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스폰지하우스에서는 일본 인디필름 페스티벌이 진행중이다. 총 12편의 영화가 약 한 달간 상영된다. 시작 전에는 이거저거 볼 계획을 세웠었는데, 여태 겨우 두 편 보고 있다.

 웃음의 대천사 미카엘

 '웃긴 영화'를 좋아하는 신랑을 위해 고른 첫번째 작품이다.
 가난하지만 똑똑한 후미오(우에노 주리)가 갑자기 부자 오빠를 만나 최상류층 자제들만 다니는 성미카엘 학원으로 전학하면서 사건이 시작된다. 학교에서 몰래 치킨라면을 먹다가 초능력을 얻은 후미오와 다른 두 소녀가 상류층 자제들을 납치하는 인신매매범들을 소탕한다는, 말도 안되는 이야기다.
 초능력을 얻은 소녀들은 갑자기 무술의 달인이 되고, 그럼에도 당할 수 없는 악당들을 물리치는 건 결국 천사 미카엘의 도움을 받아서다. 천사가 어느 시점엔가 등장하리라는 건 초반부터 알 수 있다. 하지만 말이지, 그렇게 황당하게 나타날 거라고는 예상 못했다. 이걸 무식하다고 해야 하나 배짱 좋다고 해야 하나. 아무튼, 갈 데까지 가보자,는게 모토가 아닐까 싶다.
 당연히 원작 만화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만화도 애니메이션도 있단다. 그렇지. 만약 원작 만화 없이 이런 영화가 탄생했다면, 감독의 정신세계를 의심해 볼 만도 하다.

 

 인 더 풀

 알라딘에서야 아는 분들은 다 알겠지만, 오쿠다 히데오의 [인 더 풀]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이번 페스티벌에서 예매율 2위란다. (1위는 뭔지 모른다. -_-;)
 발기가 지속되어 고통스러운 남자(오다기리 죠), 가스불, 가전 제품 등에 강박증을 가진 여자, 스트레스를 수영장에서만 풀 수 있는 남자가 이라부의 신경과를 찾는다. 
 [인 더 풀]도 [공중그네]도 읽지 않아 소설 속 이라부의 캐릭터가 어떤지 모르겠다. 영화에서는, 뭐랄까, 살짝 맛이 간 것 같다. 뭐 나쁜 의미는 아니다. 환자들을 이끌고 좌충우돌 세상에 부딪히는 모습이 나름 경쾌하고 재미있으니까.
 이 영화에서 가장 반가운 얼굴은 저 멋쟁이 오다기리 죠가 아니다. 강박증에 시달리는 르포라이터의 편집장을 보자마자 으앗 웃음을 터트렸는데, 바로 [거북이는 의외로 빨리 헤엄친다]에서 스파이 아줌마로 나왔던 후세 에리다. 알고 보니 이 영화의 감독이 [거북이...]의 감독이란다. 영화 후반 이라부와 편집장의 만담스러운 대화가 가장 웃겼다. ㅎㅎ

 

앞으로 2~3편 정도 더 볼 계획인데, 보고 싶은 작품들은 다음과 같다.

 

 오페레타 너구리 저택

 이번 페스티벌의 섹션 하나는 <내 이름은 오다기리 죠입니다>이다. 국내에 그만큼 팬이 많다는 얘기. 
 장쯔이가 너구리 공주로 분해 귀공자 오다기리 죠를 위험에서 구해주고 사랑에 빠지는 내용이라고 한다. 역시 황당한 영화. 일각에서는 스토리가 없느니 어쩌느니 혹평을 하더라만, [웃음의 대천사]도 그렇고 이 영화도 그렇고, 탄탄한 스토리를 기대하는 것은 아니다. 말이 되든 안되는 마구 밀어붙이는 'B급 감수성'이라는 거, 그걸 보고 싶은거다.

