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WIN PEAKS〉
        시즌 2 
        에피소드 8 (16)
        타이틀 Drive with a Dead Girl
        각본 Scott Frost 
        감독 Caleb Deschanel
        방영일 1990
년 11월 17일 
 

 

   
 

        <시즌 2 지난회 보기>
       
9. May the Giant Be with You
        10. Coma
        11. The Man Behind Glass 
        12. Laura's Secret Diary 
        13. The Orchid's Curse 
        14. Demons  
        15. Lonely Souls

 
   

 

 

 

1. 이야기  

로라 파머의 살인 혐의로 구류중인 벤자민 혼은 동생이자 변호사인 제리 혼을 통해 혐의를 벗어나려 하지만, 상황은 벤자민에게 좋지 않게 흘러간다. 데일은 벤자민이 범인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을 하지만, 해리 보안관은 벤자민을 구속한다. 밥의 악령이 쓰여 있는 리랜드는 매디의 시체를 골프 가방에 넣고 돌아다니며, 벤자민을 범인으로 몰아넣을 증거를 흘리고 다닌다.  

피트는 벤자민을 찾아와 캐서린의 음성을 들려준다. 그녀는 로라가 죽은 날 벤자민의 알리바이를 입증해주는 대신 유령숲 개발권과 제재소를 돌려달라고 요구한다. 한편, 바비는 리오의 구두 속에서 발견한 테이프에 벤자민과 리오의 목소리가 담겨 있는 것을 알아내고 협박 편지를 보낼 준비를 한다.  

노마 제닝스의 엄마 비비안이 찾아온다. 그녀는 새 남편 어니와 신혼여행 중이다. 행크는 어니가 자신과 같은 감옥에 있었던 것을 알아채고 그를 이용할 계획을 짠다.  

그날 밤, 매들린 퍼거슨의 시체가 발견된다.  









 

 

2. 딜레마  

데이빗 린치와 마크 프로스트는 ABC의 압력에 못 이겨 결국 밥의 실체를 공개했다. 밥의 등장은 대부분의 시청자들을 경악하게 했으며, 등장에 이어 새로운 살인까지 보여주었기 때문에 그 충격은 굉장했다. 게다가 TV는 물론, 주류 영화에서도 금기시 되는 수많은 이미지들이 실체를 입게 되었으니, 그 충격의 여파는 엄청났다. 그런데 새로운 문제가 발생했다. 밥의 정체를 드러냄으로써 수많은 시청자들의 궁금증은 해결됐지만, 시청자들의 궁금증은 다른 문제로 옮겨갔다. "리랜드는 언제 어떻게 잡힐 것인가?"  

이 문제는 데이빗과 마크를 딜레마에 빠지게 했다. 지금까지는 밥의 정체를 숨겼기 때문에, 트윈 픽스의 모든 사람들이 혐의가 있었기에 드라마를 진행할 수 있었지만, 이제 사람들은 리랜드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리랜드가 빨리 사라지지 않으면, 시청자들은 오로지 리랜드에게만 집중할 것이고, 지금까지 데이빗과 마크가 공들여 이끌어온 수많은 캐릭터들은 그들의 생명력을 잃을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리랜드를 시리즈에서 아웃시키면, 드라마는 지금까지의 동력을 잃을 것이 분명했다. "누가 로라 파머를 죽였는가?"라는 질문은 아무것도 아닌 동시에 시리즈를 이끈 열쇳말이기도 때문이다.  

결국 데이빗과 마크는 로라 파머에 대한 사건을 종결하고 새로 이야기를 이끌어나가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이 결정이 <트윈 픽스>는 물론, 그들 자신에게도 어떤 영향을 끼칠줄은 알지 못했다.  





 

 

3. 보안  

드라마에서는 지난 회에서 밥의 실체를 보여주었지만, 미리 완성된 스크립트에서는 밥의 실체를 숨겨야 했었다. 때문에 시즌 2의 7번 째 에피소드 스크립트에서는 밥을 벤자민 혼으로 묘사 했었고, 이번 8회에서는 빅 에드 헐리로, 다음 9회에서는 다시 벤자민 혼을 밥으로 묘사했었다.  

빅 에드가 범인? 말도 안 돼! 

 

물론 다른 설정으로 접근했을 수도 있다. 밥은 영혼이기 때문에, 여러 사람들의 몸에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다. 그러니까 어쩌면, 트윈 픽스의 주민들은 모두들 밥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후에 이런 설정으로 접근하기도 했으나, 아쉽게도 결과는 영 신통치 않았다. 결국 <트윈 픽스>에서 밥은 리랜드 파머로, 마이크는 필립 제라드로 고착화되고, 데이빗 린치는 극장판 <트윈 픽스>로 다시 새로운 이야기를 펼치려 했으나, 시리즈 마지막 에피소드와 같이 닫힌 느낌의 열린 결말로 끝을 맺었다.  

 

 

4. 정상과 비정상 혹은 이성과 비이성  

데일의 수사 방식은 이제 확실히 정상인의 범주를 훌쩍 뛰어 넘었다. 그는 물리적인 증거 대신 마이크의 직감만을 믿는다. 데일도 지금 자신이 어떤 상황에 처해있는지 알고 있지만, 이제 와서 어쩔 수 없다. 그는 수사 기록에 자신의 심정을 남긴다.  

다이앤, 지금은 오전 10시, 그레이트 노던 호텔이야. 지금까지 외팔이 사내와 함께 호텔 방에 있었어. 아니 어쩌면 필립 제라드일지도 모르지. 다른 시대, 다른 문화권이었다면, 이 사내는 예언자나 무당... 어쩌면 지도자일지도 몰라. 하지만 지금 이 세계에서는 신발 외판원이자 사회의 음지에서 살아가는 사람이지.   

 

해리 보안관은 여러 가지 정황과 물증으로 벤자민 혼이 로라 파머의 범인임을 확신하고 그를 구속한다. 데일은 벤자민이 범인이 아닌 것 같은 느낌이 들어 벤자민을 풀어주라고 이야기하지만, 해리는 더 이상 이런 비이성적인 수사방식을 참지 못한다.  

이봐요, 쿠퍼, 난 당신의 수사를 매번 도와주려고 노력했고, 항상 당신 옆에 있었어요. 하지만 거인이라든지, 난쟁이, 꿈, 돌 던져서 범인 알아내기, 티베트 같은 이야기는 이제 충분해요. 누군가가 범행을 저질렀으면, 범인을 가두는 게 내 일이에요. 그리고 내 양심상 범인이 확실한 사람을 감옥에서 나가게 할 수는 없습니다. 난 그렇게 할 수 없어요.   





 

우리의 상식으로는 해리 트루먼 보안관의 말이 옳게 들린다. 하지만 트윈 픽스는 우리의 상식이 통하지 않는 마을이다. 우리는 마을 사람들의 시선으로 트윈 픽스를 둘러싼 숲을 바라보고 있는 중이다. 혹시 그 반대라면? 숲의 시선으로 트윈 픽스를 바라본다면?  

 

 

5. 아버지와 딸  

벤자민이 로라 파머를 죽인 범인이라는 혐의는 해롤드 스미스의 집에서 발견된 로라의 일기장 때문이다. 대부분이 찢어졌지만, 중요한 부분이 발견 됐다. 벤자민 혼에 대한 언급이다.  

"난 벤 혼에 대해 이야기를 하려 해. 난 벤 혼이 진짜 어떤 사람인지를 세상에 밝히고 말거야." 

하지만, 로라는 벤자민 혼에 대해 이야기를 할 기회를 얻지 못했다. 로라는 벤자민이 애꾸눈 잭을 운영하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이 사실은 벤자민 혼 본인의 평판은 물론, 그의 가족에게까지 위협이 되는 사실이다. 제 3자가 보기에도 벤자민이 로라를 죽일 이유는 너무나 자명하다. 



 

하지만, 벤자민은 로라를 진심으로 사랑했다. 딸인 오드리는 아버지에 대한 배신감과 질투로 인륜을 저버리고 그녀가 사랑하는 데일을 위해 아버지를 신고했다. 사랑의 상실, 질투, 또 다른 사랑의 갈구. 로라 파머는 어쩌면 아프로디테의 화신일지도 모른다.  

