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부신 빨강 - 현대 미술가 호레이스 피핀의 삶과 예술
젠 브라이언트 지음, 멀리사 스위트 그림, 이혜선 옮김 / 봄나무 / 2014년 10월
평점 :
절판


아이가 일주일에 한 번씩 방문을 통해 인물그림책을 읽는 중이다. 혹자는 일곱살에 인물책은 빠르다고도 하여 걱정했지만 책이란 나이를 불문하고 자기 나름의 방식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라는 생각을 새삼할 정도로 개인적으로는 이 과정에 만족한다. 하지만 이 세상을 거쳐간 그리고 이 세상을 살고 있는 사람들 중에 52명을 추린다는 것은 얼마나 어려운일인지를 책장에 꽂힌 책들을 보며 생각하곤 한다. 양주시립장욱진박물관에 방문하기 전 혹시 목록에 장욱진은 없을까 찾아봐도 없었는데 심지어 먼 나라의 잘 알려지지 않은 화가인 호레이스 피핀이 포함될 리가 있을까?

 

온라인 서점을 뒤적이고 도서관을 찾아다녀도 호레이스 피핀에 대한 책은 찾을 수 없었다. 내가 찾아본 바로는 이 책 [눈부신 빨강]이 유일하다. 그러니 우선 고마울 수밖에. 글 작가 젠 브라이언트와 그림 작가 멜리사 스위트는 함께 호레이스 피핀의 그림을 보러 다녔다고 한다. 그렇게 그의 삶에 밀착되기 위해 노력한 것이 이 책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글 작가와 그림 작가가 다르다는 것을 책을 다 읽고 맨 뒤의 작가의 말을 통해서야 비로소 알았을 정도로 글과 그림의 조화가 훌륭한 책이었다. 우리가 만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호레이스 피핀의 책이 이렇게 아름다운 그림책이라는 사실은 책을 몇 번을 봐도 행복한 일이다.

 

책에 호레이스 피핀의 어린 시절과 성인 시절의 마음이 같은 구조로 표현된 부분이 있어 인상적이었다.

 

 

 

 

 

 


어린 시절을 무한한 상상력과 어른이 되어 생긴 섬세함! 이것이 호레이스 피핀의 그림이 인정받는 이유가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특히 어린 시절 피핀의 저 말에 내 아이의 모습이 겹친다. 저 글에서 '그림' 대신 '이야기'를 집어넣는다면 딱 내 아이의 모습이다. 그 아이가 자라 그 글들을 점검하고 작은 부분까지 갖추게되면 사랑받는 작가가 되려나? 싶은 기대도 생기면서 동시에 아이의 그 자유로움을 지지해주어야겠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흑인으로 태어나 어려운 삶을 살았고 전쟁에 참여해 참혹한 시절을 보낸 피핀의 그림이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을 얻고 희망을 준 그 자체가 이 책을 읽은 아이들에겐 더없는 눈부신 경험을 준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 자신이 자신의 그림으로서 당시의 힘겨움을 이겨냈듯이 말이다. 그의 그림은 참말로 눈부신 빨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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