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WIN PEAKS>
               시즌 2 
               에피소드 3 (11)
               타이틀 The Man Behind Glass
               각본 Robert Engels
               감독 Lesli Linka Glatter 
               방영일 1990
년 10월 13일 

 

 

   
 

        <시즌 2 지난회 보기>
        9. May the Giant Be with You
        10. Coma

 
   

 

1. 이야기 

해리와 데일은 밤중에 밥이 로넷에게 찾아와 다른 희생자들처럼 손가락에 메시지를 남긴 것을 확인한다. 다나는 해롤드 스미스(Lenny Von Dohlen)를 만난다. 그는 원예가로 로라와 전부터 알고 지내던 사이였다. 그는 로라의 무덤에 꽃을 놓아달라고 부탁을 한다. 

리랜드 파머가 보안관에게 찾아와 몽타주에 있는 사람을 안다고 이야기한다. 그의 이름은 로버트슨(RoBerTson)이고 펄 레이크의 하얀 집에서 살았다고 한다. 한편 해리에게 신발을 팔러 온 제라드는 밥의 사진을 보고 그가 누군지 알아챈다. 화장실에서 그는 데일이 꿈에서 본 마이크로 변신한다. 

마담 블래키는 오드리를 인질로 삼아 ‘애꾸눈 잭’을 자신이 소유하려 한다. 르노 3형제의 맏형인 장 르노(Michael Parks) 역시 죽은 두 동생들의 복수를 꿈꾼다. 

루시는 지난 3달간 앤디 몰래 만나온 딕 트레메인(Ian Buchanan)과 점심식사를 하면서 그에게 임신 사실을 알린다. 코마에 빠져있던 네이딘이 깨어나지만, 그녀의 기억은 18살에 멈춰있다. 자코비는 자끄 르노를 죽인 사람이 누군지 기억해낸다. 리랜드 파머가 자끄 르노의 살인 혐의로 체포된다. 

다나의 이상한 행동들로 당황한 제임스는 매디와 가까워지고, 그 모습을 본 다나는 어쩔 줄 몰라한다. 밤에 해롤드의 집으로 찾아간 다나는 해롤드의 책상에서 로라의 일기장을 발견한다.   

  

 

2. 알버트 

시즌 1에서 등장한 이후로 냉소적인 말투를 버리지 않아 해리 보안관에게 주먹다짐까지 당한 알버트는 시즌 2에 이르러서도 여전히 그 말투를 고치지 않고 있다. 도저히 참지 못한 해리가 알버트와 다시 한 번 싸우려하자, 알버트가 이야기한다. 

“내가 좀 냉소적일 때는 말이지, 사실은 폭력행위 대신 하는 행동들이야. 난 내 방식대로 주먹을 날리는 것이고, 난 이런 것에 나 자신을 자랑스러워하고 있어. 왜냐하면 난 간디나 다른 위대한 왕들과 같이 비폭력적인 삶을 택했기 때문이지. 난 복수, 일방적인 폭력, 앙갚음 등을 철저하게 반대해. 그런 방식의 토대는 사랑이야. 당신을 사랑하네, 보안관.”  

 

지금까지 하나의 이미지로만 남아있던 알버트라는 인물이 처음으로 그의 속마음을 드러낸 장면이다. 글로 읽으면 냉소의 또 다른 표현 같지만, 이 대사를 이야기하는 알버트의 표정은 사뭇 진지하다. 해리 또한 이 사건 이후로 알버트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 사람이 처한 상황이란 참으로 알 수 없는 것이기도 하다.  

"알버트의 길은 이상하고도 힘든 것이지요." 

 

 

3. 미스터리 

이번 에피소드를 감독한 레슬리 링카 글래터 감독은 시즌 1의 다섯 번째 에피소드를 감독했다. 전 에피소드와 달리 이번 화에서는 인상적인 장면이 그렇게 많지 않다. 아마도 드라마의 이야기를 존중해서 찍었거나(데이빗 린치가 연속으로 감독한 시즌 2의 두 에피소드는 이야기의 진행은 거의 없다시피 하다. 우리가 기억하는 것은 몇몇 강렬한 이미지뿐이다), 시즌 1보다 더 여유 없이 시즌 2가 진행된 게 아닐까 생각한다(시즌 1은 7개의 에피소드를 거의 동시에 촬영하고, 편집했지만, 시즌 2는 방영 날짜에 맞춰 개별적으로 진행됐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상적인 장면이 있는데, 몇몇 인물들을 일부러 블라인드 처리를 한 장면들이다. 일련의 이 장면들은 이 등장인물들이 무언가 미스터리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생각한다. 시리즈가 진행할수록, 어떤 인물은 맥거핀이고 어떤 인물은 엄청난 비밀을 가지고 있음이 밝혀진다. 

 

 

4. 꿈에서 현실로 (Psychic Link) 

테레사 뱅크스와 로라 파머를 죽인 살인자 밥은 데일의 꿈과 로라의 어머니 사라의 비전에서만 볼 수 있었던 인물이었다. 그러던 밥이 로라의 사촌 매디에게도 보이기 시작하고, 로라의 아버지 리랜드도 그를 기억하기 시작한다. 코마에서 깨어난 로넷도 밥을 알아보고, 데일의 꿈에서 밥을 안다고 한 외팔이 사내도 밥을 알아보고 기억하기 시작한다. 피해자 가족과 수사관의 꿈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서서히 현실로 들어오는 순간이다.  

 

단순한 신발 판매원인 제라드가 마이크로 변하는 순간 또한 인상적인데, 주사로 어떤 약물을 주입하려다 실패하자, 그는 괴로움에 몸부림을 치다 어느 순간 다른 존재로 변신을 한 것으로 보인다. 제라드에서 마이크로. 데일은 거인이 전해준 세 개의 단서 중, 마지막 단서를 알아챈다. “약물이 없으면 그는 가리킨다(Without chemicals he points)." 거인이 얘기한 약물은 아마도 마약임이 분명하다. 

 

 

5. 딕 트레메인 (Dick Tremayne) 

이번 회에서 처음 등장한 딕 트레메인(Ian Buchanan)은 루시의 다른 애인이자 루시가 배고 있는 아이의 아버지로 추정되는 인물이다. 그는 혼 백화점 남성의류매장에서 일하며, 이번 화에서 행동하는 모습으로 봐선 외모에 남다르게 신경을 쓰며, 또 자기 보호 본능이 강한 것으로 보인다. 어수룩한 앤디와 능글맞은 딕 중 루시가 누구를 선택할지 궁금하다. 

 

 

6. 장 르노(Jean Renault) 

역시 이번 화에서 처음 등장한 장 르노(Michael Parks)는 르노 삼형제 중 맏형으로 나온다. 이 수상한 삼형제들이 했던 일들은 도박, 강도, 마약 판매 등 온통 지저분한 일들이다. 두 동생 자끄와 베르나르의 죽음에 대한 복수를 이유로 나타났지만, 실은 다른 계획을 가지고 있다. 역시 처음 등장하는 블래키 오렐리의 동생 낸시 오렐리(Galyn Gorg)가 장을 도와준다. 장은 시리즈 후반부에 데일에게 <트윈 픽스>의 테마이기도 한, 아주 중요한 말을 한다. 

"당신은 돈을, 난 쿠퍼를. 그럼 모두가 행복해져."

 

장 르노는 마이클 팍스가 맡았는데, 캐나다 출신이라 프랑스 억양이 섞인 매력적인 영어를 구사한다. 마이클 팍스는 로버트 로드리게즈의 <황혼에서 새벽까지>와 쿠엔틴 타란티노의 <킬 빌>에서 텍사스 억양을 구사하는 보안관 역과 <킬 빌2>에서 스페인 억양이 섞인 멕시코인 포주를 맡았다. 참으로 매번 다양한 인종을 연기했는데, 항상 다른 패턴의 연기를 보여주어 경탄을 불러일으킨다. 

  

 

7. 셜리 존슨 

바비의 권유대로 보험금을 타내기 위해, 셜리는 리오에 대한 진술을 거부한다. 가만히 듣고 있던 데일이 셜리에게 알겠다며 이야기를 하는데, 그의 이전 태도와는 달리 굉장히 냉소적이고 비꼬는 말을 한다. 

“알겠어요, 셜리. 여기까지 와줘서 정말 고맙습니다. 당신은 분명히 이 문제를 오랫동안 심사숙고했을 거예요. 언젠가 약간의 행운과 의료 기술의 발달로 리오는 깨어날 겁니다. 예전의 그 리오 말이죠. 강하고, 활동적이고... 충동적인... 당신이 여전히 사랑하는. 아마도 그 때엔 리오는 깨닫게 될 겁니다. 자신이 얼마나 훌륭한 사람과 결혼을 했는지를.” 

데일은 누군가 셜리에게 떨어질 보험금을 노리고 있다고 생각하고, 리오에게 총을 쏜 범인과의 상관관계를 생각한다. 하지만 미해결 사건은 너무 많이 벌어져있고, 혐의가 없는 리오에게까지 신경을 쓸 여력이 없다.  

"보험금을 노리는 냄새가 나요." 

   

8. 삭제장면 

"우리 엄마는 작가였어." 

시즌 1에서 제임스는 다나에게 자신의 부모 이야기를 했다. 음악가인 아버지는 작가인 어머니와 자신을 버리고 도망갔으며, 어머니는 인근 마을에서 술과 섹스에 탐닉하고 있다. 이번 화에서는 제임스의 어머니 콜린 헐리가 등장할 예정이었으나, 아쉽게도 삭제되고 말았다. 특별한 이유 때문이라기보다는 러닝타임 45분을 맞추기 위해 가장 덜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장면이 없어진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제임스와 콜린의 대화 중, 로라에 대한 언급이 있는데, 꽤 흥미로운 부분이어서 조금 옮겨 적으려 한다. 

콜린: 돛에 너 자신을 꽉 붙들어 매라, 오뒷세우스여! 로터스를 먹고 그녀를 잊어라. 그리고 계속 항해해라. 아가, 네가 빠진 위험은 넌 로라가 천사인지 아니면 네 마음을 갈기갈기 찢기 위해 지옥에서 보내진 하피인지 모른다는 거야. 내 말을 들으렴. 로라는 천사일수도 괴물일수도 있어.
제임스: 로라는 둘 다였어요. 

로터스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상상의 식물로 그 열매를 먹으면 이 세상의 괴로움을 잊고 즐거운 꿈을 꾼다고 한다. 하피 역시 그리스 로마 신화에 나오는 여자의 얼굴과 새의 몸을 가진 탐욕스러운 상상속의 괴물이다. 어머니가 작가라 그런지 인용하는 문구와 말하는 톤이 시(詩)에 가깝다. 삭제장면에서라도 볼 수 있었으면 했지만, 워낙 오래된 작품이라 유실되어 지금은 확인할 길이 없어 안타깝다.  

"엄마가 완전히 술에 취했어. 완전히 미친 것 같아." 

  

9. 로라 파머 

콜린의 등장으로 제임스와 매디가 친구 이상으로 가까워지는 계기가 마련되고, 다나가 이 모습을 보게 된다. 제임스와 다나는 매디가 로라의 분장을 했을 때부터 그들의 관계가 불안해짐을 어렴풋하게 느끼고 있었다. 

  

그렇기에 다나는 로라의 선글라스를 빌려 쓴 후 로라처럼 행동했지만, 그것은 제임스에게 역효과만을 불러 일으켰다. 제임스는 로라 같은 여자가 아닌 로라를 원했던 것이다. 이 위험한 시체에의 매혹!   

 

지금은 죽어 없는 여자에게의 이끌림과 죽은 여자를 질투하는 관계는 제임스와 다나를 점점 불안하게 만들고, 매들린 역시 자신의 정체성을 잃어버리고 로라로 여겨진다. 로라 파머의 부재는 다른 누군가를 로라 파머로 만들어 버린다. 이 사실은 또 다른 로라 파머가 살해될 것이라는 것을 암시하고 있는 듯하다. 

"사람들이 날 로라로 생각하는 것 같아요. 난 그녀가 아닌데." 

