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파니에서 아침을 트루먼 커포티 선집 3
트루먼 커포티 지음, 박현주 옮김 / 시공사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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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영화 <티파니에서 아침을>을 다시 봤다. 어쩌면 처음 본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며 봤는데 보다 보니 내용이 기억이 나는 것으로 보아 언젠가 지금처럼 '이 영화 내가 봤던가?'하며 본 모양이다. 기억력이 나날이 형편없어진다. 오드리헵번은 여전히 사랑스러웠고 영화는 해피엔딩이었다. 

 
어릴 땐 마음과 외모가 모두 아름다운 오드리헵번을 좋아했었는데, 날이 갈수록 머리속이 아닌 마음으로는 비비안 리나 마릴린 먼로가 좋아진다. 꼭 그러 이유만은 아니었지만 오드리헵번이 홀리 골라이트리 역할로는 너무 우아하지 않은가 싶은 생각을 영화를 보면서 했다. 아니나 다를까 소설 해설을 보니 트루먼 커포티 역시 그런 생각을 했던 모양이다. 하지만 뭐, 이 작품 역시 영화와 소설은 결말이 다른 만큼 서로 다른 작품으로 봐야할 것 같다. 영화는 사랑스러웠고 소설은 아팠다. 
 
"화려한 사진이나 보고. 꿈 같은 얘기나 읽고. 그 때문에 얘가 길을 나서게 됐지. 매일 조금 더 멀리씩 갑디다. 1.5킬로미터, 그러고 집에 돌아왔죠. 그다음 날은 3킬뢰터, 그러고 돌아오고. 그럳 어느 날은 계속 간 거고." 그는 두 손을 다시 눈 위에 댔다. 
 
"벨 아저씬 야생 동물은 절대 사랑하지 마요." 홀리가 충고했다. "그게 바로 닥의 실수였죠. 그는 항상 집에 야생 동물들을 안고 들어왔었어. 날개를 다친 매라든가, 한번은 다리가 부러진 다 자란 살쾡이를 데려왔지 뭐예요. 하지만 야생 동무에겐 마음을 주면 안 돼. 마음을 주면 줄수록 걔들은 더 강해진다니까. 강해져서 숲 속으로 도망가버려. 아니면 나무 위로 날아가든가. 그 다음에는 더 큰 나무로 날아오를 거고. 그다음에는 저 하늘로. 그렇게 끝나는 거예요,아저씨. 야생 동물을 사랑하게 되면. 나중에는 결국 하늘만 바라보며 끝."
 
"행운을. 그리고 내 말 믿어요, 사랑하는 닥, 하늘을 바라보는 편이 하늘에 사는 것보다는 더 좋답니다. 무척 공허한 곳이에요. 무척 흐릿하고. 천둥이 치면 다들 사라지는 그런 나라일 뿐이야."
- [티파니에서 아침을] p98, 104, 105
 
 한 마리의 야생 동물이었던 롤라 매는 하늘 위로 날아가 홀리가 되었다. 하지만 그 허공의 삶에서 최선의 날갯짓으로 살아온 홀리를 '나'가 아니더라도 사랑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 보자면 영화에서 홀리는 사랑스러운 사람이지만 동시에 나약했다. 소설의 홀리의 삶은 보는 동안 마음이 아파왔지만 오히려 건강해 보이기도 했다. 콜걸의 삶이 영화에서처럼 그리 간결할 수는 없었을텐데 그녀는 자신의 삶을 제대로 인식했고 자신의 삶을 좀더 주체적으로 관리(?)했다는 점과 남자를 이용(?)하려했을 뿐 남자에게 의지하지 않고 또다시 하늘로 훨훨 날아가버린 점이 그러했다. 
 
 그런 그녀를 그리워하며 하늘을 바라보는 것은 이제 닥 뿐만이 아니라 조 벨, '나', 나가 되었다. 몇 번의 천둥이 그녀를 더 흔들고 그녀를 사라지게 했을까? 목각 인형에 대한 기사를 두고 이야기하는 것으로 하늘을 바라보는 것을 대신할 수 밖에 없는 우리는 정말 더 좋은걸까, 홀리? 하늘에 사는 당신이 부럽다면, 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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