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스폰지하우스에서는 일본 인디필름 페스티벌이 진행중이다. 총 12편의 영화가 약 한 달간 상영된다. 시작 전에는 이거저거 볼 계획을 세웠었는데, 여태 겨우 두 편 보고 있다.
웃음의 대천사 미카엘
'웃긴 영화'를 좋아하는 신랑을 위해 고른 첫번째 작품이다.
가난하지만 똑똑한 후미오(우에노 주리)가 갑자기 부자 오빠를 만나 최상류층 자제들만 다니는 성미카엘 학원으로 전학하면서 사건이 시작된다. 학교에서 몰래 치킨라면을 먹다가 초능력을 얻은 후미오와 다른 두 소녀가 상류층 자제들을 납치하는 인신매매범들을 소탕한다는, 말도 안되는 이야기다.
초능력을 얻은 소녀들은 갑자기 무술의 달인이 되고, 그럼에도 당할 수 없는 악당들을 물리치는 건 결국 천사 미카엘의 도움을 받아서다. 천사가 어느 시점엔가 등장하리라는 건 초반부터 알 수 있다. 하지만 말이지, 그렇게 황당하게 나타날 거라고는 예상 못했다. 이걸 무식하다고 해야 하나 배짱 좋다고 해야 하나. 아무튼, 갈 데까지 가보자,는게 모토가 아닐까 싶다.
당연히 원작 만화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만화도 애니메이션도 있단다. 그렇지. 만약 원작 만화 없이 이런 영화가 탄생했다면, 감독의 정신세계를 의심해 볼 만도 하다.
인 더 풀
알라딘에서야 아는 분들은 다 알겠지만, 오쿠다 히데오의 [인 더 풀]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이번 페스티벌에서 예매율 2위란다. (1위는 뭔지 모른다. -_-;)
발기가 지속되어 고통스러운 남자(오다기리 죠), 가스불, 가전 제품 등에 강박증을 가진 여자, 스트레스를 수영장에서만 풀 수 있는 남자가 이라부의 신경과를 찾는다.
[인 더 풀]도 [공중그네]도 읽지 않아 소설 속 이라부의 캐릭터가 어떤지 모르겠다. 영화에서는, 뭐랄까, 살짝 맛이 간 것 같다. 뭐 나쁜 의미는 아니다. 환자들을 이끌고 좌충우돌 세상에 부딪히는 모습이 나름 경쾌하고 재미있으니까.
이 영화에서 가장 반가운 얼굴은 저 멋쟁이 오다기리 죠가 아니다. 강박증에 시달리는 르포라이터의 편집장을 보자마자 으앗 웃음을 터트렸는데, 바로 [거북이는 의외로 빨리 헤엄친다]에서 스파이 아줌마로 나왔던 후세 에리다. 알고 보니 이 영화의 감독이 [거북이...]의 감독이란다. 영화 후반 이라부와 편집장의 만담스러운 대화가 가장 웃겼다. ㅎㅎ
앞으로 2~3편 정도 더 볼 계획인데, 보고 싶은 작품들은 다음과 같다.
오페레타 너구리 저택
이번 페스티벌의 섹션 하나는 <내 이름은 오다기리 죠입니다>이다. 국내에 그만큼 팬이 많다는 얘기.
장쯔이가 너구리 공주로 분해 귀공자 오다기리 죠를 위험에서 구해주고 사랑에 빠지는 내용이라고 한다. 역시 황당한 영화. 일각에서는 스토리가 없느니 어쩌느니 혹평을 하더라만, [웃음의 대천사]도 그렇고 이 영화도 그렇고, 탄탄한 스토리를 기대하는 것은 아니다. 말이 되든 안되는 마구 밀어붙이는 'B급 감수성'이라는 거, 그걸 보고 싶은거다.
파빌리온 살라만더
역시 <오다기리 죠> 섹션의 한 작품. 이미지가 작아서 잘 안 보이겠지만, 오다기리 죠의 저 능청스러운 표정이 엄청 귀엽다.
시놉시스를 보고서도 기억은 잘 안나는데, 아무튼 이것도 기발한 이야기로 무장한 영화.
철콘 근크리트
이미 만화를 봤지만 애니로도 보고 싶은 작품. 사실 원작 만화는 [핑퐁]보다는 좀 못하다는 생각이지만 시로와 쿠로가 거리를 날아다니는 걸 어떻게 표현했는지 궁금하다.
카모메 식당
연어를 좋아해서 헬싱키에 식당을 차린 사치에 앞에 다른 일본 여성들이 나타나면서 겪는 일상을 그린 영화라고 한다. "일상에 넘치는 부드럽고 따뜻한 행복을 모아, 보는 사람들에게까지 활력을 주는 훈훈한 작품"이라고 소개가 되어 있다.
[키사라즈 캐츠아이], [첫사랑], [스트로베리 쇼트케이크] 같은 청춘 영화들은 어째 안 끌린다. [밝은 미래], [황색 눈물]을 본 것으로 충분하달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