  

 

10. 다나 헤이워드 

해롤드 스미스의 부탁으로 다나는 로라의 무덤 앞에 해롤드가 준 화분을 놓는다. 그러면서 다나는 자신과 제임스에 관련한 일을 로라에게 이야기한다. 이야기라기보다는 친구 로라에 대한 분노의 표출이자 하소연이 뒤섞인 넋두리이다. 하지만, 망자는 말이없다.

   “우리 얘기 좀 해. 아마 로라 너도 알거야, 나와 제임스가 사귀는 걸. 하지만 그 일은 네가 죽은 뒤에 벌어진 일이야. 내가 너한테 설명해야할 것 같지만, 그럴 필요는 없을 것 같아. 아마 넌 우리가 전부터 느꼈던 감정을 알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거든. 넌 어떻게 그런 것에는 그렇게 똑똑할 수 있고, 다른 것에는 그렇게 멍청할 수가 있니?
   난 너 때문에 미칠 것 같아. 너하고 나하고 제임스하고 관련한 일들 때문에. 너 때문이야. 난 제임스를 사랑하는데 엉망이 됐어. 네 사촌 매디가 여기 온 이후로 심상찮은 일이 생기기 시작했고 내 생각엔 제임스와 매디 둘 다 잃을 것 같아.
   난 너처럼 되길 원했어. 네 강함과 용기를 가졌으면 했어. 하지만 네 꼴을 봐. 넌 그것 때문에 죽었잖아, 로라.
   내가 널 많이 사랑했던 것만큼, 우리는 지금까지 대부분의 시간을 네 문제를 해결하는데 보내고 있어. 제임스 문제도 아니고, 내 문제도 아니고, 매디 문제도 아니고, 네 문제 말이야. 넌 죽었는데 네 문제는 아직도 우리 주변에 맴돌고 있어. 사람들이 널 제대로 묻지 않은 건가 생각이 들 정도로 말이야!“   

 

 

11. 기억할만한 지나침   

 

“난쟁이는 찾아오지 않았나?”  

데일이 해리와 알버트에게 거인이 찾아와 세 가지 단서를 전해주었다는 이야기를 하자 알버트가 딴죽을 건다. 물론 시니컬한 농담으로 이야기한 것이지만, 시즌 2 마지막 에피소드에서 거인과 난쟁이가 함께 앉아있는 모습을 데일이 본다. 농담이 진담으로 실현되고, 진담이 농담으로 변하는 경우는 데이빗 린치의 작품에서 많이 볼 수 있는 단골 소재다. 

  

“불장난 하면서 놀아볼래, 꼬마야?” 

리랜드가 데일과 보안관에게 밥에 대해 이야기하는 일화는 시즌 2 첫 회에서 제임스가 로라에게 들었다고 한 말과 거의 흡사하다. 이것으로 미루어 로라는 면식범에 의해 살해되었음을 알 수 있다. 

 

해롤드 스미스가 사용하는 원예용 톱은 지금도 자주 사용되는 일본제품이다. (20년 전에 우리 집에서도 사용했던 바로 그 제품을 다시 보게 될 줄이야! @.@) 

 

 

12. 덧붙임  

a. 대부분 사실에 기초하여 썼고, 개개의 세부사항은 사실에 부합하지만, 이야기의 흐름에 따라 사실의 전후부분이 바뀐 경우도 있습니다. 

b. 컨텐츠 중 캡쳐 이미지에 대한 권리는 해당 저작권사에게 있습니다.  

c. Refenences
- 『
Lynch on Lynch, Revised Edition』 크리스 로들리, Faber & Faber
- 『
데이빗 린치의 빨간방』 데이빗 린치, 곽한주 옮김, 그책
- 『TWIN PEAKS #2.002』 스크립트, 4th Revisions
- <
Twin Peaks: Definite Gold Box Edition> Lynch/Frost Productions, CBS DVD, Paramount Home Entertainment
- <
Kill Bill> Miramax, 아인스엠엔엠
- 위키피디아
http://en.wikipedia.org/
- IMDB http://www.imd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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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WIN PEAKS>
               시즌 2 
               에피소드 2 (10)
               타이틀 Coma
               각본 Harley Peyton 
               감독 David Lynch 
               방영일 1990년 10월 6일 

 

 

1. 이야기 

알버트는 데일에게 자끄 르노가 질식사한 게 아니라, 누군가가 살해한 것이라 보고한다. 그리고 그는 나쁜 소식을 전해준다. 데일의 전 파트너인 윈덤 얼이 정신 병원을 탈출해 행방이 묘연하다는 것이다. 

‘무료 급식 봉사 활동’ 첫날, 다나는 트레먼드 부인에게 음식을 전한다. 부인은 손자와 함께 있었는데, 그들은 어딘가 기이하게 보인다. 트레먼드 부인은 로라에 대해 알려면 옆집에 사는 해롤드 스미스를 만나라고 얘기한다. 

로라를 죽인 범인이 밥임을 확인한 데일은 마을에 전단을 붙인다. 리랜드 파머가 그 전단을 보고 그가 누군지 알아챈다. 

벤자민 혼이 딸 오드리가 실종됐다고 해리 보안관에게 신고한다. 오드리는 ‘애꾸눈 잭’에서 로라가 이곳에서 일한 것, 그리고 아버지 벤자민 혼과 로라의 관계를 알아챈다. 

마가렛(통나무 여인)이 브릭스 소령에게 “메시지를 전달하라”는 통나무의 말을 전한다. 브릭스 소령은 자신이 수신한 “올빼미는 올빼미처럼 보이지만, 올빼미가 아니다”라고 쓰인 메시지를 쿠퍼에게 전달한다. 그날 밤, 데일은 오드리의 전화를 받지만, 곧 끊어진다. 

 

 

2. 윈덤 얼 (Windom Earle)  

시즌 2 초반에 윈덤 얼(Kenneth Welsh)의 이름이 처음으로 언급된다. 윈덤 얼은 데일의 전 파트너였으나 정신병원에 있는 상태였다. 아직 언급이 되어 있지 않지만 조금만 밝힌다면 데일이 사랑에 빠졌던 여인이 윈덤 얼과 관련이 있다. 어쨌든 윈덤이 정신병원을 탈출했다는 사실과, 알버트가 이곳 트윈 픽스에 온 이유가 로라 파머의 사건 때문이 아니라 윈덤 얼 때문이라는 점은 윈덤 얼에 대한 묘한 기대감을 불러일으킨다.  

사실 원래의 계획대로라면 윈덤은 로라의 사건이 진행되는 중간쯤에 등장했어야 할 인물이다. 하지만, ABC의 지나친 압력으로 전체 이야기가 흐트러지고, 윈덤 얼은 <트윈 픽스>의 아우라가 모두 증발하고 난 후에야 등장한다. 너무 늦은 출현에 아쉬워해야할지 아니면 드라마가 산으로 간 상황에서 뒤늦게나마 등장해 드라마를 이끈 것을 고마워해야할지, 아쉬움이 많이 남는 캐릭터다. 

 

 

3. 트레먼드 부인과 손자 

스크립트에서는 다나를 해롤드 스미스와 연결해주는 역으로 설정됐지만, 데이빗은 이들을 다른 세계(Another Place)와 현실의 인물들을 연결해주는(link) 역할로 표현했다. 실제로 이들의 집안 분위기는 불길하고 초자연적인 현상으로 점철되어 있다. 아직 정확히 언급되진 않지만, 이들은 실제 인물이 아닌 유령 같은 존재다.  

극장판 <트윈 픽스>에서 이들은 밥과 마이크와 함께 오두막(lodge)에 거주하는 존재로 나온다. 시즌 1에서 “오래된 숲에 악(惡, evil thing)이 존재한다”고 했던 말이 시즌 2에서는 ‘오두막(lodge)’이라는 구체적인 실체로 표현된다. 시즌 1에서 데일의 꿈에서만 출몰했던 이들이, 이제 점점 현실세계로 나오고 있다. 이제 이야기는 숲의 정령들이 개입하기 시작한다.  

 

3. 통조림 옥수수 (크림 콘, garmonbozia) 

다나가 트레몬드 부인에게 음식을 배달했을 때, 부인이 음식을 보고 “통조림 옥수수가 있다”며 나무란다. 스크립트에서는 단순히 ‘싫어하는 음식’으로 표현했으나, 데이빗은 이 장면을 상당히 공들여 찍었다.   


크림 콘에 대한 설명은 극장판 <트윈 픽스>에서 자세히 언급 된다. 영화에서 크림 콘은 가르몬보쟈(garmonbozia)로 불리는데, 영화의 마지막, 로라를 살해하고 오두막에 돌아온 밥을 보고 마이크가 “가르몬보쟈(슬픔과 고통)를 먹고 싶”다는 말을 한다. 이들에게 있어 크림 콘, 즉 가르몬보쟈는 고통과 슬픔 그 자체다.  

물론 이런 것은 드라마의 내러티브와 별 상관이 없다. 하지만, 평범하게 보이는 일상이 어쩌면 다른 누군가에게는 특별한 것일지도 모른다. <트윈 픽스>는 ‘나’를 중심으로 살아가는 세상을 비틀어 보여준다. 

 

 

4. 홈 엔터테인먼트 (Home Entertainment) 

이번 에피소드에서는 가장 뜨악한 장면은 제임스, 다나, 매디가 다나의 집에서 함께 노래를 부르는 장면일 것이다. 실제로 이 장면은 다른 사건이 벌어지지 않고, 제임스가 기타를 연주하고 노래를 부르면, 다나와 매디가 코러스를 넣어주는 장면으로 이루어져 있다.  

하지만 잘 들여다보면, 노래를 부르는 중간 중간, 제임스와 다나, 제임스와 매디의 시선 교환을 알아챌 수 있다. 자신도 모르게 사랑의 ‘무드’에 빠지는 순간을 데이빗은 다소 뜨악하지만 매우 로맨틱하게 그리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이 씬은 홈 엔터테인먼트의 방법을 보여준다. 데이빗이 생각하기에 이제 90년대는 거대 자본이 아닌, 집에서 스스로 음반을 만들고 영화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말하는 것일까? 21세기 들어 데이빗의 작업이 거의 수공업적인 홈 엔터테인먼트 방식으로 변화한 것을 보면, 이 씬은 의미심장해 보인다. 

 

 

5. 매디의 비전 

원래는 저번 회에서 보여줬어야 할 매디의 비전이 이번 회에서야 보인다. 저번 회에서는 형체를 알 수 없는 불길함을 느꼈다면, 이번 회에서는 ‘밥’이라는 확실한 실체로 나타난다. 갑작스레 등장하는 밥의 모습은 굉장한 공포를 불러일으키는데, 다른 장소가 아닌 익숙한 집에서 갑작스레 나타난다는 점이 그렇다. 

 

 

  

6. 로라 파머와 벤자민 혼 

오드리는 ‘애꾸눈 잭’에 온 에모리에게 로라에 대한 사실과 자신의 아버지에 대한 사실을 알아낸다. 에모리에 따르면, 로라 파머는 로넷 풀라스키와 함께 ‘애꾸눈 잭’에서 일한 적이 있다. 하지만 로라가 마약을 하고 있는 것을 발견해 일주일 만에 쫓겨났다. ‘애꾸는 잭’의 소유주는 벤자민 혼이고 벤자민은 이곳에 처음 오는 여자들과 항상 잠자리를 가진다. 그러니 아마 벤자민과 로라는 관계를 가졌을 것이다.   

아버지에 대한 배신감과 질투로 충격을 받은 오드리에게 에모리는 이렇게 이야기한다. “로라는 자신이 원하는 것을 항상 가졌어. 바로 너처럼.” 딸 같은 여자아이와 잠자리를 갖는 근친상간적 이미지는 <트윈 픽스>에서 중요한 이미지가 된다.  

