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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방귀 아저씨네 동물들 ㅣ 이마주 창작동화
이상권 지음, 심은숙 그림, 서울초등국어교과교육연구회 도움글 / 이마주 / 2015년 10월
평점 :
이상권 작가의 책은 적지 않게 가지고 있다. 흔히 생태동화의 대표작으로 꼽는 [하늘을 나는 집오리]를 비롯한 청소년소설 몇 권과 가을이면 어김없이 찾게 되는 그림책 [산에 가자]까지. 앞의 책들은 주로 내가 읽고, 뒤의 그림책은 가을이면 자주 아들에게 읽어준다. 그런데 그 사이 연령에 어울리는 작가의 책은 아직 만나지 못했다. 아들이 초등학생이 되고 어느 새 글밥이 많은 글들도 즐겨 읽게 되던 참에 저학년이 읽기에 좋은 이상권 작가의 책을 만나게 되니 그 점이 무척 반가웠다.
이 책 역시 생태동화라 부를 수 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생태'라는 말이 썩 맘에 들지는 않아 자연동화라 부르지만 말이다. 개성적인 목차를 보면 알다시피 이 책의 주인공들은 왕방귀 아저씨네 집에 사는 동물들이다. 똥개, 염소, 거위, 오리, 토끼 등 집동물들이다.

이 동물들이 얼마나 웃기냐면, 서로 과자를 더 먹겠다고 자신의 힘을 내세우고 약한 동물을 괴롭히는 모습이 마치 인간 사회의 모습 같다. 아이가 읽으면 자신의 학급에서 보았던 친구들의 다투는 모습이 생각이 날 것이고, 어른이 읽으면 회사나 사회에서 볼 수 있는 힘겨루기의 모습이 떠오를 것이다. 다만 차이점이 있다면 어른들의 사회는 화해하기가 어려운 반면, 아이들의 생활은 이 동물들처럼 마지막엔 한데 모여 비를 피하는 화해의 모습이 자주 일어난다는 점이다. 그래서 아마 이 책은 아이들에게 더 큰 공감을 얻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어른인 내가 읽었을 땐, 동물들이 귀엽다는 생각에 이어 그 모습이 어른 사회의 모습은 아니구나 싶은 씁쓸함이 느껴졌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동물이 주인공이기에 그러하였겠지만 제목에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할 수 있는 '왕방귀 아저씨'의 존재가 썩 크게 다가오지 않았다는 점이다. 어른들의 우정도 아이들의 우정 못지 않게 오래되고 천진할 수 있다는 것을 다소 느낄 수 있었지만 더 크게 다가와도 좋을 뻔 했다. 여러 모로 이 책의 주인공은 '동물들'인 것으로! 잠재적 주인공은 '아이들'인 것으로!
그림이 익숙하다 싶어 봤더니 아이들이 좋아하는 국시꼬랭이 시리즈 중 [밤똥 참기]와 전래동화 그림책 [빨간 부채 파란 부채]를 그린 분이셨다. 동물들의 성격이 그림에 잘 드러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