는 게 아닐까요. ㅎㅎ

sooninara 2006-09-26 14: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등학교때 단체관람으로 세종문화회관에서 오페라 보고는 안가게 되네요.
뮤지컬이 대세라서 ...
위의 사진만 보면 뮤지컬 같은 분위기예요.

urblue 2006-09-26 15: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페라 단체 관람이라니, 엄청 럭셔리 고등학교 아닙니까~
 



누군가는 이 영화를 올 여름 최고의 공포 영화라고 했단다. 영화는 스릴러로 구분되어 있지만, 실상 스릴러라기보다 호러나 코미디로 분류해야 마땅하다.

 

제지업체에서 15년간 우수 사원이자 간부로 재직한 브뤼노는 공장이 동유럽으로 이전하면서 회사를 그만둔다. 15개월치 월급을 받았고, 그만한 경력과 실력이면 일자리를 구하는 것은 시간 문제라 믿었기에 퇴직을 하면서도 여유가 있었다. 그러나. 실업자 노릇 2년 여 만에 브뤼노의 여유와 믿음은 몽창 사라져버렸다. 병원과 극장에서 파트 타임으로 일하는 아내가 가정을 책임지고 있고, 아이들은 기본적으로 아빠를 좋아하긴 하지만 뭔가가 조금씩 어긋난다. 매번 면접이 끝날 때마다 기대에 찼던 가족들의 얼굴에 실망의 그림자가 드리워지는 것, 그러면서도 아빠를 위로하려고 하는 모습도 징글맞다.

 

그렇게 궁지에 몰린 그가 선택한 것은 경쟁자들을 없애버리자는 황당한 계획이다. 가짜 제지회사의 구인 광고를 낸 후 가장 그럴듯한 경쟁자 5명을 처치하기로 결심한 것이다. 이제 브뤼노는 한 사람씩 찾아다니며 그들을 제거해나간다. 하지만 그가 찾아낸 경쟁자라는 사람들은 또 어떤지. 식당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백화점에서 남성복을 팔고 있을 따름이다. 아내에게 버림받기도 했다. 짧게는 1년 여, 길게는 5년에 이른 실업 기간은 브뤼노와 마찬가지로 경쟁자들을 우스운 꼴로 만들어 버린 것이다.

 

이럴 때 노동자들의 연대가 필요한가. 하지만 코스타 가브라스는 그저 문제를 드러내는 것으로 만족한다. 일자리가 없어지고, 실업 수당을 받는 줄은 점점 길어지기만 하고, 실업자들은 정체성에 혼란을 느끼고, 가족 관계가 어긋난다. 남들 심장에 칼을 들이대고 간신히 일자리를 얻었으나 내 심장에 칼을 대기 위해 다른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다. 숨막히는 신자유주의의 현실에 대한 이만한 경고가 또 있을까. 무겁게 쓰긴 했으나 영화 자체는 가볍다. 던져주는 메시지가 호러급일 따름이지 영화는 코미디에 가깝다.

 

토요일 저녁 필름포럼의 그 큰 영화관에는 달랑 10명도 안 되는 인원이 흩어져 앉아 있을 뿐이었다. 아트큐브나 나다였더라면 상황은 좀 더 낫지 않았을까 싶다. 꽤 재미있는 영화인데, 좀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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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리스 2006-08-23 15: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고온 지인이 강력히 추천해서 솔깃했는데 막상 보려고 하니 상영을 안하더군요. 님 덕분에 다시 찾아봤더니 이제는 상영하네요. ㅋㅋ 주말에 보러 갑니다.

urblue 2006-08-23 2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미있습니다. 놓치면 아깝죠. ^^

쎈연필 2006-08-24 04: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고 싶습니다... 감사해요
 



2006년, 지브리의 새로운 신화가 탄생한다!!

새로운 신화, 맞다.
천하의 '스튜디오 지브리'도 이렇게 재미없고 밋밋한 작품을 만들 수 있구나.
모름지기 '스튜디오'라 함은 감독 개인의 능력에 전적으로 의존하지는 않는 시스템을 갖추었다는 의미일텐데, 그 시스템조차 어쩔 수 없는 것들이 있는 모양이지.

르 귄의 어스시 시리즈를 읽은 사람에게도, 읽지 않은 사람에게도 완전히 이해되지 않는 어정쩡한 각색.
지나친 설교와 교훈.
밋밋한 그림. 
어느 것 하나 만족스럽지 못하다.

아, 테루가 부르는 노래만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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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딧불,, 2006-08-18 13: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 혹평이 아주 쏟아지누만요.

