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이 열렸다
정보라 지음 / 새파란상상(파란미디어) / 2010년 4월
평점 :
절판


  주로 로맨스소설을 출간하는 파란미디어 출판사에서 ‘새파란상상’이라는 새로운 브랜드를 런칭했다. 대여점 위주의 여러 권의 무협/ 판타지 소설이 아니라 작품성이 있고, 서점에서 팔리는 책들. 다양한 소재를 사용하는 식으로 자유도가 높고, 주로 단 권 위주로 구입의 부담을 줄이면서 표지나 편집 등에서 더 신경을 쓴 책들을 출간하고 있다. 현재 박상의 야구 소설인 『말이 되냐』, 문영의 『아이, 뱀파이어』, 신진우의 『게이트』 등이 출간됐다.

  『문이 열렸다』는 정보라 작가의 작품이다. 정보라 작가는 2008년 중편 「호」로 제3회 디지털 작가상 공모전 모바일 부문 우수상을 수상했고, 장르 잡지 『판타스틱』 2009년 봄호에 「죽은 팔」과 2010년 2월호에 「암살」을, 웹진 크로스로드 2010년 2월호에 「사랑, 그 어리석은」을 게재했다. 또한 황금가지에서 출간한 환상문학단편선 『커피잔을 들고 재채기』에 단편 「은아의 상자」를 수록했고, 전자책 『방문』을 출간하기도 했다. 작가이기 이전에 번역가이기도 한데, 『계피색 가게들』, 『모래시계 요양원』, 『창백한 말』, 『구덩이』 등의 책을 번역했다. 현재 환상문학웹진 거울의 필진으로도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문이 열렸다』는 이색적인 두 존재가 조우해서 만들어내는 로맨스라고 할 수 있다. 주인공인 남자는 달을 조심해야 하는 늑대인간이다. 그리고 그 늑대인간이 우연찮게 가로등에서 만나게 된 여자 역시 평범한 여자는 아니다. 특이한 두 존재가 부딪침으로써 이야기가 시작된다.

  한 남자와 여자가 만나는 구조를 중심으로 볼 때, 이 소설은 달달한 로맨스물처럼 보인다. 그리고 분명 그 점이 작가가 의도한 소설의 중점적인 면이기도 하고, 충분히 매력적이고 재미있는 부분이다. 남녀가 티격태격하면서 서로 가까워지고 돕게 되는 부분들은 재미있다. 이런 환상적인 요소가 섞인 달달한 이야기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이 소설은 충분히 매력적일 것이다.

  다만, 잘 쓰여진 소설임에도 아쉬운 부분들이 없잖아 있었다. 일단, 이 소설은 작가 후기에도 나온 것처럼 단편으로 쓴 글이 계속 이어져서 나오게 된 장편이다. 즉, 처음부터 장편을 구상하고 나온 작품이 아니라는 것이다. 여기에 필연적으로 구조상 문제가 발생한다.(그래서 마치 연작 소설집 같은 느낌도 든다.) 장편이 가지는 미학, 즉 처음부터 끝까지 철저하게 계획되어 적절히 암시와 복선이 들어가고, 퍼즐처럼 맞아떨어져가면서 독자를 압박하는 재미가 부족하다. 흔히 잘 쓰인 장편소설은 먼저 구성에서 독자를 사로잡는다. 그러나 이 소설은 이야기가 단절감을 가진 상태로 장마다 넘어가고는 있지만,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이는 장의 연결들이 어색한 것도 있고, 소설 전체가 하나의 실로 꿰어지는 느낌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인물들의 핵심 갈등이 독자에게 빨리 전달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하나로 집약된 움직임이 소설 전체를 관통해야 하는데, 이 소설은 그때그때 사건들과 인물들과 상황을 툭툭 던져놓는 느낌이 강하다. 그 점이 이 소설에 몰입도를 떨어트리고 독자를 어리둥절하게 만들며, 이야기의 흥미를 저해하는 요소이기도 하다. 사건들이 우연적으로 이어지고 해결책도 우발적으로 나오는 느낌이 강하다. 앞에서 복선이나 암시로 깔아두었다면 독자가 당황하지 않고 납득할만한 해결책들과 장면들이 당황스럽게 갑자기 나오는 느낌이 강하다. 그것을 단지 인물의 대사 등으로 약간의 봉합을 하려고 하나, 모든 구성이 그러하기 때문에 아쉬움이 더 크다. 소설이든 영화든 우연성은 처음의 한 번 정도로 족하고 그 뒤에 대부분의 사건이나 상황들은 우연성에 기대면 독자는 몰입할 수가 없다. 소설 속 세상에는 엄연히 개연성을 가지고 움직여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소설에서는 처음 맞수의 만남 말고도 그 뒤의 일들 역시 우발적이고 우연적으로 이루어지는 경향이 컸다. 주인공은 계속 상황에 끌려다니다가 막판에 싸움 역시 활약이라고 느껴지지 않는다. 미리 준비하고 또 주인공 역시 의지를 갖고 노력해서 무언가를 얻는 결실이 아니라, 계속 애매모호한 사태 속에 휘둘리다가 김새게 끝나는 느낌이었다. 이것을 처음부터 플롯을 짜서 연계가 되어서 주인공의 힘과 상성들이 앞에서 암시가 되다가, 주인공의 어떤 의지와 행동이 짜맞춰 들어가면서 결실을 맺었다면 독자는 그 구성이 맞아떨어지는 면에서 카타르시스를 느끼며, 이야기가 정밀하게 구성되어 있다는 점에 감탄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소설에서는 그런 쾌감을 얻을 구석이 거의 없어서 이 점이 전체 구성에서 아쉬움을 느끼게 만들었다.

