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학생 자메이 중국 아동문학 100년 대표선 4
친원쥔 지음, 전수정 옮김, 정가애 그림 / 보림 / 2013년 8월
평점 :
절판


우리 나라 대표 동화작가이신 송언 선생님이 저학년 아이들을 대상으로 쓰신 동화책 중에 털보선생님반 아이들이 돌아가며 주인공이 되어 이야기가 전개되는 몇 권의 시리즈 책이 있다. 한 반의 아이들을 각각의 개성을 살려 시리즈를 구성했다는 점이, 그리고 그 이야기가 아이들의 삶에 무척 밀착되어 있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그런데 중국에도 이런 동화의 구성이 있었다니! 어쩌면 친원진의 동화가 더 먼저였을지도 모르겠다. 그 대표작인 대표작으로 《남학생 자리男生賈里》가 두 권으로 2012년에 출간되었고  이번에 보림출판사에서 기획한 '중국 아동문학 100년 대표선'의 네번째 책으로《여학생 자메이女生賈梅》가 출간되었다. 송언 선생님이 쓰신 이야기만큼이나 아이들의 삶에 무척 가깝게 다가온 아주 재미있는 동화책이 말이다.

 

'단언컨대,' 라는 말이 요즘 유행이라니 나도 한 번 그 말을 사용하여 말하자면 단언컨대, 《여학생 자메이女生賈梅》는 앞서 출간된 세 권의 중국 동화들보다 훨씬 대중적인 사랑을 받을 것이다. 앞서 출간되 세 권의 책이 다소 시대성이나 환경적인 면에서 우리 아이들의 삶과 거리가 있다거나 매니아적으로 좋아할만한 내용을 가지고 있었다면 《여학생 자메이女生賈梅》는 읽으면서 전혀 중국에 국한된 이야기라던가 시대적으로 뒤쳐진 이야기라는 느낌을 받지 못했다. 그렇기는 커녕 내게 열 세살의 딸이 있다면 함께 읽으면 얼마나 좋을까? 굳이 딸이 아니더라도 누군가 들어줄 만한 대상이 있다면 소리내어 읽어주고 싶을만큼 공유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함께 읽고 싶은 책은 그리 많지 않다는 점을 상기할 때 기분이 정말 좋아지는 책읽기였다.

 

자메이를 중심으로 자메이의 가족(엄마, 아빠, 쌍둥이 오빠 자리), 절친 린샤오메이, 진짜 사나이 치우스리, 미소가 예쁜 젠야핑, 짧은 글을 쓰는 왕샤오밍, 그리고 문학소년 왕샤오밍, 맷돌 위즈성, 자리의 친구 루즈성 등의 다양한 인물들과 함께 생활하는 자메이의 일상을 통해 열 세살 소녀가 어떤 생각으로, 어떤 행동으로 성장하는지 소소하면서도 유쾌하게 그러면서도 뻔하지 않게 그려낸 점이 인상깊다. 바로 그 점이 친원진이라는 작가의 이야기를 꾸려가는 힘에 대해 애정이 생기는 이유이기도 하다.

 

개인적으로는 《남학생 자리男生賈里》의 주인공인 자메이의 쌍둥이 오빠인 자리의 유머에 키득키득 웃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닌데, 자메이를 구박하는 듯 하면서도 은근히 챙기는 세심하고 따뜻한 애정을 느낄 수 있어 그런 오빠 한 명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아직 국내에는 번역되지 않은 《린샤오메이小□林曉梅》의 주인공인 린샤오메이의 매력도 만만치 않다. 주목받는 스타이고 싶어하지만 본인보다 더 주목받는 자메이를 질투하기는 커녕 진심으로 축하해주는 모습이 보통 인물은 아니다 싶다. 친구가 위기에서 헤매고 있을 때 '스이'라는 암호로 도움을 주는 모습이나 자신도 진정 되고 싶었던 모범 청소년에 자메이가 뽑혔을 때도 타자기를 들고 직접 전달해주는 모습을 보면 통도 크고 마음도 깊은 친구라 든든해 보였다.

 

아이들은 부모와 소통이 되지 않을 때 친구와 소통하게 된다. 하지만 소통할 사람이 없을 때에는 자신의 마음이 투영된 책과도 소통하게 된다.  이 책의 주인공이 자메이라서 자메이에게만 이입하게 되는 것은 절대 아니다. 사실 현실에서는 자메이 같은 아이는 다소 이상적인 아이의 모습이기에 그쯤 되는 아이라면 책과 소통할 정도까지는 오지 않을 것이다. 이 책을 읽는 아이는 자메이를 비롯하여 자리, 린샤오메이, 젠야핑이나 왕샤오밍, 샤오루, 치우스리, 위저우, 루즈성의 모습을 모두 가지고 있는 아이일 것이다. 이 아이들의 어떤 문제 상황에 처했을 때 그것이 그리 별스럽지 않게 해결되는 모습에 위안과 희망을 얻게 될 지도 모르겠다. 혹은 지금은 아무렇지 않지만 만약에 일어날 자신의 모습에 좀더 대범해질지도 모르겠다. 아니, 그보다는 지금 당장 학교 생활이나 가정 생활, 친구 생활에 있어 뭔가 막막하고 답답할 때 단순히 유쾌함을 얻게 될 지도 모르겠다. 아무래도 좋지 않은가, 이 책은 그 모든 힘을 가졌다는 생각을 감히 해 본다.

 

친원진 작가의 자메이네 반 친구들의 이야기인 《남학생 자리男生賈里》,《여학생 자메이女生賈梅》,《꼬맹이 루즈성小鬼魯智□》,《린샤오메이小□林曉梅》가 하나의 시리즈도 아니고 아직 모두 번역된 것도 아니라 아쉽지만 중국 동화 작가에 대해 가졌던 일말의 선입견이 해소된 것 같아 기쁘다. 네 작품을 얼른 빨리 만나보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