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WIN PEAKS>
               시즌  1    
               에피소드  5 (6)
               타이틀  Cooper's Dreams
               각본  Mark Frost
               감독  Lesli Linka Glatter 
               방영일  1990년 5월 10일
 

 

   
                 <지난 회 보기>
               0. Prologue - Chaos
               1. Pilot (aka Northwest Passage)
               2. Traces to Nowhere   
              
3. Zen, or the Skill to Catch a Killer
               4. Rest in Pain
               5. The One-Armed Man
 
   

 

 

1. 이야기  

   자끄의 집을 수색하던 중, 데일과 해리는 잡지에 실린 로라의 광고 사진의 장소를 알아낸다. 데일, 해리, 호크, 검시관 윌은 자끄의 오두막을 찾으러 숲에 들어간다. 그 와중에 통나무 여인을 만나 로라가 죽던 날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다. 다시 길을 나서던 네 사람은 자끄의 오두막을 발견한다. 그 안에서 로라와 로네에 관련한 수많은 증거를 발견한다. 

   오드리는 데일의 수사를 도와주겠다는 일념으로 로라와 로네가 관련되어 있을 것이라 생각하는 혼 백화점 향수 매대에서 일을 하기로 한다. 

   제임스와 다나는 로라의 죽음을 해결하기 위해 그녀의 사촌 매디를 끌어들인다. 그리고 그들의 이야기를 가석방한 행크가 심각하게 듣고 있다. 집에간 매디는 로라의 침대에서 녹음 테이프를 발견한다.

   노마는 빅 에드를 찾아가 당분간은 연락하지 말자는 말을 전한다. 

   행크는 리오를 찾아가 함부로 행동하면 다음번엔 가만 두지 않겠다고 주먹다짐을 한다. 리오는 그 화풀이를 셜리에게 하고, 남편의 폭력에 지친 셜리는 리오를 총으로 쏜다. 

   벤자민 혼은 캐서린과 조시 사이에서 제재소에 대한 음모를 꾸민다. 노르웨이 투자자들을 위한 파티장에서 딸을 잃은 슬픔에 정신이 반쯤 나간 리랜드는 음악이 흘러나오자 또다시 알 수 없는 춤을 추기 시작하고 여러 사람들의 웃음거리가 된다. 그 모습을 오드리가 보고 눈물을 흘린다. 

   수사를 마치고 돌아온 데일이 자신의 방문을 열자 오드리가 옷을 벗고 침대에 있는 것을 본다. 

 

 

 

 

2. 수직적 구도와 평면 구도

   전 에피소드에서 감독 팀 헌터가 이야기보다는 '영화적인 장면'을 만들어내는데 주력했다면, 이번 회의 감독인 레슬리 링카 글래터 역시 '영화적인 장면'을 만들어낸다. 팀이 인물과 아기자기한 소품을 이용해 거리감이 느껴지는 미장센을 구축했다면, 레슬리는 거대한 '자연'을 이용해 화면의 수직적인 깊이를 만들어 냈다. 이런 거대한 세트 아래서 인물이 눌리는 듯한 연상을 주는 장면은 영화사 최고의 걸작 <시민 케인(Citzen Kane)>을 연상케 한다.

<트윈 픽스>와 <시민 케인>. 인물과 배경의 구도와 차이.

 

   그리고 이번 에피소드에서는 독특한 인물 배치가 보여지는데, 3명 혹은 4명의 인물이 카드게임에서 마치 자신의 패를 펼치듯 차례로 등장하는 모습이 보인다. 이들의 모습은 마치 애니메이션이나 비디오 게임에서 캐릭터들이 등장하는 것처럼 보이며, 이런 모습은 화면이 평면적으로 보이게 한다. 이런 이유로 <트윈 픽스>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거대한 자연에 짓눌린 듯 보이고, 이곳은 마치 현실 세계가 아닌 것처럼 느껴진다. 레슬리는 데이빗과 마크가 창조한 독특한 세계를 나름 멋지게 해석한 셈이다.

  

 

3.  오드리 혼 

   처음 등장했을 땐, 그저 부잣집 망나니로만 보였으나, 오드리의 캐릭터는 회가 거듭될수록 더욱 두터워지고 있다. 그녀가 아버지의 사업을 계속 망치는 이유는, 아버지에게 받을 사랑을 친구 로라에게 빼았겼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비뚤어진 사랑을 외지인 데일 쿠퍼에게 찾으려 한다. 이런 두 지점이 오드리가 로라의 죽음에 대해 스스로 알아보게하는 당위성을 갖게한다. 친한 친구의 죽음은 오드리에게 있어 인생을 주체적으로 살게 할 기회를 주었다. 그리고 이런 기회는 제임스와 다나에게도 주어진 셈이다. 

   이번 회에서 그녀는 트윈 픽스에서 벌어지는 중요한 사건에 개입하거나 목격을 한다. 그녀는 혼 백화점에서 로라와 로네가 근무했던 향수 매대에서 일을 하기로 한다. 그리고 아버지 벤자민 혼과 캐서린 마르텔의 대화를 들으며, 그들이 패커드 제재소에 대해 음모를 꾸미고 있음을 목격한다. 그리고 그녀는 로라의 아버지 리랜드 파머가 유령숲 개발 파티장에서 웃음거리가 되는 것을 보고 눈물을 흘린다. 그녀가 발을 디디고 있는 세상은 더러운 음모로 가득 차 있고, 딸을 잃은 아비의 슬픔조차도 웃음거리가 된다. 그렇기 때문에 그녀는 처음으로 사랑을 느낀 데일의 방에 찾아간 것이 아니었을까? 하지만, 데일에게 있어 그녀는 그저 18살 어린애일 뿐이다.  

 

 

4. 통나무 여인 (Log Lady) 

   자끄의 오두막을 찾던 중, 데일 일행은 마가렛 랜터맨(통나무 여인=Catherine E. Coulson)을 만난다. 그녀는 이미 그들이 올 줄 예견하고 있었으며, 자신의 통나무가 질문에 대답을 할 준비가 됐다고 말한다. 데일이 머뭇거리며 통나무에게 "로라가 죽은 그날 밤에 무엇을 봤냐"고 묻자 마가렛이 통나무의 대답을 대신 전해준다. 그녀는 통나무의 말을 해석해주는 영매의 역할을 한다. 

   
  어둠. 웃음소리. 올빼미들이 날아다녔다. 많은 것들이 막혀 있었다. 웃음 소리. 두 남자. 두 소녀. 산등성이 너머 숲 속에 플래시 불빛이 움직인다. 올빼미들이 기척에 있다. 어둠이 그녀를 덮친다. 그리곤 고요함. 조금 지나, 발자욱 소리. 한 사내가 지나갔다. 멀리서 들리는 비명소리. 끔찍해. 끔찍해. 목소리. 한 소녀의 목소리. 저 멀리. 산등성이 너머에서. 올빼미들이 조용해졌다.   
   

   마가렛의 남편은 벌목꾼이었으나, 결혼식 다음날 불에 타 죽었고 그 혼이 그녀가 들고 있는 나무에 깃들여 있다고 여긴다. 그녀는 남편이 불에 타 죽었다는 것을 '악마'를 만났다고 얘기한다. "불이란 연기 속에 겁쟁이처럼 숨어있는 악마다." 시즌 2에서 그녀는 남편이 죽었을 때 이상한 '냄새'를 맡았다고 이야기하는데, 이 이야기는 시리즈의 중요한 열쇠가 된다.  

 

 

5. 빨간방 

   자끄의 오두막은 빛이 외부로 빠져나가지 못하게 빨간 커튼으로 둘러싸여 있다. 오디오 데크에서 계속 되풀이되는 노래를 들으며, 데일은 꿈에서 난쟁이에게 들었던 "항상 음악이 흘러나온다"는 말을 기억해낸다. 이곳에서 로라와 로네, 자끄와 리오는『플래시 월드』라는 잡지에 실린 사진을 촬영했고, 로라의 어깨에 상처를 입힌 애완새가 있고, 로라를 묶었던 끈과 로라의 위 속에서 발견된 '애꾸눈 잭'의 칩이 발견 되었다. 이로써 지난 4회동안 조금씩 흘렀던 단서가 드디어 해결되는 느낌이지만, 해결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저 제1의 범행장소만 찾았을 뿐이고, '제 3의 사내'는 단서조차 나오지 않았다. 

   자끄의 오두막은 데일의 꿈에 나왔던 빨간방과 많이 흡사하고, '애꾸눈 잭'에 나온 매음굴과 유사하다. 두 장소의 공통점을 찾는다면, 두 곳 모두 '난삽한' 행위가 벌어지는 곳이다. 그렇다면 로라의 영혼이 머물러 있는 '빨간방'은 로라의 기억이 만들어낸 곳일까, 아니면 어떤 다른 존재가 머무르는 곳일까? 이에 대한 설정은 시즌 2에서 흰 오두막, 검정 오두막 이야기가 나오면서 조금씩 구축된다. 

 

 

6. 로라 파머 

   로라의 '공식적인' 애인인 바비 브릭스의 입에서 처음으로 로라에 대한 이야기가 흘러나온다. 의사 자코비는 가족 상담을 받던 브릭스 부부를 내보내고 바비를 치료한다. 그는 바비가 엇나가는 것을 로라에 대한 '부담' 때문이라 생각하고 둘러대는 것 없이 직선적인 질문을 쏟는다. 이들의 대화는 로라에 대한 감정이 측은함과 분노 둘 다 느끼게 한다. 조금 길지만 이들의 대화를 옮겨 본다. 

 

자코비: 바비, 로라와 처음 잤을 때 어땠니?
바비: 아니, 무슨 질문이 그래요?
자코비: 바비, 너 그때 울었니?
바비: 뭐라고요?
자코비: 그러고 나서 로라가 어떻게 했지? 로라가 너를 보고 웃었니? 로라가 죽었을 때 굉장히 슬펐지?
바비: 로라는 죽고싶어 했어요.
자코비: 그렇다는 것을 어떻게 알았니?
바비: 로라가 내게 말했으니까요.
자코비: 또 무슨 말을 했니? 이 세상엔 선성(善性)이 없다고 얘기했니?
바비: 사람들은 착해지려고 노력하지만, 실은 역겹고 썩어있다고 했어요. 로라 역시 마찬가지고요. 그리고 로라는 매번 이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려고 했지만, 무언가 끔찍한 것이 그녀 내부에서 올라와 그녀를 지옥으로 끌어내린다고 했어요. 그것은 그녀를 아주 어두운 악몽으로 더 깊이 끌어내린다고 했어요.  그래서 매번 밝은 곳으로 돌아오는데 힘이 든다고 했어요.
자코비: 바비, 너도 가끔씩 로라가 어떤 끔찍한 비밀을 간직했다고 느꼈니? 그것때문에 로라가 죽고 싶을 정도로 아주 나쁜 비밀? 로라가 사람들의 약점을 일부러 알아내게 하고, 괴롭히고, 유혹하고, 파멸시키고, 나쁜 짓을 하게 하고, 모든 것들을 타락시키게 할 만큼 아주 나쁜 비밀?
바비: 네.
자코비: 로라는 사람들을 타락시키길 원했어. 왜냐하면 그게 그녀가 그녀 자신을 느낀 방식이니까. 그게 너한테도 일어났니, 바비? 그게 로라가 네게 한 짓이니?
바비: 로라는 너무 많은 것을 원했어요. 그녀는 내게 마약을 팔게해서 마약을 구할 수 있었어요. 

 

   바비의 말은 어떤 측은함을 느끼게 한다. 실제로 그는 리오와 르노 형제들과 연관된 마약 밀매에 상당수 관여했으니까. 더구나 이번회에선 바비는 살인에 대해 언급을 한다. 그는 자신의 인생이 어디서부터 어긋나기 시작했는지 생각하는 과정에서 지금은 땅에 묻힌 로라를 원인으로 여긴다. 반은 맞는 이야기지만, 반은 틀리다. 왜냐하면, 우리는 로라의 이야기를 들을 수 없으니까. 죽은 로라 파머는 자신의 이야기는 단 한마디도 하지 못한채 타자의 비겁한 변명으로만 그 형상을 조금씩 만들어나가고 있는 중이다. 성녀와 악녀. 이 불안한 이미지 사이에서 로라는 조금씩 괴물이 되어가고 있다.