 

 

 

 파빌리온 살라만더

 역시 <오다기리 죠> 섹션의 한 작품. 이미지가 작아서 잘 안 보이겠지만, 오다기리 죠의 저 능청스러운 표정이 엄청 귀엽다.
 시놉시스를 보고서도 기억은 잘 안나는데, 아무튼 이것도 기발한 이야기로 무장한 영화.

 

 

 

 

 

 철콘 근크리트

 이미 만화를 봤지만 애니로도 보고 싶은 작품. 사실 원작 만화는 [핑퐁]보다는 좀 못하다는 생각이지만 시로와 쿠로가 거리를 날아다니는 걸 어떻게 표현했는지 궁금하다.

 

 

 

 

 

 

 카모메 식당

 연어를 좋아해서 헬싱키에 식당을 차린 사치에 앞에 다른 일본 여성들이 나타나면서 겪는 일상을 그린 영화라고 한다. "일상에 넘치는 부드럽고 따뜻한 행복을 모아, 보는 사람들에게까지 활력을 주는 훈훈한 작품"이라고 소개가 되어 있다.





   

 

 

[키사라즈 캐츠아이], [첫사랑], [스트로베리 쇼트케이크] 같은 청춘 영화들은 어째 안 끌린다. [밝은 미래], [황색 눈물]을 본 것으로 충분하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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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dan 2007-07-12 13: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녀검객 아즈미 대혈전'에 웬 하얀 옷 입은 정신 나간 남자가 나오거든요. 악역에 조연치고는 너무 잘생겼는걸?하고 생각했는데, 한참 나중에 알고보니, 오다기리 죠더라구요. -_-b

sudan 2007-07-12 1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거북이의 저 아줌마 좋아요. 시효경찰이라는 일본 드라마에도 나오는데, 저도 저 아줌마 처음 출연하는 장면에서 으핫! 했어요. ^^

urblue 2007-07-12 12: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오다기리 죠가 나온 영화 엄청 많군요. 소녀검객..은 잠깐 보다 말아서, 오다기리는 못 봤어요. -_-
저 아줌마 너무 재미있죠. ㅋㅋ 시효경찰에 나온 건 아는데, 그 드라마를 몰라요. ^^;

sudan 2007-07-12 12: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그러고보니, 시효경찰도 오다기리 죠. -_-b

이매지 2007-07-12 12: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다기리죠 만세~!ㅎㅎㅎ
예전에는 별로였는데 시효경찰보고 빠져서 ㅎㅎㅎ

urblue 2007-07-12 17:26   좋아요 0 | URL
오다기리 죠 만세! ^^ 시효경찰 보고 싶어요. 흑.

nada 2007-07-12 14: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거보다 렛츠퀴어인가, 퀴어렛츠인가.. 그게 관심 가더라구요. 제가 찍은 건 <푸치니 초급과정>.^^

urblue 2007-07-12 17:29   좋아요 0 | URL
씨네콰논에서 하는 렛츠 퀴어 말씀이시죠? [푸치니 초급과정] 재미있을 것 같더군요. 시기를 놓쳐서 못 본 [후회하지 않아]도 시간 되면 볼까 싶구요. ^^

happyant 2007-07-14 21: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런게 진행중이었군요!ㅡ.ㅜ
요즘에는 왜 이리 소식이 늦은 것인지...
보러가야겠어요~

urblue 2007-07-16 11:33   좋아요 0 | URL
이제 마지막 주니까 서두르셔야겠어요. ^^
 

 

 

 

 

 

딱히 오페라에 관심이 있어 찾아보는 게 아니므로, 오페라 관람은 이것이 두번째다. 첫 번째는 <므첸스크의 레이디 맥베스>. 처음이나 이번이나 모두 러시아 소설을 원작으로 한 '러시아 작품'이기 때문에 본 거다. 더군다나 <스페이드의 여왕>은 저 위대한 푸슈킨의 원작을 바탕으로 차이코프스키가 작곡한 것이라고 하니 어찌 아니 볼 수 있을까.

