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이 먹먹합니다.

노무현으로 상징되는 대한민국 정치의 '실험'은 저 뿐 아니라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과 기대를 심어줬었습니다.

'노빠'는 아니었습니다만, 그분이 집권해 있는 동안 실망도 하고 비난도 많이 했습니다만,

'대학도 안 나온' 정치인이 5공, 6공과 싸우고
경상도 출신 정치인이 3당 합당에 반대하고
'DJ당'에서 국민경선 돌풍을 일으켜 대선 후보가 되고
대통령이 되어 조중동, 검찰과 '맞장'뜨고
한나라당 정치 찌꺼기들의 탄핵 소동을 이겨내고 온갖 영욕을 겪는 걸 보면서
가슴 속 시원함과 실망과 희망, 뒤죽박죽된 감정들을 많이도 느꼈더랬죠.

그냥 눈물이 나네요.
억울하고 속상합니다.

'겨우 50억 받았다고 사람을 쥐잡듯 볶아 죽음으로 몰아넣었느냐'
이런 얘기를 하려는 건 아닙니다.

노무현이라는 정치인이 맞서 싸웠던 5공 6공 세력,
군부정권의 명줄을 늘려준 3당 합당 세력, 조중동과 검찰, 이명박 같은 돈줄 쥔 기득권 세력,
이 자들이 뻔뻔히 버티는데 저 분은 스스로 목숨을 끊어야 했다는게 억울합니다.
전재산 몇천원이라던 광주학살 주범 전두환도 고개 쳐들고 사는데!
그들 정권 밑에서 꼼짝 못하고 있거나 거기 붙어먹던 개같은 정치인들과 검찰과 언론은
저러고 기세등등하게 이명박에 붙어 '잃어버린 10년' 운운하며 역사를 뒤로 돌리려 하는데!

노무현이라는 사람에게 그 정도 후안무치함이 없었다는 사실이 죄라면 죄로군요.

덕수궁 앞 분향소 설치도 경찰이 막으려 했다지요.
이명박 정권은, 그를 막다른 골목에 넣어 죽음으로 몰아넣고
죽은 이마저 두려운 모양입니다. 아니, 죽은 이를 추모하기 위해 모여들
촛불 하나하나가 그리도 두려운 것이겠지요.
노무현이 '전대통령'이라는 위상으로서
이명박 막가파 정권에 맞선 저항의 구심이 되어주길 바라지는 않았습니다.
투쟁의 구심점은 민중들에게 있어야지요.

하지만 죽지 않아야 할 사람이 죽었다는 그것만으로도 상실감이 너무 큽니다.

댓글(6) 먼댓글(1) 좋아요(5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1. ▶◀ 그들은 이미 잠든 당신도 두려워합니다.
    from 남은 건 책 밖에 없다 2009-05-23 21:57 
    당신을 애타게 사랑한 것도 아닌데 마음은 하루종일 갈피를 잡지 못합니다. 한때 당신 덕분에 설레이고, 감동하고, 행복했는데 금새 잊었더랬죠. 대한민국이 오늘날 요모양 요꼴로 망가져 가고 있는 것에 대해 당신 탓이 많다며 원망도 했었죠. 종일 우울한 건, 당신의 결단에 진정 가슴이 아픈 탓도 있었지만 당신의 결단이 향후 정국에 미칠 영향 따위를 분석하고 있는 스스로가 서글픈 탓도 있었슴다. 그러나..
 
 
람혼 2009-05-23 19: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0000000배 공감하는 글입니다.

paviana 2009-05-23 2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노빠였나 봅니다.

2009-05-23 21: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해이] 2009-05-23 23: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감합니다. ^^

군자란 2009-05-24 07: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삶과 죽음이 하나라는 우리 시대의 진정한 영웅의 마지막... 내게는 큰 울림으로 다가 오는 아침입니다.

사마천 2009-05-24 09: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백번 맞습니다. 죽어야 할 사람은 적어도 노무현이 아니죠.. 수백배 많은 돈을 먹고, 수많은 사람을 죽음으로 몰고간 뻔뻔한 사람들이 그대로 남아 있는대 굳이라는 느낌이 들죠..
우울해지는 하루였지만 다시 힘내서 무엇이 잘못되었는지를 가르치고 고쳐나가야 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