 

 

 

7. 빅 에드 & 노마 

   빅 에드와 노마의 사랑은 이들의 우유부단함으로 항상 겉돌기만 한다. 서로 사랑하면서도 다른 이유에 묶여 있는 이들의 모습은 답답함을 넘어 안타까움을 느끼게 한다. 사랑을 비롯한 인생의 여러 묶음은 뜻대로 되지 않는 경우가 얼마나 많았던가. 상처를 주지않고 서로를 사랑하는 방법은 없는 것인가. 빅 에드와 노마의 사랑은 네이딘과 행크에게 서로 묶여 있는 '결혼'이라는 제도가 걸림돌이 된다. '결혼'은 행크와 네이딘에게 안전한 법적/윤리적 안식처가 된다. 가정을 우선하는 청교도적인 가치. 빅 에드와 노마는 그 미국적 가치 안에서 번민하다가 결국 선을 넘는다. 그리고 <트윈 픽스>는 이 미국적인 가치를 위반했을 때 어떤 지옥이 기다리는지 시즌 2의 막바지에서 보여준다. 

 

노마: 전화로 너랑 이런 이야기하기 싫어서 왔어. 행크가 가석방을 받았어.
빅 에드: 그래.
노마: 행크는 집에 올거야. 그러니까, 다시 내게로 돌아 온다는 말이야. 난 가석방 심사에 들어가기 전에 고작 몇 분간 행크를 봤어. 그이는 꽤 희망적이었어.
빅 에드: 아무말도 하고 싶지 않군.
노마: 설명할 필요 없어. 네이딘한테는 아직 아무말도 안했어?
빅 에드: 아직.
노마: 내가 먼저 하길 기다리는 거야?
빅 에드: 네이딘이 상황이 좋지 않아서 그런거야.
노마: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거야? 아, 이제 알 것 같군.
빅 에드: 난 자기에게 상처주고 싶지 않아.
노마: 아마도 그게 우리 문제일거야, 에드. 우리는 절대로 다른 사람들에게 상처주고 싶지 않으니까. 우린 절대로 우리가 원하는 걸 얻지 못할거야. 요즘들어 난 이런 생각을 해. 삶의 마지막에 다다를 때, 항상 이런식일 거라는, 그리고 이런 상황에서 끝이 날 것이라는. (...) 나한테 전화하지마. 내 말은, 한동안 말야. 알겠지? (...) 사랑해, 에드.    

 

 

 

8. 리오 & 행크 

   지난 회에서 조시와 관련이 있음을 보여준 행크는 가석방이 되어 풀려난 후, 다짜고짜 리오를 찾아가 주먹다짐을 하고 협박을 한다. 협박의 내용이 무시무시하면서도 멋진 언어를 사용했다. 

 

행크: 이봐, 리오. 내가 가게나 잘 지키고 있으라고 했지, 언제 프랜차이즈 사업을 하라고 했나? 응?
리오: 행크, 난 말이지...
행크: 닥치고 들어, 리오. 다음에 또 이러면, 내가 널 죽이기 전에 먼저 네 귀여운 갈보년을 조각조각 내버릴거야.    

 

 

 

9. 기억할만한 지나침 

   이번 회에선 제임의 가족사에 대해 나온다. 제임스의 아버지는 음악가고, 어머니는 작가이자 알콜 중독자이다. 아버지는 제임스가 어렸을 때, 가족을 버렸고, 어머니는 마을 바깥에 기거하면서 아무 남자들과 잠자리를 가진다고 다나에게 말한다. 제임스와 어머니의 장면은 원래 촬영했으나, (무슨 이유에서인지) 삭제했다고 한다. 

 

 

바비: 선생님은 사람 죽여본 적 있나요?
자코비: 바비, 넌 그래봤니?
바비: 우리 아빠는 그랬죠.
브릭스 소령: 그땐 전쟁이었어요. 특별한 시기였죠. 

 

   파일럿에서 로라의 가장 친한 친구인 다나의 말에 의하면, "바비가 사람을 죽였다고 했다." 그는 로라의 죽음에 대해 어느정도 부채의식이 있는 듯 보였으나, 이 대사를 음미해보면, 로라의 죽음 때문이 아닌, 자신의 살인 때문에 전전긍긍하는 모습으로 보인다. 게다가 자신이 비뚤어진 것 또한 로라 때문이라고 스스로 믿기 시작하는 것 같다. 

 

   "누군가 우리가 같이 있는 것을 본다면, 우린 진짜 위험해진다는 걸 명심해." 벤자민은 캐서린과 조시 사이에서 제재소를 계속 저울질한다. 그는 리오를 통해 제재소를 불태우려 하면서도, 그 소유권을 확실히 얻기 위해 위험한 줄타기를 한다. 일은 벤자민의 예측대로 흘러가지만, 인생은 꼭 의도하는대로 흘러가는 법은 아니다.

 

 

10. 덧붙임   

a. 대부분 사실에 기초하여 썼고, 개개의 세부사항은 사실에 부합하지만, 이야기의 흐름에 따라 사실의 전후부분이 바뀐 경우도 있습니다.     

b. 컨텐츠 중 캡쳐 이미지에 대한 권리는 해당 저작권사에게 있습니다.     

c. Refenences      

- 『Lynch on Lynch, Revised Edition』크리스 로들리, Faber & Faber
- 『
데이빗 린치의 빨간방』데이빗 린치,  곽한주 옮김, 그책
- <
Twin Peaks: Definite Gold Box Edition> Lynch/Frost Productions, CBS DVD, Paramount Home Entertainment
- <Citizen Kane> RKO Pictures, Turner Home Ent

- 위키피디아
http://en.wikipedia.org/
- IMDB http://www.imdb.com/   

d. 다음 글은 4월 7일 오전 9시에 올라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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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3-31 09: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3-31 10: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3-31 13: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3-31 14: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하나 2010-04-01 2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트윈픽스 참으로 좋아하고,최근에 또 다시 휘리릭 봤습니다.
정말 이리도 꼼꼼하고, 성의있고, 멋진 글을 올려주시니 감사할 따름이어요.
저 빨간방 장면, 심슨에서 패러디 한 것 혹시 보셨나요? 간만에 생각나네요.

여튼, 자주 들리고 있으니 또 멋진 글 올려주세요~

Tomek 2010-04-02 08:17   좋아요 0 | URL
심슨가족 트윈 픽스 패러디는 정말 최고죠! 제가 제일 좋아하는 것은 말 가면 뒤집어쓰고 호머 주위를 맴도는 장면이예요.

격려해주시니 몸둘바를 모르겠어요. ^.^;

고맙습니다.
 

 

                
               <TWIN PEAKS>
               시즌  1    
               에피소드  4 (5)
               타이틀  The One-Armed Man
               각본  Robert Engels
               감독  Tim Hunter 
               방영일  1990년 5월 3일
 

 

   
                 <지난 회 보기>
               0. Prologue - Chaos
               1. Pilot (aka Northwest Passage)
               2. Traces to Nowhere   
              
3. Zen, or the Skill to Catch a Killer
               4. Rest in Pain
 
   

 

 

1. 이야기  

   보안관 해리와 보안관보 앤디는 사라 파머가 봤다는 살인범의 몽타주를 그린다. 그 자리엔 로라의 단짝인 다나와 남편 리랜드도 있었는데, 리랜드는 부인이 살인범의 얼굴 말고 다른 것을 봤다고 한다. 사라는 어둠의 숲에서 누군가가 돌을 들추고 로라의 목걸이를 훔쳐갔다는 것을 봤다고 진술한다. 그 말을 다나가 듣는다. 

   데일이 꿈에서 본 외팔이 사내(Al Strobel)의 위치를 보안관보 호크가 알아낸다. 그곳엔 조시 또한 있었는데, 조시는 패커드 제재소를 없애려는 벤과 캐서린의 뒤를 캐고 있는 중이다. 데일과 해리가 외팔이 사내의 방에 들어가 조사를 벌이지만, 그는 데일의 꿈에서 나온 사람과는 달라 보인다. 

   로라의 어깨를 문 동물은 구관조였음이 밝혀지고, 그 새는 자끄 르노(Walter Olkewicz)가 소유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셜리와 밀회를 즐기고 있던 바비는 리오가 피를 묻힌 셔츠가 있음을 알고 그 옷을 자끄의 집에 숨긴다. 출동한 경찰들이 자끄의 집에서 리오의 셔츠를 발견하고, 자끄와 리오의 커넥션을 의심한다. 벤자민은 그런 리오와 무슨 꿍꿍이를 꾸민다. 

   노마는 남편 행크(Chris Mulkey)가 가석방으로 풀려난다는 소식을 듣는다. 행크는 조시에게 메시지를 보낸다. 

 

 

 

2. 변주

   기억력이 뛰어난 사람이라면, 이번 에피소드의 첫 장면을 보면서 뭔가 의아한 점을 느꼈을 것이다. 로라의 어머니 사라 파머가 다나를 껴안았을 때 이상한 사내의 모습을 본 장면은 첫 번째 에피소드, 로라가 죽은 그 다음날에 벌어진 일이다. 그런데 드라마는 그 이후의 이야기를 4번째 에피소드, 그러니까 4일이 지난 아침에서야 풀고 있다. 그리고 계속되는 데일의 심문과 늘 같은 대답의 지리한 반복. 이쯤되면 <트윈 픽스>는 계속 같은 이야기를 변주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실제로 드라마는 로라 파머가 죽은 후, 그녀가 어떻게 죽었는지에 대한 정보만 나올 뿐, 그녀를 죽인 용의자에 대한 수사는 거의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다. 혐의가 있건 없건, 로라와 관계된 사람들은 전 회에서 모두 정리된 셈이다. 이제는 그 사람들을 중심으로 새로운 인물들이 가지를 치고 새로운 이야기가 증식된다. 물론 이렇게 증식된 이야기는 무작정 산으로 가는 게 아니라, 로라 파머의 죽음과 어떻게든 연관되어 있다.  

   바로 이 부분이 <트윈 픽스>의 장점이자 단점이다. 장점은 로라 파머란 화수분으로 이야기를 계속 만들어갈 수 있는 반면, 단점은 정작 중요한 로라 파머의 범인에 대해선 알 수 없다는 점이다. 애초에 히치콕이 그의 영화에서 사용한 맥거핀처럼, 관객의 흥미만 끌면 괜찮았을텐데, 파일럿부터 2화까지에서 보여준 로라 파머의 죽음은 너무나 강렬해서 시청자들의 뇌리속에 완전히 각인되어 있는 상태였다. 

   "왜 로라 파머는 죽었는가?"라는 질문은 "누가 로라 파머를 죽였는가?"라는 질문으로 이해되어 졌고 시청자들은 그 범인을 알고 싶어했다. 데이빗과 마크는 대중과 내기를 건 셈이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시즌 1에서는 데이빗과 마크가 승리했지만, 시즌 2에서는 패배했다. 패배한 시점부터 드라마는 산으로 가기 시작한다. 

 

로라 파머 살인 사건의 유일한 단서 - 애꾸눈 잭, 혼 백화점 향수코너 매대 판매원, 벤자민 혼 그리고 리오 존슨 

 

 

3. 드라마 vs. 영화 

   지난 회(Episode 3)를 보면 유난히 설명하는 부분이 많다는 것을 느꼈을 것이다. <트윈 픽스>는 다른 드라마들과 달리 시각적, 청각적 정보와 그로 인해 발생된 분위기로 극을 끌어간다. 즉, 친절하게 설명을 듣기보다는 갑자기 들이닥치는 시청각적 정보에 넋을 잃기 쉽다. 지난 회에서 그간에 있었던 일들이나 등장인물들의 내면을 친절하게 설명했었다면, 이번 회에서는 다시 <트윈 픽스> 본령의 세계로 돌아왔다.  

   이번 회에서는 유난히 눈에 띄는 '요란한' 장면들이 많이 있는데, 이것은 계속 반복되는 이야기를 조금 새롭게 보이기 위한 감독 팀 헌터의 전략이자 시청자들을 위한 배려이기도 하다. 때문에 이번 회에서는 유난히 시각적인 요소가 많이 드러난다. 

 

유난히 요란한 장식의 화장실. Pilot의 학교 벽 또한 이런 패턴으로 칠해져 있다. 

 

가석방 심사 중인 행크 제닝스와 부인 노마 제닝스. 이 둘을 같은 프레임에 보이도록 잡지 않았다. 이들이 앞으로 문제에 빠지게 될 것임을 알려준다. 

 

조시가 무언가를 숨기고 있음을 알려준다. <트윈 픽스>에는 직접 대면해서 대화를 하기 보다는 전화나 다른 매체를 통해서 커뮤니케이션을 통하는 경우가 많이 있는데, 그런 경우 대개 소통이 불가능하다. 

 

행크와 조시의 전화 통화. 이전의 해리와의 통화가 안정적인 구도로 보여줬다면, 행크와의 전화는 앵글을 비틀어 불안함을 표현하고 있다. 몇 가지 인상적인 소품으로 조시의 불안감과 행크의 이미즈를 각인시킨다.

