꽤 오랫동안 서재를 떠나있었던 것 같은 느낌이네요.

책상에는 다 읽고서 정리를 해놓지 못한 책이 한 무더기 쌓여 있고
이런저런 출장들 때문에 끼고 살았던 약 뭉치가 입 헤벌린 지퍼락 속에 뒹굴로 있고.

서재 먼지 털고, 가을을 알차게 보내고 싶습니다.

우즈베키스탄과 인도네시아에 다녀왔어요.
우즈벡에서 정말 힘들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답니다. 이야기 & 사진 차근차근 풀어놓을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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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쟈 2007-09-03 09: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차근차근 듣고 싶군요.^^

딸기 2007-09-03 09:28   좋아요 0 | URL
아마도 '이야기'보다는 사진이 주가 될 것 같아요.
차근~차근~ 풀어놓을께요 ^^

hnine 2007-09-03 09: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서 한동안 못뵈었군요.
이야기 차근차근 들려주세요.
가을을 알차게,
9월 첫 월요일, 저도 새로운 발걸음을 내딛어 봅니다.

딸기 2007-09-03 09:30   좋아요 0 | URL
'귀향'이라고 거창하게 올렸지만 실은 수요일부터 주말까지는 휴가랍니다.
휴가 다녀오고 나면, 정말 가을 분위기일 것 같아요.
hnine님, 우리 이번 가을에 하나씩 '꿈 이루기' 같은 거라도 해볼까요.
제 꿈은-- 집정리 ^^;; 랍니다.

전자인간 2007-09-03 09: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돌아오셨군요! 전 아프간이라도 가신 줄 알았답니다. ^^

딸기 2007-09-03 09:30   좋아요 0 | URL
안그래도 아프간에 갈 뻔했는데... 안 갔지요 ^^
전자인간님도 건강히 잘 지내고 계신가요.
애기도 많이 컸겠네요.

비로그인 2007-09-03 1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대 만빵입니다 딸기님^^ 휴가 잘 다녀오셔요~

딸기 2007-09-03 10:40   좋아요 0 | URL
네, 테츠님 방가워요 ~~

다락방 2007-09-03 1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딸기님. 저도 테츠님처럼 기대만빵이어요. 돌아오셔서 반갑구요, 차근차근 이야기 풀어주세요!

딸기 2007-09-03 11:37   좋아요 0 | URL
이따가 사진들 몇장 올릴께요. 맛뵈기로. ^^

비로그인 2007-09-03 1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즈벡, 인도네시아. 상상만 해도 멋지네요.
아까 글이 두개라서 좀 기달렸다 이제 댓글 달아요 ㅎㅎ
어서오셔요 딸기님~ :)

딸기 2007-09-03 11:38   좋아요 0 | URL
인도네시아에서는 깔리만탄(보르네오)에 갔는데 밀림을 못 보았고,
우즈베크에서는 아랄해를 찾아갔는데 바다를 못 보았고...
뭐 그런 스토리랍니다. :)

라로 2007-09-03 1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넘 반가와요!!!!
전 또 저처럼 임신하셨나 했네,,,ㅋㅋㅋ
차근 차근이든 빨리 빨리든 기대할께요~~.^^

딸기 2007-09-03 11:38   좋아요 0 | URL
임신 ㅋㅋ 그랬다면 좋았을 것을요. :)

로렌초의시종 2007-09-03 13: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즐거운 휴가셨군요~~!! 밀린 이야기를 듣고 싶어요오~~^^

딸기 2007-09-03 16:51   좋아요 0 | URL
넵, 기다려주세요~~

부하라를 가고싶은 파란여우 2007-09-03 15: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부하라의 '미르 아랍 마드라사'는 가 보았소? 사진을 찍어왔소?
차근차근하지 말고 언능 해 줌 안될까나?^^

딸기 2007-09-03 16:52   좋아요 0 | URL
ㅋㅋ 언니언니 미르아랍 마드라사 가보았지요.
어찌나 멋있던지... 일단 염장부터 지르고...

