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향하러들 오세요.
막아놓고 가리는 짓 미워서라도,
굳이 저녁에 정동길 나가, 기나긴 분향 줄에 단 몇 센티미터라도 보태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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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런 2009-05-25 16: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가까운 곳(송내역)에 있어서 그 곳에 하기로 했답니다. 근처 사시는 분들 와 주세요.

딸기 2009-05-27 17:55   좋아요 0 | URL
이번엔 정말 '민주적인 추모제'인 것 같아요. 곳곳에 분향소...
 

일요일에도 일해야 하는 회사에 다니다 보니, 오늘 같은 날도 심란한 마음을 안고 출근을 하게 되었습니다.
점심은 분식으로 간단히 때우고, 후배와 함께 덕수궁 대한문 앞에 다녀왔습니다.

전직 대통령이 서거했는데 분향소도 못 만들게 하려고,
추모하려는 사람들 모이는 것을 어떻게든 막고 가려보려고 전경차로 울타리를 쳐놓는 이 정권.
"초상집에 와서 이게 무슨 도리냐"고 어린 전경들 상대로 울분을 토하는 할아버지도 계시더군요. 






명색이 전직 대통령인데, 서울 바닥에 그의 분향소는 '전경버스들'이었습니다.  

오랜만에 <상록수>, 그리고 <함께 가자 우리 이 길을>을 들으며 눈물이 펑펑 쏟아져 나왔습니다.
평소 자애롭지 못하고 냉정한 저이지만, 울지 않으려 해도 울지 않을 도리가 없었습니다.




노 전대통령 웃는 얼굴 사진이 왜 그리 눈물을 자아내던지.
이 사진에는 안 보입니다만, 퇴임 뒤 모자 쓰고 소탈하게 찍은 사진이 있어요.
'저런 촌로 같은 사람이 절벽에서 뛰어내렸다'는 사실 만으로도 슬퍼지게 만드는. 




전경차가 가로막아, 거기에다가 플래카드 붙이고 국화꽃 붙이고...
이런다고 추모 행렬을, 추모하는 사람들의 감정을, 슬픔을, 분노를,
가릴 수 있다고, 가려야 한다고 생각하는 놈들. 





줄이 길어서, 저는 정작 분향은 못 했습니다.
옆에 서 있다가 왔는데, 오늘 저녁 아이 데리고 다시 나가서 국화꽃이라도 놓고 올 생각입니다. 



"그동안 힘들었다, 원망하지 마라." 

하지만 가신 분 원망에, 이 정권에 대한 분노에...
마음을 도저히 잡을 수 없는 하루입니다. 당분간 이런 슬픔이 계속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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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이] 2009-05-24 17: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타깝습니다...

딸기 2009-05-24 17:39   좋아요 0 | URL
이 정권의 근시안과 폭력성이 안타까워요.

짱꿀라 2009-05-24 2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통'이라는 단어를 2MB정부 동안에는 사전에서 삭제를 해야 할 듯 하네요.
도저히 지금 정권에 바랄 수 없다는 것을 이젠 확신할 것 같습니다.
'2MB정부는 내겐 없는 정부다'라고 하면 마음편히 사는 것이 오히려 낫겠다는 생각도 가져봅니다.

딸기 2009-05-27 17:56   좋아요 0 | URL
이젠 '소통'이란 말만 들어도 짜증나요.
단어를 정권의 브랜드로 만들어 지랄같이 망쳐버린 실례랄까요.

차라리 이 정부가, '없는 정부'였으면 좋겠습니다. 개같은 짓이나 하지를 말지...
 

가슴이 먹먹합니다.

노무현으로 상징되는 대한민국 정치의 '실험'은 저 뿐 아니라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과 기대를 심어줬었습니다.

