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천히 깊게 읽는 즐거움 - 속도에서 깊이로 이끄는 슬로 리딩의 힘
이토 우지다카 지음, 이수경 옮김 / 21세기북스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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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원제는 <기적의 교실>이라는 데 우리 나라에서 제목을 교실과 너무 멀게 지어서 사실 독서법에 대한 이야기로만 생각하고, 평소 책을 좀 급하게 읽는 버릇을 고쳐보고자 선택했는데 멋진 선생님이 나오셔서 놀랐지만 금세 반갑고 고맙고 그랬다.

 

 3년을 한 선생님이 한 과목을 맡아서 쭉 가르친다는 것도 요즘으로선 현실성이 없거니와 3년 동안 공부한 책이 소설 <은수저>라는 것에 가만 있을 학부모가 요샌 없을 것이다. 하지만 가르치는 사람으로서, 그리고 책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이런 교육, 한 번 해 보고 싶다.

 

읽으면서 내내 만약 내가 6학년 아이들을 대상으로 이것을 본딴 아주 간략화된 계획을 한다면 어떤 책이 좋을까 생각해보았다. 처음엔 쉽게 생각이 나지 않았다. 나조차도 요즘 나오는 책들만 알뿐 수십 년 전 책은 잘 모르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문득 <몽실 언니>가 떠올랐다. 한 번 떠오르니 술술 떠오른다. 그보다 어린 아이들은 <마당을 나온 암탉>도 좋겠다.

 

하지만 이건 그저 상상일 뿐이다. 요즘은 1년치 계획도 아이들도 만나기 전에 다 세워서 그대로 실행하는 것을 원한다. 내키지 않지만 그것을 변경하자면 절차가 귀찮아 그대로 하는 경우가 많다. 내 생각엔 아이들과 수업 하다보면 순간적이지만 괜찮은 아이디어가 나와 그것으로 몇 시간을 공부하고 또 다른 것으로 전환하는 등 교사 재량에 맡기면 더 독창적이고 흥미로운 수업이 될 것 같은데 아무래도 우리 나라 교육 현실은 그러기엔 조급하고 불안한 모양이다. 물론 지금은 일본도 그럴 것이다.

 

그래도 이 책을 읽고 나니 마음이 좋다. 왠지 나도 언젠가는 그런 여유로우면서 낭만적인 수업을 하고 싶다. 아마 이런 성향의 나라면 가끔은 아이들에게 그런 수업을 티도 안나게 하고 있을 것이다. 언젠간 그런 낭만으로 똘똘 뭉친 수업, 천천히 읽고 샛길로 마음껏 빠지는 수업을 해 보고 싶다. 비록 그것이 공교육 시스템에서 안된다면 노년에 재능기부로라도.

 

하시모토 선생님의 말씀이 오래 기억에 남는다. "당장 도움이 되는 것은 곧바로 쓸모없어집니다."(131쪽) 그 분이 직접 쓰신 그분의 책을 읽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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