 

 

6. 기억할만한 지나침  



매디가 살해된 로라의 집은 <아미티빌 호러>의 귀신들린 집을 연상시킨다. 실제 살인 사건과 기이한 심령 현상은 그 자체로 으스스한 기운을 불러일으킨다. 

 

로라 파머의 살인범이라는 워낙에 엄청난 사실이 밝혀진 터라, 이전에 촘촘하게 직조한 이야기들(장 르노, 윈덤 얼)은 모두 미루어졌다. 그 중 음식 평론가인 엠티 웬츠에 관한 이야기도 있었는데, 이번 회에서 엠티 웬츠는 비비안임을 친절히 알려준다. 아마도 더 이상의 미스터리는 별로 중요하지 않아 그런 것일 수도 있지만, 그동안 쌓아온 미스터리를 너무 한 순간에 풀어버리는 것 같아 아쉬움이 남는다. 이때부터 <트윈 픽스>는 어느 정도 자포자기의 순간을 보여준다.  

 

앤디는 루시에게 자신이 루시의 임신 사실을 알고 화를 냈던 이유는 자신이 아이를 갖지 못하기 때문이었지만, 재검사 결과 아이를 가질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한다. 자신도 루시가 밴 아이의 아버지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이야기를 듣는 루시의 표정이 가관이다.  

 

오드리: 내가 말한 것 때문에 아빠가 체포됐나요?
쿠퍼: 조금은.
오드리: 제가 도움을 드린 셈이네요.
쿠퍼: 그래요.
오드리: 난 아빠가 단지 날 사랑해주길 바랐어요.
쿠퍼: 아버진 당신을 사랑해요.
오드리: 아니에요, 아빤 날 부끄러워해요.
쿠퍼: 그렇지 않아...
오드리: 말씀드릴 게 있어요. 그때, 내가 애꾸눈 잭에 있었을 때, 난 절대로 아무 일도...
쿠퍼: 아무 말도 하지 말아요. 다 알고 있으니까.
오드리: 그래도...
쿠퍼: 아무 일도 없었다는 것 다 알고 있어요.  

오드리가 데일을 찾아와 아버지에 관한 일과 애꾸눈 잭에서 있었던 일을 이야기한다. 스크립트 상에서는 오드리와 데일의 로맨스가 조금 더 적극적으로 표현되어 있지만, 화면에서 보이는 상황은 무언가 어정쩡한 모습인데, 오드리 혼 역의 셔릴린 펜과 데일 쿠퍼 역의 카일 맥라클란이 둘의 로맨스를 거부했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배우들의 사이가 나빠서가 아니라, 데일 쿠퍼라는 캐릭터의 성격에 맞지 않기 때문이었다고 한다. 마크 프로스트를 비롯한 작가들은 로라 파머의 사건이 해결된 후 오드리와 데일의 사랑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려 했으나, 배우들의 거부로 다른 플롯을 작성해야 했다.  

 

 

7. 덧붙임  

a. 대부분 사실에 기초하여 썼고, 개개의 세부사항은 사실에 부합하지만, 이야기의 흐름에 따라 사실의 전후부분이 바뀐 경우도 있습니다.  

b. 콘텐츠 중 캡처 이미지에 대한 권리는 해당 저작권사에게 있습니다.  

c. References
- 『Lynch on Lynch, Revised Edition』 크리스 로들리, Faber & Faber
- 『데이빗 린치의 빨간방』 데이빗 린치, 곽한주 옮김, 그책
- 『TWIN PEAKS #2.008』 스크립트, 4th Revisions
- 〈Twin Peaks: Definite Gold Box Edition〉 Lynch/Frost Productions, CBS DVD, Paramount Home Entertainment
- 위키피디아 http://en.wikipedia.org/
- IMDB http://www.imd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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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만자 2018-01-16 0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배우들의 거부가 아니라 다나 역할의 배우가 카일과 사귀고 있어서 반대했다고 하더군요
 

 

 
        〈TWIN PEAKS〉
        시즌 2 
        에피소드 7 (15)
        타이틀 Lonely Souls
        각본 Mark Frost 
        감독 David Lynch
        방영일 1990
년 11월 10일 
 

 

   
 

        <시즌 2 지난회 보기>
       
9. May the Giant Be with You
        10. Coma
        11. The Man Behind Glass 
        12. Laura's Secret Diary 
        13. The Orchid's Curse 
        14. Demons

 
   

 

※ 시리즈 가장 큰 비밀이 밝혀지는 에피소드입니다. 혹여 나중에라도 감상을 원하시는 분들은 절대 읽지 마시기 바랍니다.  

 

 

1. 이야기  

데일과 해리는 마이크를 데리고 그레이트 노던 호텔에서 밥을 찾지만, 소란만 일으키고 찾지 못한다. 해롤드 스미스가 로라의 일기장을 가지고 있다는 제보에 호크가 찾아가지만 해롤드는 자살하고 일기장은 찢어져 있다.  

매디는 사라와 리랜드에게 다음날 고향인 미줄라로 떠날 거라는 이야기를 한다. 코마에서 깨어난 네이딘은 자신이 여전히 고등학생인줄 알고 있다.  

오드리는 아버지 벤자민에게 로라와의 관계를 실토받고 데일에게 알려준다. 해롤드의 집에서 발견한 로라의 일기장에 쓰인 문구와 그레이트 노던 호텔에서의 정황을 파악한 데일은 영장을 발부해 벤자민을 체포한다.  

통나무 여인에게 로드하우스에 가라는 말을 전해들은 데일은 로드하우스에서 거인의 환영을 본다. 바로 그 시각, 매디는 실체를 드러낸 밥에게 살해당한다.   

 













 

 

2. 밥 (BOB)

애초 이야기했듯이 데이빗 린치와 마크 프로스트는 로라 파머에 대한 이야기를 동력으로 다양한 이야기를 펼쳐 놓으려고 했었다. 최소한 두 번째 시즌의 5번째 에피소드까지는 그들의 의도대로 이야기를 진행시켰다. 하지만, 그들이 예상치 못한 상황이 있었다. 드라마가 이렇게까지 성공할 줄 생각지 못한 것이다.  

1990년대 문화 현상으로 불리는 <트윈 픽스>의 인기는 이제 데이빗과 마크의 통제를 훨씬 넘어서 있었다. 로라 파머라는 매력적인 장치는 이 시리즈를 매주 챙겨보는 시청자들이 꼭 알아야 할 문제가 되었고, ABC의 중역들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엄청난 압력을 매주 데이빗과 마크에게 행사하고 있었다. 

"누가 로라 파머를 죽였는가?

 

게다가 내부적인 문제도 있었다. 데이빗은 잘 직조된 시나리오로 영화를 찍기 보다는, 항상 현장의 즉흥성에 영감을 받아 작업을 해왔다. 그가 처음에 작업한 시나리오와 그 결과물인 영화를 비교해보면, 그 차이가 확연히 드러나는 것을 심심찮게 발견할 수 있다. 그는 인상주의 화가처럼 이야기의 재현보다는 분위기를 카메라에 담아낸다. 그런 그에게 매주 완성된 이야기로 정해진 시간 내에 드라마를 ‘납품’해야 하는 사실은 <트윈 픽스> 시리즈를 조금씩 멀어지게 했다. 한창 시즌 2를 준비해야 할 때에 그는 <광란의 사랑>을 만들었고, 시즌 2가 진행할 때는 안젤로 바달라멘티와 줄리 크루즈와 함께 뮤지컬 공연까지 기획했었다. 게다가 계속되는 압력으로 그는 결국 백기를 들었다. 시즌 2의 초반부에 그는 결국 밥의 실체를 드러냈다.   

 

데이빗은 이 결정을 두고두고 후회했다. 그는 이것을 "매일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른 것"이라 얘기했다. 원래의 시놉은 장 르노와 윈덤 얼, 그리고 밥이 시즌 2의 중반부에서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펼치는 것으로 정했었는데, 밥의 등장으로 장 르노와 윈덤 얼에 대한 이야기는 뒤로 미루어졌기 때문이었다. 결과론적인 이야기지만 만일 계획대로 했었다면, <트윈 픽스>는 현실의 위협과 초자연적인 공포가 뒤섞인, 지금보다 더 무시무시한 이야기가 됐을 것이다.  