'노빠'는 아니었습니다만, 그분이 집권해 있는 동안 실망도 하고 비난도 많이 했습니다만,

'대학도 안 나온' 정치인이 5공, 6공과 싸우고
경상도 출신 정치인이 3당 합당에 반대하고
'DJ당'에서 국민경선 돌풍을 일으켜 대선 후보가 되고
대통령이 되어 조중동, 검찰과 '맞장'뜨고
한나라당 정치 찌꺼기들의 탄핵 소동을 이겨내고 온갖 영욕을 겪는 걸 보면서
가슴 속 시원함과 실망과 희망, 뒤죽박죽된 감정들을 많이도 느꼈더랬죠.

그냥 눈물이 나네요.
억울하고 속상합니다.

'겨우 50억 받았다고 사람을 쥐잡듯 볶아 죽음으로 몰아넣었느냐'
이런 얘기를 하려는 건 아닙니다.

노무현이라는 정치인이 맞서 싸웠던 5공 6공 세력,
군부정권의 명줄을 늘려준 3당 합당 세력, 조중동과 검찰, 이명박 같은 돈줄 쥔 기득권 세력,
이 자들이 뻔뻔히 버티는데 저 분은 스스로 목숨을 끊어야 했다는게 억울합니다.
전재산 몇천원이라던 광주학살 주범 전두환도 고개 쳐들고 사는데!
그들 정권 밑에서 꼼짝 못하고 있거나 거기 붙어먹던 개같은 정치인들과 검찰과 언론은
저러고 기세등등하게 이명박에 붙어 '잃어버린 10년' 운운하며 역사를 뒤로 돌리려 하는데!

노무현이라는 사람에게 그 정도 후안무치함이 없었다는 사실이 죄라면 죄로군요.

덕수궁 앞 분향소 설치도 경찰이 막으려 했다지요.
이명박 정권은, 그를 막다른 골목에 넣어 죽음으로 몰아넣고
죽은 이마저 두려운 모양입니다. 아니, 죽은 이를 추모하기 위해 모여들
촛불 하나하나가 그리도 두려운 것이겠지요.
노무현이 '전대통령'이라는 위상으로서
이명박 막가파 정권에 맞선 저항의 구심이 되어주길 바라지는 않았습니다.
투쟁의 구심점은 민중들에게 있어야지요.

하지만 죽지 않아야 할 사람이 죽었다는 그것만으로도 상실감이 너무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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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 그들은 이미 잠든 당신도 두려워합니다.
    from 남은 건 책 밖에 없다 2009-05-23 21:57 
    당신을 애타게 사랑한 것도 아닌데 마음은 하루종일 갈피를 잡지 못합니다. 한때 당신 덕분에 설레이고, 감동하고, 행복했는데 금새 잊었더랬죠. 대한민국이 오늘날 요모양 요꼴로 망가져 가고 있는 것에 대해 당신 탓이 많다며 원망도 했었죠. 종일 우울한 건, 당신의 결단에 진정 가슴이 아픈 탓도 있었지만 당신의 결단이 향후 정국에 미칠 영향 따위를 분석하고 있는 스스로가 서글픈 탓도 있었슴다. 그러나..
 
 
람혼 2009-05-23 19: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0000000배 공감하는 글입니다.

paviana 2009-05-23 2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노빠였나 봅니다.

2009-05-23 21: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해이] 2009-05-23 23: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감합니다. ^^

군자란 2009-05-24 07: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삶과 죽음이 하나라는 우리 시대의 진정한 영웅의 마지막... 내게는 큰 울림으로 다가 오는 아침입니다.

사마천 2009-05-24 09: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백번 맞습니다. 죽어야 할 사람은 적어도 노무현이 아니죠.. 수백배 많은 돈을 먹고, 수많은 사람을 죽음으로 몰고간 뻔뻔한 사람들이 그대로 남아 있는대 굳이라는 느낌이 들죠..
우울해지는 하루였지만 다시 힘내서 무엇이 잘못되었는지를 가르치고 고쳐나가야 할 것 같습니다.
 
뻔뻔함이 소중한 이유

마냐님 목소리는 자타공인 좋다. 특히 노래할 때. 캬캬캬.
그러고보니 마냐님 노래를 들어본지 어언 몇년이런가.
조만간 노래방이라도...

