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재지이 바벨의 도서관 24
포송령 지음,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기획, 김혜경 외 옮김 / 바다출판사 / 2012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보르헤스가 기획한 세계 문학 컬렉션인 <바벨의 도서관> 중 24권인 [요재지이]는 원래는 이 책에 실린 것의 수십 배는 더 많은 이야기가 잔뜩 실린 책으로, 중국 청나라 시대의 사람 포송령이 지었다. 어찌 보면 우리 나라의 <전설의 고향>같기도 한데 서양의 관점에서는 <중국판 아라비안나이트>라 불리는 작품이다. 우리에게는 [천녀유혼]의 원작으로 더 잘 알려졌으며 최근에 출간된 중국 동화 [귀동이]가 이 작품 중 한 이야기를 표현한 것이다. 나 역시도 [귀동이]를 통해 [요재지이]가 궁금하여 민음사 판의 6권짜리를 읽을까 하다 부담이 커서 망설이던 차에 이 책을 발견하여 읽게 되었는데 보르헤스의 선택이라 그런지 아니면 [요재지이]가 어느 작품들을 추려도 이 정도의 매력은 느낄 수 있는 책인지 읽는 내내 흥미로웠다.

 

사실 읽기 전에 '괴이 문학'이라는 타이틀 때문에 살짝 두려움이 일기도 했는데 보르헤스가 [요재지이]의 대표 작품으로 넣은 16편은 읽기에 큰 무리가 없었다. 그것이 [요재지이]의 성격을 반감시키는 것인지 어쩐지는 원작을 읽어봐야만 알 수 있겠지만 그 입문서로는 적당한 듯 했다. 괴이하다고 하기에는 마음으로 공감이 가는 이야기들이 많아 '괴이'라는 장르보다는 '문학'이라는 느낌이 더 강하게 들었다 . 보르헤스가 고른 [요재지이]는 그냥 환상문학 정도로 이야기하는 것이 더 적당해 보였다.

 

하지만 그냥 환상문학이라고 하기에는 그 현상이 그리 환상적이지만은 않아 '괴이'라는 말을 붙인 모양이다. 죽었다가 살아나는 것은 기본이요, 산 자와 죽은 자가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도 기본이요, 사람이 동물이 되는 것도 동물이 은혜를 갚는 것도 모두 다 [요재지이] 안에서는 그리 이상한 이야기가 아니다. 하물며 그 시대에 성형 수술이 가능하다니! 그것도 맘에 드는 얼굴을 통째로 갖다 붙이는 획기적인 방법의 수술이! 이쯤 되면 포송령의 상상력이 대단하다고 싶어진다. 그러다 문득 어린 시절 비디오 가게에서 빌려다 본 무협지에서는 사람의 얼굴 가죽을 갖다 붙여 변신술을 일삼는 사람들이 있었던 것이 생각이 나면서 어쩌면 중국 무협 이야기들의 근간이 [요재지이]가 아닐런지 싶은 비약도 하게 되었다.

 

보르헤스가 세계문학 컬렉션을 추리면서 동양의 책으로 포송령의 [요재지이]를 꼽은 것이 처음엔 의아하고 미심쩍었지만 읽어보고 나니 보르헤스의 선택을 이해하게 되었다. 더구나 이 책 안의 16편은 괴이함을 지니고 있되 그 이면에 인간에 대한 사랑이 기반이 된 경우가 많아 문학적 성질이 강하여 보르헤스가 적극적으로 추린 것이 아닌가 싶어 한 권의 책으로도 가치를 가지게 되는 것 같다. 아직은 원작을 다 읽지 않아 확언할 수는 없겠다. 이 책을 읽고 나니 바벨의 도서관의 다른 책들도 모두 읽고 싶고 탐이 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