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가입되어 있는 카페에서 누군가가 자신을 위해 책 세 권을 추천해달라고 했다. 누군가를 위해 책을 추천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그저 내가 좋아하는 책 세 권을 알려달라는 것인가? 최근에 무슨 책을 읽었냐고 묻는 것인가? 어떤 작가를 좋아하는지 알아보려는 것인가? 물론 아니다. 내가 읽은 책 중에서도 그 사람을 떠올렸을 때 그 사람이 읽고 있는 모습이 잘 어울리는 책, 그 사람이 읽으면 좋아할 것만 같은 책, 그 사람에게 권해 그 사람이 나와 함께 공감하고 싶은 책을 권해야 할 것이다. 물론, 내가 권한 책이 그 사람의 취향이 아니라 좋아하지 않을 수도 있고, 그가 전혀 공감하지 못할 수도 있다. 그래도, 권할 책을 선택하는 동안 오롯이 그 사람을 생각하는 그 과정이 더 소중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한다. 아마, 그렇게 책을 추천받길 원하는 사람이라면 비록 추천받은 책에 내 취향이 아닐지라도 상대가 나를 위해 공을 들인 그 시간을 귀히 여길 줄 아리라 믿는다.

 

 

2.  오늘 아는 분이 시 낭독회를 다녀온 사진을 기별도 없이 메일로 첨부해왔다. 그분과 주고 받은 첫 메일이었다. 그분은 그렇게 그 시간동안 그 시인을 보며 나를 떠올렸구나, 싶은 생각에 사진이라는 결과물보다 더 깊은 고마움이 생겼다. 남을 생각한다는 것, 남에게 떠올려진다는 것은 참 아름답고 고마운 일이다. 사실, 남에게 떠올려지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있었다. 어디에서든 드러나지 않고 싶었고 떠올려지고 싶지 않았다. 아마 그 기저엔 두려움이 있었겠지. 누군가를 위해 책을 골라보고, 누군가에게 떠올려진 어제와 오늘 조금이나마 내 마음을 열어본다. 열어본다, 라고 쓰는 동안 숨이 가빠진다 가슴이 뻑뻑해지기도 한다. 겁이 많다 참 나란 사람, 세상 어떻게 사나 모르겠다. 그것도 그렇게 시원시원한 태도와 말투로 살아가는 걸 보면 나의 가면은 참 굳건하다. 든든하다.

 

 

 

1-1 내가 누군가를 위해 추천한 책 3권

원문 : http://cafe.naver.com/mhdn/64499

 

장은진 소설집 <빈집을 두드리다> - 알라딘가 10,800원

 

나는 많은 사람들이 그랬던 것처럼 그의 현관문을 주먹으로 세게 두드린다. 문이 열리지 않을 거란 걸 알면서도 계속 두드린다. 이유가 없기 때문인지 빈집을 두드릴 때마다 공허한 소리가 메아리처럼 흘러나와 내 가슴을 두드린다. 그 가슴도 텅 비어 있기는 마찬가지다.

- <빈집을 두드리는 이유> 중

 

 

 

로맹 가리 <흰 개> -알라딘가 10,800원

내가 질문을 던진 친구들 대부분은 우리 입장이었다면 개에게 주사를 놓았을 것이라고, "아무리 좋은 감정에도 한계는 있는 것"이라고 대답했다. 내 생각은 다르다. 나는 오히려 지나치게 한계를 두는 사례를 주변에서 줄곧 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나는 '감정 제거'라는 현대적 흐름에 굴복하기를 거부한다. 감정의 인플레이션을 빌미로 감정을 평가절하하길 거부하고, 100프랑의 고통이 1프랑의 가치밖에 없다고 받아들이기를, 다시 말해 어제는 단 한 사람의 죽음으로 충분했던 곳에 백 명의 죽음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를 거부한다.   (p 75)

 

 

호어스트 에버스 <서두르지 말고 인생을 안단테>

- 알라딘가 11,700원

나는 더 이성적이고 효과적이고 훨씬 학구적인 체중감량 방법을 찾아냈다. 한마디로 체중을 '재는 방법'을 바꾸는 것이다. 닷새 전부터 나는 내 신체부위를 따로 따로 재기 시작했다. 왼발, 오른발, 머리......이런 식으로. 그러고 나서 그 무게를 다 더하는 거다. 그렇게 했더니 거의 20kg이나 줄어들었다. 단번에. 이런 감탄할 일이! (p92)

 

 

 

6월이 참 덥다. 한시적 전업 주부로 사는 나로선 시간 가는 것이 그렇게 아깝다. 그리고 두렵기도 하다. 아이의 몸엔 요즘 면역력 저하로 두드러기가 났다 들어갔다하여 맘은 심란하다. 매우 마음적으로 복잡한 6월이다. 그런 6월을 그나마 웃으며 보낼 수 있는 것은 누군가를 생각하는 그 마음 덕분이다. 아름답다. 눈물이 찡!

 

 

2-1 오늘 아침 받은 사진 속 시인의 시 한 편 중

 

6월은 원래부터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아무 것도 하지 않는다고 해서

내가 꿈꾸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 오은 <1년> 중, [우리는 분위기를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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