 

 

4. 외팔이 (One-Armed Man)

   그동안 로라의 시신이 있던 병원 주위를 어슬렁거리고, 데일의 꿈에 나와서 살인자의 존재를 알려준 외팔이 마이크가 드디어 본격적으로 등장한다. 그가 처음 등장한 모습은 가히 충격적이다.  

 

 

   꿈에 등장한 외팔이 사내 마이크와 현실에서 만난 구두 판매원 필립 제라드는 동일 인물이지만, 전혀 다른 인물이다(데일의 꿈에 나타난 마이크는 한참 이야기가 진행한 후에 등장한다). 이 장면에서 얻을 수 있는 정보는 거의 없지만, 시각적 충격의 강렬함은 '빨간방' 씬과 비교할만 하다. 화면에 비치는 그의 모습은 시종일관 불안감을 내포하고 있다. 균형이 맞지 않는 불안감. 한 쪽뿐인 팔과 한 쪽만 있는 구두를 팔고 다니는 마이크는 등장 자체로 불안감을 보여준다. 

 

한 쪽 팔만 가진 사내가 한 쪽 신발이 가득한 가방을 들고 다닌다. 불안정한 균형. 

 

역시 계속 불안정한 구도를 보여줌으로써 드라마 전체에 '불안감'이라는 기운을 불러 놓았다. 드라마는 계속 알 수 없는 '불안'을 불러일으킨다. 

 

 

5. 커넥션 (Connection)

   지난 회에서 자끄와 베르나르 형제가 리오 존슨과 연관이 있다는 것을 보여줬었다. 리오 존슨은 (아직까진 물증이 없으나) 로라의 죽음과 큰 관련이 있는 용의자로 나온다. 그리고 이 리오 존슨과 벤자민 혼이 서로 연관되어 있다는 것이 이번 회에서 밝혀진다.  

 

"자끄의 방에서 리오 존슨의 셔츠가 나왔어요. 리오 존슨과 자끄 르노. 드디어 연관성을 찾았어요." 

 

"우리가 얘기했던 그 거래 말인가요?"

 

   벤자민 혼은 패커드 제재소를 없애기 위해 캐서린 마르텔과 음모를 꾸미고 있고, 제재소의 소유주인 조시 또한 이 사실을 알고 나름 대응을 꾸미고 있다. 이번 회에 처음 등장, 가석방을 앞두고 있는 노마 제닝스의 남편인 행크 제닝스가 조시가 서로 연관되어 있는 것으로 나온다. <트윈 픽스>는 크게 사랑 관계도와 음모 관계도 두 축으로 나뉘어져 있는데, 종국에는 이 둘이 완전히 섞여버려 거대한 틀을 만들어 버린다.  

   <트윈 픽스>를 한마디로 정의한다면, "서로 속고 속이고 사랑에 빠지고 배신하는 이야기"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 일은 로라가 죽지 않았더라도 일어났을 것이다. 단, 로라의 죽음으로 달라진 것이 있다면, 외부인의 개입으로 작게 끝날 일이 굉장히 커진다는 것이다.

 

 

6. 고든 콜 (Gordon Cole) 

   데일의 상관인 고든 콜은 이 드라마의 크리에이터이자 감독인 데이빗 린치가 맡았다. 그는 처음에는 목소리 출연만 했는데, 시즌 2에 이르러서는 직접 얼굴도 보이고 극 중 셜리 존슨과 키스신(!)을 열연하기도 한다. 시즌 1에서 그는 목소리로만 존재한다.  

 

 

   애초에 그의 극 중 이름을 고든 콜이라 지은 이유는 빌리 와일더 감독의 <선셋 대로(Sunset Blvd.)> 때문이었다. <선셋 대로>에서 한물 간 여배우 노마 데스몬드(Gloria Swanson)는 파라마운트 영화사에 근무하는 고든 콜의 전화를 받고 자신이 영화에 캐스팅된 줄 알고 영화사에 간다. 데이빗 린치는 그가 좋아하는 영화인 <선셋 대로>의 등장인물인 고든 콜의 이름을 자신의 이름으로 쓴 것이다. 한가지 더 재밌는 사실은 <트윈 픽스>DVD가 파라마운트를 통해서 출시됐다는 점이다. 

 

데이빗 린치는 윌리엄 와일더 감독의 <선셋 대로>를 정말 좋아한다. 특히나 헐리우드에서 전성기를 쇠하고 그 자신이 '영화처럼' 살아가는 '위험에 빠진 여배우'에 관한 이야기는 그 자신이 <멀홀랜드 드라이브>와 <인랜드 엠파이어>에서 변주했다. 영화는 정말 데이빗 린치가 만들지 않았나 싶을 정도로 기괴한 아름다움이 넘쳐난다. 특히나 주인공 노마 데스먼드 역을 맡은 글로리아 스완슨의 연기는 정말 대단하다!

 

  

7. 기억할 만한 지나침 

해리: 안녕, 루시. 별 일 없지?
루시: 제이드 덕분에 제러드는 자살을 하지 않기로 했어요. 그리고 그는 에머랄드 말고 제이드에게 이 집을 물려주기로 유언을 수정했어요. 하지만 에머랄드가 유언을 수정했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지금 체트를 유혹하려 하고 있어요. 그래야 그녀가 그 새로운 유언장을 없애버릴 수 있으니까요. 몬태나는 한밤중에 제러드를 죽이려 하고, 그렇게 되면 그 저택은 에머랄드와 몬태나가 소유하겠죠. 하지만 제 생각엔 에머랄드가 몬태나도 속일거예요. 아직 몬태나는 모르고 있지만요. (그 사이에 낀) 체트만 불쌍하죠.
해리: 내 말은, 지금 여기 말야. 무슨 일 있냐고?
 

 

   해리와 앤디가 살인범의 몽타주를 그리고 보안관 사무실에 도착했을 때 루시는 극 중 극 <사랑으로의 초대>를 보고 있었다. 해리가 사무실에 무슨 일이 있냐고 묻자, 루시는 지금까지 본 드라마의 줄거리를 이야기한다. <트윈 픽스>의 진행과는 상관없는 내용이지만, 극 중 극의 내용조차도 돈, 사랑, 죽음, 배신, 음모로 가득 차 있음을 알 수 있다. 루시의 극 중 극 줄거리는 지금 <트윈 픽스>의 이야기를 다시 한 번 환기시키는 역학을 한다. 

 

해리: 쿠퍼, 결혼했었나요?
데일: 아니오. 누군가를 전에 안 적은 있었죠. 그 사람은 내게 신뢰, 책임감, 위험... 이런 것들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지만, 실연의 고통 또한 가르쳐주었어요.
  

 

   데일의 옛 연인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다. 시즌 1에선 언급하고 있지 않지만, 데일이 사랑한 여인은 동료 윈덤 얼(Kenneth Welsh)의 부인인 캐롤라인이다. 데일의 실수로 캐롤라인은 죽었고, 사랑하는 사람의 남편이자 직장 동료인 윈덤 얼 또한 사라졌다. 캐롤라인과 윈덤 얼은 시즌 2에서 등장한다.

 

"앤디, 더 많은 연습이 필요해요." 

   외팔이 사내를 검문하러 갈 때, 앤디(Harry Goaz)는 총을 오발하는 실수를 한다. 이후 그는 매주 3번씩 꾸준하게 연습을 하라는 데일의 지시를 받는다. 앤디의 총솜씨는 7번 째 에피소드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 지긋지긋한 시골을 벗어나 도시로 가리라는 마음을 먹은 오드리는 FBI수사관 데일의 수사를 도와주면 자신이 데일과 함께 대도시로 갈 수 있으리라는 엉뚱한 상상을 한다. 그가 알아낸 바로는 로네 풀라스키와 로라 파머의 연관성은 아버지의 백화점 향수 매대 판매원이란 사실이다. 그녀는 아버지를 설득해 백화점에서 일을 할 수 있도록 부탁한다. 부녀사이에 화해가 벌어진 듯한 장면에서 오드리는 아버지 책상에 있는 로라와 자신이 어렸을 때 찍은 사진을 발견한다. 그녀는 로라와 아버지의 관계를 의심하기 시작한다.

 

 

8. 덧붙임 

a. 대부분 사실에 기초하여 썼고, 개개의 세부사항은 사실에 부합하지만, 이야기의 흐름에 따라 사실의 전후부분이 바뀐 경우도 있습니다.     

b. 컨텐츠 중 캡쳐 이미지에 대한 권리는 해당 저작권사에게 있습니다.     

c. Refenences      

- 『Lynch on Lynch, Revised Edition』크리스 로들리, Faber & Faber
- 『
데이빗 린치의 빨간방』데이빗 린치,  곽한주 옮김, 그책
- <
Twin Peaks: Definite Gold Box Edition> Lynch/Frost Productions, CBS DVD, Paramount Home Entertainment
- <
Twin Peaks: Fire walk with me> Lynch/Frost Productions, CIBY 2000, New Line Cinema
- <
David Lynch The Lime Green Set> Absurda
- <Inland Empire> Absurda/Rhino
- <Sunset Boulevard> Pramount Pictures

- 위키피디아
http://en.wikipedia.org/
- IMDB http://www.imdb.com/   

d. 다음 글은 3월 31일 오전 9시에 올라갑니다.

 

  

9. Bonus Screenshot (메첸 어믹) 

   <트윈 픽스>에서 유난히 인기를 끌었던 여배우는 다나 해이우드 역의 라라 플린 보일(Lara Flynn Boyle), 오드리 혼 역의 셔릴린 펜(Sherilyn Fenn) 그리고 셜리 존슨 역의 메첸 어믹(Mädchen Amick)이다. 당시 이들의 인기는 음악 잡지『롤링 스톤즈』가 최초로 뮤지션이 아닌 배우들로 커버를 장식다는 점을 봐도 알 수 있을 정도로 엄청났다. 다른 이들은 차후에 다루기로 하고, 이번 회에서는 메첸 어믹의 모습만 다루도록 한다. 실제로 지금까지 계속 머리를 매고 있다가 이번회에서야 머리를 푼 모습이 나오는데, 유니폼, 풀어헤친 긴 머리 등 남성들의 성적 판타지를 자극하는 모습으로 나온다. +,.+  

 

   <Twin Peaks: Definite Gold Box Edition>의 서플먼트에 수록된 <A Slice of Lynch>에서 메첸 어믹은 <SOS 해상구조대(Baywatch)>로 데뷔를 했다(응?)고 이야기를 한다. "Baywatch"란 말이 나오자, 주위의 남자들(카일 맥라클란, 데이빗 린치, 존 웬트워스)이 모두들 "우오오~"하는 반응을 보이는 것으로 보아, <SOS 해상구조대>가 당시 얼마나 많은 수컷들의 가슴을 태웠는지를 알 수 있다. +,.+

 

   메첸이 다른 이야기로 넘어가려하자 데이빗 옹께서 말을 끊으며 "<SOS 해상구조대>이야기 좀 해달라"고 말을 하는 장면은, 아마도 다큐멘터리 역사상 가장 훈훈한 장면이 아닐까...(^.^;) 좀 더 자세한 이야기를 원하시는 분들은 직접 DVD를 구입하시는 게 어떠실지...  

   CJ 관계자 여러분! 더빙까지는 바라지 않으니 제발 자막 입혀서 정발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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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WIN PEAKS>
               시즌  1    
               에피소드  3 (4)
               타이틀  Rest in Pain
               각본  Harley Peyton
               감독  Tina Rathborne 
               방영일  1990년 4월 26일
 

 

   
                 <지난 회 보기>
               0. Prologue - Chaos
               1. Pilot (aka Northwest Passage)
               2. Traces to Nowhere  
              
3. Zen, or the Skill to Catch a Killer
 
   

 

 

1. 이야기 

   데일은 지난밤에 꾼 꿈을 해리 보안관과 루시에게 이야기한다. 그는 꿈에서 로라를 죽인 범인을 알아냈지만,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는 자신이 꾼 꿈이 복잡한 암호로 이루어졌다고 이야기하고, 이 암호를 깨야 사건을 해결할 수 있다고 말한다. 

   검시소에서는 윌과 알버트가 로라의 시신을 두고 실랑이를 벌이고 있다. 윌은 오늘이 장례식이니 시신을 내주라고 요구하지만, 알버트는 땅에 묻기 전에 해부를 해야겠다고 한다. 데일이 로라의 시신을 인계해 줌으로써 이 문제를 해결한다. 이와 동시에 로라의 장례식에 참석하기 위해 사촌 매디 퍼거슨(Sheryl Lee)이 트윈 픽스에 온다. 

