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비에서 나온 시그림책의 아름다움에 푹 빠진 적이 있다. 물론, 그 시리즈를 다 본 건 아니지만 본 작품들이 강렬하게 기억에 남는다.

 

 

1. <쨍아> 알라딘가 8,800원

 

대학원에서 그림책을 공부할 때 만난 책은 천정철의 시 '쨍아'를 표현한 그림책이었다.

 

 표지만 봐서는 그저 잠자리에 대한 동심을 표현한 듯하지만 이 책은 예상 외로 심오하다. 바로 죽음에 대한 이야기이다. 얼마전 보림에서 출간된 그림책<누가 누구를 먹나>도 굉장히 죽음에 대하여 잘 표현했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쨍아> 는 좀더 우리 정서에 맞게 죽은 이를 보내는 마음을 더 잘 표현한 것 같다. 더구나 그림이 몽환적이어서 특히 기억에 남는데, 작년에 다섯 그림 작가가 모여 만든 그림책 <꿈>에서도 만난 이광익 그림작가였다. 아이들의 그림책은 그저 밝고 생명력있는 이야기만 있는게 아니라는 것, 그리고 죽음에 대한 이야기가 이렇게 뭉클하면서 아름답게 표현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준 그림책이다.  

 

 

       쨍아

                        천정철

 

뜰 앞에서 쨍아

죽었습니다.

 

과꽃 나무 밑에

죽었습니다.

 

개미들이 장사를

지내준다고

 

작은 개미 앞뒤 서서

발을 맞추고

 

왕개미는 뒤에서

딸-랑 딸랑

 

가을볕이 따뜻이

비취이는데

 

쨍아 장례 행렬이

길게 갑니다. 

 

 

2. <넉점반> 알라딘가 7,000원

 

아이를 낳고 말을 하기 시작할 무렵 구입한 책은 윤석중 시에 <아씨방 일곱동무>로 유명한 이영경 그림작가가 그린 <넉점 반>이었다. 아이는 이 책을 정말 좋아해서 자주 읽어달라고 했고, 나중엔 그걸 외워서 한장한장 넘겨가며 읽는 모습이 신기했다. 그러다 글을 터득한 것 같다. 이 책은 개인적으로는 아들이 소리 내어 읽은 (외운 아닌) 첫 책에 가깝다.(기억에 의하면 첫 책이지만, 확신은 금물^^)

 

이 책은 마지막에 "엄마, 시방 넉점 반이래"라고 말하는 아이와 어둑해진 시간, 엄마의 표정이 정말 압권이다. 그림과 글이 썩 잘 어울리는 것도 장점이지만 개인적으로는 윤석중의 시가 정말 좋다고 생각한다. 아, 그리고 책에 사용된 글씨체도 정말 잘 어울린다.

 

넉점 반

                                  윤석중

아기가 아기가 가겟집에 가서

"영감님 영감님 엄마가 시방 몇 시냐구요."

"넉점 반이다. "

"넉점 반 넉점 반"

 

아기는 오다가 물 먹는 닭 한참 서서 구경하고,

"넉점 반 넉점 반"

아기는 오다가 개미 거둥 한참 앉아 구경하고,

"넉점 반 넉점 반"

아기는 오다가 잠자리 따라 한참 돌아다니고.

"넉점 반 넉점 반"

아기는 오다가 분꽃 따 물고 니나니 나니나

해가 꼴딱 져 돌아왔다.

"엄마 시방 넉점 반이래."

 

이 외에도 창비에서 출간된 시그림책 중 인상깊은 책으로는

 

 

 

 

 

 

 

 

가 있다.

 

3. <꽃밭>, 파랑새   알라딘가 10,800원

 

아무래도 윤석중 시인의 시는 그림책으로 만들기에 좋은 것 같다. 요즘 꽃을 좋아하는 아들과 꽃에 대한 책들을 찾아보다 우연히 발견한 그림책 <꽃밭> 역시 윤석중 시인의 시를 그림책으로 표현한 것이다. 이 출판사에서는 <눈밭>이라는 시도 같은 그림작가(김나경)가 그린 그림책도 함께 있다.

 

 사실 그림이 섬세하다기 보다는 개성있는 편이라 아이가 좋아할까 싶었는데 왠걸 아이는 이 책이 너무 좋은지 계속 펴고 또 펴봤다. 특히 아기의 얼굴이 가득한 첫 페이지를 정말 좋아했다. 개인적으로 나는 우는 장면을 좋아했지만.

  요즘 아들과 북아트를 하고 노는데, 이 시를 옮겨적는 활동도 했더니 아이가 더 애정을 갖게 되었다. 아니면 아기가 사촌 여동생을 닮아서 그런가? 아무튼 귀여운 책이다.

 

 

꽃밭 
                                                                 윤석중

아기가 꽃밭에서

넘어졌습니다.
정강이에 정강이에
샛빨간 피
아기는 으아 울었습니다.

 


한참 울다 자세히 보니

그건 그건 피가 아니고
새빨간 새빨간 꽃잎이었습니다
 

 

아이가 좀 큰 다음에 알게 되었지만 문학동네에서 보드북으로 <아기시그림책>시리즈가 나왔다. 아이에게 시의 세계를 일찍부터 보여주는 게 개인적으로는 좋은 것 같다. 아름답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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