 

 

7. 셜리 존슨과 바비 브릭스 

리오 존슨이 총에 맞아 의식을 잃은 상태가 되자, 바비는 셜리를 설득해 리오를 감옥에 보내지 말고 집에서 돌보자고 한다. 이유는 돈 때문이다. 리오의 보험으로 그가 감옥에 가지 않으면 한 달에 5,000달러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셜리는 리오를 진정으로 사랑했지만, 결국엔 그에게 이용만 당했다. 그녀는 그런 남편 대신 바비를 사랑하지만, 바비 또한 그녀를 이용하려고만 한다. 셜리는 어째서 이런 놈들만 걸리는 것일까? 안타깝고 안타까운 일이다. 결국 그녀가 감내해야할 인생이지만. 

 

 

8. 행복 

(남편의 보험금을 담보로) 새 삶을 살게 해주겠다는 바비의 말에 셜리는 대답한다. “난 그저 편안함을 느끼길 원해.” 그녀는 행복한 삶을 원하지 않고 편안함을 원한다. 행복과 편안함의 차이는 김수현 작가가 <내 남자의 여자>에서 지수(배종옥)의 말을 통해 정리한 바 있다.  

“행복이라는 감정은 순간 지나가는 감정이잖아. 편안한건 알맞은 온도의 목욕물에 들어앉아 있는 것처럼 느긋하고 기분 좋은 거고. 그래서 나는 행복보다는 편안한 감정이 좋아. 행복이라는 단어는 뭔가 불안해. 금방 사라질 수 있고 금방 불행으로 바뀔 수도 있고.” 

그리고 좀 엉뚱하긴 하지만, 홍상수 감독의 영화 <하하하>에서도 ‘행복’이란 단어는 찾기 힘들다. 문경(김상경)이 성옥(문소리)과 섹스를 하고, 자신의 짝이라 느끼는 순간, 그는 이렇게 얘기한다. 

“나랑 같이 (캐나다로) 가요. 거기서 내가 매일 재미있게 해줄게요.” 

문경은 행복하게 해준다는 말 대신 재미있게 해주겠다고 한다. <하하하>에서 인물들은 행복을 원하지 않는다. 중식(유준상)과 연주(예지원)가 느끼는 마지막 순간의 행복 또한, 순간적이다. 상황은 해결되지 않았고, 그들은 또 답답한 삶을 살 것이다. 영원한 행복보다는 편안하고 재미있는 ‘순간’이 더 감정적으로 와 닿는다. 

인생이 불행했던 사람들은 행복을 믿지 않는다. 셜리 역시 행복을 믿지 않는다. 영원한 행복은 어렸을 적 읽은 동화와 할리우드 영화에서나 찾을 수 있지 현실에서는 없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9. 데일의 꿈 

통나무 여인의 말을 듣고 브릭스 소령은 데일에게 메시지를 전달한다. 그의 업무는 자세히 밝히지는 않지만, 우주에서 전파를 수신하는 일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데일이 총을 맞았을 때 브릭스 소령이 수신한 메시지에는 “올빼미는 올빼미처럼 보이지만, 올빼미가 아니다”“쿠퍼”의 이름이 쓰여 있다. 

메시지를 받은 데일은, 밥과 올빼미, 로라가 사라진 순간 등의 이미지가 한데 섞이는 괴이한 꿈을 꾼다. 이 꿈은 메시지일 수도 있고, 데일의 무의식을 자극하는 원초적인 악몽으로 볼 수도 있다. 데일의 꿈은 불길한 기운을 내포한다. 

 

 

10. 기억할만한 지나침 

트레먼드 부인의 손자로 나오는 배우는 오스틴 잭 린치(Austin Jack Lynch)로 데이빗 린치의 아들이다.  

 

트레먼드 부인의 병원 음식에 대해 불만을 표시한다. 시즌 2 첫 번째 에피소드에서 데이빗은 병원 음식에 대한 유머러스한 코멘트를 남긴 바 있다. 

"간호사, 진심으로 얘기하는데, 주방에 뭐라고 말 좀 해."

"병 때문이 아니라 병원 음식 때문에 먼저 죽을지도 모르겠어."

  

 

행크의 과거에 대한 언급이 나온다. 드라마에서는 행크가 ‘북하우스 보이’ 출신이었다는 것만 밝히지만, 스크립트에서는 조금 더 자세히 진술한다. 행크와 해리 그리고 빅 에드가 서로 친구 사이였으며, 행크가 친구의 애인(노마)를 가로챈 사실 때문에 자경단원에서 쫓겨났다.   

 

리오 존슨의 모습은 <광란의 사랑>의 룰라(로라 던)의 수술 장면이 떠오른다. 

 

앤디가 루시에게 화냈던 이유가 밝혀진다. 앤디는 아이를 가질 확률이 희박하다고 하는데, 루시는 어떻게 임신할 수 있었을까? 루시의 다른 애인은 다음 회에 출현하고 이들의 관계는 기이한 삼각관계를 이룬다.  

 

 

꿈이 아닌 사실임을 알려주기 위한 장치로 쓰인 ‘반지’는 극장판 <트윈 픽스>에서 중요하게 사용된다. 

 

 

11. 덧붙임  

a. 대부분 사실에 기초하여 썼고, 개개의 세부사항은 사실에 부합하지만, 이야기의 흐름에 따라 사실의 전후부분이 바뀐 경우도 있습니다. 

b. 컨텐츠 중 캡쳐 이미지에 대한 권리는 해당 저작권사에게 있습니다.  

c. Refenences
- 『
Lynch on Lynch, Revised Edition』 크리스 로들리, Faber & Faber
- 『
데이빗 린치의 빨간방』 데이빗 린치, 곽한주 옮김, 그책
- 『TWIN PEAKS #2.002』 스크립트, 4th Revisions
- <
Twin Peaks: Definite Gold Box Edition> Lynch/Frost Productions, CBS DVD, Paramount Home Entertainment
- <
David Lynch The Lime Green Set> Absurda
- <
Twin Peaks: Fire walk with me> Lynch/Frost Productions, CIBY2000, New Line Cinema
- 위키피디아
http://en.wikipedia.org/
- IMDB http://www.imd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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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2010-05-13 12: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재미있게 읽었어요^^ 같은 영화를 봤는데, 저는 쫌 많이 심란해서 뭐라 이야기도 잘 못했거든요. 그나저나, <하하하>에 그런 대사가 나오는군요. 재미있게 해주겠다는... 그거 위험한 발언인데 말입니다.

Tomek 2010-05-14 14:33   좋아요 0 | URL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
<하하하>의 그 대사는 정말로 좋아서 그러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
 

 


               <TWIN PEAKS>
               시즌 2 
               에피소드 1 (9)
               타이틀 May the Giant Be with You
               이야기 Mark Frost & David Lynch
               각본 Mark Frost 
               감독 David Lynch 
               방영일 1990930
 

 

 

1. Season 2 

1990년 4월 8일 부활절(!) 일요일에 첫 방송을 탄 <트윈 픽스>는 드라마 뿐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커다란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방송이 끝나고 커피와 체리 파이의 매출이 늘어난 것은 물론이고, <트윈 픽스> 그 자체가 하나의 ‘문화적 현상’으로 받아들여지게 되었다. “누가 로라 파머를 죽였는가?”라는 질문은 드라마 호사가들 뿐 아니라, 시사 주간지에서도 궁금해 하는 질문이 되었다. <심슨 가족(The Simpsons)>의 패러디는 물론이고, <SNL(Saturday Night Live)>, 심지어 아이들이 즐겨보는 <세서미 스트리트(Sesame Street)>에서도 <트윈 픽스> 패러디를 볼 수 있었으니, 그 영향이 얼마나 대단했는지를 알 수 있다. 

시즌 1의 엄청난 성공으로 ABC TV는 파격적인 지원으로 시즌 2를 제작했다. 데이빗과 마크에게는 이야기를 풀 수 있는 파격적인 시간이 주어졌으나, 이런 무한정한 시간이 <트윈 픽스>에 있어서 독(毒)이 될 줄은, 그들 자신은 물론, 시청자들조차 몰랐다. 

 

2. 데이빗 린치 

<트윈 픽스> 시즌 1의 사운드 믹싱을 하고 있던 기간에 데이빗 린치는 배리 기포드(Barry Gifford)의 펄프 픽션 『광란의 사랑(Wild at Heart)』을 영화화하는 작업을 했다. 그리고 이 영화는 1990년 깐느 영화제에서 그랑프리를 받았다(이 수상에서 데이빗 린치의 작품에 적대적인 로저 이버트 옹의 야유는 꽤 유명한 일화다). 이 영화에서 <트윈 픽스>에 등장하는 반가운 얼굴들을 여럿 확인할 수 있다.  

 

마크 프로스트와 시즌 2를 작업하고 있는 와중에 데이빗 린치는 여러 광고를 작업했고(이 중 마이클 잭슨의 <Dangerous Tour Teaser>도 포함되어 있다), 그가 작업한 그림과 사진, 조각을 아우르는 첫 전시회도 가졌으며, <블루 벨벳>부터 같이 작업하고 있는 음악감독 안젤로 바달라멘티, 싱어 송 라이터 줄리 크루즈와 함께 <산업 교향곡 1번: 헤어진 연인의 꿈(Industrial Symphony No. 1: the dream of the brokenhearted)> 뮤지컬을 공연했다(이 공연은 데이빗 린치가 비디오로 녹화해 두었는데, 워너사에서 비디오로 한 번 출시된 이후론 공개되지 않다가, <Green Lime Box Set>에 포함된 형태로 DVD로 출시되었다). 글자 그대로 데이빗 린치의 전성시대이자, 데이빗 린치라는 이름이 브랜드 가치를 지니게 된 시절이었다. 

  

시즌 1에서 파일럿과 두 번째 에피소드를 감독한 데이빗 린치는 시즌 2에서 첫 번째, 두 번째 에피소드를 연속으로 감독한다. 시즌 2 첫 번째 에피소드는 로라 파머의 죽음으로부터 파생된 수많은 이야기를 다시 처음으로 봉합하는 동시에, “자, 이제 여러분이 잠시 잊고 있었던 로라 파머의 죽음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자는 데이빗 린치의 짓궂은 인사말이기도 하다. 드라마의 분위기는 불길하다 못해 사악하며, 시즌 1에서 스쳐지나갔던(하지만 정말 중요한) 밥과 제라드가 다시 등장한다. <트윈 픽스> 두 번째 시즌은, 잊을 만 할 때에 다시 본령의 세계로 돌아와 새로 시작한다.  

 

 

3. 이야기 

총에 맞아 피를 흘리고 있는 특별 수사관 데일 쿠퍼는 비몽사몽간에 거인을 본다. 거인은 로라 파머의 사건에 대한 단서를 수수께끼로 들려준다. 데일은 보안관들에 의해 발견되고, 다음날 법의학 전문가 알버트 로젠필드가 고든 콜의 지시로 트윈 픽스에 도착, 데일의 피격 사건과 로라 파머 살인 사건을 같이 조사한다. 

로라 살인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 중 한 명인 자끄 르노를 죽인 리랜드 파머는 밤사이에 머리가 하얗게 탈색 됐다. 마찬가지로 유력한 용의자인 리오 존슨은 행크 제닝스의 총에 맞아 혼수상태다. 거인의 단서와 보안관보 앤디의 조사로 리오 존슨은 이 연쇄 살인의 첫 번째 희생자인 테레사 뱅크스가 죽었을 때 감옥에서 투옥 중이었던 것으로 밝혀진다. 그는 이 사건의 알리바이가 있었고, 수사는 다시 처음으로 돌아간다. 

바비 브릭스의 음모로 마약 소지건으로 유치소에 갇힌 제임스 헐리는 로라에 대해 새로운 사실을 해리 보안관에게 알려준다. 병원에 있는 자코비 역시 로라에 대해 새로운 사실을 알려준다. 

다나 해이워드와 매기 퍼거슨은 유치소에 수감된 제임스를 대신해 독자적으로 로라의 죽음에 대해 알아본다. 그들 앞에 ‘무료 급식 봉사 활동(Meals on Wheels)'에 대해 알아보라는 쪽지가 배달된다. 

오드리 혼은 기지를 발휘해 아버지 벤자민 혼에게 자신의 정체를 숨긴다. 그녀는 ‘애꾸는 잭’에 갇힌 채, 데일이 구해주기를 기도한다. 