 

 

3. 또 다른 살인  

문제는 과연 밥의 영혼이 씐 인물을 누구로 할 것인 지였다. 대부분의 시청자들과 심지어 드라마의 스태프들조차도 로라를 죽인 범인은 벤자민 혼이라 생각했었다. 그것은 당연한 추리다. 그는 이 마을에 사는 그 누구보다도 사악했으니까. 그리고 처음 시작된 아이디어도 ‘금발의 소녀가 지역 유지와의 스캔들로 살해당하는 이야기’에서 출발했으니 이는 얼핏 당연하게 느껴진다. 드라마가 아무리 초자연적인 이야기를 펼친다 하더라도, <트윈 픽스>는 현실에 바탕을 둔 드라마지 <환상 특급>이 아니기 때문이었다(물론 지금은 그 계보에 이름을 올려놓고 있지만).  

데이빗과 마크는 범인을 벤자민, 자코비, 리랜드로 압축했다. 그리고 로라의 사촌인 매들린을 살해하는 장면을 찍기 전, 자코비를 탈락시키고 벤자민 역의 리차드 베이머와 리랜드 역의 레이 와이즈를 불러 촬영 준비를 했다. 촬영에 들어가기 전, 데이빗은 의자에 앉아있는 레이에게 다가가 그 앞에 쭈그려 앉은 뒤 이렇게 말했다. “미안하네, 레이. 자네가 살인자야.”    



 

레이 와이즈는 이번 에피소드를 찍기 전까지, 한 번도 자신이 살인자라는 것을 생각해본 적이 없다고 했다. 그래서인지 밥의 실체가 드러나고서부터 그의 연기 톤이 달라진 것을 확연히 느낄 수 있다. 범인의 실체에 관한 사실은 데이빗 린치, 마크 프로스트, 레이 와이즈, 리차드 베이머만 알고 있었다. 때문에 드라마가 방영되기 전까지, 그 사실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비밀 유지를 위해 매들린이 밥에게 살해당하는 장면은 한번은 벤자민 혼, 다른 한 번은 리랜드 파머, 마지막 한 번은 악령 밥, 이렇게 세 번을 찍었는데, 상대역인 쉐릴 리가 거의 죽을 고생을 했다. 게다가 그녀는 살해당한 로라 파머 역까지 맡았으니, 왠지 안쓰럽게까지 느껴진다.  

"그리고 그 말을 듣고 생각했어요. 안 돼, 안 돼, 안 돼, 안 돼."

 

 

4. Cinematic Magic  

걸작으로 칭송받는 영화를 보면 말로는 설명할 수 없고, 머리로 이해할 수 없는 장면들이 있기 마련이다. 이런 장면들은 영화의 완성도와는 상관없이 들어있어서 감동 혹은 경외감을 불러일으키기 마련인데, 데이빗 린치의 작품에서도 이런 장면을 여럿 발견할 수 있다. 이번 에피소드에서 로드하우스 장면도 그 중 하나다.  

로드하우스 장면은 스크립트에서는 짧게 묘사됐었다. 다나와 제임스가 해롤드 스미스에 대한 죽음을 언급하고 자리를 뜬 후에 데일과 해리, 통나무 여인이 로드하우스에 들어온다. 그리고 갑자기 데일은 거인의 환영을 본다. 그리고 그는 다른 살인이 벌어졌다는 것을 깨닫는다. 단순히 내러티브의 진행을 간략하게 언급한 장면을 데이빗은 전혀 다르게 만들었다. 이것은 데이빗의 연출 때문이 아니라, 줄리 크루즈의 노래 때문이었다.   





 

줄리 크루즈가 노래를 부르자 그 자리에 앉아있던 다나 역의 라라 플린 보일이 울기 시작했고 그 분위기는 촬영장을 감쌌다. 데이빗은 이 장면을 매디의 죽음 뒤로 편집해서, 살아있는 자들의 미안함과 무력함 그리고 슬픔을 형상화했다. 이 로드하우스 장면은 극장판 <트윈 픽스>의 마지막 장면과 대구를 갖는다. 끔찍함과 슬픔 그리고 아름다움이 공존하는 데이빗 린치의 가슴시리는 장면이다.  











 

이번 에피소드에서 줄리 크루즈가 부른 곡은 「Rockin' Baby Inside My Heart」와 「The World Spins」다. 두 곡 모두 데이빗 린치가 작사를 하고, 안젤로 바달라멘티가 작곡을 했다.  

 

  

5. 누락된 이야기들  

마크 프로스트가 쓴 스크립트에는 다양한 이전의 미스터리가 연계되는 이야기가 들어있으나, 데이빗이 감독한 에피소드에는 대부분 삭제되어 있거나 축약되어 있다. 마크 프로스트가 언급한 부분 중 완전히 삭제된 이야기는 다음과 같다.  

범행 장소인 열차에서 발견한 노트는 해롤드 스미스의 집에서 발견된 로라 파머의 일기장에서 찢은 종이와 동일한 것으로 판명됐다. 범인은 로라를 죽이기 전에 일기장에 손을 댔고, 위협을 느낀 로라는 일기장을 해롤드에게 맡긴 것으로 추정된다. 마이크 역시 해롤드의 집에 가보지만, 이곳엔 밥이 왔던 흔적이 없다는 것으로 보아 해롤드와 밥의 상관관계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  

외팔이 필립 제랄드는 헤로인 중독이지만, 헤로인을 맞지 않으면, 마이크로 변한다. 문제는 오랜 시간 헤로인을 복용하지 않으면, 숙주인 마이크가 견디지 못한다는 것이다. 의사 윌 헤이워드가 데일을 찾아와 필립의 상태를 설명해주지만, 밥을 잡기 위해 데일은 헤로인 투여를 막는다.  

피트 마르텔이 해리 보안관을 찾아와 조시가 떠난 사실을 이야기한다. 그녀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던 중, 같이 있던 동양인 남자에 대한 이야기가 서로 어긋나는 것을 발견한다. 피트는 그를 사촌으로 알고 있는 반면, 해리는 그를 비서로 알고 있다. 이 어긋난 진실은 조시에 대한 의심을 하게 만든다.  

 

 

6. 기억할만한 지나침  







 

데이빗 린치는 의도적으로 매디를 로라의 사진과 함께 보이도록 했다. 매디는 이곳 트윈 픽스에서 로라 파머로 여겨졌다. 매디의 죽음은 로라의 죽음과 반복이며, 이는 첫 번째 살인인 테레사 뱅크스와 대구를 이룬다. 세 번의 살인이 발생했지만, 결국 로라가 세 번 죽은 것이다. 

 





 

사라가 계단에서 내려오는 장면은 <주온> 시리즈에서 인상적인 귀신 가야코를 연상시킨다. 그래서일까? 그레이스 자브라스키는 <주온>의 영어 버전인 <그루지>에 캐스팅되어 인상적인 연기를 펼쳤다.  

  



또 다른 살인이 벌어지기 전, 사라는 방에서 말(馬)의 환상을 보고 기절한다. 말은 여러 가지를 떠오르게 하는데, 에모리 베티스가 언급한 순결한 처녀인 유니콘을 연상하기도 하고, 로라가 어렸을 적 벤자민 혼에게 생일 선물로 받은 말을 떠오르게도 한다. 그 어떤 것을 연상하든 사라가 본 말은 로라가 연상되며, 결국 이 집에서 또 다른 순결한 처녀가 살해당할 것이란 강한 암시를 나타낸다. 그리고 시리즈의 거의 마지막 회에서 말(馬)은 다시 한 번 기괴한 모습으로 등장해 보는 이를 거의 패닉 상태로 몰고 간다.