파비아나 2007-09-03 17: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저도 혹 아프간 가셨나 했어요.
어쨌든 잘 돌아오셨고 , 저도 기대하고 기다리고 있을게요.^^

딸기 2007-09-04 07:00   좋아요 0 | URL
흑 어제 사진이라도 몇장 올린다 해놓고 못 올렸어요
파비언니, 여름 잘 보내셨는지. :)

마노아 2007-09-03 23: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우즈벡과 인도라니, 기대 가득입니다. 건강히 돌아오신거죠? 서재에 새글 올라오는 것을 보니 기뻐요^^

딸기 2007-09-04 07:01   좋아요 0 | URL
인도가 아니라 인도네시아... ^^;;
방가방가. 그나저나 우리 맛난거 언제 먹지

마노아 2007-09-04 20:48   좋아요 0 | URL
앗, 흥분해서 인도라고 썼네요^^
언니 몸추리고(?) 보는 거죵! 여행담을 직접 들으면 얼마나 신날까요^0^
 




최근에 나를 가장 즐겁게 해준 아이템, <트랜스포머>!
보고 나서 바로 몇마디라도 남겨놔야지 해놓고 이런저런 핑계로 못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오늘 너무 바쁜데, 이상하게 자꾸 딴짓하게 되네요.
바쁠수록 딴짓 많이 하게 된다는 사람들도 있지만 저는 중요한 일 있으면
딴짓 같은거 통 못 하는 사람인데... 오늘따라 밀린 리뷰도 좀 정리하고 싶고...

트랜스포머, 너무 재미있었습니다. 정말 흔쾌하게 많이 웃다 나왔어요.
유치찬란한 줄거리, 라고 말하면 안 될 것 같아요. 이 영화는 '유치찬란한 줄거리'를 일부러 펼쳐놓고
감독이 통채로! 장난을 치는, 그런 영화니까요. 그 유치찬란한 줄거리를 내놓는 자체가 바로 장난이고
'설정'이란 말입니다.

이 영화는 블록버스터스럽게 만들어진 것처럼 보이지만, 비주얼 뿐만 아니라 (물론 비주얼도 훈늉;;)
디테일에 유념해서 봐야 합니다. 시작부터 끝까지 패러디에 키치에 비꼬기...
<인디펜던트 데이> 따위의 영화랑은 차원이 다르답니다.

첫 장면부터 재밌어요.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를 연상케하는 웅장한 도입부...
그 웅장함을 안어울리게 조합한 것이 어찌나 코믹한지.
하필이면 적들은 항상 미국 최첨단 전투기의 모습을 하고 오지요. 가장 먼저 나타난 적은
중동의 친미국가 카타르 사막의 미군기지에 '아프간에서 떨어졌던 전투기'의 모습을 하고 나타나지요.
내내 그런 식입니다. 노골적이고 경쾌한 풍자.

"내가 안경을 갖고 있는지 어디서 알았어요?"
"e베이."

"넘 멋지다!"
"일제인가봐."

애교 만땅 로봇들, 수퍼맨 시리즈에 나왔던 후버 댐의 이미지 파괴(아니 사실은 이미지에 정확하게 걸맞는),
냉전시대 미국이 소련보다 과학기술분야 우위에 설수 있었던 '비밀'(베끼기 기법)..
맨 마지막, 얼렁뚱땅 엄마아빠의 "우리 정부는 투명하니까요"까지...

남녀 배우도 맘에 들고(솔직히 전 감독, 주연배우들 이름도 하나도 몰라요), 저한텐 100점짜리 영화였습니다.
아니, 기대 별로 안 하고 갔으니까... 200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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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viana 2007-07-23 16: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초딩 3학년 사내녀석들만 보라고 하면 재미있어할까요?
아님 제가 옆에서 설명해줘야 될까요?

딸기 2007-07-23 17:28   좋아요 0 | URL
설명 안해주셔도 될 것 같아요.
미취학 우리 딸도 재밌게 봤거든요. ^^

무스탕 2007-07-23 17: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내일 본답니다. 기대 만땅이에요. 두근두근... *_*

딸기 2007-07-24 06:48   좋아요 0 | URL
주변에 실망스러워서 졸았다는 사람도 있기는 해요.
암튼 저는 재밌었어요. 무스탕님도 재미있게 보세요. :)

비로그인 2007-07-23 2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악으악으악, 맨마지막 사진 어디서 구하신거예요!!! (숨넘어감) 음악도 죽여요!!!흑.