   알버트가 데일과 해리에게 검시 결과를 보고한다. 그녀의 일기장에 마약성분이 검출되었고, 그녀는 죽었을 당시 약에 취해있는 상황이었다. 그녀는 죽기 전에 두 번 팔이 묶여 있었고, 그녀의 어깨에는 무언가가 문 자국이 있었다. 그녀의 위에서 작은 조각이 발견되었는데, 그 조각에는 'J'라고 쓰여있었다. 

   로라의 장례식에서 바비는 소란을 피우고, 로라의 아버지 리랜드는 로라의 관 위에 뛰어들어 장례식은 난장판이 된다. 

   데일은 해리에게서 트윈 픽스의 숲에는 '악'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어서 마을은 오래전부터 '북하우스 보이(Bookhouse Boys)란 자경단을 만들어왔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보안관 해리와 보안관보 호크, 주유소를 운영하는 에드와 그의 조카 제임스가 자경단원들이다. 이들은 마약밀매 혐의가 있는 자끄 르노의 동생 베르나르 르노를 심문하고 있다. 자끄 르노는 위험 신호를 받고 리오에게 전화한다. 리오가 떠나자 셜리는 총을 집에 숨긴다. 

   그레이트 노던 호텔에서 딸을 잃은 슬픔에 어쩔줄 몰라하는 리랜드를 데일과 호크가 집에 데려다준다. 

 

 

 

2. 데일의 꿈 

   데일은 해리와 루시에게 자신이 어제 꾼 꿈이야기를 자세하게 설명한다. 원래 데이빗의 영화에는 친절한 설명이 없다. 그의 영화는 관객들이 그가 설명없이 던져주는 이미지와 캐릭터와 상황을 받아들이고 스스로 재구성하게 만든다. 그렇기에 그의 영화에 대한 해석은 정답은 없지만, 오답 또한 없다. 다양한 해석이 나올 수 있는 영화가 된다. 

   그러나 <트윈 픽스>는 공중파에서 방영하는 드라마다. 제한된 관객을 대상으로 한 영화가 아닌, 불특정 다수를 위한 드라마다. 때문에 데이빗의 영화와는 달리 어느 정도는 '친절한 설명'이 필요하다. 데이빗과 마크가 판을 벌린 지금까지의 이야기는 이제 다른 작가들의 손에 넘어가서 이야기가 진행된다. 

   세번째 에피소드를 쓴 각본가 할리 피튼은 이야기를 조금씩 확장해나가면서도, 지난 회에서 보여줬던 데일이 꿨던 난해한 꿈이야기를 친절하게 설명한다. 전 에피소드에서 데이빗이 보여준 데일의 꿈 이미지는 파일럿 또다른 결말부에 비하면 조금 더 제한적이었던 반면, 이번회에서 설명은 또다른 결말부의 내용을 그대로 가져왔다. 데일의 말을 그대로 옮겨보면 다음과 같다. 

 

꿈에서 로라의 어머니가 딸을 죽인 범인의 모습을 봤다고 했어요 (이 부분은 꿈에서 벌어진 게 아니라, 에피소드 1에서 실제로 일어났던 일이다). 보안관보 호크가 몽타주를 그려왔죠. 난  마이크라 불리우는 외팔이 사내의 전화를 받았는데(여기까지는 지난회 꿈에서 보여준 사실이 아니다), 그가 살인자의 이름은 밥이라고 했어요. 그들은 편의점 위에서 사는데(이 대사는 아무래도 각본가의 오독이거나, 극 중 데일이 잘못 이해한 것으로도 보인다. 마이크와 밥은 마치 편의점에 들리는 것처럼, 육체를 선택할 수 있는 영혼들이라 했다), 둘 다 왼팔에 "불이여, 나와 함께 걷자"라는 문신을 새겼다고 했어요. 하지만 마이크는 더 이상 사람을 죽이는 것을 견디지 못해 문신이 새겨진 팔을 잘라냈다고 했어요. 하지만 밥은 또다시 살인을 하겠다고 맹세를 했고, 그래서 마이크는 밥을 쐈어요(이 부분 역시 꿈에서 설명되지 않았다).  

혹시 꿈을 어떻게 꾸는지 아나요? 아세틸콜린 뉴런이 전뇌로 고전압의 자극을 발화시키면, 이 자극이 영상이 되고, 이 영상들이 꿈이 되는 거예요. 하지만 왜 우리가 이런 특별한 영상들을 선택하는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갑자기 25년이 흘렀고(이 부분 역시 꿈에서 설명되지 않았다), 난 늙어있었어요. 빨간방에 앉아 있었죠. 그곳에는 빨간 정장을 입은 난쟁이와 아름다운 여인이 있었어요. 난쟁이가 내게 말하길, 내가 가장 좋아하는 껌이 다시 유행을 탈 거라 하며, 자신의 사촌이 로라 파머와  똑같이 생기지 않았냐고 묻더군요. 하지만 그녀는 진짜 로라였어요. 그녀는 비밀로 가득 차 있었죠. 가끔씩 그녀의 팔은 뒤로 묶여있다고 했어요. 그녀가 온 곳에서는 새들이 아름다운 노래를 부르고, 항상 음악이 흘러나온다고 했어요. 난쟁이가 춤을 추었고, 로라는 내게 키스하고, 내 귀에 자신을 죽인 범인의 이름을 속삭였어요(이 부분 역시 꿈에서 설명되지 않았다). 그런데 그 이름이 기억나지 않아요.  

해리, 우리가 할 일은 간단합니다. 내가 꾼 꿈은 암호로 가득찼어요. 이 암호를 풀면, 범인은 잡힙니다.

 

   데일이 꾼 꿈 중, 난쟁이가 말한 "자네가 가장 좋아하는 껌이 다시 유행을 탈거야"라는 말과 로라가 얘기한 "가끔 내 팔은 뒤로 묶여 있어요"라는 말은 로라의 사건을 해결하는 열쇠가 된다. 데일은 이런 종류의 꿈을 두 번 더 꾸고, 그 꿈들 역시 이해못할 암호로 가득 차있다. 

 

"해리, 우리가 할 일은 간단해요. 암호를 깨면, 사건은 해결됩니다."

 

 

3. 매디 (Madeleine Ferguson) 

   로라의 사촌 매들린 퍼거슨이 로라의 장례식에 참석할 겸, 충격에 빠진 삼촌을 위로해주기 위해 찾아온다. 그녀의 모습과 목소리가 왠지 모르게 로라 파머와 비슷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로라의 사촌 매디의 역을 로라 파머 역을 맡았던 셰릴 리가 맡았기 때문이다. 그녀는 삼촌 리랜드가 극 중 극 <사랑의로의 초대(Invitation to Love)>를 볼 때 등장하는데, TV화면에서 보여지는 크레딧을 자세히 보면, 한 배우가 두 역할을 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에머랄드, 제이드 역에 셀리나 스위프트"

 

   매들린 퍼거슨의 이름과 외모는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의 <현기증(Vertigo)>를 떠올리게 한다. <현기증>에서 킴 노박(Kim Novak)은 두 명의 여인을 연기했다. 매들린(Madeleine Elster)과 주디(Judy Barton)였는데, 메들린은 금발의 모습으로, 주디는 갈색 머리의 모습으로 나온다. 로라 파머 역시 금발이고, 매디 또한 갈색 머리다. 

   매들린 퍼거슨의 이름은 <현기증>의 인물들에서 따왔다. 매들린은 킴 노박이 연기한 매들린 엘스터에서 따왔고, 퍼거슨은 제임스 스튜어트(James Stewart)가 연기한 존 스카티 퍼거슨(John "Scottie" Ferguson)에서 따왔다. 그녀의 고향은 몬태나주 미줄라(Missoula, Montana)인데, 그곳은 데이빗의 고향이기도 하다. 

 

왼쪽부터 매들린(킴 노박), 존 스카티 퍼거슨(제임스 스튜어트), 주디(킴 노박)

 

   한 영화에서 한 배우가 두 사람을 연기하는 것은 데이빗 린치 영화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장면이다. <로스트 하이웨이>의 패트리샤 아퀘트(Patricia T. Arquette), <멀홀랜드 드라이브>의 나오미 왓츠(Naomi Ellen Watts)와 로라 해링(Laura Elena Harring), <인랜드 엠파이어>의 로라 던(Laura Elizabeth Dern)은 각기 한 영화에서 두 명 혹은 그 이상의 인물을 연기했다. 

 

<로스트 하이웨이> 르네, 앨리스 (페트리샤 아퀘트) 

 

<멀홀랜드 드라이브> 베티, 다이앤 (나오미 왓츠) 

 

<멀홀랜드 드라이브> 카밀라 로즈(로라 해링), 카밀라 로즈(멜리사 조지) 

 

<인랜드 엠파이어> 니키(로라 던), 데븐(저스틴 테록스) 

 

<인랜드 엠파이어> 수잔(로라 던), 빌리(저스틴 테록스)

 

 

4. 검시 결과 

   첫 번째 에피소드에서 밝혀졌던 검시결과 보다 조금 더 자세한 결과가 나왔다. 알버트의 말에 따르면, 로라는 살해 당하기 전에 각기 다른 장소에서 팔이 뒤로 올려진 채 두 번 묶였다. 그리고 살인범은 로라를 죽인 후 강물에 손을 씻고 그녀에게 키스를 했다. 로라의 목과 어깨에 있는 자국은 무언가가 물거나 쪼은 것 같다. 그리고 그녀의 위 속에서 소화되지 않은 플라스틱 조각을 발견했는데, J라는 글자가 써 있다. 

 

"로라는 살해 당하기 전에 각기 다른 장소에서 팔이 뒤로 올려진 채 두 번 묶였어. 이렇게." 

 

"살인범은 로라를 죽인 후 강물에 손을 씻고 그녀에게 키스를 했어. 이렇게" 

 

"가끔 내 팔은 뒤로 묶여있다..."

 

 

5. decency, honor and dignity (품위, 명예, 존엄성)

   검시소에서 소란을 피워 해리에게 주먹다짐을 당한 알버트가 데일에게 보고서를 올려달라고 하자 데일은 반대한다. 이 마을에 도착한지 고작 4일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그는 당시 미국 대도시에서 사라진 미국적인 가치- 품위, 명예, 존엄성 -를 이곳 트윈 픽스에서 봤다고 한다. 

 

알버트, 내 말을 잘 듣길 바라. 난 비록 트윈 픽스에 짧은 시간 머물렀지만, 그 시간 동안, 품위, 명예, 존엄성을 봤어. (살인은 이곳에서 흔치 않은 사건이야. 하루가 끝날 때 통계치로 환산되는 그런게 아니라고. 로라 파머의 죽음은 제각기 모든 사람들에게 영향을 끼치고 있어. 왜냐하면 이곳에서는 삶이 의미를 지니고 있으니까. 모든 삶이.) 그것들은 우리에게선 이미 사라져버린, 삶의 한 방식이야. 하지만 그렇지 않아, 알버트. 여기 트윈 픽스엔 그게 있다고.

 

"마치 이 지역 버섯을 간식으로 따먹은 것 같이 들리는군."

 

   실제로 이곳엔 대도시와 다른 삶이 펼쳐져 있다. 하지만 드라마가 진행될수록, 트윈 픽스가 자랑하는 미국적인 가치는 마을 사람들의 위선으로 감추어졌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 사실을 마을의 외부사람인 데일과 장 르노(후에 등장)에 의해 밝혀진다는 사실은 흥미를 일으킨다. 그런점에서 로라의 장례식에서 소란을 피우는 바비의 일갈은 귀담아 들어볼만 하다.   

 

아멘! 도대체 뭘 보고 있는거예요? 여러분들은 날 토하게 만드는군요. 당신들의 그 빌어먹을 위선이 날 역겹게 만든다고! 모두들 로라가 위험에 빠졌다는 것을 알고 있었어. 하지만 우린 아무일도 하지 않았지. 당신들 모든 선(善)한 사람들, 누가 로라를 죽였는지 알고 싶어? 당신들이 죽였어! 우리 모두가 죽였다고. 이런 아름다운 말 따위로 그녀를 살릴 수 있을 것 같아? 웃기지마, 그러니까 기도 좀 작작해. 로라는 이런 꼴을 보고 어딘가에서 깔깔거리며 웃고 있을테니까.

 

"우리 모두가 죽였어."

 

 

6. 네이딘, 빅 에드, 노마 

   드라마에서 가장 이상한 커플은 빅 에드와 네이딘일 것이다. 겉으로 보기에 빅 에드와 노마는 서로 오랫동안 사랑하는 사이인 것 같고, 모습 또한 준수해 보인다. 그에 반해 네이딘은 괴팍한 성격에 기이한 외모를 지녔다. 에드가 네이딘을 바라보는 모습은 사랑하는 모습이라기 보다는 무언가 안쓰럽다는 느낌의 표정을 지닌다. 이 장면에서 네이딘의 과거 회상 대화가 잠깐 나오는데, 그 내용이 꽤 안쓰럽다. 이들의 과거- 왜 에드가 노마와 헤어지고 네이딘과 결혼했는지 -는 시즌 2 첫 번째 에피소드에서 밝혀진다.  