 

 

7. 덧붙임  

a. 대부분 사실에 기초하여 썼고, 개개의 세부사항은 사실에 부합하지만, 이야기의 흐름에 따라 사실의 전후부분이 바뀐 경우도 있습니다.  

b. 컨텐츠 중 캡쳐 이미지에 대한 권리는 해당 저작권사에게 있습니다.  

c. References
- 『Lynch on Lynch, Revised Edition』 크리스 로들리, Faber & Faber
- 『데이빗 린치의 빨간방』 데이빗 린치, 곽한주 옮김, 그책
- 『TWIN PEAKS #2.007』 스크립트, 3rd Revisions
- 〈Twin Peaks: Definite Gold Box Edition〉 Lynch/Frost Productions, CBS DVD, Paramount Home Entertainment
- 〈Twin Peaks: Fire walk with me〉 Lynch/Frost Productions, CIBY2000, New Line Cinema
- 위키피디아 http://en.wikipedia.org/
- IMDB http://www.imd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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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WIN PEAKS〉
        시즌 2 
        에피소드 6 (14)
        타이틀 Demons
        각본 Harley Peyton, Robert Engels 
        감독 Lesli Linka Glatter
        방영일 1990
년 11월 3일 
 

 

   
 

        <시즌 2 지난회 보기>
       
9. May the Giant Be with You
        10. Coma
        11. The Man Behind Glass 
        12. Laura's Secret Diary 
        13. The Orchid's Curse

 
   

 

 

1. 이야기  

다나와 매디는 제임스의 도움으로 해롤드의 집에서 빠져나온다. 해리는 오드리를 납치한 사람이 르노 형제의 맏형 장 르노임을 확인하고, 그가 데일에게 복수를 원한다는 것을 알아낸다. 쿠퍼의 상관 고든 콜이 데일에게 윈덤 얼의 메시지를 전한다. 데일은 장 르노와 윈덤 얼 두 명에게 위협을 받고 있는 셈이다.  

조시는 홍콩으로 떠나기 전, 벤자민에게 자신의 몫을 받아낸다. 해리는 조시를 막지만, 조시는 해리의 안전을 위해 떠난다.  

바비와 셜리는 출소한 리오를 집에 데려와 축하 파티를 연다. 하지만, 다달이 받는 보험금의 액수가 예상보다 적어 실망한다.  

외팔이 필립을 보안관보 호크가 데려온다. 필립은 마이크의 모습을 드러내고 살인자 밥이 그레이트 노던 호텔에 묵고 있다는 이야기를 한다.   

 











 

   

2. 클라이맥스  

이번 6화부터 9화까지는 <트윈 픽스> 시리즈의 최대 절정부분이라 할 수 있다. 음산한 분위기만 드러났던 지금까지의 이야기와는 달리, 로라 파머를 죽인 범인, 밥의 실체가 드러나고 검거되는 이야기가 포함됐기 때문이다.  

물론 이야기가 갑작스레 절정으로 치달아가는 이유는 빨리 범인을 드러내라는 ABC 방송국의 엄청난 압력 때문이었다. 이 엄청난 압력을 견디지 못한 데이빗 린치와 마크 프로스트는 결국 요구에 굴복하고 범인을 드러내기로 결정했다. 때문에 느긋하게 진행되던 지금까지의 이야기와는 달리 이제 이야기는 로라를 죽인 범인을 향해 속도를 내기 시작한다.  

물론 이 같은 결정은 데이빗과 마크가 <트윈 픽스> 시리즈를 떠나게 하는 결심을 하게 했다. 좀 더 자세한 이야기는 데이빗 린치가 감독한 다음 에피소드에서 밝히기로 한다.  

 

  

3. 여성 감독  

레슬리 링카 글래터(Lesli Linka Glatter) 감독은 <트윈 픽스> 시리즈에 몇 안 되는 여성 감독이다. 이들이 감독을 맡은 부분은 등장인물들의 감정의 결을 드러내는 섬세한 부분이 많이 있는데, 이번 회에서도 그런 점을 확인할 수 있다.   

 

여담이지만, (특히 아카데미로 대변되는) 영화계는 우리의 상상 이상으로 보수성이 강하다. 그래서인지 영화를 이끌어가는 프로듀서나 감독을 여성이 맡는 것을 상당히 탐탁하게 여기지 않는( 것 같)다. 역대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감독상에 노미네이트된 여성 감독이 몇 명인지, <에일리언 2(Aliens)>에서 여성 프로듀서인 게일 앤 허드(Gale Anne Hurd)가 영화 촬영 시 어떤 대접을 받았는지, 확인해보면 쉽게 느낄 수 있다. 

  

이번 아카데미에서 캐서린 비글로우(Kathryn Bigelow) 감독이 아카데미에서 ‘여성’ 최초로 감독상을 받았지만, 아카데미가 정말 ‘여성’ 감독에게 상을 수여한 것인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 캐서린 비글로우의 영화는 남성들의 취향에 가깝지, 여성을 대변한다고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물론 그녀의 수상을 비하하는 것은 아니다. 그녀는 충분히 상을 받을 작품을 만들었으니까.  

 

 

4. 선과 악  

제임스와 다나는 <트윈 픽스>에서 가장 강력한 민폐를 끼치는 커플들이다. 이들과 관련이 있는 사람들은 모두 살해당하거나, 자살하거나, 혹은 살더라도 심각한 부상을 당한다거나, 감옥에 가는 등 이전의 삶과는 전혀 다른 삶을 살게 된다. 어쩌면 로라도 이들과 어울렸기 때문에 죽은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이들의 주변에는 죽음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져 있다.   

 

물론 제임스와 다나는 연인이자 오랜 친구인 로라 파머의 죽음을 파헤치기 위해서 스스로 고군분투 하는 것이지만, 이들의 개입은 끔찍한 결과만을 불러일으킨다. 로라의 비밀 테이프를 가지고 있는 정신과 의사 자코비에게는 그가 사랑했던 로라를 현실 세계에 불러내 그의 마음을 상처 입혔다. 그리고 로라의 비밀 일기를 가지고 있는 해롤드에게는 그의 마음을 흔들어 놓은 후 그를 배신하고 상처입혔다. 제임스와 다나의 의도는 선한 것이지만, 그들의 방법은 악하다. 아무리 선한 의도를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악한 결과를 불러일으킨다. 그것은 트윈 픽스에 악이 존재하고 사람들에게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로라는 악을 피해 해롤드의 집으로 피하곤 했지만, 다나는 악을 이끌고 해롤드의 집으로 들어갔다. 그의 안전한 가옥은 더 이상 안전하지 못하다.  

 

  

5. 사랑에 목이 메다  

<트윈 픽스>의 정조는 (앞에서도 밝혔듯이) 사랑이다. 드라마에는 얽히고설킨 커플들의 사랑 이야기가 수를 놓으며, 이들의 사랑은 애절해 보인다.  

제임스, 다나, 매디, 해롤드의 애정 관계는 제임스와 다나의 극적인 화해로 다시 처음으로 돌아갔다. 때문에 매디와 해롤드는 상처를 입는다.  





 

데일과 오드리 역시 사랑을 확인하지만, 그들의 사랑은 이성간의 사랑이 아니다. 데일은 끝까지 자신의 선을 지킨다. 데일과 오드리의 관계는 자매 혹은 부녀간의 사랑이다. 그 자리에 친부인 벤자민이 끼어들 자리는 없다.   







 

바비와 셜리는 식물인간 상태인 리오를 앞에 두고 리오의 죄를 물으며, 그 앞에서 애정 행각을 벌인다. 리오는 이때부터 조금씩 (분노로) 움직이기 시작한다.   





 

보안관 해리는 떠나는 조시를 붙잡고 사랑한다고 이야기하지만, 조시는 머뭇거리며 떠난다. 그녀는 자신이 떠나지 않으면 해리가 죽을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사랑엔 정답이 없고, 윤리 또한 벗어나지만, 이와 같은 엇갈림은 보는 이의 안타까움을 배가시킨다. 사랑과 죽음. <트윈 픽스>는 선과 악, 에로스와 타나토스가 공존하는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를 그리고 있다.  

 

  

6. 협약 위반  

자신의 일에 자부심을 가지고 항상 선을 지키는 데일 쿠퍼는 트윈 픽스에 와서 협약을 두 번 위반했다. '애꾸눈 잭'은 캐나다에 있기 때문에 수사를 벌이려면, 캐나다 당국과 협의가 이루어져야 했으나, 데일은 무시하고 바로 감행했다. 그는 그렇기에 오드리가 납치되어 위험에 빠졌다고 자책한다.  

그는 이런 자신의 행동으로 이미 사랑하는 한 사람을 잃었다. 그 사람은 전 파트너 윈덤 얼의 아내였고, 윈덤 얼은 지금 데일에게 복수를 하려 한다. 장 르노 역시 자신의 동생 둘을 잃었다. 그 또한 데일 쿠퍼가 이곳에 왔기 때문에 이런 일이 생긴 것이라 생각하고 데일을 죽이려 한다. 데일은 로라를 죽인 살인범 밥을 추적하면서 동시에 윈덤 얼과 장 르노의 복수도 대비해야한다. 이 모든 것의 발단은 데일의 협약 위반으로 생긴 일들이다. 선의를 가진 행동이 위험을 불러일으킨다.  