Mephistopheles 2006-08-18 13: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말이 많습니다..지브리의 두목 미야자케 하야오가 예전부터 이 소설을 애니화 할려고 벼르고 별렀는데...애니쪽 일과 전혀 무관했던 그의 아들이 이걸 애니화 한다고
설쳐대다가 왕창 망해버리고 자기 아버지에게도 엄청 깨졌다고 한다죠...^^
자연스럽게 지브리 스튜디오의 차기 후계자 순위에서도 저멀리 떨어져 나갔고요..^^

urblue 2006-08-18 13: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반딧불님, 아무리 혹평이 쏟아져도 안 볼 수 없어서 보긴 했는데, 혹평 받아 쌉니다.

메피스토님, 근데 미야자키 하야오도 각색 작업에 참여했다는 말이 또 들립니다. 그러니까, 도대체 감독만의 문제인지 알 수가 없는거죠.

하늘바람 2006-08-18 13: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재미없고 밋밋한
보지 말아야 겠네요

물만두 2006-08-18 13: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버지 따라갈려면 멀었다고 하두만요.

아영엄마 2006-08-18 15: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몬스터 하우스 보러 갔을 때 보니 이 영화도 해서 아이들이 보러갈까말까 했는데 아무래도 접어야겠네요. (아이들 크걸랑 어스시의 마법사나 읽어보게 줘야지..^^)

짱구아빠 2006-08-18 16: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야자키 고로 감독이라 해서 하야오 감독하고 이름이 비슷한 사람이네 했더니,아들이구만요... 기대했는데 보기 전부터 혹평이 쏟아지는군요

urblue 2006-08-18 16: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늘바람님, 추천하고 싶지 않습니다. -_-

물만두님, 누군가는 "재능은 유전되지 않는다"라고 썼더군요.

아영엄마님 / 짱구아빠님, 그래도 옆 좌석에 있던 꼬마는 제법 재미있게 보는 것 같더라구요. 소리도 질러 가면서. ㅎㅎ 아이들은 어떤지 잘 모르겠어요.

미완성 2006-08-18 16: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다가 들린다..부터 하야오 아저씨 손이 가지 않으면 역시나, 맘에 안 들어요. 뭐, 하야오 아저씨도 하울...로 대가에게도 휴식이 필요하단 거 증명해주시긴 했지만...
그래도 이전에 만든 작품들이 너무나 명작이라, 그냥 재탕만 해도 즐겁다는...^^;
지브리 재정쪽도 그리 좋은 편은 아니란 소리 들리던데 걱정이구만요...;

urblue 2006-08-18 21: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 그래도 지난번 '이웃집 야마다군'은 꽤 재미있었다구요.
뭐 역시 초기작들이 훨씬 낫다는 건 변하지 않는 사실이긴 하지만요. ^^
 



씨네코아가 바뀐 스폰지하우스에서는 지금 일본인디영화페스티벌을 하고 있다. 토요일에 <녹차의 맛>과 <거북이는 의외로 빨리 헤엄친다> 두 편을 볼 계획이었으나, 느지막하게 아침을 먹고 나니 오후 2시 상영시간에 맞추기가 어려워 <녹차의 맛>은 포기. 이제 못 보면 DVD도 구하기 힘들 텐데, 언제 보려구. 역시 게으름이 생활의 가장 큰 적이다.

 

설마 사람이 많을까 싶어서 예매도 하지 않았다. 아트큐브도 아니고, 스폰지하우스는 제법 좌석도 많잖아? 이대 앞에서 쇼핑하고 교보에서 놀다가 걸어서 스폰지하우스에 도착한 시각은 6시 30분. 영화 시작 20분 전이다. 이런, 앞에서 두 번 째 밖에는 자리가 남아있지 않단다. 사람들을, 아니면 TV를 너무 무시했던 게야. (<거북이>는 TV 영화프로그램에서 소개했다.) 그나마 볼 수 있었으니 다행이지. 쩝.

 

제목도 희한한 이 영화, 과연 인디영화답다. 어찌나 웃었는지, 한 주일의 스트레스가 다 날아가 버린 듯 하다.