  두 번째는 이 소설의 설정들이었다. 이 소설은 일반 소설에서는 볼 수 없는 독특한 설정을 가지고 있다. 애초에 국내에서 잘 쓰이지 않는 늑대인간이라는 소재를 다룬 것부터 인상적인데, 거기에다가 달걀귀신이나, 고장난 가로등 등 특이한 설정들이 뭉쳐 있다. 이럴 경우 이 설정들을 효과적으로 독자들에게 설명하고 납득시키지 않으면 독자들은 제대로 작품에 감정이입을 할 수가 없다. 먼저 늑대인간은 국내에서는 보기드문 설정이다. 국내 설화에서도 등장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설정을 그냥 등장시키고 독자들에게 알아서 생각하라는 것은 조금 불친절한 면이 있다. 소설의 근원이 되는 주요 설정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독자는 도대체 어떻게, 왜, 주인공이 늑대인간인지, 또 늑대인간이어야 하는지, 납득하기가 힘들다. 그러나 이 점보다 더 아쉬운 점은 영화나 소설에서 어느 정도 특성이나 능력이 설명된 늑대인간과 다른 ‘달걀귀신’이나 ‘고장난 가로등’에 대한 설정이다. ‘달걀귀신’은 한국적인 귀신 설정이지만, 이에 대해 자세히 아는 사람은 드문 편이다. 그렇다면 작품 내에서 인물의 대사를 통해서든 상황을 통해서든 이 달걀귀신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다. 하지만 한 두마디 대사를 빼고는 거의 설명이 없다. 따라서 개인적으로는 이 소설을 읽는 내내 혼란스러웠다. 늑대인간은 인간이 보름달이 뜰 때 변신한다는 단순한 설정이기 때문에 이해가 어렵지 않다. 그러나 달걀귀신은 그런 식으로 받아들이는 사람은 적을 것이다. 그런데 이 소설에서는 마치 평범한 사람이, 특정한 상황에서 귀신으로 변하는 것처럼 그려져 있다. 이것이 원래 있는 설정인지, 없는 설정인지는 중요치 않다. 중요한 것은 근간이 어떻게 되었든, 이 소설에서 정의내리고 있는 설정을 독자에게 알려서 납득시킬 필요성이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해서는 거의 설명이 이루어져 있지 않다. 여기서 수없이 많은 생각을 하게 되고, 읽는 내내 머릿속에 물음표를 띄워가며 읽기 때문에 이야기를 재미있게 따라가서 읽기가 힘들었다. 귀신이라면 이미 죽은 사람인 건지? 그런데 어떻게 낮에도 존재하고 노동을 하고 있는 건지. 두 사람은 어찌 되었든 인간의 근간이고, 육체 관계도 할 수 있고 결혼도 할 수 있고 평범하게 아이를 낳고 생을 이어나갈 수 있는 것인지? 아니면 둘 다 허상에 불과한 존재들인 것인지? 그렇다면 이 모든 사태가 무슨 의미가 있는지? 일단 설정을 이해할 수 없고, 특성을 알 수 없는 상황에서는 글에 몰입할 여지가 적었다. 인물들이 피와 살을 갖고 있는 생동감 있는 인간이라는 느낌보다는 특성을 갖고 있는 기호들이 대사를 치고 움직이는 느낌이었다. 따라서 이들의 감정이 잘 전달되지도 않고, 상황들이 절실하게 다가오지도 않는 면이 있었다. 환상적인 설정들은 그만큼 모호해질 수 있다. 실제 질량감을 가진 느낌이 아니라, 신기루 같은, 허깨비 같은 느낌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게다가 이런 환상적인 설정들이 중첩되어서 나오다보면 독자들은 어디에 발을 딛고 서야 할지 감을 잡을 수가 없다. 고장난 가로등이 어째서 존재하는지, 무슨 이유를 갖고 있고, 또 앞으로 어떻게 사용할 수 있으며, 어떤 식으로 변화될 것인지에 대한 어느 정도 독자가 실체를 잡을 수 있는 느낌을 주지 않으면, 그냥 허공에 떠 있는 아지랑이 같은 느낌으로 다가오는 것이다. ‘문’이 열린다는 개념에 대해서도 실체가 드러나는 설명 없이 그냥 현상만을 나열하고 끝날 뿐이라면, 독자는 결국 읽고 나서도 아무것도 알 수 있는 것이 없다.(그냥 이상한 일들이 쭉 일어나는 기묘한 꿈과 다를 바가 없다. 꿈에서는 그 현상들에 대한 어떤 설명도 설정도 필요 없으며, 꿈이기 때문에 그냥 쭉 펼쳐지고 개연성이 없어도 되고 이야기도 이상한 지점에서 끝나도 무방하다.) 즉, 환상적인 설정들을 사용하더라도 모든 게 꿈처럼 느껴지게 하는 게 의도가 아니라면, 실체가 잡힐 수 있게 독자를 유도할 필요가 있다. 질량을 부여하는 것이다. 이 소설에서 그런 시도는 딱 한 번 자동차로 가로등을 들이받는 장면뿐이다. 이를 통해 독자는 가로등이 실제 물리력을 가해도 소용이 없으며, 오히려 반발력을 통해 자동차가 부서진다는 것. 보통의 힘으로는 가로등을 처리할 수 없다는 것 등의 설정을 알게 되면서, 가로등이 실제 존재하는 것 같은, 무게감을 얻게 된다. 단편이라면 한 두 번의 시도 끝에 환상적인 결말로 맞아도 여운을 느끼고, 다양한 설정들을 독자가 생각하면서 끝낼 수도 있을 것이다.(예를 들자면 퍼트리샤 하이스미스의 「어쩌면 다음 생에」 같은 단편을 떠올릴 수 있다. 어느 날 주인공의 눈에만 보이는 난쟁이가 나타나고, 이 난쟁이의 키를 재거나 사진을 찍는 등의 시도를 함으로써, 독자에게 그냥 단순한 망상이라기보다, 실제 물리적으로 존재하는 것일까, 타인도 관측할 수 있을까, 어떤 존재인가에 대해서 여러 행동을 통해 질량을 부여하고 있다. 여기에서 재미가 발생하고, 이야기의 무게감을 준다.) 하지만 장편은 독자가 생각할 시간이 많고, 좀더 명확한 이야기를 바라게 된다.
  설정들이 좀 더 풍성하게 설명될 필요성이 있었고, 그로 인해 상황이나 인물들이 더 명확하고 선명해졌으면 좋았을 것이다. 지금은 인물들이나 등장하는 사물, 현상 등이 실제로 이 세상 어딘가에 있다거나, 평행 세계 있을 것이라는 느낌이나 생각이 들기 힘든 면이 크다. 그만큼 많은 설명이나 상황 등이 부족했고, 그로 인해 전체적으로 붕 뜬 느낌을 주고 있는 것이다. 이미 보편적이라서 설명이 필요 없는 설정이 아니라, 웬만한 독자들은 다 낯설게 느껴질만한 설정이라면 그것에 실체를 부여하는 작업은 독자를 그 세계로 초대하기 위해서 중요하다.