잠자리에 든 데일은 다시 한 번 거인을 만난다. 그리고 로라가 살해될 때 같이 있었던 로넷 풀라스키가 혼수상태에서 깨어난다. 

 

 

4. 정리 

시즌 1 마지막 에피소드에서 일어났던 수많은 떡밥들이 이번 회에서 어느 정도 정리가 된다. 문제의 해결이라기보다는, 사건 자체를 안고 이야기가 진행되는 샘인데, 데일이 총을 맞은 그 밤에 어떤 사건이 일어났는지 루시가 보고를 한다. 

루시: 리오 존슨이 총을 맞았어요. 자끄 르노는 교살 당했고요. 제재소가 불이 났고 셜리와 피트가 연기 질식을 한 상태예요. 캐서린과 조시는 행방불명이고요. 네이딘은 수면제 과다 복용으로 혼수상태에요. 

그 밖에 자코비를 공격한 괴한과 마약 건으로 갇혀있는 제임스 헐리, 데일의 수사를 돕기 위해 홀로 ‘애꾸눈 잭’에 들어간 오드리 혼, 리오 존슨을 총으로 쏜 행크 제닝스와 그를 사주한 벤자민, 제리 혼 형제들의 이야기가 진행된다. 

 

5. 로라 파머 

자코비의 집에서 훔쳐온, 로라가 죽기 전날 녹음한 테이프를 들은 제임스는 해리 보안관에게 이렇게 말을 한다. 

제임스: 로라는 항상 약에 절어서 이상한 말들을 하곤 했어요. ‘불’에 관한 시구를 읊고 나서 이런 말을 했어요. “밥(Bob)하고 같이 놀아볼래?” “밥하고 같이 놀아볼래?” “밥하고 같이 놀아볼래?”  

병원에 입원한 자코비를 찾아간 데일과 해리는 뜻밖의 말을 듣는다. 

자코비: 로라는, 본질적으로 두 개의 삶을 살던 아이었어요. 두 사람, 두 개의 자아, 이들이 문자 그대로 서로 전쟁을 벌이고 있었죠. 그러다가 로라의 선하고 사랑스런 자아가 패배하기 시작했어요. 그녀의 다른 쪽 자아가 더 강했기 때문이었죠. 그녀가 죽기 이틀 전, 내가 마지막으로 그 애를 봤을 때, 로라는 어떤 평화로운 상태에 도달한 것처럼 보였어요. 난 그때 비로소 알아챘죠. 로라가 자신의 삶을 끝내기로 결심했다는 것을.
해리: 그럼 자살이라고요?
데일: 로라는 자살하지 않았습니다.
자코비: 알아요. 내 말은, 그녀는 그녀에게 닥친 죽음을 거부하거나 피하지 않았다는 거예요. 

자코비의 이 말과 그녀에 대한 모든 진술들을 종합해보면, 로라는 정신분열을 앓고 있었으며, 그녀의 두 자아 중, 선하지 않은 자아가 이기도록 어떤 외부의 힘이 개입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무엇이 그녀를 악(惡)으로, 타락으로 이끌었을까? 애석하지만, 우리는 <트윈 픽스>에서 이 이유를 알 수 없다. 우리는 로라를 죽인 범인이 누구인지를 궁금해 할 뿐, 그녀의 죽음에 대한 이유는 관심 밖이기 때문이다. 이 대답은 드라마 종영 후 1년 뒤인 1992년에 제작된 <극장판 트윈픽스: 불이여, 나와 함께 걷자>에서 다루지만, 영화는 비평과 흥행 모두 실패하는 결과를 얻는다. 그때까지만 해도, 로라의 죽음에 대해 관심을 가진 사람은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녀의 고통에 대한 관심과 이해는 지금 역시 부재한다. 

 

6. 살해 전날 로라의 행적 

시즌 1이 끝나고 거의 4개월 만에 시즌 2가 방송이 되었기 때문에, 시청자들에게 어느 정도 사건을 정리하는 것이 필요했다. 때문에 데일은 모든 보안관들을 불러놓고 사건을 정리하기 시작한다. 스크립트에서는 데일과 알버트의 설명과 그에 해당하는 자료 화면이 오버랩 되는 형식으로 묘사되었으나, 데이빗은 데일을 한 번 찍고 책상에 놓여있는 도너츠를 계속 따라가며 그 위에 바람 부는 숲, 범행 현장인 열차가 오버랩 되는 모습으로 찍었다. 로라가 죽은 날, 로라의 행적을 시간대별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 2월 23일. 오후 2시 30분에 수업이 끝나고 로라는 학교를 떠나 더블 R 식당에 가다.
- 무료 급식 프로그램으로 더블 R 식당에서 노마에게 두 개의 포장 음식을 받고 배달하다.
- 배달이 끝나고 조시 패커드에게 가서 영어를 가르치다.
- 집에 돌아오고 부모와 함께 저녁식사를 하다.
- 오후 7시에 바비 브릭스의 집에 가서 오후 9시까지 숙제를 하다. 바비 브릭스에 의하면 윤리 숙제였다고 함. 숙제를 마치고 다시 집에 돌아옴.
- 로라는 엄마 사라에게 잘 자라는 인사를 하고 이층으로 올라감. 5분 후에 로라는 전화를 받다.
- 사라는 로라가 집을 나가는 것을 보지 못했지만, 제임스에 의하면, 로라는 제임스를 만나려고 로드하우스까지 맨발로 나타났다고 함.
- 그녀의 일기장에 “오늘밤, J를 만난다는 것 때문에 심란하다”는 글은 제임스(James) 헐리를 두고 쓴 말로 판명. 그녀는 이날 이별을 통보할 계획이었음. 이들은 제재소 근처 숲에서 약 두 시간 정도 이야기를 나눔.
- 새벽 12시 30분 스파크우드 교차로에서 로라가 제임스의 오토바이에서 뛰어내린 후 사라져버림.
- 로라는 아직 밝혀지지 않은 어딘가에서 리오 존슨을 만나고 자끄의 오두막으로 가다. 리오는 로라에게 마약을 대주었으며, 『플래시 월드』에 광고를 올려 포주 역할을 한 것으로 판명. 이 사건의 첫 번째 희생자인 테레사 뱅크스 역시 『플래시 월드』에 광고가 난 것으로 확인. 하지만, 리오는 이 사건과 연관되어 있지 않음. 테레사 뱅크스가 살해됐을 때, 리오는 감옥에 있었음. 테레사 뱅크스의 손가락에서 'T'라는 글자가, 로라의 손가락에서 ‘R'가 나온 것으로 보아 두 사건은 서로 연관이 있음.
- 리오와 로라는 펄 호수 근처 어딘가에서 자끄와 로넷을 만나 함께 산 속 오두막으로 올라가다. 이들이 올라가는 소리를 마가렛(통나무 여인)이 듣다.
- 새벽 1시에 오두막에 도착하고 이들은 약과 술에 취한 파티를 벌인다. 로라는 묶인 채로 리오와 자끄 두 명과 성관계를 맺다. 리오가 자끄의 새 왈도를 풀어주어 로라를 쪼는 것을 구경하다.
- 리오와 자끄가 서로 싸우다. 자끄는 밖으로 나가서 갑자기 기절하고, 그가 정신을 차리고 돌아왔을 때, 리오, 로라, 로넷은 모두 사라졌다.
- 마가렛(통나무 여인)은 모두가 올라간 후, ‘세 번째 남자’가 그녀의 오두막을 지나가는 소리를 듣는다. 이 사람은 자끄의 오두막에서 벌어지는 일을 모두 본다.
- 자끄와 싸운 후 리오는 로라와 로네를 오두막에 둔 채로 홀로 떠난다. 로라는 묶여 있었고, 이 ‘세 번째 남자’는 오두막에 들어선다.
- ‘세 번째 남자’는 수술용 장갑을 꼈고, 증거를 남기지 않도록 철저하고 조심스러웠다. 남자는 로라와 로넷을 열차로 데려가 다시 묶는다.
- ‘세 번째 남자’는 로네를 둔탁한 물건으로 내려쳐 정신을 잃게 한 후, 로라를 죽인다. 그리고 한 시간 정도 그만의 시간을 보낸다.

- 그 동안 로넷은 정신을 차려 열차를 벗어나 숲으로 도망친다. 그 남자는 이 사실을 몰랐거나, 로넷이 사라진 것에 대해 신경 쓰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 그는 쪽지를 남기고, 손가락에 종이를 넣고, 밖의 호수에 시체를 닦은 후, 비닐에 싸서 버린다. 그리고 로라의 시체는 바위 호숫가에서 피트 마르텔이 발견한다. 

 

7. 빅 에드 & 네이딘 

드라마의 큰 축을 이루는 두 개의 대형 삼각관계(빅 에드- 노마 제닝스 - 네이딘, 빅 에드 - 노마 제닝스, 행크 제닝스) 중 가장 큰 미스터리였던 빅 에드와 네이딘의 과거가 드디어 밝혀진다. 네이딘의 불안과 새 삶에 대한 강박, 그리고 네이딘에 대한 에드의 행동이 왜 그러했는지 밝혀지는 순간이다.  

데일: 에드, 언제 결혼했나요?
에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나서 바로요. 사실 노마와 나는 고등학교 4년 내내 사귀었어요. 모두들 우리가 잘 될 거라고 생각했고, 실제로도 그랬었죠. 당시 네이딘하고는 그저 인사만 주고받는 사이였어요. 그해 봄, 어느 주말에 노마가 행크와 같이 사라졌어요. 내 안에서 무언가 꼬이기 시작해 난 똑바로 앞을 볼 수 없었죠. 내가 정신을 차렸을 때, 내 앞에 네이딘이 서 있었어요. 그녀는 너무나... 사랑스러웠고, 내가 어찌할 수 없는 무언가를 지녔어요. 우린 밤새 달렸어요. 폭포를 지나 몬태나 주의 어느 작은 마을에 도착했을 때, 난 그녀에게 청혼했어요. 반쯤은 농담이었고, 반쯤은 술에 취해 한 얘기였고, 반쯤은 미쳤던 거지요. (...) 나중에 안 일이지만, 노마는 그 때 행크와 아무 일도 없었어요. 내가 결혼했다는 말을 들었을 때 그녀의 표정이란... (...) 우린 결혼하고 신혼여행을 갔어요. 난 아마도 그날 우리 결혼의 무효, 이혼, 뭐 그런 것들을 이야기하길 바랐어요. 하지만 네이딘은 정말로 행복해했어요.
그거 알아요? 내가 네이딘의 눈을 총으로 쐈어요. 신혼여행 첫날 우린 사냥을 나갔어요. 내가 총을 쐈을 때, 실수로 총알이 바위에 튀어 그녀 눈에 맞았어요. 그녀는 내 품에 안겨 누웠고, 난 그녀를 안고 미친 듯이 마을로 뛰어갔어요. 그녀는 그 일로 결코 울지 않았고, 날 비난하지도 않았고, 날 미워하지도 않았어요. 그리고 몇 개월 후 노마와 행크가 결혼했어요. (...) 난 운명을 믿지 않아요. 모든 일에는 원인과 결과가 있을 뿐이에요. 

셜리의 병문안을 온 노마는 네이딘을 간호하는 에드의 모습을 보고 쓸쓸히 지나친다. 적어도 이 순간만큼은 그녀가 에드의 마음에 들어갈 여지가 남아있지 않은 순간이다.  

 

 

8. 비전 (Vision) 

이번 에피소드에서는 총 6개의 비전이 나온다. 이 비전들은 각 캐릭터의 꿈, 생각, 바람 등을 표현한다. 

 

8-1. 데일의 비전 (1) 

총을 맞아 바닥에 쓰러진 데일에게 룸서비스 웨이터(Hank Worden)가 다가온다. 그는 쓰러진 데일은 아랑곳하지 않고, 자기 할 일을 하고 떠나간다(스크립트에서는 인물 묘사가 되어 있지 않았지만, 데이빗은 룸서비스 웨이터를 가는귀가 먹은 노인으로 설정했고, 이후 나오는 거인과 연결고리로 삼았다). 이런 황당하고 꿈인지 현실인지 분간이 안가는 상황에서 갑자기 거인이 나타난다. 