 

23세의 주부 스즈메는 해외 근무 나간 남편이 사다 놓은 거북군에게 먹이를 주는 것 외엔 딱히 할 일도 삶의 보람도 없이 하루하루를 보낸다. 태어날 때부터의 친구 쿠자쿠가 이런저런 일로 바쁘게 활기차게 사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그렇게 존재감 없이 살다가 순간 사라져버릴지 모른다는 걱정을 하던 찰나, 우연히 찾아낸 스파이 모집 광고가 떠오른다. 그래, 스파이가 되는 거야! 어이없을 정도로 간단하게 스파이가 되어 버린 스즈메. 이제부터 할 일은? 가능한한 눈에 띄지 않게 평범하게 살기. 더 이상 어떻게 할 수 없을 정도로 평범한 주제에 어떻게 하면 평범하게 보일까를 고민하다니?

 

평범하게 사는 스파이 노릇은 그래도 스즈메의 생활을 바꿔준다. 왠지 모르게 가슴이 설레고 흥분되고 무언가 굉장한 사건이 앞날에 기다리고 있을 것만 같다. 투명 인간 같던 스즈메는 점점 뚜렷해진다. 감독이 말하고 싶은 건 누구나 이렇게 살 수 있다는 게 아닐까. 별다른 큰 일이 없어도 재미있게 보람을 느끼며 사는 게 가능하다고.

 

사실 영화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이 (스즈메만 빼고) 범상치 않다. 꽤나 고집 있는 배관공, 이상한 춤을 추는 미용실 아저씨, 해외 여행을 일삼는 숨은 고수 두부 가게 아저씨, 바로 옆 모나카 가게 아저씨, 어중간한 맛의 라면을 만들면서 가장 맛난 에스프레소를 후식으로 내 놓는 라면 가게 아저씨, 한 성깔하는 악기점 아저씨, 스즈메의 아버지와 이웃집 아저씨, 스파이 부부, 공안요원들, 쿠자쿠 등등. 90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이 많은 독특한 캐릭터를 비벼 넣어 새콤달콤한 비빔국수 같은 영화를 만든 감독에게 박수를. 아니 푸하하 터지는 박장대소를.

 

스파이 부인이 처음 했고, 나중에 스즈메가 따라하는 휏휏휏휏 하는 웃음소리는 중독성이 있다. 영화가 끝나고 자리에서 일어서는데 뒷자리에서 누군가 그렇게 웃었다. 집에 돌아오는 내내, 돌아와서도 나 역시 그렇게 웃고 있었다. 당분간은 그리 웃을 것이다. 휏휏휏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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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매지 2006-07-24 14: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휏휏휏휏. 이 영화 재밌죠? 전 극장에 가서 본 건 아니고 어둠의 경로로 봤었는데 좋더라구요^^ 친구가 일본인디영화페스티벌에 출석도장찍고 있는지라 몇 편 추천받아서 저도 곧 볼 예정^^ (녹차의 맛, 핑퐁, 스크랩 헤븐 추천받았어요-)

urblue 2006-07-24 14: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두르세요. 인디페스티벌은 수요일까지랍니다. 저도 다른 작품들 더 보고 싶었는데 게으름 피우다 다 놓쳐버렸지 뭡니까. 흑흑. 그래도,
휏휏휏휏.

2006-07-24 14: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6-07-24 16: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sudan 2006-07-24 17: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흑흑 그래도 휏휏휏,이라뇨. 울다가 웃다가 하면... 알죠?
퍼뜩 정신차려보니까 네시부터 지금까지 여기저기 영화싸이트에서 놀고 있지 뭐에요. 내가 지금 이럴때가 아닌데 왜 여기서 놀고있지? 하고 생각해보니까, 이 페이퍼 땜에 저 영화 검색하다가 그만 웹서핑 삼매경에. -_-

urblue 2006-07-24 19: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설마 그렇게 놀고 지금 야근하시는 건 아니겠죠? 휏휏휏휏~

2006-07-25 02: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가랑비 2006-07-25 09: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거랑 녹차의 맛이랑 보고 싶었는데... 한밤중의 야지키타밖에 못 봤어요. 흑흑. 한밤중의 야지키타도 재미있었답니다. 쪼끔 엽기지만. ^^

urblue 2006-07-25 1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밤중의 야지기타도 보고 싶었어요. 녹차의 맛은 워낙 길어서(143분) 쪼끔 지루하다는 평도 있더라구요.

2006-07-25 14: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6-07-29 00: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이쁜하루 2006-07-29 05: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보려고 마음먹었더니..이미 끝났네용 ^^;;; 담엔 정보습득 능력을
조금 빠르게 해야겠어용 ^^

2006-07-31 01: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6-07-31 23: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재미있는 영화다. 보면서 키득키득 많이 웃었다. 사랑을 잃고 물고기가 되어서도 말다툼을 그치지 않는 부부의 정곡을 찌르는 대사부터 또다시 동상이몽에 빠져드는 이다와 오토의 마지막 표정까지, 순간순간 반짝이는 유머러스한 묘사 때문에 웃지 않을 수 없었다.