죄송해요. 여기저기 제 침이 다 튀어서....^^;;;;;

딸기 2007-07-24 06:49   좋아요 0 | URL
맨 마지막 사진, 아무데서나 훔쳐온 거예요
영화에서는 맛볼수 없는;; 초강력 후까시라고나 할까요 ㅋㅋ
옵티무스 프라임, 이름도 끝내주지 않나요?

앨런 2007-07-24 17: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개봉하는 날 봤어요. 동생이 공짜표가 생겼다길래 .....솔직히 그림만 봤어요. 아마 감상평이 극과 극일 거 같아요. 동생은 옆에서 계속 투덜거리고 저도 그림만 봤죠. 변신과정이나 움직이는 동작들이 섬세하더군요. 초딩 남자아이들이 열광할거예요.

딸기 2007-07-25 11:04   좋아요 0 | URL
그러셨구낭. 유치원생 우리딸도 열광하던걸요. ^^
비주얼 말고는 볼게 없다는 사람도 있고... 평가가 정말 극과극인 것 같아요.
 

"옷가방 두 개 들고 떠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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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 출신 대통령으로 인도의 과학기술 발전을 이끌었던 A P J 압둘 칼람(76.사진) 대통령이 오는 25일 퇴임한다. 2002년부터 5년 동안 지내온 뉴델리의 라슈트라파티 바완(대통령궁)을 떠나는 칼람 대통령의 짐은 달랑 옷가방 2개와 책 꾸러미. 들어올 때나 나갈 때나 변함없는 그의 모습은 청빈 그 자체로 인도인들에게 귀감이 되고 있다.

"며칠 뒤면 나는 들어온지 5년만에 바완을 떠납니다. 여기 올때 나는 옷가방 두 개를 들고 왔습니다. 그리고 옷가방 두 개를 들고 다시 이 곳을 떠납니다. 이제 내게 남은 소망은 2020년 개발되고 잘 사는 나라가 돼 있는 인도를 보는 것 뿐입니다."

차기 대통령을 뽑는 의회 선거가 실시된 19일 압둘 칼람 대통령은 퇴임을 앞두고 인도 이슬람문화센터에서 강연하면서 사실상의 퇴임사를 발표했다. 강연장엔 사람들이 몰려 소탈한 모습으로 떠나게 될 대통령의 말에 귀를 기울이며 박수갈채를 보냈다고 인도 언론들이 보도했다.  `더 타임스 오브 인디아'는 "세간살이는 옷가방 2개 뿐이지만 사실 대통령궁엔 책이 산더미"라고 전했다.

인도 남부 타밀 나두 주의 작은 섬에서 태어난 칼람 대통령은 로켓공학을 전공한 과학자로, 인도의 군사ㆍ과학기술 분야에 크게 공헌해 `미사일 맨(Missile Man)'이라는 별명으로 불린다. 인도 최초의 위성발사, 유도미사일 개발, 핵 실험 등을 주도해 1997년 인도 정부의 최고 훈장인 `바라트 라트나'를 받는 등 과학자로서 명성을 날렸으며 국민들의 존경을 받았다. 정치 경험은 없지만 2001년 최대 정당인 국민회의의 요청을 받아들여 대통령이 됐다. 의회 투표로 선출되는 인도의 대통령은 국가원수이자 군 최고 통수권자로 나라를 대표한다. `라슈트라파티'라 불리는 대통령은 내각책임제 하의 다른 나라 대통령들에 비해 각료 임면 등에서 더 많은 권한을 갖고 있다.
칼람 대통령은 인도 최초의 비주류 무슬림 대통령이자 독신 대통령으로서 여러가지 기록을 남겼다. 인도의 개발과 부(富)를 늘리려면 IT산업에 희망을 걸어야 한다며 오픈 소스 소프트웨어 진흥을 제도화하고 와이프로, 인포시스 같은 거대 IT 기업들의 성장 기반을 만들었다. 또 `달리트(불가촉천민)' 출신을 대법원장에 임명해 강고한 카스트의 잔재를 깨려 애썼다.