거인: 당신에게 세 가지를 말해 주겠소. 내 말은 다 실현될 것이니, 날 믿어요.
데일: 당신은 누구죠?
거인: 친구라 생각하시오.
데일: 당신은 도대체 어디서 나타난 거죠?
거인: 그 질문은 잘못됐어요. “그동안 어디에 있었나요?”로 물어야죠. 첫 번째로 내가 당신에게 얘기해줄 것은, “웃는 가방 속에 그가 있다.” 두 번째는, “올빼미는 올빼미처럼 보이지만, 올빼미가 아니다.” 그리고 세 번째, “그는 화학 약품 없이 가리킨다.”
데일: 이게 대체 뭔 소리죠?
거인: 이것이 내가 말해 줄 수 있는 전부요. 당신이 이 모든 것들이 실현되는 것을 알아챈다면, 다시 찾아오겠소. 우리는 당신을 돕길 원합니다.
데일: ‘우리’라니... 도대체 ‘우리’가 누구죠? 

이 수수께끼 같은 선문답에서 데일은 “웃는 가방 속에 그가 있다”라는 말의 의미를 알게 된다. 자신이 총을 맞았을 때, 자끄 르노가 죽었으며, 바로 그 자끄 르노의 시체가 비닐 백에 담긴 모습과, 지퍼가 열린 비닐 백이 ‘마치 웃는 것 같은’ 모습을 확인한다. 처음부터 그래왔지만, 사건은 점점 더 이성의 영역을 벗어나기 시작한다. 

 

 

8-2 매디의 비전 

로라의 어머니 사라 파머와 사촌 매디 퍼거슨은 아침에 거실에서 서로 대화를 한다. 매디는 지난 밤 꿈 얘기를 하는데, 바로 이 장소 눈앞에 보이는 카펫에 이상한 자국을 봤다고 한다. 꿈 얘기를 하는 와중에 갑자기 리랜드 파머가 등장을 하는데, 그의 머리색이 하얗게 탈색되어 있다. 리랜드가 나가고, 깜짝 놀란 사라가 따라가는 동시에, 매디는 꿈에서 봤던 카펫 위의 자국이 생기는 환상을 보고 비명을 지른다.  

원래 스크립트에서는 카펫 위 자국이 아니라, 사라가 봤던 밥(Bob)을 보는 장면이었는데, 데이빗은 ‘너무 직접적인 제시’라 생각했는지 설정을 바꾸었다. 아마도 이때쯤, 데이빗은 로라의 범인을 생각해 놓은 게 분명하다. 

 

8-3. 셜리 존슨과 바비 브릭스의 비전 

남편 리오 존슨에게 죽은 줄로만 알았던 내연남 바비가 병문안을 오자 셜리는 뛸 듯이 기뻐한다. 이제 이들에게 리오는 글자 그대로 ‘역사’가 되었고, 이들의 미래는 기쁨만이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런 마음에 셜리는 처음으로 바비에게 “사랑한다”고 말하지만, 바비는 조금 머뭇거리며 말한다. “나도 자길 사랑하는 것 같아.” 이 젊은 두 연인은 서로의 사랑이 교차로를 지나는 지점에 서 있다.  

 

 

8-4. 브릭스 소령의 비전 

시즌 1에서 유난히 엇나가는 모습을 보여주었던 브릭스 부자(父子)가 시즌 2에서 화해를 한다. 화해라기보다는 서로 간에 이해와 위로를 보여주는 셈인데, 언뜻 들으면 지루한 꼰대의 이야기처럼 들리지만, 곱씹어 들어보면, 세상 아들들이 아버지에게 바라는 더할 나위 없이 따듯한 위로다. 동서고금(東西古今)을 통틀어, “걱정 마, 다 잘 될 거야.”라며 등을 두드려 주는 아버지를 아들들은 얼마나 그리워했는가? 

브릭스 소령: 지난밤에 자면서 비전을 보았단다. 꿈하고는 다른 것인데, 꿈은 잠재의식에 의해 그날 있었던 사건을 분류하고 체계화하는 것이라면, 비전은 산에 흐르는 시냇물처럼 신선하고 깨끗한, 마음 그 자체를 드러내는 것이라 할 수 있지.
바비: (심드렁한 표정으로) 아, 네.
브릭스 소령: 내 비전에서 난 광대한 저택의 베란다에 있었단다. 그곳은 눈부시게 빛나는 대리석으로 만들어진 것 같이 빛나고 있었지. 난 이곳을 알고 있었어. 사실 난 이곳에서 태어났고 자랐단다. 이번이 내 첫 번째 귀향이었고, 내 존재의 가장 심연에 위치한 원천에 재회하는 것이었지. 나는 돌아다니면서 여전히 이곳이 깨끗이 유지되고 있음을 알아채고 얼마나 기뻐했는지 모른단다. 전에 비해 방도 늘어났지만, 원래 있었던 것처럼 이곳과 잘 어울렸지. 내가 그 집의 응접실로 다시 돌아가려는데, 문 밖에서 노크 소리가 들리더구나. 내가 문을 열자, 내 아들이 거기에 서 있었단다. 바비, 네가 아닌 것 같았지만, 그건 바로 너였어. 넌 행복한 모습이었고, 근심이 없어보였으며, 조화와 즐거움의 삶을 사는 것처럼 보였어. 우리는 서로 껴안았단다. 서로 껴안았을 때, 그 포옹은 따듯하고 사랑스러웠지. 바로 그 순간에 우리는 하나였단다. 내 비전은 거기서 끝이 나고, 난 너와 네 미래에 대한 긍정과 자신감으로 충만한 기분을 느끼며 깨어났지. 그게 너에 대한 내 비전이란다.
바비: (믿지 못하는 표정) 정말인가요.
브릭스 소령: 이렇게 너와 함께 이야기 할 수 있는 기회가 있어서 정말 기쁘구나. 너를 둘러싼 모든 것이 다 잘 되기를 바란다.
바비: (눈물을 흘리며) 고마워요, 아빠.  

 

8-5. 데일의 비전 (2) 

하루를 마치고 잠을 청한 데일에게 또다시 거인이 나타난다. 이번에 나타난 이유는, 무언가를 가르쳐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무언가를 일깨워주기 위해서다. 

거인: 깨워서 미안해요.
데일: 난 잠자고 있지 않았어. 난 자고 있지 않아. 고로 이건 꿈이 아니야.
거인: 당신에게 무언가를 말한다는 것을 잊어버렸소.
데일: 당신이 자끄에 관해 말한 것은 사실이었어요. 시체 비닐 백이었어요.
거인: 말 하지 말고 들어요. 한 번에 모든 대답을 찾으려 하지 말아요. 한 번에 돌 하나씩 내려놓아서 길이 만들어지는 것이니까요. 한 명이 숨은 범인을 봤습니다. 세 명이 그를 봤지만, 실체는 못 봤어요. 오직 한 사람만이 그를 봤고, 지금 얘기할 준비가 됐습니다.
데일: 로넷 풀라스키!
거인: 한 가지 더. 당신은 무언가를 잊고 있어요. 

바로 이 전 씬에서 우리는 오드리 혼이 데일에게 기도하는 모습을 보았다. 데일은 물론이고, 가족조차도 그녀의 부재를 신경 쓰지 않고 있었다. 이런 식으로, <트윈 픽스>의 4명의 젊은 아가씨들- 오드리 혼, 다나 해이워드, 셜리 존슨, 매디 퍼거슨 -은 각자의 문제에 빠지게 된다. 

 

 

8-6. 로넷의 비전 

시즌 1 파일럿에서 충격적인 모습으로 등장한 이후로 시즌 1 내내 혼수상태에 빠져있던 로넷 풀라스키가 드디어 깨어난다. 그녀가 깨어나는 모습은 가히 충격적이다 못해 <트윈 픽스>를 보던 수많은 시청자들을 거의 ‘실신’상태로까지 몰고 갔다. 이때의 반향이 워낙에 대단해서 아직까지도 <트윈 픽스>의 장르가 ‘공포’라 생각하는 사람들이 꽤 될 정도로 잊지 못할 명장면 중 하나다.  

사실 스크립트에서 이 부분의 묘사는 굉장히 단출하다. 꽤나 평이한 구성과 묘사로 이루어져 있는데, 데이빗 린치의 섬세한 터치로 새롭게 태어난 킬러씬이다. 원래의 스크립트 묘사와 결과물을 서로 비교하면서 데이빗 린치의 창조의 비밀을 슬쩍 엿보는 재미도 꽤 솔찬하니 한 번 훑어보기로 한다. 

77. 실내. 병원 복도 - 밤
고요하고 어두운 복도로 카메라가 움직인다. 디졸브. 

78. 실내. 병실 - 밤
중환자실 침대에 누워있는 로넷 풀라스키 쪽으로 카메라를 움직인다. 그녀는 잠에서 깨어난 것처럼 조금씩 움직인다. 카메라가 그녀의 의식 속으로 들어가는 것처럼 움직인다. 디졸브. 

79. 실내. 기차 - 밤
플래시백: 로넷의 시점; 소리와 화면이 왜곡되고 낯설어 보인다. 카메라는 그녀가 보는 것을 본다.
로라가 객차 바닥에 무릎을 꿇고 있다.
수술 장갑을 낀 두 손이 신경질적으로 작은 먼지 더미를 만들고 있다.
피가 떨어진다.
한 손으로 로라 목에 걸려있는 반쪽짜리 하트 목걸이를 떼어낸다.
피로 메모장에 글을 쓴다.
무거운 렌치를 들고 카메라 쪽으로 다가온다.
렌치가 위협적으로 카메라 위로 들려진다.
회색 머리의 밥이 보인다. 그는 렌치를 아래로 내려친다. 장면전환. 

80. 실내. 병실 - 밤
로넷의 눈이 떠지고 미칠 듯이 주위를 둘러본다. 그녀는 비명을 지른다. 그녀는 혼수상태에서 깨어났다. 암전. 
 

 

 

9. 기억할만한 지나침 

원래 스크립트에는 없는 부분이었지만, 데이빗은 데일의 독백을 과감하게 줄여버리고, 대신 티베트와 달라이 라마에 대한 이야기를 집어넣었다. 데이빗 린치의 티베트 사랑에 대한 글을 참조하려면 시즌 1 두 번째 에피소드를 참조하시기를. 

 

자끄가 죽었을 때, 어떤 특별한 일이 있었는지 자코비에게 묻자, “무언가 탄 엔진 오일 같은 냄새가 났다”고 얘기한다. 이 단서는 <트윈 픽스> 마지막 에피소드에서 다시 한 번 중요하게 반복된다. 

 

해이워드 집안에 초대를 받은 파머 부부는 가족의 환대에 고마워한다. 그러다 리랜드가 노래를 부르는데, 이 노래는 1950년 찰스 월터스 감독이 연출하고 주디 갈랜드와 진 켈리가 주연한 <썸머 스톡(Summer Stock)>에 삽입된 노래다. 충분히 존재감 있는 기성곡을 자기 영화에 삽입하고 다른 사람이 도저히 쓸 수 없게 인상적인 장면을 만드는 것은 분명 감독의 힘이라 볼 수 있다. 기성곡을 존재감 있게 쓰는 감독은 스탠리 큐브릭, 데이빗 린치, 왕가위를 제외하고는 아직까지는 없는 듯하다.  

 

 

10. 위령시(慰靈詩) 

파일럿에서 시를 쓰는 모습으로 잠시 출현했던 다나의 동생 해리엇 해이워드(Jessica Wallenfels)가 이번 회에선 로라를 위한 위령시를 낭독한다. 아마도 데이빗의 작품이 분명한 이 짧은 시는 로라와 그녀의 부모에게 작은 위안이 되는 순간이다. 