--


나도 뻔뻔하게 내 자랑.
나도 목소리 좋다.
(하지만 노래는 못함)
콧소리 섞여있다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건 내 잘못 아니니까. ^^

실은 얼마 전에, 내 목소리를 칭찬한 블로그도 봤다.
모르는 블로거인데... 우연히...
(나에 대해 상당히 알고 있는 걸 보고 좀 놀랐다. 나한테 관심 있나벼.)

요는, 내 목소리가 맑다(호호호)는 것이었다.

오늘의 뻔뻔함은, 이 정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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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9-05-22 14: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크크크, 게다가 언니는 미모롭잖아요~ 자랑거리 둘이에요^^

딸기 2009-05-22 18:44   좋아요 0 | URL
저 밑에 바람구두가 벌써 반론을 제기했네 ^^
미모는, 마모아가 미모지.

하이드 2009-05-22 14: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처럼 목소리 인증을 먼저 하시오! ㅎㅎ
마냐님 목소리는 허스키, 딸기님 목소리는 미성이었던걸로 기억나네요.

딸기 2009-05-22 18:45   좋아요 0 | URL
마냐님은 허스키는 아니고 소프라노예요 ^^

드팀전 2009-05-22 19: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뭔 주장들인지 모르겠지만.. 딸기님이 미모에 목소리까지 좋다로 이해하겠습니다.
음...마음이 흔들리는군요. (심각..)

딸기 2009-05-23 19:40   좋아요 0 | URL
그렇게 이해 아닌 오해라도 해주신다면 전 매우 감사드릴 따름이지요 ^^
(이러면서 마냐님의 미모에 살짝 묻어가려 하는 심사...)

서연사랑 2009-05-22 23: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홍홍홍.
왜 자랑을 하다 마시나요, 더 확실하게 자랑하셔도 되는 목소리와 미모의 소유자이신 것을!
(아,목소리 좋다라는 말 한 번 들어봤으면...훌쩍...)

딸기 2009-05-23 19:41   좋아요 0 | URL
어머, 마냐님과 알라딘 내 미모 1순위를 다투는 서연사랑 아냐~

마냐 2009-05-23 02: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살짝 맛이 간 모양. 제 정신은 아닌듯 하다. 딸기님의 반응을 보니 더더욱 알겠당 ㅋㅋㅋ 기왕이면, 맛 간 사람들끼리 놀자.

딸기 2009-05-23 19:41   좋아요 0 | URL
응, 맛가는 것도 좋지 머.
우린 워낙 잘났잖아. 이 세상 험난한 풍파는 모두 우리가 잘났기 때문인 것으로
이미 결론 내렸잖아.
 

누가 5공, 6공의 후예 아니랄까봐
이 정권은 황지우마저 쫓아내려고 안달을 냈다고 한다.
한예종 총장을 하던 황지우 시인이 기어이 '표적 감사'에 걸려 물러나게 된 모양이다.
문화계에서 일어나는 일에는 관심이 통 없었으니 그런 소식에 내가 어두운 것은 당연하지만
어제 어느 선배를 만났다가 마침 그 얘기가 나왔다.

황 총장을 쫓아내려고, 무지하게 털었단다. 그러면 먼지가 나겠거니 하고.
이 정권의 모든 놈들이 털면 먼지사막을 이룰 자들이니, 지들이 그러면 남들도 그렇겠거니 했겠지.
그런데 무슨 전시회 한다고 정부에서 600만원을 지원받았는데 아직 전시회를 못 열어 보류된 것,
그거 하나 나와서 '공금횡령'으로 어찌어찌 옭아맸단다.
그리고 황 총장이 외국 출장가는데 일정을 앞당겨 하루 먼저 가놓고 미리 보고 안 한 것,
그걸로 또 '공무원 근무지 이탈'이라는 죄목을 씌웠단다.
이야기를 듣다 보니, 세상에 이렇게 깨끗한 공직자가 어디 있었으랴 싶다.
시비 걸려고 오만 군데를 다 뒤졌을 텐데 기껏 저런 흠집 정도였다니 거의 부처님 수준 아닌가.
저걸로 사람을 죄인 만들 생각을 한 자들은 대가리를 댓돌에 찧어야 할 놈들이다.