  전체적으로 문장에 무리가 없고, 전개가 빠른 편이라 가독성이 좋은 작품이었다. 달달한 측면도 마음에 들었고, 초반에 만남이나, 가로등, 주인공이 귀신을 보면서 겪는 괴로움, 쥐와 관련된 이야기 등은 인상적었다. 전체 구성이나 설정에 대한 아쉬움만 해결되었다면 더욱 즐겁게 읽고 남들에게 추천하고 다닐만한 작품이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작품은 작가의 첫 장편에 불과하다. 게다가 이 작가의 단편은 항상 일정한 퀄리티를 가진 좋은 작품들이 많았다. 그만큼 이 작가의 다음 장편이 기대되는 것은 당연하다. 분명 이번 작품의 아쉬움은 가볍게 상쇄할 만한 좋은 작품일 것이란 예감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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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백 드롭
나카지마 라모 지음, 한희선 옮김 / 북스피어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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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북스피어에서 출간한 『아버지의 백 드롭』은 일단 판형부터 눈에 띈다. 일반적인 직사각형의 모습이 아니고, 정사각형의 작은 책. 분량도 얇아서 151페이지 밖에 안 된다. 그만큼 가격도 저렴하다. 5,500원밖에 하지 않는다. 따라서 이 책은 가볍게 집어 들어 금세 읽을 수 있는 책이다. 긴 시간을 투자할 수 없는 사람에게 적당한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작가인 나카지마 라모는 국내에서 많이 알려진 작가는 아니지만, 이력을 보면 인상적이다. 1952년 효고 현 아마가사키 시에서 태어난 이 작가는, 소설가, 에세이스트, 연극 각본가, 연극배우, 록 밴드의 보컬, 광고 카피라이터 등으로 활동했다. 아이큐가 185에 태어난지 9개월 때 일을 기억한다고 하니, 정말 천재라는 말밖에 떠오르지 않는다.

