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WIN PEAKS>
               시즌 2 
               에피소드 2 (10)
               타이틀 Coma
               각본 Harley Peyton 
               감독 David Lynch 
               방영일 1990년 10월 6일 

 

 

1. 이야기 

알버트는 데일에게 자끄 르노가 질식사한 게 아니라, 누군가가 살해한 것이라 보고한다. 그리고 그는 나쁜 소식을 전해준다. 데일의 전 파트너인 윈덤 얼이 정신 병원을 탈출해 행방이 묘연하다는 것이다. 

‘무료 급식 봉사 활동’ 첫날, 다나는 트레먼드 부인에게 음식을 전한다. 부인은 손자와 함께 있었는데, 그들은 어딘가 기이하게 보인다. 트레먼드 부인은 로라에 대해 알려면 옆집에 사는 해롤드 스미스를 만나라고 얘기한다. 

로라를 죽인 범인이 밥임을 확인한 데일은 마을에 전단을 붙인다. 리랜드 파머가 그 전단을 보고 그가 누군지 알아챈다. 

벤자민 혼이 딸 오드리가 실종됐다고 해리 보안관에게 신고한다. 오드리는 ‘애꾸눈 잭’에서 로라가 이곳에서 일한 것, 그리고 아버지 벤자민 혼과 로라의 관계를 알아챈다. 

마가렛(통나무 여인)이 브릭스 소령에게 “메시지를 전달하라”는 통나무의 말을 전한다. 브릭스 소령은 자신이 수신한 “올빼미는 올빼미처럼 보이지만, 올빼미가 아니다”라고 쓰인 메시지를 쿠퍼에게 전달한다. 그날 밤, 데일은 오드리의 전화를 받지만, 곧 끊어진다. 

 

 

2. 윈덤 얼 (Windom Earle)  

시즌 2 초반에 윈덤 얼(Kenneth Welsh)의 이름이 처음으로 언급된다. 윈덤 얼은 데일의 전 파트너였으나 정신병원에 있는 상태였다. 아직 언급이 되어 있지 않지만 조금만 밝힌다면 데일이 사랑에 빠졌던 여인이 윈덤 얼과 관련이 있다. 어쨌든 윈덤이 정신병원을 탈출했다는 사실과, 알버트가 이곳 트윈 픽스에 온 이유가 로라 파머의 사건 때문이 아니라 윈덤 얼 때문이라는 점은 윈덤 얼에 대한 묘한 기대감을 불러일으킨다.  

사실 원래의 계획대로라면 윈덤은 로라의 사건이 진행되는 중간쯤에 등장했어야 할 인물이다. 하지만, ABC의 지나친 압력으로 전체 이야기가 흐트러지고, 윈덤 얼은 <트윈 픽스>의 아우라가 모두 증발하고 난 후에야 등장한다. 너무 늦은 출현에 아쉬워해야할지 아니면 드라마가 산으로 간 상황에서 뒤늦게나마 등장해 드라마를 이끈 것을 고마워해야할지, 아쉬움이 많이 남는 캐릭터다. 

 

 

3. 트레먼드 부인과 손자 

스크립트에서는 다나를 해롤드 스미스와 연결해주는 역으로 설정됐지만, 데이빗은 이들을 다른 세계(Another Place)와 현실의 인물들을 연결해주는(link) 역할로 표현했다. 실제로 이들의 집안 분위기는 불길하고 초자연적인 현상으로 점철되어 있다. 아직 정확히 언급되진 않지만, 이들은 실제 인물이 아닌 유령 같은 존재다.  

극장판 <트윈 픽스>에서 이들은 밥과 마이크와 함께 오두막(lodge)에 거주하는 존재로 나온다. 시즌 1에서 “오래된 숲에 악(惡, evil thing)이 존재한다”고 했던 말이 시즌 2에서는 ‘오두막(lodge)’이라는 구체적인 실체로 표현된다. 시즌 1에서 데일의 꿈에서만 출몰했던 이들이, 이제 점점 현실세계로 나오고 있다. 이제 이야기는 숲의 정령들이 개입하기 시작한다.  

 

3. 통조림 옥수수 (크림 콘, garmonbozia) 

다나가 트레몬드 부인에게 음식을 배달했을 때, 부인이 음식을 보고 “통조림 옥수수가 있다”며 나무란다. 스크립트에서는 단순히 ‘싫어하는 음식’으로 표현했으나, 데이빗은 이 장면을 상당히 공들여 찍었다.   


크림 콘에 대한 설명은 극장판 <트윈 픽스>에서 자세히 언급 된다. 영화에서 크림 콘은 가르몬보쟈(garmonbozia)로 불리는데, 영화의 마지막, 로라를 살해하고 오두막에 돌아온 밥을 보고 마이크가 “가르몬보쟈(슬픔과 고통)를 먹고 싶”다는 말을 한다. 이들에게 있어 크림 콘, 즉 가르몬보쟈는 고통과 슬픔 그 자체다.  