 

에드, 고등학교 때, 난 풋볼 게임에서 노마와 당신을 보곤 했어요. 그녀는 정말 아름다웠죠. 그리고 당신과 노마는 정말 근사한 커플이었어요. 하지만, 난 알고 있었어요. 비록 내가 존재감 없는, 단지 작은 갈색 쥐같이 보이더라도, 당신이 나를 알기만 한다면, 우리는 영원히 함께 하리라는 것을 난 항상 알고 있었어요. 

 

"빅 에드, 노마와는 얼마나 사귄거죠?" 
 

 

7. 북하우스 보이(Bookhouse Boys) 

   빅 에드, 해리 보안관, 호크 보안관보가 외부인인 데일에게 자경단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자경단이란 "지역 주민들이 도난이나 화재 따위의 재난에 대비하고 스스로를 지키기 위하여 조직한 민간단체"를 뜻하는 말로 우리에게도 그렇게 낯선 단어는 아니다. 하지만, 해리가 데일에게 자경단을 설명하는 방식은 조금 독특하다. 그는 '범죄'라는 대신에 '악(惡, a sort of evil)'이라는 단어를 썼다. 해리가 언급한 '악'은 숲에서 벌어지는 지저분한 범죄를 지칭하지만, 앞에서 보여준 데일의 꿈 때문에 무언가 초자연적인 더 큰 실체가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원래의 설정이 어디까지였는지 모르겠으나, 이런 포괄적인 단어의 사용으로 드라마의 허용 범위가 더 늘어난 것은 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생각해 볼만한 일인 것 같다. 

 

내가 하는 말이 좀 이상하게 들리더라도, 지금부터 내 말을 잘 들어요. 트윈 픽스는 달라요. 당신도 알아챘겠지만, 이곳은 세상에서 멀리 떨어진 곳이죠. 물론 우린 그점을 좋아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다른 곳과 차이가 있어요. 어쩌면 그건 모든 선한 것들을 위해 우리가 지불해야하는 비용일지도 몰라요. ... 이곳에 악(惡)이 존재해요. 오래된 숲에 아주 이상한 무언가가. 어둠이라고 불러도 되고, 유령이라고 불러도 되요. 그것은 다양한 형태를 취하니까. 하지만 그것은 누구나 기억할 수 있을만큼 오랫동안 우리 주변에 있어왔어요. 그리고 우린 그것과 항상 싸워왔고요. 지금까지 그래왔고, 앞으로도 계속.

 

"비밀 조직을 말하는 거군요." 

 

 

 

8. 기억할만한 지나침

   가석방 심사를 앞두고 있는 노마의 남편 행크 제닝스(Chris Mulkey)의 죄수번호는 『레 미제라블(Les Misérables)』에 나오는 장 발장(Jean Valjean)의 죄수번호와 같다. 좀 더 상상을 한다면, 그는 '원 아이 잭'으로 대표되는 캐나다쪽 범죄 조직(르노 삼형제)과 관련이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로라의 장례식장에서 리랜드가 슬픔을 참지 못하고 딸의 관에 뛰어든 장면을 셜리가 손님들에게 재현하고 있다. 슬픔과 우스꽝스러움을 불러일으켜 웃지도 울지도 못하게 만드는 기괴한 장면이다.  

 

   베르나르 르노(Clay Wilcox). 르노 3형제 중 막내로 마약 밀매를 맡았다. 이후로 나오는 장면은 없지만, 두 형 자끄 르노와 장 르노를 연결하는 다리 역할을 한다. 베르나르는 다음 회에서 시체로 한 번 더 등장한다.
 

 

   데일이 호크에게 영혼을 믿느냐고 묻자, 호크가 영혼은 단수가 아니라 복수라고 얘기한다. 데일이 묻자 호크는 "블랙풋 전설에 따르면"이라 얘기한다. 여기서 호크가 얘기하는 블랙풋이란 아메리카 원주민 인디언을 얘기한다. '블랙풋 연합' 또는 'Niitsítapi'(원주민)는 앨버타에 거주하는 세개의 종족과 몬태나에 거주하는 한 개의 종족을 지칭하는 집단 명칭이다. 호크는 이 집단의 마지막 후손인 셈이다. 호크는 뒤에도 흥미로운 전설을 이야기하는데, 그 중 하나가 '하얀 오두막'에 관한 것이다. 이 이야기는 시즌 2에 나온다. 

 

 

9. 덧붙임 

a. 대부분 사실에 기초하여 썼고, 개개의 세부사항은 사실에 부합하지만, 이야기의 흐름에 따라 사실의 전후부분이 바뀐 경우도 있습니다.   

b. 컨텐츠 중 캡쳐 이미지에 대한 권리는 해당 저작권사에게 있습니다.   

c. Refenences    

- 『Lynch on Lynch, Revised Edition』크리스 로들리, Faber & Faber
- 『
데이빗 린치의 빨간방』데이빗 린치,  곽한주 옮김, 그책
- <
Twin Peaks: Definite Gold Box Edition> Lynch/Frost Productions, CBS DVD, Paramount Home Entertainment
- <
Twin Peaks: Fire walk with me> Lynch/Frost Productions, CIBY 2000, New Line Cinema
- <
David Lynch The Lime Green Set> Absurda
- <Lost Highway> Universal Studios
- <Mulholland Dr.> Universal
- <Inland Empire> Absurda/Rhino

- 위키피디아
http://en.wikipedia.org/
- IMDB http://www.imdb.com/   

d. 다음 글은 3월 24일 오전 9시에 올라갑니다. 

 

 

10. Bonus Screensh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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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호인 2010-03-17 1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길어서 그림만 흝어본 후 추천만 꾸욱 누르고 말았습니다. ㅋㅋ

Tomek 2010-03-17 14:46   좋아요 0 | URL
처음 달린 댓글이예요. 감동이 주르륵~ ㅠㅠ
워낙에 오래된 드라마고, 인기도 없던지라 별로 관심 없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나름 많이들 읽어주시니 감동이예요.
고맙습니다. ^.^;

설진 2013-03-06 17: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방연한지 이십년도 더 넘어서야 트윈픽스를 봤내요.
포스팅이 하나하나 대단 하신 것 같습니다. 덕분에 보고나서 정리가 잘 되내요.

Tomek 2013-03-06 18:06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
 

                
               <TWIN PEAKS>
               시즌  1    
               에피소드  2 (3)
               타이틀  Zen, or the Skill to Catch a Killer
               각본  Mark Frost & David Lynch
               감독  David Lynch 
               방영일  1990년 4월 19일
 

 

   
                 <지난 회 보기>
               0. Prologue - Chaos
               1. Pilot (aka Northwest Passage)
               2. Traces to Nowhere
 
   

 

  

 

1. 이야기 

   벤 혼의 동생 제리 혼(David Patrick Kelly)이 파리에서 돌아온다. 벤은 제리에게 노르웨이 사람들과의 계약이 실패했다는 사실을 말하고, 실망하는 제리에게 '애꾸는 잭(One-Eyed Jack)'에 새로온 여자가 있다며 같이 가자고 한다. 

   바비와 마이크는 늦은 밤 숲에서 리오를 만난다. 리오는 바비에게 돈을 준비하라고 협박한다. 

   데일은 트루먼 보안관과 보안관보들에게 로라 파머 살인범의 용의자를 좁히는 독튼한 방법을 시연한다. 그리고 냉소적인 FBI 수사관 알버트 로젠필드(Miguel Ferrer)와 그의 팀이 도착한다. 그의 건방진 언행으로 트루먼 보안관과 마찰을 빚는다. 

   조시는 캐서린이 재재소를 운영하면서 두 개의 비밀 장부를 만든 사실을 알게 된다. 그날밤, 데일은 꿈속에서 마이크라 불리우는 외팔이 사내와 로라 파머의 살인자 밥을 본다. 밥은 꿈속에서 데일에게 자신은 또 살인을 저지를 것이라고 예고한다. 그리고, 이상한 빨간 방에서, 늙은 데일은 로라 파머와 난쟁이를 만난다. 꿈에서 깨어난 데일은 트루먼 보안관에게 전화를 걸어 로라 파머의 살인자가 누군지 알았다고 얘기한다.  

 

 

 

2. 애꾸눈 잭 

 

   형 벤자민과 동생 제리가 함께 가는 '애꾸눈 잭(One-Eyed Jack)'은 캐나다 국경 근처에 있는 매음굴이자 카지노로 벤자민이 소유하고, 마담 블래키 오레일리(Victoria Catlin)가 운영한다. 이곳에 백화점 향수 매대에서 새로 온 '여자 아이'가 있다는 것으로 보아, 혼수상태에 빠져있는 로네 풀라스키와 로라 파머 또한 매음굴과 벤자민에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One-Eyed Jack'은 남자 성기의 완곡한 표현이기도 하다.

   이곳을 운영하는 블래키는 이 애꾸는 잭을 자신의 소유로 하기 위해 모종의 음모를 꾸민다. 이 사건은 패커드 제재소의 캐서린(제재소 운영)과 조시(제재소 소유)의 이야기와 중첩되고, 이 두 사건에는 벤자민이 관여해있다. 이 일련의 사건으로 그는 이 드라마에서 리오 존슨과 더불어 가장 큰 의혹을 끌고다니는 인물이 된다.  

 

   '애꾸는 잭'은 영화 말론 브란도 감독, 주연의 <애꾸는 잭(One-Eyed Jacks)>에서 따 온 것이기도 하다. 이 영화의 감독은 스탠리 큐브릭이 맡기로 했으나, 대스타인 말론 브란도와의 불화로 해고를 당하고, 결국 주연을 맡은 말론 브란도 자신이 감독을 맡았다. (이때문에 우리는 스탠리 큐브릭의 '서부극'을 볼 기회를 놓쳤다. 참으로 애석한 일이다.)  

 

"그거 말론 브란도가 출연한 서부극 말하는 거야?" 

 

    

왼쪽 <애꾸눈 잭> 포스터, 오른쪽 <스팔타커스> 촬영 때의 스탠리 큐브릭  

 

   데이빗 린치와 스탠리 큐브릭의 관계는 특별하다. 이들은 살면서 직접 만난 적은 없지만, 서로에게 깊은 영향을 주었다. 1980년, 데이빗이 <엘리펀트 맨>을 찍으러 영국에 갔을 때, <제국의 역습(Star Wars Episode V: The Empire Strikes Back)>을 찍던 스태프들이 그에게 와서 흥미로운 이야기를 해줬다. 그들이 영화를 촬영하면서 스탠리 큐브릭과 이야기를 할 기회가 있었는데, "진짜 끝내주는 영화를 보여줄테니 우리 집으로 같이 가자"는 제안을 했다고 한다. 집에서 그가 틀어준 영화는 데이빗의 데뷔작 <이레이저 헤드>였다고 한다. 데이빗은 그의 저서에서 그때 그 일화를 평생 잊지 못할 일이라고 회고했다. 참고로 데이빗이 가장 좋아하는 스탠리 큐브릭의 작품은 <롤리타(Lolita)>다.  

 

위 <이레이저 헤드> 아래 <샤이닝(Shining)>. 주인공 헨리와 잭의 공통점은 점점 그들 자신이 현실에서 멀어진다는 것이다. 헨리는 현실을 도피하고 자신만의 세계로 빠져들어 구원을 얻은 반면, 잭은 현실을 자신만의 세계로 만들려하다 실패하고 결국 그들의 일부가 된다. 이런 소소한 차이가 이들 감독의 특징을 살리는 것이 아닐까. 

 

위 <트윈 픽스> 아래 <샤이닝>. 일정한 패턴의 반복은 무의식적인 불안감을 불러 일으킨다. 데이빗의 패턴이 비선형으로 신경질적인 불안감을 내비친다면, 큐브릭의 패턴은 잘 정돈된 패턴으로 폐쇄공포증을 일으킨다. 데이빗이 생각해낸 빨간방이 큐브릭의 영향을 받았는지 모르겠으나, 서로 묘한 감흥을 불러일으킨다는 점에서 연관관계를 찾을 수 있다. 

 

 

 

3. SONNET XVIII 

 

   벤자민이 마담 블래키를 끌어안고 낭송하는 시(詩)는 셰익스피어(William Shakespeare)의 소네트 18번이다. 셰익스피어는 154개의 소네트를 남겼다. 소네트는 유럽의 정형시의 한가지로 13세기경까지 엄격한 형태와 특정 구조를 갖춘 14줄로 구성된 시를 의미하는 말이었으며 그 형식적 규율들은 시대에 따라 진화했다. 소네트는 엄격히 각운이 맞추어지는 형식이며, 르네상스 시기에 이탈리아에서 만들어졌으나, 잉글랜드로 전해져, 영국 시를 대표하는 시 형식의 한가지가 되었다.  

