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 가는 카페에 시모임을 하나 만들었다. 출산을 두어달 앞둔 사람으로서 쉬운 결정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오래 고민하진 않았다. 생각하면 해야하는 성격이라 뒷일은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
책 좋아하고 즐겨 읽는 엄마들의 카페였지만 시모임을 개설했을 때 반응이 예상 외로 뜨거워서 기뻤다. 놀라기 보단 기뻤다. 시에 대한 목마름이 이렇게 엄마들에게 있구나, 갈증을 해소할 수 있는 한 모금이 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했다.
시를 처음으로 읽었을 때(학교에서 공부할 때가 아니다. 자발적으로 읽었을 때)를 생각한다. 나희덕이었나? 가물가물하다. 20대 초반의 나희덕은 많은 공감과 위로를 주었다. 그리고 기형도. 는 시라는 게 무슨 뜻인지 몰라도 눈물을 펑펑 흘릴 수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해 주었다. 지금도 그의 시를 읽으면 눈물이 차오른다. 이유는 여적 모른다.
모임의 이름은 호詩탐탐이다. 예전에 시모임할 때 제안했다가 퇴짜 당한 이름인데 다행히 좋아들 해 주셨다. 역시 사람은 일관성이 있어야해! 보고있나, 악몽!ㅋㅋ
첫 시집은 고은 시인의 <순간의 꽃>과 김개미 시인의 <어이없는 놈>이다. 엄마들 모임이라 시집과 더불어 동시도 함께 읽는다. 참 좋다. 책을 선택할 때 우리는 헤매었지만 그 헤맴조차 어여쁘다. 한 달 간 어떤 느낌이 공유될까 설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