  이 작가의 작품으로는 종교와 주술, 또 방대한 오컬트 지식이 망라된 『가다라의 돼지』가 있다. 역시 북스피어에서 출판한 작품으로 상당한 두께를 자랑한다. 이 『아버지의 백 드롭』과는 분량이나 내용의 진지함이나 어두운 면 등에서 정반대에 있는 작품이라고도 할 수 있다. 『가다라의 돼지』는 제47회 일본 추리 작가 협회상 장편상을 수상했다. 그 외에 나오키 상 후보에 오른『인체 모형의 밤』도 국내에 역시 북스피어에서 번역해서 내놓았다.

  이 책에는 총 네 편의 단편이 실려 있다. 상당히 짧은 이야기들로, 모두 ‘아버지’가 소재라는 것이 공통점이다. 엉뚱한 아버지와 불화를 가지고 있는 자식의 시점에서 아버지를 그리다가 해피엔딩을 맞게 되는 구조가 대부분 비슷하다. 읽으면서 마치 MBC 베스트극장에 방영될 만한 에피소드들로 이루어져 있는 느낌이었다. 복잡하고 머리 아픈 소설이 아니라, ‘아버지’를 다룬 훈훈한 이야기를 읽고 싶은 독자들에게 딱 제격인 소설이라고 할 수 있다.

  첫 번째 에피소드라고 할 수 있는 「아버지의 백 드롭」은 아버지가 프로레슬러인 사실을 숨기는 친구를 관찰자의 시점으로 그리고 있다. 친구인 가즈오의 아버지는 프로레슬러이지만, 다케루는 그 사실을 나중에 알게 된다. 가즈오는 자신의 아버지가 부끄러웠던 것이다. 가즈오의 아버지는 악역 레슬러로 ‘금발의 승냥이’로 미움을 받고 있기 때문이었다. 가즈오는 아버지를 존경하지 않는다. 마흔세살이나 되어서 초록색 물을 뿜꺼나 쇠사슬 달린 낫을 휘두르는 아빠를 존경할 수 없다고 말한다. 이런 갈등이 이 단편의 핵심을 이룬다. 이야기는 처음에 등장했던 세계 가라테 챔피언 곰 잡는 카먼에게 가즈오의 아버지가 도전을 하면서 급박하게 진행된다. 27살의 젊은 나이에 세계 가라테 선수권 대회에서 압도적인 실력으로 우승한 밥 카먼에게 일본인 프로레슬러, 그것도 악역만 맡은 43세의 중년이 도전한다고 하니 도무지 말이 되지 않는 상황이다. 그러나 독자는 어떤 결말이 있어도 놀라지 않을 각오를 하고, 가즈오의 심정 변화를 따라가면서 이야기의 결말을 향해 나아간다. 그 끝에는 따뜻한 결말이 기다리고 있다.