 

  

7. 불 (Fire)  

로라의 범행 현장에서 발견한 쪽지에는 “불이여, 나와 함께 걷자(Fire, Walk with me)"는 경구가 쓰여 있다. 불은 여러 의미로 쓰인다. 어둠을 밝히는 희망의 도구로도 여겨지지만, 불행히도 <트윈 픽스>에서는 부정적인 의미로 쓰였다. 고통, 분노, 욕망, 지옥의 의미를 담고 있는 불은 로라의 죽음과 살인마 밥의 행적을 통해 더욱 더 미스터리하게 나타나고 있다.   



 

로라의 죽음뿐 아니라, 제재소 방화 사건에서도 불을 볼 수 있다. 이 방화 사건은 수많은 사람들의 직업을 앗아갔으며, 가진 자들의 음모로 비롯됐다. <트윈 픽스>에서의 불은 죽음과 탐욕을 가리킨다. 그런 불과 함께 걷자는 밥의 제안은 상당히 섬뜩하게 들린다.  

   

8. 기억할만한 지나침  







윈덤 얼은 체스 말의 움직임으로 자신의 존재를 드러냈다. 조시와 벤자민 역시 자신들의 밀고 당기기를 체스로 표현했다. 체스는 게임이다. 이들은 다른 사람들의 목숨을 담보로 게임을 치루고 있다.  

 



리랜드 파머는 벤자민 혼의 사무실에서 박제된 동물의 털을 주머니에 넣는다. 아마 이번 회에서야 데이빗과 마크는 로라 파머를 죽인 범인을 정했음이 분명하다.  

 



리랜드가 그레이트 노던 호텔에서 부르는 노래는 <왕과 나(King and I)>에 삽입된 「Getting to know you」다.  

 

피트 마르텔은 일본인 사업가 토지무라에게 끌린다. 그의 거칠고 냉소적인 말투에 어딘가 모르게 끌리기 때문이다. 토지무라의 정체는 다음 회에 나온다.  

 

 

9. 덧붙임  

a. 대부분 사실에 기초하여 썼고, 개개의 세부사항은 사실에 부합하지만, 이야기의 흐름에 따라 사실의 전후부분이 바뀐 경우도 있습니다.  

b. 컨텐츠 중 캡쳐 이미지에 대한 권리는 해당 저작권사에게 있습니다.  

c. References
- 『Lynch on Lynch, Revised Edition』 크리스 로들리, Faber & Faber
- 『데이빗 린치의 빨간방』 데이빗 린치, 곽한주 옮김, 그책
- 『TWIN PEAKS #2.006』 스크립트, 4th Revisions
- 〈Twin Peaks: Definite Gold Box Edition〉 Lynch/Frost Productions, CBS DVD, Paramount Home Entertainment
- 위키피디아 http://en.wikipedia.org/
- IMDB http://www.imd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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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WIN PEAKS〉
        시즌 2 
        에피소드 5 (13) 
        타이틀 The Orchid's Curse 
        각본 Barry Pullman 
        감독 Graeme Clifford 
        방영일 1990년 10월 27일
 

 

   
 

        <시즌 2 지난회 보기>
       
9. May the Giant Be with You
        10. Coma
        11. The Man Behind Glass       
        12. Laura's Secret Diary

 
   

 

 

 

1. 이야기  

데일은 방에서 오드리의 쪽지를 발견하고 오드리가 ‘애꾸눈 잭’에 붙잡혀 있다는 것을 안다. 데일과 해리는 인질범이 요구한 약속 장소로 나가는 대신 애꾸눈 잭으로 가서 오드리를 구해낸다.  

다나는 해롤드가 가지고 있는 로라의 일기장을 훔치려다 실패한다. 다나는 매디를 끌어들여 자신이 해롤드의 관심을 끄는 사이에 로라의 일기장을 훔칠 계획을 세운다. 하지만 계획은 실패하고, 해롤드는 배신감에 자해를 한다.  

순회 법정에서는 리랜드 파머의 보석이 결정되고, 리오 존슨 또한 혐의가 분명치 않고 재판을 받을 수 있는 상태가 아니라 판단되어 재판을 무기한 연기한다.  

일본인 사업가 토지무라가 벤자민을 찾아와 유령숲 개발에 대해 관심을 보이고, 벤자민 역시 그 제안을 고려한다.  

 











 

 

2. ABC  

드라마를 보면, 이번 회는 <트윈 픽스> 시리즈 내에서 가장 독특한 위치에 해당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바로 로라 파머의 부재다. 로라 파머를 죽인 범인이 드러나기까지, 드라마는 직간접적으로 로라 파머를 언급함으로써 드라마의 동력을 유지해왔다. 그런데 이번 회에서는 로라 파머가 빠져 있다. 드라마는 오드리와 해롤드에 관한 이야기로 채워져 있으며 서브플롯 또한 다른 인물들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데이빗과 마크는 이제야 본격적으로 트윈 픽스라는 마을에 대한 이야기를 진행시키려는 듯했다. 로라 파머는 그 자신이 마을을 규정하는 아우라가 됐으며, <트윈 픽스>는 로라 파머에 대한 이야기가 아닌, 그 마을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로 진행될 예정이었다. 물론 ABC의 간섭이 없었더라면 그렇게 됐을 것이다.   

"내가 바로 마을이다!" 이 대사는 다른 의미로 사용되었지만, <트윈 픽스>의 원래 의도를 고려해보면 의미심장하다.

 

로라 파머를 죽인 범인의 실마리조차 발견되지 않는 상황에서 시청자들은 드라마를 보면서 그야말로 복장 터지는 경험을 하고 있지만, 문제는 ABC 방송국 내에서도 조급증에 시달렸다는 점이다. 그들은 끊임없이 데이빗과 마크에게 범인을 빨리 드러내라고 엄청난 압력을 가했고, 결국 데이빗과 마크가 <트윈 픽스> 시리즈를 떠나게 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자세한 사항은 로라 파머를 죽인 범인의 실체가 드러날 때로 미룬다.  

 

 

3. 그레임 클리포드 (Graeme Clifford)  

그레임 클리포드는 편집기사로 경력을 시작해 감독이 되었다. 여러 영화와 TV 드라마를 찍었는데, 그 중 우리에게 가장 잘 알려진 것으로는 <여배우 프랜시스>와 <마지막 대부(The Last Don)>인데, 아카데미와 에미에 노미네이트되었다.   

  

 

그는 인상적인 이미지를 만들어내기 보다는 주어진 서사를 꾸려나가는데 탁월한 재능을 보이는데, 감독을 맡은 이번 회에서도 그런 점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4. 해롤드 스미스  

다나는 로라의 일기장을 훔치고 집밖에서 해롤드에게 이야기한다. "나랑 같이 나가요. 어서요. 뭘 그렇게 무서워하고 있어요?" 해롤드는 두려워하며 집 밖으로 나오지만 곧 쓰러지고 만다. 햇볕을 쬐지 못하는, 알비니즘 때문이라고 하기에는 굉장히 과장된 면이 없지 않다. 스크립트에는 그 이유가 희미하게 설명되어 있으나, 드라마에서는 그 부분이 생략되어 있다. 삭제된 대사는 다음과 같다.  

해롤드: 내... 내가 너무 가까이 다가갔어요.
다나: 어디를요? 무슨 말이에요?
   



 

해롤드가 얘기하는 것은 ‘악(惡)’이다. 일전에 해리가 데일에게 설명했듯이, 이곳 트윈 픽스의 숲에는 악이 만연해있다. 하지만 해롤드는 악은 숲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이 마을 전체에 걸쳐있음을 알고 있다. 그렇기에 그는 집밖을 나서지 못하고 집 안에서 난초와 같이 지낸다. 그렇기에 로라가 해롤드와 가까이 지네고, 그녀의 일기장을 맡긴 이유를 유추할 수 있다. 그녀는 이 마을에서 가장 순수한 사람, 순수한 공간이야말로, 자신의 이야기가 안전하게 보존될 수 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이곳에 악이 존재해요."

"내가 조언 하나 하는데, 숲을 주시하게나."  

 

로라와 해롤드의 이야기는 극장판 <트윈 픽스>에서도 언급된다.  



