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 해석의 공간 마루벌의 그림책 이론서
이성엽 지음 / 마루벌 / 2014년 9월
평점 :
절판


다소 무거워보이는 제목에 살짝 긴장했었는데 표지에 실린 좋아하는 그림책들이 보여 마음이 편해졌다. 게다가 기존 이론서들에 비해 현저히 얇은 두께와 큼직한 글씨와 여유있는 편집이 긴장감을 풀어주었다. 표지뿐만 아니라 책에 인용된 그림책들의 정보를 참고문헌 안에 수록해주어 유용했다. 논문 형식의 책들은 인용을 철저히 밝혀주는 점이 좋다. 하지만 늘 어려운 게 문제였다.

 

적지 않은 그림책 이론서들을 읽었다. 대학원을 다니며 페리노들먼의 [그림책론]도 읽고, 아동문학 평론가들의 그림책 이론서들도 한때는 다 찾아읽을 정도였다. 외국의 전문도서의 경우에는 매우 구체적이지만 어려웠고 내가 알지 못하는 그림책들이 많아 이해하기가 쉽지 않았으며, 우리나라 아동문학 평론가 혹은 그림책 작가들의 그림책 이론서들은 서평집으로서는 훌륭했지만 이론서로는 아쉬움이 많았다. 그래서 지금껏 내게 최고의 그림책 이론 입문서는 마쓰이 다다시의 [어린이와 그림책]이었다. 전세계적으로 공통적으로 인정받는 그림책들도 있었지만 일본 작가들은 그림책에 대한 자부심이 있어 그런지 그들의 책에는 자국의 그림책에 대한 양이 많다는 점이 살짝 아쉽다면 아쉽달까? 그래서 더더욱 우리 나라 전문가의 이론서를 더 기다렸는지도 모르겠다.

 

마루벌 출판사는 레오리오니의 그림책은 물론 좋은 그림책들을 많이 출판하는 아동도서출판사이지만 그림책 이론서를 출간하고 있다. <그림책의 그림읽기 시리즈>가 그것인데 이 책 [그림책, 해석의 공간]은 그 세번째에 해당하는 도서이다. 앞선 두 권의 책을 읽지 않아 이 책을 다른 책들과 비교할 수 없어 안타깝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이 책이 이 시리즈의 첫 책이었으면 어땠을까 싶은 마음이 들었다. 그것은 이 책이 그림책의 존재 의미인 글텍스트와 그림텍스트의 역할에 대하여 전반적으로 잘 정리해주었기 때문이다. 바로 그 점이 이 책을 그림책이론에 대한 입문서로 추천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우리가 그림책에 대하여 강의를 들을 때 가장 먼저 배우는 것이 바로 Picture book으로서의 그림책에 대한 정의인데 그것을 좀더 심화하여 '아이코노텍스트 iconotext'라는 용어를 도입한 것이 인상적이다.

 

이후 글텍스트의 다양한 양상과 그림텍스트를 해석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들을 우리에게 익숙한 많은 그림책 작품을 통해 설명해주어 논문형식의 책에서 경험하기 어렵게 이해가 잘 되는 책이다. 대중적 이론서로도 손색이 없다는 점이 의미있다. 내용면에서 보자면 전혀 모르는 내용도 아니거니와 다 아는 내용도 아닌 지라 거부감이 없으면서도 공감하고 이해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좋았다. 특히 그림텍스트에 대한 해석 방법들을 다양한 각도에서 일목요연하게 설명하여 이후에 그림책을 볼 때 더 신경을 써서 봐야겠다는 마음도 가지게 되고 더불어 인용된 그림책에 대한 호기심과 기대감이 올라갔다. 책의 저자로서 인용된 도서에까지 신뢰감을 주는 점이 무척 인상깊었다.

 

굳이 아쉬운 점을 꼽자면 밑줄 쳐가며 집중하여 재밌게 읽는데 에필로그 없이 바로 참고 문헌으로 넘어가서 뭔가 허전한 느낌이 들었다는 점이다. 7장에서 끝내기엔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뒤에 각 요소들을 통합하여 잘된 그림책들을 소개해준다던가 하는 내용이 더 있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애정어린 아쉬움이 있다. 이제부턴 그림책 입문서로 마쓰이 다다시의 책과 이 책을 함께 추천하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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