예매를 서두른 덕에 앞에서 셋째 줄 가운데로 좌석을 잡을 수 있었다. 5월에 개관한 고양아람누리 오페라극장은 국내에서 무대와 객석의 거리가 가장 짧다고 하더니, 과연, 지휘자의 뒤통수가 커다랗게 왔다갔다 하고, 배우들의 표정까지 모두 보인다. 와우.

하지만, 앞자리라서 안 좋은 점도 있다. 일단 좌우의 자막을 읽기 불편하다는 점. 그리고 배우들이 지나치게 적나라하게 보인다는 점. 서곡이 끝나고 배우들이 등장하자마자 충격 먹었다. 주인공 게르만은 분명 20~30대일텐데, 무대에 나타난 사람은 60은 넘어보이는 할아버지다! 이럴수가! 흰머리에 자글자글한 주름도 다 보이고 관절이 안 좋은 것도 알아보겠다. 절뚝거리는 힘겨운 걸음걸이라니. 차라리 조금 떨어져서 보는게 낫지 않을까 싶을 정도다. 이래서야 몰입이 되냐구요.



공연 자체는 상당히 재미있었다. 보통 오페라는 정적이라 지겹다고 들었는데, 저번 <므첸스크의 레이디 맥베스>는 거의 뮤지컬이나 다름없을 정도로 역동적이었고, 이 작품도 움직임이 적지 않다. (다른 오페라를 본 적이 없어 비교는 안 된다만.) 극 중 극 형식으로 삽입된 발레 장면이 경쾌함을 더하기도 했다. 클래식은 책 읽을 때 BGM으로 깔아두는 정도라 거의 알지 못하지만 차이코프스키의 곡 자체도 오케스트라의 연주도 귀에 쏙쏙 들어오더라. 배우들의 노래도 좋았다. 게르만 할아버지가 가끔씩 숨을 몰아쉬며 힘들어하는게 안쓰럽긴 했어도. 원작에서 리자베타는 가냘프고 가련한 이미지인데, 리자 역을 맡은 배우는 많이 통통하다. 하지만 사랑에 갈등하는 젊은 처자의 감정을 표현하는데 훌륭했다. 공작부인의 양녀가 아니라 손녀로 설정이 바뀌었으니 풍만하고 아름다운 이미지도 쉽게 납득이 간다. 1막은 도입부라 다소 느슨한 감이 있지만 2, 3막은 짧고 호흡이 빨라서 한층 집중하게 만든다. 2막 끝나고는 쉬지 않고 바로 3막이 이어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대본상의 문제인지 연출의 문제인지, 리자를 사랑하지만 한편으로는 도박에 강하게 끌리는 게르만의 심리 묘사는 다소 엉성한 편이라고 할까. 리자가 자살하는 장면은 자살인지 아닌지 모호하다. 아무래도 문학과는 표현 방법이 다르니 기본 줄거리를 알고 이해하면서 봐야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그런 점을 고려하면, 자막이 지나치게 엉망이다. 영어 자막을 한글로 옮겼나본데, 대강 뜻만 통하게 뚝뚝 잘라먹었다. 영어를 같이 보여준 것도 좋다만, 한글 자막에 좀 더 신경쓰는게 당연하지 않나. 