인도의 현대화와 경제성장을 강조하면서도, 정작 자신은 채식주의자이자 절대적인 금욕주의자로서 전통을 지키고 청렴과 절제로 일관하는 생활을 했다. 19일 연설에서도 그는 공짜 선물이라면 펜 한자루라도 모두 거절한다고 밝힌 뒤 "어릴적 아버지로부터 `남들에게서 물건을 받지 말라'는 가르침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칼람 대통령의 인생과 철학은 국내에도 번역, 출간된 자서전 `불의 날개' 등을 통해 잘 알려져 있다. 칼람 대통령은 퇴임 뒤 고향인 타밀 나두의 안나 대학에서 공학을 가르칠 계획이다.

--

이거 쓴 날, 그러니까 금요일 밤.
한나라당 대선후보 토론회에서 홍준표 의원이 이 글을 소개하는 걸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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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viana 2007-07-23 16: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딸기님이 가방 두개들고 어디가신다는 말인지 알고 깜짝 놀랐어요.

딸기 2007-07-23 17:29   좋아요 0 | URL
저는 공주 체질이어서, 가방 두 개 한번에 못 들어요. ^^

비로그인 2007-07-23 21: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놀라서 달려왔어요~~~ 다행이네요 (음, 어디가셔도 글은 쓰실거지만 그냥 마음이, 마음이 그렇잖아요~~호호호호 ^^;;;;). 이제 찬찬히 읽어볼께요.

딸기 2007-07-24 06:50   좋아요 0 | URL
엥 너구리님도 그렇게 아셨군요. 그냥 기사 제목이 그거여서 그렇게 넣어둔 건데...
나중에 가방 두개 들고 떠날 일 있으면 알려드릴께요 ^^
 
에덴의 용 - 인간 지성의 기원을 찾아서 사이언스 클래식 6
칼 세이건 지음, 임지원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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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 세이건의 책이니, 좋다 나쁘다 말할 필요는 없으리라. 이 책은 세이건 박사님이 1977년에 내놓은 것인데, ‘인간 지성의 기원을 찾아서’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벌써 30년 전 책이건만 지금 읽어도 감동적이다. (솔직히 세이건의 글을 많이 읽지는 못했고 '코스모스'도 아직 못 읽었지만 장차 읽을 예정이며, 매우매우 감동받을 것으로 믿어의심치 않고 있다)

부제가 그대로 내용을 요약하고 있는데 더 자세한 줄거리 설명을 붙일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우리의 뇌에 ‘마음의 자리’는 어디인가. 인간의 마음은 어디에 위치하는가. 인간의 마음은 진짜로 뇌의 한 구석에 자리를 잡고 있는 것일까. 인간은 유전자와 뇌를 연구하면서 조금씩 조금씩 ‘마음이 있는 자리’를 찾아가는 길을 걷고 있다. 신의 선물, 형이상학적인 개념에 머무는 대신 현대의 인간들은 인간의 마음, 지성이 우리 뇌의 어딘가에서 나온다는 것을 받아들여가고 있지만, 모두가 다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또 아니어서, 아직도 미신이나 창조론이나 그런 것들이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세이건 박사님은 옛사람들이 생각한 마음과 정신의 위치를 쭉 돌아본 뒤 우리가 언젠가는 마음이 있는 자리를 발견할 것이라면서, 특유의 ‘온건한 낙관론’을 펼친다.

세이건의 문체는, 환원주의자로 비난받았던 에드워드 윌슨이나 ‘악마의 사도’들을 정면으로 들이받는 리처드 도킨스의 어조와는 아주 다르다. 나는 이 사람들의 글을 다 좋아하지만, 세이건 박사님의 겸손하고 다정다감한 말투는 정말 너무 좋다. SF 작가들이 말하는 것처럼 알고 보니 신과 통하는 초월적 정신이 존재할지 그 누가 알리오. 세이건 박사님은 사이비종교와 미신과 그 모든 우스꽝스러운 것들을 경계하되 과학을 지팡이 삼아 무지한 군중들의 머리를 강타하는 대신 손을 붙잡고 빛의 길로 이끌려하는, 그런 사람 같다.

