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으로 돌아가는 길 이타카
김이환 지음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10년 2월
평점 :
품절


 

집으로 돌아가는 길




  이타카에서 출판된 두 번째 소설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이전에 『에비터젠의 유령』(북하우스), 『양말 줍는 소년』(황금가지), 『오후 다섯 시의 외계인』(노블레스클럽), 『절망의 구』(예담)를 출판한 김이환 작가의 신작이다. 그러나 이 작품의 쓰여진 시기는 제1회 멀티문학상 수상작인 『절망의 구』 이전이다. 또한, 『양말 줍는 소년』과 『오후 다섯시의 외계인』에 이어 성장소설 3부작 중 마지막 작품이다. 이 소설은 포탈 사이트 다음에 연재 후 출간되었다.

  환상소설만큼 성장소설에 어울리는 장르가 또 있을까. 그러나 국내에서 성장소설을 찾아보기는 쉽지 않다. 애초에 청소년문학이라고 할만한 소설들이 많지도 않은 편이다. 그렇기 때문에 환상적인 내용을 담은 성장소설을 찾는 독자라면 이 소설에 관심을 가질만 하다.

  소설은 서른일곱 살이 된 주인공이 과거를 회상하는 식으로 진행된다. 각각 일곱 살과 열 일곱 살 그리고 서른 일곱 때의 이야기들을 풀어놓고 있다. 일곱 살 때는 이야기의 발단이고, 중요한 모험은 열일곱 살 때 일어난다.

  이 소설은 전체적으로 전형적으로 흘러간다. 성장소설이라는 말에서 유추할 수 있는 진행대로 이야기가 흘러가기 때문에 예측 못할 전개에서 오는 재미는 덜하다. 구조가 지나치게 단선적이라고 할 수 있다. 앞서 『양말 줍는 소년』이나 『오후 다섯시의 외계인』보다 더 직설적으로 쓰인 성장소설인 셈이다. 열일곱 살이지만 실제 행동이나 생각은 더 어려 보이는 주인공이 ‘꿈의 세계’에서 벌이는 모험은 게임 퀘스트처럼 단계를 밟아나가서 지루한 느낌을 준다. 의외성이 적은 것이다. 또한, 이전 작품들에 비해 나오는 캐릭터들도 적고 각각의 개성 부여도 거의 되어있지 않다. 그로 인해 작품에 애정을 줄 만한 또 감정이입을 할 만한 캐릭터가 적은 느낌이다.

  처음에 당황한 것은 문체였다. 문단이 길고 문장들이 설명들만 길게 늘어놓고 있어서 쉽게 몰입할 수가 없었다. 이전 작품들이 굉장히 빨리 읽히고 흡인력이 있었던 것에 비해 이번 작품만 유독 잘 안 읽히는 문체였다. 게다가 소설이 초반에 독자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이야기 속으로 끌어들이기보다는 오히려 밀쳐내는 듯이 장황하게 이야기를 전개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재미있는 이야기를 한다기보다는 지루한 이야기들이 계속 반복되고 나중에 다 설명이 되긴 하지만, 처음에는 지나치게 아무런 설명없이 상황만 제시하면서 툭툭 끊기는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이 작품은 전체적으로 회고조로 되어 있는데, 이를 충분히 살렸다고 보기는 힘들었다. 오히려 이야기를 건조하게 만들고 자꾸 거리감을 가지면서 읽게 되는 면이 있었다.

  전체적으로 긴 분량이라고 느꼈는데, 이는 전체적으로 본문에서 계속 같은 내용이 반복되는 경향 때문이었다. 어떤 사건에 대해서 나오는 캐릭터들마다 주인공은 설명을 해준다. 독자는 몇 번이나 같은 이야기들을 하는 주인공과 역시 같은 반응을 보이는 캐릭터들을 봐야 한다. 점진적으로 정보가 늘어나긴 하지만, 몇몇 설명들과 상황들은 좀더 효율적으로 다르게 전달해주었다면 좋았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이전에 나온 작품들보다 오히려 아쉽게 느껴졌던 글이었다. 물론 작가 특유의 감성이 들어간 캐릭터들과 어디서도 볼 수 없는 독특한 상상력의 세계는 여전히 빛을 발하고 있다. 나중에 조금 설명은 되지만, 그렇다고 해도 별다른 맥락없이 나오는 ‘꿈의 세계’는 좀 당황스럽고 계속 읽으면서도 몰입을 할 수 없는 요소였지만, 그 ‘꿈의 세계’ 속의 다양한 공간들의 모습은 흥미로웠고 또 재미를 주는 부분이기도 했다. 읽는 내내 낯선 세계를 주인공과 함께 돌아다니면서 같이 답답함을 느끼고 마지막에 와서 퍼즐이 맞는 것처럼 해소되는 부분은 극적인 재미를 주는 부분이었다. 이런 재미는 이전 작품들에도 똑같이 나타나는 구조이다. 다만, 이번 작품은 앞에서 느껴지는 답답함이 더 컸고, 그걸 마지막에 몰아치는 대사로 한 번에 풀어주는 것은 아쉽게 느껴지기도 했다. 모든 궁금증들이 해소되면서 시원하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긴 장광설로 풀어지는 게 허탈한 느낌을 받기도 한 것이다. 읽고 나서 곰곰이 생각해보면 이 소설 전체를 지탱할 만큼 대단한 이유와 이야기를 담고 있었는지 생각해보면 고개를 갸웃거리게 되는 면도 있다. 몇몇 이유들이 조금 더 깊은 내적 근거를 가지고 긴밀하게 연결되었다면 좋았을 것 같았다.(단지 지금처럼 장치적인 이유가 아니라, 좀더 심리적이고 내밀한 이유, 삶의 의지에 대해서 생각해 볼 수 있는 주제가 은유로 결합되었다면) 전체적으로 좀더 압축되고 밀도가 있었다면 흡인력을 가질 수 있었을 것 같았다. 도입부가 늘어지면서 중반부까지 긴장감이 많이 떨어졌다. 검은 직육면체에 대해서도 별다른 느낌을 받기가 힘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소설에서 긴장감을 느낀 부분은 스스로를 죽이는 장면이다. 그 파트 부분은 전체적으로 몰입이 가장 잘 되었으며 마지막과 연결되면서 소설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이기도 했다. 아무래도 애초에 ‘꿈의 세계’라는 이름에서부터, 모든 모험들이 별다른 긴장을 주지 않는 소재이기 때문에 단점을 가지고 있었던 듯하다. 그걸 넘어서서 모든 부분이 현실감이 느껴지는 긴박감을 부여해주었다면 한 장 한 장 빨리 넘길 수밖에 없는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되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쉬운 부분이 많았지만, 끝까지 읽고 나면 그 전체적인 구성에서 오는 만족감과 주인공이 스스로의 삶을 긍정하고 어른이 되는 결심이 마음에 와 닿는다. 결국 성장이란 누구 시켜주는 것이 아니다. 어떤 모험을 한다고, 또 친구들이 있다고 되는 것도 아니다. 그건 자신의 결정이다. 자신이 주체가 되지 않으면 성장은 의미를 잃는다. 이 소설은 한 소년의 성장을 환상적인 세계 속 여정을 통해 그리고 있다. 그 여정은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다. 그 길의 끝에는 마주해야 할 진실이 있고, 그 진실 너머에는 자신의 삶이 있다. 단순하지만, 쉽게 말하기도 읽기도 힘든 이야기.

  이 소설은 한 소년의 성장기이며, 삶을 긍정하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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