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가 - 보이지 않는 대륙에 가까이 다가가기
J.M.G. 르 클레지오 지음, 윤미연 옮김 / 문학동네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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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은 늘 그렇게 같은 별자리를 그려두고 땅을 바라보건만 땅은 언제나 제 모습을 바꿔 하늘을 마주한다. 인간에게 날개가 있고 하늘을 소유할 수 있었더라면 아마 하늘도 무차별적으로 그 모습을 훼손당했으리라.

 

라가, 작가 르 클레지오가 가까이 가고 싶었던 바누아투의 작은 섬. 많은 나라와 그 나라의 사람들에게 학대당한 약한 섬. 고통에 저항하며 여전히 아름다운 섬. 평화를 가장한 불안의 섬. 그러하기에 작가는 그 섬에 조용히 스며들어 그들의 영혼을 끄집어낸다. 그들에게 영혼이 있다는 것을 알리고 영혼이 있는 그 섬의 주인은 그 섬과 그 섬에 사는 자유롭고 강인한 그들에게만 존재한다는 것을 말한다. 

 

우리가 그 섬에 가까이 가기 위해선 그저 손님의 자세로 그들의 모든 것을 존중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그곳의 삶이 우리가 보기엔 미개하고 열악할지라도 우리가 그들에게 가하는 모든 폭력과 오만한 태도 보다는 그들을 풍요롭게 한다는 것도 기억해야 한다. 더구나 비열한 전염병을 가져간 과거를 절대로 되풀이해서는 안된다는 점도.

 

프랑수아 플라스의 그림책 <마지막 거인>의 마지막 말은 그 책을 읽은지 한참이 되어도, 내가 그들을 직접적으로 만난 적이 없다하더라도 한없이 깊은 미안함이 생겨 떠올릴 때마다 속이 아리고 눈시울이 붉어진다.

-침묵을 지킬 수는 없었니?

침묵하지 않을 것이라면 그들에 대해 알고자 하는 모든 행위는 폭력이다. 그들을 문명의 세계로 이끌어주겠다는 오만도, 그들의 여권을 신장시키겠다는 몰이해도 모두 폭력이다. 로버트 제임스 플레처와 폴 고갱도 그들의 행위가 그 섬에 대해 가하는 최악의 선택 중 하나가 될 줄을 알지 못했을 것이다. 아마 그들은 라가를 외부에 알렸다는 자아도취감에 빠져 살았으리라. 우리 역시 여전히 우리가 얼마나 잔혹한지 알지 못하듯이 말이다.

 

이 밤도 하늘의 별은 빛날 것이고 늘 그렇듯 우리에게 같은 아름다움을 펼쳐주고 있을 것이다. 하늘에 대한 소유욕을 낭만적 상상으로만 만족하듯 땅에 대한 소유욕도 낭만적 상상으로만 선물하면 안될까? 

-저 멀리 남태평양의 아름다운 작은 섬 하나를 너에게 갖다 줄거야.

라는 그런 사탕발림으로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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