   이 소네트는 '셰익스피어 소네트'로, 10음절로 이루어진 14개의 줄이 '약강5음보 율격(iambic pentameter)으로 쓰여졌으며, 각운의 매기는 방식은 ABAB/CDCD/EFEF/GG 형태이다. (이 무슨 영미시 개론 수업도 아니고...)   

 

               Shall I compare thee to a summer's day? 
               Thou art more lovely and more temperate. 
               Rough winds do shake the darling buds of May, 
               And summer's lease hath all too short a date. 
               Sometime too hot the eye of heaven shines, 
               And often is his gold complexion dimm'd; 
               And every fair from fair sometime declines, 
               By chance or nature's changing course untrimm'd; 
               But thy eternal summer shall not fade 
               Nor lose possession of that fair thou ow'st; 
               Nor shall Death brag thou wander'st in his shade, 
               When in eternal lines to time thou grow'st: 
               So long as men can breathe or eyes can see, 
               So long lives this, and this gives life to thee.  

 

               그대를 여름날에 비할 수 있을까?
               아니 그대는 그보다 더 아름답고 우아하지
               모진 바람은 오월의 꽃 봉오리에 상처를 입히고
               작열하는 여름의 한때는 너무도 짧다
               태양빛은 때로는 너무나 뜨겁고
               그리고 때로 금빛 얼굴을 가리우며
               우연 그리고 자연의 변화로 고움도 상하고
               아름다운 모든 것도 가시고 말지만
               그대가 지닌 영원한 여름은 바래지 않고
               그대의 영원한 아름다움은 가시지 않는다
               죽음도 그대 앞에 굴복하고 말지니
               불멸의 노래 속에 시간과 함께 살리라
               인간이 숨쉬고 눈으로 보는 한
               이 노래 영원히 살아서 그대에게 생명을 주리라
  

 

   내용은 이 싱그러운 자연도 '당신'에 비할 수 없다는 '사랑 찬가'다. 하지만, 드라마에선 음습한 분위기로 이 시가 기괴하게 들린다. 게다가 한가지 더 흥미로운 사실은, 셰익스피어의 이 소네트가 오비디우스(Ovid)의 『비가(Tristia)』와 『사랑의 노래(Amores)』에서 영향을 받았다는 사실이다. 오비디우스는 『변신 이야기(Metamorphoses)』를 썼다. '변신'이라. 이런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something but good)' 사실은 텍스트의 겹을 한층 더 두텁게 만든다. 

 

  

 

4. 반복되는 문장 

 

   "리오는 새 신발이 필요해." 애초에 이 문장은 단순히 "내가 지금 돈이 필요하다는 걸 몰라?"라는 문장을 위트있게 사용한 것에 불과했다. 그러나 회를 거듭할수록 리오가 언급하는 "신발"은 많은 실마리를 품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렇게 똑같은 문장이나 단어가 그대로 쓰이면서도 그 의미가 각 상황마다 달라지는 '비트겐슈타인적 통찰'은 <멀홀랜드 드라이브>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멀홀랜드 드라이브> "This is the girl." - "꼭 이 여자를 주연으로 캐스팅해."

<멀홀랜드 드라이브> "This is the girl." - "그 여자를 주연으로 캐스팅하지 않으면 자네 신상에 위험이 따를거야."

<멀홀랜드 드라이브> "This is the girl." - "주연으로 캐스팅했으니 이제 됐죠?"

<멀홀랜드 드라이브> "This is the girl." - "이 여자를 죽여줘요."

 

  

 

5. 조명  

   어느 감독이나 그렇겠지만, 데이빗 역시 영화에서 조명을 중요하게 여긴다. 그는 조명의 위치를 조금만 바꾸더라도 인상적인 분위기를 표현할 수 있다고 생각해왔고, 또 그런 결과물을 만들어냈다. 데이빗은 영화의 조명에 대한 생각을 다음과 같이 피력했다. 

영화의 한 장면에서 방과 빛이 함께 어우러져 나름의 분위기를 빚어내는 경우가 종종 있다. 방이 완벽하게 영화 분위기에 들어맞는 것이 아니더라도 조명을 통해 본래의 아이디어에 충실한 분위기를 만들어낼 수 있다. 

영화에서 조명은 모든 것을 달라 보이게 할 수 있다. 심지어 인물까지도 달라 보이게 한다. 

나는 사람들이 어둠에서 걸어 나오는 장면을 좋아한다.

 

   <인랜드 엠파이어>를 보면 조명 때문에 골치를 썩는 영화 감독(Jeremy Irons)의 모습이 보이는데, 영화를 찍는 데이빗의 모습 또한 중첩된다. 재미있는 건, 이 말썽 많은 조명기사역을 맡은 사람이 데이빗 본인이라는 점이다.  

  

 

 

6. 티벳   

 

   드라마를 찍기 전, 데이빗은 방미한 달라이 라마를 보고 그의 삶과 종교와, 국가와 민족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 그리고 비행기에서 우연히 옆에 앉은 티벳 사람들과의 대화로 그들의 삶에 다시금 감동을 받았다. 그는 차후에 찍을 영화에 티벳에 대한 코멘트를 꼭 넣어서 사람들에게 알리기로 마음 먹었었는데, 이번 에피소드에서 티벳에 대한 이야기를 집어 넣을 수 있었다. 

 

 

   티벳에 대한 이야기와 더불어, 이 장면에서 보여지는 데일의 독특한 수사방식은 아마도 <트윈 픽스> 시리즈 전체 중, 가장 인상적인 장면 중 하나일 것이다. 데일은 과학적인 수사를 하는대신 자신의 '직관'을 믿는 방식으로 수사를 진행한다. 가장 억지스런 장면이지만, 이 장면은 어떤 독특한 분위기를 갖는다. 숲 속에서 벌어지는 일이라는 점(숲의 나무들이 바람에 흔들리는 장면은 밤에 신호등이 바람에 흔들리는 장면만큼 불길한 기운을 지닌다), 그리고 "병이 깨진다"는 불길한 느낌이 환기시키는 점이, 이 억지스런 해프닝에 무언가 특별한 기운을 불러일으킨다. 즉, 로라와 테라사가 살해되고 로네가 반사 상태에 빠진 이 일련의 사건들에 어떤 초자연적인 현상이 개입된 것 같은 아우라를 느낀다.

   게다가 이 방법은 데일의 꿈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이야기하는데, 이번 에피소드가 끝나기 전, 데일은 지금까지 흩어져 있던 이상한 단서들이 모두 한데 모이는 이상한 꿈을 꾸게 된다. 데일의 꿈은 현실과 저 너머의 세계를 연결해주는 영매와 같다. 

 

"이 모든 게 정말 꿈에서 본 거라는 말이죠?" 

 

   그 외 이 장면은 정신없이 나왔던 수많은 인물들을 정리해주는 역할도 하고 있다. 죽은 로라와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사람들(로라의 일기장에 있는 'J를 만나다'라는 글귀로 이름에 J가 들어간 사람들의 혐의를 조사한다). 이들은 수사와 상관 없이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어 나가기 시작한다. 

 

제임스 헐리, 로라의 숨겨둔 애인. 혐의 없음.  

 

조시 패커드, 로라에게 영어를 배움. 혐의 없음.  

 

로렌스 자코비, 로라를 담당한 정신과 의사, 가벼운 혐의(병이 돌에 부딪혔는데 깨지지 않았음).  

 

조니 혼, 로라의 특별 과외 학생. 혐의 없음. 

 

노마 제닝스, 로라의 무료 급식 봉사 활동(the Meals on Wheels)을 도와줌. 혐의 없음.  

 

셜리 존슨, 식당 웨이트리스. 로라의 친구. 혐의 없음.  

 

리오 존슨, 셜리의 남편. 트럭 운전사. 로라 와의 관계는 알려진 바 없음. 혐의 있음.

 

  

 

7. 데일의 꿈 

 

   그리고 드디어 '빨간방'이 나온다. 유럽 버전의 파일럿(파일럿의 <또다른 결말> 참조)을 본 사람들에게는 다시 한번 반복되는 내용이겠지만, 오리지널 파일럿만 본 대다수 시청자들에겐 처음 본 이 강렬한 장면에 아마도 넋을 잃었을 것이다. 짧지만 강렬한 이 빨간방 시퀀스는 로라 파머의 사진과 함께, 향후 <트윈 픽스>시리즈 전체를 대표하는 이미지로 자리잡게 된다. 

   유럽 버전의 또다른 결말부와 시리즈의 빨간방 시퀀스는 설정에 조금 차이가 있다. 또다른 결말에서는 이 모든 장면이 현실이었던 반면, 그래서 데일과 해리 보안관이 이 모든 사실을 다 같이 목격했지만, 시리즈에서는 이 장면을 데일이 자신의 꿈 속에서 본 장면으로 설정했다. 이 강렬한 꿈으로 시청자들은 앞서 보여줬던 '직관에 따른 수사방식'을 신뢰하게 만든다. 가장 큰 차이는 죽은 로라가 데일에게 귓속말을 하는 장면인데, 유럽 버전에서는 그 내용을 알 수 없었지만, 이번 에피소드에서는 그 내용을 알려준다. 로라가 자기를 죽인 범인이 누군지 데일에게 알려준 것이다!

   시즌 1에선 더 이상 나오지 않지만, 이 빨간방은 시즌 2에서 '검은 오두막(Black Lodge), 흰 오두막(White Lodge)' 전설로 옮겨간다. 그리고 이 빨간방은 시즌 2 마지막 에피소드에 다시 나오는데, 그 모양과 색이 조금 다르다. 오히려 에피소드 처음에 나왔던 '애꾸눈 잭'이 빨간방과 비슷하다. 빨간방은 극장판 <트윈 픽스>에 같은 모양과 색으로 다시 나온다.

 

  

 

8. 기억할만한 지나침

   동생 제리가 파리에서 돌아와 식사 중인 형 벤자민에게 바게뜨를 선물하자, 자신의 식사를 밀쳐두고 게걸스럽게 빵을 먹는 장면이다. 이 장면은 벤자민의 게걸스러운 탐욕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그리고 빵을 먹으면서 이런 대사까지 한다. "이걸 먹으니 강 아래 살았던 지니와 제니가 생각나는군." 그리고 동생과 유령숲 계약건에 대해 이야기하고 '오입질'을 하러 '애꾸눈 잭'에 간다. 벤자민의 탐욕이 식욕, 물욕, 성욕에 걸쳐있다는 점을 '빵'이라는 소품 하나로 얘기했다. 

  

 

   네이딘(Wendy Robie)이 심혈을 기울여 만들고 있는 커튼 드레이퍼리를 남편 빅 에드가 망쳐놓자 분개하며 운동기구를 "찌그러뜨리는" 장면이다. 이 가공할만한 네이딘의 힘은 '아드레날린의 분출' 때문인데, 그녀의 비정상적인 힘은 시즌 2에 이르러 나타난다. 

  

 

   <사랑으로의 초대(Invitation to Love)>. 극 속의 극으로 시즌 1에서만 나온다. 명백히 데이빗의 전작 <블루 벨벳>의 분위기가 나는 TV 드라마지만, 그 내용은 거의 <아내의 유혹> 수준이다. 이 극 중 극은 <트윈 픽스>에서 벌어지는 각종 사건들을 대신 이야기해주는 역할을 한다. 

   이런 극 중 극은 후에 <인랜드 엠파이어>에서 <토끼들(Rabbits)>이라는 극 중 극과 겹쳐진다. <토끼들>이라는 단편은 8개의 에피소드로 되어 있는 데이빗 린치의 단편 영화인데, <인랜드 엠파이어>에 삽입 되면서 극 중 극이 본 영화와 섞이는 기이한 현상이 발생한다.

 <토끼들(Rabbits)> 혹은 <인랜드 엠파이어(Inland Empire)>

 

 

 

     오드리: 로라가 우리 아빠에 대해 무슨 얘기한 적 있니? 
     다나: 무슨 말이야?
     오드리: 아무 것도 아냐.
     다나: 얘기해봐, 무슨 말인데?
     오드리: 아빠가 로라한테 노래를 불러주곤 했거든.
 

