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엄마, 크리스마스가 먼저야 내 생일이 먼저야?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아들이 내게 꺼낸 첫 말이다. 뭐가 갖고 싶은 게 있는 모양이다. 간밤에 갖고 싶은 그것을 본 모양일지도 모르겠다.

- 뭐가 갖고 싶은데?

- 닌자고!

- 너 닌자고 잘 모르잖아? 어제 TV로 보면서 무섭다고 했잖아?

- 닌자고가 멋있는 거 같아. 황금 닌자고랑 검정 닌자고!

이름도 며칠 전 나와 함께 검색을 하고서야 알아놓고선 좋다고 선물 받을 날을 기다린다. 유치원에서 대 유행 중인 모양이다. 그런 눈치를 채곤 길을 가다 닌자고 캐릭터가 있는 양말을 사서 아이에게 신겨주곤 했었다.  그러면 아이들 중 하나가 아는 체를 해 주어 뿌듯했던 모양이다.

 

사실 아들은 닌자고를 어제 처음 제대로 시청했고, 그간에는 병원 대기실에서나 간간히 봤을까 거의 내용은 모른다. 워낙 겁이 많아 좋아하는 류가 아니다. 또봇에 한창 빠져있을 때에도 악당들과 싸우는 장면은 싫어하곤 했다. 그게 핵심 포인트인데! 여하튼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들의 머릿 속은 탑(한국의 탑)과 닌자고 두 가지가 상당히 많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탑은 자기가 워낙 좋아하는 류라 빠지는 것이고, 닌자고는 사실 유행처럼 좋아하는 느낌이다.

 

어쨌든 저쨌든 하나밖에 없는 아들 사달라는 것이라면 욕망이 생기고 얼마 안있어 사주곤 했었다. 그런데 어느 날 보니 그게 참 재미가 없었다. 기다리는 맛, 설레는 맛을 아이가 전혀 못 느끼는 것 같았다. 아무리 책이라기소니 자기가 사달래면 다 사주는 걸 당연히 여기는 것 같아 심술이 생기기도 했었다. 그래서 요샌 특별한 날이거나, 엄마 마음 땡길 때(?)에만 사 주기로 했다. 이유는 단 한 가지이다. 기다리는 맛, 설레는 맛을 조금 키워주고 싶다. 갖고 싶은 것이 생겼을 때 그 욕망을 좀 기다려 보는 것이다.

 

아이들의 욕망은 어른의 것과 달라 한없이 커지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욕망이 어느 정도 커지면 시들해진다. 욕망이 커져갈 무렵 사주거나 아니면 시들해지고 다른 욕망을 생기기를 기다리는 것은 사실 엄마의 몫이다. 난 주로 커져갈 무렵에 사준다. 시들기 직전에 사주는 것은 사주나마나다. 이런 저런 시행착오를 거쳐 얻은 결론이다. 사주자마자 시들어버려서 새책으로 남아 있는 우주책 한 권과 또봇 W 장난감을 볼 때마다 속이 쓰리다. 사주지 말던가 진작 사줄 걸 하는 후회가 있었다.  크리스마스까지 기다리다보면 아이의 욕망은 다른 것으로 전환되어 있을 것이니 사준다면 요즘이 적기이지 싶다. 그래서 엄마는 닌자고 책구경에 나선다. 책바구니에 하나 담기 위해서! 두 개를 한꺼번에 사주진 않는다^^ 세 권 중에 하나가 아니겠는가! 시간을 탐색하는 엄마로다!!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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