다음엔 이탈리아 오페라를 한번 볼까 싶다. 비교 차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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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g 2007-07-09 18: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옷~저는 오페라는 한번도 못 봤어요~
너무나 저와 무관한 장르같아요 ㅎㅎ

mira95 2007-07-09 22: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오페라는 한 번도 못 봤어요.. 부러워요~~

chaire 2007-07-10 09: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전 오페라를 한번도 못 봤는데, 니벨룽의 반지만은 꼭 한번 보고 싶어요.

urblue 2007-07-10 09: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 그러니까, 뮤지컬과의 차이를 크게 느끼지 못했어요. 이 작품 전 주에 공연했던 <카르멘>은 훨씬 더 재미있었다고 하더군요. 다른 공연도 한번 볼까 싶어 찾아봤더니 최근에 오페라 공연은 별로 없는 모양입니다. 니벨룽의 반지를 하면 저도 꼭 보고 싶어요. ^^

사야 2007-07-11 17: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앗 그 사이 글이 많이 올라왔네요..^^
역동적인 오페라 뮤지컬과 비슷하다니 궁금하네요
저는 주로 이태리오페라를 그것도 처녀적에 좀 봤어요
지금은 신랑이 안 좋아해서 거의 안가지만요.
두 분은 그 취향도 다 맞으시나봐요..^^

urblue 2007-07-11 17:56   좋아요 0 | URL
취향이 다 맞기야 하겠어요. 제가 보고 싶은 건 그냥 예매해버리거든요. ㅋㅋ 보고나서 재밌었다고 하기는 했지만요. ^^ 국내에는 뮤지컬이 붐이라 거의 뮤지컬 공연밖에 없어요. 11월인가 이탈리아 카르멘 공연이 있던데, 그걸루 비교를 삼아볼까 하고 있습니다.

happyant 2007-07-14 21: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푸쉬킨의 스페이드의 여왕(+벨낀이야기)를 근래에 읽어서,
이 공연에 은근히 눈길이 가더라구요.
부럽사옵니다.

urblue 2007-07-16 11:36   좋아요 0 | URL
스페이드의 여왕도 벨낀 이야기도 재미있죠? 공연 보러 가기 전에 스페이드의 여왕만 다시 읽었는데, 번역이 어찌나 안 좋은지 깜짝 놀랐어요. 옛날엔 그런 책을 잘도 봤구나 싶더라구요. 저 민음사판으로 다시 주문했는데, 저것도 썩 마음에 들지는 않더군요. -_-
공연도 보러 다니고 할 만큼 여유가 생겼으면 좋겠어요. ^^
 

<I LOVE 오다기리 > 마지막 상영일인 어제 <밝은 미래> 보러 갔다. 미로스페이스의 아담한 상영관은 분위기가 좋았고, 의자도 편했다. 혼자 보러 사람이 많아 조용조용한 것도 특징일까.

 

오다기리 죠가 출연하는 작품들은 별다른 정보 없이도 쉽게 믿음이 가는데, 그건 그가 매우 잘생겨서 보기만해도 좋다는 이유 때문만은 아니다. 그는 매우 영리한 배우인데다 시나리오를 읽는 눈도 좋고 자신의 필모그래피를 철저히 관리하는 타입인 듯하다. 언젠가 씨네21 실린 그의 인터뷰를 읽고 (내용은 기억 나지만) 받은 느낌이 그렇게 남아 있다.

 

 



 

<밝은 미래>, 뭐랄까, 아주 열광할 만한 작품은 아니다. 하지만 꽤나 흥미롭다. 초반 마모루(아사노 타다노부) 니무라(오다기리 ) 해파리 수조가 있는 마모루의 방에서 뒹굴거릴 때부터 묘한 긴장감이 흐른다. 둘이 일하는 세탁 공장 사장과의 관계도, 사장 가족끼리의 관계도, 마모루와 니무라 사이에도, 별다른 일은 없지만 폭풍전야 같은 고요함이랄까, 건드리기만 해도 하고 터져버릴 같은 없는 두근거림으로 심장이 조여든다. 니무라의 반항적이면서도 나른한 몸짓, 그런 그를 말리며 때와 기다릴 때가 있다고 충고하는 마모루의 어쩐지 공허한 눈빛. 분명 뭔가 있을 같은데 아무것도 드러나지 않을 느껴지는 초조함이 쌓이다가 움찔움찔 지레 놀랄 무렵, 마침내, 때가 되었다는 살인사건이 터진다. 그런데 막상 거기까지 가면, 이젠 이상 충격적이지 않다. 이건 감독의 의도인 것인지.