   이 대화는 오드리의 아버지 벤자민과 로라가 '어떤 관계'에 있었음을 암시하는 말이기도 하고, 오드리와 로라가 서로 소원했던 이유이기도 하다. 벤자민은 로라를 자기 딸보다 더 사랑했다(어떤 사랑의 차이인지는 시즌 2에서 설명되지만, 대충 짐작은 간다). 그래서 그녀가 아버지의 사업을 망치게 한 것은 자신이 아버지의 관심을 받기 원했다는 질투의 방증이다. 이들 부녀관계가 삐끗하기 시작한 것에 대해선, 첫 번째 에피소드에서 벤자민의 대사를 다시 음미해볼만 하다.   

  

"로라는 이틀 전에 죽었지만, 난 너를 잃은지 수 년이 지났다."

  

 

   알버트 로젠필드를 맡은 미구엘 페러(Miguel Ferrer)는 데이빗의 실패작 <사구>에 샤담 4세 황제로 출연한 호세 페러(José Ferrer)의 아들이다. 물론 이런 혈연을 염두해 둔 캐스팅은 아니었다. 데이빗이 미구엘을 캐스팅한 이유는 그가 <로보캅(Robo Cop)>에서 인상적인 역할을 맡았기 때문이었다.  

 

<사구>에서 샤담 4세 황제 역을 맡은 호세 페러

 

<로보캅>에서 자상한 아빠의 모습과 냉혹한 회사 임원의 모습을 보여준 미구엘 페러. <로보캅> DVD 코멘터리를 들어보면 감독인 폴 바호벤도 미구엘의 저 천진난만한 표정과 냉혹함에 찬사를 보냈다. <트윈 픽스>의 알버트 로젠필드 또한 까칠하지만 미워할 수 없는 역이다.

  

 

   리랜드가 죽은 딸을 잊지 못해 레코드를 틀고 로라의 사진을 들고 춤을 추는 장면이다. 이 장면은 데이빗의 특허같은 장면으로, 슬픔, 기괴함, 우스꽝스러움 등 한데 모이기 힘든 감정이 다 드러난다. 그리고 아래 로라의 사진에 묻은 피는 진짜 피다. 연기에 너무 몰입한 레이가 진짜로 손을 다쳐 흘러나오는 피로 로라의 사진에 덧칠하는 모습은 슬픔과 공포를 느끼게 한다. 

 

 

 

9. 덧붙임 

a. 대부분 사실에 기초하여 썼고, 개개의 세부사항은 사실에 부합하지만, 이야기의 흐름에 따라 사실의 전후부분이 바뀐 경우도 있습니다.   

b. 컨텐츠 중 캡쳐 이미지에 대한 권리는 해당 저작권사에게 있습니다.   

c. Refenences    

- 『Lynch on Lynch, Revised Edition』크리스 로들리, Faber & Faber
- 『
데이빗 린치의 빨간방』데이빗 린치,  곽한주 옮김, 그책
- 『
A History of English Literature』마이클 알랙산더, Palgrave Macmillan
- <
Twin Peaks: Definite Gold Box Edition> Lynch/Frost Productions, CBS DVD, Paramount Home Entertainment
- <
Twin Peaks: Fire walk with me> Lynch/Frost Productions, CIBY 2000, New Line Cinema
- <
David Lynch The Lime Green Set> Absurda
- <
Mulholland Dr.> Universal
- <
Inland Empire> Absurda/Rhino
<Dune> Universal  
-
<Robocop> MGM
- 위키피디아
http://en.wikipedia.org/
- IMDB http://www.imdb.com/  

d. 다음 글은 3월 17일 오전 9시에 올라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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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애쉬 2014-08-21 15: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감사히 잘 읽고 갑니다. 며칠 전 문득 어렸을때 KBS를 통해 봤던 <트윈 픽스>가 떠올라 인터넷 검색중에 이곳에 오게 되었어요. 덕분에 추억을 상기하며 잘 읽었고, 전 시리즈 영상도 어렵게 구해서 지금 파일럿 부터 보고있답니다. 다시한번 감사해요-

Tomek 2014-09-14 12:46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오래 전에 끼적인 글인데도 어찌어찌 많이들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할 따름입니다. 이럴 줄 알았으면 더 잘 쓸걸... 아쉬움이 드네요.

다시 한 번 고맙습니다.
:)
 

                
               <TWIN PEAKS>
               시즌  1    
               에피소드  1 (2)
               타이틀  Traces to Nowhere
               각본  Mark Frost & David Lynch
               감독  Duwayne Dunham
               방영일  1990년 4월 12일
 

 

   
 

               <지난 회 보기>
              
0. Prologue - Chaos
               1. Pilot (aka Northwest Passage) 

 
   

  

 

1.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진행하기 전에 한 가지 정리하고 넘어가야 할 일이 있다. 시리즈 넘버링에 관한 것이다. 보통 드라마는 첫 번째 시즌에 파일럿 에피소드가 첫 번째 에피소드로 포함 되는데, <트윈 픽스>는 좀 독특한 구성을 지니고 있다. 앞서 얘기한 파일럿 에피소드는 따로 독립된 작품으로 여기고, 지금부터 얘기하는 드라마가 시즌 1의 첫 번째 에피소드로 분류된다. 그러니까 쉽게 얘기하자면, <트윈 픽스>는 파일럿, 시즌 1 - 7개 에피소드, 시즌 2 - 22개 에피소드로, 총 30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있다. 문제는 이 드라마가 시즌 별로 끊어지는 독립적인 이야기가 아니라, 전부 연결되어 있는 하나의 이야기로 구성된 작품이라 시즌을 나누는 게 거의 무의미하기 때문에 에피소드별로 구분을 하기 마련인데, 이게 국가별로 제각각이다. 드라마를 제작한 미국에서는 위에서 분류한 방법으로 <트윈 픽스>를 분류한 반면, 미국을 제외한 다른 여러 나라에서는 시즌 구분을 하지 않고, 파일럿 부터 시즌 2 마지막 작품까지를 1~30으로 분류하는 것이다.  

   이렇게 복잡한 이유는, 파일럿 에피소드의 판권 때문인데, ABC TV가 <트윈 픽스> 파일럿을 유럽에 비디오로 팔아버렸기 때문이다. 워너 브라더스에서 파일럿에 대한 판권을 사서 유럽에 출시하고, 미국에도 따로 출시를 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실종 살인>이라는 제목으로 비디오로 출시가 됐다고 하는데, 확인은 못했다) 이 때문에 <트윈 픽스> 파일럿의 부가 판권이 복잡하게 얽히게 되었다. 드라마 종방 후, 미국에서 <트윈 픽스>시리즈는 두 번 비디오로 출시됐으나, 모두 파일럿이 포함되지 않은, 15편의 비디오로 출시되었고, 우리나라에 출시된 비디오도 이것을 바탕으로 했다. 2001년 아르티잔에서 발매한 시즌 1 DVD에서도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미국에서는 파일럿이 빠진, 7개의 에피소드로만 구성되어 팬들의 격한 비난에 시달려야 했었다. 반면, 영국(유니버셜)과 호주(파라마운트)에서 발매한 시즌 1에는 파일럿이 포함되어 있었고, 우리나라에서 발매된 DVD는 유니버셜에서 발매했기에, 파일럿이 포함될 수 있었다. 물론 이 지난한 문제는 2007년에 <Twin Peaks: Definite Gold Box Edition>을 발매하면서 말끔히 해결할 수 있었다.

 

이렇게 히트할 줄 알았으면 그때 팔지 않는건데... 

 

   이렇기 때문에 각 나라에서 드라마 에피소드를 세는 게 제각각이다. 파일럿을 시리즈에 포함하느냐, 포함하지 않느냐에 따라, 드라마 에피소드가 하나씩 밀리거나 당겨질 수도 있다. 그렇기에 이 글에서는 이렇게 하겠다. 원칙적으로는 파일럿, 시즌 1, 시즌 2로 나누되, 그 뒤에 괄호를 넣어 전체 시리즈를 총괄하는 번호를 붙이는 것으로 하겠다. 그러면 나중에 해당 에피소드를 쉽게 찾을 수 있을 것이다. 

 

 

2. 제작 

   시즌 1 제작 결정으로, 데이빗과 마크는 그들이 만들어낸 이야기를 더 확장시킬 기회를 얻었다. 그들이 기대했던 에피소드보단 적었지만, 일단은 이야기를 만드는데 주력을 했다. 데이빗과 마크가 파일럿을 바탕으로 첫 번째와 두 번째 에피소드를 썼고, 이것을 바탕으로 할리 피튼(Harley Peyton)이 3번과 6번 에피소드를, 로버트 엥겔스(Robert Engels)가 4번 에피소드를 썼다. 마지막 에피소드는 마크가 썼는데, 그는 '고작 7시간'으로는 그들이 원하는 이야기를 다 풀지 못하는 것을 알기에, 시즌 2의 제작을 위해 결말부에 여러 '떡밥'을 넣기로 했다. 나중에 자세히 이야기하겠지만, 시즌 1 - 7번 째 에피소드의 클리프행어 결말은 그가 가진 작가적 역량을 모두 풀었다고 할만큼 자부심을 느끼는 작품이기도 하다. 

   문제는 프리 프로덕션 기간이었다. 파일럿 방영을 4월 8일 부활절로 잡고, 4월 12일 목요일부터 매 주 한 편씩 방송한다는 ABC의 '살인적인' 스케줄로 준비할 시간이 너무나 부족하게 되었다. 때문에 데이빗과 마크는 하나의 원칙을 세웠다. 첫째, 경제적으로 촬영하기 위해, 시애틀로 가지 않고 노쓰 샌프란시스코 밸리의 스튜디오에서 세트를 세워 내부촬영을 한다. 외부촬영은 남부 캘리포니아에서 찍는 것으로 한다. 둘째, 각 에피소드 별로 다른 감독이 '책임지고' 찍는다. 촬영 전, 데이빗과 마크와 작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되, 데이빗과 마크는 그 결과물에 대해 관여하지 않는다. 단, 사운드 믹싱은 데이빗이 한다. 셋째, 7개의 에피소드를 '동시에' 촬영한다. 

   이런 원칙을 정하고, 실내 세트가 세워지는 동안, 데이빗은 그가 한 때 몸담았었던 AFI(American Film Institute, 미국 영화 연구소)에 가서 카렙 데스샤넬(Caleb Deschanel)과 함께 드라마를 찍을 감독들을 찾는 작업을 했다. 이렇게 해서 찾은 감독들이 티나 레스본(Tina Rathborne), 팀 헌터(Tim Hunter), 레슬리 링카 글래터(Lesli Linka Glatter)다.

 

데이빗 린치가 AFI에서 데려온 미지의 감독들 중, 가장 알려진 감독은 팀 헌터였다. 그는 87년에 <리버스 엣지(River's Edge)>라는 영화를 감독했는데, 이 영화 또한 10대 소녀의 살인사건을 다뤘다. 지금 본다면, 앳된 키아누 리브스와 무시무시한 데니스 호퍼를 발견하는 재미가 클 것이다.

 

   시즌 1 첫 번째 에피소드 감독은 파일럿의 편집을 맡았던 듀웨인 던햄이 맡기로 했다. 일단, 파일럿을 찍은지 1년이란 시간이 흘렀기 때문에, 파일럿의 이야기와 캐릭터에 가장 깊숙히 개입한 그가 1편의 감독을 맡는 것은 당연한 일이기도 했다. 그리고 데이빗과 마크가 이미 찜해놓은 에피소드(2, 7편)를 제외하고 나면 실상 그가 고를 것은 1편 밖에 없기도 했다. 

 

에피소드 1편은 듀웨인 던햄이 감독했으나, 데이빗 린치의 인터뷰집『Lynch on Lynch』에는 데이빗 린치가 감독했다고 표기되어 있다. 아무래도 파일럿과 시즌 1의 1, 2편의 스크립트를 데이빗과 마크가 썼고, 파일럿과 2편의 감독을 데이빗이 했기 때문에 이런 실수가 나지 않았나 싶다. 1편은 데이빗이 찍었다고 보기엔, 좀 평범하게 보인다. 1편은 파일럿과 2편을 연결해주는 다리인 셈이다. 

 

 

3. 이야기 

   아침에 호텔에서 일어난 데일은 식사를 하는 중 오드리 혼을 만난다. 그녀는 로라와 같은 학교에 다니지만, 친한 사이는 아니며, 정신 발육이 멈춰있는 오빠 조니(Robert Bauer)를 돌봐주러 일주일에 세 번 왔다고 한다. 오드리는 데일에게 호감을 보인다. 

   보안관 사무실에 들러 데일은 윌에게 로라 부검 결과를 듣는다. 그녀가 죽은 시간은 자정에서 새벽 4시 사이고 과다출혈이 있었다. 어깨와 혀에 깨문 자국이 있는데, 그것은 자해로 보인다. 손목과 팔목, 팔에 있는 상처는 묶여서 생긴 것으로 추정되고, 죽기 전 최소한 3명의 남자들과 관계를 맺었다. 