 

<Fisher와 그의 아내>라는 멋대가리 없는 원제보다 <내 남자의 유통기한>이라는 국내 개봉 제목이 훨씬 낫다는 등의 얘기를 나누며 극장을 빠져 나오는데, 문득 신발 바닥에 아주 커다란 껌딱지라도 붙은 양 껄끄럽다. 뭐가 개운하지 않은 거지? 응, 뭘까?

 

영화는 사랑을 이야기한다. 사랑의 의미는 무얼까, 사랑의 유효 기간은 얼마나 될까, 어떻게 해야 오래도록 사랑을 유지할 수 있을까. 수많은 사람들이 수없이 해 온 평범한 질문들. 요즈음의 TV 광고는 사랑의 유효 기간이 18개월이라고 말한다. 마법에 걸린 물고기 부부는 고작 3년 동안 변함없이 사랑하는 커플을 만나면 사람으로 돌아갈 수 있는데, 그것이 미션 임파서블인 듯 여겨진다. 검은 머리 파뿌리 되도록 서로 사랑하며 해로하는 일이 그토록 어려운 걸까.

 

인도에서 명상을 즐기며(?) 자란 탓인지 오토는 물질적인 성공에는 관심이 없다. 캠핑카를 타고 떠돌며 물고기 의사 노릇에 만족한다. 반면 이다는 패션 디자이너로서의 꿈이 넘쳐서, 그 넘쳐 흐르는 꿈이 이런저런 욕심으로 바뀐다. 제대로 된 욕실에서 목욕을 하고 싶고, 아이가 뛰놀 정원 딸린 집이 필요하고, 오토가 좋아하는 잉어를 잔뜩 키울 호수가 갖고 싶다. 둘은 그렇게 정반대인데, 어떻게 사랑에 빠졌을까. 당연히, 서로의 실체를 몰랐으니까! 이다가 성공 가도를 달리는 동안 해마가 되어 아이를 키우는 오토는 무기력에 빠진다. 이다에게 사랑을 느낄 수 없다. 아직도 날 사랑하느냐고 묻는 이다에게 그는 한 번도 대답을 하지 못한다. 그러나 이다의 성공은 한바탕 일장춘몽인 듯 순식간에 무너져버리고, 그제서야 사랑을 확인한 오토와 이다는 아이와 셋이서 옛날의 캠핑카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 당신과 토미만 있으면 돼. 그렇지만 여전히 아이디어와 의욕이 넘치는 이다, 아연실색하는 오토. 그들의 삶은 아마 그렇게 평생 돌고 돌지도 모른다.

 

그런데 말이지, 이다가 뭘 그렇게 잘못했지? 패션 시장에서 통할 만한 멋진(내 눈엔 그다지 멋져 보이진 않더라만 일종의 판타지니까.) 아이디어를 내고 사업을 성공시킬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여자가 육아를 남편에게 맡기고 일에 매진하는데, 어째서 끝없이 물질적 욕심만 부리는 못된 마귀할멈처럼 보여야 하지? 욕심도 의욕도 계획도 없는 남자랑 캠핑카에서 살면서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은 참는 게 여자의 사랑이면, 남자의 사랑은 대체 뭔데? 오토는 마치 말뚝이라도 되는 것처럼 제자리에 딱 붙어서서 이다에게 고무줄을 묶어 놓고, 앞으로 열심히 걸어가는 이다가 결국 자기에게 되돌아오길, 그래서 자신의 사랑을 확인해 주길 바라고 있었던 것처럼 보인다. 내 옆에 있지 않으면 사랑이 아니야. 나만 바라보고 있지 않으면 사랑이 아니야.

 

그러니까, 둘이 사랑하는 방법이 다른데 어째서 감독은 한 쪽의 손을 들어주는 것처럼 보이는지, 영화의 제목을 차라리 <내 여자의 유통기한>이라고 해야 하는게 아닌지, 껌딱지같은 찜찜함의 이유는 그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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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연 2006-07-21 0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근데 이거 어느 극장에서 하나요? 찾을 수가 없슴다..ㅠㅠ

urblue 2006-07-21 09: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씨네큐브에서 하고 있어요. 물론 2관이지만, 평일 저녁인데도 빈 자리가 거의 없더라구요.

sandcat 2006-07-21 14: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웃긴 많이 웃었는데 빤한 사랑(순수)의 공식을 확인하는 헛헛함이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