  「아버지의 갓파 만담」 역시 사회적으로 약자에 있는 아버지가 등장한다. 바로 인기 없는 만담가이다. 히토시의 아버지는 인기 없는 개그맨인 것이다. 이야기는 아들과 아버지의 불화보다는 아버지와 스승의 이야기에 초점을 맞춘다. 이 책이 인상적인 부분은 바로 이렇게 다양한 직업군을 등장시키고, 또 색다른 상황 속에서 이야기를 펼쳐나가기 때문이다. 「아버지의 애완동물 전쟁」은 두 아이의 유치한 애완동물 대결이 아버지들까지 도우면서 이야기가 점점 확장된다. 「아버지의 로큰롤」은 「아버지의 갓파 만담」에서 등장한 아버지처럼 우스꽝스럽고 유머가 넘치는 아버지가 등장한다. 무엇보다도 항상 장난기가 넘쳐서 매사가 장난 투성이다. 이런 독특한 인물을 등장시킴으로써 이야기가 도무지 어디로 튈지 알 수 없게 만든다. 소소한 아버지에 얽힌 일화들이 모여 있는 책이지만, 소품이면서도 충분히 재미있게 읽을 요소가 있다. 책에서 무언가를 꼭 얻어야겠다는 생각이 아니라, 쉬면서 자신의 아버지를 돌아보게 만드는 가벼운 이야기들을 찾는다면, 이 책에 등장하는 네 다섯명의 아버지들을 만나면 좋을 것이다. 이 아버지들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엄숙한 어른들이 아니다. 그야말로 마치 천진난만한 어린아이처럼 해맑고 엉뚱하다. 여기에 아들은, 또 딸은 당황하면서도 누구보다도 자신들의 아버지를 인정한다. 저자는 후기에서 ‘아이보다 더 아이 같은’ 아버지를 네 사람 모아서 써보았다고 한다. 한 작가가 쓴 만큼 직업이 각각 다르지만, 어쩐지 비슷한 면모가 많다. 아이 같은 컨셉이 겹치기 때문일까. 저자는 여러분의 아버지에게도 분명 그런 괴상한 면, 어린아이 같은 면이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 말을 듣고 보니, 어쩐지 그런 면이 없잖아 있는 것 같다. 나 또한 이 소설에 나온 자식들처럼 그런 면에 당황하고 싫어하는 기색을 띠면서도 어쩐지 내 아버지임을 자랑스러워하고 좋아하게 되는 면인 것 같기도 하다. 평소에 생각지도 못했던 이런 깨달음을, 이렇게 얇은 책 한권으로 새삼 돌아보게 되었다는 점에서 이 책은 재미있는 이야기와 함께 생각할 거리도 던져준다. 자신의 아버지가 어떤 모습들을 가지고 있는지, 무심코 지나친 일면 중 새삼 아버지의 동심을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이 소설은 그런 생각들을 형상화하는데 성공했다. 따라서 읽는 독자 역시 자신의 아버지를 다른 식으로 바라보는 시선을 얻을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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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10-08-12 22: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독특한 소재의 작품이네요.재미있을것 같습니다^^
 
유령여단 샘터 외국소설선 3
존 스칼지 지음, 이수현 옮김 / 샘터사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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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포모어 징크스(Sophomore Jinx)라는 말이 있다. 2년차 징크스라고도 하며, 성공적인 첫 작품에 비해 그에 이은 후속 작품이나 활동이 부진한 경우를 말한다. 영화에서 속편이 전편에 비해 성적이나 평론이 안 좋거나, 가수가 1집 음반의 성공에 비해 2집에서 인기가 떨어지는 경우를 말한다. 그러나 물론 영화 [터미네이터 2]처럼 소포모어 징크스를 깨트리는 경우도 얼마든지 존재한다.





△ 『노인의 전쟁』(샘터, 존 스칼지, 2009년 1월)과, 『유령 여단』(샘터, 존 스칼지, 2010년 7월)


  작년에 한국에 번역된 존 스칼지의 [노인의 전쟁](샘터)은 좋은 평을 받았다. 존 스칼지는 이미 영미 SF 팬들에게 사랑 받는 작가지만, 국내에서도 마찬가지로 호평을 받을지는 알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러나 [노인의 전쟁]은 여러 사람들의 호평을 받으며 재미있는 SF로 이름을 알렸고, 증쇄를 기록하면서 안정적인 판매량을 기록했다. 그리고 올해 드디어 [노인의 전쟁]의 후속작인 [유령 여단]이 출간되었다.