물론 이런 것은 드라마의 내러티브와 별 상관이 없다. 하지만, 평범하게 보이는 일상이 어쩌면 다른 누군가에게는 특별한 것일지도 모른다. <트윈 픽스>는 ‘나’를 중심으로 살아가는 세상을 비틀어 보여준다. 

 

 

4. 홈 엔터테인먼트 (Home Entertainment) 

이번 에피소드에서는 가장 뜨악한 장면은 제임스, 다나, 매디가 다나의 집에서 함께 노래를 부르는 장면일 것이다. 실제로 이 장면은 다른 사건이 벌어지지 않고, 제임스가 기타를 연주하고 노래를 부르면, 다나와 매디가 코러스를 넣어주는 장면으로 이루어져 있다.  

하지만 잘 들여다보면, 노래를 부르는 중간 중간, 제임스와 다나, 제임스와 매디의 시선 교환을 알아챌 수 있다. 자신도 모르게 사랑의 ‘무드’에 빠지는 순간을 데이빗은 다소 뜨악하지만 매우 로맨틱하게 그리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이 씬은 홈 엔터테인먼트의 방법을 보여준다. 데이빗이 생각하기에 이제 90년대는 거대 자본이 아닌, 집에서 스스로 음반을 만들고 영화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말하는 것일까? 21세기 들어 데이빗의 작업이 거의 수공업적인 홈 엔터테인먼트 방식으로 변화한 것을 보면, 이 씬은 의미심장해 보인다. 

 

 

5. 매디의 비전 

원래는 저번 회에서 보여줬어야 할 매디의 비전이 이번 회에서야 보인다. 저번 회에서는 형체를 알 수 없는 불길함을 느꼈다면, 이번 회에서는 ‘밥’이라는 확실한 실체로 나타난다. 갑작스레 등장하는 밥의 모습은 굉장한 공포를 불러일으키는데, 다른 장소가 아닌 익숙한 집에서 갑작스레 나타난다는 점이 그렇다. 

 

 

  

6. 로라 파머와 벤자민 혼 

오드리는 ‘애꾸눈 잭’에 온 에모리에게 로라에 대한 사실과 자신의 아버지에 대한 사실을 알아낸다. 에모리에 따르면, 로라 파머는 로넷 풀라스키와 함께 ‘애꾸눈 잭’에서 일한 적이 있다. 하지만 로라가 마약을 하고 있는 것을 발견해 일주일 만에 쫓겨났다. ‘애꾸는 잭’의 소유주는 벤자민 혼이고 벤자민은 이곳에 처음 오는 여자들과 항상 잠자리를 가진다. 그러니 아마 벤자민과 로라는 관계를 가졌을 것이다.   

아버지에 대한 배신감과 질투로 충격을 받은 오드리에게 에모리는 이렇게 이야기한다. “로라는 자신이 원하는 것을 항상 가졌어. 바로 너처럼.” 딸 같은 여자아이와 잠자리를 갖는 근친상간적 이미지는 <트윈 픽스>에서 중요한 이미지가 된다.  

 

 

7. 셜리 존슨과 바비 브릭스 

리오 존슨이 총에 맞아 의식을 잃은 상태가 되자, 바비는 셜리를 설득해 리오를 감옥에 보내지 말고 집에서 돌보자고 한다. 이유는 돈 때문이다. 리오의 보험으로 그가 감옥에 가지 않으면 한 달에 5,000달러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셜리는 리오를 진정으로 사랑했지만, 결국엔 그에게 이용만 당했다. 그녀는 그런 남편 대신 바비를 사랑하지만, 바비 또한 그녀를 이용하려고만 한다. 셜리는 어째서 이런 놈들만 걸리는 것일까? 안타깝고 안타까운 일이다. 결국 그녀가 감내해야할 인생이지만. 

 

 

8. 행복 

(남편의 보험금을 담보로) 새 삶을 살게 해주겠다는 바비의 말에 셜리는 대답한다. “난 그저 편안함을 느끼길 원해.” 그녀는 행복한 삶을 원하지 않고 편안함을 원한다. 행복과 편안함의 차이는 김수현 작가가 <내 남자의 여자>에서 지수(배종옥)의 말을 통해 정리한 바 있다.  

“행복이라는 감정은 순간 지나가는 감정이잖아. 편안한건 알맞은 온도의 목욕물에 들어앉아 있는 것처럼 느긋하고 기분 좋은 거고. 그래서 나는 행복보다는 편안한 감정이 좋아. 행복이라는 단어는 뭔가 불안해. 금방 사라질 수 있고 금방 불행으로 바뀔 수도 있고.” 

그리고 좀 엉뚱하긴 하지만, 홍상수 감독의 영화 <하하하>에서도 ‘행복’이란 단어는 찾기 힘들다. 문경(김상경)이 성옥(문소리)과 섹스를 하고, 자신의 짝이라 느끼는 순간, 그는 이렇게 얘기한다. 