  

               그것은 로라였네
               그리고 난 그녀가 빛나는 것을 보았네
               어두운 숲 속에서
               난 그녀가 미소 짓는 것을 보았네
               우린 모두 울고 있었지만 난 보았네
               그녀가 웃는 모습을
               우리가 슬픔 속에서 난 그녀가 춤추는 것을 보았네
               그것은 내 꿈속에서 살고 있는 로라였네

               그것은 로라였네
               그 빛나는 것은 생명
               그녀의 미소는 말을 하네
               울어도 괜찮다고
               숲은 우리의 슬픔
               춤은 그녀의 부름
               그것은 로라였네
               그리고 그녀는 내게 작별의 입맞춤을 하러 왔네

 

 

11. 덧붙임  

a. 대부분 사실에 기초하여 썼고, 개개의 세부사항은 사실에 부합하지만, 이야기의 흐름에 따라 사실의 전후부분이 바뀐 경우도 있습니다. 

b. 컨텐츠 중 캡쳐 이미지에 대한 권리는 해당 저작권사에게 있습니다.  

c. Refenences
- 『
Lynch on Lynch, Revised Edition』 크리스 로들리, Faber & Faber
- 『
데이빗 린치의 빨간방』 데이빗 린치, 곽한주 옮김, 그책
- 『TWIN PEAKS #2.001』 스크립트, 4th Revisions
- <
Twin Peaks: Definite Gold Box Edition> Lynch/Frost Productions, CBS DVD, Paramount Home Entertainment
- <David Lynch The Lime Green Set> Absurda

- 위키피디아
http://en.wikipedia.org/
- IMDB http://www.imdb.com/  

d. 다음 글은 5월 12일 오전 9시에 올라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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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WIN PEAKS>
               시즌  1    
               에피소드  7 (8)
               타이틀  The Last Evening
               각본  Mark Frost
               감독  Mark Frost 
               방영일  1990년 5월 23일
 

 

   
                 <지난 회 보기>
               0. Prologue - Chaos
               1. Pilot (aka Northwest Passage)
               2. Traces to Nowhere   
              
3. Zen, or the Skill to Catch a Killer
               4. Rest in Pain
               5. The One-Armed Man
               6. Cooper's Dreams
               7. Realization Time
 
   

 

 

1. 이야기  

   자코비의 병원에 찾아간 제임스와 다나는 로라의 테이프와 목걸이를 발견한다. 자코비는 로라로 변장한 매들린을 보고 놀라지만, 누군가 자코비를 공격한다. 

   '애꾸눈 잭'에 잠입한 데일은 자신이 리오 존슨의 물주라 하면서, 중간 유통책 없이 자신과 거래를 하자고 얘기한다. 그 말에 혹한 자끄는 국경을 넘고, 잠복하던 경찰들에 잡힌다. 

   벤자민 혼의 명령을 받은 리오는 자신을 배반한 부인 셜리와 함께 재제소를 불태운다. 벤자민은 행크에게 전화를 걸어 "계획대로 진행하라"고 한다. 행크는 캐서린에게 전화를 걸어, "당신이 찾는 것은 재제소에 있다"고 한다. 

   행크와 조시 사이에 모종의 거래가 있었고, 조시의 전 남편에 대한 사고사를 포함한 일련의 살인 사건이 그녀와 관련이 있다. 

   '애꾸눈 잭'에 (스스로) 잠입한 오드리는 데일을 봤지만 아는 척을 못한다. 그녀는 방에서 손님을 맞을 준비를 하고 있다. 

   사건이 해결한 데일이 호텔방에 들어가자 누군가 문을 두드린다. 데일이 문을 열자, 누군가가 데일을 향해 총을 겨누고 있고, 데일을 향해 총이 발사된다. 

 

 

 

2. 로라의 상처 

   실제로는 아무런 해결도 없지만, 시즌 1의 마지막 회다보니 어느 정도 벌린 사건들을 마무리 짓는 모습들이 보인다. 우선 로라 파머 부검 당시 어깨에 난 상처와 위에서 발견된 칩 조각이 어떤 경위로 생기게 됐는지 모르던 차에, 데일의 기지로 범행의 용의자인 자끄로부터 설명을 듣는다.  

 

데일: 한 가지만 더 물어보죠, 자끄. 리오가 내게 그날 밤에 벌어진 모든 이야기를 해줬는데, 그 깨진 칩에 대해선 얘기하지 않았어요. 그날 무슨 일이 벌어진거죠?
자끄: 그건 그 빌어먹을 새 때문이었어요.
데일: 새요?
자끄: 그 새는 로라를 좋아했어요. 항상 로라 이름을 지저귀곤 했죠. 마치 사랑에라도 빠진 것처럼. 그래서 우리는 새도 우리 놀이에 포함시켰죠. 여자애들은 모두들 절정에 다다르고, 모두들 거의 미쳐있었던 것 같아요.
데일: 당신과 로라와 로네 말이죠.
자끄: 리오가 그 새를 새장에서 꺼내서 그녀 어깨에 올려놓았어요. 로라는, 꽁꽁 묶여 있었죠. 걘 그렇게 묶여 있는 것을 좋아했거든요. 그 새는 로라 어깨를 쪼기 시작했어요. 쿡쿡 쪼아댔죠, 섹스할 때 하는 것처럼. 내 말 무슨 말인지 알죠? 그러니까 리오가 로라를 괴롭힌 거예요. 그리고 로라는, 그 빌어먹을 새 때문에 비명을 질러댔죠. 그러자 리오가 칩을 하나 꺼내더니 로라 입에 집어넣고 얘기했어요. "꽉 깨물어, 아프면 꽉 깨물라고."
데일: (...) 자세히 알려줘서 고마워요. 

    

어깨 상처는 어떤 동물에게 물린 것으로 판명낫네.

위에서 발견된 것은 포커 칩의 한 부분이야.

 

 

3. 로라의 테이프 

   첫 화에 나왔던 로라의 숨겨진 테이프에 대한 내용이 이제서야 공개된다. 그 테이프에 관심이 있었던 것은 로라가 죽기 전날에 녹음한 것이기 때문이고, 또 로라가 언급한 "미스터리한 남자"에 대한 내용이 있기 때문이다. 로라의 옛 애인인 제임스, 로라의 가장 친한 친구인 다나, 로라의 사촌인 매들린은 자코비의 방에 있던 테이프를 가져와 듣는다. 

 

   
  안녕, 잘 지냈나요, 선생님? 저 로라에요. 물론 제가 누군지 진즉에 아셨겠지만요. 오늘은 23일 목요일이고, 전 너무 지루해요. 실은, 전 좀 이상한 기분에 빠져있거든요. 아, 제임스는 정말이지 달콤하지만, 너무 멍청해요. 그래서 이제부턴, 그 달콤함만 사랑하려 해요. 선생님, 전에 내가 얘기한 미스터리한 남자 기억나요? 내가 그 사람 이름을 말한다면, 아마도 우린 굉장히 곤란해질거예요. 그 사람은 더 이상 그런 미스터리한 남자가 될 수 없을 것이고, 아마 선생님도 죽을지 몰라요. 내 생각에 그 사람은 여러번 날 죽이려고 했어요. 하지만 그거 알아요? 선생님도 알다시피, 난 확실히 그 사람과의 섹스에 빠져있어요. 섹스란 참 이상하죠? 이 남자는 정말로 날 흥분시켜요. 빨간 코벳 스포츠카에 앉아있는 것처럼.   
   

  

 

   누군가의 비밀을 들쳐본다는 것은 관음증적인 쾌감이 동반하지만, 그와 동시에 상처받을 준비도 해야한다. 이들은 로라를 죽인 범인을 찾기 위해 이런 방법을 택했지만, 동시에 본인과 로라에 대한 치부 또한 감내해야만 했다. 다른 사람의 일기장을 들추어 볼 때는 그만한 각오를 해야 하는 법이다. 

 

  

4. 조시 

   전 회에서 데일은 사랑에 빠져 상황을 객관적으로 보지 못하는 해리 보안관에게 충고를 건넸다. 물론 해리는 그 의심을 부인했고, 데일 또한 해리의 의견을 존중했다. 하지만, 이번 회에 드러난 그녀의 과거, 즉 그녀와 행크와의 커넥션은, 착하고 여리며, 이민자이자 아웃사이더이고 남편을 사고로 잃은 불쌍한 미망인의 이미지를 한 번에 날리게 한다. 좀 길지만 이들의 대화를 인용한다.  

 

조시: 이게 전부야.
행크: 아주 관대하시군, 조시. 내가 감방에서 종일 앉아 생각해봤는데 말야, 이 9만 달러가 모든 돈의 기준처럼 느껴지더라고. 계속 생각하게 되고 말야. 정말 웃기지. 출소하고 나니까 말이지, 잘 모르겠지만, 왠지 모르게 좀 아닌 것 같은 생각이 드는거야.
조시: 우린 계약을 맺었어.
행크: 내가 이걸 계속 생각해보니까, 그러니까 내 말은, 우린 똑같은 삶을 살고 있다는 거야. 그리고 우린 수많은 세월을 움직이고 숨을 쉬어가며 살아왔지. 이건 동양철학에 관한 책에서 읽은 거야. 내가 감옥에 있을 때 읽었지. 그리고 아마도 어디에 있는 누군가는 우리가 함께한 시간을 알고 있지 않을까.
조시: 난 모르겠는데, 당신은 그런가봐?
행크: 한 남자가, 삶의 어떤 일부분, 예를들면 18개월, 을 포기할 때, 그 사람은 그 시간에 어떤 가치를 부여할까? 18개월, 9만 달러, 그게 뭐지? 한 달에 5천 달러인가? 흠, 당신이 40년이나 50년 형을 받게 된다면 그리 나쁘진 않은 계산이군. 하지만, 형을 그렇게 받았는데, 만약 당신이 고작 20년을 산다면? 아니면 10년? 아니면 어떤 예기치 못한 사건으로 당신이 내일 죽는다면 어쩌지? 보트 사고로 죽은 당신 전남편 앤드류처럼 말야. 아니면, 당신이 막 출소했는데, 아주 엄청난 범죄에 연루된 것을 부인하기 위해 계약의 일부로 자동차 살해범을 편든다면? 엄청난 범죄, 살인말야. 어떤 식이든, 당신은 이 일에 책임이 있어. 지금 이런 협박은 지금까지 얘기한 사실이 드러날 수도 있지. 그리고 내 말은 당신 삶에서 10년, 15년, 20년을 떼어낼 수 있어. 그래서 난 자문해왔지. "감옥에서의 18개월은 실제로 얼마일까?"
조시: 우린 계약을 맺었어.
행크: 자기 말대로 우린 여전히 계약 중이지. 그래서 우린 우리가 동의한 모든 것들에 대해 조심해야 해. 봐, 당신은 돈을 더 가지고 싶어할 뿐이고, 난 내 잃어버린 시간을 원할 뿐이야. 당신도 알겠지만, 감방엔 이런 격언이 있어. 동양 철학이 아니라, 내 신조와 비슷한 말이야. 한 번 누군가와 계약을 맺으면, 그 계약은 평생을 가는 것이다. 결혼처럼 말야. 안 그래, 파트너?
  

 

사슴 머리 박제 앞에 행크가 서 있어서 마치 행크의 머리 위에 뿔이 난 것처럼 보인다. 이 장면에서 행크는 뿔달린 악마처럼 조시를 악(惡)으로 밀어 넣는다. 그녀의 모습에 로라 파머의 모습이 겹쳐진다.

 

   이미 벌어진 사건과 예전에 묻혀 있었던 사건이 드러나면서, 마을을 둘러싼 불길한 기운은 점점 더 본색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5. 캐서린 & 피트 

   드라마가 진행되면서, 이들 부부만큼 전형적인 부부사이가 없었다. 부잣집 망나니같은 드센 부인과 그에 반해 순진한 남편. 이들의 과거가 마지막회에서 드러난다. 솔직히 캐서린이 남편 피트에게 도움을 청하는 모습은 그렇게 진실해보이진 않지만, 그 또한 그녀의 솔직한 모습으로도 보인다. 그녀는 남편 피트에게 진심으로 도움을 요청한다.  