  [노인의 전쟁]이 인기를 얻을 수 있었던 요인은 무엇일까? 무엇보다도 손을 뗄 수 없게 만드는 흡인력일 것이다. 페이지를 넘기는 속도가 다른 소설들에 비해 엄청 빠르며, 계속 빠른 호흡으로 흥미진진하게 이야기를 전개해나간다. 지구에서 죽음 밖에 남지 않은 75세 이상의 노인들을 지원병으로 받아 젊은 신체를 주고 2~10년간 복무하면 개척민이 되어 또 한 번의 삶을 살아갈 수 있다는 신선한 설정으로 시작하는 이 소설은, 장대한 우주에서 펼쳐지는 처절한 외계종과 인간의 싸움을 실감나게 묘사했으며, 위트 있는 존 페리(John Perry)라는 주인공을 설정하여 무겁지 않게 이야기를 진행시켜 나갔다. 대중성을 노린 장르 소설에 대한 최대의 찬사 중 하나는 밤새서 읽을 수밖에 없었다는 소리일 것이다. [노인의 전쟁]은 바로 그러한 소설이었으며, SF를 잘 모르는 독자나, 혹은 조금의 관심을 가지고 있는 독자들에게 최고의 추천작 중 하나였다. 누구나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인 셈이다. 그렇다면 후속작인 [유령 여단]을 기대하지 않을 수가 없다. 첫 번째 시리즈를 그토록 재미있게 읽은 독자라면, 후속작에 대한 기대치는 훨씬 더 높아질 것이다. 한편, 읽기 전에 불안한 것도 사실이다. 소포모어 징크스를 생각하면, 전편이 놀라울 정도로 가독성 있으면서 흥미롭게 이야기를 전개시켜나간 만큼, 후속작이 기대에 못 미칠지도 모른다는 걱정은 자연스레 들 수밖에 없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이 책은 일말의 불안감을 잠재우고, 독자의 기대감을 충족시키고도 남는다. 그렇다. 놀랍게도 [유령 여단]은 전 편을 능가한다. 전 편보다 더 두꺼운 분량, 3인칭으로 바뀌면서 더 자세한 세계관 설명, 특수부대의 독특한 전투, 앞에 깔린 복선들이 적절하게 맞춰지는 쾌감, 여전히 읽는 속도를 손으로 넘기는 속도가 추월해버리고 마는 몰입도. 전편에서 그저 낯선 존재로만 여겨졌던, 죽은 자들의 DNA를 이용한 인간 병기 ‘유령 여단’의 시점에서 쓰인 이 소설은 관점을 달리하는 것만으로도 [노인의 전쟁]에서 보인 세계를 전혀 다른 세계로 만들고 있다.






△ 『유령 여단』의 페이지 수는 471쪽. 『노인의 전쟁』의 페이지 수는  454쪽.



  즉, [노인의 전쟁]을 재미있게 읽은 독자에게 이렇게 말하고 싶다. 걱정할 필요 없다. [유령 여단]은 충분히 재미있다. 아니, 오히려 전편 보다 몇 배는 더 즐거운 경험을 시켜줄 것이다. 전편에서는 1인칭 주인공 시점을 따라가다보니, 세계관에 대한 세세한 설정이 드러날 여지가 적었고, 여러 과학기술에 대해서 고찰해볼 새도 없었다. [노인의 전쟁]의 근간을 이루는 설정인 ‘의식의 전이’에 대해서도 여러 철학적 질문이 제기되지만 그에 대한 이야기가 깊게 다루어질 틈이 없었던 것이다. [유령 여단]에서는 이야기의 속도를 해치지 않는 선에서 전편보다 더 상세하게 설정들이 설명되고, 사건의 중요 소재로 작용하면서 다양한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다. 이 점이 이 소설에 전편에 비해 더 재미있게 느껴지는 요소 중 하나다.

  이 작품이 여전히 가독성이 높은 이유는, 늘어지는 장면이 하나도 없고, 빠른 장면 전환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이다. 호흡 조절이 능숙한 작가라고 할 수 있다. 각 장면들마다 긴장감을 부여하고 풀어주는 솜씨가 훌륭하다. 대사나 묘사도 필요한 곳에 적재적소에 들어가 있으며, 전체 구성 역시 앞과 뒤가 잘 들어맞게 조율되어 있다. 설정을 설명하는 과학지식 부분도 중복되거나 혼란스러운 부분이 없어 명료하게 설명하고 있다.

  캐릭터들도 물론 매력적이다. 특수부대는 성인의 몸체를 가지고 ‘뇌도우미’를 통해 빠른 정보를 습득해서 한 두 살만 되도 뛰어난 전투 능력을 가지고 살아간다. 이들은 역시 SF 전통의 주제 중 하나인 인간성에 대한 생각부터, 자유의지에 관한 고찰까지 다양한 생각을 하게 만드는 인물들이다. 읽으면서 혹시나 잠시라도 전작의 주인공이 등장하지 않을까 기대했지만, 작가는 그런 기대를 완벽하게 배신한다. 이름은 언급되지만 단 한 번도 전작 주인공의 모습을 볼 수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주인공과 여러 인물들을 매력적으로 그려냈다. 따라서 과거 주인공을 잊어버리고 이번 주인공에 감정이입을 해서 읽어나갈 수 있었다. 다양한 생각과 행동 방식을 가진 인물들을 잘 직조해냈으며, 이들이 서로 불화를 일으키거나 협력하는 등 여러 방식으로 얽히면서 이야기가 흥미롭게 진행된다.