새벽은 밤을 꼬박 지샌 자에게만 온다.
낙타야,
모래박힌 눈으로
동트는 地平線을 보아라.
바람에 떠밀려 새 날이 온다.
일어나 또 가자.
사막은 뱃속에서 또 꾸르륵거리는구나.
지금 나에게는 칼도 經도 없다.
經이 길을 가르쳐 주진 않는다.
길은,
가면 뒤에 있다.
단 한 걸음도 생략할 수 없는 걸음으로
그러나 너와 나는 九萬里 靑天으로 걸어가고 있다.
나는 너니까.
우리는 自己야.
우리 마음의 地圖 속의 별자리가 여기까지
오게 한 거야.



황지우 시인의 <나는 너다>라는 시집은, 내게는 오랜 기억처럼, 사진첩처럼,
그렇게 남아 있는 시집이다. 브레히트의 <살아남은 자의 슬픔>보다도, 박노해의 <노동의 새벽>보다도,
기형도의 <입 속의 검은 잎>보다도, 신동엽의 <누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보다도,

신경림의 <새재>보다도, 김용택의 <섬진강>보다도, 더 많이 남아 있는 시집.
고등학교 시절 국어선생님께서 읽어보라 하셔서 처음으로 그런 무겁고 어둡고
뭉툭한 듯 하면서도 날카로운 시를 읽었다.


길은,
가면 뒤에 있다.


저 시의 구절은 언제나 잊혀지지 않고 마음에 남아 있다. 


칼이 없으면
날개라도 있어야 해.

이건 네가 깨질 때면
맨날 하는 소리였지.

촛불이 타고 있는 동안
촛불의 靈魂은 타고 있다.

네가 너의 날개를 달면
나에게 날아오렴.

바람이 세운 石柱 위 둥지에
지지지 타들어가는 내 靈魂이 孵化하고 있어.

칼만 있으면
질질 흐르는 이 石柱 밑둥을 쳐버릴텐데.



어느 한 편 스쳐지나치기 미안한 시들이지만, 그 중에서도 특히 칼날 같았던,
아니 독약 같았던 시 한 편.


스시마 해협을 통과하는 핵잠.
물에 '기쓰(きず)' 난다.



이것이 내가 황지우에 대해 갖고 있는 나만의 추억이다.
그런데 이제는 신문 지상에서, 말도 안되는 누명을 쓴 그의 모습을 보고 있으니.
감히 '대학 총장'이라는 친정부 권력을 탐했던 대가다, 라고 이 나라의 보수파들은 말하고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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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처럼 2009-05-20 2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누군가 한국에서 가장 깨끗한 사람 중 한 명이 전 KBS사장 정연주 씨라고... 국정원이 반 년 넘게 털었는데 먼지가 나오지 않더라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황시인도 그런 류의 사람이었던 모양인데 이렇게 물러나는 게 화나는 일이지만 한예종 총장 자리가 시인에게는 역시 잘 어울리는 자리같지는 않다는 점에서 그에게 전화위복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딸기 2009-05-20 22:59   좋아요 0 | URL
동감이예요. :)

[해이] 2009-05-21 1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유인촌의 평생의 숙원이 바로 서울대 운동권 출신들을 문화예술계에서 싹쓰리 하는거라고 하더군요. 화이팅입니다^^

딸기 2009-05-22 18:46   좋아요 0 | URL
불만이 있을 수는 있겠지만, 그것이 어떻게 문화예술계에 있었던 사람의 숙원이 될까요.
유인촌이라는 사람이 특별히 이상한 사람이라곤 생각 안 해요.
하지만 이 정권의 '오만'을 대변하는 인물 같긴 하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