 

캐서린: 피트, 우리가 서로에게 상처줬던 말이나 행동은 제발 잊어버려.
피트: 지금 한 것도? 전처럼 잠깐 잊어버리지 뭐.
캐서린: 우리 결혼 생활이 순탄치 않은 것 알아. 하지만, 우리 사이에 결혼 생활을 유지시켜준 어떤 것들이 있었잖아. 당신은 날 사로잡은 남자. 고양이처럼 나무 위를 뛰어다녔던 벌목꾼.
피트: 당신은 언덕 위 큰 저택에 사는 사장의 여동생이었고.
캐서린: 한 여름의 불장난. 그리고 우린 결혼했잖아.
피트: 캐서린.
캐서린: 피트.
피트: 그 때 언덕 위의 그 집에서 당신을 데리고 오지 말았어야 했는데. 물론 난 그 집에 대해 어떤 불만도 없소. 나로서는, 내 모든 어리석은 짓을 통털어, 날 버티게 해 줄만큼 품격이 넘쳐나는 한 사람에게 구애했다는 사실이 내 최고의 기쁨이었으니까. 그 후로 모든 상황이 당신에겐 쉽지 않았었지.
캐서린: 피트, 만일 우리가 싸워서 생긴 상처에, 우리가 서로에 대해 느껴온 감정에 대한 희미한 조각이라도 있다면, 지금 그걸 느껴보라고 부탁할께.
피트: 왜? 정확히 의도가 뭔데?
캐서린: 왜냐하면, 내가 지금 곤란한 상황에 빠졌으니까! 그리고 내가 지금까지 살아온 행동과 내가 사람들을 대한 방식으로는 아무도 날 도와줄 사람이 없으니까. 도와줘.
  

 

(저 불 속에 갇혀있는) 캐서린은 여전히 내 부인이라고. 

 

   캐서린의 이런 모습은 피트로 하여금 불구덩이에 뛰어들게 하는 감동적인 장면을 만들어내게 한다.  

 

 

6. Cliffhanger (떡밥 결말) 

   시리즈를 만든 데이빗과 마크는 애당초 더 긴 시간을 원했지만, ABC의 소극적인 모습 때문에, 고작 7편만 제작할 수 있었다. 당연한 일이지만, 데이빗과 마크는 이 드라마를 더 길게 이어나가고 싶어했다. 그래서 그들은 시즌 마지막을 지금까지 벌어진 사건을 정리하기 보다는, 사건을 더 만들어내기로 결정했다. 이들이 택한 결말은 다음과 같다. 

① 자코비가 심장마비로 병원에 입원한다.  

 

② 로라 파머의 살인 사건의 용의자인 자끄 르노가 체포할 때 총에 맞아 병원에 있게 된다. 로라의 아버지 리랜드 파머가 자끄를 죽인다.  

 

③ 데일을 위해 스스로 매음굴에 들어온 오드리는 첫 손님으로 아버지 벤자민을 맞는다. 

 

④ 리오는 바비를 죽이려다 행크의 총에 맞는다. 

 

⑤ 자끄를 체포할 때 자끄를 총으로 쏜 앤디는 소원해진 루시와 화해를 한다. 그녀는 앤디에게 "임신했다"고 얘기하고 앤디는 충격을 받는다. 

 

⑥ 네이딘은 발명품 특허를 받지 못해 약을 먹고 혼수상태에 빠진다. 

 

⑦ 바비 브릭스의 익명 신고로 제임스는 마약 소지로 체포된다. 

 

⑧ 행크의 전화로 제재소에 간 캐서린은 묶여 있는 셜리를 구해준다. 그러나 불길이 그녀들을 덮친다.   

 

⑨ 호텔에 돌아온 데일은 전화를 받는다. 그 때 누군가 문을 두드리고 데일이 문을 열자 총구에서 불이 뿜어져 나오고 데일이 쓰러진다. 

 

 

7. 기억할 만한 지나침 

 

   부인 말을 우습게 여기고 심지어 손지검까지 하는 리오는 의외로 순애보적인 모습을 보인다. 자신에게 총을 들이댔다는 사실보다, 자신을 속이고 외도를 벌였다는 사실이 더 가슴아프게 느껴지는 것 같다. 하지만 그렇다고 부인을 죽이려는 것 까지는 그렇지 않은가? 소유하지 못하면 없애버리는 것이 리오의 본성이자 성격은 아닌지... 리오의 순애보적인 행동은 시즌 2에서도 엿볼 수 있다. 

 

<샤이닝> 잭 토런스

<풀 메탈 자켓(Full Metal Jacket)> 고머 파일

   리오가 바비를 노려보는 모습과 도끼로 쳐 죽이려는 모습은 <샤이닝>의 잭 토런스(잭 니콜슨)을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그의 생김새를 보면 <풀 메탈 자켓>의 고머 파일(빈센트 도노프리오)를 떠올리게 한다. 뭐 명배우들과 비교하는 것이라 리오 존슨도 그다지 기분 나쁘지는 않을 듯 하다. ^.^; 

 

   리오가 총을 맞는 장면은 극 중 극 <사랑으로의 초대>와 겹쳐진다. 제러드와 채트를 몰락시키려던 몬태나의 계획은 결국 수포로 돌아가고, 몬태나는 채트의 총에 맞아 죽음을 맞는다. 시즌 1을 끝으로 <사랑으로의 초대>는 더이상 <트윈 픽스>에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에머랄드와 제이드는 어떻게 되었을까? 

 

   의문의 보험 증서를 받았을 때도, 목숨이 왔다갔다하는 촌각을 다투는 순간에서도 캐서린은 "생각"을 한다. 그녀의 성격이 어찌됐건 간에, 그녀는 자신에게 닥친 상황을 냉정하게 판단하는 능력이 있다. 그리고 이런 생각에 관한 에피소드는 20여년이 지난 바다 건너에서도 재연되고 있다. 

<극장전> 김동수

 

 

 

8. 덧붙임   

a. 대부분 사실에 기초하여 썼고, 개개의 세부사항은 사실에 부합하지만, 이야기의 흐름에 따라 사실의 전후부분이 바뀐 경우도 있습니다.     

b. 컨텐츠 중 캡쳐 이미지에 대한 권리는 해당 저작권사에게 있습니다.     

c. Refenences      

- 『Lynch on Lynch, Revised Edition』크리스 로들리, Faber & Faber
- 『
데이빗 린치의 빨간방』데이빗 린치,  곽한주 옮김, 그책
- <
Twin Peaks: Definite Gold Box Edition> Lynch/Frost Productions, CBS DVD, Paramount Home Entertainment
- <The Shining> Warner Bros.
- <Full Metal Jacket> Worner Bros.
- <극장전> 전원사, 청어람

- 위키피디아
http://en.wikipedia.org/
- IMDB http://www.imdb.com/   

d. 다음 글은 한 주 쉬고 4월 28일 오전 9시에 올라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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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WIN PEAKS>
               시즌  1    
               에피소드  6 (7)
               타이틀  Realization Time
               각본  Harley Peyton
               감독  Caleb Deschanel 
               방영일  1990년 5월 17일
 

 

   
                 <지난 회 보기>
               0. Prologue - Chaos
               1. Pilot (aka Northwest Passage)
               2. Traces to Nowhere   
              
3. Zen, or the Skill to Catch a Killer
               4. Rest in Pain
               5. The One-Armed Man
               6. Cooper's Dreams
 
   

 

 

1. 이야기  

   데일은 자신의 방에 들어온 오드리를 잘 설득한다. 아침에 보안관 사무실에서 데일은 자끄의 애완새 왈도가 말을 하기를 기다리며 리코더를 켜놓는다. 루시는 앤디에게 여전히 쌀쌀맞게 군다. 

   향수 매대에서 일을 하는 오드리는 백화점 매니저 에모리 배티스(Dan Amendola)의 이야기를 몰래 듣고 '애꾸는 잭'에 잠입을 시도한다. 

   매디와 제임스, 다나는 로라의 방에서 찾은 테이프를 듣는다. 그 테이프의 내용이 자코비 의사와 관련이 있는 것을 알고 그들은 자코비를 유인할 계획을 세운다. 

   캐서린 마르텔은 자신의 앞에 든 생명 보험의 상속인이 조시 패커드로 되어있는 것을 알아채고, 숨겨둔 이중장부마저 없어진 것을 알아채자 벤자민 혼과 조시 패커드를 의심하기 시작한다. 

   데일은 빅 에드와 함께 '애꾸는 잭'에 잠입한다. 그들은 그곳에서 로라를 살해한 용의자인 자끄를 만난다. 그와 동시에 오드리도 마담 블래키의 면접을 끝마치고 그곳에서 일을 하기로 한다. 오드리의 아버지 벤자민 혼과 삼촌 제리 혼이 노르웨이 사업단을 이끌고 '애꾸는 잭'으로 갈 준비를 한다. 

   총을 맞은 리오는 바비가 셜리와 만나는 것을 보고 총을 쏘려 한다. 그런데, 자끄의 애완새가 보안관 사무실에 있다는 사실을 알고 계획을 수정, 새를 쏘아 죽인다. 리코더에는 무언가가 녹음이 되어 있었는데, '리오'가 언급되어 있다. 

   매디는 로라로 변장을 하고 자코비를 유인한다. 그 시간을 틈타 다나와 제임스가 자코비의 사무실을 뒤진다. 바비가 제임스의 오토바이에 마약을 넣는다. 혼자남은 매디를 어떤 누군가가 몰래 지켜보고 있다. 

 

 

 

2. 언더커버 (Undercover) 

   이번 회에서는 두 개의 잠입이 진행된다. 하나는 데일 쿠퍼의 '애꾸눈 잭' 잠입이다. '애꾸는 잭'은 국경 너머 캐나다에 있다. 데일은 FBI에 소속되어 있기에, 그가 수사를 진행하려면 상당히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한다. 그는 사건 수사를 위해 '불법'을 저지른다. 데일은 자경단원인 빅 에드와 함께 부유층으로 변장을하고, '애꾸는 잭'에 잠입을 한다. 그 곳에서 그는 중요한 용의자인 자끄를 만난다. 

   다른 하나는 오드리 혼의 '애꾸눈 잭' 잠입이다. 데일 쿠퍼에 대한 오드리의 맹목적인 사랑은 이번 에피소드 초반에 벌어진 일 때문에 더욱 더 탄탄하게 된다. 그녀는 친구 로라의 죽음보다는 로라에 대한 아버지 벤자민 혼에 대한 의심을 확인하고, 사랑하는 데일의 수사에 도움을 주기 위해 스스로 매음굴에 빠져든다. 정말 대단한 '파워 오브 러브'다.  

 

 

3. 현기증 (Vertiogo)

   제임스와 다나, 매디는 로라의 방에서 찾은 테이프를 듣는다. 테이프는 로라가 자신의 이야기를 자코비 의사에게 남긴 내용이다. 비슷한 내용들의 연속인데, 이 중에서 테이프가 하나 비어있는 것을 확인한다. 날짜는 2월 24일. 로라가 죽은 바로 그 날이다. 제임스와 다나는 자코비를 의심한다.  

   그들은 매디를 로라로 변장시키고 자코비를 사무실에서 끌어낼 계획을 짠다. 자코비가 로라(변장한 매디)를 보러오는 사이에 제임스와 다나가 자코비의 사무실을 수색한다는 계획인데, 이론상으로는 그럴듯해 보이지만, 상당히 위험한 계획이다. 왜냐하면 매디는 그 밤중에 혼자 남아서 자코비를 상대해야하기 때문이다. 

   매디가 로라로 변장을 한 모습은 자코비를 흔들리게 하지만, 로라를 사랑했던 제임스의 마음마저 흔들리게 한다. 로라의 죽음으로 연결됐던 제임스와 다나는 로라의 등장으로 흔들리기 시작한다.

   어쨌든 계획은 성공했고, 매디는 홀로 유령처럼 제임스와 다나가 돌아오기를 기다린다. 그런데 어떤 불길한 시선이 그녀를 바라보고 있다. 