 

마모루는 키우던 맹독성 붉은 해파리를 니무라에게 넘겨주고는 끔찍한 사건을 저질렀다. 니무라에게 전해진 해파리는, 니무라가 꿈에 보곤 했던 밝은 미래 대한 희망일까. 마모루는, 스스로는 통제할 없었던 삶과 희망을 니무라에게 건네주고 싶었던 것일까. ‘가라 사인은 자기처럼 살라는 뜻은 아닐텐데. 마모루의 행동은 무엇하나 이치에 닿지 않을 뿐더러 의미를 짐작도 없다. 소위 청춘의 방황과 불안함이라 일컫는다면 이해를 할까. 

 

마모루가 죽은 니무라는 마모루의 아버지를 만난다. 가라는 사인은 받았지만 여전히 혼란스럽기만 니무라와 아들이 어떤 사람이었는지 전혀 알지 못했던, 가족과 단절된 아버지의 만남은, 상투적인 가족적결말을 짐작하게 한다. 아주 틀리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렇지는 않은 것이어서 내심 안도했다.

 

민물에 적응한 해파리 떼가 붉은 빛을 내뿜으며 개천을 따라 바다로 나아가는 장면에 이르면, 드디어 밝은 미래 싶어진다. 원래 바다에서 밖에 없는 붉은 해파리를 민물에 적응시킨 것을 청춘들이 사회에 적응해 살아야 한다는 것으로 읽는다면, 결국 해파리들이 바다로 이동하는 것은 못나고 엇나간 청춘들에게도 밝은 미래 기다리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할 있을 테니까. (근데 이건 지나치게 단순한 해석인가.) 게바라의 얼굴이 인쇄된 티셔츠를 맞춰 입고 장난치며 거리를 걷는 불량청소년들을 잡은 롱테이크씬이 마무리라는 황당하지만 유머러스하기도하다.

 

 



 

 

너덜너덜 구멍나고 찢어진 옷을 입어도, 어쩜 그리 멋진 것이냐, 오다기리 !

미로 스페이스의 다음 상영작(오늘 개봉)도 오다기리 죠가 등장하는 <헤저드>이다. 2002년작이라니까 거의 초기작인 셈이다. 봐줘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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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ndcat 2007-04-19 16: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근데 도대체 해파리 떼지어 다니는 건 어떻게 찍었을까요? 그냥 둥둥 떠 있는 게 아니고 진짜 흘러 가는 것 같던데...해파리 관련기사가 실제로 있는 판이니 맹랑한 얘기만은 아닌 듯 싶고. 해파리놈, 하여간 볼 때마다 아우라가 만만찮아.

홍수맘 2007-04-19 17: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처음 듣는 이름의 배우예요--- 제가 미디어에 많이 약해서리......... ^ ^;;;;;
근데 잘 생겼다. 그쵸?

urblue 2007-04-19 17: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샌드캣님, 당연히 CG일 거라고 생각했어요. 설마 진짜 해파리를 풀어놓고..?
옛날에 동네 바닷가에서 보던 해파리는 저렇게 이쁘게 생기지 않았어요. 아우라보다는 그냥 생선같은 느낌이... -_-;

홍수맘님, 헤저드 광고에 따르면 '국내 여성들이 가장 사랑하는 배우'랍니다. 팬이 많기는 해요. <메종 드 히미코>같은 영화보면 진짜 매력적이랍니다.