  각 장면마다 짧은 반전을 주면서 이야기를 급박하게 이끌어가는 소설이기 때문에, 이왕이면 어떠한 정보도 없이 책을 읽기를 추천한다. 즉, 인터넷 서점에 올라와 있는 책소개나, 출판사 보도자료 정보를 보지 않고 바로 책을 읽기를 권한다. 그렇게 한다면, 아무런 사전 정보 없이 이야기를 읽어나가면서 훨씬 더 작품에 몰입해서 읽어나갈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계속 앞으로 어떻게 상황이 전개될지, 호기심이 일면서 한 번에 끝까지 읽을 수밖에 없는 뛰어난 엔터테인먼트 소설이다. 이런 책을 읽으면 상쾌한 기분이 든다. 현재 수없이 쏟아져 나오는 영화, 드라마, 게임에서 줄 수 없는 오직 책만의 흥분과 재미를 줄 수 있는 책을 만나서 반가웠다. 활자로 그려진 광활한 우주를 유령 여단과 함께 누벼보시길. 몇 시간 동안 놀라운 인생과 삶, 우주를 경험하고 마침내 감동까지 느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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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철나무꾼 2010-07-10 1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노인의 전쟁 엄청 재밌게 읽었거든요~
유령여단에 나의 사랑'존 페리'형님이 안 나오신다고 해서 시큰둥하고 있었는데,
님의 글을 보니 훅~땡기는 걸요.
좋은 리뷰 잘 읽었습니다.

twinpix 2010-07-10 13:06   좋아요 0 | URL
이번 주인공도 매력적이에요^^~~ 재미있으니 꼭 읽으세요^^ 3편 존 페리의 귀환을 읽기 위해서도 이 책을 놓칠 수 없죠^^
 
유령여단 샘터 외국소설선 3
존 스칼지 지음, 이수현 옮김 / 샘터사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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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작을 뛰어넘는 후속작! [노인의 전쟁]을 안 읽었다면 이번에 둘다 사서 볼만한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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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돌아가는 길 이타카
김이환 지음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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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돌아가는 길




  이타카에서 출판된 두 번째 소설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이전에 『에비터젠의 유령』(북하우스), 『양말 줍는 소년』(황금가지), 『오후 다섯 시의 외계인』(노블레스클럽), 『절망의 구』(예담)를 출판한 김이환 작가의 신작이다. 그러나 이 작품의 쓰여진 시기는 제1회 멀티문학상 수상작인 『절망의 구』 이전이다. 또한, 『양말 줍는 소년』과 『오후 다섯시의 외계인』에 이어 성장소설 3부작 중 마지막 작품이다. 이 소설은 포탈 사이트 다음에 연재 후 출간되었다.

  환상소설만큼 성장소설에 어울리는 장르가 또 있을까. 그러나 국내에서 성장소설을 찾아보기는 쉽지 않다. 애초에 청소년문학이라고 할만한 소설들이 많지도 않은 편이다. 그렇기 때문에 환상적인 내용을 담은 성장소설을 찾는 독자라면 이 소설에 관심을 가질만 하다.

  소설은 서른일곱 살이 된 주인공이 과거를 회상하는 식으로 진행된다. 각각 일곱 살과 열 일곱 살 그리고 서른 일곱 때의 이야기들을 풀어놓고 있다. 일곱 살 때는 이야기의 발단이고, 중요한 모험은 열일곱 살 때 일어난다.

  이 소설은 전체적으로 전형적으로 흘러간다. 성장소설이라는 말에서 유추할 수 있는 진행대로 이야기가 흘러가기 때문에 예측 못할 전개에서 오는 재미는 덜하다. 구조가 지나치게 단선적이라고 할 수 있다. 앞서 『양말 줍는 소년』이나 『오후 다섯시의 외계인』보다 더 직설적으로 쓰인 성장소설인 셈이다. 열일곱 살이지만 실제 행동이나 생각은 더 어려 보이는 주인공이 ‘꿈의 세계’에서 벌이는 모험은 게임 퀘스트처럼 단계를 밟아나가서 지루한 느낌을 준다. 의외성이 적은 것이다. 또한, 이전 작품들에 비해 나오는 캐릭터들도 적고 각각의 개성 부여도 거의 되어있지 않다. 그로 인해 작품에 애정을 줄 만한 또 감정이입을 할 만한 캐릭터가 적은 느낌이다.

  처음에 당황한 것은 문체였다. 문단이 길고 문장들이 설명들만 길게 늘어놓고 있어서 쉽게 몰입할 수가 없었다. 이전 작품들이 굉장히 빨리 읽히고 흡인력이 있었던 것에 비해 이번 작품만 유독 잘 안 읽히는 문체였다. 게다가 소설이 초반에 독자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이야기 속으로 끌어들이기보다는 오히려 밀쳐내는 듯이 장황하게 이야기를 전개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재미있는 이야기를 한다기보다는 지루한 이야기들이 계속 반복되고 나중에 다 설명이 되긴 하지만, 처음에는 지나치게 아무런 설명없이 상황만 제시하면서 툭툭 끊기는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이 작품은 전체적으로 회고조로 되어 있는데, 이를 충분히 살렸다고 보기는 힘들었다. 오히려 이야기를 건조하게 만들고 자꾸 거리감을 가지면서 읽게 되는 면이 있었다.

