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장을 허물다 창비시선 365
공광규 지음 / 창비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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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공광규 시인의 시를 처음 만난 것은 그림책 [구름]을 통해서였고, 이후 지인들과의 대화에서 시인의 이야기가 나왔고 그중 한 분이 시인의 시가 좋다는 말이 기억이 나서 이 시집을 읽게 되었다. 평소 알 듯 말 듯한 말놀이가 그득한 시나 젊은 시인의 서정시를 좋아하던 나인지라 시집을 펼치기 전부터 조금은 평이한 시집의 제목에 마음을 덜 연 상태로 시들을 읽어나갔다. 노오란 은행잎을 보며 별을 닦는 나무라 부르고 그를 통해 '당신이라는 별에 아름답게 지고 싶'다는 첫 시 <별 닦는 나무>를 시작으로  '너라는 크고 아름다운 문장을 읽을 만한 사람이/ 나 말고는 이 세상에 없을 것 같아서'라는 다소 오글거리지만 달콤한 것이 분명한 <너라는 문장>이 수록된 1부를 읽으며 몸에 스르르 감기는 온기가 느껴졌다. 2부의 시들은 그와는 조금 달라 표제작인 <담장을 허물다>에서 '공시가격 구백만원짜리 기울어가는 시골 흙집 담장을 허물고 나서/ 나는 큰 고을 영주가 되었다'라든가 운세에 대한 이야기가 담긴 다소 해학적인 느낌의 시들과  <이런 날 저녁에도>이나 <짧은 시 놀이>에서 엿볼 수 있는 세상 살이에 대한 쓸쓸함을 엿볼 수도 있었다. 그 쓸쓸함에는 아내에 대한 마음도 있었는데 어느 새 '아내'의 위치에 익숙한 나는 그 시를 읽으며 누군가 나를 따뜻하게 보듬어주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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