chaire 2007-04-19 19: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마지막 불량한 아이들의 롱테이크 씬이 참 인상적이었어요. 그 아이들이 점점 대열을 맞춰 걷는 모습을 보자니, 유머러스하면서도 시큰하기도 했지요. 아, 민물의 해파리에 대한 해석, 명쾌하고 깔끔하고 좋은데요? ^^ 하여간 우리의 오다기리는 과연 혼자서 바다로 나아갔을까 한참 궁금했었어요. 흑. 그리고 전 결국 클럽진주군을 못 봤다는.. 독감 때문에 지난주부터 계속 고생 중이라.. 그런데 또 헤저드가 대신 얼굴을 내밀었네요. 봐줘야겠죠? 근데, 봐줄 수 있을란지 모르겠어요. 컨디션상..(아, 이렇게 어느덧 오다기리 군에 대한 저의 사랑도 조금씩 식어가는 걸까요? 대신 얼마전 '시노비'라는 영활 봤다죵. 다운받아서...)

urblue 2007-04-20 09: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chaire님, 어맛, 아직도 아프신겁니까? 저런저런, 어째요. 요즘 날씨가 하도 그지같아서 감기로 고생하는 사람이 많다고 하더구만, 하필 님이 독감이랍니까. 흑흑. 영화야 뭐 나중에 봐도 되지요. 이제 주말이니까 집에서 푹 쉬세요. 얼른 나아야지요.
근데 '시노비'는 또 뭐랍니까. -_-a

2007-04-26 10: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사람은 변할까?

영화 속에서 누군가가 '사람은 절대 변하지 않는다'는 대사를 했던 것도 같고... 어쨌거나 내 경험으로 보자면, 사람은 변한다, 하지만 쉽게 변하지는 않는다.

1984년 동독, 십수년 동안 능력있고 신념있는 비밀경찰로 활동해 온 비즐러의 새로운 감시 대상은 잘 나가는 극작가 게오르그 드라이만이다. 애인이자 배우인 크리스타와 함께 살고 있는 집에 언제나처럼 도청장치가 설치되고, 건물 꼭대기에서 감시를 시작한다. 시작은 그랬다.

'감시'에서 '감정 이입'과 '동화'로 바뀌기 시작한 지점은 어디였을까? 어느새 비즐러는 드라이만의 서재에서 <브레히트 시집>을 꺼내 읽고, 크리스타를 안는 드라이만과 함께 느끼고, 드라이만이 연주하는 피아노에 눈물을 흘린다. 급기야는 크리스타와 드라이만을 감싸기까지 한다.

비즐러는 왜 변했을까? 그가 변하는 이유를 대기라도 하듯, 그의 단조롭고 삭막한 생활이 그려진다. 썰렁할 정도로 아무것도 없는 아파트에서 국수에 인스턴트 소스를 비벼 먹으며 작은 TV를 보는 것 뿐인 생활, 이웃들은 그가 비밀경찰이라고 수군거리고, 그가 집에서 대화라고 나누는 것은 돈을 주고 산 여자 밖에 없다. 드라이만과 크리스타의 사랑과 열정이 비즐러를 바꾼 것일까?

포스터에는 "5년간 내 삶이었던... 타인의 삶"이라고 적혀 있다. 그래, 5년이었다면, 비즐러가 5년 동안 드라이만과 크리스타를 감시하면서 바뀌어갔다면, 이해하기가 쉬웠을 것이다. 하지만 실제 감시 기간은 불과 2~3개월 뿐이다. (대체 저 5년이라는 표현은 어디서 나온거야?) 십년 넘게 비밀 경찰 일을 해 오면서 누군가를 감시한게 처음도 아닐 터인데, 그들 중에 드라이만과 크리스타만큼 열정적인 사람이 없어서 그동안은 변하지 않았다는 말인지. 비밀 경찰 업무에 신념을 가진 사람이라는 설정치고는 설득력이 약하다.