“로마의 역사가 플리니우스는 당시 발견된지 얼마 되지 않았던 타조가 기린과 모기 비슷한 곤충인 각다귀 간의 잡종 교배의 결과물일 거라고 말했다.” (33쪽)


타조는 기린과 모기의 잡종이라니, 강희제가 동토에 묻혀있던 매머드를 보고 ‘코끼리만한 쥐’라고 했다는 얘기 이래 내가 들은 것 중 가장 참신한 생물학 유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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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아스포라 기행 - 추방당한 자의 시선
서경식 지음, 김혜신 옮김 / 돌베개 / 2006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나는 재일조선인’이라고 나서는 사람만이 재일조선인인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이름을 말하지 못하고, 늘 자신은 누구인가 자문하는 존재가 재일조선인이다. 재일조선인이 자기 이름을 말하는 것을 어렵게 하고 그들을 눈에 보이지 않는 존재로 만드는 온갖 식민주의적 관계를 고려하면 이 잘 보이지 않는 부분을 포함한 전체야말로 재일조선인임은 말할 나위도 없다. (128쪽)

 

1992년 서경식의 ‘나의 서양미술 순례’를 읽을 때 너무 슬프고 마음 아프고 두렵고 충격적이었던, 그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외로운 떠돌이가 이번엔 세계화 시대의 제1 화두가 된 ‘디아스포라’라는 담론으로 무장을 하고 나타나서, 더 근사하고 다소 스타일리시하게 떠돌이의 아픔을 전한다.

책에는 ‘추방당한 자의 시선’이란 부제가 붙어있는데, 책의 포맷은 ‘나의 서양미술 순례’와 비슷하다. 떠돌이(이 책에서는 ‘디아스포라’)가 한국 일본 유럽의 박물관 미술관을 돌아다니며 떠돌이의 눈에 비친 미술을 논하는 것. 달라진 것이 있다면 20세기 중후반 한반도의 현실(북에는 수령국가, 남에는 독재국가) 때문에 내적으로 외적으로 아픔을 겪은 청년의 넋두리 같았던 전작이 21세기에 와서 ‘디아스포라’라는 프레임을 얻었다는 것, 15년 전 ‘서양미술순례’의 저자가 어깨 늘어지고 창백한 청년 같은 느낌이었다면 ‘디아스포라 기행’의 저자는 나름대로 이름을 얻어 일본의 방송사가 다큐멘터리 기행을 맡길 정도의 유명인사가 되어 숨길래도 숨길 수 없는 명사(名士) 분위기가 글에서 묻어난다는 것.


서경식이 책에서 지적하듯이 세상도 시대도 상전벽해가 되어 광주에서 재일조선인 작가들의 작품전이 열릴 지경이 되었으니, 저런 변화가 있는 것도 자연스럽고 당연하다. 그리고 15년 세월 동안 독자인 나도 변했다. ‘서양미술순례’ 때에 캄뷰세스왕의 재판 그림과 옆구리 뚫린 예수상 앞에서 시큰한 감정으로 상처를 달래고 있던 재일조선인의 모습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나는 마음이 아팠다. 지금도 서경식의 글은 마음이 아프다. 어째서 이 사람은 상처 입은 그림들, 상처 입은 조각들만을 찾아다녀야 하는 것일까.

그런데 특유의(서경식 특유의, 라기보다는 일본어 특유의) 잔잔하게 흘러가는 문체를 따라 ‘디아스포라 기행’을 읽자니 15년 전과 비슷한 맥락에서 마음이 아프고, 15년 전과 다른 맥락에서 조금 마음이 불편하다. 좋은 책에 굳이 트집을 잡는 것 아닐까 싶기는 하지만, 내 눈에는 서경식도 역시나 ‘주류의 시선’에서 완전히 벗어나지는 못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서경식이 한국과 일본 얘기를 하지만 결국은 ‘유럽기행’이다. 왜 아우슈비츠를 자꾸만 떠올리나요, 라고 물을 정도로 바보는 아니다. 오히려 스스로를 디아스포라라 부르는 사람과 유대인의 연결은 1차원적으로 보일 정도로 직접적인 연결 아닌가. 요는, 서경식의 디아스포라 기행은 유럽적이고 유대적이라는 얘기다.