 

 

 

4. 빅 에드 & 네이딘 

   무소음 드레이프 러너의 특허 신청을 거부당한 네이딘은 더할나위 없는 절망에 빠진 상태다. 남편인 빅 에드는 어떻게든 네이딘을 달래보려 하지만, 그녀의 상심은 굉장히 커 보인다. 네이딘은 남편과 노마가 같은 마을에 산다는 것을 불안해하고 있으며,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삶을 살아가길 기대한 것 같다. 그녀가 이상한 발명에 탐닉해온 것은, 그것으로 돈을 벌어 과거를 잊어버리고 새로운 삶을 살기 위해서다. 그런데 문제는 그 '새 삶'을 물질에서 얻으려고 하는 것이다. 새 TV와 모터보트가 네이딘에게는 새 삶을 살 수 있는 조건이라 여기는 것 같다. 인간과 인간의 교감에서 얻는 것이 아니라, 물질에서 얻는 만족. 이런 네이딘도 안쓰럽지만, 아내를 계속 자기만의 세계에 머물게 하는 빅 에드 또한 문제가 있어 보인다.  

 

빅 에드: 힘내, 여보. 그렇게 나쁜 상황은 아니잖아.
네이딘: 당신은 얼마나 상황이 나쁜지 몰라요. 당신은 내가 우리를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 몰라요.
빅 에드: 알아.
네이딘: 새 텔레비전, 내가 살 수 있었죠. 난 모터보트도 벌써 봐버렸는 걸요. 이제는 그것들을 살 수 없게 됐어요. 우리를 이끌어줄 새 삶이었는데.
빅 에드: 네이딘, 세상에 넘치는 게 특허 변리사들이야. 드레이프 러너를 이해해주는 변리사를 찾을 때까지 계속 찾아보자고.
네이딘: 거절당했어요. 그게 그 사람이 얘기한 거에요. 누구를 찾아가건 모두들 그렇게 이야기할 거에요.
빅 에드: 네이딘, 포기하지마, 제발 그러지마. 

 

   빅 에드는 사랑에 대해선 식물같은 우유부단한 성격을 지닌 것처럼 보이지만, 조금만 들여다보면, 노마와 네이딘에게 상처받지 않기 위해 이기적으로 행동한다다. 그는 잘 포장된 나쁜 남자다.  

 

 

 

5. 데일 & 오드리 

   데일과 오드리는 드라마 설정상 여러번 연결될 뻔 했다. 특히, 로라를 죽인 범인이 잡히고 드라마가 산으로 가기 시작했을 때, 작가들이 그 해결책으로 데일과 오드리의 러브라인을 강력히 주장했으나, 데일을 연기한 카일 맥라클란과 오드리를 연기한 셔릴리 펜의 극렬한 반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서로 사이가 좋지 않아서라기 보다는, 고등학생과의 연애는 데일의 반듯한 캐릭터에 맞지 않아서이다. 게다가 시즌 1과 시즌 2 초반에 보인 오드리에 대한 데일의 감정이 급격히 변화된다면 맞지 않을 것이다. 이번 회에서 보여준 데일과 오드리의 상황과 대화는 이들이 '조금 더 특별한 사이'의 친구로 남을 것이라는 여지를 보여주지만, 데일에 대한 오드리의 순애보는 정말이지 보는이의 절창을 뜯는다. 

 

데일: 오드리, 당신은 고등학생이에요. 나는 FBI 요원이고요.
오드리: 그래서 나보고 나가라는 거예요 아님 뭔가요?
데일: 오드리, 내가 원하는 것과 내가 필요한 것은 서로 다른 것들이에요. 일단 기관에 들어가게 되면, 살아가면서 지켜야하는 가치를 따른다는 선서를 하게 됩니다. 이런 행동은 옳지 않아요, 오드리. 우리 모두 다 알죠.
오드리: 제가 싫으세요?
데일: 난 당신이 정말 좋아요. 당신은 아름답고, 지적이고, 탐이 날 정도로 매력적이죠. 당신은 남자들이 생애 바라는 그런 여자에요. 하지만, 지금 당장 당신이 필요한 것은, 그 무엇보다도 친구에요. 당신 말을 들어줄 친구.
오드리: 친구라...
데일: 난 내려가서 우리 둘이 먹을 것을 준비할게요. 그런다음 당신의 문제를 전부 내게 말해요.
오드리: 밤을 샐지도 몰라요.
데일: 밤은 깁니다. 난 내려가서 준비할테니, 이제 옷 좀 입어요.
오드리: 내 비밀을 전부 말하지는 않을 거예요.
데일: 비밀은 위험한 것이에요, 오드리.
오드리: 수사관님은 비밀이 있나요?
데일: 아니.
오드리: 로라는 비밀이 많았어요.
데일: 그런 것들을 알아내는 것이 내 일이죠. 
 

 

 

6. 왈도 

   로라가 로네와 함께 리오, 자끄와 난교를 벌인 오두막에서 데려온 앵무새 왈도는 로라가 죽던 날 현장에 있던 유일한 증인이다(로네는 아직도 코마상태고 자끄와 리오는 도주 중이다). 리오는 바비가 아내 셜리와 함께 있는 것을 확인하고 바비를 죽이려 하는데, 도청하는 보안관 무전에서 앵무새가 보안관 사무실에 있다는 사실을 듣자, 자리를 뜬다. 비오는 밤에 리오는 왈도를 쏴 죽인다. 왈도는 어떤 굉장한 비밀을 목격했음이 틀림없다. 왈도가 죽기 전, 리코더에 왈도의 말이 조금 녹음되었는데, 그 짧은 내용이 로라의 죽음에 리오와 자끄가 깊숙히 연관되어 있다고 생각하게 만든다. 

   
                  로라, 로라. 
                안녕, 왈도. 
                로라, 로라. 거기 가지마. 
                아파. 아파. 
                그만해. 그만해. 그만해. 
                리오, 하지마. 리오, 하지마. 
 
   

 

비오는 날 라이플을 든 리오 존슨의 모습은 스티븐 시걸을 연상시킨다. ㅡ.ㅡ;;; 

 

 

7. 조시 

    처음엔 그저 순진한 여자인줄로만 알았는데, 극이 진행되면 될 수록 알 수 없는 미스터리를 지녔다. 조시는 자신의 제재소를 불태우려는 벤자민 혼과 무언가 연관이 있고, 보안관 해리를 이용한다. 그리고 가석방된 행크도 그녀와 무언가 연관이 있다. 그렇게 생각한다면, 사고로 죽었다는 그녀의 남편 앤드류 패커드(Dan O'Herlihy)의 죽음 또한 생각해볼 여지가 생긴다. 조시는 지금으로서는 트윈 픽스 내에서 가장 위험한 인물이다.  

   이상징후를 발견하는데 탁월한 데일이 이 이상함을 그냥 지나칠리 없다. 그는 해리에게 조시에 대해 묻지만, 해리의 판단을 믿고 존중한다.
 

데일: 해리, 뭐가 고민이죠?
해리: 조시가 걱정돼요. 그녀는 정말로 공포에 떨고 있어요.
데일: 무엇 때문에요?
해리: 벤 혼과 캐서린 마르텔 때문이에요. 요즘 그 두사람이 서로 바람을 피우고 있는데, 실은 오래전부터 그래왔는데, 조시가 그걸 알아냈어요. 조시는 그들이 제재소를 방화하고 자신도 죽일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데일: 그녀를 믿나요?
해리: 난 벤 혼이 유령숲 개발을 위해 그 땅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아요. 조시는 그 땅을 팔지 않으리라는 것도요. 네, 난 그녀를 믿어요.
데일: 조시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나요? 그녀는 어디서 왔는지, 전에 그녀는 무엇을 했는지.
해리: 무슨 이야기를 하자는 겁니까?
데일: 해리, 진실을 말하는 겁니다. 그게 내 일이니까요.
해리: 난 내가 알아야 하는 것들을 다 알고 있어요. 난 그녀를 사랑하고, 그녀는 지금 위험에 빠졌습니다.
데일: 그정도면 내겐 충분하군요. 함께 조사해보도록 하죠. 

 

 

 

8. 잠언 

데일: 해리, 내가 작은 비밀을 하나 이야기해 줄께요. 매일, 하루에 한 번씩, 자신에게 선물을 해줘요. 계획하지 말고, 기다리지도 말고, 그저 흘러가게 해요. 선물은 옷가게의 새 셔츠가 될 수도 있고, 사무실 의자에서 갖는 달콤한 낮잠일수도 있지만, 두 잔의 좋고 뜨거운 블랙 커피가 될 수도 있죠. 바로 지금처럼.
해리: 선물이라. 크리스마스 처럼요?
데일: 그래요.
해리: 맙소사, 그것 참 끝내주는군요.
데일: 그 어떤 것도 끝내주는 블랙 커피 한 잔과 비교할 순 없지요. 

 

   실제로 <트윈 픽스>가 방영되고 나서 커피와 체리 파이의 판매고가 급격히 늘었다고 한다. 개인적인 취향과 기호를 드라마에 삽입하는 것도 재미있지만, 어쩌면 데이빗 린치가 <트윈 픽스>에서 줄기차게 이야기한 것은 이런 '커피 한 잔의 여유'가 아니었을까. 

 

 

  

9. 기억할만한 지나침

 

위 <트윈 픽스> 셔실리 펜, 아래 <블루 벨벳> 카일 맥라클란 

   오드리가 '애꾸눈 잭'에 잠입하기 위해 에모리의 사무실에 몰래 들어가 엿보는 장면은 데이빗 린치의 전작 <블루 벨벳>의 장면을 그대로 가져왔다.   

 

   오드리가 신분을 속이고 몰래 들어온 것을 알아챈 블래키는 오드리를 추궁하기 시작한다. 오드리는 기지를 발휘하는데, 블래키의 칵테일에 떠 있는 버찌를 먹고, 꽁다리를 입에 넣어 혀로 묶어내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 장면은 굉장히 인상적이어서 SNL에서도 패러디 되었고, 지금도 열리는 '트윈 픽스 페스티벌'의 한 행사로 기획되고 있다. 

 

   바비가 제임스의 오토바이 연료통에 헤로인을 집어넣는 행동은 조금 모호하게 느껴진다. 바비는 지금 이럴 여유도 없거니와(그는 셜리를 리오로부터 지켜야 한다) 제임스에 대한 복수의 이유가 로라를 사랑해서인지 아니면, 자신을 기만했다는 것인지 명확하지가 않다. 유추해볼 수 있는 사실은, 바비는 로라를 사랑하지 않았다. 그는 로라를 이용했을 뿐이다. 로라의 장례식에서의 모습, 그리고 후에 있을 제 3의 희생자가 나올 때, 모두들 알 수 없는 기분에 울고 있을 때 바비만이 멀뚱히 앉아있다. 로라의 '공식적인 남자친구'는 이런 놈이다. 

 

   루시가 어떤 의사에게 전화를 하고 있고, 의사는 전화로 들릴 듯 말 듯 '어떤 검사'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다. '어떤 검사'인지는 다음 회에서 밝혀진다.  

 

 

10. 덧붙임   

a. 대부분 사실에 기초하여 썼고, 개개의 세부사항은 사실에 부합하지만, 이야기의 흐름에 따라 사실의 전후부분이 바뀐 경우도 있습니다.     

b. 컨텐츠 중 캡쳐 이미지에 대한 권리는 해당 저작권사에게 있습니다.     

c. Refenences      

- 『Lynch on Lynch, Revised Edition』크리스 로들리, Faber & Faber
- 『
데이빗 린치의 빨간방』데이빗 린치,  곽한주 옮김, 그책
- <
Twin Peaks: Definite Gold Box Edition> Lynch/Frost Productions, CBS DVD, Paramount Home Entertainment
- <David Lynch The Lime Green Set> Absurda
- <Two moon Junction> Sony Pictures

- 위키피디아
http://en.wikipedia.org/
- IMDB http://www.imdb.com/   

d. 다음 글은 4월 14일 오전 9시에 올라갑니다. 

 

 

11. Bonus Screenshot (셔릴린 펜) 

  

 

   (<트윈 픽스>와는 관계없지만) 여기서부턴 <투 문 정션(Two Moon Junction)>에 나온 셔릴린의 모습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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