 

 

5. 유령숲 사업  

벤자민 혼이 혼신의 힘을 다해 개발하려고 하는 유령숲 프로젝트는 처음의 계획보다 굉장히 멀리 나아갔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처음에 노르웨이 투자자들을 설득해 거의 계약할 뻔 했으나, 딸 오드리의 방해로 실패했고, 동생 벤자민 혼의 도움으로 아이슬란드 투자자들의 계약을 이끌어낸다. 한편 유령숲 개발에 방해가 되는 패커드 제재소를 없애기 위해서 캐서린 마르텔과 음모를 꾸미는 듯하면서, 조시 패커드와도 모종의 음모를 꾸민다. 그 결과로 제재소는 불에 탔고, 조시 패커드는 보험금을 챙기고, 캐서린 마르텔은 실종됐다. 이렇게 여러 상황이 겹친 상황에서 일본인 사업가 토지무라가 등장한다.   

 

토지무라는 유령숲 개발에 관심을 가지고 벤자민에게 ‘결코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을 한다. 이미 많은 것을 얻었지만, 벤자민은 탐욕으로 이 거절을 제안하지 못한다. 토지무라의 등장은 또 다른 미스터리를 유발한다.  

 

 

6. 로라의 일기  

다나가 해롤드에게 이야기하는 내용은 <트윈 픽스> 시즌 2가 시작하기 전 출간된 『트윈픽스 로라의 일기(The Secret Diary of Laura Palmer)』에 실린 내용이다. 1985년 10월 18일, 다나와 로라가 13살일 때 경험했던 첫사랑의 짜릿한 내용을 이번엔 다나의 기억으로 기술하고 있다.  

음... 내가 13살, 아니 어쩌면 14살 때 이야기에요. 나와 로라는 몸에 꽉 끼는 미니스커트를 입었어요. 너무나 꽉 꼈지만, 로라는 나보고 그걸 입으라고 했죠. 그리고 우리는 로드하우스에 가서 남자 아이들을 만났어요. 그들의 이름은 조시, 릭, 팀이었죠. 스무 살 정도 됐을까. 그들은 우리에게 잘해줬고 우리를 성인으로 대해줬어요. 릭은 우리에게 나이를 묻지 않았고, 로라는 대충 얼버무렸어요.
숲에는 시냇물이 흐르고 있었어요. 시냇물은 어슴푸레 어두운 듯 보였어요. 남자들은 모닥불을 피웠죠. 난 팀이 제일 맘에 들었어요. 그는 다른 친구들과 달리 과묵했거든요.
릭이 보드카를 가지고 오더니 로라가 마시기 시작했어요. 난 로라가 술을 그렇게 많이 마시는 줄 그 때 처음 알았어요. 로라는 내게 술병을 건네줬고 난 한 모금 마셨어요. 기분이 좋아지더군요.
로라는 남자들 주위에서 춤을 추기 시작했어요. 엉덩이를 앞뒤로 흔들면서. 릭이 박수를 치기 시작했어요. 그런데 팀은 아무 것도 하지 않고 단지 로라를 바라보기만 했어요. 그게 날 미치게 했죠. 그래서 내가 말했어요. "우리 다 벗고 물에 들어가요."
우린 옷을 벗었어요. 남자 아이들은 우릴 쳐다보고 있었죠. 물은 정말로 따듯했어요. 난 물 속에서 그 아이들의 하얀 다리를 볼 수 있었어요. 로라가 조시와 릭하고 키스를 하기 시작하자, 난 어찌할 줄을 몰랐어요. 그래서 난 그냥 수영을 했죠. 내 생각엔 난 아마 도망가고 싶었던 것 같아요. 하지만 난 그러지 않았죠. 그때 팀이 내게 다가왔어요. 그는 내게 키스했고, 날 애무하기 시작했어요.
그 아이들은 끝까지 우리에게 잘해줬어요. 우리를 놀리거나 깔보지 않았죠. 그리고 작별인사를 할 때, 팀은 내 손에 키스를 해주었고, 우린 작별의 입맞춤을 했어요.
난 아직도 그 때의 입맞춤을 느껴요. 그의 입술은 따듯하고 달콤했죠. 내 심장은 거칠게 뛰고 난 아무 소리도 듣지 못했어요. 그냥 키스뿐이었어요.
그 이후로는 그를 다시 보지 못했어요. 그게 내가 처음 사랑에 빠진 때였어요. 하지만 로라는... 그만할게요. 미안해요.
   

 

『로라의 일기』에서는 이 부분이 더 자세하게 기술되어 있지만, 그 내용이 너무 방대해 마지막 부분만 옮긴다.  

P.S: 오늘 밤의 일을 생각할 때마다 조금씩 기분이 달라지는 것 같아. 남자들의 나에 대한 태도도 매번 조금씩 거칠어져가는 듯한 느낌이야. 나 역시 더 대담하고 섹시해져서 나와 접촉했을 때 어떤 느낌이었는지 그들에게 물어보기도 해.
그리고 내가 그들과 접촉했을 때 어떤 느낌이었는지도 말하지. 어째서 변해 가는지 알 수가 없어... 일어난 그대로 그 자체가 좋을 뿐인데. 하지만 머릿속에서 그때의 일을 떠올리면 그들이 실제보다 더 심한 짓을 하는 장면을 상상하게 돼버려. 그 편이 훨씬 기분이 좋아지니까 말이야. 그들 쪽은 더 그랬을 거라고 생각해.
   

 

『로라의 일기』는 데이빗 린치의 딸이자 영화감독인 제니퍼 린치(Jennifer Chambers Lynch)가 썼으며, 몇 안 되는 ‘정식 <트윈 픽스> 관련 상품’ 중 하나다. 로라가 자신의 일기장에서 편지를 쓰는 형식으로 기술되어 있고, 1984년부터 1989년까지의 일기가 기록되어 있다. 우리나라에는 도서출판 대성에서 1992년에 초판이 출간됐으나, 등장인물들의 표기로 보아 일역본을 중역한 것 같은 것으로 보인다. 제니퍼 린치는 <남자가 여자를 사랑할 때(Boxing Helena)>를 감독했고, 이 영화에는 셔릴린 펜이 주연으로 출연한다.  

 

 

7. 기억할만한 지나침  

 

바비: 이건 완전히 사람 잡겠어, 핑클. 리오를 죽이면 안 된다고 내가 얘기 했잖아요!
핑클: 보험 회사는 환자 상태에 맞게 정확하게 보험금을 지불하지 않습니다. 당신과 내 몫을 제하고 나면, 지금 이것 아니면 A급 휠체어 밖에 살 수 없어요.
  

바비는 리오의 보험금을 타내기 위해 온갖 지저분한 짓을 한다. 바비의 감언이설에 넘어간 셜리는 순회 법정에서 남편 리오가 감옥 대신에 집에 올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기뻐한다. 하지만 이 기쁨이 악몽이 될 줄은 그녀도 바비도 모를 것이다.  

 

 

퇴원한 네이딘은 완전히 18살에 머물러있다. 그리고 엄청난 아드레날린의 분출로 그녀의 성격은 더할 나위 없이 낙천적이고, 힘 또한 냉장고 문을 뜯어낼 정도로 엄청나졌다. 그녀의 퇴행은 빅 에드와 노마에게 새로운 기회를 준다.  

 

 

테스트 결과 앤디는 아이를 가질 수 있다는 얘기에 기뻐한다. 루시의 아기가 자신의 아이일 확률이 생긴 것이다. 기쁜 마음에 메모에 쓰인 전화번호로 전화를 하는데, 전화를 받은 곳인 Adams Abortion Clinic이다. Abortion Clinic에서는 임신 중절 수술을 하지만, 미숙아나 조산아들을 치료하기도 한다. 루시는 친언니의 출산 때문에 병원에 갔지만, 앤디는 전혀 다른 생각을 한다.  

  

데일과 헤일이 오드리를 비밀리에 구출하는 행위는 엄연히 범법행위에 해당한다. 원래대로라면 절차를 통해 캐나다 경찰과 협력했어야 하지만, 사태의 급박성으로 비밀리에 진행했다. 이 사건은 시즌 중반부에 흘러 문제가 된다.  