하지만 뭐, 저 정도의 약점은 봐 주자. 기간을 5년이라고 생각하고 본다면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는 얘기니까. 배우들의 연기가 훌륭해서 몰입하는데 문제가 없다. 위에서 말한 불만도 영화를 볼 당시에는 별로 의식하지 못했다. 페이퍼를 쓰려고 생각하니까 의문이 들었다는 말이다. 상투적이지 않고 인상적인 결말도 좋다. 스스로 의식했든 하지 않았든 비즐러는 선택을 했고, 대가를 치뤘다. 그리고 마지막에 주어진 선물로 보상받은 셈이다. 그러니까 이건 해피 엔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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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7-04-14 2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상투적이지 않은 결말, 궁금합니다. 못 보고 지나갔는데 디비디로 봐야지 싶어요.^^

하늘바람 2007-04-14 2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변한다는 거 당연한건데 참 슬퍼요

홍수맘 2007-04-15 08: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제목은 많이 들어본 것 같은데 아직 보지 못했네요. 챙겨 봐야겠어요.

mong 2007-04-15 14: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셨군요...시간 내신 보람은 있으셨죠? ^^

urblue 2007-04-16 1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몽님, 시간 낸 보람은 당연히 있었습니다. 좋은 영화였어요, 말은 저렇게 했지만. ^^

홍수맘님, 서울에서도 상영관이 몇 개 안되는데 제주에서는 어떤가 모르겠네요. 보시면 좋을텐데.

하늘바람님, 사람은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든 변해가겠지요. 다만 그게 긍정적인 변화면 좋겠어요.

배혜경님, 네, 디비디 챙겨 보세요. ^^
 



왕가위 영화 중 가장 좋아하는 게 바로 <동사서독>이다.
대학 다닐 때 비디오 방에서 두어번 봤는데, 그 후 명절에 고향 집에서 TV를 돌리다가 다시 보았을 때도 여전히 화면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어제, <동사서독>이 생각났다. 보고 싶다.

문 닫는 비디오 가게에서 구해두었던 비디오 테이프는 작년에 짐 정리하면서 다른 사람에게 건네주었다.
당연히 DVD가 있을 줄 알았는데......
인터넷을 아무리 뒤져도 DVD 정보가 없다. 털썩...
중경삼림도 심지어 타락천사도 나왔었는데, 설마 <동사서독>이 없다니.

어떻게 봐야 하나.
다시 VTR을 사고 비디오를 빌려야 하나.  
아님 어둠의 경로를 뒤져야 할까.
흑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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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owup 2007-03-27 13: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두 왕가위 영화 중에 [동사서독]을 제일 좋아해요.
자꾸 봐도 질리지 않지요?
디비디가 없다면 어둠의 경로에도 없단 이야기가 아닐까요.
파일을 만들 소스가 없는 거니까.-.-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언젠가는 왕가위 컬렉션이 제대로 출시되겠죠.
OST라도 사놓은 게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어요.

urblue 2007-03-27 14: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디오 테이프를 떠서 올려놓는 사람은 설마 없을까요?
우리나라에 개봉되었던 건 대만판이라 많이 잘렸다고 하더라구요.
제대로 된 작품을 언제나 볼 수 있으려는지.
그나저나 당장 보고 싶은 걸 어째요. ㅜ.ㅜ

Mephistopheles 2007-03-27 16: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기..OST는 있는데..DVD나 비디오는 없습니다..^^

chaire 2007-03-27 16: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왕가위 영화 중 가장 훌륭한 영화라는 생각(제가 젤로 좋아하는 영화는 해피투게더.. :).. 저도 요새 이 영화가 보고 싶었는데... 어디서 구할까요.. 웅웅..

2007-03-27 16: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urblue 2007-03-27 17: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메차장님, OST 있다고 자랑만 하시면 나쁩니다! ㅜ.ㅜ

카이레님, 해피투게더를 젤로 좋아하시는군요. 그러고보니 해피투게더도 다시 보고 싶어요. ^^

숨은님, 으앗, 고맙습니다. 당장 달려가볼게요. (__) (^^)

2007-03-28 14:42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