여전히 고상한 디아스포라의 눈에는 잘츠부르크와 츠바이크가 보일 뿐, 팔레스타인 디아스포라(앞부분에 잠시 책 이야기가 나오긴 하지만)나 인도네시아 난민은 보이지 않는다. 이유는? 그들에겐 미술관에 전시돼 있을만한 ‘고상’하고 ‘유명’한 문화가 없기 때문이고, 일본 방송들이 돈 써가며 서경식같은 내레이터를 데리고 취재를 다닐만한 문화가 아니기 때문이다. 까놓고 말하자면 '디아스포라 서경식'은 그 모든 우울과 아픔을 인정한다 하더라도 '가리워져 눈에조차 들지 못하는 자이니치(재일조선인)'은 아니다. 디아스포라도 아닌 주제에 다만 무식해서 서양 음악이나 미술 따위 잘 모르는 나같은 자가 머라머라 말하기엔, 그의 취향은 고상하고 우아하다.

내 눈이 꼬인 걸까? 꼬인 것 맞다. 15년 전엔 유대인 학살당한 얘기만 해도 불쌍하고 인간 세상이 처참해 보이고 했는데, 지금은 눈이 꼬여서 유대인 학살 얘기 들으면 “자기들도 당해봤다며 팔레스타인에서 남들 학살하니 이스라엘도 참” 이런 생각이 더 많이 든다. 나는 눈도 꼬이고 귀도 꼬여서, 재일조선인 문제와 코리안 디아스포라 얘기에 고개를 주억이다가도 누가 잘츠부르크 유대인 이런 얘기하면 “아랍 얘기는 왜 빼놔” 하면서 거슬려한다. 그래서 서경식의 글도 마음이 불편했다.


“부모가 모두 나이지리아인인 잉카 쇼니바레는 1962년 런던에서 태어나 어릴 적부터 런던과 라고스를 오가며 활동하고 있다. ... 우리는 대부분 그 천의 선명한 색깔과 무늬를 보고 의심 없이 ‘아프리카적’인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이것이 쇼니바레의 작품에 되풀이해 나타나는 테마다. 이런 천의 색과 무늬는 인도네시아에서 기원한 납염이 그 종주국인 네덜란드를 거쳐 유럽으로 유입되고 맨체스터에서 영국인이 디자인한 것이 다시 아프리카로 수출된 것이라고 한다. 원재료인 면화는 인도산이거나 동아프리카산이다. 곧 우리들이 ‘아프리카적’이라고 생각하는 색과 무늬의 이미지는 사실 근대 식민지배의 과정에서 종주국에서 생산된 뒤 식민지에 강요돼온 것이다.” (158쪽)


관심을 끄는 포인트이기는 한데... 책에 잉카 쇼니바레 ‘정사와 간통’ 사진이 나와 있는데 ‘그 천의 선명한 색깔과 무늬를 보고 의심 없이 아프리카적인 것이라고 생각’할 그런 작품은 아니다. 아프리카를 한번도 가보지 않은 사람들, 아프리카에 대해 전혀 모르는 사람들이 아프리카 것인가 보다 착각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잉카 쇼니바레의 다른 작품들을 인터넷에서 찾아보았는데, 역시나 내 눈에는 아프리카적임을 가장하여 서구의 침범을 노골적으로 풍자한 작품들에 가까워 보였다.)
아프리카인의 아픔을 얘기하려면 아프리카에도 조금은 관심을 가져줬으면 좋았을텐데. 역시나, 꼬인 눈으로 보아 그런 것일까. 어쨌든 책은 우리가 읽어야 할, 알아야 할, 관심 가져야 할 내용들을 담고 있고 좋은 책인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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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rblue 2007-07-23 1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딸기님의 꼬인 눈이 반갑습니다.