 

 

8. 덧붙임  

a. 대부분 사실에 기초하여 썼고, 개개의 세부사항은 사실에 부합하지만, 이야기의 흐름에 따라 사실의 전후부분이 바뀐 경우도 있습니다.  

b. 컨텐츠 중 캡쳐 이미지에 대한 권리는 해당 저작권사에게 있습니다.  

c. References
- 『Lynch on Lynch, Revised Edition』 크리스 로들리, Faber & Faber
- 『데이빗 린치의 빨간방』 데이빗 린치, 곽한주 옮김, 그책
- 『트윈픽스 로라의 일기』 제니퍼 린치, 이명희 옮김, 도서출판 대성
- 『TWIN PEAKS #2.005』 스크립트, 2nd Revisions
- 〈Twin Peaks: Definite Gold Box Edition〉 Lynch/Frost Productions, CBS DVD, Paramount Home Entertainment
- 〈Twin Peaks: Fire walk with me〉 Lynch/Frost Productions, CIBY2000, New Line Cinema
- 위키피디아 http://en.wikipedia.org/
- IMDB http://www.imd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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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WIN PEAKS〉
        시즌 2 
        에피소드 4 (12)
        타이틀 Laura's Secret Diary
        각본 Jerry Stahl, Mark Frost, Harley Peyton, Robert Engels
        감독 Todd Holland 
        방영일 1990
년 10월 20일 
 

 

   
 

        <시즌 2 지난회 보기>
        9. May the Giant Be with You
        10. Coma
        11. The Man Behind Glass

 
   

 

 

1. 이야기 

자끄 르노의 살인 혐의로 체포된 리랜드 파머는 모든 혐의를 시인한다. 리랜드 파머의 보석 심리와 리오 존슨의 재판을 위해 트윈 픽스에서 순회 법정이 열릴 예정이다. 

다나 헤이워드는 해롤드 스미스에게 로라의 일기장이 있는 것을 확인하고 매디와 함께 그것을 빼낼 계획을 세운다. 

시애틀 타임즈에 음식과 숙박에 관한 가장 영향력 있는 칼럼을 쓰는 저널리스트 M.T. 웬즈가 온다는 소문에 그레이트 노던 호텔과 더블 R 식당의 노마와 행크도 분주해진다. 

장 르노는 벤자민 혼을 찾아가 오드리 혼이 찍힌 테이프를 보여주고 몸값과 데일 쿠퍼를 요구한다. 벤자민은 데일에게 딸의 몸값을 전달해주고 딸을 안전히 데리고 와달라는 부탁을 한다. 데일은 해리 보안관과 함께 이 사건을 비밀리에 맡는다.  

시애틀에서 돌아온 조시 패커드는 해리 보안관에게 불안감을 호소한다. 조시의 사촌이라 소개한 조나단은 그레이트 노던 호텔에서 데일을 몰래 지켜보던 동양인 남자고 이들은 제재소 문제를 해결하고 홍콩에 돌아갈 계획을 세우고 있다. 조나단이 행크를 몰래 찾아가 물리적 협박을 한다. 그리고 그날 밤, 일본인 토지무라 씨가 그레이트 노던 호텔에 투숙한다.    

 











 

  

2. 토드 홀랜드 (Todd Holland) 

시즌 2의 4번째 에피소드를 맡은 토드 홀랜드 감독은 영화와 TV를 오가며 작업했다. 그가 <트윈 픽스>에 합류하기 전에 찍은 영화는 풋풋한 크리스찬 슬레이트를 볼 수 있는 <전자 오락의 마법사(The Wizard)>였고, 이후로 시트콤 <래리 샌더스 쇼(The Larry Sanders Show)>로 엄청난 명성을 얻는다. 우리에게 알려진 작품은 시트콤 <말콤네 좀 말려줘(Malcolm In The Middle)>와 영화 <소방서를 부탁해(Firehouse Dog)>이고 올해 방영을 시작한 <썬즈 오브 투싼(Sons of Tucson)>으로 감독과 프로듀서를 병행하고 있다. 

 

이번 에피소드는 아직 TV 작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이라 관습적인 화면과 장면 대신 인상적인 장면이 꽤 많은 편이다. <블루 벨벳>에서 보았던, 가장 작은 것에서 시작해 전체를 보여주는 첫 장면도 훌륭하고, 가능한 한 장소에서 많은 등장인물이 등장해 극을 이어가는 것도 재미있다. <트윈 픽스>는 아직까지는 원래의 의도대로 만들어지고 있었다.  







 

  

3. 새끼 잃은 부모 속 냄새 (absolute loss) 

로라 파머가 죽은 이후로, 아버지 리랜드 파머는 드라마 내내 계속 불안한 모습을 보여 왔다. 시도 때도 없이 터지는 통절한 울음, 나쁜 기억을 몰아내기 위한 춤과 노래, 머리색의 변색과 과도한 업무 등 그의 모습은 딸을 잃은 안타까움과 동시에 언제 터질지 모르는 불안감을 같이 느끼게 했다. 이번 회에서 그는 처음으로 딸을 잃은 고통에 대해 이야기한다.   

트루먼: 리랜드... 당신이 자끄 르노를 죽였습니까?
리랜드: 그는 내 딸을 죽였어요. 그가 내 딸에게 한 짓들은... 보안관, 당신은 엄청난 상실감을 느껴본 적 있나요?
쿠퍼: 여기 있는 우리들 모두 그런 슬픔은 겪지 못했을 겁니다.
리랜드: 그건 슬픔 이상이에요. 내 안 깊숙한 곳에서, 모든 세포가 비명을 질러댑니다. 다른 소리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아요. 그래요, 내가 자끄 르노를 죽였습니다. 그래요, 그래요, 그래요....  

 

봉준호 감독 역시 <괴물>에서 희봉의 대사를 통해 강두의 상실감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니들 그 냄새 맡아본 적 있어? 새끼 잃은 부모 속 냄새를 맡아본 적이 있냐 이 말이여. 부모 속이 한번 썩어 문드러지면 그 냄새가 십리 밖까지 진동하는 거여. 내 정말 니들한테 한 마디 하겠는데 니들 강두한테 최대한으로 잘해줘야 한다. 자꾸 뭐라 뭐라 그러면 안 돼야, 응?”  

 

동서를 막론하고, 자식을 잃은 부모의 마음이란, 상상조차 하기 힘이 드는 일이다. 드라마는 처음으로 로라를 죽인 범인 대신 ‘로라의 죽음’에 대해 생각할 여지를 준다. 하지만, 지금까지 진행한 기막힌 이야기 진행 때문에, 우리는 그녀의 죽음에 대해 생각하지 못한다. TV 드라마에서 윤리를 찾는 것을 우리는 바라지 않았고, 그저 답을 바랄 뿐이었다. 

 

 

4. 딜레마 

드라마는 윤리와 법에 대해서 묻는다. 자끄 르노는 리랜드의 딸 로라를 죽였(다고 리랜드는 생각한)다. 그래서 리랜드는 자끄를 죽였다. 심정적으로는 리랜드의 결정에 동의하지만, 우리는 법의 테두리 안에서 살고 있다. 사람이 사람을 죽이는 것은 잘못된 일이지만, 살인자를 죽일 권리는 우리에게 있는가? 법집행과 복수는 어떤 차이가 있는가? 복수를 사적 복수와 공적 복수로 나눌 수 있는가? 리랜드의 살인은 여러 의문을 불러일으킨다. 부검의이자 리랜드의 주치의인 윌은 리랜드의 심정을 백분 이해한다. 그는 데일에게 이렇게 이야기한다. 

헤이워드: 당장 정신병 검사를 진행해야 해요. 이것만은 꼭 이야기하고 싶군요. 부모는 자식을 땅에 묻지 않고 가슴에 묻어요. 누구라도 리랜드 같은 상황이었다면...
쿠퍼: 그런 상황이었다면, 살인해도 괜찮다는 말을 하시는 겁니까?
헤이워드: (...) 아닙니다. 

 

리랜드의 보석 심리를 진행하기 위해 트윈 픽스에 온 클린턴 스턴우드(Clinton Sternwood) 판사 역시 이 사건에 대해 난감해한다. 인간이 만들어낸 제도는 인간이 살아가면서 겪는 삶의 아이러니를 해결하지 못한다. 제도는 그저 안전한 길을 제시할 뿐이다. 