  전체적으로 긴 분량이라고 느꼈는데, 이는 전체적으로 본문에서 계속 같은 내용이 반복되는 경향 때문이었다. 어떤 사건에 대해서 나오는 캐릭터들마다 주인공은 설명을 해준다. 독자는 몇 번이나 같은 이야기들을 하는 주인공과 역시 같은 반응을 보이는 캐릭터들을 봐야 한다. 점진적으로 정보가 늘어나긴 하지만, 몇몇 설명들과 상황들은 좀더 효율적으로 다르게 전달해주었다면 좋았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이전에 나온 작품들보다 오히려 아쉽게 느껴졌던 글이었다. 물론 작가 특유의 감성이 들어간 캐릭터들과 어디서도 볼 수 없는 독특한 상상력의 세계는 여전히 빛을 발하고 있다. 나중에 조금 설명은 되지만, 그렇다고 해도 별다른 맥락없이 나오는 ‘꿈의 세계’는 좀 당황스럽고 계속 읽으면서도 몰입을 할 수 없는 요소였지만, 그 ‘꿈의 세계’ 속의 다양한 공간들의 모습은 흥미로웠고 또 재미를 주는 부분이기도 했다. 읽는 내내 낯선 세계를 주인공과 함께 돌아다니면서 같이 답답함을 느끼고 마지막에 와서 퍼즐이 맞는 것처럼 해소되는 부분은 극적인 재미를 주는 부분이었다. 이런 재미는 이전 작품들에도 똑같이 나타나는 구조이다. 다만, 이번 작품은 앞에서 느껴지는 답답함이 더 컸고, 그걸 마지막에 몰아치는 대사로 한 번에 풀어주는 것은 아쉽게 느껴지기도 했다. 모든 궁금증들이 해소되면서 시원하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긴 장광설로 풀어지는 게 허탈한 느낌을 받기도 한 것이다. 읽고 나서 곰곰이 생각해보면 이 소설 전체를 지탱할 만큼 대단한 이유와 이야기를 담고 있었는지 생각해보면 고개를 갸웃거리게 되는 면도 있다. 몇몇 이유들이 조금 더 깊은 내적 근거를 가지고 긴밀하게 연결되었다면 좋았을 것 같았다.(단지 지금처럼 장치적인 이유가 아니라, 좀더 심리적이고 내밀한 이유, 삶의 의지에 대해서 생각해 볼 수 있는 주제가 은유로 결합되었다면) 전체적으로 좀더 압축되고 밀도가 있었다면 흡인력을 가질 수 있었을 것 같았다. 도입부가 늘어지면서 중반부까지 긴장감이 많이 떨어졌다. 검은 직육면체에 대해서도 별다른 느낌을 받기가 힘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소설에서 긴장감을 느낀 부분은 스스로를 죽이는 장면이다. 그 파트 부분은 전체적으로 몰입이 가장 잘 되었으며 마지막과 연결되면서 소설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이기도 했다. 아무래도 애초에 ‘꿈의 세계’라는 이름에서부터, 모든 모험들이 별다른 긴장을 주지 않는 소재이기 때문에 단점을 가지고 있었던 듯하다. 그걸 넘어서서 모든 부분이 현실감이 느껴지는 긴박감을 부여해주었다면 한 장 한 장 빨리 넘길 수밖에 없는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되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쉬운 부분이 많았지만, 끝까지 읽고 나면 그 전체적인 구성에서 오는 만족감과 주인공이 스스로의 삶을 긍정하고 어른이 되는 결심이 마음에 와 닿는다. 결국 성장이란 누구 시켜주는 것이 아니다. 어떤 모험을 한다고, 또 친구들이 있다고 되는 것도 아니다. 그건 자신의 결정이다. 자신이 주체가 되지 않으면 성장은 의미를 잃는다. 이 소설은 한 소년의 성장을 환상적인 세계 속 여정을 통해 그리고 있다. 그 여정은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다. 그 길의 끝에는 마주해야 할 진실이 있고, 그 진실 너머에는 자신의 삶이 있다. 단순하지만, 쉽게 말하기도 읽기도 힘든 이야기.

  이 소설은 한 소년의 성장기이며, 삶을 긍정하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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