   셜리 존슨은 남편 리오 존슨의 빨래를 하다가 피가 묻은 셔츠를 발견하고, 숨겨놓는다. 리오는 피묻은 셔츠를 찾지 못해 성질을 부리고, 셜리를 폭행한다. 

   로라 파머의 살인사건 용의자로 수감된 제임스 헐리는 데일과 해리의 심문을 받는다. 그는 로라가 죽기 전, 마지막으로 같이 있었던 사람이다. 제임스는 로라가 무언가에 공포를 느끼고 있었다고 진술한다. 로드하우스에서 난동을 부렸던 바비는 마이크(Gary Hershberger)에게 리오 존슨에게 줄 돈이 로라에게 있다고 한다. 제임스는 무혐의로 풀려나고 바비와 마이크 또한 풀려난다. 

   로라의 일기장에 있는 'J를 만나다'라는 단서로, 로라와 관련한 J로 시작하는 사람들을 조사하는 데일과 해리는 패커드 제재소를 소유한 조시 패커드를 만난다. 그와 관련해 제재소를 운영하는 캐서린 마르텔과 벤자민 혼은 제재소에 대한 음모를 꾸민다. 

   한편 반사상태에 빠진 로네 폴라스키의 부모를 취재하는 보완관보 호크(Michael Horse)는 그녀가 혼 백화점 향수 카운터에서 일을 했다는 것을 알아낸다. 그와 동시에 갑자기 등장한 외팔이를 보고 쫓으나, 시체 보관소 앞에서 놓치고 만다. 로라의 친한 친구 다나가 로라의 어머니 사라를 위로하러 갔을 때, 사라는 침대 뒷편에 누군가가 물끄러미 자신을 쳐다보고 있는 것을 보고 놀라 소리를 지른다. 

   제임스와 다나는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고, 바비와 마이크는 제임스에게 복수를 다짐한다. 로라를 치료했던 정신과의사 자코비는 로라가 남긴 테이프를 들으며 훔쳐온 로라의 목걸이를 꺼낸다. 로라의 테이프에는 자신의 죽음을 예감하는 듯한 말과, '수수께끼 남자(mystery man)'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자코비는 로라의 테이프를 들으며, 목걸이를 바라보고 웃는 듯, 우는 듯 알 수 없는 표정을 짓는다. 

 

 

 

 

4. 에피소드 1 

   새로 시작하는 시즌의 첫 번째 에피소드지만, 이번 에피소드에서는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시작하는 대신, 파일럿에서 다루었던 이야기와 캐릭터를 조금씩 확장하거나 설명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새로 등장하는 캐릭터는 빅 에드가 보안관 해리에게 언급하는 자끄 르노(Walter Olkewicz)뿐이고, 그나마 등장하지도 않는다. 

" 어제 로드하우스에서 노마를 만나기도 했었지만, 내 임무(stakeout)를 소흘히 하지도 않았어. 싸움을 말리려 나가는데 갑자기 머리가 휘청거렸고, 그 이후론 기억도 안 나. 아마도 누군가가 내 맥주에 약을 탄 것 같아. 자끄 르노가 어제 바에서 일했어." 

 

   이야기의 전개는 매우 친절한 편이다. 예를 들어, 윌이 로라 파머의 부검 결과를 설명하는 장면에서, 시청자들이 "도대체 저렇게 끔찍한 짓을 누가 했을까?"라고 생각할 때, 화면은 리오 존슨과 셜리 존슨을 비춘다. 셜리는 리오의 세탁물 중, 피가 묻어있는 옷을 발견하고 숨긴다. 리오는 그 옷이 없어진 것을 알고 분개한다. 떄문에 자연스럽게 리오 존슨을 의심하게 한다. 게다가 그는 수틀리면 자기 부인도 패는 성격이니, 범인으로 의심하기에 알맞은 인물이다. 물론, 트윈 픽스에는 이보다 더 기괴한 인물들이 많이 있지만. 

 

   그와 동시에 초자연적인 일도 발생하는데, 로라의 어머니인 사라 파머가 집에서 이상한 사내(살인자 밥-2편에서 설명된다)를 보는 것과, 병원에서 외팔이 사내가 로라의 시체가 보관되어 있는 시체 보관소 앞에서 사라지는 일이 그렇다. 보통의 드라마라면 이런 일련의 '기이한 상황'은 목격자의 환상정도로 치부하기 마련이지만, 데이빗과 마크는 이 설정을 TV에서 수용할 수 있는 한계까지 밀어붙인다. 이번 편에서는 잠시 소개만 했을 뿐이고, 2편에서 본격적인 이야기가 전개된다.

 

   한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시즌 1의 제작이 파일럿 제작 후 1년이 지난 다음에야 만들어져서 인물들의 모습이 전과 조금 다르다는 사실이다. 가장 큰 차이를 보여주는 인물들은 리오 존슨과 오드리 혼(Sherilyn Fenn)인데, 그 중 리오 존슨을 맡은 에릭 달(Eric Da Re)의 모습이 가장 큰 차이가 난다. 에릭은 TV 시리즈와 극장판 모두 다 출연했는데, 그의 출연 분량을 시간 순서대로 놓으면 다소 황당한 머리숱의 변화를 확인할 수 있다.

2월 23일 자정에 가까운 시간 (극장판 트윈픽스, 제작 1992년)

2월 24일 아침 (파일럿, 제작 1989년)

2월 25일 아침 (시즌 1 에피소드 1, 제작 1990년) 

 

 

 

5. 기억할만한 지나침

   "마릴린 몬로와 케네디 형제들 간에는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드라마와 관계없는 이 대사는 여러가지로 해석할 수 있다. 첫째, 데이빗과 마크는 처음에 마릴린 몬로에 대한 프로젝트로 만났다. 이 대사는 그들의 엎어진 프로젝트를 상기시키는 대사로 볼 수 있다.  

   둘째, 마릴린 몬로와 케네디 형제간의 이야기는 대중의 인기를 한몸에 받던 금발 여인과 정계 '거물' 사이의 이야기다. 케네디 형제들에 관한 스캔들 때문에 그녀의 죽음이 은폐됐다는 음모론도 있다. 이 대사는 로라 파머의 살인자가 트윈 픽스의 '거물'일지도 모른다는 단서를 보여주고 있다(실제로 이렇게 기획됐었다).  

   그리고 세번째, 정치적인 사건을 끌어들여서 이 드라마를 정치적인 알레고리로 읽고 싶은 욕망을 불러일으킨다. 트윈 픽스 마을 초입에 있는 두 개의 봉우리(차후에는 흰 오두막과 검은 오두막)를 민주당과 공화당의 대통령 후보로 보고, 트윈픽스를 선과 악이 공존하는 '미국'으로 보는 방법이다. 과장된 면이 없지 않지만, 어느 정도는 수긍할 수 있는 해석이다. 왜냐하면 당시 90년대에 초반에 나온 영화들은 이렇게 도식적인 해석이 들어맞는 영화들이 나왔던 시절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얀 드봉 감독의 <스피드(Speed)>. 버스 안의 세계를 '미국'으로, 키아누 리브스를 '대통령'으로, 버스 안의 인물들을 '국민(미국을 구성하는 인종)'으로, 버스를 위협하는 전직 경찰관을 '외부로부터의 위협'으로 보고 영화를 한번 감상해 볼 것. 버스 안의 인물들이 어떻게 죽고, 어떻게 위기를 극복하는지 '정치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 도식적인 영화로 잘 알려져있다. 물론 우리에게야 시원한 액션 영화로 간주되지만. 

 

   빅 에드와 호크가 서로 은밀히 눈을 쓸어내리는 행위를 반복한다(이 장면은 앞서 빅 에드와 해리 보안관 사이에서도 했던 행위다). 이 행동은 '북하우스 보이'라는 자경단원들의 표식이다. 자경단원들의 활약은 나중에 펼쳐진다. 

 

하라는 공부는 안하고! (철썩) ㅡ.ㅡ;;;

   데이빗 린치 영화에서 가족끼리 식사하는 장면은 꽤 자주 나온다. 가족 식사만큼 가정의 화목함과 그 안에 숨어있는 갈등을 경제적으로 표현하는 방법은 없을 것이다. 이번 에피소드에서 바비 가족의 식사장면에서는 부모와 아들의 소통 불가능한 모습을, 제임스가 다나의 가족과 같이 식사하는 장면에서는 제임스와 다나의 애틋한 감정을 확인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일련의 데이빗 영화에서 식사장면은, 이런 애틋함보다는 기괴하거나 절망적인 경우를 나타내는 게 더 많다. 

 

위로부터 단편 <할머니(Grandmother)>, <이레이저 헤드>, <극장판 트윈 픽스>, <스트레이트 스토리>, <인랜드 엠파이어(Inland Empire)>. 데이빗 린치의 식사장면은 항상 무슨 '사건'이 발생된다. 가장 '정상적인(?)' 영화인 <스트레이트 스토리>조차, 저 장면에서 앨빈이 집을 떠나 형을 찾아가려는 결심을 한다. 그 외의 영화들에서는 주인공을 파국으로 치닫게 하는 장면들이 전개된다. 

 

   "처음엔 네 여자친구랑 사귀더니 이번엔 내 여자친구야." 바비와 마이크가 제임스와 다나가 사귀는 것을 알고 분개하는 장면이다. 바비는 로라의 '공식적인' 남자 친구였으나, 로라와 제임스가 비밀리에 사귀었다는 것을 알고 복수를 다짐한다. 데이빗 린치의 영화에서는 이렇게 차 안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많은데, 아기자기하고 재밌는 장면도 있는 반면, '기괴하게 보이는' 장면도 있다.  

 

첫 번째, 두 번째 <로스트 하이웨이>, 세 번째 <멀홀랜드 드라이브(Mulholland Drive)>. <로스트 하이웨이>의 경우는 매일 여자들이랑 잠자리를 갖는 용의자를 미행하는 형사들의 신세한탄을 언어유희(?)로 풀어냈고, <멀홀랜드 드라이브>는 맘좋은 푸근한 노인들을 작정하고 '기괴하게' 보이도게 했다. 여담이지만, 데이빗 린치만큼 일상적인 것을 기괴하게 보이게 하는 사람도 없을 것이다. 

 

   조시는 재재소 소유권으로 서로 갈등을 빚고있는 캐서린에게 전화를 받는다. "어제 네가 벌인 'shenanigans activities'때문에 손해를 많이 봤어.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할거야." 그 말을 들은 조시가 데일과 해리에게 묻는다. "shenanigans가 무슨 뜻이죠?" 그러자 데일이 대답한다. "허튼 행동, 해악, 종종 기만적이거나 피해를 의도하는 속임수를 뜻하기도 합니다." 이것은 영어에 익숙하지 못한 조시를 놀리는 캐서린의 장난이기도 하지만, 이 어려운 단어는 트윈 픽스라는 마을을 설명하는 '열쇳말'이기도 하다. 마을 사람들의 'shenanigans'가 종래에는 그들에게 어떤 파국을 이끌지 계속 지켜볼 일이다.

 

   조시를 쳐다보는 해리의 모습만으로 데일은 해리와 데일이 서로 사귀고 있다는 것을 단번에 알아낸다. 그는 다른 일반적인 수사관들과 달리 증거를 찾기 보다는 자신의 직감과 직관을 믿는 편이고, 그렇게 수사를 진행한다. Clueless Detective. 데이빗 린치의 별명이기도 한 이 단어는 어떻게 해석하든 그 의미에 부합한다.

 


 

 

6. 덧붙임

a. 대부분 사실에 기초하여 썼고, 개개의 세부사항은 사실에 부합하지만, 이야기의 흐름에 따라 사실의 전후부분이 바뀐 경우도 있습니다.  

b. 컨텐츠 중 캡쳐 이미지에 대한 권리는 해당 저작권사에게 있습니다.  

c. Refenences   

- 『Lynch on Lynch, Revised Edition』크리스 로들리, Faber & Faber
- 『데이빗 린치의 빨간방』데이빗 린치,  곽한주 옮김, 그책
- <Twin Peaks: Definite Gold Box Edition> Lynch/Frost Productions, CBS DVD, Paramount Home Entertainment
- <Twin Peaks: Fire walk with me> Lynch/Frost Productions, CIBY 2000, New Line Cinema
- <David Lynch The Lime Green Set> Absurda
- <Lost Highway> Universal Studios
- <straight story> Walt Disney Video,
- <Mulholland Dr.> Universal
- <Inland Empire> Absurda/Rhino
- 위키피디아 http://en.wikipedia.org/
- IMDB http://www.imdb.com/ 

d. 다음 글은 3월 10일 오전 9시에 올라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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