 

또 다른 딜레마는 로라의 일기장이다. 해롤드가 가지고 있는 로라의 일기장은 로라가 해롤드에게 준 선물이다. 그리고 해롤드가 말했듯이 그 일기장에 특별한 비밀(같은 것)은 없기에 그는 보안관에게 신고하지 않았다. 그는 로라의 사생활이 세상에 알려지기를 바라지 않는다. 하지만 다나는 친구의 죽음을 해결하기 위해 그 일기장을 손에 넣으려 한다. 다나가 계획하는 것은 도둑질이다. 기독교에서도 금지하는 계명을 우리는 깨드리기를 바란다. 다나는 제임스와 함께 자코비의 사무실을 턴 적이 있다. 이 도둑질은 지지할 만한 도둑질인가?  



 

살인과 도둑질과 간음이 행행하고 부모의 가슴에 못을 박은 로라의 죽음으로 트윈 픽스는 소돔과 고모라가 됐다. 이곳에서 윤리를 찾기는 힘든 것처럼 보인다. 그리고 <트윈 픽스>를 보는 우리들도 그 윤리를 잊어간다. <트윈 픽스>는 우리를 바라보는 거울이다.  

  

 

 

5. 순회 법정(circuit court) 

해리는 데일에게 리랜드와 리오 존슨에 대한 재판으로 트윈 픽스에 판사와 검사가 오고 있다고 이야기한다. 순회 법정은 지금은 미국과 중국에서나 간간히 찾아볼 수 있는 제도인데, 대도시와 떨어진 오지에 있는 사람들을 위해 판사와 검사, 변호인단이 그 지역을 찾아가 재판을 하는 것을 말한다. 

순회 법정의 역사는 잉글랜드의 헨리 2세로 부터 시작됐다. 헨리 2세는 백성들이 런던으로 와 항소를 하는 것 대신 판사들이 매년 지방을 돌게 함으로써 직접 심리하는 전통을 세웠다. 이 전통이 미국으로 건너와 미국 개척시대에서는 판사 혼자 변호사, 검사들과 함께 순회를 돌았다. 아브라함 링컨 역시 일리노이 주에서 순회를 돈 변호사 중 한 명이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판사가 담당할 재판이 많아지자 지방 법정이 세워지게 되었고, 대부분의 순회 법정은 지방 법정으로 대체되었지만, 아직도 작은 소읍에서는 순회 법정이 행해지기도 한다.  

 

 

6. 엠티 웬즈 (M.T. Wentz) 

벤자민 혼과 노마 제닝스는 엠티 웬즈가 온다는 소식을 듣는다. 엠티 웬즈는 시애틀 타임즈에 기고하는 저널리스트로 숙박과 식당 음식에 엄격한 기준으로 글을 쓴다고 알려져 있지만, 정작 그가 남자인지 여자인지도 모르는, 베일에 싸인 인물이다.  

이번 회에만 새로 등장하는 인물은 모두 4명이고 그 중 두 명은 정체가 밝혀졌다. 엠티 웬즈의 정체가 밝혀질 때까지, 앞으로 새로 등장하는 인물들은 엠티인 동시에 다른 (미스터리를 간직한) 인물인 셈이다. 







 

 

7. 루시 

두 남자와 양다리를 걸쳐 앤디를 실의에 빠지게 한 루시가 처음으로 속내를 밝힌다. 루시가 앤디를 두고 바람을 피운 이유는 이렇다. 

루시: 1년 반이라는 시간 동안 난 앤디에 대해 많은 것을 알아가기 시작했어요. 큰 문제는 아니었어요. 아주 사소한 것들이었죠. 앤디는 운동도 안하고, 세차도 안하고, 운동복조차도 가지고 있지 않았어요.
쿠퍼: 어... 그런 이유로 지금껏 계속 앤디에게 냉담하게 군건가요?
루시: TV 드라마를 본 후에, 전 결심했어요. “나”를 위한 시간을 갖자. 앤디와 만나지 않은 그 시간동안, 전 딕 트레메인을 만났어요. 혼 백화점 남성복 코너에서 일하는 사람이요. 그 사람은 운동복도 많고, 몸 관리도 잘하고 차도 멋졌어요. 딕의 행동 대부분은 한심하지만, 그래도 최소한 그는 앤디와 달랐어요.
쿠퍼: 아직도 딕하고 만나고 있나요?
루시: 아뇨.
쿠퍼: 그럼 앤디와 다시 시작하길 바라나요?
루시: 모르겠어요.
쿠퍼: 루시, 정확히 원하는 게 뭔가요?
루시: 모르겠어요. 

사랑은 사소한 작은 것에서부터 균열이 생긴다. 사랑뿐 아니라 인간관계에 관한 모든 것이 다 그렇다. 사소한 균열은 돌이키기 힘든 결과를 가져오지만, 돌이켜보면 그 돌이키기 힘든 결과조차도 사소한 것이 된다. 루시의 태도는, 사랑은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항상 노력하는 것임을 알려준다. 

 

 

8. 삽혈(歃血) 

드라마의 마지막, 조시의 사촌(으로 피트에게 소개한)인 조나단(Mak Takano)은 행크를 찾아가 물리적인 폭력을 행사한다. 조나단은 행크의 입술에 피를 묻히며 “동생, 다음번엔 자네 머리를 가져갈 줄 알아”하고 이야기한다. 조나단의 행동은 시즌 1 마지막 에피소드에서 행크가 한 행동과 같은데, 중국에서 행해진 맹세의 의식이다. 

 

고대 중국에서는 굳은 약속의 표시로 개나 돼지, 말 따위의 피를 서로 나누어 마시거나 입술에 바르는 의식이 있었는데, 이를 삽혈(歃血)이라 한다. 피로 맺은 맹세를 뜻하며, 죽기 전까지 그 의를 깨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삽혈은 우리 역사에서도 볼 수 있는데, 백제가 망한 뒤 신라 문무왕 5년(665)에 문무왕이 중국 당나라의 사신 유인원, 전 백제 임금의 아들 융(隆)과 함께 웅진 취리산에서 한 것을 최초로 본다. 이후 조선왕조실록에서도 그 기록을 찾을 수 있다. 

감옥에서 어설프게 동양 철학에 관한 책을 읽었던 행크는 조시에게 자신의 지식을 과시하며 피의 동맹을 맺었으나, 본토에서 온 동양인에게 제대로 당했다.  

 

 

9. 기억할만한 지나침 

루시가 임신한 아이의 아버지는 딕 트레메인으로 추정되지만, 앤디와 딕은 서로 상반된 행동을 취한다. 앤디는 다시 정자 검사를 받지만, 딕은 아이를 지우기 위해 루시를 찾아온다. 

 

bedpan은 환자용 요강을 말하고 shutin은 병으로 몸져누워 몸을 가눌 수 없는 환자를 뜻한다. 무료 급식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다 병자들뿐인데 이들과 데이트를 한다는 다나를 야유하는 말이다. 행크는 돌려 묻는 법을 알지 못한다. 

 

데일은 오드리의 몸값을 전달해 달라는 벤자민 혼의 부탁을 받는다. 해리 보안관이 연관되지 않게 하기 위해 데일은 비밀리에 일을 진행한다. 그는 해리 보안관에게 자경단원 중 가장 뛰어난 사람을 한 명 소개해달라고 부탁한다. 데일에게 위험을 느낀 해리는, 자경단원 중 가장 뛰어난 사람은 바로 자신이라며, 약속장소에 나간다. 이 멋진 남자들의 로망! 

 

시즌 2의 중반부에 등장할 토마스 에크하르트(David Warner)에 대한 언급이 나온다. 벤자민 혼과 캐서린 카르텔 말고도 제재소에 관한 음모는 더 큰 범죄 조직과 연관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10. 덧붙임  

a. 대부분 사실에 기초하여 썼고, 개개의 세부사항은 사실에 부합하지만, 이야기의 흐름에 따라 사실의 전후부분이 바뀐 경우도 있습니다. 

b. 컨텐츠 중 캡쳐 이미지에 대한 권리는 해당 저작권사에게 있습니다.  

c. Refenences
- 『Lynch on Lynch, Revised Edition』 크리스 로들리, Faber & Faber
- 『데이빗 린치의 빨간방』 데이빗 린치, 곽한주 옮김, 그책
- 『TWIN PEAKS #2.004』 스크립트, 2nd Revisions
- 〈Twin Peaks: Definite Gold Box Edition〉 Lynch/Frost Productions, CBS DVD, Paramount Home Entertainment
- 〈괴물〉 청어람
- 위키피디아
http://en.wikipedia.org/
- IMDB http://www.imd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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