“나랑 같이 (캐나다로) 가요. 거기서 내가 매일 재미있게 해줄게요.” 

문경은 행복하게 해준다는 말 대신 재미있게 해주겠다고 한다. <하하하>에서 인물들은 행복을 원하지 않는다. 중식(유준상)과 연주(예지원)가 느끼는 마지막 순간의 행복 또한, 순간적이다. 상황은 해결되지 않았고, 그들은 또 답답한 삶을 살 것이다. 영원한 행복보다는 편안하고 재미있는 ‘순간’이 더 감정적으로 와 닿는다. 

인생이 불행했던 사람들은 행복을 믿지 않는다. 셜리 역시 행복을 믿지 않는다. 영원한 행복은 어렸을 적 읽은 동화와 할리우드 영화에서나 찾을 수 있지 현실에서는 없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9. 데일의 꿈 

통나무 여인의 말을 듣고 브릭스 소령은 데일에게 메시지를 전달한다. 그의 업무는 자세히 밝히지는 않지만, 우주에서 전파를 수신하는 일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데일이 총을 맞았을 때 브릭스 소령이 수신한 메시지에는 “올빼미는 올빼미처럼 보이지만, 올빼미가 아니다”“쿠퍼”의 이름이 쓰여 있다. 

메시지를 받은 데일은, 밥과 올빼미, 로라가 사라진 순간 등의 이미지가 한데 섞이는 괴이한 꿈을 꾼다. 이 꿈은 메시지일 수도 있고, 데일의 무의식을 자극하는 원초적인 악몽으로 볼 수도 있다. 데일의 꿈은 불길한 기운을 내포한다. 

 

 

10. 기억할만한 지나침 

트레먼드 부인의 손자로 나오는 배우는 오스틴 잭 린치(Austin Jack Lynch)로 데이빗 린치의 아들이다.  

 

트레먼드 부인의 병원 음식에 대해 불만을 표시한다. 시즌 2 첫 번째 에피소드에서 데이빗은 병원 음식에 대한 유머러스한 코멘트를 남긴 바 있다. 

"간호사, 진심으로 얘기하는데, 주방에 뭐라고 말 좀 해."

"병 때문이 아니라 병원 음식 때문에 먼저 죽을지도 모르겠어."

  

 

행크의 과거에 대한 언급이 나온다. 드라마에서는 행크가 ‘북하우스 보이’ 출신이었다는 것만 밝히지만, 스크립트에서는 조금 더 자세히 진술한다. 행크와 해리 그리고 빅 에드가 서로 친구 사이였으며, 행크가 친구의 애인(노마)를 가로챈 사실 때문에 자경단원에서 쫓겨났다.   

 

리오 존슨의 모습은 <광란의 사랑>의 룰라(로라 던)의 수술 장면이 떠오른다. 

 

앤디가 루시에게 화냈던 이유가 밝혀진다. 앤디는 아이를 가질 확률이 희박하다고 하는데, 루시는 어떻게 임신할 수 있었을까? 루시의 다른 애인은 다음 회에 출현하고 이들의 관계는 기이한 삼각관계를 이룬다.  

 

 

꿈이 아닌 사실임을 알려주기 위한 장치로 쓰인 ‘반지’는 극장판 <트윈 픽스>에서 중요하게 사용된다. 

 

 

11. 덧붙임  

a. 대부분 사실에 기초하여 썼고, 개개의 세부사항은 사실에 부합하지만, 이야기의 흐름에 따라 사실의 전후부분이 바뀐 경우도 있습니다. 

b. 컨텐츠 중 캡쳐 이미지에 대한 권리는 해당 저작권사에게 있습니다.  

c. Refenences
- 『
Lynch on Lynch, Revised Edition』 크리스 로들리, Faber & Faber
- 『
데이빗 린치의 빨간방』 데이빗 린치, 곽한주 옮김, 그책
- 『TWIN PEAKS #2.002』 스크립트, 4th Revisions
- <
Twin Peaks: Definite Gold Box Edition> Lynch/Frost Productions, CBS DVD, Paramount Home Entertainment
- <
David Lynch The Lime Green Set> Absurda
- <
Twin Peaks: Fire walk with me> Lynch/Frost Productions, CIBY2000, New Line Cinema
- 위키피디아
http://en.wikipedia.org/
- IMDB http://www.imdb.com/

 

 

 

 

 


댓글(2) 먼댓글(0) 좋아요(6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굿바이 2010-05-13 12: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재미있게 읽었어요^^ 같은 영화를 봤는데, 저는 쫌 많이 심란해서 뭐라 이야기도 잘 못했거든요. 그나저나, <하하하>에 그런 대사가 나오는군요. 재미있게 해주겠다는... 그거 위험한 발언인데 말입니다.

Seong 2010-05-14 14:33   좋아요 0 | URL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
<하하하>의 그 대사는 정말로 좋아서 그러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