딸기 2007-07-23 11:25   좋아요 0 | URL
앗 혹시 블루님도 그렇게 느꼈나요? 그렇다면 다행이고...
너무 꼬인반응만 보인것같아서 마음 속으로 좀 그랬거든요

드팀전 2007-07-23 12: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이런 접근에는 동의할 수 없습니다.미국의 9.11테러가 났을때..왜 너희들이 더 많이 죽인 이라크는 생각하지 않니 되물을 수는 있습니다..그러나 그런 구도로만 문제에 접근하면 폭력적인 순환만 지속됩니다.(미국의 죄가 더 크다는 것을 모르는바도 아니고 부인하지도 않습니다) 아우슈비츠만 떠올리고 팔레스타인은 떠올리지 않는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디아스포라라는 소외층을 영토주의적 의미로 다시 분할하는 방식입니다.이 문제가 근대적 폭력구조의 전세계적 난민형성사 관점에서 봐지길 바랍니다.물론 디아스포라들의 역사 역시 동일성을 갖지도 않고 문화적으로 계급적으로 다르겠지만 말이지요...
프레모 레비가 상징하는 바는 보편적인 의미로 파악해야 하지 않을까요.그것을 이스라엘이냐 유대인이냐의 문제로만 독해하는 것에 저는 좀 다르게 생각합니다.

언젠가도 그런 이야기를 했지만...일본제국주의에 분노하는 것과 히로시마 피폭희생자들에게 눈물을 흘려야 하는 것은 동시에 일어나야 한다고 봅니다.

딸기 2007-07-23 15:47   좋아요 0 | URL
맞습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그런데, 그렇다고 쳐도, 저는 약자를 지향한다면서 결국은 서구지향적인 모습이 좀 짜증났던 거예요.

딸기 2007-07-24 06: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혹시 오해가 있을까봐서, 다시 댓글 답니다. 제 댓글이 너무 성의없게 들렸을까봐...

드팀전님, 저는요, 드팀전님께서 말씀하시는 뜻에 꼭 반대를 하는 건 아닙니다만,
아우슈비츠를 떠올리는 사람에겐 누구에게든 "팔레스타인에 대해서는 알고 있느냐"고 묻고 싶고, 또 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우슈비츠가 '보이는 디아스포라'라면 팔레스타인은 '보이지 않는 디아스포라'를 상징한다고 생각하니까요. 그것이 위의 리뷰에서 언급한 서경식의 글에 나온 것처럼, "이름을 말하지 못하고, 늘 자신은 누구인가 자문하는 존재"를 발견하는 과정이고, "자기 이름을 말하는 것을 어렵게 하고 그들을 눈에 보이지 않는 존재로 만드는 온갖 식민주의적 관계"를 포착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우리 앞에서 코리안 디아스포라를 비롯해 '근대적 폭력구조가 낳은 전세계적 난민 형성사'를 가려버리는 것은, 디아스포라의 다양한 부분 즉 가려진 부분을 보지 못하게 만드는 우리의 무지라고 생각해요. 누가 어떻게 어디서 왜 뿌리뽑혀 살아가고 있는지 구체적인 다양성들을 보지 못하면서 "디아스포라가 있다는 것은 나도 알아"라고 말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는 겁니다. 구체적인 지식이 없이 '담론'만 아는 것은 무의미하지 않겠습니까.
실제로, 아우슈비츠를 이야기하는 이들의 대부분은 팔레스타인 디아스포라에 대해선 모르고 있지 않나요. "팔레스타인인들이 핍박받는 건 알아"라고 말들은 하지만, 실상은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저는 생각해요. 아우슈비츠를 모두들 알지만 당장 팔레스타인 난민들이 이스라엘에 의해 대량학살된 난민캠프 이름을 대라면 몇 명이나 댈 수 있을까요?
결국은 그런 것이 '가려진 디아스포라'의 진실이고, 그 가려진 부분들을 보려고 노력해야만 한다는 것이 제 생각이예요. 그 과정이 곧 '보편적 의미'로 다가가는 길이라고 생각하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